경의선 14년 지기 김경식 철도원

“10여년 전 일산역에 근무할 땐 제사를 지냈다며 어느 주민이 밤늦게 떡을 가져다 주곤했는데 생각해 보면 그때가 좋았습니다” 경의선 14년 지기 김경식씨(50·현재 경의선 능곡역 근무). 김씨는 철도원 생활 21년중 서빙고역 3년, 남영역 4년을 제외한 14여년간을 서울과 문산을 잇는 경의선 일산 금촌 능곡역에서만 근무해왔다. 철도원의 일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기차표를 팔고 받고 화물차 이판(화물차 연결을 바꾸는 작업)까지 모두가 철도원의 업무이다. 40년전 이사하여 고양시가 제2의 고향이 된 김씨는 일산신도시가 들어서고 대규모 택지개발이 이뤄진 지금보다 옛날의 고양군을 그리워 한다. 요즘은 제사 떡을 나눠주는 인심은 커녕 주말 저녁이면 술 취한 승객에게 봉변 당하기 일쑤다. “분명 전철을 탔는데 왜 기차냐”며 엉뚱한 시비를 거는 손님도 있다. 몇년전 능곡역에서 야간 근무시 철길 옆에 쓰러져 잠이 든 취객을 업어다 숙직실에 재웠더니 아침이 일어나서는 “지갑이 없어졌으니 찾아내라” “얼굴에 상처가 생겼다”며 생떼를 쓰는 바람에 곤혹을 치른적도 있다고 술회했다. “고양시가 급격히 양적으로만 팽창하면서 이같은 일을 겪어 힘들다”는 김씨는 그러나 오늘도 묵묵히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양=한상봉기자 sbhan@kgib.co.kr

국내 최초 여성기관사 강은옥씨

국내 최초의 여성기관사가 탄생한다. 의왕시 철도경영연수원에서 기관사로서의 실무교육을 받고 있는 강은옥씨(32·철도청 용산기관차 승무사무소 부기관사). 자그마한 키에 갸날픈 몸매를 가진 강씨. 열차 기관사로는 믿기지 않는 체구다. 금녀(禁女)의 벽을 넘어 오는 5월이면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기관사가 될 강씨는 오는 5월4일 11주 과정의 실무교육이 끝나고 200시간 이상 승무경력을 쌓게되면 정식기관사 발령을 받게 된다. 강씨가 기관사의 꿈을 갖게 된것은 지난 93년. 건국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3년간 학원강사를 하다 전문적인 기술을 지녀야겠다는 생각에서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다 기관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딸 셋 가운데 막내로 부산에서 태어난 강씨가 철도대학에 가겠다는 뜻을 처음 비쳤을때 강씨의 부모는 그리 탐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96년 철도대학 운전기전과에 수석으로 입학한 강씨는 98년 졸업과 함께 부산 가야기관차승무사무소에서 부기관사로 처음 핸들을 잡은뒤 지금까지 5만여㎞ 구간에서 여객열차와 화물열차에 승무했으며 지난 2월에는 만 2년이상 부기관사로 승무해야 자격이 주어지는 등용기관사시험에도 합격했다. 여성최초의 기관사로 태어날 강씨는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항상 긴장해야 하고 근무 여건이 남자 중심인데다 야간 승무등 생활이 불규칙해 여성으로서 업무를 감당하기가 힘든점도 많지만 진로를 바꿀 생각은 없다”며 “기회가 닿는다면 고속철도를 몰고 싶다”고 말했다. /의왕=임진흥기자 jhlim@kgib.co.kr

경기북부 한국서예협회 초대작가 송용근씨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우연히 잡게 된 붓이 저의 천직이자 삶이 되었습니다”경기북부지역 한국서예협회 초대작가로 명성을 드날리고 있는 송용근씨(43·의정부시 백석서예학원장). 전·예·해·행·초서 등 5개분야의 전국대회에서 특선 등 각종 상을 차지한 송씨의 서예에 대한 사랑과 집녑, 열정은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최근에는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에서 이도령의 붓글씨 장면을 대역할 정도로 중앙무대에서도 그가 구가하는 영역은 넓기만 하다. 2년여간의 대만유학생활을 마치고 지난 79년 하석 박원규선생의 문하에 입문해 본격적인 서예의 길에 접어든 그는 지금까지 20여년동안 옛 선인들의 서체를 연구하면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서체개발을 위해 밤을 지새웠다. 교육부장관상, 대학총장상 등 그의 가르침을 받고 있는 후진들이 거둬내고 있는 수상 또한 그의 서예에 대한 깊은 사랑을 대변해 주고 있다. 아내 김기화씨(41)와의 연(緣)도 서예를 통해 맺어졌다. 서예에 입문한 후배들에게 바른 자세를 통한 정신수양부터 일깨워 주는 송씨는 “글을 잘쓰는 사람이 곧 훌륭한 사람이라고 할 수 는 없습니다. 그러나 곧고 바른 글을 써가는 끊임없는 인내의 과정속에서 그래서 글을 잘쓰는 사람은 곧 훌륭한 사람이 되가는 길이라는 것을 후배들에게 가르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의정부=배성윤기자 sybae@kg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