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엄마로 19년 태연농장 김일순씨

김포시 통진면 고정1리 태연농장 김일순씨(40)는 19년째 돼지와 함께 인생을 만들어 간다. 21살의 나이에 결혼하면서 시작된 그녀의 돼지키우기는 비록 남편을 돕는 정도였지만 젊은 주부가 하기에는 벅찬 일이었다. 새벽 일찍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고 축사에 나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릴 겨를도 없이 온종일 분료를 치우고 사료를 주다보면 어느새 손바닥엔 물집이 생긴다. 고단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오면 냄새가 난다며 안기기를 꺼려했던 아이들. 이럴때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서러움에 축사 한켠에 웅크리고 앉아 여러번을 울기도 했고 다시는 축사에 나가지 않겠다고 몇번이나 다짐했었다. 하지만 이런 다짐이 계속되는 동안에도 세월은 흘러 7마리로 시작한 돼지가 어느새 천여마리가 훨씬 넘게 늘어났고 철없던 아이들도 이젠 엄마를 위로할만큼 건강하게 자라줬다. 지금도 그녀의 하루 일과는 크게 달라진게 없지만 몇년전부터는 동네 주부 글쓰기 모임에 나간다.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틈틈이 글을 써왔다. 올해 3번째로 이 글쓰기 모임에서 펴낸 책에도 그녀가 쓴 인생 얘기가 담겨있다. 힘들었던 돼지농장일은 그녀를 억척스럽게 만들었지만 이제 그녀가 쓰는 글의 원천이 돼 있다. 돼지와 함께 한 그녀의 젊은 인생이 그녀가 쓰는 글속에 녹아내려 아름답고 건강한 삶으로 세상에 비춰지고 있는 것이다./김포=권용국기자 ykkeun@kgib.co.kr

화성군 동탄면 (주)KMW 사원모임 한빛동우회

‘우리 사는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자’항상 빠듯하고 틀에 박힌 생활이지만 나보다 더 불우한 이웃들을 위해 무언가 할 일을 찾아 나서며 참사랑을 실천하는 직장 동아리가 있다. 화성군 동탄면 영천리 65 (주)KMW 사원들의 모임인 한빛동우회(회장 오범석·35). 한빛동우회는 지난 94년말 6명의 사원으로 결성된 이래 현재 450여명의 직원중 100여명이 가입, 사회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같은 봉사활동은 처음부터 물심양면으로 따뜻한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은 김덕용 사장(44)을 비롯한 임원진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빛동우회는 결성 이듬해인 95년부터 소녀가장 전모양(13·중 3)과 자매결연을 맺고 회원들이 돌아가며 지금까지 밑반찬을 만들어 매주 1번씩 집을 방문해 생활을 돌봐주는 것은 물론, 학원비와 용돈까지 보태주고 있다. 그러나 이들 앞에는 아직 피어나지도 못한채 날이 갈수록 조금씩 조금씩 꺼져가는 한 어린생명이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오래전부터 매월 40만원씩을 지원하며 봉사활동을 펼쳐 온 화성군 태안읍 배양리 섬김의 집(원장 함한수·52) 정주현양(4)이 ‘뇌수종’이란 병마에 시달리며 투병하고 있지만 수술에 소요되는 엄청난 비용을 마련할 길이 막막했기 때문이다. 주현양은 2년전 1차수술을 받았으나 완치되지 않아 조만간 아주대병원에 입원할 예정이지만 수천만원이 드는 수술비는 엄두도 내지 못할 형편이다. 섬김의 집은 함한수 원장(장로)이 부인과 함께 오갈데 없는 노인 10여명과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10여명의 아이들을 거둬 한식구처럼 생활하는 곳이지만 사회복지시설 기준에 미달돼 아직까지 인가를 받지 못한채 당국의 지원없이 몇몇 독지가들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오범석회장은 “처음에는 이웃사랑이란 말이 피부에 와닿지 않았지만 막상 주현양과같은 불우한 아이들을 만나 잠시나마 이들과 함께 접촉을 해 보니 이제는 참사랑이 무엇인가를 알게됐다”며 “아직은 부족하지만 회원들의 이낌없는 정성을 모아 진정으로 사랑이 필요한 사람들과 참사랑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화성=조윤장기자 yjcho@kgib.co.kr

36년만에 명지대졸업 64학번 심상길씨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학업을 중도에 포기했던 만학도가 입학한 지 36년만에 명지대를 졸업한다. 화제의 주인공은 이 대학 정치외교학과 64학번 심상길씨(57·전인천시의회의장). 심씨는 지난 64년 영어영문과에 입학, 어렵게 입학금을 마련했으나 2학기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끝내 학업을 포기했다. 이처럼 어렵게 생활하던 심씨는 80∼90년대 들어 대동주택종합건설㈜ 회장·전인천시의회의장·주택건설사업인천협회장 등을 지내며 100억원 넘게 재산등록을 하는 등 인천에서 자수성가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러던 심씨가 다시 복학을 결심하게된 것은 지난 96년. 지방을 여행하던 중 문득 학생들이 세상에서 가장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적 후 10년이 넘은 경우 복학불가’라는 교육부 규정이 가로막자 심씨는 교육부에 질의문을 보내 제한철폐를 주장, 결국 정치외교학과로 복학의 꿈을 이뤘다. 심씨는 강의뿐 아니라 MT와 체육대회·시험뒷풀이에도 꼭 참여했다. 부인과 아이들의 격려가 큰 힘이됐으며 마침내 졸업에 필요한 140학점을 이수했다.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 과정까지 해보고 싶다는 심씨는 ‘오랜 빚을 청산한 느낌’이라고 졸업소감을 밝혔다. /김신호기자 shki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