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은 없고 '건물'만 넘치는 나라

전국이 개발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곳곳에서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낡은 건물이 사라지고 새 건물이 들어선 뒤 삶의 질이 높아졌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CBS는 3회에 걸쳐 현행 도시정비사업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도시의 연속성을 지키며 공공이 원하는 공간을 창조하는 도시재생사업의 필요성을 지적한다. <편집자주> 높은 시멘트 건물이 줄지어 서 있다. 큰 길을 사이에 두고 회색빛으로 솟아오른 모습이 마치 도심 한 복판의 업무지구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이 곳은 대표적인 주거단지인 송파구 잠실이고 고층 회색건물은 가족들이 모여 휴식을 취하는 아파트들이다. 저층 아파트들 사이로 잔디 밭이 많았던 것이 기억난다. 지금은 한정된 땅에 어떻게든 건물을 높이 올리려다 보니 녹지는 사라지고 회색 건물만 넘친다. 태어나면서부터 30여 년을 죽 잠실에서 살았다는 조모(32, 여)씨는 최첨단의 회색건물보다 예전의 소박했던 잠실 모습이 그립다. 조씨는 재건축 이후 집은 새 것이 되고 단지 안에도 벤치며 조각상들이 설치돼 보기엔 좋은 것 같다면서도 아파트 층수만큼 컸던 거목들이 모두 사라지고 이웃들과 어울리던 공간도 사라졌다고 아쉬워했다. 지난 1975년 주공아파트를 분양받았었다는 이모(58,남)씨 역시 아파트 복도나 놀이터 등에서 이웃 간 소식을 나누며 지냈던 추억이 있다면서 지금은 좁은 엘리베이터에서 이웃과 눈이 마주쳐도 인사를 하는 경우가 없다고 아쉬워했다. 지난 70년대 대규모 주택공급정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잠실은 2000년대 들어 주거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재건축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조씨의 말처럼 저층의 낡은 건물이 고층의 새 건물로 바뀌었다는 것 외에 특별한 변화를 찾기 어렵다는 의견들이 많다. 녹지가 사라지고 이웃 간 소통할 공간이 사라졌다는 불만 외에 교통이 불편해졌다는 지적도 많았다. 잠실에서 15년 간 거주한 이모(53,여)씨는 몇 배나 높은 건물이 지어졌음에도 도로는 예전 그대로다 보니 15분이면 갈 거리를 1시간 넘게 걸려 가야한다고 말했다. 유모(29, 남)씨 역시 단지 내 주차장이 지하면 뭐하냐면서 성내역 쪽 차선이 개선된 것 외에는 건물만 높아졌을 뿐 도로는 그대로라고 말했다. 재건축 이후 집값이 몇 배로 뛰고 이른바 부자동네로 거듭났음에도 예전의 잠실을 그리워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마을이 사라지고 건물만 남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낡은 도시를 정비하는 사업이 전적으로 아파트의 물리적 개선에만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도로 같은 기반시설이 공공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할 뿐 아니라 원주민 커뮤니티 같은 문화적 자산까지 없어졌다는 것이다. 천정부지로 솟은 아파트값 만큼 임대료가 올라버린 근린 상가는 세입자가 입주엄두를 못내는 지경이다. 상가가 평당 1억 원이 넘는 일까지 있다 보니 3단지 상가들은 지하층부터 비어있는 경우가 많고 다른 단지 역시 상층부로 갈수록 공실률이 높다. 상가정보연구소 박대원 소장은 주거 환경을 조성하는 것 중 하나가 근린상가인데 잠실 지역은 배후 세대 규모에 비해 편의시설인 상가가 부족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적으로 물리적 환경개선에 초점이 맞춰진 재건축 사업은 비단 잠실 뿐 아니라 대부분 재개발 재건축 사업장, 도시정비사업 전반에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 이주형 교수는 "최근 이루어지는 개발은 웰빙 등 최근 트렌드를 반영했다는 면에서 예전보다는 나아진 측면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기존 도시가 가진 전통이나 잠재력을 없애고 새 건물을 지어 사업성을 높이려는 것이 최우선 목적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구시대적"이라고 말했다.

경인지역 상가 분양시장 ‘기지개’

긴 동면에 빠졌던 경인지역 상가 점포 분양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특히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상가 가치전망 또한 상승세를 타면서 향후 분양시장에 훈풍이 예상된다.2일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상가정보연구소에 따르면 LH가 경인지역 등에 올해 처음 공급한 상가 총 42호 점포 중 71.4%(30호)가 낙찰되면서 58억여원의 자금이 시중에 풀려 산뜻한 출발을 시작했다.LH는 지난달 말 김포 양곡 등 7개 단지 상가 분양에 나섰으며, 성남도촌 B-2BL은 100% 팔려나가면서 전체 낙찰금의 절반인 24억5천만원이나 몰렸다. 이어 인천지역 공급물량 20호 중 18호가 낙찰(20억4천만원)됐고, 유찰된 물량은 선착순 수의계약이 진행되고 있다. 게다가 LH상가의 공급을 필두로 올해는 판교신도시내 상가를 비롯해 청라, 광교 등의 인기지역과 판교 알파돔, 동탄 메타폴리스 등 대형 복합상업시설의 공급도 줄줄이 예정돼 있어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올해 정부가 경제성장 5% 목표로 경기부양을 추진하면서 공급시장 활성화도 예상된다.한국은행이 발표한 2010년 2월 소비자 동향조사의 주택상가 가치전망 CSI(소비자심리지수)는 106p로 지난달 보다 1p 하락했으나 이 지수는 지난해 동월 보다 21p 높은 수치며, 지난해 5월 이후 10개월간 기준치 100을 상회하고 있어 여전히 낙관론이 우세하다.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장은 봄 부동산시장은 상가분양에서도 특수인만큼 공급자와 수요자의 움직임이 구체화되는 시기라며 지역별, 상품별 공급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상가시장에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복기자 bok@ekgib.com

경인지역 불꺼진 새 아파트 속출

경인지역의 신규 아파트들이 매매시장 위축으로 입주율이 뚝 떨어지고 있다.이는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못한 입주 예정자들이 전입을 늦추면서 일부 단지의 경우 입주율이 반토막인 경우도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1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GS건설이 인천 경제자유구역 영종지구에 시공한 영종 자이는 지난해 10월 말부터 올해 1월 중순까지 입주를 진행했지만, 1천22가구 중 23%만 입주하는데 그쳤다.대림산업과 동부건설이 광명시 하안동에 시공한 광명 e편한세상센트레빌은 입주율이 55% 안팎에 그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경기북부의 파주고양과 남부 용인 일대도 비슷하다.풍림산업이 고양시 벽제동에 분양한 고양4차 풍림아이원은 지난해 11월 말부터 12월 말까지 입주를 진행했으나 전체 가구 중 77.5%가량인 432가구만 입주를 마쳤다.또 입주기간이 끝난 현대건설의 파주 힐스테이트 1차 입주율은 72.4%에 그쳤고, 용인 광교 힐스테이트도 71.2%만 입주했다.지난달 오산 세마e-편한세상 137㎡에 입주할 예정이었던 박모씨(53)의 경우 현재 살고 있는 화성시 병점동의 에스케이브 105㎡이 경기침체로 팔리지 않자 입주를 연기하고 있는 상황이다.이처럼 입주율이 바닥을 치는데는 주택매매 시장이 꽁꽁 얼어 붙은 가운데 지난해 건설사들이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 종료 시점을 앞두고 물량을 대거 쏟아내면서 물량이 폭증했기 때문이다.게다가 정부의 각종 주택대출 규제정책에 따른 투자시장 위축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사정이 이러하자 건설사들마다 입주율을 높이기 위한 갖가지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건설사들은 입주대행사를 영입, 입주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대출상담은 물론 부동산 거래와 등기세무 관련 상담 등을 제공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샘플하우스를 마련해 마감재와 디자인을 변경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광명시 하안동의 부동산업소 관계자는 매매시장 위축으로 기존에 살던 집을 처분하지 못해 새집에 입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건설사들의 이벤트가 어느 정도 실효가 있을지 지켜 볼 뿐이라고 말했다. /이형복기자 bok@ekgib.com

위례신도시 공급… 신규분양 위축

지난달 26일 국토해양부는 위례신도시 보금자리주택 1단계 사전예약의 입주자 모집공고를 하고, 오는 3월9일부터 본격적인 청약접수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사전예약물량인 서울지역 2개 블록 2천350가구의 청약접수는 특별공급이 3월9일부터 16일까지, 일반공급이 3월17일부터 22일까지 실시된다. 국가 유공자와 기관 추천 특별공급 대상은 3월 23~24일 현장에서만 접수받는다.추정 분양가는 3.3㎡당 1천190만~1천280만원 수준으로 보금자리 시범지구(강남서초) 추정분양가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나, 주변시세에 비해 62~65% 수준으로 저렴하게 공급된다. 이번에 제시된 분양가는 블록별면적별 평균분양가의 최고가이며, 본 청약 시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특히, 금번 사전예약은 개정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 적용돼, 공급물량 중 50%는 서울주민에게 우선공급하고 나머지 50%는 수도권 주민에게 청약기회가 부여될 예정이다.28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www.serve.co.kr)에 따르면 이번 주 경기지역 분양시장은 청약접수 단 1곳이 예정돼 있다. 3월 초입부터 위례신도시 보금자리주택이 사전예약에 돌입하면서 건설사들이 신규분양을 미루고 관망하는 분위기다.3일 코오롱건설은 안양시 석수동 코오롱하늘채의 청약접수를 받는다. 지하 2층~지상 22층 11개동, 전용면적 117~131㎡ 총 553가구 중 67가구를 일반분양하며, 후분양아파트로 입주는 2010년 5월 예정이다. 단지는 보행자 중심 조경과 휴식공간 등으로 꾸며지며 지상에 차가 없도록 할 예정이다. 또한 안양중학교, 석수초등학교로의 도보 통학이 가능하며 지하철 1호선 관악역과 안양역, 그리고 KTX 광명역 이용이 편리하다. /이형복기자 bok@ekgib.com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 2.51% ↑…1년만에 상승세

개별공시지가와 보상평가 등의 기준이 되는 표준지 공시지가가 올해 2.51% 올랐다. 지난해 외환위기 이후 10년만에 하락했던 공시지가는 실물경기 회복과 개발사업 등의 영향으로 1년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국토해양부가 올 1월 1일 기준으로 전국 표준지 50만 필지의 적정가격을 산정해 공시한 올해 전국 공시지가는 평균 2.51% 상승했다. 지난해 1.42% 하락한 것 대비 약 3.93%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수도권은 3.01%, 광역시는 0.88%, 시군은 1.29% 올랐다. 산정된 공시지가는 전국 2954만 필지의 개별공시지가 산정과 보상평가 등의 기준이 된다. 개별공시지가는 각종 세금 및 부담금 부과기준으로 활용된다. 국토부는 최근 실물경기 회복과 뉴타운 및 각종 개발사업의 영향으로 공시지가가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각 시도별로 보면 전국 16개 시도 모두 공시지가가 상승세를 나타났다. 이 가운데 서울과 인천이 각각 3.67%, 3.19% 올라 변동률이 컸다. 반면 전북(0.47%)과 제주(0.43%)는 오름폭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전국 249개 시군구 중에서 225개 지역의 표준지 공시지가는 상승 곡선을 그렸으며 이중 79개는 수도권에, 31개는 광역시에, 115개는 시군 지역에 분포했다. 특히 경기 이천시는 변동률 5.64%를 기록, 전국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이어 인천 옹진군(5.19%), 인천 강화군(5.11%), 경기 하남시(5.02%), 인천 계양구(4.95%) 등의 변동률이 컸다. 용도지역별로는 주거지역(2.85%)과 녹지지역(2.73)이 높은 변동률을 보였으며 자연환경보전지역(1.27%)은 소폭 상승했다. ㎡당 1000만원이 넘는 지역의 지가는 전국적으로 지난해 대비 3.12% 상승했다. 반면 광역시 소재 1000만원 이상 표준지와 시군 지역에서 100만원 이상~1000만원 미만의 표준지의 지가는 각각 0.01%, 0.13% 하락했다. 전반적인 지역경제의 침체와 인구감소에 따라 구도심권에서는 상권이 쇠퇴하고 있으며 별다른 지가상승요인이 없어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국에서 가장 비싼 표준지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서울 중구 충무로1가 24-2번지(상업지역, 네이처리퍼블릭 부지)로 지난해와 동일한 가격인 ㎡당 6230만원으로 조사됐다. 반면 경북 영덕군 소재 임야는 110원/㎡으로 전국에서 가격이 가장 싼 것으로 구분됐다. 표준지 공시가격은 국토부 홈페이지(www.mltm.go.kr) 또는 표준지 소재지 시군구 민원실에서 26일부터 다음달 29일까지 확인할 수 있다. 이의신청은 이 기간 내에 해당 시군구 민원실이나 국토부 부동산평가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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