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어반스케치] 아스팔트 위에 핀 꽃

삼월과 봄이라는 단어는 어느 곳에 심어도 향기가 있다. 흙을 일궈 파종하고 빨랫줄의 하얀 옥양목 빨래가 마당을 덮던 삼월 삼짇 무렵의 풍속도가 그려진다. 봄을 맞는다는 의미를 담아 어반스케치 전을 기획했다. 타이틀을 ‘아스팔트 위에 핀 꽃’이라고 한 건, 도시가 주는 삭막함에 어렵게 비집고 나온 꽃을 봄 화단에 이식해 보자는 뜻을 길어 온 것이다. 60 여명의 수강생이 참가했다. 자아의 정체성은 멀리서 보아야 비로소 전체가 보인다. 수업 시간에 정신을 쏟았던 작품들이 옹기종기 걸렸다. 호두야 카페, 간판은 고상한데 주인장 신경순 선생은 희로애락을 저버린 듯 무표정하다. 마치 매생잇국 표면 같아 속을 들여다 보기엔 천불만 난다. 그렇다고 사씨 남 정기의 사씨와 교 씨, 혹은 이몽룡의 장모나 박씨전의 박씨부인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수원의 전설 극단 성의 김성렬 대표는 연극에 혼을 쏟다가 몇 해 전 저세상으로 가셨다. 내가 아는 단오 카페의 표 수훈 사장과 호두야 카페의 신 사장은 선후배 간으로서 김성렬 선생의 제자들이다. 어찌 됐든 행궁동 현대미술팀까지 참가한 이 전시가 모쪼록 봄비처럼 촉촉한 자양분이 되길 바란다. 황량하고 외로운 도시, 인정의 가뭄과 사랑의 도탄에도 개나리 진달래 꽃물처럼 예뻐 너와 나의 가슴이 행복으로 물들였으면 좋겠다. ‘상처받고 응시하고 꿈꾼다. 그럼으로써 시인(예술)은 존재한다’는 최승자의 시처럼.

도난당한 장물 ‘대명률’…사상 첫 보물 지정 취소

도난당한 장물을 사들인 것이 드러나 논란이 된 고서 ‘대명률(大明律)’이 보물에서 제외된다. 국보, 보물 등 국가지정유산을 취소하는 첫 사례다. 11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문화유산위원회 산하 동산문화유산 분과는 최근 회의를 열어 보물 ‘대명률’의 지정을 취소하기 위한 행정처분 취소 계획을 논의해 가결했다. 대명률이 지난 2016년 보물로 지정된 지 9년 만이다. 문화유산위원회는 “(보물) 허위 지정 유도에 따른 형이 집행됨에 따라 이에 따른 후속 처리를 진행하기 위한 조치”라며 “법률 자문을 거쳐 결정했다”고 말했다. ‘대명률’은 조선시대 형법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자료로 여겨져 왔다. 중국 명나라의 형률 서적으로 1389년에 간행된 것으로 추정되며, 국내외에 전해 내려온 책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희귀본이다. 그러나 대명률이 보물로 지정된 지 4개월여만에 논란이 일었다. 지난 2016년 경기북부경찰청이 전국 사찰과 사적, 고택 등에서 문화유산을 훔친 도굴꾼과 절도범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장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대명률은 2011년 도난 신고된 상태였다. 앞서 문화 류씨 집안이 1878년 경북 경주에 세운 서당인 육신당 측은 1998년 무렵 건물 현판과 고서 등 총 81건 235점의 유물이 사라졌다고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했다. 당시 수사 결과에 따르면 경북 지역의 한 사립 박물관장이던 A씨는 2012년 장물을 취급하는 업자에게 1천500만원에 대명률을 샀고, 이후 보물 지정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대명률을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유물’이라며 입수 경위를 속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국가유산청은 보물 지정 당시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위법하거나 부당한 처분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한 ‘행정기본법’을 근거로 취소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현재 ‘대명률’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임시로 보관 중이다. 국가유산청은 조만간 보물 지정 취소 계획을 누리집과 관보 등을 통해 공고할 예정이다. 국가유산청은 “문화유산 출처 및 소장 경위를 철저히 검토하고 지정 심의를 강화할 예정”이라며 “지자체 등과 협의해 사전 검증을 비롯한 절차를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작홍사용문학관 2025년 노작문예강좌 ‘문학삼각’ 수강생 모집

노작홍사용문학관(관장 손택수)이 2025년 노작문예강좌 ‘문학삼각’의 수강생을 오는 14일까지 모집한다. 올해의 주제인 ‘문학삼각’은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춰 달리는 이인삼각 달리기처럼, 분야별 전문 강사들이 페이스메이커가 돼 수준 높은 창작 강의를 진행한다는 의지를 담았다. 강좌는 시, 소설, 수필 3개 분야가 개설되며 3월부터 강좌별 12강 일정으로 운영된다. 시 강좌는 ‘시인의 시(詩)크릿,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라는 제목으로 박지웅 시인이 강사로 나선다. 오는 21일부터 6월 13일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 4시에 진행된다. 시 창작에 필수적인 다양한 기법을 배우고, 일상에서 마주하는 순간들을 시적인 언어로 풀어내는 방법을 알아볼 예정이다. 박지웅 시인은 2004년 ‘시와사상’ 신인상, 2005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시집 ‘너의 반은 꽃이다’, ‘구름과 집 사이를 걸었다’, ‘빈 손가락에 나비가 앉았다’ ‘나비가면’을 펴냈다. 지리산문학상, 천상병시문학상,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전봉건시문학상, 이육사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소설 강좌 ‘읽는 소설 듣는 소설 쓰는 소설’에서는 이은선 소설가가 소설의 구성과 역사부터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작품까지 다룰 예정이다. 이달 19일부터 6월 4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1시30분에 강의가 시작된다. 다양한 소설을 보다 입체적인 방식으로 읽고, 자신만의 소설을 창작하도록 돕는다. 201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은선 소설가는 소설집 ‘발치카 No.9’ ‘유빙의 숲’, 산문집 ‘백석이라니’ 등을 출간했다. 김지헌 수필가가 강사를 맡은 수필 강좌 ‘삶을 예술로 만드는 수필 쓰기’는 20일에 개강하며 매주 목요일 오후 2시에 열린다. 12강의 일정 동안 수필을 쓰려는 예비 작가들에게 창작 이론을 습득하고 실제적인 글쓰기를 할 수 있도록 지도할 예정이다. 소설과 평론 등 다양한 분야로 활동 중인 김지헌 수필가는 1993년 ‘수필과비평’, 1996년 ‘월간문학’에서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수필집으로 ‘울 수 있는 행복’ ‘표면적 줄이기’ 등이 있으며, 신곡문학상, 국제문화예술상, 광주문학상을 받았다. 추첨으로 수강생을 선발하며 참가비용은 3만원이다. 수강 신청은 화성시 통합예약시스템에서 하면 된다.

노숙인 인문학에서 희망 찾다…책고집 ‘곁과볕’ 인문강좌

(사)인문공동체 책고집이 지난 6일 광주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를 시작으로 올 한해 전국의 노숙인 시설과 지역자활센터 등에서 ‘사회적 약자 인문학 치유_곁과볕, 인문강좌’를 진행한다. 책고집이 2023년부터 진행해 온 프로그램으로 올해는 교보생명이 출연하고, 생명보험 사회공헌위원회와 (사)함께만드는세상이 공모한 공익법인활동지원사업 중 하나로 마련됐다. 강좌의 공식 명칭은 ‘사회적 약자 인문학 치유’이며, 책고집은 이와 별개로 ‘곁과볕, 인문강좌’라는 이름을 지었다. 곁과볕이란 힘겹게 사는 이웃들에게 다가가 ‘곁’이 되어주고, 더 나아가 그들의 삶에 ‘볕’이 들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겼다. 올해엔 수원과 성남, 인천, 대전, 원주, 서울 등 전국의 12개 노숙인 시설과 장애인 복지관 1곳, 자립 준비 청년시설 2곳 등 총 15개 시설에서 인문강좌가 열린다. 책고집은 2023년 노숙인 인문학의 전국화를 외치며 전국의 노숙인 12곳에서 인문강좌를 진행했고, 24년에도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운동에 힘입어 전국 7개 시설에서 강좌를 열었다. 전국의 노숙인 시설에서 인문 강좌를 운영해 온 국내 유일의 인문공동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2월엔 올해 인문강좌에 참여한 시설의 노숙인 40여 명과 함께 강원도 고성 일대에서 곁과볕 인문강좌 사전워크숍을 진행했다. 모처럼 여행의 기회를 갖게 된 노숙인들은 2025년을 희망 원년으로 삼겠다는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책고집은 이번 사업에 이어 한국형 클레멘트코스 설립을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1995년 미국의 뉴욕에서 시작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최초의 인문학 강좌인 클레멘트 코스를 벤치마킹해 국내에서도 이러한 교육시스템과 구조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올해는 시범적으로 노숙인 시설과 지역자활, 교도소 등에서 인문강좌를 진행하고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문화예술인문 교육의 장을 마련한다는 목표다. 최준영 책고집 대표는 “한 나라의 문화 수준을 가늠하는 주요한 척도 가운데 하나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얼마나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가 제공되느냐일 것”이라며 “선진 대한민국은 경제 수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사람다운 삶을 영위할 자유와 권리를 누릴 때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천주교 수원교구,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여정 시작

천주교 수원교구(교구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가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수원교구대회’를 향해 본격적인 여정을 시작한다. ‘2027 WYD 수원교구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문희종 요한 세례자 주교)는 오는 15일 정자동 주교좌성당에서 교구 청소년, 청년, 봉사자 등 1천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7 WYD 수원교구대회 발대식’을 거행한다고 10일 밝혔다. 발대식에는 교구장 이용훈 주교와 조직위원회 위원장 문희종 주교를 비롯해 국회의원과 경기도의원, 시장, 시의원, 기관장 등이 참석해 대회 성공을 함께 염원한다. ‘2027 WYD 수원교구대회 발대식’은 세계청년대회(WYD)의 맥락 안에서 수원교구대회(DID)의 본격적인 여정이 시작됐음을 선포하는 행사로 WYD에 대한 관심 고조와 교구대회 준비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과 참여를 독려하고자 마련됐다. 발대식에서는 ‘WYD 교구대회 영상 상영, 발대선언, 영성운동 소개 영상 상영, 공동결의문 낭독, 내빈 축사’ 등이 진행되며, 이를 통해 ‘2027 WYD 수원교구대회’에서 전개할 비전 선포, 구체적인 실현 계획 발표, 천주교 수원교구와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 관계를 드러낼 예정이다. 발대식 후에는 교구장 이용훈 주교 주례, 위원장 문희종 주교, 최덕기 주교, 사제단 공동집전으로 ‘발대 미사’가 봉헌된다. 이와 함께 ‘2027 WYD 수원교구대회 발대식’이 열리는 정자동 주교좌성당 주차장과 소성당 등 곳곳에서는 오후 1시부터 ‘제1부 축제’가 진행된다. ‘축제’에서는 ‘WYD 친해지기, WYD 상징물 알아보기, DID 수원교구대회 정신 친해지기’ 등 ‘WYD, DID’를 주제로 하는 6개 포스트와 ‘환영 부스·선물 배부 부스, 영혼의 쉼터(소성전), 교황님 포토존, 가톨릭 작가 굿즈존’ 등이 마련돼, 참석한 청소년·청년들의 ‘세계청년대회’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합창의 새로운 매력 전할 것”…수원시립합창단 최초 여성 상임지휘자 김보미 예술감독 [인터뷰]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하나의 노래를 부를 때 느껴지는 합창만의 선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은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김보미 수원시립합창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47)는 지난 6일 수원SK아트리움 대연습실에서 열린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시민과의 예술적 공감을 늘리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합창단의 연습실을 대중 앞에 처음으로 활짝 공개하고, 공식 인터뷰의 첫 장소로 택한 이유도 이러한 의지의 하나였다. 지난 1월 제6대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김 감독은 올해로 창단 43주년을 맞이한 수원시립합창단 최초의 여성 예술감독이자, 2년간의 수장 공백 상태를 깨고 이곳의 지휘를 맡게 된 인물이다. 그 앞엔 ‘최초’란 수식어가 많다. 지난 2012년 빈 소년 합창단 최초의 동양인이자 여성 상임지휘자로 발탁돼 큰 주목을 받은 김 감독은 유럽의 저명한 합창단과 연 100회 이상의 공연을 했고, 이러한 활동을 인정받아 2013년에는 오스트리아 최고의 합창 지휘자에게 주는 ‘오르트너프라이스(Ortnerpreis)’를 수상했다. 이처럼 화려한 수식어를 가진 인물이지만 이날 김 감독은 “나는 ‘지휘자 김보미’이고, 지휘자로서 합창단원과 소통하며, 소통의 결과를 관객과 어떻게 나누는지 무대에서 평가받는 사람일 뿐”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드러냈다. 다음 달 3일에 있을 취임 연주를 앞두고 기대감과 떨리는 마음으로 연습에 임하고 있다는 김 감독은 합창에 대한 애정을 한껏 드러내며 “합창이 가진 ‘소통’과 ‘화합’이라는 가치를 다양한 시도를 통해 최대한 많은 시민이 누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꾸려나갈 수원시립합창단의 올해 계획 중 가장 야심 찬 시도는 ‘주니어 콰이어’ 합창단의 창단이다. 2018년부터 국내 최초의 어린이 합창단이자 60년 전통의 월드비전 합창단 예술감독으로도 활동하는 김보미 감독은 “수원시 관내의 청소년에게도 합창을 통한 음악적 소양 향상과 올바른 가치관 및 정서 함양을 돕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그동안 혼자가 아닌, 함께 노래하는 아이들을 보며 사회성과 타인과 소통하는 능력이 많이 향상되는 것을 여러 번 목격해 왔다”며 “학교와는 다르게 다양한 나이, 학년, 성별이 뒤섞인 ‘작은 사회’와 같은 합창단에서 아이들은 질적으로, 양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무대 공연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며 성취감도 맛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올해 1기로 출범할 ‘주니어 콰이어’는 수원시 관내 초등학교 고학년~중학생 50명 내외로 구성돼 반년 정도 수원시립합창단의 교육을 받게 되며 추후 단독 무대나 합창단 공연에 게스트로 참석하는 것이 목표다. 김 감독은 미래세대를 위한 사회 공헌의 하나로 관내 초중고를 선별해 ‘명품 교가 선물하기’라는 이색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교의 얼굴’이자 학창 시절의 큰 추억을 차지하게 될 교가를 수원시립합창단원의 목소리로 더욱 세련되게 재녹음해 선물하는 것이다. 김 감독은 오랜 전통의 수원시립합창단을 이끌게 돼 ‘영광’이라면서도 합창단이, 그리고 ‘합창’이란 장르가 시민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그는 “악기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사람들은 노래하기 시작했다. 혼자보다 여럿이 부를 때 그 가치와 의미를 더 커졌을 것”이라며 “합창은 남성끼리도, 여성끼리도, 혼성으로도 가능하고 언어도 장르도 무한대로 융합할 수 있다. 각기 다른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하모니를 냈을 때 느껴지는 합창의 무한한 가능성과 선한 영향력을 시민들에게 선물해 드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미술관 미술자료실 “‘경미’와 미술자료 탐구여행 떠날래?”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미술관(관장 전승보)은 지난 7일부터 미술자료실 관객참여 프로그램을 새롭게 시작했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미술자료실 관객참여 프로그램은 4개월 동안 총 32회 운영하며 방문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 관객참여 프로그램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토요프로그램 ▲상설프로그램 ▲특별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연령 제한 없이 미술관을 방문한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으며, 매주 주말마다 다채로운 주제를 선보여 미술 자료를 더욱 쉽고 흥미롭게 접할 수 있다. 3월에는 신학기를 맞아 다양한 관객 참여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토요프로그램으로 ▲소망을 담은 캘리그라피 도어벨 ▲나만의 작은 판화! ▲모루공예 우드 이니셜 키링 체험이 진행되며, 상설프로그램으로 ▲화가들의 편지가 운영된다. 올해 프로그램은 12월 21일까지 이어진다. 경기도미술관 관계자는 “미술 애호가들의 많은 참여를 기대하며, 다가오는 봄, 경기도미술관 미술자료실에서 특별한 시간을 보내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프로그램의 세부 일정과 내용은 매월 초 경기도미술관 공식 누리집과 SNS를 통해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현재 3월 프로그램만이 공개됐으며 프로그램 참여는 운영 당일 현장에서 신청하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경기도미술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감독·배우가 말한 영화 '명옥'…“미혼모 탈북민의 현실 담은 우리 주변의 이야기”

삶의 무게 때문에 메말라 버린 이들은 오히려 소리 내어 울지 않는다. 보는 이들이 대신 눈물 흘리게 만든다. 한국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미혼모 북한이탈주민 여성의 실제 삶을 바탕으로 한 영화 ‘명옥’의 주인공 또한 그렇다. 영화 ‘명옥’은 미국 디트로이트 독립영화제 최우수인권영화상 등을 비롯해 지난 4일엔 중국 상하이독립영화제 여성영화상을 받는 등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30개가 넘는 국제영화제에서 수상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영화제에서 명옥을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엔 어떤 현실이 담겨있을까. ‘명옥’의 주인공이자 실제 북한이탈주민인 배우 량진희(본명 김량진‧32)씨와 사회복지학과 출신의 이진혁 감독(42), 이번 영화의 공동제작사이자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을 돕는 경기남부하나센터의 소태영 센터장 겸 평택YMCA 사무총장(64)을 5일 평택의 경기남부하나센터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 감독은 “해외에서 이렇게 관심을 받을 줄 몰랐다”면서도 “이러한 관심이 무엇보다 한국에서도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수상 소식이 잇따르지만 아직 국내에선 개봉조차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이 감독이 ‘명옥’을 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주위에 ‘이러한 삶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했다. “경기남부하나센터에서 한 달간 사회복지학과 실습을 하던 때에 많은 이들을 목격했습니다. 그들의 삶에 관해 깊게 들여다보고 연구를 하며 북한이탈주민 여성의 삶은 한국 사회에서 미혼모가 겪는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속에는 경쟁사회에서 낙오된 청년, 삶에 지칠 대로 지쳐버린 평범한 중년 등 모두가 한 번쯤은 겪는 어려움이 공통적으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명옥은 이 감독이 목격한 20~30명가량의 실제 미혼모, 탈북 여성의 삶을 전형화한 캐릭터다. 그중 가장 큰 줄기는 바로 주인공 배우인 량진희씨다. 어린 나이부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명옥은 15살이 되던 해 큰돈을 벌게 해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중국으로 탈북을 감행한다. 하지만 중국에 도착하자마자 한 시골로 끌려가 원치 않은 결혼을 한다. 남편의 끝없는 폭행, 폭언 등에 명옥은 뱃속의 아이와 함께 목숨을 걸고 한국으로 도망친다. 진희씨 역시 일자리를 준다는 말에 속아 중국으로 넘어갔다가 일련의 일을 겪었다. 작품의 가장 큰 반전일 수도 있는, 명옥의 딸 자애 역시 실제 진희씨의 딸이다. “한국에 처음 도착해 하나원에 있을 때 자애를 낳게 됐어요. 한 달 된 딸을 안고 하나원에서 졸업해 이곳 사회에 발을 디디게 됐습니다. 명옥의 삶이 제 실제 삶과 근접해 있기 때문에, 제가 잘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화에는 우리가 몰랐던, 충격적인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 감독은 “최근의 북한이탈주민 대부분이 여성이며, 이들의 상당수가 임신한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로 통일부의 ‘연간 북한이탈주민 입국입원 현황’을 보면 2023년 탈북민 196명 가운데 164명이 여성이다. 통계에는 담기지 못한 ‘찐’ 현실은 무엇일까. 이들에 따르면 최근 들어 북한의 많은 여성들이 일자리를 벌게 해준다는 이유로 중국으로 넘어갔다가, 그곳에서 뜻하지 않은 결혼을 하고 결국 한국으로 탈출한다. 일종의 인신매매 격인데 21세기에 그들이 겪는 삶은 과거 일제강점기 한국 여성들이 겪었던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혼모 탈북민으로 겪는 현실은 처참하다. 애를 맡길 곳이 없는 명옥이 건물 화장실 청소하는 현장에 아이를 데려가거나 의류 수거함에서 옷을 꺼내 입는 장면, 중국 회화는 수준급으로 하지만 정작 ‘자격증’이 없어 취업하지 못하는 모습은 모두 진희씨가 실제로 겪었던 일화다. 제작사로 곁을 같이 해 온 소태영 센터장은 “그들(북한이탈주민)에게 갖는 편견이 크고 강할수록 결국 그들과 어울리게 됐을 때 그 간극을 해소하기 위한 비용이 더 많이 들게 될 것"이라며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허구의 이야기가 아니란 것을 알았으면 한다”며 “우리가 시선을 두지 못했을 뿐 주위에는 이러한 삶을 살아온 이들이 많으며 지금도 그렇게 살아가도 있다는 것을 영화를 통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 '명옥' 美 디트로이트독립·샌프란시스코영화제 등 32개 해외 영화제서 수상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224580185

성남시립국악단 정기연주회 ‘다시, 봄날’, ‘봄소품’ 外 [이주의 공연·전시]

■ 공연_성남시립국악단 정기연주회 새봄 음악회 ‘다시, 봄날’ 13일.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 / 성남시립국악단이 제72회 정기연주회로 새봄 음악회 ‘다시, 봄날’을 무대에 올린다. 공연의 서막은 강상구 작곡의 ‘달항아리’로 열리고, 이어 박수정 상임 단원이 25현 가야금으로 다양한 주법과 음색이 돋보이는 ‘아나톨리아, 고원에 부는 바람’을 연주한다. 장자의 ‘호접지몽’에서 영감을 받은 대금 협주곡 ‘호접몽’은 대금 임재원의 협연으로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한다. 국악 아카펠라그룹 ‘토리스’가 특별 출연해 ‘창부타령’과 ‘신 옹헤야’를 들려주며 김백찬 작곡의 국악관현악 ‘아리랑’이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다. ■ 전시_‘한국 현대 구상미술의 단면:사실과 재구성展’ 5월6일까지. 양평군립미술관 / 양평군립미술관과 한국구상화가협회가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 25명의 작가를 통해 한국 구상미술의 단면을 조명한다.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은 ‘사실주의’, ‘극사실주의’, ‘구상적 초현실주의’로 나뉘어진다. 사실주의가 일상적 삶이나 현실 세계를 중시한 데 비해, 극사실주의 작품들은 현실적 요소를 바탕으로 비현실적 상황이나 설정을 포함하기도 한다. 또 구상적 초현실주의 작품들은 구체적 형태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사실적 재현보다 의미 전달에 중점을 둔다. ‘구상미술’ 통해 제3의 생경한 풍경을 읽고 작가의 사고와 철학을 짚어낼 수 있다. ■ 전시_‘봄소품’ 4월12일까지. 갤러리위 / 용인 갤러리위가 매년 선보이는 봄맞이 소품 전시다. 봄소품은 20호 미만의 비교적 작은 작품만 전시한다. 작은 틀 안에 무한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소품은 부담 없는 크기와 가격, 작은 캔버스에 집약시킨 세밀한 미학이 특징. 크기가 작다는 것은 결코 그 깊이와 가치를 제한하지 않는다. 오히려 불필요한 요소를 걷어내고, 작가의 의도와 감정을 밀도 있게 담아낸다. 권용래, 김덕용, 김산, 김세중, 손정기, 유아영, 이나진, 이운, 장희진, 정윤영, 조이경, 최영욱, 허필석 등 13명의 작가가 6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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