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문화재단, 2025 문화도시 동행공간 모집…“이웃과 우리 동네 ‘사랑방’ 만들기”

수원문화재단은 일상에서 이웃과 함께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활동을 기획하고, 지역의 문화를 만들어갈 ‘동행공간’을 새롭게 모집한다. ‘동행공간’은 수원 문화도시 조성사업 가운데 하나로 누구나 일상에서 쉽게 오가며 자신만의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다. ‘문화도시 수원’은 이러한 문화공간을 모아 지역의 문화 연결망을 촘촘히 조성하고, 15분 거리에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15분 문화생활권’을 만드는 게 목표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수원의 카페, 서점, 교육 공간 등 81개의 동행 공간이 지정됐으며 올해에는 20개의 동행공간이 신규로 마련된다. 올해 동행공간은 기존의 단순한 공간 운영 지원을 넘어 ‘문화도시 수원’의 핵심 의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점이 달라졌다. 시민들은 ▲도시의 외로움(돌봄, 소외계층 등)을 연결하는 다정한 문화도시 ▲125만 다양성(1인 가구, 다문화, 취향 공동체 등)의 문화도시라는 두 가지 의제를 택해 이에 맞는 프로그램을 기획, 계획서를 제출하면 된다. 지원금 지급 방식도 기존의 일률 지급에서 두 차례에 걸쳐 나누어 지급되는 방식으로 변경된다. 1차로 90만원이 지급되며 이후 모니터링과 운영 결과 보고서를 검토한 뒤 2차 지원금(최대 240만원)을 차등 지급하게 된다. 올해는 시민들이 동행공간을 더욱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흩어져 있는 프로그램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오픈 동행공간의 날인 ‘문수 좋은 날’을 ‘문화도시 수원 페스티벌’과 연계해 개최하며 동행 공간이 활성화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5월~11월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사업설명회는 오는 18일 오전 10시에 온라인 화상회의를 통해 진행하며, 사전 참여 신청자를 대상으로 당일에 회의 접속 주소가 발송된다. 공모 신청 기간은 20일부터 26일까지이며 수원시 내 공간 운영자 중 해당 공간을 동행공간으로 활용할 의지가 있는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평등의 가치’ 내세운 정조의 리더십…경기도무용단 ‘5049 : 허공에 날린 화살’

경기아트센터 경기도무용단이 정조의 리더십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5049 : 허공에 날린 화살’을 선보인다. 경기도무용단은 오는 28~29일, 4월4~5일 각각 경기아트센터 소극장과 경기국악원 국악당에서 올해 첫 기획공연으로 킹시리즈Ⅱ, 정조를 조명한다. 경기도무용단은 지난해 백성 중심의 통치를 안정화시켰던 킹시리즈Ⅰ 세종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세종’에서는 천장(遷葬)을 주관했던 예종의 시점으로 한글창제의 과정이 드라마적으로 펼쳐졌다면 이번 작품은 서사보단 정조의 리더십에 집중한다. 작품은 50발의 화살을 모두 명중시키는 대신 한 발을 허공으로 쏘아 올렸다는 정조의 일화를 모티브로 삼았다. 왕권을 내세우기보다 스스로를 낮추고 백성을 위하는 정책을 펼쳤던 정조의 진정성을 바탕으로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수평의 철학을 무용의 언어로 풀어낼 예정이다. 경기도무용단은 평등의 가치를 전하기 위해 서사적 전개보다는 철학적 메시지에 초점을 맞춘다. 이에 관객들이 순간순간 보여지는 이미지와 정서를 통해 다양한 관점으로 작품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공연은 총 3막으로 구성된다. 1막 ‘혼란-불신과 차별, 부패가 가득한 혼돈의 시대’에서는 정조와 대립적 구조를 보이는 노론, 정조의 개혁에 지지를 보내는 소론 가운데 그려진 정조의 내적 갈등을 다룬다. 2막 ‘수평-5049, 허공으로 날리는 마지막 한 발의 화살’에선 좌우의 대립과 상하의 무질서에서 중용을 찾아내며 소통과 포용을 중시했던 정조의 리더십을 그린다. 3막 ‘사색-수평선 너머로 사색하며 길을 걷다’에서는 정조의 개혁을 통해 번영과 안정을 맞이하게 된 시대상을 담아낸다. 이번 공연은 최진욱 상임안무가가 안무를 맡았다. 한국적 움직임을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내는 데 탁월한 최 안무가는 이번 작품에서 특유의 유머러스함을 더해 백성을 사랑하는 정조의 진정성을 보여줄 예정이다. 이에 경기도무용단의 상임단원인 손승주, 김민정 단원이 조안무를 맡아 완성도를 높였다. 경기도무용단 관계자는 “이번 작품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진정한 지도자의 모습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중을 경험했으면 한다”며 “사회·경제적으로 지쳐있는 도민에게 우리의 뿌리를 인식케 하는 동시에 위로를 건네고자 한다. 과거와 현재, 나와 너를 넘어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무대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생 2막’ 시니어 모델들의 화려한 외출…경기수원시니어모델협회, ‘DDP 패션쇼’ 성료

인생 2막을 여는 시니어 모델 70여명이 당찬 걸음걸이로 런웨이에 올랐다. 경기수원시니어모델협회는 지난 14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에서 ‘DDP 패션쇼’를 선보였다. 이날 행사엔 ‘행복채움(김옥란 회장)’, ‘70+다시 봄(안혜숙)’, ‘헤라여신(정용연)’ 총 세 팀으로 구성된 78명이 무대를 가득 메웠다. 이들 세 팀은 ‘다시, 봄’을 콘셉트로 각각 봄을 연상케 하는 화려한 드레스와 과감한 시스루 한복, 궁중 당의 등을 입고 무대에 섰다. 특히 ‘70+다시 봄’팀은 런웨이 후 노래 ‘찔레꽃’에 맞춘 화려한 댄스를 선보이며 무대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나이를 잊은 듯한 당당한 걸음걸이, 스타일링, 화려한 퍼포먼스에 관객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2023년에 창단된 경기수원시니어모델협회는 노년의 우울증, 갱년기 등을 극복하고 자신감을 찾기 위해 250여명의 시니어모델이 활동하고 있는 단체다. 40대의 최연소 회원부터 80대의 최연장자까지 ‘제2의 인생’을 결심한 모델들이 바른자세와 올바른 걸음걸이 등을 배우며 건강과 삶의 활력을 찾고 있다. 지난해 창단 1주년을 기념해 열린 ‘행복채움 패션쇼’에서는 시니어 모델 100여명이 런웨이에 올라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경기수원시니어모델협회는 오는 9월에도 창단 2주년을 맞아 다양한 패션쇼를 계획 중이며 앞으로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다양한 활동에도 힘을 쏟겠다는 각오다. 심미경 경기수원시니어모델협회장은 “정신적으로 쇠약해져가고, 갱년기와 우울증 등으로 고생하는 분들이 많은데, 상당수 회원들께서 모델 활동을 하며 바른 걸음으로 건강을 찾고 자신감을 채우면서 당당한 삶을 살아가신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활동으로 시니어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고 자아 실현을 돕겠다”고 말했다.

오케스트라와 지역 예술인들의 하모니…2025 수원 음악인의 밤 [공연리뷰]

관객은 지역의 수준 높은 음악가를 알게 되고, 교향악단은 평소와는 색다른 구성의 작품을 연주해 보며, 음악인들은 지역의 전문 교향악단과 합을 맞추며 큰 무대에 서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는 뜻깊은 밤이었다. 지난 13일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서 열린 수원시립교향악단 기획연주회 ‘수원 음악인의 밤’은 축제의 장이었다. 2013년부터 시작된 ‘수원 음악인의 밤’은 (사)수원시음악협회의 추천을 받아 선정된 지역 음악인들이 매년 수원시향의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선보이는 지역 문화예술 교류의 장이다. 이날 축제의 시작을 알린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 서곡’에서는 호스트 격인 수원시향 오케스트라의 매력이 한껏 드러났다. 이 곡은 스코틀랜드 핑갈 동굴에서 영감을 받은 곡으로 커다란 암굴 부근의 경치 등 자연이 지닌 분위기와 전설적인 사건이 소재가 돼 장엄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가 특징이다. 지휘를 맡은 신은혜 수원시향 부지휘자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다. 현악기의 한가운데로 흐르는 오보에의 선율은 동굴에 떨어지는 물방울을 떠올리게 했다. 이어진 모차르트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은 마주 본 두 대의 피아노 사이로 각각 붉은 색과 검정 드레스로 상반된 아우라를 풍기는 수원음협의 두 피아니스트 황수연, 김은아가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마치 핑퐁처럼 음을 주고받으며 한 대가 경쾌한 마디로 문을 두드리면, 다시 상대가 묵직한 음으로 대답했고 여기에 오케스트라가 풍미를 더했다. 모차르트가 그의 누이 ‘난네르’와 함께 연주하기 위해 작곡된 작품은 특히 제3악장 ‘론도’에서 가장 다채로운 구성을 보여줬다. 수원시향의 현악기가 론도 주제를 시작하고, 이어 피아노가 빠르게 악상을 이끌어 가며 흥겨움을 더했다. 이날의 묘미는 색소포니스트 임승훈이 함께한 이베르의 ‘색소폰을 위한 작은 협주곡’이다. 색소폰은 풀 사운드 오케스트라와 연주하는 경우는 드물며 곡 자체도 흔치 않기에 이날 연주는 관객으로선 자주 접하기 어려운 무대였다. 해당 곡은 1900년대 초 프랑스 최고의 작곡가고 자리매김한 이베르가 알토 색소폰과 플루트, 바순, 오보에, 호른 등 현악기를 위해 만든 협주곡으로 색소폰 연주자 지그문트 라셔에게 헌정된 곡이기도 하다. 서정적인 곡의 분위기를 뚫고 나오는 색소폰의 중후하면서도 세련된 음색은 객석으로 피어올랐고, 그의 솔로 연주에 화답하는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풍성함을 더했다. 흔치 않은 조합에서 매력적인 무대로 마무리된 연주에 객석에서는 ‘브라보’가 터져 나왔다. 이날 객석에서 가장 큰 기대와 관심을 받은 건 첼리스트 권새롬과의 협연 무대였다. 대미를 장식한 곡은 첼로의 모든 음역을 사용하며 연주자에게 숙달된 테크닉을 요구하는 고난도 작품으로 유명한 생상스의 ‘첼로 협주곡 1번’이었다. 세 개의 악장이 중단되지 않고 연주되는 기법은 생상스 특유의 창의성을 엿보게 한다. 이날 객석에선 작품이 소개되자마자 과연 이 고난도의 작품을 권새롬과 수원시향이 어떻게 선보일지 기대감이 한껏 더해졌다. 이날 권새롬은 숨 쉴 틈 없는 연주를 마치 첼로와 한 몸이 돼 선보이며 객석을 감탄의 시선으로 숨죽이게 했다. 그는 첼로 위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화려한 기교를 소화해 냈다. 권새롬의 솔로에 이어서 특히 그를 둘러싼 바이올린의 향연은 압권이었다. 특히 마지막에 이르러 처음의 주제가 다시 나타나고, 화려한 주제들이 첼로와 오케스트라로 번갈아 주고받는 마무리는 피날레다웠다. 수준급 연주를 펼친 지역 음악인과 시립교향악단의 어우러짐에 관객들의 박수갈채는 오랫동안 공연장을 메웠다. ● 관련기사 : “지역 음악인과 함께”… 수원시향, 13일 ‘수원 음악인의 밤’ 개최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303580147

따뜻한 봄, 주말 오후에 만나는 우리 음악…경기시나위 ‘Weekend Concert-오후 4시’

경기아트센터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가 봄을 맞아 자연을 주제로 한 국악관현악으로 주말 콘서트를 선보인다.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는 오는 29일과 4월12일, 4월26일 경기국악원 국악당에서 ‘Weekend Concert-오후 4시’ 공연을 진행한다.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대표 공연인 ‘Weekend Concert-오후 4시’는 관현악, 민요, 사물놀이, 전통음악, 무용 등 다양한 나이의 관객층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함께 우리 음악에 대한 친근한 해설을 선보인다. 지난 15일 공연의 첫 문을 연 데 이어 다음 달까지 관객과 만난다. 김성진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이 지휘를 맡고, 방송인이자 피아니스트인 다니엘 린데만이 해설자로 나서 자연에 깃든 삶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총 네 가지 테마로 국악의 아름다움을 펼쳐내는 가운데 지난 15일엔 ‘봄빛’을 테마로 공연을 꾸며 호응을 얻었다. 두 번째 테마는 ‘속삭임’으로, 각양각색의 국악기들이 속삭이는 깊은 울림을 아름다운 국악 앙상블의 형태로 감상해 보는 음악회라는 의미를 담았다.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가 올해 처음으로 선보이는 국악 실내악 공연으로,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통해 자연과 맞닿아 있는 우리의 삶을 연주한다. 세 번째 테마인 ‘Timeless’는 시간이 흘러도 영원히 변하지 않는 한국 고유한 전통음악의 가치를 전달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조선 왕실의 장엄한 역사를 담은 궁중음악과 경기도 유산에서 비롯된 민속음악, 경기민요 등 다양한 전통예술 장르를 관객들에게 선사할 예정이다. 네 번째 테마는 ‘깃듦’이다. 공연에서는 지난 2017년부터 다양한 자작곡 앨범을 발매하며 피아니스트로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확장하고 있는 다니엘 린데만의 피아노 협연이 진행된다. 자연에 깃든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친근한 소재로 풀어낸다는 의미를 담아 테마를 선정했다.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관계자는 “‘Weekend Concert-오후 4시’가 자연의 아름다운 순환 속에서 삶의 진실한 아름다움을 느끼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공연을 통해 관객들이 일상 속에서 여유를 찾고, 마음의 안정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공연은 경기아트센터 누리집, 인터파크티켓 등을 통해 예매할 수 있다.

심장 불규칙한 ‘심실성 빈맥’, 돌연사 위험…고령층 적극 관리 필요

갑자기 심장이 빠르게 뛰거나 불규칙하게 요동치면 ‘심실성 빈맥’을 의심할 수 있다. 심장이 덜덜 떨리는 듯한 느낌과 함께 어지럼증, 호흡 곤란을 동반하는 심실성 빈맥은 심하면 심정지로 이어져 돌연사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16일 보건의료계에 따르면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심실성 빈맥 환자가 꾸준히 증가해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심실성 빈맥은 심장의 아래쪽에 있는 심실에서 발생하는 부정맥이다. 정상적인 심장 박동은 심방에서 시작해 심실로 전달되는 전기 신호에 의해 조절되지만 심실성 빈맥은 심실에서 비정상적인 전기 회로가 형성돼 발생한다. 심실이 지나치게 빠르게 수축하면서 심장이 혈액을 제대로 펌프질하지 못해, 뇌를 비롯한 주요 장기로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못하는 것이다. 혈액 공급이 부족해지면 실신이나 심정지가 올 수 있다. 심실성 빈맥의 주원인은 심근경색·심근병증, 심장 판막 질환, 선천성 심장 질환 등이다. 또 혈액 내 칼륨, 마그네슘, 칼슘 등 전해질 농도의 불균형이나 특정 약물의 부작용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특별한 원인 없이 발생하는 특발성 심실성 빈맥도 있다. 특히 심실성 빈맥은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급성 심실성 빈맥은 항부정맥제를 투여하면 심장 박동을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다. 심정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불안정한 심실성 빈맥의 경우에는 제세동기를 사용해 심장에 전기 충격을 가해 심장 박동을 정상화한다. 권창희 건국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심근경색으로 심장 근육이 괴사하거나 심근병증과 판막 질환으로 심장벽이 두꺼워지고 늘어나면 심실성 빈맥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 관상동맥 질환 때문에 심장 근육이 충분한 혈액과 산소를 공급받지 못하는 경우에도 유발된다”며 “환자와 보호자, 주치의 간 충분한 상담을 거쳐 최적의 치료법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바다 여행자의 문화예술 휴게소’ 경기창작캠퍼스, 복합문화공간으로 도약

경기문화재단 경기창작캠퍼스가 ‘바다 여행자를 위한 문화예술 휴게소’라는 새로운 정체성으로 경기 서부해안권 대표 복합문화공간으로 도약한다. 경기창작캠퍼스는 예술 창작 레지던시 전문 기관으로, 지난 2009년부터 운영해왔던 경기창작센터가 2년간의 1차 리모델링을 거쳐 재탄생했다. 올해 경기창작캠퍼스는 예술 창작과 문화 휴식이 공존하는 대민 서비스 공간으로의 전환을 위한 문화예술 사업을 추진하고, 예술인 창작자 뿐 아니라 문화예술 활동가로 대상층을 확대해 지속가능한 문화예술 지원을 펼칠 예정이다. ■ 지역과 함께하는 복합문화공간 경기창작캠퍼스는 예술의 경험이 일상 속에 반짝이는 즐거움이 될 것이라는 의미를 담은 새로운 기업이미지(CI)를 선보인다. 깜박이는 눈의 모습을 형상화해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고, 전체적으로 둥근 곡선을 사용해 다정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담았다. 앞서 경기창작캠퍼스는 지난해 총 6개의 건물 중 선감생활동, 창작동, 교육동, 선감아트홀 등 4개 건물의 리모델링을 마쳤다. 지난해 문화예술 활동가 입주, 동호회 등록, 문화예술 축제 등의 시범사업을 추진했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간다. 먼저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과 창작 기반 지원을 강화해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 사업을 추진한다. 선감생활문화센터에서는 입주자들간의 상시 교류를 위한 네트워크 프로그램은 물론 지역 기반 문화예술 활동 지원 프로그램, 입주자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확장 운영해 예술을 매개로 한 소규모 창업을 활성화하고, 입주 단체들의 지속가능한 운영을 지원할 방침이다. ■ 문화예술 교육 체험 확대 단계적인 교육활동도 강화한다. 생애주기별 맞춤형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창의적인 예술체험을 제공하고, 체류형 예술캠프를 운영해 예술과 자연이 어우러진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다음달부터 교육동에서는 조형, 평면, 음악, 미디어, 무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현업 예술작가들이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장르의 교육을 기획해 운영한다. 5~10월에는 주말 목공 체험 ‘뚝딱 나무 보물섬’이 진행된다. 어린이와 부모, 예술가가 함께 나무를 이용해 자유로운 놀이 공간을 만들어가는 새로운 창작 프로그램이다. 참여자들이 열린 공간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구조물을 더해가며 상상 속 공간을 현실로 이뤄가는 ‘블랭크 캔버스’ 형태의 체험 놀이다. 여름 방학 특별 프로그램으로 ‘나무블록 쌓기 창의 예술 대회’도 마련된다. 넓은 강당에서 폐목재를 다듬어 만든 나무 블록들을 자유롭게 쌓아올려 원하는 조형물을 만들어 볼 수 있다. ■ 다채로운 문화 축제 경기창작캠퍼스는 오는 5월부터 정기적인 문화예술 축제를 연다. 어린이날 연휴인 5월3일을 시작으로, 10월까지 매달 마지막 주 경기도 문화의 날 주간 토요일에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연다. ‘랜덤 플레이 댄스’, ‘마술 공연’ 등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을 위한 특화 프로그램과 ‘물총 놀이’, ‘사일런트 댄스’, ‘형광안료 플레이’ 등 경기창작캠퍼스의 야외 공간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펼친다. 선감아트홀과 전시실, 교육실에서는 공연과 미술작품 전시, 교육 프로그램으로 이뤄진 실내 문화예술 체험 활동을 진행하고, 보물찾기 프로그램, 플리마켓 등도 운영한다. 오는 7월 선감생활동 1층에는 서해안 갯벌과 바다의 생태를 형상화한 대규모 그물 구조물인 ‘갯벌 놀이터’가 개방된다. 교육동 1층에 마련된 전시실에서는 미디어아트·현대미술·디자인 등 전시가 연중 열리고, 작은 도서관도 상시 운영할 예정이다. ■ 2026년 레지던시 재개관 올해 경기창작캠퍼스는 기존 레지던시 공간을 정비하는 2차 리모델링 사업인 ‘창작 기회공간 조성’에 착수해 내년 하반기 레지던시를 재개관한다. 사업은 작업 공간과 거주 공간의 분리, 입주 예술인 커뮤니티 공간 마련, 다장르 예술인들을 위한 공동 작업실, 작품 시연 및 촬영을 위한 테스트베드 설치 등 기존 레지던시와 차별화된 공간 마련으로 이뤄진다. 레지던시 재개관을 앞두고 올해는 다양한 사전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기존 레지던시 입주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이달 도내 문화예술기관 연계 창작발표 지원사업이 추진되며, 5월에는 지난해 비입주형 레지던시 사업 결과로 참여하게 된 대만 작가 3명의 기획 전시가 경기도미술관에서 개최된다. 상반기에는 지역의 문화적 이슈를 예술인들이 공동 탐구하는 단기 입주 프로그램이 추진된다. 6월 중에는 예술인들을 위한 전문 교육 프로그램인 ‘창작 아카데미’가 ‘지속가능한 작품 보존 복원’을 주제로 진행된다. 더불어 경기창작캠퍼스는 그동안 일시적으로 중단됐던 국내외 레지던시 기관들과의 네트워크 활성화를 위한 라운드 테이블을 추진하고, 레지던시 입주 예술인의 해외 교류를 위한 업무 협약을 하는 등 네트워크 재건 사업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황록주 경기문화재단 창작지원팀장은 “올해는 경기창작캠퍼스가 예술가와 바다 여행자가 함께하는 문화예술 쉼터로 거듭나는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며 “예술과 쉼이 공존하는 공간에서 누구나 문화예술 향유와 창작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무병장수의 명약, '경옥고' [알기쉬운 한의약]

동의보감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세계기록유산이다. 17세기 초 조선시대 허준이 쓴 동의보감은 몸 중심의 인체관(정·精, 기·氣, 신·神)으로 질병을 바라보며 병을 치료할 때는 마음의 작용까지 고려하며 전인적으로 접근한다. 그래서 유네스코에서는 동의보감을 ‘세계 최초의 공중보건 안내서’로 소개하고 있다. 건강한 삶, 장수를 목적으로 하는 예방의학 중심의 동의보감에서 가장 처음 나오는 처방이 ‘경옥고’다. 생지황, 인삼, 백복령, 꿀을 고르게 반죽해 사기 항아리 안에 넣어 구리로 만든 솥에 넣고 물속에 매달아 뽕나무 장작으로 3일 밤낮을 달이고 3일 후 다시 우물 안에 하루 밤낮을 담근다. 그리고 다시 꺼내어 하루 밤낮을 다시 달여 수기(水氣)를 뺀 후 꺼내 쓴다. 먼저 약간을 꺼내 천지신명에게 제사 지낸 후 한두 숟가락씩 하루 2~3회 복용한다. “정(精)을 채우며 수(髓)를 보하며 참된 성(性)을 기른다. 노인을 아이로 돌아오게 하고 모든 허손을 보(補)하며 모든 병을 없앤다. 온갖 신(神)이 충족되고 오장의 기가 넘쳐 백발이 검게 되고 치아가 다시 나며 달리는 말처럼 활동하게 된다. 하루에 몇 차례 먹으면 하루 종일 배고프거나 갈증 나지 않으니 그 효과를 이루 다 말할 수 없다.”(동의보감 중) 경옥고의 주된 효과를 내는 약재(군약·君藥)는 생지황이다. 지황은 흙 속의 영양분을 속속들이 취하는데 지황을 심은 땅은 거의 황무지로 변할 정도라고 한다. 땅의 영양분이 가득찬 생지황은 우리 몸에 진액을 만들어준다. 우리 몸을 단순하게 바라보면 몸은 물기운(구성)과 불기운(기능)의 조화로 운영된다. 이 물기운이 바로 진액이다. 진액은 뼈, 근육, 관절, 혈액, 체액, 뇌수, 골수, 타액, 점액, 관절활액, 효소, 호르몬, 신경전달물질 등 우리 몸을 구성하고 기능하는 물을 기본으로 한 생리물질이다. 우리가 나이가 들면 피부에 주름이 생기고, 피부가 건조해져 가려우며, 뇌수가 부족해져 뇌가 위축돼 치매를 앓고, 여러 보고 듣는 감각기능이 기능이 떨어진다. 이 모두 진액이 부족해져서 그렇다. 즉, 노화라는 것은 결국 진액이 부족해지는 것이다. 진액을 보충해주는 경옥고가 노인을 아이로 돌아오게 하고 모든 부족함을 채워준다는 말은 과장이 아닐 수 있다. 5일간의 정성 어린 공으로 만들어진 경옥고는 약성이 순하고 그윽하며 깊으니 우리 몸 깊이 부드럽게 흡수되고 침투해 몸의 지지 기반을 근본적으로 튼튼하게 해준다. 회춘과 무병장수의 명약이 되는 것이다.

“긴 터널 지나는 어른을 위한 위로”…나태주 ‘마흔에게’ 外

연일 전해지는 안타까운 사건사고 소식과 얼어붙은 경제는 어느 때보다도 우리 사회에 위로와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긴 터널 끝엔 빛이 있고, 끝날 것 같지 않은 겨울이 지나니 어느새 봄도 찾아왔다. 삶에 지쳐 인생을 버텨내고 있는 이들에게 때로 책 한 권이 더 큰 위로가 되기도 한다. 마음을 어루만지고, 치유를 건네는 마음 따뜻한 노시인의 이야기부터 작은 안식처를 그려낸 소설까지 만나본다. ■ 마흔에게 “그대 비록 힘겹고 비틀거릴지라도 아름다워라. 누군가의 인생이여, 사랑과 더불어 한없이 작아지고 누추해지겠지만 턱없이 그윽해지고 깊어지고 향기로워질 일이다.” (나태주作 ‘마흔에게’ 중) 어디에도 미혹되지 않고, 세상일에 정신을 뺏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는 나이를 ‘불혹(不惑)’이라 부른다. 하지만 마흔 줄에 접어든 이들은 “사실 나는 여전히 흔들리는 존재”라고 고백한다. 가정, 학교, 직장, 사회 어디에선가 자신의 몫보다 무거운 삶의 무게를 얹고, 어른으로 살아가는 이들은 비단 마흔만의 이야기는 아닐 테다. 나태주 시인은 어른에게도 격려는 필요하며, 위로받고 싶은 어른이 필요함을 알고 있다. 지난 2월, 올해 나이 만 80세를 맞이한 노시인은 자신의 인생 절반쯤을 지나온 이들에게 앞서 그 시간을 지나온 사람으로서 의지가 될 수 있는 산문집을 펼쳐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봐야 사랑스러우며 너 또한 그렇다’고 말하는 시인은 자신의 대표작 소재이기도 한 ‘풀꽃’을 떠올리며 “나 자신도 누군가의 손길에 의해 뽑힐 수 있는 잡초”였다고 고백하는가 하면, “가끔은 스스로에게 인사를 하고 안부를 물어보라”고 말하고, “인생에서 길을 잘못 들었거나 실패했다고 생각할 때 당신이 잘못 든 그 길이 새로운 길이 될 수도 있다”며 멈추지 말고, 조금씩만 앞으로 나아가보자고 용기를 불어넣는다.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어린 시절 우리에겐 각자만의 비밀 장소가 하나씩 있었다. 이불과 베개로 쌓아올린 엉성한 ‘아지트’에서 친구와 그 안에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즐겁고 행복했던 것처럼 말이다. 황보름 작가의 장편소설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저마다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가는 이들이 고요하고 평화로운 어느 조그마한 서점에 모여들며 잠시나마 휴식을 갖고, 서로를 위로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을 그려나간다. 소설은 뮤지컬로도 재탄생해 지난 1일부터 대학로에서 관객과 만나며 ‘따뜻함과 힐링의 작품’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또한 해외에서도 큰 사랑을 받으며 지난해 일본 서점대상 1위(번역소설부문)를 수상했다. 황 작가는 당시 수상소감을 통해 “이렇게 살아도 되는지 마음이 흔들릴 때 소설을 쓰지 시작했다”며 “세상이 주목하는 자리에서 물러난 인물들을 통해 어느 길로 가든 삶을 이어진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휴남동 서점엔 흔히 말하는 경로를 이탈하는 이들이 등장한다. 아픔을 겪고 모든 것을 정리한 채 이곳에 정착했지만 때때로 눈물을 흘리는 서점 주인 영주부터 끝없는 구직 실패에 취업을 포기한 민준, 사는 게 아무런 재미가 없다는 고등학생 민철 등 이들은 그곳에서 각자만의 배려와 연대,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담백한 우정과 솔직한 대화를 나누며 그럼에도 살아야 한다는 희망을 깨닫는다.

‘소통’으로 읽는 ‘미키 17’ [영화와 세상사이]

지난 2월 말,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최신작 ‘미키 17’을 세상에 내놓았다. 여러모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지만 사실 이 영화를 뜯어보고 음미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어렵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키 17’은 ‘봉준호 월드’의 최신 확장·개정판일 뿐이다. 다시 말해 여기서 관객들이 ‘새로움’을 찾아내기 힘들다는 것. 봉준호의 세계는 발전과 변주를 거듭해 왔다. 즉, 이제는 장편 데뷔작인 ‘플란다스의 개’나 엔딩의 여운을 남겼던 ‘설국열차’에서 보여줬던 번뜩임과 궁금증은 다소 옅어졌고, 어느덧 안정 궤도에 접어든 익숙함과 반가움만이 맴돌고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누구와 어떻게 ‘소통’하는가 이제 필요한 질문이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그의 작품을 보며 떠올렸을 법한 궁금증이다. 과연 ‘봉준호 영화’라고 하면 어떤 것들이 떠오르는가. 삑사리, 블랙코미디, 계급우화, 사회비판…. 여러 키워드가 있겠지만 이런 점들을 하나로 묶어 주는 핵심 키워드가 있다면 그건 바로 ‘소통’이라 정의하고 싶다. 즉, 봉준호의 영화는 어떻게 소통할지 방법을 찾고, 그 소통의 성공과 실패 여부를 따져보고, 이어지는 소통의 결과가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지켜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미키 17’은 봉준호의 필모그래피에서 어떤 위치에 놓일까. 직접 비교를 하면 ‘설국열차’와 ‘옥자’를 나란히 놓고 보는 편이 좋겠다. 세 편의 작품 모두 한국인들이 한국어만 사용해 소통하지 않고 외부의 존재들과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순간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설국열차’는 국적과 인종이 뒤섞이는 상황이었고 ‘옥자’에서는 여기에 더해 동물과의 소통 문제를 끌어들였고 ‘미키 17’에서 인간은 외계 행성에서 아예 다른 종족인 크리퍼까지 마주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미키 17’에서 주인공 미키가 마미 크리퍼와 개선된 통역기로 소통하는 장면이 특히 중요하게 다가온다. 앞서 마미 크리퍼는 자신들이 내는 소리가 인간의 머리를 터뜨릴 수 있다고 겁을 줬지만 사실 이게 전부 거짓이었다는 점이 이 구간에서 밝혀진다. 그러자 미키가 “너희 종족도 허풍을 떨 줄 안다니 어이가 없다”며 헛웃음을 짓고 허탈감을 드러낸다. 이처럼 다른 종족 간의 차이와 접점을 인지하는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소통의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 봉준호 영화를 움직이는 동력 역시 이런 소통 과정을 담아내는 데 있다. 앞서 ‘설국열차’에서도 봉준호는 이런 장치들을 십분 활용했다. 열차의 보안책임자인 남궁민수는 한국인이고 영어를 잘 모르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와 서양인들이 대화할 때 서로 통역기가 필요했던 걸 기억해 보자. 이때 흥미로운 건 남궁민수가 커티스 일행을 향해 짜증을 냈다는 점이다. 커티스 에버렛이 자꾸 남궁민수를 향해 “냄, 남(Nam)”이러면서 부르니까 “야, 니네들 똑바로 알아라. 내 성은 남궁이고 이름이 민수다. 성이 남이 아니라고”라며 윽박을 지르는데 통역기는 남궁민수가 이렇게 내뱉은 말들을 번역하지 못하고 오류를 낸다. ‘옥자’에서도 ‘동물해방전선’(ALF) 리더 제이가 미자와 대화를 할 때 통역가가 동원된다. 이때 제이는 대기업의 동물 착취를 고발하고자 슈퍼돼지 옥자를 활용하겠다는 플랜을 이야기한다. 이어 리더는 미자에게 “네가 싫다면 계획을 실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생각을 묻자 미자는 “난 싫다. 옥자를 데리고 바로 떠나겠다”고 했다. 문제는 통역가 케이가 “미자가 작전에 동의했다”고 정반대로 바꿔 거짓 통역을 하면서 불거진다. 미자 입장에선 배신당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 대화는 나중에 부메랑으로 돌아오는데 케이가 결국 “내가 작전 중단이 걱정돼 거짓 통역했다”고 자백하자 리더는 케이를 때리면서 “통역은 신성한 거다. 니가 우리 명성에 먹칠을 했다”고 나무랐던 걸 기억해볼 필요가 있다. 서로 언어가 다르고 소통 방식이 달라 이해를 완전히 못하면 필연적으로 오해가 생기고 왜곡이 된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곧 인물들의 행위와 선택에 영향을 준다. 그렇다면 이 소통은 어떤 테마와 이어지는가. 바로 어떤 상황에서 누구와 소통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기생충’에서 반지하에 살던 기택네 가족과 대저택에서 살던 동익네 가족이 서로 어떤 구도에 놓여 있었는지 뜯어 보는 작업 역시 테마와 연결된다. 또 ‘괴물’에서 정부가 괴생물체로 인해 신종 바이러스가 곳곳으로 퍼졌을지도 모른다면서 불안감을 조성했던 걸 떠올려 보자. 사실은 괴물이 문제였고 바이러스는 없었다. 정보의 차이가 발생한 셈이다. 한쪽에선 정보를 왜곡하거나 은폐하는데 그걸 모르는 다른 쪽에선 소통에 실패하니 자꾸만 부작용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렇게 영화 속에서 개체들이 서로 소통에 시행착오를 겪게 될 때 관객은 어떤 영향을 받을 수 있을까. 관객들은 그들의 눈빛이나 몸짓이나 감정 따위의 비언어적 표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더 집중해 살펴볼 수 있게 된다. 즉, 극에 대한 몰입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 봉준호 영화에서 ‘소통’이라는 키워드는 극 중 장르적인 재미를 풍성하게 해줄 뿐 아니라 영화가 품고 있는 지향점이나 목적지로 가는 데 도움을 주는 가이드 역할도 하고 있다. 미키가 관객과 소통하는 방법 ‘소통’이라는 키워드를 끌고 가다 보면 또 맞닥뜨리는 질문이 있다. 과연 미키는 관객과 어떻게 교류할까. 정답은 간단하다. ‘미키 17’이 선택한 형식에서 그 힌트를 발견할 수 있다. 영화의 첫 장면이 어떻게 시작했나. 어딘가에 쓰러져 있는 미키가 화면 가득 잡힌 채 누워 있다. 이때 중요한 건 미키가 내레이터로서 자신의 내면과 상황을 서술해 주고 있다는 점이다. 봉준호가 이 영화에서 보이스 오버(화면에 나타나지 않는 화자의 목소리가 표현되는 방식)를 도입한 이유는 무엇일까. ‘미키 17’의 원작 소설인 ‘미키 7’의 도입부에서 미키 반스는 자신의 심리를 직접 일인칭으로 서술한다. 그렇다면 영화도 소설의 구조를 아무 생각 없이 빌려온 것이라고 봐야 할까.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지점은 바로 ‘미키 17’이 성장 영화라는 것. 이 영화는 미키 1에서 출발해 수없이 죽고 살아나는 평범한 복제품 인간이 미키 17과 미키 18이 마주하는 우연한 사건을 거쳐 고유한 존재인 미키 반스로 거듭나는 여정을 그려냈다. 시작점과 종착점이 정해진 성장 영화인 만큼 살아남은 그 존재가 수많은 복제품 사이에서 유일한 인간으로서 자리매김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표현해야 한다. 그렇기에 영화 내내 미키가 자신의 내면을 스스로 끄집어내 고백하고 토해내는 방식은 그 자체로 미키의 성장이라는 주제와 맞닿아 있다. 미키가 직접 자신의 생각 및 감정을 관객과 나누고자 하니 관객 역시 그 여정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대신 자연스레 동참하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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