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 한국축구역사 새로썼다

한국축구가 반세기만에 월드컵 ‘첫승 갈증’을 해갈해 100년 축구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까지 통산 6번째, 5회연속 본선무대에 오른 한국의 월드컵역사는 결코 밝지 못했다. 54년 스위스 대회때 처음으로 본선무대를 밟은 이후 지난 프랑스월드컵까지 5개 대회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통산전적 4무10패의 초라한 성적표를 남겼었다. 한국전쟁의 포연이 채 가시지 않았던 54년은 한국이 월드컵 본선무대를 처음 밟으며 축구역사의 새로운 장을 연 해로 기록되고 있으나 그만큼 부끄러운 기록도 많았다. 한국은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일본을 1승1무로 제치고 본선티켓을 손에 넣었지만 열악한 교통수단 때문에 경기당일 새벽에야 개최국인 스위스에 가까스로 도착, 최악의 상태에서 헝가리에 0대9, 터키에 0대7로 대패했다. 스위스 대회이후 32년만인 86년 멕시코대회에서 다시 본선에 오른 한국은 차범근을 앞세워 ‘본선 1승’의 꿈을 실현하려 했으나 1차전부터 ‘축구신동’ 마라도나가 버티고 있는 아르헨티나를 만나면서 1승이 단지 꿈으로만 끝나게 됐다. 한국은 이 대회에서 1무2패를 기록했으나 박창선이 본선 1호골을 터뜨리며 불가리아와 1대1로 비기는 성과를 올렸다. 90년 이탈리아 대회에서 한국은 지역예선 무패의 자신감으로 덤볐지만 이번에는 벨기에, 스페인, 우루과이에 차례로 패하면서 3전 전패로 쓸쓸히 퇴장해야 했다. 4년 뒤 한국은 94년 미국 월드컵에서 첫승과 16강의 희망을 되찾았다. 최종예선에서 극적으로 일본을 따돌리며 본선무대에 오른 한국은 비록 1승과 16강 진출꿈이 다시 좌절됐지만 어느 때보다도 인상적인 경기를 펼쳐 16강에 가정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첫 상대인 스페인을 맞아 후반 초반에 2골을 허용하며 그대로 무너지는 듯 했으나 종료 5분을 남기고 홍명보와 서정원의 연속골로 2골을 만회, 2대2 무승부를 기록했다. 독일전에서는 전반에 3골을 먼저 내주며 야유를 받았으나 후반 투혼을 발휘하며 2대3으로 경기를 마무리짓고 16강 희망을 살려나갔지만 볼리비아와 득점없이 비기면서 2무1패로 다음 대회를 기약해야 했다. 지난 98년 프랑스 대회에서 한국은 다시 한번 첫승과 16강 진출의 야망을 품었지만 이번에는 감독이 중도에 물러나는 최악의 홍역을 치렀다. 멕시코와의 첫 경기에서 하석주가 사상 처음으로 선제골을 넣었지만 곧바로 퇴장당하면서 상승 분위기에 스스로 찬물을 끼얹어 1대3으로 패한 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네덜란드에 0대5로 참패, 감독 경질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다달았다. 이후 한국은 마지막 벨기에전에서 투혼을 발휘했으나 1대1 무승부를 기록하고 또다시 16강 진출의 꿈을 접어야 했다./월드컵 특별취재반

비바월드컵/죽음의 F조 ’16강 주판알’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에서 ‘죽음의 조’로 평가받는 F조의 ‘16강 방정식’이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1대1로 비긴 잉글랜드와 스웨덴이 나이지리아를 집중 공략의 표적으로 삼고 있지만 아르헨티나에 0대1로 패한 나이지리아 역시 이들 두팀을 뛰어넘어 16강이 겨루는 결승토너먼트에 진출하겠다며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2일 열린 조별리그 첫 경기 결과 아르헨티나가 일단 승점 3을 챙겨 가장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가운데 잉글랜드와 스웨덴이 나이지리아를 집중 포화의 표적으로 삼고 있다. 당초 마지막 순간까지 16강 티켓의 주인을 가리기 힘들 것으로 예상됐듯이 어느 경기도 결과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지만 잉글랜드와 스웨덴으로서는 일단 패배를 경험한 나이지리아를 무조건 1승 상대로 제쳐놓고 다른 경기에 신경쓸 정도다. 7일 고베에서 나이지리아와 먼저 맞붙는 스웨덴은 이 경기를 반드시 이겨 승점 4를 확보해놓고 다음 경기를 생각하자는 것이고 아르헨티나를 상대한 뒤 12일 오사카에서 나이지리아와 마지막 경기를 갖게 되는 잉글랜드 역시 나이지리아전은 승리한 것으로 계산하고 주판알을 두드리고 있다. 이들 두팀의 ‘공적’이 된 나이지리아는 그러나 이들과 전혀 다른 꿈을 꾸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우승후보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전·후반 내내 대등한 경기를 벌였고 제이제이 오코차와 누앙쿼 카누를 앞세운 공격력은 아르헨티나에 못잖은 것으로 평가받기에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자세다. 오히려 2일 경기 결과를 종합해볼 때 나이지리아가 스웨덴과 잉글랜드를 연파하고 ‘죽음의 조’를 2위로 탈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월드컵 특별취재반

비바월드컵/월드컵 ’티켓대란’ 확산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가로막을 수도 있는 ‘티켓 대란’과 무더기 공석사태의 파문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개막전에서 약 3천500석이 공석으로 남은데 이어 한·일 양국에서 지금까지 열린 경기들도 적게는 수천석에서 많게는 1만여석이 주인을 찾지 못한 채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개막전은 말할 것도 없고 ‘빅카드’로 평가됐던 잉글랜드-스웨덴전(사이타마),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전(가시마)까지 무더기 공석사태가 발생한데서 보듯이 앞으로도 티켓 대란이 계속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는 3일 이 문제와 관련, 월드컵한국조직위원회(KOWOC)로 하여금 국제축구연맹(FIFA)에 항의하고 입장권 해외판매 대행사인 바이롬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지시했다. 정부의 강경 입장은 입장권 판매차질로 경기당 10억원 정도의 직접적인 금전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국내팬들 사이의 여론 악화와 경기장에 대한 대외적 이미지 추락으로 성공적인 대회 개최라는 궁극적 목표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 즉 표를 구하지 못한 국내 축구팬들은 당장 정부나 조직위에 비난의 화살을 돌릴 가능성이 크고 전세계 축구팬들에게도 ‘맥빠진 대회’라는 인상을 줘 국가이미지까지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 한국에서 열리는 32경기의 입장권(142만2천841석)이 매진됐을 때의 수입금이 2천100억원으로 조직위 전체 수익의 40%인데 이같은 ‘티켓 대란’이 계속될 경우 수백억원의 차질의 불가피한 상황이다. FIFA와 양국 축구연맹은 이 문제와 관련해 2일 진상조사에 착수했으나 입장권인쇄와 판매 대행사인 바이롬사의 준비소홀이 근본적인 원인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월드컵 특별취재반

비바월드컵/오늘의 월드컵

벨기에-일본 운명건 ’한판승부’ 일본이 벨기에를 상대로 대망의 월드컵 1승에 도전한다.4일 오후 6시 사이타마에서 열리는 일본-벨기에 경기는 뚜렷한 강팀이 없어 ‘16강 후보 안개조’로 불리는 H조의 개막전. 일본은 반드시 승리해 16강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각오지만 상대가 6회 연속 본선무대를 밟은 전통의 강호인데다 일본의 전력 누수가 심해 경기가 뜻대로 풀릴지는 미지수다. 간판 스트라이커 다카하라가 엔트리에서 제외된 일본은 공격 2선의 오노가 맹장염에 걸려 가뜩이나 미덥지 못한 공격력에 구멍이 뚫린 상태. 수비도 난조에 빠져 수비수 3명이 미드필더들과 유기적으로 움직이던 철벽 방어체제가 지난달 노르웨이와의 평가전에서 무려 3골을 내주는 등 불안하기만 하다. 대회 직전 수비라인의 짜임새를 되찾기 위해 노장 나카야마와 아키라를 각각 공격과 수비에 투입, 투지와 노련미를 불어넣는 것으로 응급 처방을 했다. 현재 가장 유력시되는 필승카드는 핫토리. 트루시에 감독은 음보 음펜자의 오른쪽 침투에 대비, 체력이 떨어진 왼쪽 날개 오노를 반대편으로 돌리고 그 빈자리를 활동반경이 넓은 수비형 미드필더인 핫토리에게 맡겨 전체적인 밸런스를 유지하겠다는 복안이다. 미드필드에서 강력한 압박을 펼쳐 고공 패스를 앞세운 벨기에의 득점루트를 막고 플레이메이커 나카타의 창조적 플레이가 투톱 야나기사와 또는 니시자와, 스즈키의 유연한 몸놀림과 맞아떨어진다면 승산은 있다는 분석. 벨기에 역시 주장 마르크 빌모츠가 고질적인 왼무릎 통증으로 일본에 온 뒤로 훈련을 제대로 못했고 중앙 수비수 흘렌 데부크가 최근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 발목을 다친 뒤 되레 병을 키워 출전조차 불투명한 상태다. 이에 따라 벨기에의 베스트 11은 지난달 프랑스를 2대1로 꺾은 4-4-2 기본 전형의 라인업이 될공산이 크다. 헤르트 베르헤옌이 오른쪽 날개를 맡거나 스트라이커로 이동, 음보 음펜자나 빌모츠와 전방에서 호흡을 맞추며 수비는 데부크와 다니엘 반 보이텐을 중심으로 좌·우에 각각 니코 반케르코벤과 에리크 드플랑드르가 기용될 전망./월드컵 특별취재반 중-코스타리카 ’지면 끝장’ 배수진 ‘이 경기를 놓치면 16강 진출은 불가능하다’4일 오후 3시30분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중국-코스타리카의 C조 예선리그 1차전은 양팀에게 가장 중요한 한판이다. 세계 최강 브라질, 벅찬 상대 터키와 함께 C조에 편성된 중국과 코스타리카로서는 서로 상대방을 1승의 제물로 삼지 않으면 16강에 진출할 가능성이 없어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월드컵에 두번째 출전하는 코스타리카의 전력이 한 수 위로 보이지만 월드컵에 처녀출전하는 중국을 이끌고 있는 전략가가 다름아닌 보라 밀루티노비치 감독이라는 사실이 경기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게 만들고 있다. 밀루티노비치 감독은 지난 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 현재 코스타리카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는 알렉산데르 기마라에스를 선수로 두고 16강에 진출하는 돌풍을 일으킨 주인공으로 코스타리카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명장이다. 밀루티노비치 감독은 최근 “코스타리카 감독을 역임했다는 사실이 이번 경기에 잇점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이 말을 곧이 듣는 축구팬들은 없다. 중국이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치다가 속공에 약한 코스타리카의 약점을 파고 든다면 이변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다수의 코스타리카 수비수들이 단신이라는 사실은 헤딩슛을 선호하는 장신의 중국 공격진에게 ‘희소식’이다. ‘올해의 아시아선수’로 선정된 판즈이의 부상 회복 여부가 변수이지만 최근 판즈이가 미니게임에도 출전하고 있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중국의 최종수비진은 변함없이 든든할 것으로 보인다. 예전 스승의 그림자를 뛰어 넘어야하는 부담을 안고 있는 기마라에스 감독의 코스타리카는 탁월한 공격수 파울로 완초페와 롤란도 폰세카의 활약에 기대를 걸고 있다. 최근 무릎부상에서 완전하게 회복한 완초페는 192㎝의 장신이면서도 뛰어난 테크닉을 자랑하는 골잡이다. 또한 유기적인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든든한 포백은 중국의 스트라이커 하오하이둥과 양천에게 몰릴 패스를 쉽게 차단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다./월드컵 특별취재반

비바월드컵/홍명보 ’올리사데베, 족쇄 채우마’

‘노련함으로 올리사데베를 봉쇄하라’한국대표팀의 주장 홍명보(33)가 4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리는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 D조 첫 경기에서 폴란드의 특급 스트라이커 에마누엘 올리사데베(24)를 철저히 마크하라는 특명을 받았다. 최전방 스트라이커인 올리사데베는 폴란드 공격의 핵.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폴란드축구사상 처음으로 귀화했고 이 과정에서 폴란드 대통령까지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2000년 귀화 후 폴란드의 월드컵 유럽예선 9경기에 출전, 모두 8골을 터뜨리는 발군의 골감각을 보여 줘 16년만에 본선에 오른 폴란드의 옛 영광을 되살려 줄수 있을 것으로 폴란드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폴란드는 올리사데베를 최전방에 포진시킨 뒤 미드필드, 심지어는 수비진영에서 한 번에 이어지는 롱패스로 득점 기회를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그만큼 올리사데베의 개인기가 뛰어나 그에게 일단 연결만 되면 골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 나온 득점방정식이다. 이러한 기대에 맞게 올리사데베는 수비수 1∼2명 정도는 쉽게 따돌릴 수 있는 드리블 능력과 어떤 각도에서도 슈팅할 수 있는 동물적인 감각을 한껏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는 그만큼 올리사데베에게 의존하는 정도가 심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으며 그가 철저히 막히면 경기를 풀어가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거스 히딩크 감독은 올리사데베를 막을 비책을 홍명보에게 특별 주문하고 있다. A매치 최다출전기록 보유자이기도 한 홍명보의 노련함이라면 올리사데베를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이에 따라 홍명보는 폴란드의 A매치 비디오테이프를 보면서 올리사데베의 주된 돌파 루트와 순간적인 슛동작 등을 파악하는 데 신경을 집중해왔다. 또 중앙침투가 막힌 올리사데베가 측면으로 빠져 나가는 경우를 대비, 최진철, 김태영 등과 공동보조를 맞추기 위한 작전을 세워놓았다. 폴란드 국민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올리사데베와 한국축구의 역사를 새로 써 나가고 있는 홍명보의 ‘창-방패’ 대결 결과는 곧바로 팀의 승패로 연결될 전망이다./월드컵 특별취재반

비바월드컵/월드컵 이모저모

○…네티즌들은 한·일월드컵에서 우리나라 선수 가운데 첫 골을 넣을 선수로 안정환을 첫손에 꼽아. 인터넷 전ㅁ문이트 VIP(www.vip.co.kr)가 지난달 27일부터 3일까지 이용자 1만3천11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달 16일 스코틀랜드와의 평가전에서 2골을 기록한 안정환이 전체 응답자의 33.8%에 해당하는 4천433명으로부터 클릭. 또 잉글랜드전과 프랑스전에서 연속골을 넣은 박지성은 18.3%의 지지로 2위에 올랐으며 이천수(14.0%), 홍명보(10.4%), 황선홍(6.3%), 차두리(3.9%), 설기현(3.8%), 송종국(1.8%) 등이 뒤를 잇기도. ○…거스 히딩크 한국대표팀 감독이 훈련 도중 왼쪽 종아리를 다친 이영표(안양)의 상태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며 10일 미국전 출전도 불투명하다는 견해를 피력. 히딩크 감독은 3일 오전 폴란드전이 열리는 부산으로 이동하기 전 경주 현대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미드필드의 핵심 플레이어인 이영표의 부상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며 “오는 10일 미국전 출전도 지금으로서는 의심스러운 상황이어서 경주에 잔류토록 했다”고 설명.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 조별리그 D조에서 한국축구대표팀의 첫 경기인 폴란드와의 일전에 콜롬비아 출신의 변호사 심판이 그라운드의 판관으로 나설 예정. 한국-폴란드전에서 주심으로 휘슬을 물게 된 주심 오스카 루이스(33) 심판은 99년 멕시코 컨페더레이션스컵과 같은 해 파라과이 코파아메리카대회 등 풍부한 경기경험을 다져온 경력 8년차의 중견으로 축구장 밖에서는 변호사로서 날카로운 판단력을 발휘하는 포청천. ○…한국 대표팀은 3일 오전 11시께 버스편으로 4일 폴란드와의 첫 경기가 열리는 부산으로 이동해 숙소인 매리어트호텔에 여장을 풀고 오후 6시께 경기장소인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적응훈련을 실시. 한편 이에 앞선 오후 3시께 이용수 협회 기술위원장 등 대표팀 관계자들은 양팀 매니저미팅에 참석, 선수들이 입을 유니폼을 결정.

비바월드컵/무승의 역사.. 이번엔 한 푼다

“이날을 위해 48년을 기다렸다”한국축구가 패배와 실망, 승리와 환희가 뒤엉킨 축구사에 한 획을 긋기 위한 대장정에 돌입한다. 4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펼쳐질 2002 한·일월드컵축구 본선 D조리그 폴란드와의 경기에서 한국은 54년 스위스월드컵 이후 단 한차례도 이루지 못했던 첫 승을 위해 지금까지 쌓아왔던 실력을 한꺼번에 쏟아 붓는다. 처음 출전했던 스위스대회에서 참담한 패배를 당했던 한국축구는 열악한 기반시설속에서도 86년 멕시코대회이후 5차례나 빠짐없이 본선에 진출했다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성과를 올려왔다. 하지만 한국축구는 이제 ‘아시아의 맹주’라는 허울을 벗어던지고 세계무대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있다. 한국은 96년 일본과의 2002 월드컵축구 공동개최권을 따냈고 7개의 축구전용경기장을 새로 건립하는 등 역대 개최국에서 유래를 찾아 보기 힘들 정도로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또 경기력면에서도 2001년 네덜란드 출신의 명장 거스 히딩크를 영입, 사령탑으로 내세웠고 선진 축구를 익히기 위해 유망 선수들을 해외에 보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이 순탄하게만 진행된 것은 아니다. 세계 강호들과의 많은 대결을 고집한 히딩크 감독은 지난 해 프랑스와 체코에 각각 0대5로 패하는 수모를 당했고 새 감독의 전술에 선수들이 적응하는데도 적지 않은 시행착오가 따랐다. 하지만 한국대표선수들은 이 모든 고난을 이겨내고 체력과 전술면에서 어느 팀과 만나더라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찾았다. 히딩크의 조련으로 후반 이후에 급격히 떨어지던 체력은 이제 세계 정상급으로 올라왔고 체력을 바탕으로 상대 공격수를 압박하는 수비는 최근 열린 평가전에서 잉글랜드와 프랑스를 곤혹스럽게 했다. 이제 한국축구는 비약적인 발전이냐, 다시 4년 후를 기약하느냐라는 기로에서 결전을 기다리고 있다./월드컵 특별취재반

월드컵 스타/쿠아우테모크 블랑코(멕시코)

멕시코의 구세주 쿠아우테모크 블랑코(29·스페인 바야돌리드)의 ‘쿠아테미나’가 이번에는 크로아티아의 ‘발칸바람’을 잠재웠다. 쿠아테미나는 양 발에 공을 낀 채 수비수 사이를 뛰어넘는 블랑코만의 드리블묘기. 4년 전 프랑스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도 이 기술로 한국 수비진을 농락,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었다. 4년이 흘러 3일 니가타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 G조 개막전에서도 블랑코의 개인기는 위력을 발휘했다. 다만 이번에는 한 발이었다. 아크 정면에서 공을 낚아챈 뒤 날쌔게 골지역으로 치고들어가면서 페널티킥과 수비수 퇴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낸 것. 블랑코는 직접 페널티킥을 차넣어 팀에 1대0 승리를 안기면서 멕시코의 3회 연속 16강 진출에 파란불을 켰다. 사실 블랑코는 이번 월드컵에 초대받지 못할 뻔 했다. 월드컵 북중미지역 최종예선 막판 부상에서 복귀해 4경기에서 5골을 몰아치며 멕시코를 탈락의 벼랑에서 구했지만 처우 문제로 협회와 갈등을 빚다 대표팀에서 제외됐던 것. 그러나 협회는 국민들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4개월만에 블랑코를 다시 불러들였고, 그는 이날 프랑스월드컵 4강 신화에 빛나는 크로아티아전에서 활약함으로써 팬들에게 진 빚을 갚은 셈이 됐다. 블랑코의 이날 골은 A매치 76회 출전에 17호골.

이탈리아 ”그명성 그대로”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가 비에리를 앞세워 월드컵에 처녀 출전한 에콰도르를 꺾고 첫승을 신고했다. 이탈리아는 3일 일본 삿포르돔경기장에서 열린 G조 예선리그 첫 경기에서 전반 2골을 비록한 스트라이커 비에리의 활약에 힘입어 에콰도르를 2대0으로 따돌렸다. 첫 골은 전반 7분 이탈리아 토티-비에리 콤비에 의해 터졌다. 토티가 우측 페널티 지역을 파고 들다 아크서클 정면으로 달려들던 비에리에게 땅볼로 밀어준 것을 비에리가 왼발로 강슛, 에콰도르의 골네트를 갈랐다. 선제골을 뽑아낸 이탈리아는 에콰도르의 파상 공격을 특유의 빗장수비로 잘 막아낸 뒤 27분 비에리가 골키퍼까지 따돌리고 두번째 골을 뽑아냈다. 후방에서 한번에 넘어온 볼을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잡은 비에리가 수비 한명을 제치며 왼발 슛한 것이 골키퍼 몸을 맞고 골대쪽으로 흐르자 재차 달려들며 왼발로 가볍게 밀어넣으며 2대0으로 전반을 마쳤다. 후반들어 이탈리아는 공격의 주도권을 에콰도르에 빼앗기는 듯 하면서도 후방에서 한번에 찔러주는 기습공격으로 상대 수비를 뒤흔들었다. 7분과 10분 에콰도르 멘데스와 찰라에게 잇따라 슛을 허용한 이탈리아는 기습적인 역습으로 11분과 16분 톰마시와 비에리가 상대 허를 찌르는 중거리 슛을 날렸으나 골키퍼 선방으로 득점과 연결시키지는 못했다./월드컵 특별취재반

”오∼ 블랑코” 멕시코 첫승

북중미의 강호 멕시코가 지난 대회 3위팀 크로아티아를 꺾고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 서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아즈텍 전사’ 멕시코는 3일 일본 니가타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G조 첫 경기에서 쿠아우테모크 블랑코의 페널티킥을 끝까지 지켜 크로아티아에 1대0으로 승리했다. 첫 경기에서 승점 3을 따낸 멕시코는 이탈리아와의 조 1∼2위 다툼에 본격 불을 댕겼고 크로아티아는 자력으로 결승토너먼트에 오르기 위해서는 남은 두 경기를 모두 따내야 안심할 수 있는 절박한 처지가 됐다. 멕시코는 ‘두 발목 사이에 공을 끼워넣고 껑충 뛰는’ 독특한 플레이로 유명한 블랑코가 좌우 측면을 오가며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고 31분 블랑코가 코너킥을 문전 헤딩슛, 크로아티아 골문을 위협했다. 득점없이 전반을 비긴 멕시코는 후반 교체 투입된 크로아티아의 밀란 라파이치의 공수 조율에 한 때 주춤하기도 했지만 후반 16분 페널티킥으로 결승골을 뽑아냈다. 블랑코가 월 패스로 문전 쇄도하던 중 크로아티아 지브코비치가 깊은 태클로 이를 차단하다 레드카드를 받은 것. 페널티킥을 얻어낸 블랑코는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멕시코는 이번 대회 1호 퇴장으로 지브코비치가 그라운드를 떠나 10명으로 싸운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추가골을 노렸으나 ‘투혼’으로 뭉친 상대 수비에 번번이 막혀 추가골을 얻는데는 실패했다. 98프랑스월드컵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크로아티아는 뚜렷한 플레이메이커 부재속에 슈케르와 알렌 복시치가 멕시코 수비에 꽁꽁 묶여 위협적인 공격을 보이지 못한 데다 지브코비치마저 퇴장당해 추격할 힘을 잃었다./월드컵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