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별리그 E조 판도의 윤곽이 5일 이바라키 가시마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독일-아일랜드전에서 드러난다. 사우디아라비아를 8대0으로 대파한 독일은 이 경기에서 승리하면 승점 6으로 이번 월드컵 참가팀중 16강 진출을 사실상 가장 먼저 결정짓는다. 카메룬과의 경기에서 1대1로 비긴 아일랜드는 갈길이 바쁘다. 독일에 이기든지 최소한 비겨야 결승토너먼트 진출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독일은 사우디전에서 스타로 떠오른 클로세와 193㎝의 거구 양커를 투톱으로 세우고 발라크, 치게, 슈나이더 등이 2선에 포진, 아일랜드에 융단폭격을 퍼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클로세는 사우디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 아일랜드전에서 추가골을 터뜨릴 경우 득점왕 후보 0순위를 확보할 수 있다. 당초 유력한 득점왕 후보였으나 사우디전에서 1골로 부진했던 스트라이커 발라크가 얼마나 선전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이에 맞서는 아일랜드도 결코 약팀은 아니다. 지난 1일 아프리카의 최강자인 카메룬과의 경기에서 먼저 한 골을 내준뒤 오히려 투지와 조직력이 살아나 동점골을 뽑아내는 저력을 보였다. 비록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신예 스트라이커인 로비 킨은 뛰어난 개인기와 빠른 발을 앞세운 박력있는 문전돌파로 여러차례 결정적인 슈팅을 날리는 등 내분을 일으켰다가 팀에서 쫓겨난 로이 킨의 빈자리를 훌륭하게 메웠다. 큰 키와 힘을 앞세운 독일의 고공축구에 대해서도 아일랜드는 충분한 대비를 하고 있다. 선수들이 대부분 영국의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고 몸싸움에 능한데다 독일축구에 대해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사우디 선수들처럼 지레 주눅이들지도 않을 것이다./월드컵 특별취재반
“코와 무릎도 분간하지 못했다” 지난 3일 브라질-터키전에서 애매한 판정으로 ‘역사의 물줄기’를 되돌린 한국인 김영주(45) 심판이 국제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 공동 개최국인 일본은 물론 브라질 언론까지 김씨의 경기진행이 매끄럽지 못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4일 “히바우두가 심판을 속여 스포츠맨십을 퇴색시켰고 한국인 주심 김영주는 코와 무릎도 구분하지 못했다”고 개탄했다. 이 신문은 “히바우두는 하칸 윈살이 찬 볼에 다리를 맞았음에도 마치 얼굴을 맞은 것처럼 쓰러져 주심을 완전히 속였다”고 지적하고 “이번 대회가 월드컵이기 때문에 할리우드액션은 속임수로 간주돼야 한다”며 국제축구연맹(FIFA) 차원의 대응 조치를 촉구했다. 터키에 2대1로 역전승한 브라질의 오글로부 TV도 김씨의 페널티킥 판정에 대해 시비를 제기했다. 오글로부는 “우리는 분명 이겼지만 판정에는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고 시인하고 “FIFA가 중요한 첫 경기에 경험이 부족한 심판을 주심으로 기용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일본 언론도 터키 선수 2명을 퇴장시키고 브라질 선수들의 과장된 몸짓을 잡아내지 못한 김 주심의 판정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아사히신문과 스포츠호치 등 대부분 일본 언론들은 “우리는 심판을 지배하지 못했으며 판정에는 정의가 없었다”는 셰놀 귀네슈 터키 감독의 말을 인용, 보도하면서 문제점을 부각시켰다./월드컵 특별취재반
북중미의 강호 코스타리카가 ‘만리장성’을 넘어 조 선두에 나섰다. 코스타리카는 4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로날드 고메스가 1골, 1도움으로 맹활약한 데 힘입어 처녀 출전한 중국을 2대0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코스타리카는 전날 터키를 2대1로 꺾은 브라질과 나란히 승점 3을 기록했으나 골득실에서 앞서 조 선두가 됐다. 스코어는 코스타리카의 완승이었지만 경기 내용은 전반적으로 실망스러웠다. 코스타리카는 전반 20분 마우리시오 솔리스가 상대 수비와의 볼다툼 끝에 골키퍼와 1대1로 맞서는 결정적 골 찬스를 맞았으나 골지역 오른쪽에서 때린 슈팅이 골키퍼에 막혔다. 결정적인 선제골 기회를 아쉽게 무산시킨 코스타리카는 전반을 득점없이 마친 뒤 후반 16분에야 선제골을 기록했다. 고메스가 아크 부근에서 힐패스로 완초페에게 찔러주었고 패스를 받은 완초페의 슈팅이 수비벽에 막혀 흘러나오는 것을 고메스가 왼발 인프런트 킥으로 침착하게 그물에 꽂았다. 코스타리카는 선제골에 중국 수비진이 급격히 흔들리자 4분만에 추가골을 터뜨렸다. 왼쪽 코너킥을 완초페가 페널티지역 왼쪽에 자리잡고 있던 고메스에게 패스하자 고메스는 수비수 한 명을 제친 뒤 골지역 왼쪽에서 문전으로 띄웠고 이를 마우리시오 라이트가 헤딩슛, 팀의 두번째 골을 기록했다. 코스타리카는 경기 종료직전 고메스가 상대 골키퍼까지 제치는 완벽한 골찬스를 무산시켜 추가골을 얻는데 실패했다. 중국은 경기 초반 적극적인 공세를 펴며 대등하게 맞섰으나 플레이메이커 부재와 후반 급격한 체력 하락으로 기대밖의 졸전을 펼쳤다./월드컵 특별취재반
벨기에에 선취골을 내준 뒤 서서히 밀리기 시작하던 일본이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힘을 준 스즈키 다카유키(26)는 야성미 넘치는 일본의 차세대 스트라이커. 스즈키는 4일 사이타마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 H조 조별리그 경기에서 후반 12분 벨기에에 한 골을 허용하자 곧바로 2분 뒤 상대 골키퍼를앞에 놓고 투혼 넘치는 슬라이딩슛으로 동점골을 뽑아냈다. 이처럼 빨리 동점골이 터지지 않았더라면 일본은 계속해서 분위기가 처지면서 패할 위기를 맞을 수 있었기에 이번 대회 일본의 첫 골이자 그의 월드컵 데뷔 골은 값진 것이었다. 스즈키의 동점골로 상승세를 탄 일본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나모토 준이치가 역전골까지 터뜨리는 등 급상승세를 탔으나 막판 재동점골을 허용한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컵 카메룬과의 경기에서 2골을 몰아넣으며 자질을 보인 그는 일본 프로축구의 명문 가시마 앤틀러스 소속으로 이번이 첫 월드컵 본선 무대. 182㎝, 75㎏의 건장한 체구를 바탕으로 몸싸움이 뛰어나고 1대1 돌파 능력 또한 수준급인데다 공에 대한 집착력이 무서울 정도여서 이른바 ‘킬러’의 자질을 고루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해 4월25일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처음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었으며 A매치 10게임에 출전, 3골을 잡아냈다.
터키와의 경기에서 ‘시뮬레이션’으로 터키 수비수의 퇴장을 유도한 브라질의 간판 공격수 히바우두가 징계 위기에 몰렸다. 국제축구연맹(FIFA) 키스 쿠퍼 대변인은 4일 “상벌위원회가 브라질-터키 경기에서 히바우두가 ‘과장된’ 반응을 보인 것에 대해 검토중”이라며 “상벌위원회가 제재여부를 결정하게 되면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히바우두는 전날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조별리그 C조 터키와의 경기에서 경기 종료 직전 코너킥을 준비하는 도중 하칸 윈살이 신경질적으로 차준 공에 무릎을 맞았는데도 갑자기 얼굴을 감싼 채 쓰러져 하칸의 퇴장을 유도했다. 이와 관련 히바우두는 “볼은 얼굴이 아닌 무릎에 맞은 것이 사실이다. 과장된 행동을 한 것은 미안하지만 축구 경기에서는 흔한 일”이라고 인정했다. 히바우두는 또 “볼을 찬 하칸의 행동은 분명히 잘못됐고 얼굴이 아닌 무릎을 맞혔더라도 퇴장감”이라고 덧붙였다. 하칸은 이에 앞서 옐로카드를 받았던 상황이었고 히바우두에게 비신사적으로 공을 차주어 두번째 경고를 받아 퇴장당했다.
○…광주구장의 경비를 맡고 있는 월드컵조직위와 경찰은 이날 경기가 별다른 소동없이 종료되자 안도해 하는 모습. 조직위와 경찰은 이날 중국에서 불법단체로 규정한 파룬궁(法輪功) 수련생들이 경기장내에서 불법시위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신경을 바짝 곤두세웠으나 별다른 소요없이 경기가 끝나자 긴장을 쓸어내리는 모습이 역력. ○…이날 중국과의 경기에서 승리한 코스타리카 응원단 1천여명은 한동안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 빨간 티셔츠 차림을 한 채 경기장 남쪽 스탠드에 자리한 코스타리카 응원단은 경기 휘슬이 울리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자국 국기를 흔들면서 환호성을 질렀고 북소리에 맞춰 ‘비바 코스타리카’를 연호하기도. ○…경기 시작 전 일본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필립 트루시에 감독이 껌을 질겅질겅 씹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눈총. 트루시에 감독의 이러한 모습은 일본 선수와 관중들이 경건한 표정으로 국가를 따라 부른 것과는 크게 대조를 이뤄 반감을 사기도. ○…일본과 벨기에의 첫 경기가 열린 사이타마월드컵경기장은 푸른색 물결로 넘실. 사이타마경기장에 일본팀의 첫 경기를 보기 위해 입장한 6만4천여 일본 관중들은 약속이라도 한듯이 대부분 일본팀 유니폼을 입고와 유니폼을 입지 않은 사람을 찾기가 힘들었고 얼마 되지 않은 벨기에 응원단의 유니폼이 푸른색 천위의 붉은 점처럼 선명하게 드러날 정도.
주문한 대로 최선을 다해 승리해준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나와 선수 모두 지쳐 있지만 매우 행복하다. 초반에는 선수들이 다소 긴장했으나 상대 투톱을 묶으며 자신감을 되찾아 공격의 주도권을 쥐며 우리 페이스 대로 경기를 운영할 수 있었다. 노장 황선홍과 홍명보, 유상철 등의 활약이 어린 선수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더 많은 골을 넣을 수도 잇었지만 선수들이 다소 흥분해 슛을 남발했다. 미국과의 2차전까지는 닷새가 남아있기 때문에 우선 휴식을 취하면서 승리를 만끽하고 평소처럼 훈련을 해 다음 경기를 대비하겠다. 한경기 한경기 자만하지 않고 그동안 연습해온 전술을 펼쳐 16강에 오르도록 하겠다. 앞으로 남은 미국과 포르투갈 모두 만만한 팀이 아니다. 이들 두팀에 대한 전력을 철저히 분석, 필승 대책을 마련하겠다.
O…한국과 폴란드의 경기가 열린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는 김대중 대통령 부처와 폴란드의 알렉산드르 크바시니예프스키 대통령 등이 관전. 또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과 이사 하야투 FIFA 부회장, 정몽준·이연택 월드컵한국조직위원회 공동위원장도 동석. O…경기장 입장을 앞둔 한국과 폴란드 응원단은 경기장 곳곳에서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금방 기념 사진을 찍고 이메일 주소를 주고받는 등 절친한 모습을 보여 눈길. 입장시작전 1시간30분가량 계속된 응원전에서 양팀 응원단은 ‘파이팅 꼬레아’와 ‘폴스카 골라’를 목이 터져라 외쳤는데 입장이 시작되자 서로 얼싸안으며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했고 한국팀을 응원하러 왔다는 한 프랑스 관광객은 태극기와 프랑스국기로제작한 응원깃발을 흔들며 붉은악마와 어울어져 장외 응원전을 펼쳐. O…한국과 폴란드 대표팀의 경기가 열리는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주변에는 경기시작 6시간전부터 붉은 악마의 응원복인 ‘비더레즈(Be the Red’s)’를 입은 열성 축구팬들이 몰려들면서 온통 붉은 물결. 이날 경기장에 들어갈 붉은악마 응원단 4천여명도 오후들면서 삼삼오오 짝을 지어 경기장에 도착, 경기장 주변을 축제분위기로 만들었고 미처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붉은악마와 KTF응원단 3천여명도 부산역플라자와 해운대 부산빌리지 등 대형스크린이 설치된 곳에 모여 대표팀을 응원. O…폴란드전에서 첫 골을 기록한 황선홍이 고통스런 표정으로 교체된데 이어 추가골의 주인공 유상철이 들것에 실려나와 교체되자 경기장을 찾은 팬들이 걱정. 황선홍은 후반 5분께 안정환과 교체됐는데 벤치에 들어오자 마자 상의를 들어올린 채 고통스런 표정으로 허리에 붕대를 맸고 유상철도 15분께 들것에 실려 나오며 이천수와 교체. O…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한국-폴란드전을 관전한 김대중 대통령도 한국응원단의 복장과 같은 붉은 모자와 응원 머플러를두르고 참석해 한국팀을 열심히 응원. 특히 후반 8분 유상철이 두번째 골을 넣자 김 대통령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두 주먹을 불끈쥐고 환호. ○…거스 히딩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그라운드로 나가 선수들을 부둥켜 안고 기쁨을 만끽한 뒤 경기장을 나서며가진 플래시인터뷰(토막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피력. 히딩크 감독은 비교적 차분한 표정으로 “매우 지쳐있지만 복하다. 선수들이 매우 자랑스럽고 팬들의 성원도 큰 힘이 됐다”며 미국과의 2차전 계획을 묻는 질문에 “닷새가 남아있다. 우선 휴식을 취하면서 승리를 만끽하겠다. 그리고 평소처럼 훈련을 해 다음 경기를 대비하겠다”고 설명./월드컵 특별취재반
‘이겼다’월드컵 본선에서 14차례나 싸워 한번도 외쳐보지 못한 환호가 마침내 터졌다. 그리고 온 국민이 그토록 갈망하던 월드컵 본선 1승의 숙원이 마침내 풀렸다. 4일 밤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경기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길게 울리는 순간 전국은 감격의 환호로 들썩였다. 경기장 관중석을 가득 메운 5만4천여명의 ‘붉은 물결’은 파도보다 더 높고 격렬하게 승리의 찬가를 불렀다. 무려 48년 동안 풀지 못했던 숙원이었다. 지난 54년 스위스월드컵 본선에서 9점차 대패로 시작된 한국의 월드컵 본선 도전사에 ‘1승’의 글귀를 새겨넣는데 걸린 세월은 너무나 길고 지루했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98년 프랑스 월드컵까지 본선 5차례 거둔 10패 4무승부의 초라한 성적표를 1승 10패 4무승부로 고쳐썼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아직 경기를 치르지 않은 포르투갈, 미국 등에 앞서 조 선두로 나섰으며 더 큰 목표인 16강 진출의 희망을 활짝 열어젖혔다. 특히 한국은 전통적으로 약점을 보였던 유럽팀과의 경기에서 압도적인 플레이를 펼쳐 앞으로 미국,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커다란 자심감을 얻는 효과도 누렸다. 한국은 내친 김에 오는 10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미국을 맞아 본선 2연승까지 노린다는 각오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예상대로 황선홍을 최전방에, 설기현과 박지성을 좌우 날개공격수로 배치, ‘삼각 편대’를 출격시켰고 침착함이 돋보이는 이운재에게 골문을 맡겼다. 경기 시작과 함께 폴란드의 거센 공세와 큰 경기 부담으로 둔하게 움직이던 한국은 설기현의 헤딩슛을 전환점으로 삼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폴란드의 초반 기세를 잘 막아내고 골문을 두드린 한국은 26분만에 ‘황새’ 황선홍의 왼발에서 선제골을 엮어냈다. 스로인한 볼을 설기현이 되차주자 이을용이 이를 받아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폴란드 수비전형을 훑어본 뒤 황선홍 쪽으로 살짝 찔러주었고 황선홍이 멋진 왼발 발리슛으로 그물에 꽂았다. 한 템포 빠른 황선홍의 발리 슛에 세계 최정상급 골키퍼 예지 두데크가 손을 뻗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태극전사들은 이어 후반 8분 유상철이 깨끗한 중거리포로 추가골을 터뜨려 사실상 이날의 승부를 갈랐으며, 승리를 예감한 5만4천여 관중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포효했다. 한편 H조의 일본은 강호 벨기에를 맞아 2대2로 무승부를 기록, 그런대로 무난한 출발을 보였으나 사상 첫 본선에 진출한 C조의 중국은 코스타리카에 0대2로 무너져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월드컵 특별취재반
폴란드와의 첫 경기에서 선제골을 터트린 ‘황새’ 황선홍(34·가시와 레이솔)은 지난 14년간 한국을 대표하는 스트라이커. 태극마크를 처음 단 지난 88년부터 14년간 대표팀의 간판 스트라이커로 활약해온 황선홍은 아쉬움으로 점철된 한국의 월드컵 도전사 속에 ‘골결정력 부족’의 십자가를 홀로 지다시피 했다. 하지만 황선홍은 A매치 96회 출장, 50골이라는 수치에서 보듯 2경기당 1골 이상을 넣는 ‘정상급’ 페이스를 유지해왔고 자신의 4번째 월드컵인 이번 대회에서 환희와 좌절이 교차했던 축구인생의 마지막 불꽃을 태울 준비를 해 왔다. 특히 황선홍은 최근 후배들의 앞길을 터주기 위해 이번 월드컵이 끝난후 대표팀 유니폼을 반납키로 결정해 팬들로부터 칭송의 대상이 됐고 후배들에게는 승리를 부추기는 무한한 자극제였다. 황선홍은 90년 이탈리아월드컵과 94년 미국월드컵에 잇따라 출전하며 정상의 길을 걸었지만 프랑스월드컵 직전에 치른 중국과의 평가전에서 무릎을 다치는 바람에 엔트리에 들고도 경기에는 나서지 못하는 좌절을 맛봤다. 당시 그의 나이 서른. 축구선수로는 전성기를 막 넘어 하향세로 접어들 나이였지만 그는 98년 7월 포항에서 일본프로축구 J리그의 세레소 오사카로 이적하면서 선수생활의 일대 전기를 맞았다. 지난 99년 J리그 득점왕에 올랐던 황선홍은 일본에서의 꾸준한 활약을 발판으로 34세의 나이에도 대표팀에서 가장 확실한 스트라이커로 평가받으며 월드컵 주전자리를 예약했다. 히딩크 감독 취임 후 황선홍은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2골을 넣어 한국의 2승을 견인했고 지난 3월 핀란드전에서 길디 긴 골가뭄을 해갈하는 2골을 작렬시켜 대표팀의 ‘킬러’임을 입증했다. 위치선정, 헤딩, 문전에서의 파괴력, 찬스메이킹 능력 등 스트라이커로서의 자질을 두루 갖췄다는 평을 받는 황선홍은 최전방 원톱은 물론 플레이메이커 역할에 가까운 ‘처진 스트라이커’까지 폭넓은 활용도로 히딩크 감독의 신임을 받았다. 한국축구의 숙원인 16강 진출의 신호탄을 쏜 황선홍은 한국 축구사에 길이 남을 ‘스트라이커의 교본’으로 자리할 전망이다./월드컵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