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으로 읽는 ‘미키 17’ [영화와 세상사이]

지난 2월 말,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최신작 ‘미키 17’을 세상에 내놓았다. 여러모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지만 사실 이 영화를 뜯어보고 음미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어렵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키 17’은 ‘봉준호 월드’의 최신 확장·개정판일 뿐이다. 다시 말해 여기서 관객들이 ‘새로움’을 찾아내기 힘들다는 것. 봉준호의 세계는 발전과 변주를 거듭해 왔다. 즉, 이제는 장편 데뷔작인 ‘플란다스의 개’나 엔딩의 여운을 남겼던 ‘설국열차’에서 보여줬던 번뜩임과 궁금증은 다소 옅어졌고, 어느덧 안정 궤도에 접어든 익숙함과 반가움만이 맴돌고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누구와 어떻게 ‘소통’하는가 이제 필요한 질문이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그의 작품을 보며 떠올렸을 법한 궁금증이다. 과연 ‘봉준호 영화’라고 하면 어떤 것들이 떠오르는가. 삑사리, 블랙코미디, 계급우화, 사회비판…. 여러 키워드가 있겠지만 이런 점들을 하나로 묶어 주는 핵심 키워드가 있다면 그건 바로 ‘소통’이라 정의하고 싶다. 즉, 봉준호의 영화는 어떻게 소통할지 방법을 찾고, 그 소통의 성공과 실패 여부를 따져보고, 이어지는 소통의 결과가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지켜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미키 17’은 봉준호의 필모그래피에서 어떤 위치에 놓일까. 직접 비교를 하면 ‘설국열차’와 ‘옥자’를 나란히 놓고 보는 편이 좋겠다. 세 편의 작품 모두 한국인들이 한국어만 사용해 소통하지 않고 외부의 존재들과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순간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설국열차’는 국적과 인종이 뒤섞이는 상황이었고 ‘옥자’에서는 여기에 더해 동물과의 소통 문제를 끌어들였고 ‘미키 17’에서 인간은 외계 행성에서 아예 다른 종족인 크리퍼까지 마주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미키 17’에서 주인공 미키가 마미 크리퍼와 개선된 통역기로 소통하는 장면이 특히 중요하게 다가온다. 앞서 마미 크리퍼는 자신들이 내는 소리가 인간의 머리를 터뜨릴 수 있다고 겁을 줬지만 사실 이게 전부 거짓이었다는 점이 이 구간에서 밝혀진다. 그러자 미키가 “너희 종족도 허풍을 떨 줄 안다니 어이가 없다”며 헛웃음을 짓고 허탈감을 드러낸다. 이처럼 다른 종족 간의 차이와 접점을 인지하는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소통의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 봉준호 영화를 움직이는 동력 역시 이런 소통 과정을 담아내는 데 있다. 앞서 ‘설국열차’에서도 봉준호는 이런 장치들을 십분 활용했다. 열차의 보안책임자인 남궁민수는 한국인이고 영어를 잘 모르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와 서양인들이 대화할 때 서로 통역기가 필요했던 걸 기억해 보자. 이때 흥미로운 건 남궁민수가 커티스 일행을 향해 짜증을 냈다는 점이다. 커티스 에버렛이 자꾸 남궁민수를 향해 “냄, 남(Nam)”이러면서 부르니까 “야, 니네들 똑바로 알아라. 내 성은 남궁이고 이름이 민수다. 성이 남이 아니라고”라며 윽박을 지르는데 통역기는 남궁민수가 이렇게 내뱉은 말들을 번역하지 못하고 오류를 낸다. ‘옥자’에서도 ‘동물해방전선’(ALF) 리더 제이가 미자와 대화를 할 때 통역가가 동원된다. 이때 제이는 대기업의 동물 착취를 고발하고자 슈퍼돼지 옥자를 활용하겠다는 플랜을 이야기한다. 이어 리더는 미자에게 “네가 싫다면 계획을 실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생각을 묻자 미자는 “난 싫다. 옥자를 데리고 바로 떠나겠다”고 했다. 문제는 통역가 케이가 “미자가 작전에 동의했다”고 정반대로 바꿔 거짓 통역을 하면서 불거진다. 미자 입장에선 배신당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 대화는 나중에 부메랑으로 돌아오는데 케이가 결국 “내가 작전 중단이 걱정돼 거짓 통역했다”고 자백하자 리더는 케이를 때리면서 “통역은 신성한 거다. 니가 우리 명성에 먹칠을 했다”고 나무랐던 걸 기억해볼 필요가 있다. 서로 언어가 다르고 소통 방식이 달라 이해를 완전히 못하면 필연적으로 오해가 생기고 왜곡이 된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곧 인물들의 행위와 선택에 영향을 준다. 그렇다면 이 소통은 어떤 테마와 이어지는가. 바로 어떤 상황에서 누구와 소통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기생충’에서 반지하에 살던 기택네 가족과 대저택에서 살던 동익네 가족이 서로 어떤 구도에 놓여 있었는지 뜯어 보는 작업 역시 테마와 연결된다. 또 ‘괴물’에서 정부가 괴생물체로 인해 신종 바이러스가 곳곳으로 퍼졌을지도 모른다면서 불안감을 조성했던 걸 떠올려 보자. 사실은 괴물이 문제였고 바이러스는 없었다. 정보의 차이가 발생한 셈이다. 한쪽에선 정보를 왜곡하거나 은폐하는데 그걸 모르는 다른 쪽에선 소통에 실패하니 자꾸만 부작용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렇게 영화 속에서 개체들이 서로 소통에 시행착오를 겪게 될 때 관객은 어떤 영향을 받을 수 있을까. 관객들은 그들의 눈빛이나 몸짓이나 감정 따위의 비언어적 표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더 집중해 살펴볼 수 있게 된다. 즉, 극에 대한 몰입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 봉준호 영화에서 ‘소통’이라는 키워드는 극 중 장르적인 재미를 풍성하게 해줄 뿐 아니라 영화가 품고 있는 지향점이나 목적지로 가는 데 도움을 주는 가이드 역할도 하고 있다. 미키가 관객과 소통하는 방법 ‘소통’이라는 키워드를 끌고 가다 보면 또 맞닥뜨리는 질문이 있다. 과연 미키는 관객과 어떻게 교류할까. 정답은 간단하다. ‘미키 17’이 선택한 형식에서 그 힌트를 발견할 수 있다. 영화의 첫 장면이 어떻게 시작했나. 어딘가에 쓰러져 있는 미키가 화면 가득 잡힌 채 누워 있다. 이때 중요한 건 미키가 내레이터로서 자신의 내면과 상황을 서술해 주고 있다는 점이다. 봉준호가 이 영화에서 보이스 오버(화면에 나타나지 않는 화자의 목소리가 표현되는 방식)를 도입한 이유는 무엇일까. ‘미키 17’의 원작 소설인 ‘미키 7’의 도입부에서 미키 반스는 자신의 심리를 직접 일인칭으로 서술한다. 그렇다면 영화도 소설의 구조를 아무 생각 없이 빌려온 것이라고 봐야 할까.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지점은 바로 ‘미키 17’이 성장 영화라는 것. 이 영화는 미키 1에서 출발해 수없이 죽고 살아나는 평범한 복제품 인간이 미키 17과 미키 18이 마주하는 우연한 사건을 거쳐 고유한 존재인 미키 반스로 거듭나는 여정을 그려냈다. 시작점과 종착점이 정해진 성장 영화인 만큼 살아남은 그 존재가 수많은 복제품 사이에서 유일한 인간으로서 자리매김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표현해야 한다. 그렇기에 영화 내내 미키가 자신의 내면을 스스로 끄집어내 고백하고 토해내는 방식은 그 자체로 미키의 성장이라는 주제와 맞닿아 있다. 미키가 직접 자신의 생각 및 감정을 관객과 나누고자 하니 관객 역시 그 여정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대신 자연스레 동참하게 되는 셈이다.

날씨 변화에 무너지는 멘털, 계절성 우울장애

특정 계절에 몸이 무겁거나 나른해지고, 의욕이 없다고 느낀다면 그건 계절 탓이 아닌 계절 변화에 민감한 내 마음의 문제일 수 있다. 합정꿈정신과 장승용 원장은 “특히 봄철 우울증은 ‘일주기성 리듬’(circadian rhythms)이 중요하기 때문에 규칙적인 생활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일조량 급감·급증에 따른 무기력함 계절에 따라 우울함과 무기력이 몰려왔다가 계절이 바뀌면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해지는 주기가 반복되는 증상을 계절성 우울장애(Seasonal Affective Disorder·SAD)라고 한다. 계절성 우울장애는 일조량의 감소와 관련이 깊다. 따라서 낮이 짧고 밤이 긴 겨울철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 우울증의 경우 식욕이 줄고 불면 증상이 심해지는 것에 비해 계절성 우울증은 무기력하고 수면 시간이 과하게 늘어난 경우, 과식, 체중 증가 등의 증상을 동반하게 된다. 이처럼 일조량은 인간의 정신 건강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햇빛은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농도 조절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또한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를 조절해 오전에 양질의 햇빛을 적절히 받으면 밤에 멜라토닌이 정상적으로 분비한다. 이렇듯 햇빛은 멜라토닌의 농도조절과 관련이 깊은데 낮이 짧고 밤이 길어지는 가을부터 겨울까지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s)이 깨지면서 계절성 우울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실내 활동이 지나치게 많거나 밤 늦게까지 휴대폰, TV 등에서 나오는 청색광에 노출되면 수면 리듬이 깨지면서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악화된다. 하지만 계절성 우울장애가 꼭 해가 짧은 계절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계절성 우울장애는 다른 말로 ‘계절성 정동장애’라고도 하는데 즉, 햇빛이 너무 많은 곳에서는 심한 조증에 빠지다가 날씨가 추워지면서 우울감에 빠지는 식으로 계절의 변화에 강하게 반응하는 현상을 통칭한다. 이런 날씨 변화에 민감할수록 혹독한 추위를 버텨낸 뒤 맞는 봄에 무력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2023년 통계청이 발표한 자살률 관련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봄철 자살률이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봄철 자살률 증가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으로 급격히 늘어난 일조량은 호르몬 불균형을 초래한다. 이런 환경에 노출된 우울증 환자는 급격한 감정 기복을 느끼며 증상이 악화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따사로운 봄볕에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 봄철에 자살률이 급증하는 현상을 ‘스프링 피크(Spring Peak)’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해가 빨리 지고 실내 활동 시간이 늘어나는 겨울철에 자살률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봄철 자살률이 겨울철보다 20~30%포인트 높다. 일조량 증가와 그에 따른 기분 및 호르몬 변화, 미세먼지 등 계절적·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시작’을 뜻하는 ‘봄’은 상대적으로 더욱 심한 박탈감과 우울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졸업, 입학, 취업, 이사 등 신변의 변화가 커질수록 만나는 사람도 많아지고 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자칫 심리적 위축을 초래할 수 있고 주변의 그런 상황과는 달리 별다른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에서 또 다른 고립을 느낄 수도 있다. 일조량 감소에 따른 우울증 치료로는 광치료가 가장 효과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하루 일정 시간 햇빛과 비슷한 광선을 쬐면서 생체리듬을 되돌리는 치료 방법으로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해 우울감을 완화시킨다. 또 야외에서 행하는 적당한 신체활동은 도파민과 세로토닌의 활성을 증가시켜 봄철 우울증 개선에 도움을 준다. 유산소운동은 뇌혈류를 증가시키고 신경세포 재생 및 가소성이 향상돼 자존감 및 자기효능감이 높아진다. 낮 동안 햇빛을 받으면 멜라토닌 분비 가 활발해지고 생체리듬이 안정돼 숙면에 도움이 된다. 합정꿈정신과 장승용 원장은 “‘봄철 우울증’에도 일주기성 리듬을 유지하도록 규칙적인 생활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불면이 심해지더라도 제 시간에 일어나고 낮잠을 지양해 수면패턴을 원래대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규칙적으로 유산소 운동을 하면 세로토닌과 도파민 분비 조절에 도움이 돼 장기적으로 수면의 질, 기분 상태까지 개선할 수 있다”면서 “주변 사람들과 소통을 유지하거나 취미활동을 통해 사회적 고립을 피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통을 통한 합의, ‘일하는 민생 의회’ 만들 것”…김진경 경기도의회 의장

전국 최대 광역의회인 경기도의회는 현재 여야 의원 수가 같다. 양당이 모두 교섭단체로 동일한 힘을 갖고 있다 보니 이를 조율하지 않으면 의사일정 자체가 진행되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러나 후반기 경기도의회는 대립 속에서도 소통과 타협의 결과를 도출하며 한 발 한 발 도민의 삶을 향해 걸어가는 중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젊지만 강한, 4선 의원으로서의 저력을 입증한 김진경 경기도의회 의장(더불어민주당·시흥3)이 있다. 먼 얘기인 줄만 알았던 3급 직제 신설과 정원 확대라는 지방의회 숙원을 전국에서 가장 먼저 실현했고 합의하지 못하면 멈출 수 밖에 없는 동수 상황 속 갈등의 해결 끝에는 언제나 소통을 통한 합의점 제시라는 그의 리더십이 있었다. 올해는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온 ‘일하는 민생 의회’를 완성하겠다는 김 의장을 만나 그가 그리는 도의회의 청사진을 들여다봤다. ■ 민생 공감대로 협치를 이루다 후반기 의장으로서 경기도의회를 이끄는 데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혔던 건 단연 여야 동수라는 현실이다. 전반기에는 당 내부에서의 혼잡도 있었고, 초선 의원이 대거 영입됐던 도의회의 특성상 적응 기간 당 대 당의 대립보다는 현안 파악이 우선했지만 후반기는 달랐다. 의원들 모두 의정활동에 어느 정도 적응했고 점차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기였던 만큼 대립은 더욱 극렬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김 의장의 경우 출발부터 예상을 깬 협치의 결과를 내놨다. 여야 동수 상황 속 전·후반기 대표단이 ‘의장은 민주당에서’라는 합의를 이끌어내면서다. 당시 민주당에서는 의장 후보로 김 의장만이 출사표를 던졌던 만큼 사실상 김 의장을 추대하기로 합의한 셈이었다. 물론 그렇게 출발한 후반기 경기도의회는 여러 차례 어려움을 겪었다. 대립은 극렬했고 갈등은 빈번했다. 그럼에도 김 의장은 한 가지 사실에 집중했다. ‘민생.’ 양당의 대립은 모두 민생을 바라보는 의원들의 지향점에서부터 출발한다는 점을 알고 있던 그는 양당의 갈등을 조율하는 협상가로, 전국 최대 광역의회를 이끄는 리더로 적재적소형 의장의 면모를 보였다. 김 의장은 “여야와 집행부 간의 협치를 이끌어내는 일은 후반기 의회를 이끄는 데 가장 큰 도전이었다”며 “쉽지는 않았지만 여야가 모두 도민 삶에 밀접하게 연결된 민생 의제를 최우선으로 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장으로서 의회가 도민의 신뢰를 잃지 않도록, 민생을 위한 의정활동이 지속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고 여야가 도민 삶에 밀접하게 연결된 민생 의제를 최우선으로 삼는 데 공감대를 형성해 합의의 길을 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 김 의장은 2024년이 민생을 최우선으로 삼아 협치와 조율의 가치를 되새긴 해였다면 올해는 이 과정에서 쌓은 노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더 눈에 띄고 실질적인 성과를 이뤄내는 해로 만들겠다고 했다. 특히 경기도 집행부와의 소통이 원활한 협력과 정책 실행을 위한 중요한 요소인 만큼 의장으로서 이를 이끌어 내겠다고 했다. 그는 “의회와 집행부가 정기적으로 정책간담회를 열고 더욱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며 “주요 현안에 대한 실질적 논의를 이어가며 도민의 목소리가 정책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그러면서 “소통은 단순히 말의 교환이 아니라 저마다의 정책과 철학을 바탕으로 구체적 방침을 논의하고, 함께 실현해나가는 과정”이라며 “이를 위해 의회와 집행부가 도민 삶과 직결된 현안에 대해 구체적 대안을 함께 고민하고 정책화하는 단계로까지 나아가야 하는 만큼 새해에는 집행부의 더욱 진전된 소통과 협치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 전문위원 정수 확대·3급 직제 신설…성과 연이어 경기도의회는 물론이고 전국 지방의회의 숙원 중 하나는 전문위원의 정수를 확대하고 3급 직제를 신설하는 등의 조직 강화였다. 특히 경기도의회는 전국 최대 광역의회임에도 관련 법상 상한선이 제한돼 있어 전문위원 수가 부족한 문제가 지속됐다. 이에 경기도의회는 의회사무처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정책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에 지속적으로 제도 개선을 요구해 왔다. 지역 중심의 자치행정을 실현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 도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함이다. 김 의장 역시 그 길에 적극 나섰다. 그 결과 정부와 지자체가 지방정부 강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만든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해당 안건이 의결됐고 경기도의회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했다. 김 의장은 “경기도의회를 포함한 지방의회의 꾸준한 노력과 강력한 요구가 이룬 성과라 더욱 뜻깊다”며 “이번 성과가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또 지난해 경기도의회가 김 의장의 핵심 슬로건인 ‘일하는 민생의회 구현’의 초석을 마련한 점 역시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그는 “의정정책추진단을 활성화해 지역 현안과 신규 정책을 세심하게 분석하고 검토했다”며 “‘조례시행추진관리단’ 구성과 운영 계획을 철저히 세워 관리단까지 출범시키는 것을 통해 도의회가 마련한 다양한 정책이 도민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켜 가는지 살펴볼 계획”이라고 했다. 지난해 극한 대립을 겪었던 만큼 양당 대표의원과 총괄수석이 참석하는 회의를 지난해 말부터 매주 진행하고 있는 김 의장은 올해에는 잠정 중단됐던 ‘여야정협의체’를 확대 운영하겠다는 각오다. 또 단기적인 타협을 넘어 도민 삶에 실질적이고 지속가능한 변화를 끌어낼 수 있도록 협의체 안에 별도 기구인 ‘재정전략회의’를 신설해 예산 편성 과정에서 도민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 민주당 다수인 국회서 지방의회 강화 노린다 김 의장은 취임 이후 지방의회의 위상을 높이고 이를 통해 도민들에 대한 세밀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방의회법 제정’을 강조해 왔다. 현재 국회의 경우 민주당이 다수인 상황인 만큼 이를 이룰 적기가 지금으로 평가되는 것 역시 사실이다. 이에 김 의장은 지난 1월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지방의회법 제정 등 지방의회의 숙원과제 해결을 요청했다. 또 서울사무소 등 거점 공간을 적극 활용하고 자치분권발전위원회를 활성화해 자치분권 발전을 위한 지속적인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김 의장은 “지방의회법 제정은 의회의 독립성과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라며 “지방의회가 감사권과 예산 편성권을 확보해야만 도민의 목소리를 정책과 제도에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지방의회법안의 국회 의결 촉구 건의안을 의결하는 것부터 결의대회 개최, 세 차례에 걸친 지방의회법안 의 견제출 등 지방의회법 제정을 위해 노력해 왔다”며 “자치분권의 역사를 새롭게 여는 기념비적인 해가 될 수 있도록 의회 차원의 활동을 다각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김 의장은 지방의원과 정책지원관을 일대일로 매칭하는 ‘1인1지원관제’ 역시 관철시킨다는 구상이다. 현재 정책지원관 한 명이 두 명의 의원을 관리하고 있다 보니 업무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의안 발의나 발언, 행감, 예산·결산 등 다양한 의정활동 지원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김 의장은 “1인1정책지원관제도는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갖춰야 할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라며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정책지원 인력 확보가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 지방의회 전문성 강화…실효성 있는 의정 활동 약속 김 의장은 그동안 가칭 경기의정연구원과 의정연수원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지방의회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두 기관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또 중장기적 교육체계가 마련돼야 지방의원은 물론이고 직원들의 전문성 역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장은 “두 기관은 지방자치제도의 효율적 발전을 이끄는 동시에 경기도를 넘어 전국 지방의회의 역량을 강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어 “경기의정연구원은 자치분권 관련 연구를 심도 있게 진행해 경기도의 정책과 입법 과정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핵심 기관이 될 것”이라며 “현재 설립 타당성과 예 산확보를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에 있는데 지방연구원법에 기관 설립 근거가 있어야 추진이 가능한 만큼 관련 법안과 시행령 개정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의정협의회 등에 지속적으로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김 의장은 전국 최초로 의정연수원 설립에도 앞장서겠다고 했다. 그는 “2030년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올해부터는 개발 여건과 타당성 분석을 위한 연구에 착수할 계획”이라며 “경기도의회의 새로운 도전이 전국 지방의회에 새로운 교육 모델을 제시하고 지방의회 발전의 이정표가 되기 바란다”고 했다. 김 의장은 지난 2월 11일 열린 도의회 제382회 임시회에서도 강조한 것처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올해가 도의원들이 활동할 수 있는 마지막 해라는 마음으로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올해 경기도의회는 실효성 있는 의정을 펼쳐 약속을 행동으로 실천하려 한다”며 “도민의 목소리와 기대를 의정 활동에 반영하는 일은 의장의 가장 큰 책임이자 의회의 존재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하는 민생의회를 실현하며 도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협치와 소통을 핵심 가치로 삼아 도민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도록 정성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김 의장은 인터뷰를 마치며 도민을 향해 희망의 메시지도 전달했다. 김 의장은 “2025년 을사년은 ‘푸른 뱀의 해’로 뱀은 예부터 현명함을 상징했다”며 “어려운 시기이지만 우리에게 새로운 도약을 위한 값진 기회의 시간이 되기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푸른 뱀처럼 유연하고 강인한 힘으로 약속을 현실로 바꾸는 여정을 시작하려 한다”며 “도민 삶의 질을 높이는 변화의 시작을 함께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고통받는 자는 복이 있나니”... 살아있는 자들을 위한 위로의 노래 [공연리뷰]

성남시립합창단의 정기연주회가 2월 7일 금요일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김성진의 지휘로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 Op.45’를 연주했으며 소프라노 홍주영, 바리톤 양준모, 성남시립교향악단, 수원시립합창단이 함께했다. ‘고통받는 자는 복이 있나니’ ‘위령미사곡’으로 해석되는 레퀴엠(Requiem)은 죽은 이를 위한 미사곡이다. 가톨릭 교회의 전례에 따라 라틴어 가사가 붙고 입당송(Introitus), 자비송(Kyrie), 거룩하시도다(Santus), 부속가(Sequentia), 하느님의 어린 양(Agnus Dei) 등의 순으로 악장이 나뉘어 연주된다. 2월 7일 성남시립합창단이 노래한 브람스의 ‘Ein Deutsches Requiem(독일 레퀴엠)’은 자신의 평생 스승인 슈만과 어머니를 비슷한 시기에 잃고 슬픔에 잠겨 쓴 작품으로 1859년부터 10여년에 걸쳐 완성한 역작이다. 미사 전례에 따른 레퀴엠이 아닌 브람스 자신이 발췌한 성경 구절을 조합했으며 종교는 없었지만 신교에 영향을 받은 브람스였기에 라틴어가 아닌 자신의 모국어 독일어 가사를 붙였다. 보통의 레퀴엠이 ‘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Requiem aeternam donna eis, Domie)’, 즉 세상을 떠난 이의 넋을 위한 기도로 시작하는 반면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은 ‘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마태 5,4)’로 시작해 ‘살아있는 자들을 위한 위로의 노래’라는 부제가 붙기도 한다. 총 7장으로 구성된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 중 ‘제1곡: 합창’은 ‘찬가(Hymn)’ 그 자체였다. 가사 내용을 모르는 사람도 ‘다 괜찮다, 지나간다’는 위로를 느낄 만한 정제된 합창의 진수였다. 오케스트라의 낮은 음역을 담당하는 현악 파트의 더블베이스, 첼로, 비올라와 금관악기의 튜바 및 트롬본, 목관악기의 바순 등이 최소한의 선율을 연주했고 인간의 목소리로 ‘고통받는 자는 복이 있나니’(Selig sind, die da Leid tragen)의 메시지를 전했다. 영혼을 위로하는 목소리 이날 솔리스트로 무대에 선 소프라노 홍주영과 바리톤 양준모는 각각 제5곡과 3, 6곡을 노래했다. 바리톤 양준모는 독일 레퀴엠 무대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협연자 중 한 명으로 제3장 “주님, 제 끝을 알려 주소서. 제가 살 날이 얼마인지 알려 주소서”의 절절함을 영락없이 소화해냈다. 단, 독일 레퀴엠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3장에서 솔리스트와 합창이 만나 시너지가 폭발할 것을 예상했으나 서로 주춤거리는 인상이 아쉬웠다. 반면 6곡에서 등장한 바리톤 솔로와 합창은 ‘땅 위에는 우리를 위한 영원한 도성이 없음’을 ‘앞으로 올 도성을 찾고 있음’을 교대로 주고받으며 살아남은 자의 슬픔과 위로받고 싶은 마음 뒤에 우리 모두에게 올 죽음에 대한 의연함을 균형감 있게 노래했다.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화려한 솔리스트가 무대 앞을 지키고 있었지만 이날 84명의 합창단이 뿜어내는 음색의 일체감과 화려함, 섬세함과 웅장함은 그 모든 것을 압도할 만큼 아름다웠다. 브람스가 직접 편곡한 ‘피아노 듀엣과 합창을 위한’ 독일 레퀴엠이 존재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살아있는 자의 슬픔을 덮고 고생 끝에 안식을 누리고 있을 영혼을 위로하는 것은 목소리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노스페라투’, 흡혈귀 고전을 이 시점에 불러낸 이유 [영화와 세상사이]

지난 1월 미국의 영화 감독 로버트 애거스의 ‘노스페라투’가 극장가를 찾았다. 개봉 전부터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바로 동명의 영화 리메이크 버전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번 ‘노스페라투’는 독일 감독 프리드리히 빌헬름 무르나우가 연출한 1922년작의 두 번째 리메이크다. 친숙하지만 고리타분한 흡혈귀의 현대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올록 백작, 즉 노스페라투는 흡혈귀다. 설화와 민담 속 흡혈귀는 그간 매체 속에서 여러 이름으로 불려 왔다. 영어로는 뱀파이어로 부른다. 그 이명(異名)인 드라큘라와 노스페라투 역시 이제는 흡혈귀 하면 떠오르는 고유명사가 됐다. 대중에게 친숙한 흡혈귀 캐릭터는 여러 변주와 각색을 거치면서 오랜 기간 우리 곁에 살아 남았다. 드라큘라는 1897년 영국 작가 브램 스토커의 소설에서 처음 등장했고 이후 선보인 노스페라투는 영화화 작업에 있어 드라큘라의 판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제작진이 몇 가지 특징을 손봐 만들어낸 존재다. 또 2000년대 이후 등장한 ‘트와일라잇’ 역시 뱀파이어들의 로맨스를 소설과 영화로 풀어내 인기를 끌었던 시리즈다. 영화 ‘블레이드’ 시리즈에서는 반은 인간이고 반은 뱀파이어인 뱀파이어 헌터 블레이드(웨슬리 스나입스)가 뱀파이어들과 대결을 벌이면서 호쾌한 액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제 필요한 질문이 있다. 왜 흡혈귀 캐릭터인 노스페라투가 지금 이 시점에 왜 우리 곁에 다시 소환돼야만 했을까.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1922년작 ‘노스페라투’의 도입부는 어떠했나. “독일 위스보그(가상의 마을)에서 벌어지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고 극의 도입부와 실질적인 서사 사이 경계를 명확히 표현해냈다. 최신작은 어떠했나. 애거스 감독은 동시대 관객과 영화 속 배경을 연결 지으려 했다. 진보한 미술과 분장 기술을 통해 당대 시대상을 구현해낸 시도를 보면 그런 점이 느껴진다. 이 때문인지 ‘1838년 독일’을 자막으로 띄우면서 시작하는 이번 ‘노스페라투’가 이야기를 액자식 구성으로 풀어낼 생각이 없다는 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선택으로 얻는 효과는 무엇일까. 액자식 구성을 포기한 덕분에 관객들은 이 고리타분한 흡혈귀 이야기가 여전히 우리와 동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다 손쉽게 인식하게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노스페라투가 잊혀 가는 설화 속 존재로만 남아 있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미뤄볼 때 최신작 노스페라투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은 바로 올록 백작의 손아귀 그림자가 마을을 덮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외딴 성에 혼자 살던 노스페라투가 주인공 부부가 사는 마을로 진입한 뒤,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집 안에서 창밖을 향해 손을 든다. 뻗친 손의 그림자가 칠흑이 내려앉은 마을 전역을 덮어 까맣게 물들인다. 이 장면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먼저 올록 백작의 존재가 전설 속의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라 실재하는 위협으로서 마을에 당도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측면에서다. 또 주인공 부부뿐 아니라 공동체를 향한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표현해냈다는 점에서도 언급할 만하다. 사실 손아귀를 뻗치는 이 장면은 원작을 향한 오마주에 가깝다. 원작에서도 노스페라투가 대상에게 접근할 때나 누군가에게 공포로서 자리매김할 때 항상 그의 육신이 아닌 그림자가 돋보이는 방식으로 연출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따져봐야 하는 문제가 있다. 우리는 이번 영화가 원작의 흔적에 머무른 채 그 후광에 기대려는 작품인지를 들여다봐야 한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고전을 빌려와 각색과 변주를 줄 때 창작자의 의지가 어느 정도 반영됐는지 알 수 있는 척도여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영화는 감독의 고민이 치열하게 묻어나는 산물이다. 그는 캐릭터의 유명세에 편승하거나 게으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영화에 들어차 있는 요소는 동시대 관객과 고전을 어떻게 하면 연결지을 수 있는지 다양한 방안을 탐색하는 시도들이다. 변치 않는 고전을 대하는 창작자의 시선 이 고민이 묻어나는 중요한 구간은 바로 엔딩이다. 올록 백작의 최후가 어떠했나. 우리가 아는 흡혈귀의 이미지를 떠올려 보자. 동틀 무렵 닭 울음 소리가 들려오고 햇빛을 받아내는 흡혈귀는 고통스러워하며 사라진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노스페라투의 몸이 소멸하는 대신 육체의 모든 구멍에서 피를 토해내며 뻣뻣하게 말라비틀어진다. 사라지지 않고 그의 껍데기는 엘렌의 몸 위에 포개진 채 그대로 있다. 엔딩에서 감독이 포개진 두 존재의 몸을 부감(수직으로 피사체를 내려다보는 구도)으로 담아냈다는 데 주목해 보자. 악마로부터 흡혈당해 결국 생을 마감한 엘렌. 그 위에서 피를 토하며 역시 생명을 다한 올록 백작의 육체. 재밌게도 이 구간에서 감독은 이들의 모습을 측면에서 응시하지 않고 마치 신의 시점으로 내려다보길 선택했다. 이 영화가 고전을 빌려와 엘렌의 주체적인 면모를 강화한 재해석 버전이라는 점을 미뤄 보면 이 선택은 바로 엘렌의 행위와 결단으로 벌어진 사건의 경위를 순수한 제3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려는 의지의 산물처럼 비친다. 엘렌의 마지막 선택이 본인의 욕망을 채우는 등 스스로를 위한 것이었을지, 남편을 살리기 위한 것이었을지, 정말 자기희생을 통해 마을공동체를 구하기 위함이었을지, 순전히 본능과 호기심에 사로잡혀 충동적으로 관계를 나누기 위함이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아닌가. 영화 역시 그에 대한 명확한 단서나 가치 판단은 보류한 채 엘렌의 선택을 부감으로만 응시하는 것이다. 즉, 영화는 지금 이 시점에 고전을 빌려온 데 대해 관객에게 검증 내지는 판단을 받고 싶어하고 있다. 과정이 어찌 됐든 결과는 이렇게 될 운명이었다. 고전의 내용은 바뀌지 않고, 재해석과 각색이 들어가더라도 이야기의 큰 줄기는 변하지 않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같은 엔딩의 묘사에서 감독이 선택한 연출법은 고전을 현대화하는 작업에서 창작자가 어떤 고민을 해야 하는지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삶의 감각 깨우는 책 찾는 당신께'... 동네 책방지기의 감각적인 '큐레이션'

책과 나무는 닮은 구석이 많다. 나무는 책의 뿌리이자 시작이요, 책은 나무에서 비롯된 물성으로 그 위에 새겨진 이야기다. 나무 공방이자 책방인 ‘니어바이북스’는 나무가 자연의 이야기를 품듯 책을 통해 저자와 독자의 시간을 담는 공간이다. 삶의 관점이 반영된 공간 니어바이북스는 2년 전 나무 공방 ‘니어바이’의 전시 공간으로 활용되던 1층을 책방으로 단장하며 문을 열었다. 책방지기 지안씨는 오랫동안 디자이너로 일하며 책을 좋아하고, 책이 주는 위로와 깨달음을 경험했다. “언젠가 나만의 서점을 열고 싶다”는 작은 꿈이 최근에 이뤄진 셈이다.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을 넘어 책과 사람,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니어바이북스를 열었습니다. 디자인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설계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저의 관점이 반영된 공간이죠.” 지안씨는 나무 공방에서 책방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오랜 시간 함께한 이웃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에디터 싱아, 인생을 굽듯 정성스럽게 빵을 굽는 가윤과 함께 책 큐레이션을 논의하고 책방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합니다. 서로에게 힘이 돼 주며 책을 중심으로 삶의 아름다움을 가꾸고 나누는 따뜻한 공간으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서울을 떠나 양평에서 산 지 10년이 넘은 지안씨는 자연과 가까운 삶을 살며 컴퓨터로 하던 디자인을 나무로 옮겨 작업하고 있다. 배우자와 나무 공방을 준비하며 우연히 우드카빙을 경험했고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즐거움에 푹 빠졌다. “우드카빙은 어느새 삶의 행복을 찾아가는 방식이 됐고, 그 과정에서 손의 철학을 담은 책들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됐습니다. 책은 나무 공방의 여정에 버팀목이자 디딤돌이 돼 줬습니다. 나무와 책은 공간에 따뜻함과 깊이를 더해 주고 사람들에게 치유와 사색의 시간을 선물하는 특별한 조합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만의 이야기를 찾는 ‘나의 서점’ 니어바이북스의 서가는 세 명의 책방지기의 취향과 개성, 전문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문학과 철학, 예술과 디자인, 자연, 음식, 환경, 그림책 등 다양하고 감각적인 책들을 큐레이션한다. “베스트셀러보다는 두고두고 볼 책들, 삶의 감각을 일깨우는 책들, 생각의 틀이 바뀌고 눈과 귀가 트이는 책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니어바이북스가 제안하는 108권의 고전을 소개하기 위해 책방지기 셋이 머리를 맞대어 준비하고 있습니다.” 니어바이북스는 서점을 운영하며 다양한 책 모임으로 지역 이웃들과의 연대와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올해 계획된 ‘니어바이북스 고전 108’ 프로젝트 외에도 정기 모임 ‘책걸음’, 비정기 책 모임 ‘책한잔’, 청소년 북클럽 ‘B613’, 그림책 모임 ‘그림숲 산책’ 등 지역의 문화 공간으로 성장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했다.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새로운 마을에 갈 때마다 가장 먼저 서점이 있는지 물었다고 합니다. 양평의 작은 동네 책방이 누군가에게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는 ‘나의 서점’이 될 수 있도록 니어바이북스가 더 깊고 풍성해지길 바랍니다.”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인천형 맞춤 교육… ‘학생 성공시대’ 만들기 잰걸음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은 ‘읽기·걷기·쓰기(읽걷쓰)’ 기반의 ‘올바로·결대로·세계로’ 교육을 통해 인천 학생의 성공 시대를 열기 위해 분주하다. 올해 도 교육감은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현장 중심의 맞춤형 지원 강화도 추진하고 있으며 교사들의 행정업무 부담을 덜고 오롯이 교육하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시교육청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그는 “과거 인천은 부족한 교육 여건 때문에 학생들이 떠나는 도시였다”며 “이제는 교육 현장과 소통을 강화해 인천을 일상이 배움이 되는 교육 도시로 만들겠다”고 했다. 읽걷쓰 기반의 미래 교육 준비 도 교육감의 핵심사업은 누가 뭐라 해도 ‘읽걷쓰’다. 도 교육감은 읽고 걷고 쓰는 활동을 학생 교육과정에 스며들도록 해 학생들을 창의적이고 활동적인 인재로 육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인근을 산책하면서 책을 읽고, 그것을 쓰는 과정 자체가 학생 창의력 향상에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그동안 시교육청 차원에서 읽기, 걷기, 쓰기 활동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도 교육감은 여러 사업으로 나뉘어 있던 활동들을 읽걷쓰라는 브랜드 사업 하나로 묶었다. 도 교육감은 최근 급속도로 발전하는 생성형 인공지능(AI) 등의 기술로 인한 디지털 전환 시대에서 읽걷쓰 교육이야말로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이라고 판단했다. AI가 질문에 답하는 세상에서 학생들과 시민들이 상상하고 질문하는 힘, 나다움과 인간다움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독서와 쓰기, 걷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읽걷쓰 정책을 시작하고 인천에서는 7만5천여명의 작가가 나왔다. 어린 학생부터 한글을 모르는 어르신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로 구성된 시민작가들은 이때까지 4천625권의 책을 썼다. 도 교육감은 앞으로 시민작가의 숫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고 이로 인해 학교와 도서관은 지식을 생산하고 공유하는 새로운 개념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 교육감은 이 사업을 단순히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인천 지역사회 전체로 확대해 인천이 질적으로 성장하는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 최근 시교육청이 인천시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인천시민의 65%가 읽걷쓰 사업을 알고 있고 73%의 학부모가 사업 참여를 희망했다. 이처럼 도 교육감은 읽걷쓰 사업을 확장해 인천이라는 도시 자체의 인문학적 소양을 키워 인천을 교육도시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도 교육감은 “인천이라는 도시가 가진 부정적인 이미지를 읽걷쓰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읽걷쓰 기반의 정책 운영으로 인천을 책 읽는 도시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로 만들고자 한다”고 했다. ■ 맞춤형 업무 지원으로 교육 여건 전반 강화 도 교육감은 일선 교사들이 교육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현장과 소통하며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도 교육감은 이를 위해 학교지원단의 지원 범위를 종전의 행정과 시설 중심에서 교무학사 영역까지 확대하고 관련 과를 개편하는 등 조직개편에도 나섰다. 도 교육감은 교무업무지원과를 신설해 학교 현장체험학습 지원은 물론이고 교사 간 맞춤형 컨설팅 지원에도 힘써 현장의 어려움을 덜어줄 예정이다. 도 교육감은 학교 현장 지원을 위해 가능한 것은 바로바로 큰 방향성에서 정책을 마련한다. 또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사안들은 현장과 소통하며 단계적으로 대안을 만들어 나갈 방침이다. 도 교육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인천시교육청 학교 현장 지원 종합대책’을 올해 상반기에 발표할 예정이다. 도 교육감은 “교육의 본질은 학교와 학생”이라며 “가르칠 수 있게 해달라는 선생님들의 당연한 외침이 반드시 이뤄질 수 있도록 수업과 생활교육이 아닌 행정업무는 시교육청이 가져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도 교육감은 학교 현장이 체감할 수 있는 업무경감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종전 교사들이 어려워하던 현장 체험학습에 필요한 버스 지원은 물론이고 사전답사 및 안전 인력풀 제공 업무도 시교육청이 맡아 지원할 예정이다. 또 교무학사업무지원 기동대를 만들어 학교에서 자체 해결이 어려운 문제는 시교육청이 나서 신속히 해결하겠다는 구성안도 밝혔다. 또 저경력 교직원을 대상으로 맞춤형 업무 지원 매뉴얼을 제작해 배포하고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그들의 적응 역시 돕는다. 특히 도 교육감은 2026년 7월 인천시의 행정구역 개편이 예정돼 있는 만큼 이에 발맞춰 교육지원청 개편도 추진한다. 도 교육감은 보다 현장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수 있도록 교육지원청을 재구조화할 예정이다. 도 교육감은 “결국 교육의 성패는 학교와 교실 현장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아무리 좋은 사업을 하더라도 현장에서 잘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 필요하기에 제1순위로 학교현장 지원 강화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 과밀학급 해소 등 특수교사 처우 개선 도 교육감은 지난해 인천 미추홀구 학산초등학교의 특수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특수교육 여건 개선부터 유·초·중·고 교육 여건 전반을 개선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도 교육감은 시교육청 내부뿐 아니라 교육 현장, 외부 전문가 등 외부 인사들과 함께 소통하며 특수교사들의 처우를 개선할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도 교육감은 시교육청 특수교육 개선 실무팀을 발족한 데 이어 교육청, 교육단체, 전문가 등 19명으로 이뤄진 특수교육 여건 개선 전담 기구를 구성해 성과를 봤다. 도 교육감은 지난달 19일 인천 특수교육 개선 9대 과제와 33개 세부과제에 대해 지역 교원, 장애인 단체 등 15개 단체와 합의에 성공했다. 특히 가장 문제가 컸던 특수 과밀학급의 해소를 위해 올해 134개 학급을 신·증설할 계획이다. 도 교육감은 부평구와 미추홀구에도 특수학교 설립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특수학급 과밀 해소를 위해 올해 예산 449억원을 편성했다. 이는 지난해 본예산 283억원 대비 166억원 늘어난 수치다. 도 교육감은 “다시 한번 특수학급의 선생님이 돌아가신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인천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진상 조사와 특수교육 여건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도 교육감은 특수학급의 과밀 해소를 위해 시교육청 차원의 문제 해결 외에도 중앙 차원의 대책 마련에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도 교육감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 등에서 특수교사의 정원을 늘려 달라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개진하고 있다. 인천의 경우 특수교사 약 1천500명이 필요하지만 현재 정원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1천300여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 도 교육감은 필요 정원을 채우지 못해 채용해야 하는 기간제 특수교사의 정부 차원의 지원 역시 부족하다고 지적, 정부 차원에서도 해결책 마련에 협조해야 한다고 했다. 도 교육감은 “특수교육을 비롯해 모든 학교의 전체적인 교육 여건을 다시 살펴보고 강화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교육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인력과 예산을 지원받고 특수교육 등 인천의 교육여건을 다각도로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 가치·잠재력 키우는 ‘올바로·결대로·세계로’ 도 교육감은 학생 개개인이 가진 잠재력을 꽃피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학생이 직접 참여하고 경험하는 읽걷쓰 기반의 올바로·결대로·세계로 교육을 디딤돌로 삼는다. 올바른 인성과 시민성을 교육하는 올바로 교육은 친절, 화합 등을 강조한다. 도 교육감은 올바로 교육을 위해 지난해 12월 9일 남부·북부·동부·서부 4개 권역에 올바로배움터를 조성하기도 했다. 올바로배움터는 학교에서 찾아오는 체험형 프로그램, 학교로 찾아가는 인성 배움 프로그램, 교원 역량 강화를 위한 교원 연수,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가족 올바로 배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결대로 교육은 학생들 저마다의 잠재역량을 키우는 교육이다. 도 교육감은 여러 정책을 활용해 학생들이 스스로의 잠재능력을 찾아 자라도록 돕고 있다. 도 교육감은 세계로국제중고등학교, 결마루미래학교, 반도체고, 글로벌스타트업학교 등 기존의 입시 교육에서 벗어난 학교를 설립했다. 또 꿈이음대학, 글로벌진로과정 같은 교육과정으로 학생들의 다양한 성장 경로를 지원했다. 특히 학생들의 학생에 읽걷쓰 기반의 수업과 평가 혁신을 담아 입시나 취업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삶을 위한 배움을 지원하고 있다. 도 교육감은 이 외에도 고졸 취업 안전망 10년 보장제 법제화에 앞장서 역량 있는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도록 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도 교육감은 “최근 급변하는 세계에서 학생들이 가져야 할 중요한 가치 중 하나는 인성”이라며 “인천의 학생들을 바르게, 그리고 결대로 교육해 단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을 하겠다”고 했다. 도 교육감은 인천의 학생들이 인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발판을 제공하고자 한다. 세계로 교육은 그 노력의 일환으로 인천을 품고, 세계로 나아가는 교육이다. 이를 위해 먼저 학생들이 저마다 발을 딛고 사는 인천부터 알리고 있다. 도 교육감은 인천길탐방, 바다학교, 인천지역사 교육 등으로 학생들이 인천을 바로 알 수 있도록 힘썼다. 도 교육감은 학생들이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도 꼼꼼하게 제공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인천형 세계시민 교육, 글로벌진로과정 등을 강화하고 인천 국제교육 교류 사업인 세계로배움학교를 5천명까지 확대, 더 많은 학생이 더 큰 세상을 체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도 교육감은 “품격 있는 인천만의 교육을 위해 강화도 금강산 가곡제, 북극 극지 탐험 등 인천만의 교육을 제공했다”며 “이를 확장해 인천의 학생들이 인천을 품고 나아가 세계로 뻗어 나가는 교육을 실현하겠다”고 했다. ■ 원도심 학생 감소 및 신도시 과밀학급 문제 해결 전국적으로 학생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는 가운데 인천은 이질적인 양상을 보인다. 인천 역시 남동·계양·부평구와 강화·옹진군 등 원도심과 섬 지역의 학생 인구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서구와 연수구 등 신도심을 중심으로는 학생의 인구가 계속 증가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생기는 구도심과 신도심의 교육환경 불균형을 해결하는 것은 도 교육감의 숙원이다. 도 교육감은 이를 위해 임기 중 신도심 지역에 24개의 학교를 신설했다. 이를 통해 신도심의 과밀학급 문제를 해소할 방침이다. 또 원거리 통학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 51대의 등교버스인 ‘학생성공버스’를 운영한다. 도 교육감은 원도심의 교육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젊은 부부들이 교육을 문제로 원도심을 떠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도 교육감은 원도심의 교육균형 발전을 위해 학교별 맞춤형 교육균형 발전 지원 예산을 매년 48억원가량 투입하고 있다. 도 교육감은 지난해 22개의 노후 학교를 개축했다. 교육과정은 물론이고 교육환경 개선에 힘쓰고 있다. 또 도서지역의 경우 교직원 관사를 넓히는 증축 사업도 했다. 도 교육감은 “원도심과 신도심의 차이는 인천의 오랜 숙제 중 하나”라며 “지역 특성에 맞춘 맞춤형 교육 지원으로 단 한 명의 인천 학생도 소외되거나 차별받지 않고 배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작품은 같아도 완전히 다른 두 세계, 뮤지컬과 영화사이

하나의 원작이 무대와 영상 콘텐츠로 탄생하는 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원 소스 멀티 유즈’의 시작점인 무대 뮤지컬과 뮤지컬 영화의 관계는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라고 말한다. 배우 중심 vs 연출 중심의 예술 지난해 11월 뮤지컬 영화 ‘위키드’가 개봉했다. 영화는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았고 국내의 크고 작은 이슈로 흥행은 주춤했지만 뮤지컬과 영화를 좋아하는 대중에게 사랑을 받으며 두 장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무대와 영상의 교류는 꽤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1950년대에는 뮤지컬 작품이 무대를 거쳐 영화화되는 수순을 밟던, 뮤지컬 영화 전성시대였다. 당시 할리우드 관계자들은 무대용 뮤지컬이 대중에게 큰 인기를 누리자 이를 영화화하는 데 적극 나선다. 대중에게 친숙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메리 포핀스’, ‘사운드 오브 뮤직’ 등이 세계 문화시장에서 사랑받게 된 배경이다. 원종원 교수는 “무대는 하루에 한 번, 그것도 공연장을 직접 찾아오는 관객만 볼 수 있지만 영화로 기록하면 인건비 없이 세계 곳곳에서 동시상영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며 “소위 돈벌이가 되는 문화산업이었던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래로 감정을 표현하는 뮤지컬 영화의 느린 전개는 점차 대중의 입맛에 맞지 않았고 그로 인해 인기가 다소 주춤해진다. 그 해결책으로 2000년대에 들어서며 ‘원스’, ‘라라랜드’ 등 원작 없이 영상을 위한 뮤지컬 영화가 등장했다. 또 공연을 그대로 재연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시도와 볼거리, 영화만의 연출을 담은 ‘시카고’, ‘맘마미아’, ‘레미제라블’ 등 뮤지컬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다. ‘백 투더 퓨처’, ‘킹콩’, ‘비틀주스’, ‘반지의 제왕’ 등 영화를 무대용 뮤지컬로 꾸미는 ‘무비컬’의 등장도 무대와 영상에 활력을 주는 요인이 된다. 원 교수는 “1950년대와 2000년대 제작되는 무대 원작이 있는 뮤지컬 영화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대와 영상의 차별화를 극대화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무대를 본 사람도 영화의 파격이 궁금해 영화관을 찾고, 뮤지컬 영화를 본 사람은 원래 무대의 연출이 궁금해 공연장을 찾게 만드는 마케팅 전략이라는 것. 원 교수는 그 대표적인 예로 ‘시카고’를 꼽았다. “‘시카고’가 뮤지컬 영화로 제작됐을 때 많은 사람이 1만원이면 영화를 볼 수 있는데 누가 20만원을 내고 공연장을 찾겠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오히려 뮤지컬과 뮤지컬 영화 모두 관객이 늘어나는 현상을 보였습니다. 지난해 개봉한 ‘위키드’도 마찬가지 경우입니다.” ‘영화’가 카메라의 샷을 통해 신(scene)과 시퀀스를 만들고 이야기를 구현하는 ‘연출 중심의 예술 장르’라면 ‘무대’는 열린 공간에서 배우의 동선과 움직임, 전체적인 구도의 전개를 통해 스토리를 완성해내는 ‘배우 중심의 예술 장르’다. 원 교수는 “이런 차이점이 같은 이야기라도 다른 감상을 느끼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라며 “뮤지컬 영화 ‘위키드’는 이런 공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원소스’의 유명세보다 ‘멀티유즈’의 아이디어가 우선 원 교수는 뮤지컬 원작을 영화화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보였다. 단, 앞서 말한 것과 같이 1950년대 식의 단순한 영화화·영상화로는 대중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고 봤다. 원 교수는 “어떻게 무대와 차별화되는 실험과 파격을 담아낼 것인가가 관건”이라며 “같은 이야기의 무대 뮤지컬과 뮤지컬 영화는 다른 이미지, 차별화된 묘미를 담아냈을 때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뮤지컬과 뮤지컬 영화는 서로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와 같은 관계”라며 “이것이 ‘원소스 멀티유즈(OSMU)’의 기본 방향성이자 오늘날 뮤지컬 영화를 이해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산업계에서 ‘OSMU’는 필수가 된 지 오래다. 소설이 영화로, 영화가 뮤지컬로, 뮤지컬이 뮤지컬 영화가 되는 활용법은 하나의 콘텐츠로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콘텐츠 시장의 핵심 프로젝트로 자리 잡고 있다. OSMU에 있어 선구적인 기업인 디즈니는 초창기부터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피노키오’ 등 자신들의 애니메이션에 뮤지컬 기법을 활용해 제작하는 방식을 즐겼다. 원 교수는 “디즈니 최초의 실사 영화였던 ‘메리 포핀스’도 무대 뮤지컬이 아닌 뮤지컬 영화가 시발점이었다”며 “디즈니는 콘텐츠의 다양한 변화를 통한 수요 창출에 일찌감치 관심이 많았던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막이 오른 뮤지컬 ‘알라딘’도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해 무대용 뮤지컬로, 무대용 뮤지컬을 다시 실사 뮤지컬 영화로 만든 대표적인 OSMU 작품이다. 앞서 ‘라이언킹’이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해 무대용 뮤지컬이 됐다가 다시 실사 뮤지컬 영화로 만들어진 것과 엇비슷한 구조다. 원 교수는 “무대 예술은 영상이나 애니메이션만큼 빠르고 현란하게 구성하기 힘들다”며 “무대만의 특징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익숙하지만 새로운 매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캐릭터들을 무대에 어울리는 형식으로 변화시키거나 특수효과를 활용해 마술쇼를 보는 듯한 볼거리를 선사하는 것이 무대 예술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라는 것. 단순히 장르가 바뀌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장르에 걸맞게 새로운 볼거리, 즐길거리, 매력을 만드는 것이 OSMU의 포인트다. 그런 면에서 국내 창작 뮤지컬이었던 ‘김종욱 찾기’, ‘영웅’ 등의 영화화는 OSMU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원 교수는 “OSMU의 주요 전략은 원소스(One Source)의 유명세나 대중성에 기대는 것보다 멀티유즈(Multu Use)의 파격과 실험, 상상을 초월하는 아이디어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내 콘텐츠들이 이런 부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충분히 매력을 발산하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미술관 옆 도서관... '양평 도서관' 사색 즐기며 책도 읽자

양평군이 지난해 6월 20일 양평도서관 개관식을 갖고 정식으로 개관했다. 그간 양평군립도서관으로 사랑받아온 양평도서관이 더 넓은 부지에 최신 시설을 갖추고 양평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새로운 랜드마크 양평도서관은 지난해 6월 20일 개관했다. 지난 1993년 건립된 양평군립도서관은 양평군 최초의 공공도서관으로 독서문화 보급에 앞장서며 군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노후한 건물과 독서공간 및 편의시설이 부족해 이용객들의 불편이 누적됐고 이에 양평군립도서관과 어린이도서관을 신축 이전에 양평도서관으로 새롭게 건립했다. 도서관과 군립미술관, 평생학습센터, 문화원 등이 한 울타리에 건립됨에 따라 방문객들의 이용 편의성이 높다는 평을 듣고 있다. 양평도서관은 설립 당시부터 군의 거점도서관으로 군민이 책과 함께 성장하는 배움터이자 다양한 지식정보를 공유하는 복합문화공간을 비전으로 내세웠다. 총면적 7천320.9㎡,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건립된 양평도서관은 양평역과 비교적 가까워 대중교통으로도 방문이 용이한 편이다. 실내에서 남한강을 조망할 수 있게 설계돼 있고 양감섬과 물소리길 산책로 등 양평군 내 명소와도 가까워 새로운 랜드마크로 관심을 받고 있다. 1층은 어린이자료실, 유아자료실, 유아휴게실을 배치하고 어린이 전용 화장실까지 갖추고 있어 어린이를 배려한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2, 3층은 구조적으로 연결돼 있어 열린 독서공간을 제공한다. 계단으로 꾸며진 ‘스텝마루’ 형태의 좌석 104석이 마련돼 있으며 언제든 계단에 걸터앉아 편안하게 책을 볼 수 있는 독서 분위기를 제공하고 있다. 2층은 3개의 동아리실과 80석 규모의 다목적실이 조성돼 있으며 3~4층 및 옥상은 독서와 휴식이 공존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층별로 남한강을 조망할 수 있도록 덱(deck)을 꾸몄으며 개방감을 극대화해 딱딱한 분위기의 도서관이 아닌 독서와 휴식이 공존하는 공간을 마련했다. 도서관 외부의 야외 정원은 다양한 수목이 식재돼 있어 사계절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 실내에서 정원을 바라보거나, 잠시 걸으며 사색을 즐길만한 작은 공원 역할을 톡톡히 해 도서관이 책만 읽는 공간이 아니라는 인식을 갖게 한다. 도서관 곳곳에 설치돼 있는 조명·음향 시설과 멀티미디어실, 370석의 극장 등은 양평도서관이 자연과 장서에만 의존하는 도서관이 아닌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하는 곳임을 확인하게 한다. 특히 최신 OTT 서비스를 즐길 수 있도록 노트북을 대여하는 등 군민들이 좋아할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책 읽는 도시 양평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은 양평도서관은 2025년을 시작하며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도서 문화를 체험하고 책 읽는 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체험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다. 미취학 아동부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우리 아이 천 권의 기적’ 사업을 운영한다. 어려서부터 독서 습관을 확립할 수 있도록 독서를 생활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인접한 양평군립미술관과의 연계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다. ‘양평군립미술관과 함께하는 어린이 인문학 프로그램’을 운영해 양평군 어린이들이 예술과 인문학적 소양을 쌓도록 돕는다. 한편 양평군은 ‘책 읽는 도시 양평’을 2025년 비전으로 품고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인 ‘양평 한 책’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도서관과 양평군 관광자원을 연계한 독서 힐링 프로그램 ‘독서 웰니스’ 사업도 추진한다. 한편 도서관 로비 전면에 배치돼 있는 서가 ‘내책네책, 북적북적’엔 군민들이 기증한 도서 1만6천여권이 빼곡히 꽂혀있다. 지난해 3월 1일부터 4월 19일까지 각 마을별로 도서 기증을 받았고, 군민들은 두께 2.5cm×가로 16cm×세로 22.5cm의 규격에 맞는 도서를 기증해 도서관 서가를 꾸미는 데 일조했다. 약 1만6천권의 도서로 조성된 기증서가는 군민과 함께하는 도서관이라는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다. 한편 양평도서관은 ‘2028 대한민국 독서대전’ 유치에 도전하며 양평의 열약한 문화·관광 인프라를 극복하고 군의 자연과 다양한 문화자원을 연계한 양평군만의 차별화된 독서문화 행사 및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양평도서관 관계자는 “책을 읽고, 공연을 보고 듣고 느끼는 다양한 문화활동과 양평의 내일을 여는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면서 “지역사회발전의 중심축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민낯 같은 무대의 빛나는 감동…'더하우스콘서트' [공연리뷰]

더하우스콘서트는 매주 월요일 오후 8시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진행되고 있다. 2002년 박창수 예술감독의 연희동 자택에서 시작된 이 공연이 시작될 무렵 ‘하우스콘서트’는 붐을 일으키며 관객을 매료하기도 했지만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변함 없이 유지되고 있는 공연은 더하우스콘서트뿐이다. 손 뻗으면 닿을 무대, 몸으로 느끼는 진동 더하우스콘서트는 2002년 7월 12일 연희동의 가정집에서 시작했다.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박창수 예술감독은 “음악회를 만드는 일은 곡을 쓰는 것과 같다”는 생각으로 자택에서 첫 하우스콘서트를 올렸다. 각각의 공연에서, 그리고 그 공연들이 모여 전체의 구조를 이뤄 가는 과정 자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여겼다. 박 감독은 하우스콘서트에 대한 첫 영감을 “서울예고 재학 시절 친구들과 서로의 집을 오가며 연습하던 기억”이라고 말한다. 음향 시설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평범한 집이지만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서 몸으로 진동을 느끼며 직접 듣는 음악의 감동은 그 어떤 연주회장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그렇게 작품을 만드는 심정으로, 감동을 나누겠다는 의지로 시작한 더하우스콘서트의 가장 큰 특징은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없다는 점이다. 강당 같은 공간에 피아노 혹은 보면대가 놓여 있으면 그곳이 무대인 것이고 관객은 마룻바닥 위 드문드문 놓여 있는 방석에 앉으면 된다. 관객은 편의에 따라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다리를 폈다 굽혔다 하며 ‘방구석 음악회’를 감상하고 연주자들은 관객의 숨소리와 눈빛을 동력 삼아 민낯 같은 무대를 헤쳐 나간다. 대가와 신인, 관객 모두에게 공평한 이곳 1천78회, 20여년의 시간 동안 거의 매주 쉬지 않고 열리고 있는 하우스콘서트의 2025년은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과 피아니스트 박영성의 듀오 연주로 시작했다. 연희동 자택을 시작으로 광장동, 역삼동, 도곡동 등 녹음실과 스튜디오를 거쳐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 정착한 지 10년째인 더하우스콘서트는 매회 50~100명의 관객이 찾는다. 이날은 새해 첫 하우스콘서트라는 기대감과 설렘 때문인지 예술가의집 마루가 꽉 찼다. 공연이 끝난 후 진행된 미니 토크에서 더하우스콘서트 강선애 대표는 유튜브를 통한 생중계 동시 접속자 수도 100명을 훌쩍 넘었다며 고무적인 새해 출발을 알렸다.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은 2015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20세의 나이로 한국인 최초 심사위원 만장일치 우승을 차지하며 본격적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현재 연세대 음대 관현악과 조교수로 재직 중인 임지영은 최근 올바른 세대교체의 정석과도 같은 국내 바이올린계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행보와 연주력을 갖추고 있는 연주자다. 임지영은 아주 정성껏 연주하되 지루하지 않았고 정석적이면서도 대중이 좋아할 요소를 갖춘 소리와 매력을 갖춘 연주자였다. 특히 그녀의 연주 중 발동작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대개 서서 연주하는 바이올리니스트는 다리를 고정한 채 상체의 움직임만으로 음악을 따라가기 마련인데 음악에 따라 춤을 추듯 따라가는 스탭이 아주 자연스러웠다. 연주나 감상을 전혀 해치지 않으면서도 연주자가 온전히 음악에 몰두했다는 느낌을 줬고 저음에서 고음, 지판에서 손가락이 움직이는 만큼 보폭도 너무 정확히 맞아떨어져 감상에 오히려 도움을 준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이날 함께한 피아니스트 박영성은 “함께 연주하지 않은 곡을 찾는 것이 빠르다”고 말할 정도로 자주 호흡을 맞추는 파트너로 연주 초반부 두 연주자 모두 ‘영점’을 맞추는 시간이 조금 필요해 보였지만 곧바로 완전한 앙상블을 보였다. 임지영은 연주 후 토크 시간에 “관객으로서 하우스콘서트를 즐기러 올 때마다 분위기가 매우 좋았는데 실내악이 아닌 듀오로 오게 돼 설레었다”며 “(하우스콘서트가) 최근 연주 중 가장 기대되는 무대여서 심혈을 기울였는데 쉬는 시간 없이 세 곡을 연달아 하려니 너무 힘들었다”며 웃었다. 그 말처럼 슈베르트 ‘론도 D.895, Op.70’, 그리그 ‘소나타 2번, Op.13’,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소나타 Op.18’까지 한 곡 한 곡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레퍼토리였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소리꾼 장사익이 마다하지 않는 무대,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임윤찬이 각각 15세, 17세일 때 그들을 먼저 알아보고 연주의 기회를 준 곳이 바로 더하우스콘서트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더 많이 주목받고 있는 최근이지만 하우스콘서트는 그저 언제나 이 무대를 굳건히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더하우스콘서트는 2월에도 매주 월요일 오후 8시 예술가의집을 지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