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석의 대중문화로 읽는 논술-book

<은행원 니시키씨의 행방>의 원제는 <샤일록의 아이들>이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 나온 후, 고리대금업자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샤일록. 이케이도 준은 지금 일본의 은행을 샤일록에 비유한다. 거품 경제였을 때에는 무조건 돈을 빌려주며 거래업체가 부동산을 사고 건물 신축을 하게 부추겼다가, 거품이 꺼지고 불황이 닥치자 마구잡이로 대출금을 회수하며 중소기업을 도산하게 만들었던 은행은 고리대금업자와 다를 게 없다. 후루카와 부지점장에게 반항하는 직원은 본사에서 팔라고 강요하는 신탁이 실제로는 이익을 남길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점에서는 실적을 올리기 위해 무조건 신탁 판매를 강요한다. 젊은 직원들은 이상한 걸 이상하다고 말하지 못하는 이런 조직에 수십 년씩 아무렇지도 않게 지내는 그 무신경함을 이해할 수 없다. 은행이 목표로 하는 것은 고객의 이익이 아니라, 오로지 은행의 이익일 뿐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회사를 위해, 아니 자신의 출세를 위해 자신까지 속여야만 하는 현실은 가혹하다. 은행이라는 직장에서 오래 일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고 감정과 현실의 갈등을 이겨내 항상 일에 적극적인 태도를 유지해야만 하는 것이다. 샤일록의 아이들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감수해야만 하는 상황이다.<은행원 니시키씨의 행방>은 추리소설의 형식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범죄의 수수께끼보다는 은행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욱 주력한다.1장 톱니바퀴가 아니야는 은행 지점장이 되기 위해 물불 안 가리는 부지점장 후루카와의 이야기다. 후배 점원을 닦달하다가 폭행까지 저지르고, 그 사실이 본사에 알려져 오점이 찍히게 된다. 은행을 위하여, 실적을 위하여 모든 행원이 절대 복종해야 한다고 믿는 후루카와의 가치관은 이미 낡은 것이다. 2장 상심가족에서는 대출 등에서 많은 실적을 올려 가족과 함께 해외 지점으로 나가고 싶어 하는 도모노가 나온다. 언젠가부터 출세 길에서 멀어져만 갔던 도모노가, 거래처에서 무릎까지 꿇어가며 매달리는 모습은 정말 처절하다. 3장 미운 오리 새끼에서는 20대 초반에 가장이 되어버린 고달픈 여행원 아이리가 인기 많은 선배와 사귀다가 동료 여행원에게 미움을 받고, 은행 내에서 분실된 100만엔을 가로챈 용의자로 의심받게 된다. 그러면서 아이리를 감싸주는 상사인 니시키가 드디어 등장한다.기본적으로 <은행원 니시키씨의 행방>은 샐러리맨으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우여곡절을 그려낸 드라마다.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도쿄제일은행 나가하라 지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은행이라는 공간이 어떠한 곳인지를 보여주고, 무한경쟁사회에서 살아남아야만 하는 샐러리맨의 인생을 파란만장하게 그려낸다. 그러면서 니시키의 실종 이야기를 설정하여 추리물의 기본 요건을 마련한다.하지만 니시키가 사라진 후에도 결코 행적 찾기에만 몰두하지 않는다. 은행원들이 니시키가 했던 업무를 인계받으면서 자연스럽게 그 전모가 밝혀진다. 탐정이나 형사, 한 사람의 탁월한 재능이 아니라 자신의 일에 충실했던 사람들이 찾아낸 단서 안에 니시키의 행방을 알 수 있는 증거가 자연스럽게 모아지는 것이다. 모든 것은 그들의 일상생활과 업무 안에서만 이루어진다. 그것이 <은행원 니시키씨의 행방>이 탁월한 추리물로서 기능할 수 있는 이유다. 필사적으로 범인을 찾아내는 누군가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의 연장으로서 범죄의 이유가 밝혀진다. 그를 반드시 찾아내야 하는 절실한 이유보다는 그가 사라져야만 했던 간절한 이유가 드러난다. 범죄를 중심에 두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범죄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아내는 것이다. 현대 샐러리맨 앞에 놓인 두 가지 운명<은행원 니시키씨의 행방>의 작가인 이케이도 준은 게이오 대학을 졸업한 후 미쓰비시은행에 근무하다가 소설가로 전업했다. 98년 <끝없는 바닥>이 에도가와 란포상을 받았고, 이후 나오키상 후보에도 올랐다. <미스트> <주가폭락> 등 자신의 경험과 장기를 잘 살려 금융 미스터리라는 장르에 매진하고 있다. <은행원 니시키씨의 행방>에서 드러나듯이, 은행원으로의 경력은 작품의 현실성만이 아니라 세밀한 트릭과 심리묘사 같은 세부적인 테크닉에까지 영향을 끼친다. 본점 검사부의 구로다 미치하루가 나카하라 지점의 감사를 마친 후, 구조 지점장과 숨막히는 암투를 벌이는 7장 은행 레이스가 대표적이다. 지점에서 100만엔 도난사건을 적당히 얼버무렸다는 것을 알아낸 구로다에게 구조 지점장이 일대 일 면담을 요구한다. 그 결과 구로다는 손을 들고 만다. 구조 지점장은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니 출세하기 위해 모든 것을 이용하는 인간이었다. 이케이도 준은 은행원에는 어떤 타입이 있는지, 아니 어떤 인간이 존재할 수 있는지를 이 책에서 탁월하게 그려낸다.<은행원 니시키씨의 행방>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 중에서 은행이 요구하는 이상적인 직원은 아마 구조 지점장일 것이다. 구조 지점장은 어떤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고 실적을 올리며 출세의 길을 향해 달려간다. 하지만 구조야말로 가장 비인간적이고, 가장 기계적인 인간이다. 인간답게 살겠다고 생각한다면, 출세를 포기하고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자신에게 만족하고,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면서. 하지만 가족에게 보다 넓은 집을 마련해주기 위해서, 아이의 더 좋은 교육을 위해서는 출세를 해야만 한다. 자신의 명예를 위해서도 올라가야만 한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둘 중 하나다. 승자가 되든가, 패자가 되든가. 그 이분법에서 대부분은 후자로 떨어진다. 자신이 패자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자신이 이미 패자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그는 더 이상 과거의 자신이 아니다. 누군가는 정신이 이상해지고, 누군가는 범죄를 저지르게 되고, 누군가는 무력해진다.한 은행원은 그런 아버지를 보고 자랐다. 소박했던 농가의 장남은 고도성장기의 사풍에 물들어 완벽하게 세뇌돼 버렸다. 샐러리맨 사회의 질서와 규칙이 순진무구한 머리에 들어가면서 아버지는 완전히 다른 인격의 인간으로 변한 것이다. 그는 그런 인간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절대로 패자가 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버지는 패배자였다. 패배자는 처음부터 패배자였던 게 아니라 스스로를 패배자로 인식하는 순간부터 패배자가 되는 것이다. 그는 패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결정적인 순간에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했다. 거기에서 모든 일이 시작된다. 모든 것이 어긋나버린다. 그는 더이상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이미 인간이 아닌, 피도 눈물도 없는 샤일록의 아이가 되어버린 것이다.결국은 살아남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자신만의 생존을 위해서 살아가는 것은, 자연의 법칙이 온전하게 지켜질 때의 말이다. 이미 인간 사회에서 자연의 법칙은 무너졌고 모든 것은 무한경쟁의 양극화 사회로 달려가고 있다. 그 안에서 우리들은 언제나 패배자이거나 샤일록의 아이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니시키가 그랬듯이, 모든 규칙을 무시하고 어디론가 사라지지 않는 한./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

비빔밥 논술

爭 點 討 論 새 정부 초기부터 고위공직자의 도덕성 논란이 뜨겁습니다.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과 총리가 부동산 투기, 논문표절, 탈법 혜택 등 각종 부정부패 의혹을 받았고, 그중 3명은 낙마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더욱이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들은 공천과정에서 보다 엄격한 도덕적 기준을 적용하기로 하여 도덕성 논란은 확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위공직자의 도덕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향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습니다. 인재를 중시하고 능력 본위의 원칙을 훼손한다는 비판인데요. 현 시기 대통령과 국회의원, 장관, 총리 등 고위 공직자들을 선출함에 있어 최우선적인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능력만 있다면 도덕성에 다소나마 흠결이 있어도 괜찮은 걸까요? /김인규 상임연구원 <생 각 열 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리더십이나 덕목은 과연 무엇이어야 할까요? 직접 설문조사를 시행해보고 그 의미를 분석해봅시다. 차기 대통령이 갖추어야 할 덕목은? 유레카국의 차기 대통령 선출이 멀지 않았습니다. 현재 유레카국의 상황이 다음과 같다고 했을 때 아래의 설문조사에 응답해봅시다. ● 경제적으로 장기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그 과정에서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 행정조직이 과도하게 비대하며 정책 수행의 효율성과 추진력이 떨어지고 있다. ●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의 부패가 만연하여 국민들의 정치 불신이 심각하다. ● 권위주의 정권이 물러나고 민주화의 진전이 이루어졌으나 권위주의적 잔재가 남아 있다. ☞ <설문조사> 유레카국의 대통령 선거가 열흘 남았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할 때 차기 대통령이 갖추어야 할 최우선의 덕목이 무엇인지 답해주십시오. 카리스마 / 행정경험 / 경제에 대한 식견 / 통합조정 능력 / 도덕성 / 민주화 의지 / 행정경험 1. 여러분은 최우선의 덕목으로 무엇을 꼽았나요? 그 덕목을 꼽은 이유를 간략히 적어봅시다. 2. 친구와 가족 10명 이상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해봅시다. 그 결과를 정리해보고, 결과의 의미가 무엇일지 생각해봅시다. 고위공직자나 국회의원, 대통령 등 국민의 대표자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일까요? 유권자는 후보자나 공직자의 도덕성과 능력 중 어느 요건을 우선해야 할지 생각해봅시다. 명제Ⅰ. 고위공직자와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국정수행능력이다! Yes/ (능력을 우선해야) 고위공직자를 선출할 때 도덕적 깨끗함을 선택의 최우선으로 삼는 것은 곤란하다. 도덕성이라는 잣대로 개인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도덕성으론 정책이나 국정철학, 비전의 차이를 확인하기 어렵다. 도덕성이 뛰어나다고 하여 산적한 국정과제나 경제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등 국가정책결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인사에 있어 국정수행능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들은 한 나라의 미래를 책임지는 경영자이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 외교, 건설, 교육 등 행정부의 각 부처 장·차관급 인사는 그 분야의 전문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직자 선출에 있어 전문적 능력을 경시하고 도덕성을 절대적 조건으로 삼았을 때 제대로 된 공직수행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공직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훌륭한 자질을 충분히 갖추고 있으면서도 한두 가지 결함 때문에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면 이는 국가적 손실이다. 도덕성은 뛰어나지만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과 도덕적 결함이 일부 있으나 능력이 뛰어난 사람 중에 골라야 한다면 후자여야 할 것이다. No/ (도덕성을 우선해야) 도덕성은 고위공직자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필수덕목이다. 능력이 좋지만 도덕성에 결함이 있으면 결국 국민을 속이고 자기잇속만 챙기려 하며, 서민들의 고충에는 둔감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고위공직자의 윤리가 중시되는 이유는 이들의 그릇된 동기에서 비롯되는 정책결정이 국민에게 엄청난 재정적, 물리적 손실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차세대 전투기 사업 등에서 이러한 값비싼 경험을 했다. 자기 이익을 챙기는 능력을 공적 업무의 수행 능력으로 오해해선 곤란하다. 또한 도덕성은 국정수행능력을 발휘하는데 밑바탕이 된다. 도덕성을 상실한 공직자의 정책은 국민이 따르지 않을 것이고 결국 도덕성은 국정수행능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업과 같은 사적 영역에서는 도덕성보다 이익을 낼 수 있는 실력이 우선될 수 있지만, 공적 영역에서는 국민이 자발적으로 따라올 수 있는 지도자의 도덕성과 정당성, 솔선수범이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설사 합법적으로 이뤄졌다고 해도, 사회적 비난을 면키 어려운 부동산 투기, 논문표절 행위 등은 국민의 공복으로서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 명제Ⅱ. 도덕성은 상대적이고 모호해, 선택의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기 어렵다 ! 명제Ⅲ.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구분해서 도덕성의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 ! 명제Ⅳ. 현재 우리나라는 도덕성보다 능력을 중시해야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 <쟁 점 이 술 술~> 공직자 부패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최근에도 이명박 정부의 장관, 총리 등 새로운 내각의 주요 인사들에 대한 도덕성 논란이 다시 불거졌습니다. 정치인과 고위공직자에 대한 도덕성 시비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그 논란 속으로 들어가 봅시다. 1. 고위공직자란 어떤 사람들을 포괄하는 건가요? 공직자란 국회의원이나 공무원 따위의 공직(公職)에 종사하는 사람을 말해요. 고위공직자는 공직자 중 고위직에 해당되는 경우죠. 대통령이나 장관, 국회의원 및 고위직 공무원들이 고위공직자예요. 이들은 선거를 통해 뽑히는 경우도 있고, 대통령이 임명하고 국회의 동의를 얻어 선출되는 경우도 있어요. 고위공직자들은 국민의 대표자이며 수임자로서 국가의 공무 집행을 책임지고 국민을 위한 정책을 생산하여 집행하는 일을 수행해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공직자들의 부정부패 문제가 심각해, “부패가 없는 곳이 없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였죠. 최근에도 고위공직자들의 도덕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어요. 2. 고위공직자의 도덕성 논란이 다시 일고 있는 배경은 무엇인가요? 이명박 정부는 이전 정권의 무능함을 비판하며 ‘실용주의’ 노선을 국정운용의 방향으로 제시해왔어요. 국정운영능력을 무엇보다 중시하며 국민을 위해 실익을 챙기겠다는 의도죠.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첫 내각 인선부터 각종 부정비리 의혹이 제기되며 고위공직자에 대한 도덕성 논란이 빚어졌어요. 일부 장관 내정자들은 부동산 투기, 자녀의 이중국적, 논문 표절, 기업체로부터의 뇌물 수수 등의 의혹을 받아 사퇴하기에 이르렀죠.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능력이 우선이고 불법이 아니면 문제가 없다”고 말하며, 장관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는데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을 보여 논란이 확산됐어요. 물론 공직자에게 도덕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하지만 그 기준과 정도에 있어서는 의견 차이가 존재하죠. 아무리 능력을 갖추고 있어도 도덕성에 일정한 흠집이 있다면 무조건 공직에서 떠나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가급적 도덕성을 요구하되 해당 공직에 필요한 능력과 자질을 일단 우선시할 것인가에 대한 차이죠. 이번 토론 역시 그러한 관점 차이에서 논의가 출발되어야 해요. 3. 공직자의 도덕성과 능력을 검증하는 시스템이 있지 않나요? 선출직 고위공직자의 경우 선거를 통해 도덕성과 능력이 검증된다고 볼 수 있어요. 유권자들이 각종 정보를 토대로 후보들의 능력과 도덕성을 판단하여 심판하는 거죠. 대통령이 임명하는 직위인 경우에도 검증하는 시스템이 존재해요. 인사청문회가 바로 그것이죠. 인사청문회란 대통령이 행정부의 고위공직자를 임명할 때 국회의 검증절차를 거치게 함으로써 국회가 대통령을 견제하는 장치예요. 인사청문회를 통해 공직에 지명된 사람이 자신이 맡을 공직을 수행해 나가는데 적합한 업무능력이나 도덕적 자질이 검증되죠. 2000년 처음 도입된 인사청문회는 그 대상이 점차 늘어나 현재에는 각부 장관, 국무총리, 헌법재판소장,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등이 인사청문회의 대상이에요. 인사청문회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는데, 그동안 고위공직자들의 도덕성 제고에 큰 역할을 했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능력을 검증하기보다 도덕적 흠집만 잡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시각도 존재해요. 한편 공직자들의 윤리성을 강조하는 공직자윤리법도 존재해요. 공직자 윤리법은 공직자 및 공직후보자의 재산등록과 등록재산 공개 및 재산형성 과정 소명 등을 의무화하고, 공직을 이용한 재산취득의 규제,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 등을 규정하는 법이에요. 이는 공직자의 부정한 재산 증식을 방지하고, 공무집행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정되었죠. 4. 공직자의 능력을 검증하는 방법도 있나요? 고위 공직자나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능력이란 해당 분야의 일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는 전문성, 추진력, 비전 제시 능력, 조직통솔능력 등을 포함해요. 얼마만큼의 성과를 냈는지도 능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곤 하죠. 하지만 능력을 검증하는 구체적인 기준은 존재하지 않아요. 이에 대한 판단은 주관적인 측면이 강하고 공인(公人)이 아닌 신분일 때의 성과를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어 공직자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죠. 대체로 사회에 많은 공헌을 했는지의 여부와 해당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평가하는 것이 현실적이에요. 5. 우리나라 사람들은 도덕성을 보다 중시하지 않나요? 우리나라는 오랜 유교적 전통이 있었고, 역대 정권들을 거치면서 온갖 부정부패에 시달린 경험 때문에 공직자의 도덕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한 편이에요. 하지만 지난 대선 당시 한 여론조사 기관이 대통령 후보의 중요한 자질에 대해 조사한 결과, ‘국정운영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도덕성 높은 후보’(40.2%)보다 ‘도덕적으로 흠결이 있어도 능력이 많은 후보’(54.4%)를 선택하겠다는 응답이 더 높았어요. 그만큼 사람들의 시각이 많이 변한 거죠. 법적 처벌을 받을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면 사적인 영역의 도덕성이나 부의 추구에 대해서는 많이 관대해진 상태라 볼 수 있어요.

비빔밥 논술

爭 點 討 論 시사쟁점 등 매주 하나의 주제를 선정해 심도있게 생각해보는 코너. 정보의 바다에서 알짜만을 건져 올렸죠. 어때요? 벌써 빠져들고 싶죠? 뭘 망설여요. 그럼 빠져봅시다!! 사람들은 흔히 ‘아는 것은 힘’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곤 합니다. 언뜻 생각해보면 그 말이 틀리지 않은 것이라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을 안다는 것은 행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이고 그 힘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때론 ‘모르는 것이 약’이라는 말도 거론됩니다. ‘굳이 알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걸’이라는 생각이 드는 상황도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명제를 함께 비교하며 생각해봅시다. 무언가 아는 것은 언제 어디서나 힘이 되는 것일까요? 아는 것이 잘못된 결과를 이끈 경우는 제대로 알지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요? 아는 것이 힘이 된다는 명제가 궁극적으로 타당한지, 때론 아는 것이 병이되는 경우도 존재하는 것인지, 우리의 일상생활과 현대인의 모습을 살펴보며 토론해봅시다. /정윤희 상임연구원 <생 각 열 기> 조괄과 한신 [사례1] 조나라의 장수 조괄은 어려서부터 병법을 열심히 공부해 어느 누구도 그의 이론을 당해내지 못했다. 심지어 조괄의 아버지인 뛰어난 장수 조사도 아들의 해박한 지식에 반론을 제기하지 못했다. 하지만 조사는 아들을 장수로 기용한다면 조나라는 망할 것이라며 걱정을 많이 했다. 전쟁터는 목숨을 내건 사지로 예상치 못한 일이 다반사이며 여러 변화가 일어나곤 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병서에 나온 병법 이론만 중시하여 자신감에 충만해 있는 아들이 미덥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대안이 없어 조나라는 조괄을 장수로 삼았고 결국 진나라에 대패, 40여만 명의 병사가 목숨을 잃었다. 이 사건으로 ‘조괄의 병서’라는 속담이 생겼다. [사례2] 한나라의 장군 한신은 조나라(통일 진나라가 망한 후 생긴 다른 조나라)와 전투에서 열세를 면치 못했다. 그는 결국 전투에서 강을 등지고 싸우는 배수진을 택했다. 배수진은 손자병법에서 위험한 전술로 설명되어 있던 것이다. 조나라 군사는 물론 한신의 군사들까지도 이러한 방법을 택한 한신에 대해 병법도 모르는 무식한 짓이라 비웃었다. 하지만 한신은 병력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대승을 거두었다. 1. [사례1]의 ‘조괄의 병서’가 의미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간략히 정리해봅시다. 2. 두 사례를 참고하여 해박한 지식이 나쁜 결론을 내는 경우도 있는지, 그러한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봅시다. 만일 조괄이 지식을 제대로 알지 못한 것이라 평가한다면 지식을 제대로 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지 생각해봅시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은 그동안 상식처럼 통용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아는 것이 병, 모르는 것이 약’이라는 말도 있지요. 과연 지식이란 인간의 삶을 행복으로 인도할 수 있을까요? 아는 것이 항상 힘이 될지, 병이되는 경우도 있을지 생각해봅시다. 명제Ⅰ. 객관적인 진리를 담지하고 있는 지식을 창출하고 습득하는 것은 가능하다! Yes/(아는 것이 힘) 지식과 정보를 그 자체로 객관적인 진리라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근대 이후 관찰과 실험의 방법을 통해 이 세상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지식의 창출이 가능해졌다. 자연과학의 급속한 발달과 그로 인한 문명의 발달은 이러한 사실이 의심의 여지가 없음을 보여준다. 물론 간혹 기존 지식에 오류나 미흡한 점이 발견되기도 한다. 하지만 동일한 과학적 방법을 통해 오류를 보완하고 문제점을 해결하여 점차 진리에 근접해가고 있다. 특히 현대사회에 들어 정보나 지식은 방대한 규모로 축적되고 있으며 이를 종합하고 재구성한 이론과 지식이 세상의 객관적인 모습을 설명하고 있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알 수 있으며 그에 대한 지식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 세상을 변화시킬 힘을 지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상을 알 수 없다며 회의주의에 빠지거나 신에 의존하는 나약함을 드러낼 필요는 없다. 인류의 역사는 앎의 확대 과정이라 봐도 무방하다. 그 과정의 연장선상에서 끊임없는 지식의 탐구가 결국 궁극적인 진리를 밝혀줄 것이다. NO/(아는 것이 병) 정보나 상식, 혹은 사실이라는 맥락에서의 앎은 무언가를 ‘안다’는 말로 통칭할 수 있겠지만 본질적인 의미에서 ‘진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특정 지식이 세상의 일부를 있는 그대로 설명하고 있다고 말하더라도 과연 그것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다. 더 큰 원리가 작용하고 있거나 다른 요인의 작용을 미처 알아채지 못한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9시에 먹이를 제공받은 칠면조가 그러한 규칙성을 참된 지식이라 생각할 순 있겠지만 추수감사절 아침 9시에는 먹이가 제공되는 대신 사람들의 식탁에 오르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과 같다. 자연의 무한한 신비에 비하면 인류가 쌓은 지식의 진보란 사실 보잘 것 없는 것이며, 그 지식을 쌓아온 인간의 인식 능력 또한 한계가 있다. 인류가 터득한 지식이라는 것이 때론 유용함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이를 맹신하게 되면 엄청난 재앙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사실 현대사회의 지식이란 보편적 진리라기보다 이데올로기에 가깝고 권력의 행사와 관련되어 있는 것일 뿐이다. 명제Ⅱ. 앎은 실천을 이끌고 그에 따라 세상은 바뀔 것이다! 명제Ⅲ. 보다 많은 지식은 일상생활에 유용함을 주며 인간을 행복하게 한다! 명제Ⅳ. 현대사회의 지식추구는 자연에 대한 지배를 강화시키고 있다! <쟁 점 이 술 술~> ‘아는 것이 힘이다’ 라는 말은 우리 귀에 익숙한 명언입니다. 상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던 이 말에 어떠한 시대적 배경이 존재하는지, 또 인류가 앎을 둘러싸고 어떠한 변화를 겪어왔는지 살펴봅시다. 1. ‘아는 것이 힘이다’는 누가, 어떤 의도로 한 말인가요? ‘아는 것이 힘이다’는 근대 영국의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이 남긴 유명한 말이에요. 베이컨이 이 말을 한 배경에는 당시까지 세상을 지배하고 있던 종교적 억견이나 무지에서 벗어나 과학적 방법에 의해 지식을 탐구해야한다는 주장이 깔려있어요. 또 이러한 지식을 이용하여 인간이 자연을 제어하고 정복할 수 있다는 신념도 포함하고 있죠. 이는 근대 과학혁명의 태동기에 지식 획득에 의한 인간의 진보를 예고한 말이라 할 수 있어요. 그러나 이런 시대적 배경과는 별도로 오늘날 이 말은 앎 자체가 인간에게 주는 효용을 폭넓게 포괄하는 말로도 쓰이고 있어요. 말 그대로 어떤 대상에 대해 지식을 가지면 힘, 지배력, 능력을 얻게 된다는 것이죠. 하지만 서양의 흐름과는 달리 ‘아는 것이 병’일 수 있다는 생각도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어요. 2. ‘아는 것이 병’이라는 말도 있나요? ‘아는 것이 병, 모르는 것이 약’이라는 말도 우리 사회에 속담처럼 전해져 오고 있어요. 사실 이러한 내용은 동양 사상의 여러 문헌에서 발견되기도 하죠. 맹자는 ‘어느 책의 내용을 있는 그대로 모두 믿는다면 그런 책은 차라리 없는 것이 낫다(盡信書則不如無書)’는 말을 남겼어요. ‘아는 것을 다 믿으면 힘이 아닌 병이 될 수도 있음’을 지적한 거죠. 그 외 삼국지에 나오는 식자우환(識字憂患)이라는 말도 널리 퍼졌죠. 이는 글자를 아는 것이 오히려 걱정을 끼친다는 말로 너무 많이 알기 때문에 쓸데없는 걱정도 그만큼 많다는 뜻이에요. 3. ‘안다는 것’은 지식만을 말하는 건가요?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명제 속의 앎이란 지식, 특히 사실적이고 기술적인 지식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어요. 수학방정식이나 외국어능력, 컴퓨터 프로그램 사용법 등 우리가 교육기관에서 배우는 대부분의 지식들이죠. 이러한 지식들은 주로 이성적인 사고에 의해 유추되어지고, 실험이나 검증에 의해 명확하게 사실로 판명된 지식들이에요. 주로 ‘배워서 안다’, ‘공부해서 안다’라고 할 때의 앎이지요. 이 와는 반대로 삶의 깊이를 ‘깨닫는다’, 인생의 참 의미를 ‘안다’라고 할 때의 앎은 사실적인 지식이 아니라 도덕적, 윤리적 가치판단이 개입된 일종의 주관적 판단이라 할 수 있어요. 그러나 사실적 지식이든 윤리적 판단이든 이성적 사고의 산물이라는 점에서는 같다고 할 수 있어요. 달리 말하면 사실적 지식은 ‘도구적 이성’이라 할 수 있고 윤리적 판단은 ‘비판적 이성’이라 할 수 있죠. 베이컨의 시대 이후 현재까지는 주로 도구적 이성, 즉 사실적 지식이 중시되어왔다고 할 수 있어요. 4. 근대 이후 사실적 지식이 중시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근대 이전의 사회는 종교나 신분제도 등에 의해 인간의 활동과 인식영역 전반에 많은 제약이 있었어요. 종교적 진리에 맞지 않는 과학적 발견은 배격되거나 신분에 의한 차별이 당연시 되는 등 불합리하고 비이성적인 측면이 많았죠. 그러나 근대에 들어 인간의 합리적 이성과 이에 기반한 지식만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이성중심주의가 대두하면서 사실적 지식은 새로운 진리로 각광받기 시작했어요. 수학적 계산, 가설과 검증, 경험을 통한 연구와 실험 등으로 진리를 발견할 수 있다는 신념이 팽배해진 것이죠. 이러한 생각은 정치나 경제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쳐 근대 혁명과 산업 혁명 등 갖가지 사회변화를 낳았고 이는 결국 자본주의와 과학문명의 발달로 이어지게 되요. 이처럼 근대 이후에는 새로운 지식의 발견과 이에 의한 물질문명이 급속한 발전을 이룬 시기였기 때문에 사실적 지식이 각광받을 수밖에 없었어요. 이러한 배경 속에 18세기 유럽의 계몽주의자들은 대중들을 계몽하는 것이 세상을 바꾸는 길이라고 믿기도 했죠. 그러나 연이은 세계대전과 환경파괴 등 현대문명의 위기가 대두되면서 지식추구에 의한 인간의 힘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었죠. 5. 인간의 힘이 의심받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근대 이후의 사회는 인간이 이성에 의해 의심할 수 없는 지식을 발견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지식위에 끝없이 발전할 수 있다는 일종의 낙관론이 팽배했어요. 그러나 과학적 지식이 사용 여하에 따라 통제할 수 없는 결과를 낳기도 하고, 인간 스스로가 지식의 대상이 되면서 물질화 되는 등 소외 상황을 맞게 되었죠. 또 세계대전에 의한 비극은 인간이성에 대한 본질적인 회의를 불러일으키게 되었어요. 지식이 아무리 양적으로 팽창해도 인간 본성에는 어떠한 발전이 없으며 오히려 비판 의식 없는 지식의 증대는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죠. 이러한 상황을 호르크하이머와 같은 철학자는 ‘이성의 타락’이라고 설명했어요. 지식을 구하는 자세의 본분은 진리탐구인데, 현대의 지성은 물질에 사로잡혀 물질문명 건설에 필요한 단순기능공으로 전락했다는 것이죠.

讀書討論 <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위하여 >

>> 조국 (1965~)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대 법과대학과 대학원 법학과에서 공부했다. 1992년 울산대학교에서 교수생활을 시작했으나 다음해에 학부와 대학원 시절의 활동이 문제되어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됐다. 석방 후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교 로스쿨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영국 옥스퍼드 대학과 리즈 대학에서 방문학자로 연구했고 지금은 서울대 교수로 일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형사법의 성편향>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 등이 있다. // 형기를 채우고 출소한 비전향 사상범들의 경우 재범의 위험이 있으므로 준법서약서를 쓰게 하고 보안관찰처분을 통해 정부가 늘 그들의 행동을 점검해야 한다. // 여호와의 증인들의 병역거부는 인정될 수 없다. 병역의 의무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마땅히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 빨치산들의 활동과 삶을 그린 <태백산맥>은 이적표현물이며 이를 쓴 조정래는 빨갱이 작가다. // 가옥을 철거하려는 철거반원에게 “김일성보다 더한 놈”이라고 말한 경우, 경찰관의 부당한 처사에 항의하며 “우리나라 법이 빨갱이 법보다 못하다”고 발언한 경우, “내일 판문점에 가는데, 그곳에 가서 북으로 넘어가버리겠다”는 객기 어린 농담을 한 경우 체포·구속되어 재판받아야 한다. 이 네 가지 주장들은 모두 타당한 걸까? 아마도 저마다 의견이 분분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이들 네 가지 주장은 얼핏 각각 다른 사안에 대한 판단으로 보이지만 사실 모두 같은 문제에서 비롯됐다. 과연 이 네 가지 주장의 공통된 문제점은 무엇일까? 우리 사회의 ‘양심과 사상의 자유’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위하여>는 이러한 네 가지 주장들이 과연 타당한지 점검한다. 다시 말해 책은 좌파 사상범에 대한 사상전향제 및 보안관찰처분, 양심적 병역거부권, 빨갱이 콤플렉스와 사상의 표현 및 실현의 자유, 국가보안법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해결방안을 모색해 나간다. 앞서 살펴본 네 가지 주장의 공통점을 찾기 위해 각각의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첫 번째 주장은 비전향 사상범에 관한 이야기다. 과거 우리 정부는 사상을 전향하지 않은 사상범을 구금시켰다. 이는 일제 때 독립군을 억압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사상전향제를 따른 것이다. 사상전향제 아래에서는 사상범으로 붙잡힌 좌익수들이 사상전향서를 제출해 사상전향 의사를 밝히지 않을 경우 선고된 형기를 마치고 나서도 감옥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설령 출소 기회를 얻었다 하더라도 정부의 감시를 받으며 지내야 했다. 그들에게는 거주·이전의 자유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두 번째 내용은 ‘여호와의 증인’ 신자들의 양심적 병역거부의 경우다. ‘여호와의 증인’ 신자들은 일체의 집총병역을 받지 말라는 종교적 교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종교적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는다. 재판부는 국민 전체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적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병역의무가 종교적 신념과 양심에 우선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취업을 비롯한 사회에서의 여러 활동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으며 심지어는 징역을 선고받아 감옥신세를 진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 조정래가 빨갱이 작가라니 눈이 휘둥그레질 독자도 있겠지만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세 번째 주장과 같은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회자됐다. 과거 우리 사회에서는 반공사상이 아닌 다른 사상은 용납될 수 없었다. 특히 북한과 같은 사회주의 사상에 관심 갖는 사람들은 혹독한 탄압을 받아야 했다. 당시 우리 사회에서 반공사상을 따르지 않는 사람은 자유주의자든, 민족주의자든, 사회주의자든 가리지 않고 빨갱이라는 낙인이 찍혀 가혹한 형벌에 처해졌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빨치산들의 이야기를 담은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는 빨갱이기에 충분했다. 네 번째의 경우도 지금 우리 사회에서 흔하게 제기되는 주장은 아니다. 하지만 가까운 과거에서 그 같은 주장은 사람들 사이에서 당연히 타당한 이야기로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북한과 관련한 발언을 한 사람들은 재판을 받았고 그 가운데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도 적지 않았다. 예전처럼 심한 것은 아니지만 북한과 관련한 발언이나 행동 등에 대한 규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아마도 많은 독자들이 세 번째와 네 번째 주장의 경우 국가보안법과 연관되어 있음을 쉽게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동안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어 온 국가보안법은 최근 들어 개정 및 폐지 논란에 오르고 있다. 국가보안법은 국가 안보를 보장하고 반공 이데올로기를 사수하는 역할을 했지만 정작 국민 개인들의 자유와 행복을 지켜주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가보안법의 서슬 퍼런 칼날 아래 많은 이들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다. 국가보안법 아래에서는 오로지 국가의 안전과 반공 이데올로기의 유지만이 중요했다. 이를 방해하는 개인의 사상의 자유나 양심의 자유는 설 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국가보안법의 내용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는 개인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누리려는 자는 가차 없이 처벌되었고 그 때문에 우리 사회는 빨갱이 콤플렉스에 시달려야 했다. 결국 국가보안법은 개인의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첫 번째와 두 번째 주장의 내용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제목에서 이미 눈치챘겠지만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위하여>는 좌파 사상범에 대한 사상전향제 및 보안관찰처분, 양심적 병역거부권, 빨갱이 콤플렉스와 사상의 표현 및 실현의 자유, 국가보안법 등이 개인의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점을 공통된 문제점으로 꼽는다. 양심과 사상의 자유란? 그렇다면 양심과 사상의 자유란 과연 무엇인가? 우리 헌법 제19조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선언한다. 현재 법 해석으로 헌법 제19조는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모두 보장하는 조문으로 이해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를 포함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양심과 사상의 자유는 “정신적 기본권 중 가장 근원적인 것”이며 “최상급 기본권”으로 꼽고 이를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 이유는 우선 인간이 자신의 양심과 사상에 따라 사고하고 행동할 수 없다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킬 수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인간의 양심과 사상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고서는 민주주의 체제의 존속과 발전도 전혀 기대할 수 없다. 이에 민주주의 국가에서 양심과 사상의 자유는 그 어떤 권리보다 우위에 선 권리이다. 대한민국도 엄연히 민주주의 국가다. 그런데 과거는 물론 현재까지도 왜 우리 사회에서는 양심과 사상의 자유가 온전히 보장되지 못하고 있을까? 이와 관련된 사례로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위하여>는 여러 이유들을 들고 있지만 여기서는 양심적 병역거부권에 대해서 함께 살펴보자. 현재 우리 사회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입영 자체를 거부하면 병역법 제88조의 입영기피죄로, 입영 후 집총을 거부하면 군형법 제44조의 항명죄로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이를 근거로 수많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뿐 아니라 불교나 기독교 신자들 중에서도 종교적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고 종교는 갖고 있지 않지만 전쟁에 반대한다는 자신의 신념과 양심을 지키려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무조건 병역의무를 행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현역입영 대신 대체복무를 통해 병역의 의무를 수행할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해 “양심의 자유는 단지 국가에 대하여 가능하면 개인의 양심을 고려하고 보호할 것을 요구하는 권리일 뿐, 양심상의 이유로 법적 의무의 이행을 거부하거나 법적 의무를 대신하는 대체 의무의 제공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라고 답한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남북한 사이에 평화가 정착되어야 하고 병역기피 요인이 제거되어야 하며 대체복무에 대한 사회공동체 구성원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한다. 헌법재판소의 이 같은 판결은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그 어떤 자유보다 가장 근본적인 자유로 꼽는 민주주의 기본 정신과 과연 부합하는 것일까? 물론 대체복무제가 도입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들 사이의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늘 다수의 의견만이 존중받을 수 있는 걸까? 소수자에 대한 관용이 민주주의의 핵심은 아닐까? 무엇보다 양심의 문제는 다수결로 결정지을 수 없는 사안이지 않은가. 혹자들은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행사하려는 ‘여호와의 증인’ 신자들을 두고 이단의 양심은 보장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여호와의 증인이 집총을 거부하고 병역을 기피하는 이유는 국가와 정부를 사탄의 조직으로 보기 때문”이라 말한다. 그런데 그들의 주장처럼 ‘여호와의 증인’이 이단이며 국가와 정부를 사탄의 조직으로 보고 있다고 해서 그들의 양심은 무시되어도 될까? “최상급 기본권”인 양심과 사상의 자유는 모든 사람들이 마땅히 누려야 하는 권리이다. 곧 이단의 양심도 양심이며 이단의 인권도 인권인 셈이다. 만일 양심과 사상의 자유가 상황에 따라, 대상에 따라 달리 적용된다면 그 누구의 양심과 사상의 자유도 지켜질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의 홈스 대법관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고 한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의 사상의 자유를 인정하고 보장해줄 때 나의 자유도 지켜진다는 것이다. 양심과 사상의 자유가 넘쳐나는 사회를 꿈꾸며… 양심과 사상의 자유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기본 중에서도 가장 기본인 권리다. 하지만 과거 우리 역사와 현재를 돌아보면 기본적인 양심과 사상의 자유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위하여>의 저자인 조국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한다. 저자 조국의 제안을 음미하며 우리의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지킬 방법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김경미 유레카 상임연구원

경기도교육청 - Story

경기도교육청이 2008년을 ‘경기교육 선진화의 원년’으로 선포했다. 공교육의 질을 높이고 사교육비를 반감시켜 학부모들의 부담을 줄이고 누구나 원하는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가운데 체육교육은 ‘건강한 몸에 지혜가 깃들 수 있다’는 기본 방침 속에 기초체력 향상에 중점을 두고 있다. 본보는 기초체력 향상에 중점을 둔 엘리트 체육의 방향을 점검했다./편집자 주 ◇1학교 1운동부= 도교육청은 학교별로 특성화 할 수 있는 1교 1운동부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정책적으로 육상, 수영, 체조, 유도, 역도, 양궁, 사격, 레슬링, 복싱 등을 강조하고 있다. 또 학교 안내 표지에 교기 종목을 표기하고 홍보해 학생들의 진학에 도움을 주도록 했으며 기초학력이 부진한 체육특기자를 특별지도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운동부 운영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위해서는 인건비, 대회출전비, 용구 구입비 등 학교 운동부 관련 예산의 현실성을 고려해 계획하고 경비 지출시 법인카드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스포츠 영재의 산실 경기도= 스포츠영재 교육의 강화를 위해 경기도 학생체육대회, 지역별 종목별체육대회를 개최하고 학교 공동체가 육성하는 운동부를 운영한다. 스포츠체험교실을 운영하여 스포츠영재의 경기력을 신장하고 선수활동에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스포츠 영재 및 일반선수의 스포츠 체험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지속적인 스포츠영재 발굴·육성의 결과, 지난해 세계 피겨의 요정 김연아를 비롯해 여러 스포츠 영재들이 각종 국제 대회에서 입상했고, 전국 체육대회 6연패, 전국동계체육대회 7연패, 전국소년체전 2연패를 달성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학생의 학습권 존중하는 운동부= 학교 운동부의 운영은 체육교과교육에 국한된 교육활동이 아니라 학생의 특기 및 적성을 조기에 발굴·육성하는 특기교육의 일환으로 학교공동체 구성원이 참여하는 교육활동임을 인식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학생선수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정상수업 이수를 반드시 준수하고 수업 결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한다. 단위 학교별 학생선수 학업성적 관리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학교별 ‘학생선수 학습도우미(동료, 또래) 봉사활동’을 운영한다. 학기 중 상시 합숙훈련을 금지하되 중·고등학교는 1회 합숙훈련을 2주 이내, 학기당 2회 이내로 제한하고, 학기당 3회 이상 할 경우에는 관할 교육청에 훈련계획 제출 및 협의하도록 하였다. ◇전국체전 제패 위해 시동= 학교체육의 활성화는 물론 체육인구의 저변확대 및 생활체육 기반을 조성하고 체육영재 조기 발굴을 통한 스포츠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오는 5월31일부터 6월3일까지 4일간 제37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 참가할 계획이다. 초·중등부를 분리해 참가(초 17개 종목, 중 31개 종목)하고 청소년 문화 행사와 연계한다. 또 오는 10월10일부터 16일까지 열리는 제89회 전국체육대회에는 고등부, 대학부, 일반부별로 시도대항 채점제로 정식종목, 시범종목으로 구분하여 참가한다. ◇학교 체육시설 현대화= 도교육청은 학생 기초체력 향상과 체육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500개교의 학교체육시설 현대화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현대적인 시설과 체육교육과정의 효율적인 연계 구축 운영을 위해 2008년에는 80개교를 추진할 방침이다. 현대화 체육시설은 교내 공간 활용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장비로 배치하여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이용자의 상태에 적합한 신체활동 처방을 실시한다. ◇건강·체력증진 프로그램 운영= 도교육청은 건강체력증진프로그램 운영으로 학생 체력을 증진하고 체력부진 학생의 체력관리 및 글로벌 인재 육성과 희망경기교육을 실천한다. 개인의 체력 및 건강상태에 적합한 각 요소별 건강체력증진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며 건강캠프(체력증진프로그램) 운영은 초·중·고 급별 1개교씩을 시범운영할 계획이다. 교육과정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과 전 시간, 재량시간, 특기적성 교육시간, 계발활동 시간, 방학 기간, 방과 후 시간 등을 활용하되 가급적 별도 시간을 정해 지속적으로 실시한다. ◇유휴공간 및 인근 체육시설 활용= 도교육청은 학교체육시설의 부족한 부분을 인근의 다양한 체육시설을 이용하여 극복하도록 하고 있다. 인근 체육시설 접근의 용이성 등을 감안하되, 둔치, 인근 체육공원, 국가나 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종합운동장, 체육관, 수영장 등의 공공 체육시설을 이용하도록 한다. 이의 활성화를 위해 인근의 공공 및 사회체육 시설 이용에 알맞은 학교체육 종목을 선정하고 효율적인 수업방안을 모색한다. 또한, 체육시설을 활용하는 안내를 하거나 학생이 이동할 시 안전지도를 철저히 한다. ◇문 활짝 연 학교 체육시설= 도교육청은 학교교육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주민이 학교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학교 체육시설을 개방하고 있다. 학교시설 개방 및 이용에 관한 사항을 이용자가 쉽게 볼 수 있는 곳에 게시하여 편의를 돕고 있으며, 체육시설관련 민원 전용 상담창구를 학교 홈페이지에 설치·운영하고 있다. 체육시설의 종류, 시기, 신청절차, 이용 및 사용료 징수 등에 관한 사항을 학교 홈페이지에 탑재하고 있다. /김동수·임성준기자 sjlim@kgib.co.kr

비빔밥 논술

爭 點 討 論 다수결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가장 민주적인 의사결정방법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선거를 할 때, 정책을 결정할 때 심지어 친구들끼리 의견을 정할 때에도 다수결을 사용하지요. 그만큼 다수결 원칙은 일상적으로 최선의 의사결정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는 거지요. 하지만 한편에서는 다수결 원칙이 최선의 방법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다수의 결정에 무조건 따르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이지요. 이들은 다수결 원칙이 소수를 배제할 가능성이 크고, 다수의 횡포에 휘둘릴 수 있다고 말합니다. 다수의 결정이 올바른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던집니다. 역사적으로도 다수의 결정이 훗날 잘못된 결정이었음을 알게 된 경우도 꽤 있으니까요. 이에 이번에는 다수결에 대해서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민주사회의 일원으로서 다수결이 누리고 있는 절대적 지위에 대해 한번쯤 의문을 가져보는 것은 꼭 필요하니까요./제윤아 상임연구원 <생 각 열 기> 다수결의 원칙에 충실했지만 전체 국민의 다수가 싫어하는 후보가 선출되는 선거 결과가 나왔다면 어찌된 것일까요? 이러한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보완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요? 누구를 대표자로 뽑아야 할까? 2020년 대통령 선거일입니다. A, B, C 세 명의 후보가 선거에 나왔지요. A후보는 국민의 34%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후보입니다. 하지만 나머지 66%의 국민들은 A후보를 극도로 싫어하죠. 만약 A와 B를 두고 투표를 한다면 A가 34%, B가 66%를 획득하고, 만일 A와 C가 투표를 한다면 A가 34%, C가 66%를 획득할 정도로요. 하지만 세 후보가 대통령 후보에 출마했고 투표결과가 나왔습니다. 결과는 다음과 같아요. A후보- 34%, B후보- 33%, C후보- 33% 다수결 원칙에 따르면 A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국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네요. 과연 이러한 투표 결과는 국민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한 것일까요? <1> A후보가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대통령이 되는 것에 대해 여러분은 동의하나요? 여러분은 세 명의 후보 중 누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2> 위의 상황에서 다수결 원칙을 보완해 민의를 제대로 반영시킬 방안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지, 나름대로 창의적인 방법을 생각해봅시다. <쟁 점 이 술 술~> 우리는 대표자를 선출할 때나, 정책을 결정할 때, 심지어 음식 메뉴를 결정할 때에도 다수결 원칙을 자주 사용합니다. 다수결은 우리의 삶과 아주 밀접한 의사결정 방법인데요, 이러한 다수결의 원칙은 어떻게 등장하게 된 걸까요? 또 민주주의와 다수결은 어떠한 관계가 있는 걸까요? 1. 다수결 원칙이란 무엇인가요? 어떤 사회나 집단이든 조직의 유지를 위해 여러 사안에 대한 집합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 해요. 의사결정 방법이란 구성원 속 한 개인(예컨대 독재자)이 내리는 것부터 만장일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어요. 그 중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흔히 다수결의 원칙을 집단 의사결정의 중요한 원리로 받아들이고 있죠. 다수결(majority rule)이란 집단의 의사를 결정함에 있어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의미예요. 물론 그 결과에서 간신히 과반수를 넘기는 경우부터 전원이 동의하는 것까지 모두 포괄하죠. 다수결의 원칙은 과반수에 의한 결정이 전체 집단에 구속력을 가질 때 의미를 지녀요. 즉 간신히 과반수를 넘기는 경우일지라도 그 결정은 전체가 따라야 다수결 원칙이 존중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죠. 2. 다수결 원칙은 오랜 옛날부터 존재하던 방식인가요? 현대 사회에는 다수결 원칙이 일반화되어 있고 누구나 쉽게 동의하지만, 고대 그리스에서는 그다지 민주적인 방식이라 여기지 않아 제비뽑기로 결정하는 것을 선호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스파르타 병사들에게서 행해지던 환호성의 강약에 의한 고대의 구두 투표나 아테네 민회의 거수 표결 등은 다수결의 오래된 형태라 할 수 있죠. 중세에는 다수결 원리가 보다 일반화되었어요. 교회법에 따라 다수결을 표결방법으로 채택한 경우가 적지 않았죠. 하지만 중세에도 다수결은 절대적인 방식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명령적 관계에서 원활한 토의가 없이 형식적으로 진행되었죠. 근대에 들어 사회계약론 등의 이론과 결부되어 다수결은 국가 운영의 일반적 방식으로 자리 잡았어요. 특히 다수결 원리가 확장된 것은 대의제의 확립이 크게 영향을 미쳤어요. 현실적으로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힘든 상황에서 대표를 선출해야 했는데 국민의 의사를 대신할 대표 선출이 다수결에 의해 행해진 거죠. 이후 다수결은 매우 다양한 유형을 선보이며 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원리로 자리매김했어요. 3. 다수결에도 여러 유형이 있나요? 다수결의 종류는 매우 다양해요. 우선 다수라는 개념은 전체수 중 다수를 의미하기 때문에 전체수를 무엇으로 결정하는지에 따라 형태가 나뉘어요. 그 방법으로는 투표자만을 기준으로 삼는 방법, 출석자를 기준으로 삼는 방법, 재적자를 기준으로 삼는 방법이 있어요. 한편 무엇을 다수로 보는지에 따라 여러 형태가 나뉘기도 해요. 어떤 대안이 다른 대안들보다 한 표라도 더 획득했다면 그것으로 결정하는 상대다수의 방법이 있고, 전체수의 절반보다 최소한 하나라도 많아야 결정이 이루어지는 절대다수의 방법도 있죠. 흔히 다수결이라 하면 절대다수를 의미하곤 해요. 또한 헌법 개정이나 의회의 중대한 결정에서 사용하는 가중다수의 방법도 있어요. 가중다수란 예를 들어 전체수의 2/3 이상을 득표해야 결정되는 방식들이죠. 종합해보면 전체수 기준과 다수 판별 기준에 따라 여러 조합이 가능해요. 그리고 선거에서 민의가 왜곡되지 않도록 여러 후보 중 많은 득표를 한, 두 후보를 우선 선정하고 두 후보를 대상으로 다시 투표를 진행하는 결선투표의 방식도 있어요. 현대사회에선 필요에 따라 여러 행태의 다수결 방식을 혼용해서 사용하곤 하죠. 하지만 어떠한 방식이든 소수가 배제될 수밖에 없고 다수의 전횡이 문제시 될 수 있어 다수결 원칙이 합리적으로 적용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들이 필요하다고 말하곤 해요. 4. 다수결 원칙을 충족하기 위한 기준이란 무엇을 말하나요? 현대 민주사회의 다수결 원칙은 현실적으로 무언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하는 입장도 있으나 여러 문제점을 야기할 가능성을 전혀 무시할 수는 없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다수결 원칙이 합리적으로 적용되기 위한 조건을 제시하곤 하죠. 이를 살펴보면 먼저 모든 참석자가 다수결 방식에 합의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어요. 대화를 통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모든 이들이 다수결 방식에 동의해야 한다는 거죠. 또한 다수결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지위나 상황, 표결을 통해 얻는 이익 등이 동질적이어야 해요. 표결 이전에 충분한 토론과 숙고, 타협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점도 또 다른 조건이죠. 다수결의 전 과정과 절차가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점, 그 결과가 사회 전체의 정의에 부합하고 보편타당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도 있어요. 이런 조건이 충족된다면 다수결의 원칙이 현실적으로 가장 최선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죠. 하지만 실제 상황이 이러한 조건을 모두 충족시킬 가능성은 많지 않아요. 오늘의 토론은 이러한 현실적 상황에서 다수결이 그나마 가장 최선의 방법인 것인지, 아닌지를 두고 진행하도록 해요. 다수결 원칙이 빠진 민주주의 사회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만큼 다수결의 원칙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의사결정을 위한 최선의 수단으로 자리 잡았는데요, 한편에서는 다수결의 여러 한계점들을 지적하며 다수결 원칙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것을 주장하기도 합니다. 여러분들은 이러한 의견대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찬반토론을 함께 살펴봅시다. ● 명제Ⅰ.민주주의의 가장 큰 원칙은 다수 의견 존중이며 다수결이 가장 현실적이다! Yes / (최선의 방법이다)가급적 더 많은 다수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민주주의 이념에 부합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을 추구함과 동시에 인간존중 이념을 그 바탕으로 한다. 이러한 민주 사회에서 다수결은 개인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방안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의사에 따르는 결정을 할 수 있고 구성원의 인격적 동등성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수결은 모든 사람들에게 동등한 의사결정 기회를 제공한다. 물론 의사결정을 내릴 때, 내부의 다양한 의견들을 하나로 모아 만장일치의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이상을 현실화 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복잡하고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현대사회는 신속한 결정을 요구한다. 개개인이나 집단 간의 이해관계가 달라 합의를 도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상적인 의사결정을 고집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의사결정이 미뤄지면 미뤄질수록 사회적인 손실은 더 커진다. 공정성을 지키면서 빠른 결정과 시행을 위해 다수결은 가장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유일한 방안이다. No / (한계가 명확해)민주주의의 기본 이념은 다수 의견을 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을 보호하는’ 것에 있다. 더디 가더라도 소수 의견도 존중하고 약자를 보호하는 공정한 원칙을 중시해야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리지 않는다. 사실 어떤 결정이 특정 계층에만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이라면 제비뽑기를 하는 것이 보다 민주적인 방식이 아닌가. 다수결 원칙은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중요한 건 다수결이 아니라 민주주의다. 오히려 다수결에 이끌려 다니는 사회는 정치적으로 나태한 사회일 수 있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의 치열한 논쟁이나 의견 조정을 회피하고 표결의 결과에만 의존하기 때문이다. 다수결은 특정 조건들이 존재할 때에만 민주적으로 작동하는 매우 제한적인 것이다. 구성원들의 이해관계나 결정 사안의 효용이 동질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그러한 경우는 있을 수 없다. 다수결 외에 적합한 의사결정 방법이 없다는 것은 일종의 고정관념이다. 토론과 합의를 중시하고 다수결을 대체·보완할 방법을 고안하는 것이 필요하다. ● 명제Ⅱ.다수의 결정이 합리적일 가능성이 높다! Yes / 다수결은 다른 어떤 방식보다 올바른 결정을 할 가능성을 높인다. 각 개인이 올바른 판단을 할 가능성이 더 많다고 하면 다수가 올바른 선택을 할 가능성이 소수가 올바른 선택을 할 가능성보다 높아진다. 이는 수학적으로 검증된 것이다. 특히 현대 민주사회에서는 가치 판단을 위한 수많은 정보가 제공되며 성원들의 교육 수준도 높다. 개인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며 이는 결국 다수의 결정이 올바른 결정에 이르는 조건이 된다. 다수의 결정을 신뢰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대중이 현명하지 않다고 여긴다. 그렇기 때문에 다수의 결정도 합리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대중의 의사결정 능력을 무시한 것이다. 대중이 언론이나 영리한 강자의 선동에 이끌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지만 순간적인 충동이나 조작의 위험성은 단지 대중에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수가 적은 엘리트층에서 훨씬 더 용이하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소수의 독단주의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다수의 동의는 가장 믿을만한 기준이다. No / 사회의 각 구성원들이 올바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50%를 넘어야만 다수일수록 올바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지 않다면 더 많은 다수의 결정일수록 올바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더욱 줄어든다. 물론 국가처럼 큰 규모의 집단인 경우 개인들이 올바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50% 이상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두 가지 대안 중 선택할 경우에 한한다. 현실적으로 다양한 대안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올바른 결정이 하나에 불과하다면 그 선택이 올바를지는 의문이다. 또한 어느 누가 501명의 견해가 499명의 견해보다 옳다고 단정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개인들은 공공성과 정의에 의한 판단을 내리기보다 사적 이익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다. 다수의 결정이 합리적이지 않은 결과로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은 이유다. 역사 속에서 다수의 어리석음은 많았다. 중세시대의 마녀사냥이나, 히틀러가 정당한 투표에 의해 선출된 것 등이 그런 예이다. 단순히 결정의 합리성이라는 관점만을 강조한다면 오히려 소수 엘리트의 결정이 더욱 바람직할 수도 있다.

희망 교육 -Story

아침이면 학생들이 해맑은 모습으로 몸짱, 맘짱을 만들기 위해 운동장을 빠른 걸음으로 걷고, 밤 늦게까지 각자의 특성에 맞는 수준별 교육활동으로 교실의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는 학교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천의 부발읍 산촌리 효양산 자락에 위치한 명품 효양중학교(교장 안인식).개교 1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효양중학교는 열정 넘치는 이천의 우분투(당신을 위해 내가 있다는 아프리카어) 학교다. 효양중은 ‘새로운 변화와 희망의 명품학교 만들기’ 프로젝트를 운영하면서 지역사회로부터 주목을 받게됐다. 이 학교는 학생에게 변화와 인성교육을 질을 높이기 위해 운영위원회, 발전협의회, 지역인사, 학부모, 교사 등이 2차에 걸친 워크숍을 통해 건강 지킴이 프로젝트와 수준별 방과후학교 프로젝트를 도입했다. 아침 7시40분. 학생들이 빠른 걸음으로 운동장을 돌고 있다. 전교생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몸짱 맘짱 효양건강지킴이’ 프로그램으로 매일 1㎞(운동장 5바퀴) 빠르게 걷는 것이다. 또 가정에서는 ‘윗몸말아올리기’, ‘무릎대고 팔굽혀펴기’를 통해 바람직한 건강생활습관 및 건강관리 능력을 길러줌으로써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건강한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려는 것이다. 오후 3시20분. 정규 수업이 끝나면 또다른 모습의 학교가 운영된다. 논술, 영어, 수학, 과학, 사회, 한문, 음악, 미술, 원어민 영어회화 수준별 수업을 희망하는 학생과 이들 위해 전 교사가 참여하는 수준별 맞춤 방과후 수업이 열리기 때문이다. 방과후 1교시에는 전교생이 자기주도학습을 하고 방과후 2, 3, 4,교시는 논술, 국어, 수학, 영어, 과학, 사회 등 수준별 수업에 참여한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2교시 수업을 마친 학생들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지난해까지 맞벌이 부모, 빠듯한 학원수강 등으로 제때 식사를 챙기지 못했던 학생들을 위한 450여명분의 식사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오후 8시10분. 원어민 영어회화, 미술, 한문, 컴퓨터, 수학, 영어, 한문, 효양이룸이, 수학과학올림피아드 등 수준별 방과후 수업을 끝낸 학생들이 밝은 모습으로 교문을 나서고 있다. 이같은 우분투 정신에는 학생, 학부모의 여건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전 교직원의 합심된 마음이 원동력이 됐다. 교사들은 학력 수준이 낮은 학생에게 무료 멘토봉사를 하고 학력 수준이 높은 학생에게는 수월성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미래 사회를 이끌 글로벌 인재로 육성하기 위해 고단함을 마다하지 않는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은 경제적 부담이 전혀 없는 수강료(이천교육청의 농산어촌 방과후학교 지원금 혜택)로 보충학습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도심지역 학생과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이같은 노력으로 효양중은 공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신뢰는 물론, 이천지역에서 유일하게 한국물리올림피아드 금상 수상, 과학고등학교 입학 전국논술대회 입상 등의 쾌거를 이뤄냈다. /이천=김태철기자 kkttcc2580@kgib.co.kr <인터뷰 / 안인식 교장> “학부모 신뢰받는 공교육 거듭날 것” -학교발전을 위한 경영철학이 있다면. ▲평소 학교의 발전은 학부모, 학생, 교직원의 참여와 소통속에서 이뤄진다고 믿고 있다. 이를 위해 학교운영위원회나 어머니회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이를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학력증진을 위해 애쓰고 있는데. ▲효양중학교는 작년 한해에 각종 학습평가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으며 과학고 등 우수고교에 입학생을 냈다. 이는 교직원들의 자발적인 방과후 학습과 다양한 학습증진 프로그램을 진행한 결과이며 많은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학습증진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학교의 독특한 학습 프로그램을 소개한다면. ▲건강한 체력에서 건전한 생각이 나온다. 등교하면서 학생들이 매일 운동장을 구보나 속보로 운동을 한다. 한창 성장하는 청소년기때 수업에만 매진할 경우 신체적 불균형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평소에 학원에서 보내야 할 시간들을 교사와 학습하거나 독서실 등에서 방과후 학습시간으로 이용하고 있어 학부모들의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얻는 등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땀 흘리지 않은 자는 얻을 수 없다. 학교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효양의 학생은 학습뿐만 아니라 올바른 인성을 갖추기 위해 개성과 소질을 극대화 시키는데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비빔밥 논술

爭 點 討 論 “세계화 시대에 국민들이 영어를 얼마나 잘 쓰느냐에 따라 국가와 개인이 차이가 난다.” 이명박 대통령이 회의석상에서 한 말입니다. 국민들이 영어를 유창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개인도 발전하고 나라도 부강해질 수 있다는 겁니다. 대통령의 이러한 생각은 ‘영어몰입교육’을 도입하겠다는 인수위의 발표에서 절정에 달했습니다. 영어공교육을 획기적으로 강화하여, 사교육비 절감은 물론 교육양극화 해소와 국가경쟁력 향상도 꾀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영어몰입교육 도입 발언은 반발이 커 곧바로 철회되기는 했지만, 교육계를 넘어 사회 전체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습니다. 정말 모든 과목을 영어로 수업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새 정부의 바람대로 사교육비가 줄어들고 교육의 양극화는 해소될 수 있을까요? 더불어 국민들의 영어사용능력이 향상되어 국가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할 수 있을까요? 세계화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영어몰입교육을 도입해야 할지 생각해봅시다. /김인규 상임연구원 <생 각 열 기> 흔히 영어발음이 좋은 사람은 영어를 잘 한다는 생각이 많습니다. 그러면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원어민의 영어발음을 그대로 우리말로 표기해야 할까요? 과연 영어를 잘한다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원어민처럼 발음해야 영어를 잘 하는 것일까? “‘Press-friendly’(언론친화)하게 하겠다고 했더니 모든 신문 방송에 ‘프레스 프렌들리’ 이렇게 써놨어요. f 발음은 후렌들리가 맞아요. 미국에서 ‘오렌지’ 달라고 했더니 아무도 못 알아들어요. 그래서 ‘오륀지’ 이러니까 ‘아 오륀지’ 이러면서 가져오더라고요.” 이경숙 대통력직인수위원장은 영어공교육 공청회에서 ‘p’ 발음과 ‘f’ 발음, ‘l’ 발음과 ‘r’ 발음 구분 등 영어발음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녀는 이어 영어를 발음하는 그대로 표기하기 위해서 “영어 표기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영어 표기법이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원어민처럼 발음하기 어렵다는 주장입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를 컴퓨러로, 바나나를 버내너로, 오렌지쥬스는 오륀지지우스로, ‘패션’을 ‘훼션’으로, ‘티쳐’를 ‘티’로, ‘댕큐’를 ‘생큐’ 등으로 표기법을 바꿔야 한다는 거죠. 이경숙 위원장은 이를 위해 국어체계의 일부를 손질하겠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영어표기법을 원어민의 발음 그대로 바꾸면 우리나라 국민의 영어발음에 일대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까요? 아울러 영어발음은 영어를 잘 하는 데 있어 얼마나 중요한 걸까요? ① 영어발음을 원어민처럼 유창하게 하기 위해 영어 표기법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할지 생각해봅시다. ② 원어민 발음의 기준은 미국 본토의 주민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자신의 생각을 말해봅시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영어교육 개혁에 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되었던 영어몰입교육이 언제 다시 수면위로 떠오를지 모를 일입니다. 영어몰입교육은 세계화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걸까요? ● 명제Ⅰ. 세계화 시대, 영어활용능력은 국가경쟁력이다! Yes/(도입해야)오늘날 국제어로 자리잡은 영어는 세계화 시대에 선진화된 문화와 정보를 수용하기 위한 필수적인 수단이다. 미국을 비롯한 영어권 국가의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역량이 세계화를 주도할 만큼 크기 때문이다. 실례로 인터넷 언어의 80% 이상이 영어이며, 인터넷을 통해 전파되는 정보들 가운데 과학적 주제들은 거의 모두 영어다. 결국 영어사용자는 비사용자에 비해 부와 정보에 접근할 기회가 많을 수밖에 없다. 영어활용능력은 비단 개인뿐만 아니라 한 국가의 경쟁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무역 자유화로 국가 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세계가 하나의 거대한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어 영어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특히 경제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영어구사력이 바로 국제협상력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해외투자자들은 한국인들의 영어사용능력 부족을 투자 기피 이유 중 하나로 꼽기도 한다. 반면 비영어권 국가인 핀란드는 영어몰입교육에 공을 들인 이후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 영어구사력이 높은 국가들은 경제성장과 삶의 질 또한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No/(도입하지 말아야)세계화 시대에 영어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그 중요성은 과장되었다. 실제 영어가 꼭 필요한 특수 직종을 제외한 다수 국민들이 영어를 사용할 기회는 많지 않다. 영어가 필요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은 경쟁력이 되겠지만 이를 모든 국민에게 적용할 필요는 없다. 국민들의 영어구사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해외자본 유치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투자할 가치가 있다면, 해외 기업들은 통역을 고용해서라도 국내에 투자할 것이다.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작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영어활용능력이 아니라 과학기술과 문화역량, 선진화된 경제시스템 등이다. 또한 싼 가격에 고품질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일본은 영어를 잘 못하지만 경제대국이 되었고, 영어를 잘하는 필리핀은 여전히 경제후진국에서 벗어나지 못하지 않았나. 이런 사정을 무시한 채 영어교육만 강조한다면, 온 국민을 영어열풍으로 몰고 가 국가적인 역량의 낭비만 초래할 뿐이다. 실용정부의 기치에 맞게 영어교육도 꼭 필요한 인력과 부문에서만 키우는 효율적인 방법을 택해야 한다. ● 명제Ⅱ. 영어몰입교육은 가장 효율적인 영어교육 방법이다! Yes/ 10년 넘게 영어공부를 해도 원어민과 대화조차 못하는 영어교육의 현실을 뜯어고쳐야 한다. 우리의 영어 교육은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 순으로 교육하며 문법중심이 강한 편이다. 그러나 문법을 의사소통과 분리하여 교육한다면 그 목적은 언어습득이 아니라 언어학의 습득이 되고 만다. 이제 듣고 말하기 우선의 영어교육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그런 점에서 영어몰입교육은 말하기와 듣기, 과목 내용의 이해까지 세 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교육방법이다. 언어의 습득은 기본적으로 모방에서 시작된다. 학생들이 영어에 노출되는 시간과 기회가 많을수록 영어습득의 효율성은 높아진다. 때문에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영어에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영어권 국가인 우리나라는 영어몰입교육을 통해 수업시간에 자연스럽게 영어를 접할 수 있게 하여 학생들에게 최적의 영어환경을 조성해 줄 수 있다. 또한 자연스레 영어를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의 학습 의욕도 고취시킬 수 있다. No/ 영어몰입교육은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나라들에서나 채택할 수 있는 교육방법이다. 영어가 공용어가 아닌 우리나라에서는 몰입교육이 오히려 심화 학습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수학과 과학 등 다른 과목의 학습수준도 떨어질 우려가 크다. 또한 말하기 듣기 중심을 강조하여 읽기, 쓰기 교육의 중요성을 간과해 전문적인 분야에서 학문을 할 수 있는 지적 체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영어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은 자연스레 수업에서 배제되고, 일부 상위권 학생들만을 위한 수업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TEE(영어로만 진행하는 영어수업) 이론에서도 학자들은 모국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몰입교육이 반드시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의사소통 능력이란 단순한 언어능력이 아니라 세계에 대한 지식과 사고력을 포함하는 능력이다. 때문에 영어몰입교육으로 영어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먼저 우리말 능력과 사고 능력을 키우는 등 전반적인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시행되어야 한다. <쟁 점 이 술 술~> 새 정부 들어 영어열풍이 뜨겁습니다. 그 열풍의 근원지에는 ‘영어몰입교육’ 논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영어몰입교육이란 무엇인지, 논란이 어떻게 전개된 것인지 살펴봅시다. 1. 몰입교육이란 무엇인가요? 언어몰입교육(Immersion education)이란 모국어 외 목표어를 설정하고 목표어를 위한 별도의 수업시간을 두지 않은 채, 일반 정규과목의 모든 수업을 목표어로 진행하는 것을 말해요. 영어몰입교육이란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나라에서 영어를 목표어로 설정하고 몰입교육을 하는 것을 의미하죠. 언어몰입교육은 1963년 영어를 모국어로 삼고 있으며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캐나다의 퀘백주에서 프랑스어몰입교육으로 처음 실시되었어요. 이후 효과적인 외국어 학습모델로 알려져 있죠. 2. 언어몰입교육은 일반 언어수업과 무슨 차이가 있나요? 언어몰입교육은 학습자가 해당과목의 내용과 목표어를 동시에 습득하도록 하는 교육방법이에요. 전통적인 문법중심에서 벗어나 목표어를 사용하여 해당 교과의 내용을 가르치는 것이죠. 목표어를 사용하여 수업을 진행하는 만큼 교사와 학생 또는 학생끼리의 의사소통에도 목표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목표어 노출 비율이 매우 높아요. 몰입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학문적인 지식 뿐 아니라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외국어를 익힐 수 있죠. 이러한 몰입교육의 취지와 상반되게 종래의 한국 영어교육은 언어자체를 학습하는 것이 주류를 이뤘어요. 이러한 반성 때문에 최근 우리나라에 영어몰입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어요. 3. 최근 영어몰입교육 도입 논란은 어떻게 진행된 것인가요? 예전에도 영어몰입교육 도입에 관한 시도와 논의는 있어 왔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사립학교인 영훈초등학교가 96년 처음으로 영어몰입교육을 도입한 이후, 지금은 민족사관고와 일부 외국어고 등에서 부분적으로 영어몰입교육을 시행하고 있죠. 최근 영어몰입교육이 다시 논란이 된 것은 이명박 정부가 대통령직 인수 과정에서 2010년부터 영어몰입교육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에요. 이에 대해 교육단체와 일선 교사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몰입교육에 대한 반대여론이 거세지자, 인수위는 발표 일주일 만에 영어몰입교육을 시행하지 않겠다며 입장을 번복했어요. 여론의 반발로 무산되긴 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영어몰입교육에 대해 기본적으로 옳은 방향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여건이 조성된다면 언제든지 시행할 가능성은 열려 있어요. 한편 새 정부는 영어몰입교육의 전면 시행을 철회하며 그 대안으로 2010년부터 영어수업을 영어로만 진행하는 ‘영어공교육 강화방안’을 발표하여 이에 대한 논란도 계속되고 있어요. 4. 영어공교육 강화 방안의 내용은 무엇인가요? 영어공교육 강화방안은 지금의 학교 영어교육 체계로는 학생의 영어활용 능력을 높이지도 못하고 막대한 영어 사교육비를 줄이지도 못할 거라는 판단 때문에 제기됐어요. 이 방안은 2010학년도부터 전국의 모든 고교에서 영어 과목을 영어로 수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죠. 이를 위해 영어수업이 가능한 영어전용 교사를 2013년까지 2만3천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을 갖고 있어요. 또한 영어수업이 가능한 일반인을 영어교육에 전면 투입할 계획인 ‘영어전용 교사 자격제도’도 계획하고 있죠. 영어교육과정을 획기적으로 개편하여, 초등학교 영어 수업시간을 확대하고 중고교에서는 말하기, 쓰기 등 회화 중심의 교육을 실시할 방침도 있어요. 2015학년부터는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 등 네 가지 영역을 모두 평가하는 국가 영어능력평가 시험도 도입돼요. 이러한 영어 공교육 강화 방안들은 영어몰입교육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할 수 있어요. 5. 다른 나라에서도 영어몰입교육을 시행하고 있나요? 현재 영어몰입교육을 실시하는 나라들은 싱가포르, 홍콩, 인도, 필리핀, 노르웨이 등 10여 개국에 이르고 있어요. 이들 나라들은 대부분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거나 영어사용이 일반화된 나라들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이들 나라들이 영어몰입교육을 실시하는 이유는 조금씩 달라요. 영어몰입교육을 도입하고 있는 대개의 나라들은 다민족 국가들로 다양한 언어들이 사용되고 있어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 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하는 경우가 많아요. 일례로, 말레이시아는 중국계, 인도계, 말레이시아계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어 다른 민족과 의사소통하기 위해 공용어로 영어를 채택하는 경우예요. 때문에 영어 공교육과 몰입교육을 해도 국민적인 거부감이 덜한 편이죠. 다민족으로 구성된 인도, 싱가포르, 필리핀, 핀란드도 말레이시아의 경우와 비슷해요. 때문에 일각에서 몰입교육은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영어권 국가에서나 도입하는 제도일 뿐 비영어권 국가에서는 효과적이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해요.

< 박쌤의 그림이야기> 최북

<불꽃처럼 살다 간 조선의 화가> 자화상은 화가 자신의 모습을 통해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화가에게 작품은 종종 자화상의 역할을 한다. 자유분방한 성격의 화가는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기질을 작품에 그대로 보여주곤 한다. 내면의 치열한 고뇌를 안고 살아가는 화가의 그림은 그늘과 자기 분열의 그림자가 스친다. 화가에게 캔버스는 내면의 창(窓)이다. 조선시대의 회화 중에 내게 가장 파격적인 느낌을 주었던 것이 최북의 <풍설야귀인도(風雪夜歸人圖)>이다. 이 그림은 당시의 어느 화가에게서도 비슷한 화풍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하다. 먼저 몇 개의 선으로 대충 그린 것 같은 나무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대체로 조선시대의 산수화들을 보면 전면의 나무를 상세하게 표현되고 있다. 강세황의 <벽오청서도>, 김정희의 <세한도>, 김득신의 <풍속팔곡병> 등이 그러하고 풍속화의 대가라고 할 수 있는 김홍도의 <밭갈이>나 신윤복의 <단오풍정>도 그러하다. 하지만 <풍설야귀인도>의 나무들은 몇 개의 굵은 선으로 성기게 묘사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지두화(指頭畵)여서 더 억센 표현이 나타난 것 같다. 붓 대신에 손가락이나 손톱에 먹물을 묻혀서 그리는 그림 말이다. 손가락으로 투박하게 그렸지만 상황을 더 없이 적절하게 묘사하고 있다. ‘풍설야귀인(風雪夜歸人)’이란 말 그대로 눈보라 치는 겨울밤에 귀가하는 나그네의 모습을 뜻한다. 밤에, 그것도 눈보라치는 밤에 나무의 모습은 경계가 무너진 흐릿한 모습일 수 밖에 없다. 또한 제법 굵은 나뭇가지들이 일제히 한 방향으로 휘어져 있어서 꽤 거센 바람이 불어대고 있음을 짐작케 해준다. 뒤로는 몇 개의 산봉우리가 어렴풋한 윤곽만을 드러내고 있다. 나무 밑으로 허리를 숙인 나그네가 동자를 데리고 힘겨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왼쪽으로는 개 한 마리가 그려져 있는데, 다리를 구부리고 긴장된 모습으로 있는 모습이 요란하게 짖어대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이 그림은 화가로서의 최북의 일생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는 흔히 ‘한국의 반 고흐’라 불리기도 한다. 물론 화풍 때문이 아니라 기이한 행동 때문이다. 고흐는 격정에 못 이겨 자신의 귀를 잘라버렸다. 최북은 화가로서의 자존을 위해 스스로 눈을 찌르고 평생의 외눈으로 살아야 했다. 그는 산수화를 잘 그려서 최산수(崔山水)라고 불렸다고 한다. 호는 호생관(毫生館)이었는데 ‘붓(毫)으로 먹고 사는(生) 사람’이라는 뜻으로 스스로 지었다고 한다. 그만큼 직업적인 화가로서의 프로 기질을 갖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자유인이기도 했다. 한 세도가가 권세를 앞세워 그에게 여러 번 그림을 강요하자 차라리 내 자신을 자해할지언정 남에게 구속받지 않겠다며 필통에서 송곳을 꺼내서 자기 눈을 찔렀다고 한다. 그는 하루 대여섯 되씩의 술을 마셔대어 주광화사(酒狂畵師)라 불리기도 했는데 그림을 팔아가며 전국을 주유하였다. 주유 중 금강산 구룡연(九龍淵)에 이르러서는 “천하의 명인이 천하의 명산에서 죽는 것이 마땅하다”며 투신했으나 미수에 그쳤다고 하니 그의 광기를 짐작할 만하다. 그는 어느 눈 오는 밤에 만취한 상태로 귀가하다 쓰러져 동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눈보라 속을 헤치며 걷는 그림 속 나그네의 모습에서 자신의 운명을 예감했던 것일까…. <동양화에 나타나는 자연관> 다른 한편으로 최북의 그림은 비록 당대의 화가들과 화풍은 다르지만 동양화의 일반적인 자연관을 그대로 보여준다. <풍설야귀인도>만 보더라도 인간은 자연의 일부로 등장한다. 하늘과 땅과 나무와 짐승, 그리고 인간이 높고낮음 없이 공존하고 있다. 거센 눈보라에 나무도 흔들리고 사람도 웅크린다. 어디 한 군데 자연에 군림하는 인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없다. 오히려 광대한 자연 앞에 보잘 것 없는 존재일 수밖에 없는 인간의 모습, 겸손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동양사상은 대체로 자연과 인간을 공존관계로 파악한다. 도가(道家)와 불가(佛家)의 경우는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 <대살차니건자경(大薩遮尼乾子經)>의 다음 대목은 불교의 자연관을 잘 보여준다. “성읍이나 촌락과 산림, 연못과 동산, 궁정과 누각, 모든 도로와 교량, 자연적인 동굴주택과 일체의 농작물, 꽃들과 열매, 초목과 숲 등을 태워서는 안 되며 파괴하지 말아야 하며 물을 빼지 말며 자르거나 베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그 모든 것에는 다 생명을 가진 짐승들과 곤충들이 있으므로 그 죄없는 중생들을 상하게 하거나 그 목숨을 해치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인간이 자연을 이용하는 것조차 작은 벌레와 같은 미물이라도 상하지 않게하는 것이 전제가 된다. 철저하게 자연을 중심으로 인간을 바라본다. 인간도 자연의 여러 생명 중의 하나에 불과한 존재이고, 그 이상의 특권적 지위가 인정되지 않는다. 스님들이 지팡이를 지니는 것도 발걸음에 앞서 미리 지팡이를 짚음으로써 행여 작은 벌레라도 발에 밟혀 죽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니 자연 중심의 세계관을 얼마나 강조하는지 쉽게 짐작이 간다. 유가(儒家)는 인간에 의한 자연의 이용을 인정하되 과도한 파괴를 경계한다. <맹자>의 양혜왕편의 다음 대목은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꾀하는 유가적 자연관이 잘 묻어난다. “때맞추어 농사를 짓게 하면, 수확이 풍성하여 먹고 남을 것이다. 촘촘한 그물로 연못이나 강물에서 생선을 잡지 않으면, 강물이나 연못에는 먹기 풍족할 만큼 물고기가 있을 것이다. 도끼를 들고 때맞추어 숲속에 들어가면, 숲에는 쓰고 남을 만큼 목재가 풍족해질 것이다. 곡식과 생선이 먹고 남을 만큼 있고, 재목도 쓰고 남을 만큼 있다면, 이는 백성들로 하여금 살림살이를 유지하고, 장례를 치르는데 유감이 없게 한다. 살림살이를 유지하고, 장례를 치르는데 유감이 없다면, 이것이 바로 왕도의 시작이다.” 인간의 삶을 위한 살생은 인정되나 촘촘한 그물로 필요 이상의 고기를 잡는 것은 안 된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기만 한다면 자연은 인간에게 필요한 것들을 풍족하게 제공한다는 생각이다. 조선 선비들의 그림만이 아니라 시조를 봐도 유가와 도가의 영향이 진하게 풍긴다. 조선의 문신인 송순(宋純)의 시조 하나를 보자. 십년을 살면서 코딱지만한 초가삼간을 지은 게 전부다.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는 데 큰집이 필요할 일이 없다는 생각이다. 그나마 그 초가삼간 중에 자신은 한 간에서 살면 된단다. 나머지 두 간에는 각각 달과 맑은 바람을 들이겠단다. 어디 한군데에서도 자연에 대한 인간의 오만함을 발견할 수 없다. 자연과 인간이 일체화되는 순간이다. 최북의 다른 작품인 <조어산수도(釣魚山水圖)>를 봐도 마찬가지다. 빠른 속도로 순식간에 그렸을 것 같은 기암괴석이 화면에 가득하다. 전면에는 가느다란 버드나무의 한 그루가 물 쪽으로 자연스럼게 가지를 내려뜨리고 있다. 뒤로는 초가로 지은 누각이 자연의 일부인 양, 강산이 생길 때부터 원래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한가롭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늘과 물이 마치 한 몸처럼 맞닿아 있다. 그 사이에 한 어부가 조각배를 띄우고 낚시를 하고 있다. 자연을 거스르는 존재로서의 인간이 아니라 자연과 동화된 존재로 느껴진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동서양의 상이한 태도> 하지만 서구적인 자연관은 자연을 지배의 대상으로 여긴다. 괴테의 <파우스트>는 서구의 자연지배사상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서양화에서도 대체로 자연은 인간을 강조하기 위한 보조적인 장치로 등장한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인물화의 배경 역할이다. 근대 이후에는 자연 자체 중심으로 묘사하는 풍경화도 발달했지만 자연과 인간의 일체화, 동화의 측면보다는 인간의 시점에서 감상의 대상으로서 주로 다루어진다. 웅장한 자연 경관을 사실주의에 기초하여 표현한 대표적인 서양화가로 카스파(Caspar David Friendrich, 1774~1840)를 꼽을 수 있다. 그는 독일 낭만주의 회화를 대표하는 작가로, 가을·겨울·새벽·안개·월광 등의 풍경을 즐겨 표현하였다. 그의 작품 속에서는 거대한 스케일의 자연과 작은 인간이 전형적으로 대비된다. 그 가운데 <안개 낀 바다를 바라보는 방랑자(Wanderer Above the Sea of Fog)>는 대표작에 해당한다. 작품 제목 그대로 한 남자가 안개 자욱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안개가 피어오르는 바다의 모습이 마치 거인이 꿈틀거리며 일어나는 것처럼 웅장하다. 어찌 보면 바위 위에 서 있는 남자가 위태로워 보일 정도로 위압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그런 점에서 자연을 오직 지배와 개조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았던 서구적인 자연관과는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있는 듯하다. 이 작품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그의 작품에서는 자연 자체의 아름다움이 생생하게 살아난다. 하지만 형식적으로 인간의 모습이 작게 묘사되어 있다고 해서 동양화에서 나타나는 자연관과 동일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인간은 자연을 감상하는 주체이고 자연은 단지 대상일 뿐이다. 일체감보다는 어쩔 수 없는 거리감이 느껴진다. 인간과 자연을 분리시키는 뿌리 깊은 서구적 사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현재 우리의 시각은 최북일까, 카스파일까? 동양화의 정신은 전시장에만 있을 뿐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서양화의 정신, 서구적 이원론이 아닐까? /박흥순(유레카 대표강사)

“세계무대 누빌 기술인재 육성”

박흥순(56) 대한상공회의소 인천인력개발원 신임 원장은 시스템제어, 메카트로닉스, 컴퓨터응용 금형설계 등에 대한 중소기업 맞춤형 교육을 통해 우리 산업에 활력을 불어 넣겠다”고 다짐했다. 박 원장은 “남동공단을 비롯한 인천지역 중소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인력을 사전에 철저히 파악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며 “기업에 필요한 인재들은 생산성 향상에 기여해 국제경쟁력을 높여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산·학·연 연구 클러스터는 이같은 기업과 인재간의 가교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며 “특히 졸업생들이 글로벌 경쟁 시대에 살아 남기 위해서는 기술력 외에도 따뜻한 가슴을 가진 친 인간형 정서가 필요한 만큼 교양교육을 강화하겠다”고 역설했다. 특히 원생들이 2년 과정의 개발원 전문학사(전문대)에 그치지 않고 진학도 유도할 방침을 밝혔다. 인천인력개발원은 지난 93년 인천공동직업훈련원으로 출범, 94년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으로 인수돼 대한상공회의소 인천직업훈련원으로, 2001년 12월 부터 인천인력개발원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박 원장은 “우리나라는 지난 70년대 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기능인 양성을 지향해 왔다”며 “인력개발원은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차원의 기술인재 양성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류제홍기자 jhyou@kgib.co.kr /사진=장용준기자 jyjun@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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