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등잔박물관 ‘빛:빛 프로젝트 2025’ 전시·교육 체험프로그램 운영

(재)한국등잔박물관은 5월부터 12월 14일까지 ‘빛:빛 프로젝트 2025’ 전시·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2025년 박물관·미술관 지원사업’에 선정으로 진행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빛’을 주제로 한 소장유물과 연계된 전시와 연계 교육 및 체험, 지역사회와 연계한 행사 프로그램 등을 통해 감각적이고 참여 중심의 예술 경험을 할 수 있다. 5월에는 상설기획전시인 ‘빛과 마주하다, 이야기하다’가 운영된다. 소장유물을 중심으로 선조들의 지혜와 미적 감각을 조망하고, 박물관의 유물 수집 과정과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되새긴다. 9월에 개막 예정인 기획전시 ‘빛과 함께하다, 손끝에 머문 빛을 나누다’는 지역민이 박물관의 사물과 자연을 새롭게 바라보며 빛의 변화를 담아내는 어반스케치 체험의 결과물을 선보이는 전시다. 박물관 야외정원에 전시돼 자연과 예술이 만나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10월에는 ‘빛을 담다, 오늘을 담다’ 기획전시가 열린다. 현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빛의 언어를 해석하고 다양한 의미로 탐색하며 감각적으로 표현한 작품을 보여주는 전시로, 지역문화예술의 활성화를 모색한다. 전시와 연계한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빛을 마주하다, 빛을 빚다’는 조선 시대 도자등잔을 모티프로 한 도자 체험 교육으로, 선조들의 생활미와 실용미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빛을 담다, 빛을 마음에 담다’는 감정과 공감을 주제로 한 참여형 예술 교육으로 색과 선을 통해 나만의 감성을 표현할 수 있다. 어린이날 기간에는 어린이를 위한 빛과 색 체험 활동이 운영되며, 제등 만들기, 감각 놀이 등을 통해 창의력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체험이 진행된다. 지역 프로젝트 ‘빛과 함께하다, 포은의 숨결을 품다’(10월)에서는 제등 만들기, 전통 조명 기법을 활용한 미술 프로젝트가 지역민과 함께 진행된다. 김상규 한국등잔박물관장은 “전시와 체험, 교육을 통해 관람객들이 빛의 예술적 의미를 몸소 느끼고, 창작과 감상의 즐거움을 함께 누리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 및 체험과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한국등잔박물관 누리집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법률플러스] 열람·복사한 판결문의 사용…‘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일까

A씨는 2020년 7월경 자신의 형사 재판과 관련한 기록을 확인하기 위해 법원에 재판기록 열람을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공동 피고인인 B씨의 성명, 생년월일, 전과 사실이 기재된 다른 사건 2건의 판결문 사본을 제공받았다. 이후 A씨는 B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제공받은 B씨에 관한 형사사건 판결문을 탄원서에 첨부해 제출했다. 그러자 B씨는 A씨가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본래 목적 외로 사용했다고 하면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A씨를 고소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19조는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가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목적 외로 이를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같은 법 제72조 제2호는 이러한 위반에 대해 형사처벌을 규정한다. 과연 A씨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죄로 처벌받을까. 언뜻 보면 A씨의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처럼 보인다. 애초에 열람 목적은 자신의 형사 재판 관련 기록 확인이었고, 민사소송은 그와 무관한 별개의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의 행위가 개인정보보호법 제19조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쟁점은 이 법 조항의 ‘개인정보처리자’가 누구인지에 관한 것이었다. ‘개인정보처리자’란 개인정보파일을 운용하며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공공기관, 법인, 단체, 개인 등을 의미하고, 여기서 공공기관은 일반적으로 행정사무를 처리하는 기관을 말한다. 이에 대법원은 ‘재판사무’를 담당하는 수소법원은 행정기관과는 그 성격과 목적이 본질적으로 다르므로,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다시 말해, 법원이 피고인의 신청에 따라 재판 기록을 열람·복사하게 한 것은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으로, 위와 같은 열람·복사의 허가가 ‘개인정보처리자’로서 개인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보지 않은 것이다(대법원 2025년 3월13일 선고 2025도266 판결). 이처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해당 정보가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제공됐는지가 핵심 쟁점이 되는 사례는 적지 않다. 정보의 성격이나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 정보를 누구로부터, 어떤 법적 지위에서 받았는지가 위법성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천상병 시문학상·동심문학상 수상 ‘모르는 입술’, ‘괴물이 될 테야’ [이 주의 책]

현대 문학계의 거성인 천상병 시인을 기리는 시문학상과 동심문학상에서 올해 수상자가 탄생했다. (사)천상병시인기념사업회와 천상병시상운영위원회는 제27회 천상병시문학상 수상자로 장무령 시인을, 수상작은 ‘모르는 입술’(청색종이 刊)을 선정했다. 제7회 천상병동심문학상은 홍일표 시인의 ‘괴물이 될테야’(상상 刊)이다. ◆ 괴물이 될 테야(상상 刊) 풍부하고 재밌는 비유로 가득한 홍일표 시인의 첫 동시집이다. 독특하고 선명한 비유가 다양한 빛깔로 반짝거린다. 염소 똥 같은 까만 콩을 ‘가을이 낳은 똥’(‘까만 콩’)이라 하고, 통통배는 ‘통통통/재봉틀처럼 바다를 꿰맨다’(‘통통배’)고 한다. 보름달은 ‘하느님만 사용하는 가볍고 동그란 청소기’이고, 수박은 밭에서 볼 수 있는 ‘얼룩말알’(‘수박’)이다. 시인이 구사하는 풍부한 표현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의 세계도 어느새 알록달록하게 물든다. 시인은 ‘아빠가 올 때까지’ ‘혼자 어두워’지는 아이(‘저녁이 싫어요’)처럼 소외된 곳에 있는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시인의 동심을 가만히 따라가다 보면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자신의 상황을 딛고 일어날 힘과 감동을 주는 듯하다. ◆ 모르는 입술(청색종이 刊) ‘119 응급대원이 박차고 들어와 무슨 일이냐며 이유를 물었다/응급차에 실릴 때 옆에 앉아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는 생각/ 타당성은 어이없이 만들어진다/ 남자 구실을 못하는 걸까/ 어린 의사의 눈동자는 어떻게 호기심을 감출까/ 오전 수업을 휴강해야 할 텐데/ 거기를 지네가 물었다는 것은 사실일까//나는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보잘것없어졌다(‘호모 사피엔스’ 중) 독특한 감각으로 역설적이면서도 새로운 감각의 세계를 펼쳐왔던 장무령 시인이 19년 만에 출간한 두 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의미를 해체하는 또 다른 변용의 세계를 탐색하고 있다. 일상을 넘어서는 상징적인 세계는 와해된 언어의 형상들로 가득하다. 절대적 순수의 통각(痛覺)이라는 시적 경지를 잘 드러내 독자들에게 참신한 시 읽기의 맛과 재미를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지금의 한국을 만든 건 무엇인가’...한국에 관한 새로운 시선 ‘한국이란 무엇인가’ 外 [신간소개]

‘한국은 지금 어디쯤 와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을까’. 12·3 비상계엄과 탄핵을 겪고, 조기 대선을 앞두며 ‘한국’이라는 공동체를 다시 사유하는 책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홍익인간부터 12·3 계엄까지 한국의 과거, 현재, 미래를 짚어보는 책들이 출간됐다. 빈틈없는 논리와 유쾌한 상상력으로 ‘한국의 정체성’과 ‘한국인의 경이로움’을 짚어내면서 미래에 대한 충고도 곁들였다.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프랑스 문학평론가가 분석한 한국에 관한 신간을 모았다. ■ 한국이란 무엇인가 지금 우리가 ‘한국’이라고 부르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한국을 상상할 수 있을까.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리를 익숙하게 설명해온 고정된 이야기들은 한국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기존의 언어가 만들어놓은 한국의 이미지를 해체하고, 그 틈에서 새로운 시대를 위한 한국의 정체성을 재구성했다. 신간 ‘한국이란 무엇인가’는 홍익인간부터 계엄의 밤까지, 역사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변화한 한국을 돌아보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고 질문조차 하지 않는 개념들을 흔들고 새롭게 세웠다. 특히 단군신화의 낡은 관점을 새롭게 읽고, 일제강점기의 복잡성을 재조명하며, 미시적 독립운동의 존재를 새로 이야기했다. 나아가 한국의 시민사회와 대학의 의미를 다시 묻고, 청년과 어른을 바라보는 관점을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 ‘한국의 과거’에서는 홍익인간, 단군신화, 삼국시대 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다고 믿어온 개념들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재해석한다. 저자는 이를 통해 과거는 단순히 지나간 일이 아니라 현재의 욕망과 권력이 재구성하고 해석하고 정당화한 ‘기억의 서사’임을 일깨운다. 2부 ‘한국의 현재’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고 살아온 현실의 구조적 취약함을 집요하게 파헤친다.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 정당 정치의 무능과 정체, 언론의 불신, 교육 제도의 실패, 개혁 담론의 무기력함 등 한국 사회를 이루는 제도적 기반이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진단한다. 3부 ‘한국의 미래’는 한국이라는 이름이 앞으로도 유효할 수 있으려면 어떤 조건들이 마련돼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하자고 제안한다. ■ 경이로운 한국인 (마음의숲 刊) ‘경이로운 한국인’은 프랑스 문학평론가이자 번역가, 엑스마르세유대학에 한국학을 창설하고 주임교수를 역임한 장클로드 드크레센조가 느낀 경이로운 한국인에 관한 이야기다. K-POP, K-드라마 등 프랑스에서도 한국의 문화, 정치, 경제에 대한 정보들이 쏟아지지만, 저자는 일상에서의 한국인들이 어떤지에 대해 흥미롭게 다뤘다. ‘글을 쓸 때 왜 새끼손가락을 바닥에 대고 쓸까?’, ‘여자들은 웃을 때 왜 손으로 입을 가릴까?’, ‘한국사람들은 달릴 때 왜 몸통에 팔을 붙일까?’, ‘한국에서는 주사를 맞을 때 간호사가 왜 엉덩이 볼기를 때릴까?’, ‘한국에서 시집들이 잘 팔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등이다. 한국에서 지내면서 신기하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한 한국 문화, 습관, 관습, 언어까지 외국인의 눈으로 본 한국인의 민족학적 고찰을 통해 우리가 지금 어떻게 살아내며 어떤 힘으로 이겨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총 7부로 구성된 책은 한국인의 언어, 식사 습관과 음식, 미신·장례 등 관습을 이어가는 모습, 친절함 등을 설명한다. 또 글로벌 무대에서의 위상을 자랑하는 한국과 그를 이뤄낸 한국인의 모습을 분석한다. 특히 저자는 나라가 어두울 때 가장 밝은 것을 들고나오는 한국인의 모습이 세계 속에서 한국이 빛나는 이유라는 점을 강조한다.

50년 경기여성활동의 성장과정 한 눈에…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경기여성활동사’ 발간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회장 이금자)가 근대화부터 현재까지 50년간의 경기여성활동을 정리한 ‘경기여성활동사’를 발간했다. 지난 50년간 경기도 여성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변천사를 통해 경기여성활동의 성장 과정을 총망라해 여성 활동의 태동기와 변천사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경기여성활동사’는 ‘50년 발자취, 100년을 향한 발걸음’을 주제로 대한민국 ‘여성 활동사와 여성단체 활동 발자취’, ‘경기 여성 담대한 변화로 새로운 지형도를 그리다’, ‘경기도 여성단체들 그 위대한 저력’ 등 총 3개의 대주제로 구성됐다. 197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스페셜 인터뷰, 태동기, 성장기, 도약기, 비상기 등으로 나눠 관련 사진과 원고를 실었다. 책은 도서관, 여성단체, 여성관련 연구기관, 대학교 등에 무료 배포되고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누리집에 ‘경기여성활동사 E-Book’란을 게시해 도민들이 쉽게 접근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오는 23일 오전 11시엔 경기여성의전당 둘로스문화홀에서 여성단체 회원 200여 명과 지역사회 관계자 등을 초대한 출판기념회도 개최한다. 이금자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장장은 “‘경기여성활동사’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우리가 함께 이뤄낸 역사의 증거이자 미래 세대에게 전하는 값진 유산이 될 것”이라며 “지역 곳곳에서 시대의 변화를 이끌며 사회적 책임을 다해 온 여성들의 빛나는 발자취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걷기 속도만 바꿔도...심장 부정맥 위험 절반 가까이 줄인다

빠른 속도로 걸으면 부정맥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글래스고대 질 P. 펠 교수팀은 16일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BMJ) 자매 학술지 심장(Heart)에서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참가자 42만여명의 걷기 속도 및 시간과 심장 리듬 이상의 관계를 추적 관찰한 결과 빠르게 걷기가 부정맥 위험을 줄여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걷기 속도는 심혈관 질환 및 사망 위험 감소와 관련이 있지만 심장 박동 이상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는 거의 없다며 이 연구에서 나이, 성별, 비만, 흡연 등 기존 위험 인자와 함께 보행 속도의 영향을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설문조사로 확보한 영국 바이오뱅크 참가자 42만925명(평균 연령 55세)을 대상으로 평균 13년간 추적 연구를 진행했다. 8만1천956명은 활동 추적기를 통해 걷기 속도와 소요 시간을 확인했다. 걷기 속도에 따라 2만7천877명(6.5%)이 시속 4.8km 미만의 느린 속도 그룹, 22만1천664명(53%)이 시속 4.8~6.4km의 평균 속도 그룹, 17만1천384명(41%)이 시속 6.4km 이상의 빠른 속도 그룹으로 각각 분류했다. 추적 기간 발생한 심장 리듬 이상은 심방세동이 2만3천526명, 기타 심장 부정맥 1만9천93명, 서맥 5천678명, 심실 부정맥 2천168명 등 3만6천574명이었다. 빠른 속도 그룹과 평균 속도 그룹의 부정맥 위험은 느린 속도 그룹보다 각각 43%와 35% 낮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심방세동 위험은 빠른 속도 그룹과 평균 속도 그룹이 느린 속도 그룹보다 각각 46%와 38% 낮았고, 기타 심장 부정맥 위험은 39%와 21% 낮았다. 활동 추적기로 걷기 속도와 시간을 측정한 9만1천956명 중에서는 부정맥이 4천117명에게 발생했고, 평균 또는 빠른 속도 그룹의 부정맥 위험이 느린 속도 그룹보다 27%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연구는 관찰 연구로 인과 관계에 대한 확실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으나 걷기 속도와 부정맥 위험간 연관성에서 대사 및 염증 요인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증거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균 및 빠른 속도 걷기가 대사·염증 경로로 매개되는 심장 부정맥 위험 감소와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빠르게 걷기가 고위험군의 부정맥을 줄이는데 안전하고 효과적인 운동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심장은 성인 기준 분당 60~100회 정도로 규칙적으로 뛰어야 한다. 부정맥은 심장의 리듬이 불규칙하거나 비정상적으로 빠르거나 느린 상태로 심방세동이나 빈맥(빠른 심장 박동), 서맥(느린 심장 박동) 등이 대표적인 유형이다. 지난 30년간 부정맥의 가장 흔한 유형인 심방세동의 유병률이 두 배로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주년 수원시립미술관, ‘모두의 미술관’ 표방…‘모두에게: 초콜릿, 레모네이드 그리고 파티’

‘미술관은 어려운 곳일까?’ ‘어떻게 해야 모두가 즐겁게 예술과 연결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해 미술관에 대한 고정관념을 지우고 문턱을 낮췄다. 수원시립미술관이 15일부터 ‘모두의 미술관’을 주제로 선보이는 개관 10주년 특별전 ‘모두에게: 초콜릿, 레모네이드 그리고 파티’ 이야기다. 전시 제목에는 수원시립미술관이 추구하는 지향점이 포괄적으로 제시됐다. ‘초콜릿’은 과거 남미 문화에서 신분이 높은 이들만 먹을 수 있었던 특별한 음료였지만 지금은 대중에게 사랑받는 간식이 됐듯 미술관 또한 누구나 즐겁게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는 의미를 담았다. ‘인생이 네게 레몬을 주면 그것을 달콤한 레모네이드로 만들라’는 서구권의 속담에서 착안한 ‘레모네이드’ 역시 미술관이 난해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재창조되기를 바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았고, ‘파티’는 포용적인 열린 공간이 되고자 하는 수원시립미술관의 방향성을 담았다. 전시는 11팀, 13명의 작가가 참여해 영상·설치·퍼포먼스·텍스타일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작품 45점을 펼쳐보인다. 전시는 총 4개의 전시실로 구성된다. 1 전시실은 미술관의 권위와 제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질문하며 이를 와해하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남다현 작가의 ‘MoMA from TEMU’가 대표적이다. 그는 ‘명작’으로 불리는 미술 작품들을 테무, 다이소, 이케아, 쿠팡 등에서 구한 공산품으로 재구성했다. 권위있는 작품들이 지닌 경제적·상징적 가치에 질문을 던지며 예술의 신화에 의도적인 균열을 가한 것이다. 작가는 다이소 수세미로 만든 마크 로스코의 작품, 이케아 컵으로 만든 아그네스 마틴의 작품으로 예술의 고상함과 자본 사이의 긴장 관계를 드러냈다. 이어지는 2 전시실은 ‘연대’와 ‘돌봄’을 키워드로 비언어적인 방법을 통한 타인과의 소통 가능성을 탐색한다. 이학승 작가는 소리를 매개로 공동체적인 삶을 탐구하는 ‘3층상가’를 출품했다. 작가가 사용하던 임대공간의 위층에서 들리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소리에서 착안해 공간과 관계의 문제를 다루며 공동체 안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방식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전시에선 24개의 손뜨개 패널로 된 케이트 저스트의 ‘셀프 케어 액션 시리즈’도 볼 수 있다. 각 패널에는 ‘노래하다’, ‘산책하다’, ‘숨쉬다’ 등 자기 돌봄을 상기하는 문구들이 담겨 있다. 생기 있는 색감과 촉각적인 재료를 활용해 돌봄의 행위가 예술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음을 드러내며 연대의 가능성을 제안한다. 3 전시실은 ‘포용’을 주제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천근성 작가는 예술을 매개로 시장과 미술관의 장소를 잇고 타인과의 관계 맺음을 실험하는 작품 ‘수원역전시장커피’를 선보인다. 작가는 지난 2개월간 수원역 전시장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음료와 손님의 창작물을 교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전시에선 해당 카페를 본떠 작품들과 함께 전시했다. 이와 함께 윤결 작가는 ‘전체관람가’를 통해 난장품바 공연의 다층적 의미와 현재적 의미를 조명했다. 영상 속 퍼포머들은 사회적 소수자의 정체성과 대중문화, 전통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한다. 4 전시실은 관람객과 작품 간 긴밀한 상호작용을 유도하는 작품으로 구성된다. 최원서의 ‘틀 없는 문, 구르는 난간’은 미술관은 정적이고 작품의 형상은 불변하다는 통념을 뒤흔드는 상호작용적 설치작품이다. 문의 위치가 주변의 움직임을 감지해 이동하는 이 작품은 관람객의 행위와 연결돼 개입과 참여를 유도한다. 전시에선 이 외에도 클레어 퐁텐의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 크리스틴 선 킴&토마스 마더의 ‘Find Face’, 서맨사 나이의 ‘비주얼 플레저/주크박스 시네마’, 안드레아 프레이저의 ‘뮤지엄 하이라이트: 갤러리 토크’ 등을 볼 수 있다. 남기민 수원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예술과 관람자 사이의 벽을 허물고, 새로운 방식으로 참여와 감상이 이뤄지는 관계의 장이 될 것”이라며 “열린 대화 속에서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새로운 감각을 만나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8월24일까지.

[생각하며 읽는 동시] 까치집

까치집 정용원 미루나무 꼭대기 반쯤 지은 까치집 아빠 까치는 서까래 구하러 가고 엄마 까치는 솜털 담요 사러 간 사이, “주추와 기둥은 튼튼한가?” 바람은 한바탕 흔들어 보고 “아기 까치 태어나면 둥지 안은 포근한가?” 봄 햇살은 뱅그르르 둥지 안을 돌아본다. 사랑의 보금자리 까치는 주로 미루나무 꼭대기에 집을 짓는다. 왜 낮은 곳을 마다하고 그 높은 곳에 삶터를 장만하는 걸까. 높은 곳일수록 바람도 세고 빗줄기도 강할 텐데 말이다. 그럼에도 까치들은 지금까지 미루나무 꼭대기를 고수해 왔다. 거기에는 필연코 그들만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게다가 까치집은 엉성하기 그지없다. 비쩍 마른 나뭇가지와 진흙을 얼기설기 얹어놓은 데 불과하다. 이 동시는 바로 그 점을 걱정하고 있다. 바람은 얼기설기 지은 까치집이 튼튼한지 어떤지 흔들어 본다. 또 햇살은 까치집 안이 포근한지 어떤지 둥지 안을 들여다본다. 까지집을 걱정해주는 바람과 햇살의 마음이 참 어여쁘다. 무엇보다도 까치 부부의 사랑이 너무도 아름답다. 머잖아 태어날 새끼 까치를 위해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부부의 정성어린 행동이 따뜻하기 그지없다. 그러고 보면 까치나 인간이나 부모는 같은가 보다. 그 많은 가운데서 만난 인연을 함께 가지고 간다.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변함없는 삶을 이어간다. 정용원 시인은 원로 아동문학가로 얼마 전에 산수 기념으로 ‘동심문학 반세기’란 문집을 출간했다. 50년의 동심문학을 총정리한 것이다. 축하와 함께 앞으로의 건승을 기원한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이해균의 어반스케치] 봄나들이-물향기수목원과 옛 도청 앞 벚꽃길

도청 앞에 옛 자가 붙었다. 팔달산과 도청을 뒷동산 삼아 살아온 지 45년에 이른다. 지나간 것은 모두 섬이 된다. 도청이 광교 신도시로 옮겨간 지도 몇 해가 흘렀다. 세월은 늘 바라보지 않는 사이 생각을 놓은 사이를 관통하고 있다. 봄비가 주말 내내 내렸다. 꽃비 내린 자리에 모든 잎이 선명하고 파릇하게 살아났다. 주말이 오기 전에 수강생들과 물향기수목원을 찾았다. 눈부신 벚꽃과 빨간 산당화가 줄지어 피었고 음지엔 아직 개나리가 노란 줄기를 뻗고 있었다. 강한 자외선을 피해 자연과 식물을 읽는 물 향기 식물 책방에 들어갔다. 이곳에서 각자 수집한 풍경을 그리거나 창밖 풍경을 담았다. 처음 나온 수강생들은 스케치북에 펜을 대는 것이 설레지만 불안해 보였으나 나름대로 재미있는 색칠을 했다. 그림이 무슨 형식이 있고 잘 그리고 못 그린 차이가 있겠는가. 다름을 보여주는 현대미술은 저마다의 개성을 찾는 것일 뿐이다. 맛난 밥도 함께 먹고 막걸리 한잔도 축였다. 일부는 꽃구경도 제대로 못한 짧은 시간이 불만인 듯했다. 사실은 나도 그랬다. 올해의 마지막일 꽃을 좀 더 바라보기 위해 고등동에서 옛도청으로 향했다. 도청 앞 벚꽃을 못 보면 한 해를 못 보는 것 같은 허망함과 아쉬움이 따른다. 팔달산 허리를 걸었다. 전망 좋은 카페 안다미로에서 차 한잔 마신다. 봄비가 어두웠던 날들의 복수처럼 찬 바람 싣고 쏟아진다. 봄처녀의 한 문장같이 날 개면 진주 이슬 신고 새 풀 옷 입은 봄길을 걷고 싶다. 꽃바람이 스쳐 가는 사랑 같이 불어오는.

김선욱의 ‘경기필 마스터즈 시리즈 II – 투쟁, 극복, 환희’ 19일 경기아트센터서

“말러 교향곡 5번은 지친 우리의 감정을 희망으로 고양시키는 멋진 여정이 될 것이다.”(김선욱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예술감독)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오는 19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 무대에 ‘경기필 마스터즈 시리즈 II – 투쟁, 극복, 환희’ 공연을 올린다. 말러 교향곡 5번 c#단조,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6번 D장조, 작품537을 연주하는 이번 공연에서는 특히 김선욱 예술감독이 지휘와 함께 피아노 협연을 한다. 김선욱은 경기필 예술감독 취임 첫 해인 2024년, 말러 교향곡 1번에 도전했고 올해는 말러 교향곡 5번을 선택했다. 말러 교향곡 5번은 경기필이 첫 정규앨범을 발매한 곡이기도 하다. 말러 교향곡 5번은 그의 9개 교향곡 중 가장 대중적인 곡으로 손꼽히며, 다섯 개의 악장으로 이뤄졌다. 특히 4악장 ‘아다지에토’는 섬세하고 감동적인 선율 덕분에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에 삽입돼 큰 인기를 끌었다. 말러 교향곡 5번은 극적인 대비를 이루는 전반부와 후반부를 통해 인간의 희로애락을 깊이 있게 표현하며, 청중들에게 진한 감동을 전달한다. 1부에서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6번 D장조, 작품 537이 연주된다. 이 곡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중 자주 연주되는 20번, 21번, 23번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연주되는 작품으로, 그만큼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피아노 협주곡 26번은 기술적이고 음악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아 연주하기 쉽지 않은 작품이다. 이날 김선욱 예술감독은 피아노와 지휘를 동시에 맡아 그만의 독특한 해석을 선보일 예정이다. 경기아트센터 관계자는 “김선욱 감독이 이 곡을 무대에서 연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의 피아노 협연을 기대하는 관객들의 관심이 특히나 집중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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