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의 해학미, 서민적 정서가 깃든 비정형의 자연스러움. 가장 한국적인 도자기로 일컬어지는 ‘분청’의 현재를 살펴보는 장이 마련됐다. 한국도자재단은 지난 10일부터 경기도자미술관에서 ‘분청’의 예술적 가치와 현대적 의의를 탐색하는 기획전 ‘오늘, 분청’을 선보이고 있다. 분청사기는 ‘분장 회청 사기’의 준말로 ‘회청색 사기에 백토로 분장한 도자기’를 뜻한다. 맑고 투명한 비취색의 ‘고려청자’와 깨끗하고 단아한 백색의 ‘조선백자’ 사이에 탄생한 독창적인 도자 양식이다. 분청은 조선 초기 약 200년간 제작됐으며, 자유로운 형태와 대담한 기법, 해학적인 표현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는 한국 도자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동시대 작가들의 시각에서 재조명한 현대의 분청 작품을 통해 분청의 예술적 가치와 무한한 가능성을 살펴본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20대 신진 작가부터 70대의 원로 작가까지 다양한 세대의 도예가 27명이 참여해 현대 분청의 경향과 개성을 담아낸 작품 10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총 3부와 에필로그로 구성된다. 1부 ‘분청의 속내’에서는 현대 분청 작품을 통해 풀어낸 현대인의 삶과 사회, 사상과 미의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원로 도예가 신상호 작가의 ‘아프리카 시리즈-헤드’를 만날 수 있다. 작가는 1980년대까지 전통 도자 작업을 이어오다 80년대 중반부터 다양한 형식의 흙 작업을 선보이며 매체와 장르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현대도예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작품은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행렬에서 느꼈던 원초적인 에너지와 응축된 생명력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특히 흙물이 아닌 아크릴로 분장을 해 작품의 양감과 곡선을 선명하게 부각한 것이 특징이다. 또 전시에선 지난 2020년 작고한 영국 도예가 필 로저스의 ‘분청소금유병’, ‘조화문 분청병’ 등을 통해 한국 분청이 지닌 세계적인 위상과 예술적 가치도 살펴볼 수 있게 했다. 2부 ‘분청의 표정’에서는 형, 색, 선, 질감 등의 조형요소에 집중해 작품의 면면을 탐색한다. 유물의 형태를 좌우로 비틀어 변형시킨 김찬미 작가의 ‘균형을 모색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작가는 왜곡된 유물의 사진을 본떠 기형을 만들고 유물과 최대한 유사하게 장식하는데, 이 작품은 가래떡처럼 길게 만 대토를 쌓아올리는 ‘흙가래 성형기법’을 이용했다. 작가는 전통과 현대, 디지털과 손의 감성, 원형과 변용의 균형을 모색하기 위해 디지털 매체로 형태를 구상하고 손의 개입을 극대화해 작품을 제작했다. 분청을 작업하는 작가들은 움직임과 행위를 작품에 고스란히 녹여내기도 한다. 3부 ‘분청의 몸짓’은 작가들의 행위를 통해 구체화된 작품의 형상을 살펴본다. 박정민 작가는 심장박동 소리, 호흡 소리, 음식 씹는 소리와 같은 신체의 반복적 행위의 소리를 녹음해 분청 작품 안에서 울려퍼지게 한다. ‘믿음에서 파생된 몸’과 ‘다면적인 끝말잇기’는 불규칙한 기형을 화장토로 분장한 뒤 떠오르는 감정을 자유로운 선으로 음각한 후 색을 입혀 완성했는데, 여기에 소리를 더해 누군가의 신체에 밀착해야만 들을 수 있는 미세한 몸의 소리를 조형물 안팎으로 울려 퍼지게 했다. 작품이 공간과 작용하고, 관람객과 교감하게 하는 작가만의 방식이다. 이어지는 에필로그 ‘분청의 숲’에서는 ‘자연’을 주제로 도자 회화 작업과 분청 기법을 응용한 차규선의 ‘풍경’, 정영유의 ‘산경’을 볼 수 있다. 최문환 한국도자재단 대표이사는 “분청은 한국 도자의 역사 속에서 독창성과 실험정신, 생활 속 정서가 담긴 소중한 유산”이라며 “시대를 넘어 이어지는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오늘날 분청이 지닌 예술적 가치를 살펴보고, 앞으로 나아갈 무한한 가능성과 미래를 그려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8월17일까지.
의정부문화재단은 ‘2025년 창의 문화예술아카데미’ 2기 수강생 36명을 모집한다. 프로그램 ‘온몸으로 그려가는 이야기’는 상상을 통해 동화 속 이야기를 온 감각으로 체험하고, 다양한 감정을 공감하는 연극놀이 수업으로 진행된다. 만 4~6세 유아와 아동을 대상으로 진행하며 연극적 표현 방식을 놀이처럼 경험하고 재미를 느끼고, 생각을 확장해 가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관계자는 “금도끼 은도끼, 이름 보따리, 토끼와 당밀 등 동화책을 기본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 특성상 내용을 미리 알면 수업 활동의 재미가 줄어들 수 있어 책을 미리 읽지 않고 참여하는 것이 유용한 팁”이라고 전했다. ‘2기 창의예술아카데미’ 수강생 모집은 지난 17일부터 진행한 가운데 온·오프라인에서 선착순 마감한다. 자세한 모집 요강 및 참여 신청은 의정부문화재단 누리집을 통해 알 수 있다.
경기도물리치료사회는 지난 18일부터 3일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경기도 의료기사 연합 학술대회’를 성료했다고 20일 밝혔다. 지난 18일엔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이 참석해 의료기사 연합회의 역할과 지역 보건의료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날 최상일·이서린 경기도 물리치료사회 회원은 물리치료사의 전문성을 높인 점 등을 인정받아 김동연 경기도지사상을 수상했다. 20일 학술대회에는 약 400명의 물리치료사 회원이 참석한 가운데 이치호 강사가 ‘Foot system 근거 중심적 임상 접근법’, 장원석 강사가 ‘물리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 조현정 강사가 ‘움직임 전문가의 시선·효율적인 움직임으로 연결’을 주제로 강의했다. 또 양대림 대한물리치료사협회장은 도수치료 관련 최신 현황 및 대응책을 공유했다. 또 7개의 의료기기 업체(네오펙트, 싸이버메딕, 앞썬, 에스엔에스, 윈백, 제스파, 한일메디피아)가 부스로 참여해 의료기기의 사용법과 효능에 대해 알렸다. 김가영 경기도물리치료사회장은 “회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실질적인 보수교육을 진행해 사회에서 존중받는 전문가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믿음과 신뢰를 주는 경기도물리치료사회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인천에서 열리는 이번 연극제가 시민들과 호흡하는 축제이길 바랍니다." 제43회 대한민국연극제의 전무송 인천 명예대회장은 지난 18일 인천 사무국에서 열린 언론사 인터뷰에서 “연극제를 통해 시민들과 호흡하고 많은 시민들이 연극의 재미를 느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7월5~27일에 인천에서 열리는 연극제는 지역 공동체와 함께하는 무대”라며 “이는 곧 이번 연극제의 정체성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 회장은 이번 연극제가 열리는 인천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는 “인천은 다양한 문화와 정서가 흐르는 도시”라며 “지역과 예술이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를 보여줄 좋은 사례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 회장은 “대한민국연극제는 연극인들에게 축제이자 약속의 자리”라며 “이 같은 뜻 깊은 연극제에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극제는 연극인들이 서로 작품을 공유·교류하며 지역과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성이 살아있는 무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극이라는 예술이 시민과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명예대회장으로서 작은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 회장은 지난 1962년 연극을 처음 접했다. 전 회장은 “당시 무대, 조명, 관객 모든 것이 낮설고도 경이로웠다”며 “작은 소극장에서 밤을 새우며 리허설을 하던 열정이 생각난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전 회장은 현재 연극계가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후배 배우들이 더욱 진솔하게 무대에 선다면 극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무엇보다 젊은 창작자들이 설 무대가 많아져야 하고 관객과의 접점을 늘릴 수 있는 정책과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비록 연극이 느리고 힘겨운 길이지만 진실한 예술인 만큼, 후배 배우들이 자기만의 이야기를 정직하게 무대에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전 회장은 “연극은 어려운 예술이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 감정, 생각이 고스란히 담긴 예술”이라며 “인천 시민들이 이번 연극제를 통해 연극의 재미를 경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모든 것을 담아내는 원초적인 존재이자 그릇인 ‘종이’가 구겨짐, 찢김, 나열, 쌓임 등의 행위를 통해 ‘배경’이 아닌 ‘주체’로 재탄생했다. 오는 23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갤러리 은 전관(1·2층)에서 서양화가 최필규 작가의 초대 개인전 ‘PAPER·WIND·WISH’가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50여 년의 세월 동안 종이라는 소재에 천착해 온 작가의 대작 등 평면 오브제 작품 4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종이는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있는 가장 열린 존재이자 시작과 끝을 동시에 품는 재료다. 최필규의 작업 세계는 종이라는 재료 속에 내재된 시간과 기억, 물성과 상징성을 탐구하며 그 속에 삶과 죽음, 환희와 슬픔이 교차하는 인간의 내면을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그의 작품은 작가의 오랜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외할머니댁 대청에 걸려 있던 성줏대에 관한 기억에서 출발한다. 우리 고유의 민속신이자 가정을 수호하는 여러 가신(家神) 가운데 으뜸인 성주신은 집을 짓고 지키며 집안의 모든 일을 관장하는 최고 신으로 불린다. 흰 창호지를 사람 모양으로 만들어 대에 붙여 만들어 놓은 성줏대, 작가는 유년의 시간 속에 바람에 나부끼던 찢어진 창호지의 형상을 ‘염원’과 ‘보호’의 이미지로 새겨왔다. 모두의 안녕을 비는 집안 어른들의 염원은 작가의 기억 속에 오래 머물렀고, 그 기억은 예술로 다시 태어나 관람객에게 심적 위안을 전한다. 최필규는 단순한 재현을 넘어 동시대적 감각으로 풀어냈다. 종이뿐만 아니라 무명실로 짠 광목 등 섬유 재료를 활용하며 종이의 물성을 돋보이게 하고, 평면 회화를 넘어 설치와 영상 작업의 경계를 넘나드는 자유롭고 유연한 표현으로 확장했다. 광목천을 사용해 구기고 다리미로 다리고 롤러로 문지르고 에어브러시로 효과를 가하며 새로운 화면을 변화하며 시간을 응축했다. 평택 출신의 최필규 작가는 수원여자대학과 수원대학교 미술대학원에서 교수로 임하며 40여 년간 후학을 양성했으며, 화성시문화재단 이사 등을 역임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수원시립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이번 초대전은 종이라는 가장 익숙한 재료 속에 내재된 시간과 기억, 물성과 상징성을 탐구하는 전시로 고요하지만 강한 울림을 담아내며 깊은 여운과 질문을 남길 것으로 작가는 기대했다. 최 작가는 “안녕과 행복에 이르는 마음속의 바람은 나부끼는 종이가 돼 바람을 타고 있다”며 “쫓기듯 돌아가는 삶, 인간관계, 시간이 뒤엉킨 나에게 전하는 위안을 이번 전시에서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박물관이 올해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대한민국임시정부를 통해 독립운동에 투신한 ‘김가진’을 조명한다. 경기도박물관은 지난 11일부터 ‘김가진 :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조국의 독립과 통일을 염원한 역사적 인물들을 살펴보는 ‘광복80-합合’ 특별전 3부작 중 첫 번째 시리즈로, 오는 7월에는 ‘여운형’, 11월엔 ‘오세창’을 조명하는 전시가 이어진다. ‘동농(東農) 김가진’은 대한민국임시정부 고문을 지낸 독립운동가이자, 명필로 이름을 날린 서예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김가진의 시문(詩文)과 글씨, 사진, 그림과 함께 독립전쟁에 투신한 동시대·후대 인물들의 작품 12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된다. ▲충절혈맥(忠節血脈), 개화선각(開化先覺)으로 ▲대한제국 대신(大韓帝國 大臣) ▲예술과 정치의 일치(政藝一致) ▲임정국로(臨政國老) 등이다. 1부에서는 병자호란 당시 강화도에서 순절한 김상용의 11대 자손인 김가진의 충절 가문을 소개하고, 그 정신과 삶이 동서문명의 대전환기에 개화 선각으로 이어지는 점을 살펴본다. 특히 겸재 정선이 선물한 것으로 알려진 ‘백운동도’와 ‘귀래정도’, 개화파들의 합작 ‘시축’, 김가진이 만든 ‘주일공사관 외교 서신 암호 규칙’ 등을 통해 김가진이 주체적인 외교통상과 내정개혁의 실무를 주도했음을 알린다. 2부에서는 개화파 혁신관료로서 독립협회 결성, 신식 우편제도 도입, 언문학교 설립 등 김가진의 활동상을 펼쳐보인다. 더불어 민영환, 조병세, 명성황후, 고종황제, 이완용, 데라우치 마사다케 등 동시대 인물들의 친필을 함께 선보인다. 일본화가 덴카이가 유화로 그린 ‘김가진 초상’에선 대한제국의 수립을 꽃과 색, 훈장 등으로 주체적으로 상징한 점을 눈여겨 볼 수 있다. 또 조선의 자주독립을 대내외에 표방한 상징으로 김가진이 한글과 한자로 쓴 ‘독립문’ 휘호를 볼 수 있다. 서체와 구조미학에서 김가진만의 박달나무 방망이 같이 단단한 원필(圓筆)이 느껴진다. 3부에서는 김가진의 시서(詩書)일체의 작품 세계와 서화협회 활동 등에 대해 조명한다. 김가진은 젊은 시절부터 다양한 시모임을 통해 개화사상가들과 교류했고, 명필가로 이름을 날렸다. 특히 그는 1910년 한일강제병합 이후 나라를 잃은 슬픔과 절망 속에서 시를 짓고 글씨를 쓰는 데 몰두했다. 그는 망국기 은거하며 대한독립을 ‘수죽향(水竹鄕)’ 건설로 은유한 ‘칠언시’를 남겼다. 시를 통해 둥글고 부드러운 붓놀림, 강직한 기운, 뛰어난 균형미 등의 특징을 찾을 수 있다. 4부는 김가진의 상해 망명과 아들 김의한, 며느리 정정화, 손자 김자동으로 이어지는 김가진 일가의 독립운동사를 다룬다. 3·1운동 직후에 조직된 비밀 독립운동 단체 ‘대동단’의 총재를 맡은 김가진이 직접 짓고 쓴 ‘대동단 선언서’, 김구가 김의한에게 써준 ‘충무공 이순신장군의 시’, ‘대한독립선언서’ 등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경기도박물관과 동농문화재단이 공동주최하고 광복회 후원으로 진행되며, 다양한 연계 행사도 펼쳐진다. 오는 25일엔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석학 특강이 열리고, 5월에는 경기도박물관대학이 ‘광복80, 한국미술80’을 주제로 특강을 개최할 예정이다. ‘대동단과 김가진의 정예일치의 삶’과 ‘신흥문관학교 뿌리와 대종교’를 주제로 두 차례의 학술포럼과 ‘대한제국과 세계열강’을 주제로 한 영화 상영도 이뤄진다. 전시는 오는 6월29일까지.
“‘전통’을 살아 숨 쉬게 해 후대에 전승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입사’ 전수자 박승준씨(22)가 철로 된 기물을 정과 망치로 두드리는 ‘쪼음질’ 작업을 이어가자 가로, 세로, 대각선의 방향으로 가느다란 수백개의 선이 나타났다. 일정한 세기의 힘과 반복적인 두드림으로 촘촘하고 균일한 홈을 만들어가는 것이 바로 ‘입사’의 시작이다. 수천, 수만번의 쪼음질이 끝나면 가느다란 홈에 금과 은을 마치 실처럼 박아 넣는데 이것이 입사의 백미다. 쪼음질로 바탕을 만들어 놓은 뒤 그 길을 따라 금과 은으로 세밀하게 문양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다만 고된 수행과 같은 쪼음질 작업을 10년 정도 해야 비로소 금과 은을 새겨 넣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박씨가 3년간 매일같이 정을 두드리며 쪼음질에 힘을 쏟고 있는 이유다. 박씨는 “‘입사’는 작업자의 손길, 즉 인간의 흔적이 깊게 스며들고 그 흔적이 그대로 드러나는 기술”이라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체력적으로 힘든 과정을 거치지만, 아름다운 결과물을 보면 지난 시간은 까맣게 잊혀진다. 특히 고된 과정을 거치며 ‘살아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실감할 수 있는 점이 매력이다”라고 말했다. 박씨는 경기도 무형유산 제19호인 입사장의 유일한 전수자다. 지난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입사를 배우기 시작했지만, 사실 어릴 적부터 일상생활에서 입사를 접해왔다. 그의 외할머니인 이경자씨가 유일한 경기도 무형유산 입사장 보유자이고, 그의 어머니인 이유나씨가 유일한 이수자이기 때문이다. 박씨의 집이 곧 작업장이었기에 집에서는 늘 망치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입사의 많은 과정을 보고 자랐다. ‘입사’는 흑철·백동 등의 기물 표면을 정으로 쪼아 금·은·오동을 끼워넣거나 덧씌워 무늬를 놓는 금속공예 기법이다. 삼국시대 이전부터 시작돼 조선시대까지 이어져 왔으며, 입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장인을 입사장이라 한다. 입사장은 1983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 뒤 1997년 경기도 무형유산으로도 지정됐다. 지역의 특성이 강하거나 전승 단절 위험이 있는 종목은 중복으로 지정되는데, 경기도는 입사가 전승 단절의 위험이 있다고 봤다. 또 이경자 보유자가 조선시대 마지막 입사장이었던 고 이학응 선생의 계보를 잇고 있어 종목 지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3대째 입사를 이어가고 있는 박씨는 어머니와 함께 다양한 전시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덕수궁에서 펼쳐진 한독수교 140주년 기념 특별전 ‘1899, 하인리히 왕자에게 보낸 선물’에 참여해 작품을 선보였다. 박씨와 그의 어머니인 이유나 이수자는 고종 황제가 1899년 대한제국을 최초로 국빈 방문한 하인리히 친왕에게 하사했던 선물 중 하나인 ‘투구’를 재현해 큰 호평을 받기도 했다. 현재 서울의 한 조형대학 AI디자인학과에 재학 중인 박씨는 전통과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입사를 선보이는 목표를 갖고 있다. 사람과 분위기에 맞춰 달라지는 입사 공예품을 만들거나, 이전에 기획했던 공예품에 인공지능(AI) 회로를 결합해 실제 움직이는 형태의 공예품을 선보이는 식이다. 박씨는 “더이상 입사를 배우려는 전수자가 없는 상황이다. 단순히 과거를 재현하기만 해서는 전통이 살아남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도 전통이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만들어야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 AI 시대에 입사를 포함한 전통기술들이 어떻게 다음 세대에게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해답을 찾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20대 초반의 나이인만큼 그는 하루에도 여러 번 앞날에 대한 고민을 하며 마음이 ‘갈팡질팡’ 한다. 하지만 현재 입사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이 자신밖에 없기에, 전통을 지켜야겠다는 마음이 강하다고 한다. “입사는 쉽게 배울 수 있는 기술이 아니지만, 금과 은으로 ‘빛’을 새긴 완성품은 정말이나 아름답습니다. 입사를 통해 저만의 예술 세계를 만들어나가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 다음 세대로 전승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관련기사 : 광대 왔소, 줄을 서시오…줄타기 이수자 ‘한산하’ [청년 장인, 전통을 잇다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102580306 “열 네살에 매료된 양주별산대놀이, 이젠 운명”…이수자 ‘윤동준’ [청년 장인, 전통을 잇다②]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125580062 “세밀함의 예술, 완성에 끝이 없어”…불화장 전수자 ‘정수현’ [청년 장인, 전통을 잇다③] https://kyeonggi.com/article/20250217580401 “마을의 뿌리, 우리가 지키는 것”…화성팔탄민요 전수자 ‘이정민’ [청년 장인, 전통을 잇다④] https://kyeonggi.com/article/20250330580077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오는 6월15일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피아노 리사이틀’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은 고전주의부터 낭만주의, 20세기 현대음악까지 다양하고 폭넓은 스펙트럼을 한 무대에 담아낸다. 리사이틀 1부는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 리스트의 ‘에스테 별장의 분수’로 문을 연다. 섬세하면서도 우아한 선율, 독창적인 표현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조성진의 화려한 비르투오소적인 면모를 만날 수 있다. 이어지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5번’은 ‘전원’이라는 부제에 맞게 평화롭고 목가적인 분위기의 작품으로, 탁월한 기교와 음악성을 갖춘 명쾌한 고전주의자로서의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20세기 피아노 음악의 새로운 시대를 연 버르토크의 ‘야외에서’를 통해 야성적인 피아니즘의 탐구자로서의 모습을 드러낸다. 2부에선 낭만의 대가 브람스의 ‘피아노 소나타 3번’으로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다. 정교한 구조 속에 젊은 시절 브람스의 불안과 열정이 내재된 대곡으로, 조성진은 한층 완성도 높은 음악성과 독보적인 해석력이 기대된다. 조성진은 2011년 17세의 나이로 성남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장한나의 앱솔루트 클래식Ⅲ’에 협연자로 참여해 처음 성남아트센터 무대에 올랐다. 이어 2020년, 2022년 솔로 리사이틀과 2023년 발트 앙상블 협연 등을 통해 성남과 오랜 기간 인연을 맺어왔다.
국내에서 갑상선암 다음으로 발생률이 높은 ‘대장암’도 작은 ‘용종’에서 비롯된다. 용종은 신체 내부의 점막이 증식, 돌출된 병변을 말하는데 대장은 길이가 150cm로 길고, 찌꺼기들이 오래 머물러 물리·화학적 손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점막이 손상됐다가 회복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점막 표면에 용종이 잘 생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데, 이는 대장에서 용종이 잘 생기는 이유다. 보건복지부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대장암으로 인한 사망자는 9천348명에 이르러, 전체 암 사망률의 11%를 차지해 세 번째로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이런 대장암도 작은 용종에서 시작된다. 구체적인 발생 원인을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없지만 유전적 요인이 가장 크고 이어 생활 습관이 꼽힌다. 노화와 유전적 요인을 제외한다면 잘못된 식습관과 신체 활동 부족, 비만, 음주, 흡연 등을 들 수 있다. 조기 발견을 위해선 정기적인 검진이 중요하다. 시술자가 직접 눈으로 보면서 용종을 진단할 수 있는 내시경 검사가 현재로서는 가장 확실한 진단법이다. 대장내시경은 보통 진단 내시경과 치료 내시경으로 구분한다. 진단 내시경은 암이나 용종의 유무를 가리는 것이고 치료 내시경은 기구를 이용해 용종이나 조기암을 직접 치료하는 것인데 용종의 크기가 크지 않은 경우에는 진단 내시경을 시행하며 용종을 제거하는 치료 내시경 시술을 함께 시행한다. 치료 내시경에는 내시경 점막 절제술(EMR)과 내시경 점막하 박리술(ESD) 두 가지가 있다. 용종의 크기나 모양 등을 고려해 시술 방법을 결정한다. 내시경 점막 절제술은 보통 1~2cm 전후의 작은 대장용종을 떼어 낼 때 시행한다. 올가미를 이용해 크기가 작은 용종을 암 예방 목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이다. 단, 2cm 이상의 용종은 제거 과정에서 출혈 또는 천공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안전을 위해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 내시경 점막하 박리술은 대장의 점막하층에 약물을 주입, 용종과 함께 점막 및 점막하층을 분리한 뒤 대장용종을 일괄 절제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일괄 절제의 장점은 용종의 재발 위험도를 낮춰주며 암이 의심되는 경우 조직 검사를 통해 점막하층과 혈관 및 림프관 침범 여부 등 암의 진행 상태를 가장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직 검사 후 림프절 전이의 위험인자가 없다면 조기 대장암의 수술적 치료를 피할 수 있는 최소 침습 수술이라고 할 수 있다. 김동우 고려대 안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대장용종은 크게 종양성과 비종양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선종과 같이 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는 종양성 용종은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며 “최근에는 과형성 용종과 같은 비종양성의 경우도 암으로 진행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져 악성화 가능성이 낮다고 안심하기는 어렵고 기본적으로 직장에 있는 조그마한 용종을 제외하고는 가능한 한 모두 제거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아무리 주의하고 조심해도 대장용종은 100% 예방할 수 없어 증상이 없더라도 45~50세부터는 분변잠혈검사나 대장내시경 등 대장암 선별 검사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예방을 위해서는 식단 관리가 중요하다”며 “붉은 고기류와 햄, 소시지, 베이컨 같은 가공육 섭취를 줄이고 대신 식이섬유와 칼슘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되며, 흡연은 대장용종과 대장암 발생 위험을 높이므로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전통음악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주목받고 있는 조선팝 여성듀오 ‘가야로맨스’가 신곡 ‘Vibration(진동)’을 발표했다. ‘Vibration’은 판소리 ‘흥보가’ 중 가장 통쾌하고 희극적인 ‘박타는 대목’을 모티브로 한다. 25현 가야금 연주와 판소리 창법에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결합해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허무는 강렬한 에너지를 완성했다. 가야로맨스는 오래 전부터 ‘희망’과 ‘전환’의 상징이었던 판소리 속 ‘박이 터지는 순간’을 오늘날 한국인의 삶과 연결해왔다. 흥보가의 ‘박이 터지는 장면’은 갑작스러운 행운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오래 버티고, 꾸준히 살아낸 자만이 만날 수 있는 전환의 순간이다. 곡 제목 ‘Vibration’은 단순한 리듬이나 울림을 넘어, 현실을 깨고 나아가려는 한국인들의 뜨거운 열망과 시대적 변화를 상징한다. 현실의 어려움 속에서도 끈질기게 견디고, 결국은 웃으며 박을 터뜨리는 흥보처럼 이 노래는 한국인 모두의 마음 안에 숨겨진 ‘진동의 순간’을 깨운다. 가야로맨스가 새롭게 주창한 장르, ‘조선팝(JoseonPop)’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곡이기도 하다. 조선팝은 한국 전통음악의 서사와 에너지 위에 케이팝적 감각, 전자음악, 퍼포먼스를 덧입혀 오늘날 세계 어디에도 없는 ‘살아 움직이는 한국음악’을 지향한다. 가야로맨스는 이 지점, ‘누구나 삶 속에서 자신의 박을 터뜨릴 수 있다’는 믿음을 노래한다. 한국 전통의 에너지, 현대적 리듬, 세계 어디서도 듣지 못한 새로운 사운드로 첫발을 내디딘 가야로맨스의 강력한 진동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