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의병 가치 찾는 여정' 의로운 장부들... 경기도내 의병 활약상 밝힌다

구한말 무명의병을 발굴하고 기념·지원하는 사업이 경기도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경기문화재단 경기역사문화유산원이 ‘강산의 의로운 장부들: 대한제국기 경기도 무명의병은 누구인가’ 역사문화 강좌를 개최해 경기도 무명의병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확산했다. 경기역사문화유산원은 지난 12일 경기문화재단 강의실에서 박환 고려학술문화재단 이사장(전 수원대 사학과 교수)이 진행하는 ‘수원지역 민족운동사 연구현황과 의병 연구’ 강의를 열었다. ‘경기도 무명의병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번 역사문화 강좌는 경기역사문화유산원이 개화기 의병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마련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오는 26일까지 매주 수요일 세 차례에 걸쳐 이뤄진다. 박 이사장은 이날 강의에서 △수원지역 의병 연구의 현황 △수원지역 의병 활동 △연구 과제 등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박 이사장은 1910년 9월 당시 ‘의병 현황에 대한 표시도’를 통해 경기도 의병이 전국에서 세 번째로 활발하게 활동했던 점을 강조했다. 북한을 비롯한 전국에선 평안도, 황해도, 경기도 의병 순이었으며, 남한에서는 경기도 의병이 가장 적극적으로 활동했던 점을 짚었다. ■ 경기도 의병 연구 ‘부족’... 3·1운동, 특정 인물 연구만 진행 그러나 경기도 의병에 대한 연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박 이사장은 경기도의 민족운동연구는 ‘3·1운동’을 중심으로 이뤄져 있으며, 이에 따라 특정 인물에 대한 연구가 진행돼 아쉬운 상황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3·1운동에 대한 연구는 화성·수원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3·1운동의 중심이 된 기생 김향화, 김세환, 이선경 등에 대한 인물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박 이사장은 “조선시대에 대한 연구 역시 ‘정조’, ‘수원화성’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룬다”며 “그런데 이 두 가지 연구로 실제 정조와 수원화성을 올바로 밝히는 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원지역 ‘의병’ 연구를 하려면 조선 후기와 3·1운동 시기를 뛰어넘는 연구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없다”며 “의병 활동은 주로 유림들이 많이 했지만 수원지역 유학자들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고, 의병의 민중성을 알기 위해서는 ‘동학’을 알아야 하는데 수원지역 동학에 대한 연구 역시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정 지역에 관심 있는 연구만 진행되다 보니 사실상 토대가 되는 연구가 없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박 이사장은 ‘경기도 무명의병 기념사업’을 통한 ‘수원지역 의병 연구’가 수원의 시대성, 역동성, 연결성을 구축하는 데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 수원 곳곳에서 이어진 다양한 의병 활동 이날 강의에선 수원지역 곳곳에서 벌어진 의병 활동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서부지역은 해안가, 특히 남양군 지역이 중심이 돼 섬과 연계하며 진행됐고, 동부지역은 용인·안성·성남·평택 등 인접 지역과 연계해 남한산성 등 다양한 산에서 이뤄졌다. 수원지역의 대표적인 의병장은 ‘홍일초’로 1907년 12월부터 활동을 시작해 수원을 근거지로 삼았다. 수원의병은 1907년 9월10일 병점역에서 서쪽으로 30리 떨어진 생장동에 700명이 집합, 경부선철도가 지나가는 오산역과 진위(평택)역을 차례로 습격했다. 이 외에도 1908년 1월10일엔 수원군 공항면 발안시장에서 의병 80여명이 일본수비대 보병 제47연대 제9중대와 교전을 벌였고, 다음 날엔 의병 60여명이 경찰 및 군대의 연합토벌대와 교전을 벌였다. 특히 수원지방의 ‘수적’ 출신 의병들은 남양군 일대와 수원군 서남방의 고온포를 근거지로 해 활동했다. 이 때문에 두 곳에선 많은 교전이 치러졌다. 1908년 2월21일 의병 6명이 남양군 음덕리를 습격해 남양수비대에서 파견한 토벌대와 교전했고, 3월20일엔 의병 약 14명이 남양군 북쪽 10리 유지동에서 남양수비대가 파견한 척후 5명과 2시간여 교전을 벌이기도 했다. 박 이사장은 일본 측 기록 등을 토대로 의병전과 관련한 산발적인 기록들을 모아 강의를 이어갔으며 다양한 사진 자료와 판결문을 선보이며 설명을 뒷받침했다. ■ ‘문집, 통문, 격문’ 등 우리 측 자료 발굴해야 현재 의병 연구는 주한 일본공사관기록, 통감부 문서, 폭도토벌지, 진중일지, 의병판결문 등 주로 일본의 자료들로 진행되고 있다. 경기도 의병 연구의 범위가 제한적이고 생동감이 떨어지는 이유다. 가평 등 지역 유림들이 보관하는 문집, 통문, 격문 등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의병 일람표’ 등을 토대로 인물을 연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와 함께 박 이사장은 경기도 의병이 소지했던 무기에 대한 연구, 이를 토대로 다른 지역 의병과의 무기 체계 분석, 북한 의병 연구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박 이사장은 “의병 투쟁뿐 아니라 그 주변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다양한 연구가 필요하다”며 “이번 무명의병 기념사업을 통해 많은 자료가 발굴돼 경기도 의병의 활동이 심도 있게 밝혀지고, 그 가치가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기문화재단 관계자는 “이번 역사문화 강좌는 무명의병의 정신적 가치와 개념, 규정을 확장하기 위한 발판으로 무명의병의 정신적 가치를 발굴해 오늘날 통용될 의미를 찾을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 경기의병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 등을 시민들에게 알릴 필요성을 느껴 마련한 강좌다. 3월에 인문포럼, 학술 심포지엄 등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기역사문화유산원의 역사문화 강좌는 오는 19일 두 번째 강의로 성주현 1923 제노사이드연구소 부소장이 ‘한말 경기남부 의병항쟁의 전개와 특성’을 진행한다. 또 26일에는 김명섭 단국대 박사가 ‘경기의병의 항일현장에서 미래를 만나다’를 주제로 시민들과 만날 예정이다.

[영상] “폴 매카트니의 전속 사진작가에서 영화감독까지”…김명중의 인생 한 컷 [문화인]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 방식으로 사진을 찍을 때면 예상하지 못한 결과물이 나올 때가 있습니다. 피사체가 눈을 감기도, 지나치게 빛이 많이 들어가기도 하죠. 의도하지 않았던 순간이 더 깊은 여운과 감동을 줄 때도 있습니다. 삶도 마찬가지라 생각해요. 티끌 하나 없이 말끔하고, 오점 하나 없이 완벽한 삶을 살아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오늘 하루 마음에 안 들었다고 ‘삭제’ 버튼을 누를 수도 없는 게 인생이잖아요.” 영어 한마디 제대로 못 한 채 무작정 낯선 땅으로 떠났던 한국의 한 청년은 세기의 스타와 함께 전 세계를 누비는 사진작가가 됐다. 김명중(MJ KIM·53) 작가는 영국의 전설적인 록 밴드 비틀스의 여러 히트곡을 만든 싱어송라이터 폴 매카트니의 곁에서 17년째 영광의 순간부터 무대 아래 민낯까지 매 순간을 기록 중이다. 마이클 잭슨, 스팅, 조니 뎁, 비욘세, 콜드플레이부터 방탄소년단 등 수많은 스타와 작업을 이어오더니 단편영화 ‘쥬시걸’(2020)을 만들어 국제 영화제에서 다수의 상을 받았고, 이제는 장편영화를 준비 중이다. 최근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종료한 ‘22세기 유물전’으로 그의 첫 정물 사진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종횡무진 예술가 김명중을 지난달 그의 작업실에서 만나봤다. 여든이 넘은 폴 매카트니의 삶에서 가장 오래 연을 이어간 전속 사진작가라는 영예를 이어가고 있지만 그가 사진의 길에 들어선 계기는 ‘우연’에 가깝다. 대학입시에 실패하고 시간만 보내던 20대 초반, 영국으로 무작정 떠났다. 말이 통하지 않아 혼자 작업할 수 있던 ‘사진’을 부전공으로 택했고, IMF로 학업을 중단하게 됐던 때에는 가게의 간판 사진을 찍으며 생계를 이어갔다. 한국에서 공수한 각종 책과 잡지를 읽으며 사진, 조명을 다루는 법 등을 익혀갔다. 1998년 런던의 작은 지역 신문사에서 수습사원으로 시작했던 일은 한 단계씩 발전했고 2007년 그의 인생을 뒤흔든 영국의 전설적인 걸 그룹 스파이스 걸스와의 작업 이후 폴 매카트니와 연을 맺게 됐다. “폴과의 2015년 내한 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텔레비전을 통해 88 올림픽의 굴렁쇠 소년이 운동장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갔던 서울 올림픽주경기장(잠실종합운동장)에 폴과 함께 무대에 올랐던 때 정말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또 다른 기억은 마이클 잭슨과의 추억입니다. 2009년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 투어에서 사진을 담당하기로 했는데 어린 시절 우상이었던 마이클 잭슨과 맞닿은 손은 참 따뜻하고 커다랗던 기억이 납니다. 런던에서만 6개월이 예정됐던 때로 기대감에 부풀었는데 몇 개월 뒤 그가 죽고 말았습니다.” 전설적인 팝스타들과 작업해 온 김 작가는 평범한 이들을 담아냈던 작업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김 작가의 작업실에는 숱한 해외 스타들과 찍은 화려한 사진과 함께 한 가운데 을지로의 평범한 ‘거인’들의 사진이 걸려있었다. “2020년에 을지로가 재개발되며 골목 곳곳이 철거되던 때 그곳에 자리한 장인들의 모습을 담아낸 프로젝트를 했습니다. 아주 작디작은 가게들이지만 가족의 생계를 이어갔던 이들의 삶의 터전이 사라지던 때였죠. 6개월 동안 을지로에 거주하며 이들과 살을 부대끼고 같이 술잔을 부딪치며 다가갔습니다.” 무작정 카메라를 들이민 것이 아니라 그들의 깊숙한 내면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그들의 곁으로 다가가 그 일부가 된 것이다. 김명중에게 ‘좋은 사진’이 무엇인지 묻자, 그는 내면의 감정과 진실한 모습을 끌어낼 수 있는 사진이라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 ‘소통’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미국의 유명 사진가 리차드 아베든이 찍은 마릴린 먼로의 사진을 참 좋아합니다. 화려한 아름다움의 대명사인 마릴린 먼로가 쉬는 시간 어딘가 지쳐 보이기도 약간은 슬퍼 보이기도 하는 그 찰나의 인간적인 모습을 담아냈는데, 이 컷을 당사자인 마릴린 먼로도 오케이(허락)했다는 점이 인상 깊습니다. 사진을 찍는 이와 찍히는 이가 진정한 ‘교류’를 했다는 것이죠. 저 또한 진심을 담아내기 위해 늘 노력할 것입니다.” ● 관련기사 : “쓰레기, 유물이 되다” 수원시립미술관x김명중x 프로쉬 공동 프로젝트 ‘22세기 유물전’ [전시리뷰]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112580238

민낯 같은 무대의 빛나는 감동…'더하우스콘서트' [공연리뷰]

더하우스콘서트는 매주 월요일 오후 8시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진행되고 있다. 2002년 박창수 예술감독의 연희동 자택에서 시작된 이 공연이 시작될 무렵 ‘하우스콘서트’는 붐을 일으키며 관객을 매료하기도 했지만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변함 없이 유지되고 있는 공연은 더하우스콘서트뿐이다. 손 뻗으면 닿을 무대, 몸으로 느끼는 진동 더하우스콘서트는 2002년 7월 12일 연희동의 가정집에서 시작했다.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박창수 예술감독은 “음악회를 만드는 일은 곡을 쓰는 것과 같다”는 생각으로 자택에서 첫 하우스콘서트를 올렸다. 각각의 공연에서, 그리고 그 공연들이 모여 전체의 구조를 이뤄 가는 과정 자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여겼다. 박 감독은 하우스콘서트에 대한 첫 영감을 “서울예고 재학 시절 친구들과 서로의 집을 오가며 연습하던 기억”이라고 말한다. 음향 시설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평범한 집이지만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서 몸으로 진동을 느끼며 직접 듣는 음악의 감동은 그 어떤 연주회장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그렇게 작품을 만드는 심정으로, 감동을 나누겠다는 의지로 시작한 더하우스콘서트의 가장 큰 특징은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없다는 점이다. 강당 같은 공간에 피아노 혹은 보면대가 놓여 있으면 그곳이 무대인 것이고 관객은 마룻바닥 위 드문드문 놓여 있는 방석에 앉으면 된다. 관객은 편의에 따라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다리를 폈다 굽혔다 하며 ‘방구석 음악회’를 감상하고 연주자들은 관객의 숨소리와 눈빛을 동력 삼아 민낯 같은 무대를 헤쳐 나간다. 대가와 신인, 관객 모두에게 공평한 이곳 1천78회, 20여년의 시간 동안 거의 매주 쉬지 않고 열리고 있는 하우스콘서트의 2025년은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과 피아니스트 박영성의 듀오 연주로 시작했다. 연희동 자택을 시작으로 광장동, 역삼동, 도곡동 등 녹음실과 스튜디오를 거쳐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 정착한 지 10년째인 더하우스콘서트는 매회 50~100명의 관객이 찾는다. 이날은 새해 첫 하우스콘서트라는 기대감과 설렘 때문인지 예술가의집 마루가 꽉 찼다. 공연이 끝난 후 진행된 미니 토크에서 더하우스콘서트 강선애 대표는 유튜브를 통한 생중계 동시 접속자 수도 100명을 훌쩍 넘었다며 고무적인 새해 출발을 알렸다.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은 2015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20세의 나이로 한국인 최초 심사위원 만장일치 우승을 차지하며 본격적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현재 연세대 음대 관현악과 조교수로 재직 중인 임지영은 최근 올바른 세대교체의 정석과도 같은 국내 바이올린계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행보와 연주력을 갖추고 있는 연주자다. 임지영은 아주 정성껏 연주하되 지루하지 않았고 정석적이면서도 대중이 좋아할 요소를 갖춘 소리와 매력을 갖춘 연주자였다. 특히 그녀의 연주 중 발동작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대개 서서 연주하는 바이올리니스트는 다리를 고정한 채 상체의 움직임만으로 음악을 따라가기 마련인데 음악에 따라 춤을 추듯 따라가는 스탭이 아주 자연스러웠다. 연주나 감상을 전혀 해치지 않으면서도 연주자가 온전히 음악에 몰두했다는 느낌을 줬고 저음에서 고음, 지판에서 손가락이 움직이는 만큼 보폭도 너무 정확히 맞아떨어져 감상에 오히려 도움을 준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이날 함께한 피아니스트 박영성은 “함께 연주하지 않은 곡을 찾는 것이 빠르다”고 말할 정도로 자주 호흡을 맞추는 파트너로 연주 초반부 두 연주자 모두 ‘영점’을 맞추는 시간이 조금 필요해 보였지만 곧바로 완전한 앙상블을 보였다. 임지영은 연주 후 토크 시간에 “관객으로서 하우스콘서트를 즐기러 올 때마다 분위기가 매우 좋았는데 실내악이 아닌 듀오로 오게 돼 설레었다”며 “(하우스콘서트가) 최근 연주 중 가장 기대되는 무대여서 심혈을 기울였는데 쉬는 시간 없이 세 곡을 연달아 하려니 너무 힘들었다”며 웃었다. 그 말처럼 슈베르트 ‘론도 D.895, Op.70’, 그리그 ‘소나타 2번, Op.13’,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소나타 Op.18’까지 한 곡 한 곡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레퍼토리였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소리꾼 장사익이 마다하지 않는 무대,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임윤찬이 각각 15세, 17세일 때 그들을 먼저 알아보고 연주의 기회를 준 곳이 바로 더하우스콘서트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더 많이 주목받고 있는 최근이지만 하우스콘서트는 그저 언제나 이 무대를 굳건히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더하우스콘서트는 2월에도 매주 월요일 오후 8시 예술가의집을 지킨다.

“넘어져도 괜찮아” 스포츠에 담긴 삶의 경기 한 판…‘건투를 빌어요’ 外

제9회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과 제22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 등 연이은 종합 스포츠 경기는 보는 이에게 짜릿한 쾌감과 감동의 눈물을 안겼다. 과정에 충실하고 규칙을 엄수하며, 정정당당하게 결과에 승복하고 상대를 존중하는 ‘스포츠 정신’에 열광하는 이유일 테다. 후회 없이 최선을 다했을 이들의 땀과 눈물에 우리는 깊게 공감하고, 고난과 역경을 딛고 한계에 도전하는 정신은 삶을 대하는 용기를 알려준다. 우리를 웃고 울리는 스포츠를 주제로 한 이색적인 도서를 추천한다. 편집자주 ■ 체육 선생님이 들려주는 스포츠 영화 이야기, ‘건투를 빌어요’ “인생은 마라톤과 같다”라는 비유처럼 우리는 때로 스포츠 속에서 인생의 진리와 가치를 깨닫고는 한다. 도서 ‘건투를 빌어요’(크루 刊)는 중,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스포츠 영화를 통해 제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따뜻한 메시지를 전한다. 책은 충주성심학교 청각장애 야구부의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영화 ‘글러브’, 21세기 메이저리그 최고의 단장 중 하나인 빌리 빈과 그의 팀을 다룬 ‘머니볼’, 영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스키점프 종목에 도전한 에디 에드워즈의 이야기 ‘독수리 에디’ 등 실화 기반의 21개 영화를 다룬다. 페어플레이의 태도와 팀워크 정신 등 책은 모두가 함께 이룬 승리의 순간을 통해 소외된 이야기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축구를 통해 자신감을 회복한 노숙인들이 사회의 편견에 맞서고, 아프리카계 메이저리거인 재키 로빈슨이 인종 차별을 극복해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이야기 등은 어른들에게도 울림을 준다. 현직 체육 교사의 각 스포츠의 특성과 이론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설은 덤이다. ■ 덕업일치의 삶, ‘스포츠도 덕후시대’ 좋아하는 팀과 선수의 경기는 새벽 생중계를 놓치지 않고, 애정하는 팀의 유니폼과 아이템에 행복해 하며, 해외여행 시 명문 프로팀의 경기장을 ‘버킷 리스트’ 1순위에 적어두는 이라면 당신은 ‘스포츠 덕후’(열광적인 팬)라고 할 수 있겠다. 도서 ‘스포츠도 덕후시대’(박영사 刊)는 누구보다 스포츠를 사랑하는 덕후 18인의 생생한 경험담을 엮어냈다. 부산의 한 복싱 소년이 대학 최고의 인기 복싱 동아리를 창단하고, 동북아 농구대장정을 떠난 20대 청년과 명문 법대생이 프로구단 프런트로 우승하는 이야기 등 총 6장으로 구성된 책은 각 장마다 이들 마니아의 흥미롭고 솔직한 이야기를 다루며 ‘덕질’을 건강하고 긍정적으로 풀어낸 비법을 살펴볼 수 있다. ■ 아름답게 지는 법, ‘5번 레인’ 초등학교 6학년, 어른의 시선에선 한없이 작은 존재이지만 태어나 13년의 삶을 살아낸 존재에겐 인생에서 가장 성숙한 나이이자 청소년의 길목에서 변화를 앞둔 고민의 시기이다. 도서 ‘5번 레인’(문학동네)은 전국소년체전에서 메달을 척척 따내는 한강초 수영부 에이스이자 0.1초의 기록을 단축하기 위해 수영장을 100바퀴 도는 강나루를 주인공으로 열세 살 수영부 아이들의 꿈과 사랑을 그린 소설이다. “시합은 이기려고 하는 거잖아요”라고 말하는 나루에게 코치는 ‘이기고 지는 게 수영의 전부는 아니며 때로는 어떻게 지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이런 나루 앞에 라이벌 초희가 등장하고, 1위의 자리를 내주지 않던 나루는 초희로 인해 4번에서 5번 레인으로 밀려난다. 지난 2020년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을 받은 책은 아동청소년문학에서 드문 스포츠물이라는 점과 ‘몸과 마음의 성장’이라는 주제를 훌륭하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 받았다. 5번 레인을 무너져 머무르는 자리가 아닌, 다시 일어나 나아갈 발판으로 삼고 각자만의 터치패드를 향해 달려가는 아이들의 모습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한쪽 발 자주 접질린다면, ‘발목 불안정증’ 의심

걷다 보면 유난히 한쪽 발목만 반복적으로 삐끗하거나 작은 충격에도 쉽게 접질리는 경우가 있다. 이런 증상이 잦다면 ‘발목 불안정증’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반복적인 발목 염좌로 인대가 늘어나고 안정성을 잃은 상태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발목을 한 번 삐끗하면 자연스럽게 회복되지만 같은 부위에 반복적인 충격이 가면 인대가 느슨해지고 발목이 쉽게 꺾이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발목 불안정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발목이 쉽게 꺾이고, 특정 지형을 걸을 때 균형을 잡기 어려운 느낌이 드는 것이다. 특히 장시간 서 있거나 활동 시 발목에 통증이 오는 경우가 많다.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발목 관절 주변의 인대, 힘줄, 근육 등의 조직이 약해지고 심할 경우 발목 관절염으로 진행될 수 있다. 연세스타병원 권오룡 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유난히 한쪽 발목만 반복적으로 삐끗하거나 최근 연달아 다친 경험이 있다면 발목의 구조적 손상 여부와 인대의 안정성을 검사하고 인대 손상 정도를 정밀하게 진단받아 볼 필요가 있다”며 “이미 늘어난 인대의 회복은 완전히 원래 상태로 회복되기는 어렵다. 특히 반복적으로 접질린 경우, 인대의 탄성이 떨어지고 점차 느슨해져 발목이 쉽게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치료 방법은 인대 손상의 심각도와 파열이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심하지 않은 초기에는 발목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보조기 착용과 함께 체외충격파 물리치료와 프롤로 주사치료가 효과적일 수 있다. 체외충격파 치료는 병변 부위에 충격파를 전달해 혈류를 증가시키고 손상된 조직의 회복을 촉진하게 한다. 프롤로 주사치료는 고농도 포도당을 주입해 약한 염증반응을 일으켜 인대의 재생을 촉진하여 강화하는 치료로 만성적인 발목 불안정증에 대표적인 치료방법으로 꼽힌다. 인대 손상이 심해 보존적치료로 회복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오면 수술적 치료를 해야 할 수도 있다. 흔히 시행되는 발목 인대 봉합술은 느슨해진 인대를 보강해 발목의 안정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수술 후 적절한 재활을 병행해야 결과가 좋다. 발목 불안정성을 예방하려면 평소 생활습관이 중요하다. 발목 스트레칭을 습관처럼 꾸준히 해 인대의 유연성을 높이고 발목 주변의 근력 강화 운동과 균형 감각을 높이는 운동을 병행하면 발목이 갑작스럽게 꺾이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고 굽이 높은 신발과 불안정한 지면을 걷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발목 염좌 질환을 앓은 경험이 있고 활동 중 발목에 불안감을 느낀다면 무리한 움직임을 자제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권오룡 병원장은 “발목 불안정증은 단순한 접질림으로 여겨 방치하기 쉽지만,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발목 관절 자체가 약해지고 심한 경우 관절염 위험까지 높아질 수 있다. 발목이 자꾸 헛도는 느낌이 든다면 가볍게 넘기지 말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스타 안무가 호페쉬 쉑터 ‘꿈의 극장’, 한국 초연 선보인다

세계적인 스타 안무가 호페쉬 쉑터의 최신작 ‘꿈의 극장’이 내달 14일부터 이틀간 성남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은 성남아트센터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국제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한 공동 제작 공연으로 영국, 독일,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캐나다 등 유럽 및 북미 20여 개 극장과 축제가 참여할 예정이다. 호페쉬 쉑터의 꿈의 극장은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 욕망과 억압의 경계를 탐구하며 인간 내면의 복잡한 감정을 춤과 음악으로 풀어내는 작품이다. 쉑터 특유의 역동적인 안무와 직접 작곡한 라이브 음악,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더욱 다이내믹하게 보여주는 강렬한 조명이 어우러져 시각과 청각을 압도하는 몰입감을 선사한다. 에너지 가득하고 생동감 넘치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몽환적인 분위기와 현실의 날카로움을 동시에 표현해, 관객들을 익숙한 듯한 낯선 꿈의 극장으로 인도한다. 쉑터는 발표하는 작품마다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현대무용계 혁신의 아이콘으로, 무용뿐 아니라 작곡, 영상, 영화 등 여러 방면에서 예술성과 대중성을 겸비하며 전 세계에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예술가다. 지난해 6월 파리올림픽 문화 올림피아드의 일환으로 파리시립극장에서 초연했으며, 같은 해 10월부터 영국의 무용 전문 공연장 새들러스 웰스를 비롯해 유럽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아시아에서는 성남과 중국 상하이에서만 만날 수 있다. 쉑터는 작품에 대해 “춤과 음악은 도구일 뿐, 중요한 것은 바로 인간의 경험”이라고 강조한다. 무용에 대한 지식이나 안무가에 대한 정보, 어떠한 선입견이나 경계심 없이 관객에게 자유로운 해석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성남문화재단 관계자는 “쉑터는 이 작품에서 압도적인 에너지와 감정의 폭발을 통해 꿈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며 관객들에게 강렬하고 충격적인 예술적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바란다”고 말했다.

현안은 어느 시설물에 설치할까? [이강웅의 수원화성이야기]

화서문을 성 밖에서 보면 반원형 서옹성과 높은 서북공심돈이 보인다. 옹성과 공심돈의 벽면을 따라 위에서 아래로 파인 긴 홈을 볼 수 있다. 이것을 현안이라 한다. 현안도설에 “현안이란 적을 감시하기 위해 만든 성의 부속 장치다”라고 기록돼 있다. 성 바로 앞까지 접근한 적을 감시하는 것이 주기능이다. 이런 현안을 어느 시설물에는 설치했고, 같은 시설물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시설물에는 설치하지 않았다. 근본적으로 “현안은 어느 시설물에 설치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이 의문을 풀어볼 예정이다. 현안 설치대상으로 현안에 대한 기본적인 문제다. ■ 현안 설치 유무…시설물의 정체성과 관련 정조는 화성성역 착공 2년 반 전 정약용에게 성역에 필요한 기본계획 작성을 지시한다. 1년 후 ‘성설’을, 다시 6개월 후 ‘도설’을 완성한다. 성설은 성 쌓기에 대한 기본계획이고, 도설은 옹성, 현안, 오성지, 거중기, 그리고 시설물 선축에 대한 기본계획이다. 이 중 성설은 정조가 만든 “어제성화주략”이란 이름으로 공포한다. 의궤에는 현안 설치대상 시설물에 대한 기록이 없다. 현안에 대한 것은 의궤가 아닌 도설 중 현안도설을 참고할 수밖에 없다. 정약용은 현안도설에 “옹성과 모든 치성의 앞면에 현안을 각각 몇 개씩 설치합니다”라고 제안한다. 간단명료하다. 현안을 설치할 시설물 대상 기준은 ‘옹성’과 ‘모든 치성’이다. 설치 수량 기준은 각각 몇 개씩이고, 설치 위치 기준은 치성의 앞면이다. 준공도서인 화성성역의궤 내용과 실제 화성을 살펴보면 정약용의 제안을 철저히 따른 것으로 나타난다. 실제로 ‘옹성과 모든 치성’에, ‘전면’에 현안을 설치했다. 시설물 별로 자세히 살펴보자. 먼저, 옹성 4곳이다. 북옹성, 남옹성, 동옹성, 서옹성이다. 모두 현안을 설치했다. 다음, 치성 21곳이다. 치성은 적대 4곳, 포루(군졸) 5곳, 치 8곳, 그리고 남공심돈, 서북공심돈, 봉돈, 동북노대로 21곳이다. 따라서 현안을 설치한 시설물은 옹성 4곳과 치성 21곳으로 모두 25곳이다. 옹성과 치성에는 하나의 예외 없이 제안대로 정확히 설치했다. 화성에 시설물 수가 60곳이므로 비율로는 전체 시설물의 42%가 되는 셈이다. 거의 반에 육박한다. 문제는 같은 시설물 중 현안을 설치하지 않은 시설물에 있다. “이 시설물에는 왜 현안을 설치하지 않았느냐?” “설치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에 대한 논란이다. 현안을 설치하지 않은 시설물과 그 이유를 밝혀본다. 대체로 시설물의 정체성과 관련이 있다. 이래서 의궤 해석에 정확한 정의가 중요한 것이다. 첫째, 포루(대포) 5곳에 현안이 없다. 포루는 성에서 돌출된 전체를 벽돌로 지은 시설물이다. 성 밖 지면에서 성 높이까지 내부를 비워서 대포를 쏘는 공간으로 활용한다. 화성 시설물 전체에서 지하를 사용하는 유일한 시설물이다. 또한, 내부 전체를 사용하는 유일한 시설물이다. 지하 사용이라 한 이유는 성에서는 성안 내탁 위를 기준으로 그 위는 지상, 아래는 지하로 구분하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와 기능에는 현안이 불필요하다. 지하를 활용하는 시설물이므로 ‘성 아래’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내려다볼 필요 없이 성 밖 전체를 바로 볼 수 있다. 포혈은 포 쏘는 구멍, 감시하는 구멍, 채광창 역할을 한다. 수많은 포혈이 현안의 역할을 겸하므로 포 쏘는 시간 외에는 언제나 전방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포루는 치성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포루는 외형만 같을 뿐 치성과 완전히 다르다. 치성의 제도는 철부성면, 고여성제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포루와 이 조건을 비교해 보자. 첫 번째 ‘철부성면’은 “철(凸) 모양으로 성면에 잇대어 붙어야 한다”이다. 포루는 충족하지 못한다. 이유는 원성에 잇대어 붙인 것이 아니라, 덧붙인 구조이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포루는 치성처럼 돌출된 부분이 잡석으로 차 있지 않고 내부가 비어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고여성제’는 “높이가 원성과 같아야 한다”이다. 포루는 높이가 원성보다 높은 처마 밑까지이다. 두 조건 중 하나도 충족하지 못해 포루는 치성으로 보지 않는다. 둘째, 문 11곳에 현안이 없다. 문 4곳, 수문 2곳, 암문 5곳을 말한다. 문도 치성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문은 앞에 옹성이 있으므로 현안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 수문은 물이 흐르는 곳이라 현안을 설치하지 않았다. 대신 쇠살문을 설치하여 전시에는 모든 홍예 수문을 폐쇄했다. 암문은 위급 시 묻어버리도록 설계가 되어있어 현안이 필요하지 않다. 특히 모든 문은 원성에서 돌출된 형태가 아니라서 현안이 불필요하다. 셋째, 지 3곳, 은구 2곳, 용연 등 6곳이다. 이 시설물은 물과 관련된 시설물로 현안을 설치할 수도, 설치할 필요도 없는 시설물 유형이다. 끝으로, 서노대, 동북공심돈, 장대 2곳, 각루 4곳, 서노대, 동북공심돈, 포사 3곳, 성신사, 용도 등 13곳에도 현안이 없다. 이 시설물은 “재성신지내(在城身之內) 시설물”, 즉 성안에 있는 시설물이다. ‘성안’이란 위치와 ‘치성 위’란 위치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성안은 자연 원지반이고, 치성 위는 치성 인공지반을 말한다. ‘지상축(地上築)’과 ‘치상축(雉上築)’으로 분류한다. 원지반은 돌출된 성이 아니므로 현안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 현안을 설치하지 않은 시설물과 그 이유도 살펴봤다. 지금과는 거꾸로 현안을 설치하지 않아야 할 곳에 설치한 특이한 곳도 있다. 모두 원성에 설치한 경우로 위치만 소개한다. 북암문 좌우 원성에 각각 1개씩, 서북각루 전면 원성에 2개가 있다. 그리고 팔달산 정상 서장대를 둘러싼 원성에도 독특한 모양의 현안이 있다. 크기가 크고, 가로로 긴 모양을 하고, 아래위로 설치돼 있다. 현안 설치대상 시설물을 살펴보며 느낀 점은 ‘설치할 수 있다면 모든 시설물에 설치하는 시설’이라는 점이다. ‘성안, 통과하는 문, 지하 공간 이용, 물’ 등 설치할 수 없는 곳, 설치할 필요가 없는 곳을 제외하고 모두 설치했기 때문이다. 이 말은 성역 당시 방어 수단으로 현안을 매우 중요시하였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화성성역 100여 년 전 류성룡은 현안은 또 하나의 치성이라고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안 설치대상 시설물에서 정조의 전략적 의도를 엿볼 수 있었다. 글·사진=이강웅 고건축전문가

춥다고 실내만 있었더니… ‘이석증’ 위험

영하의 한파와 폭설이 반복되면서 실내에만 머무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겨울철 실외 활동을 줄이며 햇볕을 제대로 쬐지 못하면 ‘이석증’ 발병 위험이 높아져 주의해야 한다. 이석증은 내이(귀속)의 평형기관인 전정기관에 있는 이석이 비정상적으로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어지럼증이다. 이석증이 발생하면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서거나 돌아누울 때 어지럼증을 느낀다. 서 있는 경우엔 천장을 바라보거나 고개를 돌릴 때도 어지럼이 발생한다. 평균 1분 이내에 멈추지만, 심한 경우에는 구역과 구토를 하고 물체가 흔들려 보이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겨울철에는 급격한 기온 차이로 인한 혈관 수축이 내이의 혈류 순환을 방해하고,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이석이 정상 위치를 이탈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특히 비타민D 결핍은 이석증을 유발하는 위험 요소로 꼽힌다. 비타민D가 부족해지면 탄산칼슘으로 이뤄진 이석이 약해지면서 제자리를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노화, 외상, 만성 피로, 스트레스 등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석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햇볕을 쬐 비타민D를 만들어야 한다. 일주일에 최소 2번 이상, 5~30분 정도 팔, 다리 등에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고 실외에서 햇볕을 쬐는 것이 좋다. 또 비타민D가 많이 함유된 고등어, 버섯 등을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변재용 강동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많은 이석증 환자들이 어지럼증에 대한 두려움으로 야외활동을 피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햇빛을 통해 비타민D를 체내에 흡수시키면 재발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어지럼증의 원인은 다양하므로 증상에 대한 판단은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침내, 남극 땅을 밟기까지... 작가가 마주한 세계 ‘나의 폴라 일지’ 外 [신간소개]

■ 나의 폴라 일지 소설가 김금희가 지난해 2월부터 한 달 가량 남극 기지에서 체류한 내용을 담은 산문집이다. 소설가가 되기 전부터 남극 기지 방문을 꿈꿨던 김 작가는 남극에 서식하는 동식물을 대면하고, 극지에서 이뤄지는 연구와 세계 각국의 연구원들을 만난 뒤 그 깨달음을 ‘나의 폴라 일지’로 남겼다. 그는 책에 대해 “오랫동안 꿈꿔온 공간에 다녀온 한 여행가의 벅찬 감상이자 젠투펭귄들 사이에 뜬금없이 끼어든 아기 턱끈펭귄처럼 무한한 호기심을 먹이 삼아 과학자들 사이를 탐험한 소설가의 일기, 그리고 자연 속에서 하나의 종으로 살면서 작고 단순하고 환해졌던 날들에 대한 일지”라고 소개한다. 책은 김 작가가 특별 취재기자 자격을 얻어 생존, 안전 교육 과정을 수료해 마침내 남극 땅을 밟기까지의 과정이 세세하게 그려졌다. 산티아고를 거쳐 푼타아레나스에 대기하던 그가 최초의 남극특별보호구역인 아스파인 펭귄 마을에 방문한 과정, 그토록 보고 싶었던 펭귄과 물개를 조우하고 폭신한 이끼 식물밭에서 식물 수업에 참여한 일, 대형 기상관측 풍선을 매일 띄워 대기 상황을 관찰하는 연구원들, 백두봉에 오른 여정, 세종기지 안 평화로운 일상 등이 모두 담겼다. 특히 화가와의 협업으로 삽입된 생생한 일러스트와 작가가 찍은 현지 사진이 대자연의 감동을 더한다. ■ 걱정 해방 각종 사건·사고, 부정적인 뉴스, 쏟아지는 불확실성 속에서 걱정과 불안이 끊이지 않는다. 신경과학자이자 정신과 전문의인 폴커 부슈 교수는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삶의 주도권을 되찾으려면 보호와 방어, 회복과 치유, 성숙과 성장을 돕는 ‘정신 면역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뉴욕 대학교 연구팀이 수년 동안 2천400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어려움을 겪지 않은 사람들은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야 했던 사람들보다 행복감이 낮았다고 한다. 위기가 정신 면역체계의 성장을 이끈다는 것이다. ‘걱정 해방’에서는 위기 상황에서 우리의 뇌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설명하고, 내재된 정신 면역체계를 지원해 문제 상황에 맞설 수 있는 해결 방법을 안내한다. 저자는 불확실성을 잘 견디고, 좋은 것에 집중하며, 생각을 멈춰 휴식을 취하고, 내면의 여유를 잃지 않는 등 정신 면역 체계를 강화하는 33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문화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