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전사, 金사냥 V출격

지옥훈련까지 끝낸 태권전사들이 마침내 출격순간을 맞았다. 이번 대회 최대 금맥을 캐낼 태권도 남녀 대표선수 16명은 9일 훈련장인 부산체고에서 마무리 훈련을 마치고 10일 첫 날 경기에 출전할 선수들을 중심으로 계체량을 실시했다. 코칭스태프는 지난 4월 선발된 이번 대표선수들이 혹독한 극기훈련과 정신 집중훈련을 견뎌내고 현재 최상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는 만큼 최소 10개 이상의 금메달을 휩쓸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선수들은 지난 여름부터 공수부대에 특별 위탁교육을 받는 형식으로 극기훈련을 받았고 3차례에 걸친 별도의 정신훈련도 수행했다. 최근에는 라이벌로 떠오르고 있는 이란, 대만 선수들의 비디오 분석을 통해 실전 대비 전술점검을 마쳤다. 또 대표선발에서 탈락한 시드니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정재은을 비롯한 ‘1진급 2진’ 선수들이 겨루기 파트너로 백의종군해 태릉선수촌 감래관에서 함께 땀방울을 흘리며 큰 힘을 보탰다. 개회식 선수 대표 선서를 한 84㎏ 이상급의 문대성이 대회 직전 아폴로 눈병에 걸려 한때 고생을 하고 84㎏급의 에이스 김경훈이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긴 했지만 현재로선 금 사냥 전선에 이상이 없는 상태다. 조임형 코치는 “안면 공격에 점수를 배가해주는 차등점수제를 겨냥해 상단 공격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조련을 했다”며 “체격조건에서 우리 선수들이 유리하지는 않지만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전 체급에서 상대를 압도할 걸로 본다”고 전망했다. 한편 10일부터 부산구덕체육관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 태권도 경기에는 동남아 등 해외에 진출한 14명의 한국인 사범들이 각국 태권도팀을 이끌고 출사표를 던졌다. 90년대 후반 국내 플라이급의 강자로 이름을 날렸던 유영택 사범이 이끄는 인도네시아 선수들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필리핀, 태국, 부탄, 캄보디아 등 13개국 선수들이 한국인 코칭스태프의 지도 아래 이번 대회에 출전한다.

2연속 종합2위 ”보인다 보여”

한국이 제14회 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서 꾸준한 금메달 레이스를 펼치며 2회 연속 종합 2위 안정권에 진입했다. 지난 대회 준우승팀 한국은 대회 10일째인 8일 탁구에서 2개의 금메달을 획득하고 ‘효자종목’ 레슬링과 사이클, 승마에서 각 1개씩을 금을 보태 금 52, 은 55, 동메달 60개로 맞수 일본(금35 은53 동42)에 금메달 수에서 17개 차로 앞서 중국(금106 은49 동43)에 이어 종합 2위를 가시화 했다. 북한은 이날 단 한개의 금메달도 따내지 못해 여전히 금 7, 은 10, 동메달 11개로 육상과 역도에서 3개의 금을 추가한 4위 카자흐스탄(금13 은11 동16)과 금메달 수에서 6개차로 벌어져 4위 목표달성이 어려울 전망이다. 전날 15개의 금메달을 쏟아냈던 한국은 이날 열린 탁구 남자 복식 결승전에서 유승민-이철승(이상 삼성카드)조는 김택수(담배인삼공사)-오상은(상무)조를 꺾어 우승했고, 여자 복식의 이은실(삼성카드)-석은미(현대백화점)조도 중국에 극적 역전승을 거두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또 사이클 메디슨 경기에서 전날 포인트경기 우승자인 조호성(서울시청)은 대표팀 막내 서석규(강진군청)와 짝을 이뤄 일본과 중국 팀을 압도하며 우승, 사이클에서 두번째 2관왕에 올랐다. ‘메달밭’ 레슬링에서는 남자 자유형 74kg급 조병관(한체대)이 예상을 뒤엎고 값진 금메달로 대미를 장식했으며,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에서는 서정균(울산승마협회), 신창무(삼성전자), 최준상(남양알로에), 김정근(마사회)이 팀을 이뤄 일본을 제치고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그러나 금메달이 기대됐던 양궁 여자 개인전에서 김문정(한체대)과 윤미진(경희대)은 각각 결승전과 준결승전에서 위안슈치(대만)에 모두 패해 은.동메달에 머물렀다. 이밖에 한국은 레슬링 남자 60kg급 송재명(주택공사)과 여자 72kg급 강민정(평창군청)이 나란히 준우승했으며, 사격 25m 스탠더드 권총 단체전과 역도 여자 +75kg급 장미란(원주시청)이 은메달을 획득했다. 수영 3m 스프링보드 싱크로나이즈드 다이빙의 강민경(제주남녕고)-임선영(부산동여고)조도 2위에 올랐고, 배드민턴 여자 단체전도 준우승했다. 또 축구 남자부 준준결승전에서는 바레인을 1대0으로 눌러 4강에 올랐으며, 야구와 여자배구도 최소한 은메달을 확보했다. 남자 핸드볼도 조 1위로 4강에 올랐으며, 복싱은 3명이 4강에 진출해 동메달 3개를 예약했다./황선학기자 hwangpo@kgib.co.kr

부산아시아드 - 영광의 얼굴

- 탁구 남복식 금 유승민 경기도가 배출한 한국 남자탁구의 ‘희망’ 유승민(20·삼성카드)이 지긋지긋하던 징크스를 깨고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으며 ‘병역면제’까지 덤으로 획득. 올림픽 동메달 이상과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주어지는 군면제 혜택 기회를 3번이나 잡고도 모두 아깝게 날려버렸던 유승민이 8일 경기에서 선배 이철승과 짝을 이룬 남자복식 정상에 오르며 보란 듯이 징크스 탈출에 성공. 유승민은 포천 동남고 3학년이던 지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참가, 이철승과 복식 팀을 이뤄 준결승에 올랐지만 프랑스의 벽을 넘지 못하고 4위에 그쳐 병역 혜택을 눈 앞에서 놓쳤던 것. 이번 대회에서도 중국과의 단체전 결승에서 2대3으로 패한 뒤 유지혜와 짝을 이룬 혼합복식에서도 결승에 올라 3번째 기회를 맞았지만 쳉육-티에야나(홍콩)조에 3대4로 역전패해 또다시 눈물. 불운에 울던 유승민은 배수의 진을 친 남자복식 결승에서 선배 김택수-오상은 조를 4대3으로 제압, 3전4기끝에 그렇게도 갈망하던 금메달과 병역면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포획. 부천 내동중 2학년 때 국내 최연소로 국가대표에 발탁되며 ‘신동’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유승민은 동남고를 졸업한 뒤 실업팀 2중등록 파문으로 선수생활이 중단 될 위기도 맞았었지만 이번 우승으로 한국탁구의 ‘차세대 에이스’로서 입지를 굳혀. - 레슬링 자유형 74Kg급 금 조병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금메달.’신예 조병관(21·한국체대)이 무명에서 일약 한국 레슬링의 기대주로 급부상. 조병관은 자유형 74㎏급 결승에서 압두살로모프 유수프(타지키스탄)를 꺾고 꿈같은 금빛 메달을 굴렸지만 한국의 가장 취약 체급에서 그가 금메달을 따리라고 예상한 레슬링인들은 아무도 없었을 정도 조병관 자신도 우승이 확정된 뒤 “생각도 못했던 일”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 잇단 ‘금잔치’로 잔뜩 고무된 레슬링인들도 66㎏급 금메달리스트인 백진국(삼성생명)과 함께 이번 대회 최대의 수확으로 여겨 벌써부터 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박장순 대표팀 코치를 이을 재목으로 꼽는 분위기. 키 174㎝의 조병관은 올 대표선발전에서 평소 한수 위로 평가되던 최권섭(삼성생명) 등 선배를 제치고 국가대표로 첫 발탁됐을 정도로 무명에 가까운 선수. 송정중학교 때 매트와 인연을 맺은 뒤 광주체고 시절 꾸준하게 성적을 냈지만 국제대회에서는 2000년 세계주니어선수권 76㎏급에서 4위에 오른 게 유일한 성적표. 조병관의 장점은 체력이 좋고 큰 기술에 강하다는 점이지만 상체가 약해 공격을 쉽게 허용하는 점은 보완 사항으로 지적되기도.

’무명 조병관’ 황금 쫑파티

‘무명’ 조병관(한국체대)이 자유형 74㎏급에서 금빛 메달을 굴리면서 레슬링 ‘금잔치’의 대미를 장식했다. 조병관은 8일 양산체육관에서 열린 부산아시안게임 레슬링 남자 자유형 74㎏급에서 압두살로모프 유수프(타지키스탄)를 4대0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레슬링은 이로써 이번 대회에서 모두 6개의 금메달을 엮어내며 기분좋게 경기를 마감했다. 2000년 세계주니어선수권 4위가 최고의 성적일 만큼 무명인 조병관은 1라운드를 0대0으로 비긴 뒤 2라운드 맞잡기 자세에서 밧다리 기술로 유수프를 매트에 꽂아 3점을 얻은 뒤 반격하는 상대의 태클을 피하면서 1점을 보태 정상에 올랐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금메달을 딴 조병관은 코너에 있던 김태우 감독과 박장순 코치에 큰 절을 하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기대를 모았던 60㎏급의 송재명(주택공사)은 복병 프레브바타르 오이운빌레그(몽골)에 1대6으로 패해 은메달에 머물렀다. 여자 자유형의 간판 강민정(평창군청)도 72㎏급 풀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구르스하란(인도)을 1라운드 1분 11초만에 폴로 제압하고 3승1패를 기록, 은메달을 획득했다. 한국은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여자레슬링에서 2개의 은메달을 건지는 성과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