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영광스러워”…쉴 틈 없는 천광인쇄사 [현장, 그곳&]

“인쇄소에서 37년 일하면서 ‘특근’은 처음입니다. 한국인 노벨문학상 수상에 가슴이 벅찰 뿐 일하는 건 전혀 힘들지 않습니다.” 13일 오후 1시 경기 파주시 연다산동의 ‘천광인쇄사’ 제1공장. 인쇄기를 비롯한 각종 기계가 막바지 인쇄 작업을 위해 ‘다다다다’ 굉음을 내며 쉴새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주말도 반납한 채 인쇄소에 모인 20명의 직원 전원은 인쇄하는 라인부터 오자를 확인하는 라인, 제본하는 라인, 검수하는 라인 등에서 각자 맡은 일을 해내기 위해 분주했다. 화학 약품 냄새로 가득한 이곳 인쇄소는 지난 11일 출판사 ‘문학동네’의 증쇄 요청을 받아 한강의 최근 장편소설인 ‘작별하지 않는다’를 인쇄하고 있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직원들의 손길로 곳곳에는 인쇄된 ‘작별하지 않는다’ 묶음이 수북이 쌓여갔다. 이들을 보관하는 제2공장 창고엔 책들이 속속 채워지기 시작했다. 직원 한명훈씨(46)는 “내일 오전 6시30분에 수만권의 책이 나가야 해 모든 직원이 3일 연속 밤 12시까지 일을 하고 있다. 약 40년간 인쇄소에서 일하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일을 하는 거니 힘들지도 않다. 출판사, 인쇄소가 불황이었는데 이번 기회로 책 읽는 문화가 확대되고, 업계도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넉넉한 웃음을 지었다.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출판업계와 인쇄업계 등 관련 업계도 모처럼만에 활기가 돌고 있다. 이날 출판사 문학동네와 창비에 따르면 ‘작별하지 않는다’는 총 15만부, ‘흰’은 총 6만부 증쇄한다. 또 ‘채식주의자’는 총 10만부, ‘소년이 온다’ 역시 총 10만부를 증쇄해 14일부터 각 서점에 배포될 예정이다. 문학동네 관계자는 “출판업계의 불황으로 어려움이 많았다”며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곱씹어 읽는 등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커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진에 담긴 수원 근현대 이야기… 수기사 ‘옛 신작로를 걷다’

‘수원을 기록하는 사진가회(수기사)’가 오는 14일부터 19일까지 수원시가족여성회관 전시실에서 정기회원전 ‘옛 신작로를 걷다’를 선보인다. 수기사는 올해 화성행궁에서 수원역까지 옛 신작로를 따라 걸으며 오래된 건축물을 비롯해 켜켜이 쌓인 역사문화 유산 등을 카메라에 담았다. 강관모, 강현자, 남기성, 고인재, 김미준, 김삼해, 박종철, 서금석, 이병권, 이선주, 이연섭, 한정구, 홍채원씨 등 13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옛 신작로는 조선 말에서 일제강점기까지 새로운 문물의 유입이 활발했던 거리로, 화성행궁부터 팔달사, 대한성공회 수원교회, 구 부국원, 수원향교 등을 거쳐 수원역 부근의 급수탑까지를 이른다. 이 장소들은 수원의 근현대사와 관련해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 수원시는 이 길을 ‘신작로, 근대를 걷다’라는 인문기행 코스로 소개하기도 했다. 수기사는 옛 신작로의 근대문화를 대표하는 건축물 ‘구 부국원’의 공간을 카메라에 담고, ‘옛 수원시청사’였던 수원시가족여성회관의 모더니즘 건축양식 등을 기록했다. 특히 1918년 일본인들이 설립한 수원인쇄주식회사를 시작으로 인쇄산업의 중심지로 번성했던 ‘향교로’ 일대를 찾아 그곳을 터전으로 살아온 사람들의 모습 등을 담았다. 또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수원역의 ‘급수탑’은 국내 유일한 협궤선 증기기관차용으로 소금과 쌀을 수탈하던 일제의 운영 목적이 고스란히 드러난 장소로, 이곳에 쌓인 일제의 흔적 등을 기록했다. 한편, 지난 2008년 창립해 올해 16주년을 맞은 수기사는 세월의 흐름과 개발로 사라져가는 수원의 오래된 마을과 골목, 그곳의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아 기록해 왔다. 또 전통시장, 수원천, 수원화성·사람들, 수원의 경계 등을 기록하고 전시했다. 수기사는 다큐사진 그룹으로 매년 주제를 정해 사진을 찍고, 정기회원전을 열고 있다.

[영상] 풍요로운 어촌 마을에서 새내기 영화인들 응원하다 [제1회 화성영화제]

한국 영화계를 이끌어갈 젊은 영화인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제1회 화성영화제’ 시상식이 12일 제부마리나광장에서 개최됐다. 화성영화제는 올해 처음 치러졌음에도 100편이 넘는 국내외 작품들이 출품되면서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 영화제는 경기일보와 한국영화인총연합회 경기도화성시지부가 공동 주최하고 화성시, 화성시의회, 한국영화인총연합회, 한국영화인총연합회 경기지회, 제부마리나 제부도(제부리)가 후원했다. 제부리 주민들과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한 이번 영화제 시상식에는 우호태 화성영화제집행위원장, 경기일보 이순국 대표이사 사장, 박명원 경기도의원, 임채덕 화성시의원, 김금규 평택항만관리청 사업개발본부장 등 화성영화제가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도록 힘을 모은 관계자들과 영화인 및 화성시민 500여명이 함께했다. 우호태 집행위원장은 “제1회 화성영화제 여정에 동행을 환영한다”며 시상식을 방문한 영화인들과 시민들을 반겼다. 이어 “이곳 제부마리나 광장에서 열리는 섬마을 바다영화제의 첫 비행을 환영한다”며 “화성영화제에 돛을 올린 여러분의 출품작이 섬마을 제부도를 떠나 머지않아 오대양 육대주에 널리 울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학 심사위원장은 시상에 앞서 이번 영화제 심사 과정을 한마디로 “감동이었다”고 정리했다. 박 위원장은 “이번 영화제에 출품된 작품들은 미래사회에 대한 불안을 안고 살아가며 고민하는 인간에 대한 연민의 정을 담은 작품이 많았다”며 “대상수상작 ‘링크’는 ‘AI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가’를 주제로 독창적인 연출과 담담한 감정 표현으로 심사위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이번 영화제 수상자들이 한국 영화계의 거목이 되길 바란다”며 “화성영화제가 관람객과 영화 관계자들에게 큰 영감을 주는 영화제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대상(최우수상) 시상에 앞서 이순국 경기일보 대표이사 사장은 “아름다운 경치에서 이런 시간을 갖게 돼 기쁘다”며 “내년에도 더 많이 협조하고 힘을 보태 올해 107편 출품작에서 500편으로 늘어나는 화성영화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상 수상작 ‘링크’의 감독 김지원 감독은 수상 소감을 통해 “제 영화 봐주시고, 상까지 주셔서 감사하다”며 “처음 시도해보는 게 많아서 순탄하지 않았고, 그래서 저의 부족함을 확인하는 연속이었는데 오늘 격려의 말씀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화성영화제 출품작은 지난 7월 8일부터 9월 25일까지 공모 기간 총 107개 작품이 출품됐으며, 국내만 아니라 인도 등 해외에서도 작품이 접수됐다. 특히 일반 촬영물뿐만 아니라 AI로 제작한 영화들도 출품할 수 있어 다양한 작품의 경쟁으로 기대를 모았다. 제1회 화성영화제 수상작은 ▲장려상 10팀 ▲남우·여우주연상·특별연기상 ▲우수상 3팀 ▲대상 1팀이 선정됐으며, 장려상 10팀에겐 트로피와 10만원 문화상품권, 배우상 수상자 3명에겐 상금 20만원, 우수상 3팀에겐 트로피와 상금 50만원, 대상에겐 트로피와 상금 200만원을 수여했다. <수상 목록> ▲대상 1편 김지원 감독 ‘링크’ ▲우수상 3편 나기수 감독 ‘소하리 아이들1968’ 임의준 감독 ‘핏줄’ 전아현 감독 ‘허리케인캐스터’ ▲장려상 10편 전우신 감독 ‘피어나’ 반유진 감독 ‘꿈이라도 좋아’ 서보금 감독 ‘원주민’ 황지안 감독 ‘4000BPM’ 강상우 감독 ‘토끼탈을 쓴 여자’ 오동훈 감독 ‘네거티브 필름’ 윤주영 감독 ‘실종선고 5년’ 정지웅 감독 ‘옥탑방오마카세’ 김재호 감독 ‘우수’ 이하은 감독 ‘등번호’ ▲배우상 남우주연상 ‘허리케인캐스터’ 김정진 여우주연상 ‘핏줄’ 김강희 특별연기상(아역) ‘4000BPM’ 유연석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외신들 “K-팝, 드라마 이어 ‘K-문학’도 기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외신들은 ‘한류 열풍’이 문학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다봤다. 1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AP는 한국인이 노벨상을 받은 것은 지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화상을 받은 이후로 두 번째라고 소개하며 한국의 들뜬 분위기를 전했다. AP는 “한국인들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종일 놀라고 들뜬 분위기였다”며 “한강의 예기치 못한 수상은 한국의 자라나는 문화적 영향력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계기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수상 소식이 타전되자마자 일부 온라인 서점들은 몰려드는 트래픽에 다운되는 사태를 겪기도 했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한강의 수상을 자랑스러워하는 메시지로 도배됐고, 일부는 특유의 가부장제 문화 속에서 여성 작가가 이룬 쾌거를 부각했다”고 덧붙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한국 서점가와 온라인 스토어에는 한강의 책을 구하기 위한 대기가 끝도 없이 밀려들었다”며 “교보문고 기준 상위 10개 베스트셀러 가운데 9개가 한강의 작품이며, 부커상을 받은 채식주의자가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특히 한강의 노벨상 수상을 시작으로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의 중심부에 진출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로이터 통신은 “풍부한 저변에도 불구하고 한국 문학은 그간 일본이나 중국 문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한강의 놀라운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K팝과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으로 상징되는 ‘K컬처’가 K문학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AFP 통신 역시 ‘한류’ 전반을 조망했다. AFP는 “오스카에 이어 TV 드라마와 K팝 스타들이 세계 시장을 점령했고, 이제는 노벨문학상마저 가져갔다”면서 한국 문화가 글로벌 문화의 중심에 서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했다. AFP는 “한국 전쟁 이후 격동의 근대사를 거치며 한국의 고유한 문화적 토양이 마련됐다”며 “한강 역시 1980년 광주 학살 당시의 역사적 경험을 고유의 서정적 미학에 녹여냈다”고 전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한강은 한국에서 선구자라는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며 “한강의 글은 현재 한국에서 찬사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노벨문학상 한강, “거대한 파도처럼 따뜻한…” 서면으로 밝힌 소감

“수상 소식을 알리는 연락을 처음 받고는 놀랐고, 전화를 끊고 나자 천천히 현실감과 감동이 느껴졌다. 수상자로 선정해주신 것에 감사드린다. 하루 동안 거대한 파도처럼 따뜻한 축하의 마음들이 전해져 온 것도 저를 놀라게 했다.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이 지난 11일 저녁 출판사들을 통해 짧게 밝힌 수상소감이다. 한강 작가는 이날 출판사 문학동네와 창비를 통해 이러한 내용을 문자메시지로 언론에 전했다. 한강은 노벨문학상 수상과 관련한 국내 기자회견은 하지 않기로 했다. 애초 한강의 작품들을 출간한 출판사 문학동네, 창비 등은 작가 측과 노벨상 기념 국내 합동 기자회견 개최를 조율해왔다. 하지만 작가가 극구 고사해 최종적으로 회견을 하지 않는다. 출판사들은 한강 작가의 자세한 소감은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노벨상 시상식에서 낭독되는 수락연설문을 통해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강 작가의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씨는 이날 자신의 집필실인 전남 장흥군 해산토굴 앞 정자에서 기자들을 만나 “(딸이) 러시아, 우크라이나 또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느냐면서 기자회견을 안 하기로 했다더라. 양해해달라”고 말한 바 있다.

서점가 ‘한강 열풍’, 반나절 만에 13만부 판매…중고거래 사이트까지 ‘들썩’

아시아 여성 최초,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작품들이 서점가를 장악했다. 노벨상 발표 후 반나절 만이다. 서점가에선 그동안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자기계발서, 트렌드 분석 관련 책들이 후순위로 밀리고, 한강의 대표 소설인 ‘채식주의자’부터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등이 모두 순위를 장식했다. 11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실시간 베스트셀러 1~9위가 모두 한강 작품으로 채워졌다. ‘흰’, ‘희랍어 시간’,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 ‘채식주의자 개정판’ 등 한강의 주요 작품들이 모두 순위에 올랐는데 예스24, 알라딘 등 서점 모두가 동일하다. 교보문고는 노벨상 수상 후 한강의 작품 판매량이 전일 대비 451배 증가했고, 예스24는 ‘작별하지 않는다’가 전일 대비 3천422배 증가한 데 이어 ‘소년이 온다’가 784배, ‘채식주의자’가 696배 폭증했다. 양대 서점가에서는 총 13만부의 책이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이처럼 빠른 속도로 책이 판매되는 사례는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작 ‘채식주의자’ 이후 처음이다”라며 “그때는 ‘채식주의자’에 그쳤지만, 지금은 한강 작품 전체로 판매가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일부 서점에서는 문을 열기 전부터 한강의 작품을 구매하기 위한 ‘오픈 런’ 행렬이 이어지는 진풍경이 벌어졌고, 오전 10시가 되자 한강의 작품을 판매하는 매대가 텅 비는 서점도 나왔다. 온라인 서점에서는 책의 물량이 없어 대부분 예약판매로 진행하고 있어 다음주 말께나 돼야 배송받을 수 있는 상태다. 이 같이 책을 구하지 못하는 이들이 생기면서 구매행렬이 중고거래 사이트로 향하고 있다. ‘중고나라’에서는 한강의 책들을 사려는 이들과 팔려는 이들의 게시물이 쏟아지며 높은 가격대에 책이 팔리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당근마켓’에서도 한강의 작품이 올라오자마자 예약되는 상황이다. 서점들이 출판사에 증쇄를 요청하는 등 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한편, ‘노벨문학상’ 특수 속에 각 서점이 한강 노벨상 수상 관련 특별코너를 만들어 홍보하고 나섰다. 교보문고는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코너를 마련해 그의 전작들을 소개하고 있고, 예스24도 ‘한강, 2024 노벨문학상 수상’ 코너를 통해 작가의 이전 인터뷰 내용과 노벨문학상 선정 심사평 등을 소개했다. 오는 18일 예스24의 서울 NC강서점, 목동점, 청주 NC점, 반월당점, 부산 수영점 등에서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축하 매대를 특별 설치할 예정이다.

‘필연’ 작가의 길…노벨문학상 한강과 작품 세계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을 성취한 한국 작가 한강에게 수여한다. 작가 한강은 자신의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에 직면하면서, 각 작품에서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 작가 한강은 육체와 영혼, 살아있는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되었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시간) 한국 작가 한강을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하며 밝힌 핵심 사유다.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54)은 수상자 발표 후 노벨상 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매우 놀랍고 영광스럽다. 그저 감사하다”고 거듭 말했다. 인터뷰에서 한강은 한국인 최초로 문학상을 받게 된 데 대해 "어릴 때부터 책과 함께 자랐고 한국 문학과 함께 성장했다고 할 수 있다"며 "한국 문학 독자들과 동료 작가들에게 좋은 소식이 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가장 큰 영감을 받은 작가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내가 어릴 때 옛 작가들은 집단적인 존재였다"면서 "그들은 인생의 의미를 탐색하고, 때로는 길을 잃고, 때로는 단호하다. 그들의 모든 노력과 힘이 내 영감이 됐다"고 했다. ▮“저절로 주어진 게 아닌 삶…가구 대신 책으로 둘러싸인 집” 한국 최초, 아시아 첫 여성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에게 문학의 길은 필연과 같았다. 소설가 한강은 1970년 11월 광주의 변두리, 기찻길 옆 셋집에서 태어났다. ‘몽고반점’으로 2005년 이상문학상을 받았을 때 쓴 ‘문학적 자서전’ 등을 보면 한강을 임신 중이던 어머니는 장티푸스에 걸려 끼니마다 약을 한 움큼씩 먹었고, 한강은 세상 빛을 보지 못할 뻔했다. 한강은 이를 두고 “나에게 삶이란 저절로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 이 세계는 아슬아슬한 신기루처럼, 혹은 얇은 막처럼, 캄캄한 어둠 속에서 떠오른 하나의 가능성일 뿐”이라고 밝혔다. 한강은 어릴 적부터 가구 대신 책으로 채워진 집에서 자랐다. 한강의 아버지 한승원은 1939년 전남 장흥 태생으로 1968년 등단해 장편소설 ‘아제아제바라아제’ ‘초의’ ‘달개미꽃 엄마’ 시집 ‘열애일기’ 등을 펴냈다. 한강의 부친 한승원씨는 과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릴 때부터 책을 읽고 어두운 방에서 몽상하는 것을 좋아했다. 고등학교 때 영어를 잘해서 영문과에 가라고 했는데, 굳이 소설을 쓰겠다며 국문과를 선택하더니 연세대 국문과에 수석 합격했다”고 말했다. 한강은 2005년 이상문학상, 2010년 동리·목월문학상, 2015년 황순원문학상 등을 받았는데, 아버지도 1988년 ‘해변의 길손’으로 이상문학상을 받았다. 덕분에 ‘이상문학상 부녀(父女) 수상’ 기록도 갖고 있다. ▮보편적인 죽음과 폭력, 서정적 문체로… 한강의 작품세계는 죽음과 폭력 등 보편적인 인간 문제를 시적이고 서정적인 문체로 풀어내는 독창성으로 압축된다. 국제적으로 처음 큰 반향을 일으킨 소설 ‘채식주의자’는 주인공 영혜가 음식 섭취의 규범에 복종하기를 거부했을 때 벌어지는 폭력적인 결과를 그려냈다. 맨부커상 선정위원회는 당시 “불안하고 난감하면서도 아름다운 작품”이라며 “현대 한국에 관한 소설이자 수치와 욕망, 그리고 타인을 이해하고자 하는, 갇힌 한 육체가 다른 갇힌 육체를 이해하려는 우리 모두의 불안정한 시도들에 관한 소설”이라고 수상 사유를 밝혔다. 1980년 광주 5·18을 다룬 장편 ‘소년이 온다’와 제주 4·3을 형상화한 ‘작별하지 않는다’는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상흔이 개인에게 파고든 이야기로 그려냈다. 두 책은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이 무엇이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소년이 온다 중)를 끝없이 물으며 “이 다음이 없을 수도 있다”(작별하지 않는다 중)란 절실함으로 작가가 펴낸 책이기도 하다. 특히 한강에게 광주는 특별하다. 생태적 고향인 동시에 정신적 고향이기도 하다. 그의 소설의 원류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강은 초기작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인간의 폭력성과 그에 따른 상처와 사랑, 삶의 비극에 천착해왔다. 이 같은 작품세계가 형성된 계기가 광주민주화운동이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이 인생을 바꿔 놓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강은 서울로 이사한 뒤 부친으로부터 1980년 5월 광주에서 학살된 이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첩을 접하게 된다. 그는 “열세 살 때 본 그 사진첩은 내가 인간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하게 된 비밀스러운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때부터 간직해 온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세 번째 장편 ‘채식주의자’부터 탐구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대표작 ‘소년이 온다’는 광주민주화운동이 직접적인 배경으로 등장한다. 15세 소년 동호의 죽음을 중심으로 당시 광주에서 숨죽이며 고통받았던 인물들의 숨겨진 이야기가 하나씩 펼쳐지고 그들의 아픔을 함께 어루만진다.  그의 수상 경력을 보면 천천히, 하지만 끝없이 치열하게 자신의 세계를 펼쳐내며 대중과 소통하는 작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한국소설문학상(1991)을 시작으로 문화관광부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2000), 이상문학상 대상(2005), 황순원문학상(2005), 맨부커 국제상(2016), 말라파르테문학상(2017), 김유정문학상(2018), 산클레멘테문학상(2019), 대산문학상(2022), 메디치외국문학상(2023), 그리고 2024년 노벨문학상에 이른다. ▮문학 변방에서…“천천히, 계속 더 쓸 것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인 모두가 오래도록 염원한 일이기도 했다. 한국 작가들은 2000년대 중반부터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가장 많이 거론되고 수상자로 점쳐졌던 인물은 고은 시인이다. 도박사이트에서도 유력한 수상자로 점쳐졌던 고은 시인의 자택엔 노벨문학상 발표 날이면 기자들이 몰려가 있곤 했다. 언론의 관심만큼 국민적 관심과 기대가 컸다. 노벨문학상에 다른 작가가 호명되고 나서야 기자들은 자택 앞에서 물러났다. 한국 문화가 세계적인 위상을 떨침에도 왜 노벨문학상은 쓴잔을 들이키는지 등에 대한 아쉬운 여론이 뒤따르곤 했다. 황석영 작가 역시 ‘철도원 삼대’(2020)로 노벨문학상 수상의 기대감을 키웠다. 한반도 백 년의 역사를 관통하며 여러 세대에 걸친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은 강력한 서사의 힘으로 노벨문학상 수상의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강의 수상은 선배 문학가들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수상한 들려온 낭보로 언어의 한계로 노벨상과 세계 변방에 불과했던 한국문학이 세계문학 주류로 당당히 편입될 계기가 됐다는 평이다.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에도 그의 문학 세계를 천천히 함께 사유하고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 한강의 공식 누리집에 적힌 작가의 한 마디다. “천천히, 계속 더 쓸 것이다.”

올해 ‘노벨문학상’에 소설가 한강, 한국 최초 수상

한국 문학이 드디어 노벨문학상을 품게 됐다. 소설가 한강이 한국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한국시간)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국 작가 한강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선정 이유로 “역사의 트라우마에 맞서는 동시에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시적인 산문”을 꼽았다.  한강은 한국문단의 거장, 한승원의 딸로 1970년 전남 광주시 중흥동에서 태어났다. 연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뒤 1993년 계간 문학과 사회에 시를 발표하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돼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장편소설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등을 펴냈고 단편소설은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영원’ 등이 있다. 2016년 소설 ‘채식주의자’ 가 국제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상을 수상하며 단숨에 세계적인 문학가로 주목받았다. 소설 ‘채식주의자’는 해외 40개국에 판권이 팔렸고, ‘소년이 온다’, ‘흰’ 등 다양한 작품들이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돼 판매됐다. 이후 2023년 ‘작별하지 않는다’ 로 프랑스 메디치상 등을 받았다. 올해 초에는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강은 특히 글을 통해 80년대 광주와 제주 4.3 항쟁 등 한국사의 굵직한 상흔 속에서 인간의 본질과 고통, 상실 속에서 인간 존재에 대한 본연적 질문 등을 끝없이 이어왔다. 한편 한국인이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지난 2000년 평화상을 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1천100만 크로나(약 13억4천만원)와 메달, 증서가 수여된다. 이날 문학상에 이어 11일에는 평화상, 14일엔 경제학상 수상자가 발표될 예정이다. 노벨상 시상식은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생리의학·물리·화학·문학·경제상)과 노르웨이 오슬로(평화상)에서 열린다.

김문신 수원시티발레단장 “시민과 융화되는 발레문화 꿈 꿔요”

“여러분을 위한 발레 공연입니다. 마음껏 소리 지르고 온전히 즐기세요. 저희는 춤만 출게요.” 지난달 10일 오후 1시30분께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선 조금 낯선 발레 공연이 열렸다. 무대 위 열연하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에 환호하기도, 암전에 놀라는 소리도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공연을 보던 중 화장실을 가기 위해 휠체어를 타고 출입문을 활짝 열어도 용인됐다. 장애와 환경에 관계없이 모두 즐기고 추억을 쌓는 특별한 공연. 이날 전문예술단체 수원시티발레단이 선보인 ‘현재를 즐겨라!’의 첫 번째 공연 관객은 모두 수원시내 장애인들이었다. 객석엔 발달장애인과 뇌병변장애 청소년 등 장애인 관람객 800여명과 부모들만이 자리한, 오롯이 ‘그들’만을 위한 공연이었다. 김문신 수원시티발레단장(50)은 “관람한 분들이 즐겁고 위안이 되는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혀 오히려 감격했다”며 “이런 분들과 함께할 수 있는 지역의 다양한 예술문화가 형성되면 매우 의미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단장은 2005년 수원지역 최초 민간 발레단인 김문신발레단을 출범하고 2017년 수원시티발레단으로 명칭을 바꿔 본격적인 발레 공연예술 확산에 노력해 왔다. 지역에서 발레 공연이 열려도 공연을 보지 못했다는 시민들이 많았다. 이에 발레 애호가를 늘리고 예술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의미를 살리는 데 주력했다. 그래서 시작한 게 자선공연이었다. 3년 전부터 공연의 첫 무대는 늘 장애인과 노인, 다문화가정 등을 초청해 발레 공연을 만끽하도록 했다. 시와 재단 등의 예산을 받아 작은 활동을 하는 데 대한 보답의 의미도 담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장애 아이가 막 내린 무대를 한참 바라보며 ‘너무 좋다’, ‘또 보고 싶다’를 연발했다. “장애인들은 공연 중 소리 반응 등으로 공연에 민폐가 될까 중간에 나가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때 생각했죠. 초청 대상을 나눠 장애아동 등만 함께하는 공연을 마련해보자.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어주자.” 김 단장은 발레를 통해 시민사회에 교육적인 내용을 알리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8월15일에는 수원중부경찰서와 협업해 뮤지컬 발레 ‘빨간모자’로 아동범죄예방 홍보에 공감하는 공연을 개최했고 지역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자 수원시 캐릭터인 수원이를 무대에 종종 올리기도 했다. 앞으로도 김 단장은 발레와 지역이 융화되는 일에 많은 고민을 해나갈 예정이다. 오는 11월30일엔 제3회 대한민국 무용대제전 ‘문루, 깨어나다’, 12월28일 정조테마공연장 기획공연 ‘호두까기 인형’ 공연을 앞두고 있다. 김 단장은 “앞으로도 발레 예술을 더 많은 분들이 즐길 수 있도록, 또 교육과 융합돼 다양한 분야에서 발레의 가치를 발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광명 시민사회단체 “과학고 유치 즉각 중단”…市 “시민 95% 찬성”

광명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시가 추진 중인 과학고 유치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가칭 ‘광명시 과학고 유치 반대 시민단체연대’는 8일 보도자료를 내고 “시의 과학고 설립 추진은 일반 학생들에 대한 역차별과 학교 서열화를 심화하고 학부모의 사교육비 증가와 공교육 부실을 불러일으키므로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광명교육은 모든 학생이 주인이 될 수 있는 교육을 지향해왔는데 시의 과학고 유치는 이런 노력을 퇴행시킬 뿐 아니라 공교육을 말살하려는 우려와 탄식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연대는 "지역의 유치원, 초·중·고교 90곳이 노후화로 시설 개선이 필요한 상황인데도 이런 실정을 외면한 채 최소 700억원으로 추산되는 예산을 과학고 유치에 쏟아붓는다면 공교육 부실만을 심화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연대에는 광명교육희망네트워크, 광명경실련, 광명교육연대 등 광명지역 16개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는 시민 95.69%가 과학고 유치에 찬성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고 “시민의 찬반 의견을 최대한 들어 대안을 찾고 유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시는 지난 7월 교육당국과 과학고 유치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달부터 과학고 설립을 위한 기초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다. 경기도교육청이 올해 4월 과학고 추가 설립 계획을 발표한 뒤 도내 10여개 지자체가 과학고 유치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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