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삶에 행복과 활력을” 심미경 경기수원시니어모델협회장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의 한 작은 건물엔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지금이 바로 청춘”이라고 말하며 당당한 걸음을 걷는 이들이 매일 모인다. ‘경기수원시니어모델협회’라고 적힌 이 곳엔 하얗게 센 머리와 얼굴에 굽이굽이 꽃 핀 세월의 이야기를 안고 당당하게 자신을 발산하는 ‘시니어 모델’들이 도전의 삶을 일궈나간다. 지난해 창단된 경기수원시니어모델협회에는 현재 250명의 회원이 활동하며 인생 2막을 열고 있다. 시니어들의 새로운 도전을 돕고 있는 심미경 경기수원시니어모델협회장(57)은 “시니어 모델은 패션, 광고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이라며 “그들의 경험과 독특한 매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패션과 뷰티 산업에서 나이와 경험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아파트 형틀 목수팀장으로 건축 일을 하며 앞만 보고 달려온 심 회장은 스스로가 “시니어 모델로 새로운 인생을 열게 된 주인공”이라 말한다. “흐른 세월만큼 나이가 제법 들었는데 이제 옆에서 편하게 일상과 삶의 즐거움을 나눌 벗이 없더라고요. 어떤 것을 즐기고 기뻐할지, 무엇을 하며 앞으로의 인생을 맞이할지 막막하더라고요. 오죽하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친구 사귀는 법’을 검색해보기도 하고, 동네 정보지에 친구 사귀는 광고를 내볼까 생각까지 했어요.” 그러던 중 우연히 시니어 모델을 알게 돼 이 길로 들어서게 됐다. 열심히 하는 것은 뭐든 자신이 있었다. 베이직 워킹클래스 과정 수료에서 시작해 KW국가대표 모델선발대회, 클래식 모델대회 탤런트상, GMAEA 탑모델상 등 상을 수상하며 국제외교문화홍보대사, 각종 패션갈라쇼와 드레스패션소 등을 총괄하고 연출했다. 바른 자세와 바른 걸음을 하고, 마음에 새로운 꿈을 싹 틔우니 삶이 확 달라졌다. 무엇보다 살면서 조금씩 구겨졌던 몸과 마음이 펴지기 시작했다. 자신을 더 소중히 돌보게 됐고 자연스럽게 삶에 활기가 돌았다. “함께 하면 더 재밌고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겠다”라는 생각에 지난해엔 시니어 모델 양성 전문 교육장인 행복채움을 설립하고 경기수원시니어모델협회를 창단해 협회장에 취임했다. 올해엔 수원전통문화관에서 수원화성행궁알리기 한복패션쇼 개최, 수원문화원 빛누리아트홀 개관식 오프닝 패션쇼를 총괄하고 팔달노인복지관 ESG 시니어모델공개 오디션 심사위원, 2024 혜경궁홍씨선발대회 심사위원, 지역 복지관 등에서 강좌를 여는 등 바쁘게 활동 중이다. 협회엔 40대 중반부터 80대 어르신까지 연령대가 다양한 이들이 활동 하고 있다. 평생 주부였던 이들, 삶이 무료해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던 이들, 인생 후반전을 새롭게 쌓고 싶어 배우고자 도전한 40대, 더 자신있고 멋지게 나이들고 싶어 얼떨결에 발을 들였다가 동네 친구 10명을 더 데리고 온 어르신까지. 특히 30여명의 실버세대가 활동 중인 ‘70 플러스 다시 봄’은 협회의 핵심이다. 평생 주부로 가족과 시어머니를 돌보고 살던 안혜숙 실버회장이 우연히 참여했다가 “내가 해보니 재밌고 행복해서” 지인 10명을 데리고 왔다. 이후 실버군단에 자연스럽게 활기가 돌고 힘이 생겼다. 경기수원시니어모델협회는 지난 8월23일 1주년 발대식을 개최하며 1기 졸업생 배출과 지역사회에 펼친 활동 등 그동안 바쁘게 걸어온 첫 해를 함께 돌아봤다. 회원들은 워킹 연습 등을 제외하고도 지역의 의미있는 일에도 함께 나선다. 최근엔 수원전통문화회관에서 한복을 입고 수원화성을 알리기 위한 행사 등에 참여했다. 심 회장은 “해가 뜰 때 태양이 더 이글거리며 붉게 타오르는 것처럼,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시니어 회원들이 다시 봄날을 맞이하기 위해 애쓰고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존경스럽다”고 말한다. “오랜 세월 가족을 위해서 또는 삶의 어떤 목표를 위해서 자신을 누르고 표현을 잘 하지 못했던 시니어 분들이 어찌 보면, 이제라도 자기 표현과 자아 현을 가장 하고 싶은 분들인 것 같아요. 시니어들이 시대에 맞게 문화생활을 즐기도록 도와드리는 게 무엇보다 가장 보람있습니다. 시니어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고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경기수원시니어모델협회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는 10일 경기교총 웨딩하우스에선 경기수원시니어모델협회가 주최하는 1주년 기념축제 ‘행복채움 패션 쇼’가 열린다. 시니어 모델 90여명이 참여해 화려한 런웨이와 새로운 에너지를 뿜어내는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공무원과 방송작가의 매혹 앙상블 ‘차미정·오세진 듀오 리사이틀’

노래와 춤, 글 등을 통해 예술의 세계를 다져온 두 성악가가 의기투합해 이들의 스토리를 무대 위에서 펼쳐 보인다. 성악연구소 라루체(대표 오세진)에서 함께 활동하는 소프라노 차미정과 메조 소프라노 오세진은 오는 19일 저녁 7시 서울 국제아트홀에서 첫 듀오콘서트를 개최한다. 소프라노 차미정은 세종시 공무원, 소프라노 오세진은 수원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방송작가다. 이들은 각자 다른 일을 하던 중 성악의 매력에 빠져 40대에 성악과에 입학한 늦깎이 성악도라는 공통점이 있다. 또 희곡과 시나리오 등을 쓰며 무대 위에서 끼를 펼치는 살사 댄서이기도 하다. 뮤지컬 배우와 오페라 배우라는 교집합도 있다. 흔치 않은 꽤 많은 공통점은 이들을 무대로 이끌었다. 이들은 콘서트에서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인 ’기쁨, 분노, 슬픔, 즐거움, 사랑, 증오, 욕망(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을 각각의 개성 있는 음색에 담아 표현한다. 노래 뿐 아니라, 춤과 드라마적인 요소를 가미해 다채로운 무대를 펼칠 예정이다. 특히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한국 가곡 아리아 솔로, 듀엣 등 노래에 흐르는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원초적이고 강렬하면서도 때론 절절한 마음에 공감하며 무대와 객석이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시간을 만날 수 있다. 반주는 계원예고를 수석입학, 수석졸업한 뒤 대학교 출강 등 성악 전문 반주자로 잔뼈가 굵은 이주란씨가 맡는다. 콩쿠르 다수 입상에 빛나는 테너 김명제, 팬텀싱어4 본선 진출자인 바리톤 이용제의 협연으로 더욱 풍성한 무대가 예고됐다. 소프라노 차미정은 “노래로 전달하는 우리 삶의 드라마를 통해 많은 분들이 교감하고 힐링하는 시간 보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메조 소프라노 오세진은 “비교적 늦게 노래를 시작한 만큼 더 뜨거운 열정과 부단한 연습으로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노래로 여는 인생 2막에 감사하며, 많은 분들과 즐겁게 교감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경기도·경기역사문화유산원, 경북·충남·충북과 ‘가봉태실’ 학술대회 개최

경기도와 경기역사문화유산원이 오는 17일 경북 영천시 평생학습관에서 경북·충남·충북과 ‘조선왕실 가봉태실’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국제학술대회를 연다. 조선왕실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면 기운이 좋은 땅을 골라 아기태실을 만들었고, 아기태실의 주인공이 왕이 되면 석물로 새롭게 단장해 가봉태실을 조성했다. 이러한 조선의 장태문화는 생명을 신성하게 여기는 생명존중 사상과 땅의 기운을 중시했던 풍수지리 사상이 결합된 우리 고유의 소중한 유산이다. 가봉태실은 경기도 3곳을 비롯해 전국에 28곳이 분포하고 있다. 이에 경기도는 지난 2022년부터 경상북도·충청남도 등 3개 광역 지자체와 경기역사문화유산원을 비롯한 3개 출연 연구기관이 함께 ‘태실 세계유산화 실무회’를 구성했다. 지난해엔 충청북도가 합류해 학술대회를 추진하는 등 가봉태실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2회 학술대회는 이혜은 이코모스(ICOMOS) 종교제의유산위원회 위원장의 ‘세계유산 등재 시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의 중요성’을 주제로 한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몽골의 태반 탯줄 안치 의식 ▲일본의 포의매납 습속 연구를 주제로 국외연구를 발표한다. 또 ▲조선왕실 태실 석물의 형성과 전개 ▲조선후기 태실과 산릉 조성 비교연구 ▲‘대구-경북지역 태실 현황과 보존관리’를 주제로 국내연구를 발표한다. 경기역사문화유산원 관계자는 “이번 국제 학술대회가 가봉태실을 세계유산화 하기 위한 각 지자체 간의 협력체계를 공고히 하고, 조선왕실의 탄생문화의 유∙무형적 가치를 확산시키며 관심을 높이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리말글과 사랑에 빠진 개그맨 정재환 [인터뷰]

개그맨으로 방송에 입문한 정재환씨는 한글운동을 시작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어머니와 같은 우리말글의 소중함을 더 많은 사람이 느끼고 깨닫길 바란다는 그는 우리말 중 ‘한글’, ‘행복’, ‘훈민정음’, ‘하하, 호호, 히히’ 등 주요 단어와 웃음소리에 들어있는 닿소리(자음) ‘ㅎ’을 가장 좋아한다고.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말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한국인답게’ 제대로, 잘 말할 수 있길 희망한다는 정씨의 우리말글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글을 쫓는 삶 정재환씨는 1983년 코미디언으로 데뷔해 TV예능 MC, 라디오 DJ 등 여러 방면에서 활약했다. MC 역할을 하다 보니 말 한마디의 파급력을 절실히 느꼈고 방송인으로서 올바르고 정확한 표현을 써야겠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개그맨으로 데뷔해 15년 정도 개그맨으로 활동했고 5년 정도는 방송 진행을 했습니다. 개그맨으로 활동할 땐 주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웃기고 재미있게 할까, 어떻게 이야기해야 사람들이 웃을까’만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을 웃기는게 제 일이고 웃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꼈죠. 그런데 진행자로서 역할이 바뀌면서 우리말 사용에 대한 방법을 저 나름대로 찾았고 그러다 보니 알게 모르게 한글과 사랑에 빠진 것이죠.” 정확한 언어를 사용할수록 의사소통도 자유롭다. 그러나 때때로 부정확한 언어로 얼버무려 말해도 대화 상대와의 친밀한 정도나 이야기하던 상황과 맞물려 알아듣고 이해하는 게 가능하다. 정씨는 “방송 언어는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사석에서 친구가 다소 횡설수설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능력을 갖고 있죠. 하지만 방송은 그렇지 않습니다. 시청자들이 너그럽게 이해해줄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정확한 언어를 사용해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말해야 합니다.” 20대 초반 방송과 인연을 맺은 정씨는 30대 후반 한글과 인연을 맺었다. 이전부터 우리말에 대한 관심과 깨달음으로 알음알음 해오던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대학에서 우리말글 역사를 공부하면서부터다. 그는 이 시점을 두고 “삶의 방향성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표현했다. “한글이 어머니 같은 정말 좋은 글자라는 걸 느꼈습니다. 최현배 선생, 이오덕 선생 등이 쓰신 한글 관련 서적을 닥치는 대로 읽을수록 ‘우리말’의 소중함이 커지더군요.” 정씨는 마흔 살이 되던 2000년 성균관대 사학과에 입학해 방학 없이 계절학기를 들으면서 학사를 3년 만에 끝냈고 동대학원에서 10년에 걸쳐 석사와 박사를 마쳤다. 석사 논문 주제는 ‘한글 맞춤법 간소화 파동’, 박사 논문 제목은 ‘해방 후 조선어학회 활동’이었다. “학교 입학에 즈음해 한글운동을 시작했습니다. 한글의 역사, 우리말과 글의 역사가 궁금해 국문과가 아닌 사학과를 선택했고요.” 보통 사람을 위해 만든 글자를 지키는 보통 사람들 2000년은 만학도로서 학업을 시작하기도 했지만 한글운동을 본격화한 해기도 하다. 1997~1998년부터 수면 위로 떠오른 영어공용화론에 대항하던 한글운동가들이 모여 우리말과 글을 지키고, 키우고 가꾸자는 취지로 사단법인 한글문화연대를 창립했다. “처음 영어공용화론이 나왔을 때 일제 식민지를 버틴 한글이 영어와의 싸움이 시작되는 건가 싶었습니다. 강과 바다를 지키기 위해 환경운동을 벌이는 것처럼 우리말을 지키기 위한 움직이었던 것이죠.” 정씨는 한글문화연대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에 대해 2007년 ‘동사무소 명칭 변경’을 꼽았다. “2007년 동사무소가 동주민센터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당시 정부의 입장은 서류 위주의 행정업무 기구에서 폭넓게 시민들의 복지를 지원하고 문화활동 등을 포함하는 기관으로 확대하기 위해 센터(Center)로 바꾸겠다는 거였죠. 그런데 한글운동가들은 활동의 영역만 넓히고 이름은 그대로 유지하자는 입장이었고 길거리 서명, 기자회견, 1인 시위 등으로 목소리를 냈습니다. 결국 동사무소라는 이름이 사라졌는데 좌절의 아픔이 무척 컸습니다.” 한편 정씨는 최근 우연히 만난 외국인 관광객이 쓰고 있던 모자에 적혀 있던 ‘한국’을 얘기하며 한글의 활용에 대해 얘기했다. “우리는 한글이 적힌 옷이나 신발, 모자를 착용하는 일이 참 드문데 ‘한국’이라는 글씨가 적힌 모자를 쓴 그 부부는 참 행복해하더군요. 서툰 영어로 말을 걸어 보니 스페인에서 온 관광객이었는데 우리나라 고유의 것에 매력을 느끼고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수원의 상점 간판을 볼 때면 여기가 과연 ‘정조대왕의 도시’가 맞나 싶을 정도로 외래어가 남용되고 있어 참 안타깝습니다.” 정씨는 영어는 물론이고 일본어, 태국어, 베트남어 등 간판마다 적힌 외래어들을 한글로 표기하고 그런 노력이 수원이라는 도시의 정체성과 부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취지로 작년에 한글문화수도를 선언한 세종시에 대해서도 차곡차곡 한글을 도시의 상징으로 만들어 가길 바람을 드러냈다. “세종시가 행정도시라는 것 외에 문화적인 요소가 부족하다고 하는데 한편으로는 ‘세종’이라는 이름 자체가 큰 콘텐츠거든요. 세종시 출범 당시부터 최근까지 한글 간판 우선 표기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어떤 상점의 간판도 한글로 표기할 것을 조례 제정부터 차근차근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지역별로 한글마을, 한글거리는 조성돼 있지만 이렇게 철저하게 지키는 곳은 없거든요. 세종시가 한글문화수도로서 한글 관련 특화 도시가 되길 바라 봅니다.” 정씨는 2022년 8년간 강의하던 교수직을 내려놓고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에 책임연구원으로 속해 있다. 더불어 한글문화연대 한국어학교 교장으로 한국으로 시집 온 결혼이주자들을 대상으로 한글을 가르친다. 주로 읽고 쓰고 공부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한글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태생적으로 보통 사람을 위해 만든 글자라는 것입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유연하게 변하면서도 꿋꿋하게 버텨온 것도 우리들의 삶과 함께 살아온 글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도 앞으로 큰 목표보다는 그저 계속 공부하고 싶습니다. 동네 할아버지가 됐을 때쯤엔 한국사, 한국어, 일본어, 영어 등 제가 공부한 것들을 배우고자 하는 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훈민정음, 세계 속 ‘한글’이 되기까지

자신의 뜻을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백성을 딱하게 여겨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 그리고 그런 세종의 글에 다양한 문법 체계와 ‘한글’이라는 이름을 붙여 현대의 한글을 정착시킨 주시경. 무엇보다 한글의 생명력은 사대부의 배척과 일제의 탄압에도 명맥을 이어온 백성들의 삶에서 비롯된다. 한류의 중심 한글 ‘한류’라는 단어가 처음 공식적으로 사용된 것은 1999년이다. 우리나라 대중음악이 해외 진출을 시작하면서 당시 문화관광부(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대중음악의 해외 홍보를 위해 ‘한류-Song from Korea’라는 이름의 음반을 제작한 것. 한국 음악과 한국 음식을 즐기며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즐기는 외국인들의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은 최종적으로 ‘한글’에 쏠렸다. 사람들의 이러한 관심을 대변하듯 글로벌 기업들은 앞다퉈 한국문화, 그중에도 한글을 차용한 제품을 출시했다. 코카콜라는 지난 2월 자사의 글로벌 혁신 플랫폼을 이용했으면 하는 연령대와 케이팝 팬의 연령대가 일치한다고 판단해 ‘코카콜라 제로 한류’ 제품을 전 세계 36개국에 출시했다. 콜라에 과일향을 입혀 한류를 표현한 ‘상큼한 최애 맛’을 만들었으며 제품 전면에 한글로 코카콜라를 새겼다. 한편 나이키는 한국문화에 대한 존중의 표시로 수년 전부터 ‘한글날’ 컬렉션 모델을 출시하고 있다. 한글로 ‘나이키’를 새긴 운동화, 의류를 한정판으로 판매해 소비자들로부터 한글 디자인에 대한 인식 변화와 제품 가치를 높인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파리 생제르맹 클럽 등 한국 축구 선수 소속 팀은 한국과 한글에 대한 경의를 표하며 한글 유니폼 및 신발을 선보였다. 백성을 위해 만든 문자, 훈민정음 조선 제4대 임금 세종은 왕이된 지 25년이 되는 해(1443년) 한글을 창제했다. 집현전 학자들에게 한글에 대한 자세한 풀이가 담긴 해설서 ‘훈민정음’을 집필하게 했고 마침내 세종 28년(1446년)에 한글을 반포했다. 전 세계 문자 중 훈민정음처럼 창제 과정을 기록한 책이 남아 있는 것은 한글이 유일하다. 우리나라 국보 70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훈민정음은 한문으로 한글의 원리와 풀이, 예시를 쓴 ‘해례본’과 한문으로 쓴 훈민정음 일부를 우리말로 풀어 놓은 ‘언해본’ 두 가지가 남아 있다. 글자를 아는 것이 곧 권력이었던 시절에 글자를 몰라 뜻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백성을 위해 왕이 모두가 익힐 수 있는 글자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 세종은 훈민정음 반포 무렵 한글이 우리말을 적는 데 무리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용비어천가’를 만들었다. 125장으로 구성된 최초의 국문 악장 용비어천가를 통해 우리말을 소리 나는 대로 적을지 본래 단어의 형태를 나타낼지 등 표기 체계와 소통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한글의 활용도와 완성도를 높였다. 한편 오랜 시간 글자 권력을 공고히 해 온 당시 사대부는 물론이고 실학자들도 한글을 철저히 배척했다. 신분이 낮은 계층의 사람들이 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린이들이 한자를 배우기 전 선행학습 차원에서 한글을 익히거나 편지를 쓸 때나 한글을 쓴 것으로 전해진다. ‘한글’의 아버지, 주시경 훈민정음 창제 이후 줄곧 훈민정음 혹은 정음으로 불리거나 언문, 암글(암놈이 쓰는 글), 아해글(아이들이 쓰는 글) 등 낮춤 말로 불리던 것에 ‘한글’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현대의 한글 맞춤법, 표준어 규정, 외래어 표기법 등을 정리해 보다 체계적인 언어로 거듭나게 한 인물이 주시경 선생이다. 주시경이 37세의 젊은 나이로 삶을 마감한 뒤에도 그의 뜻을 이어받은 제자 최현배, 김윤경, 이윤재, 이병기 등 조선어학회 회원들은 일제의 탄압으로 중단됐던 ‘말모이 사업’을 광복 이후 ‘조선말큰사전’ 사업으로 확장·재개한다. 1947년부터 1958년까지 총 6권으로 완간한 조선말큰사전은 현재도 ‘우리말큰사전’이라는 이름으로 배포되고 있다.

[2024 기아챌린지 ECO 프로젝트] 6. 천연과 인조의 만남: 하이브리드 잔디가 선사하는 환경적 가치

기아 AutoLand 화성과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지역본부가 2024년에도 어김없이 ‘기아챌린지 ECO 서포터즈’와 함께 친환경 교육, 환경 이슈 캠페인 등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여섯 번째로 소개할 팀은 김민주(20), 김소연(20), 신승엽(24), 장효주(22), 최보천(22) 학생으로 구성된 ‘내가 Green'이다. 이들은 경기장 잔디의 변천사와 기후위기 등에 대안으로 떠오른 '하이브리드 잔디'에 주목했다. 이하 ‘내가 Green’ 팀이 작성한 글. 최근 K리그에서는 경기장의 잔디 관리가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형 콘서트와 같은 대규모 행사나 기후위기로 인한 급격한 기온 변화는 기존의 잔디 관리 방식으로는 더 이상 최상의 경기 환경을 유지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에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21년부터 삼성물산 리조트 부문의 잔디환경연구소와 협력해 새로운 잔디 관리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의 하나로 ‘하이브리드 잔디’가 주목받고 있다. 하이브리드 잔디는 천연잔디와 인조잔디의 장점을 결합해 기존 잔디의 단점을 보완한 기술이다. 2021년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처음 도입된 이후, 폭염과 폭우 속에서도 안정적인 배수 성능을 보여주며 다양한 기후 조건에서 우수한 경기 품질을 유지한다. 이 기술은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에 대응하는 혁신적인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 시대따라 변화한 그라운드의 꽃, ‘잔디’ 축구장에서 사용되는 잔디는 시간이 지나며 다양한 변화를 겪어왔다. 처음에는 천연잔디가 주로 사용됐지만, 유지관리의 어려움과 내구성 부족으로 인해 새로운 대안이 필요해졌다. 이에 따라 내구성이 뛰어나고 유지비용이 적게 드는 인조잔디가 등장했다. 그러나 인조잔디는 충격 흡수력이 낮아 부상 위험이 크고, 여름철 인조잔디가 주변 온도를 높이는 ‘열섬 효과’와 인조잔디에서 떨어져 나오는 ‘미세플라스틱 문제’ 등 환경적 한계가 드러났다. 이런 단점을 보완한 하이브리드 잔디는 전통적인 잔디 관리의 한계를 극복하는 중요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조잔디 사이에 천연잔디를 파종해 천연잔디의 생장점을 보호하고 생존 능력을 극대화한 형태로, 95%의 천연잔디와 5%의 인조잔디가 조화를 이뤄 경기 품질을 크게 향상했다. 천연잔디의 내구성 문제와 인조잔디의 환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특징을 지닌다. 유럽에서 개발된 기술은 2018 러시아 월드컵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며 2024 파리올림픽 축구 경기를 진행한 파리 생제르망 구장에서도 사용 중이다. 2021년 국내 최초로 도입된 하이브리드 잔디는 앞으로도 축구장뿐 아니라 다양한 스포츠 시설에서 활용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 환경을 지키는 그라운드 : 잔디 선택이 만드는 지속가능한 미래 ‘내가 Green’팀은 그린키퍼(잔디 보호 전문가)로 활동 중인 건국대학교 이재필 교수를 만나 인조잔디와 천연잔디의 차이점과 특성을 알아봤다. 이 교수는 천연잔디와 인조잔디의 온도 차이와 운동선수에게 미치는 영향을 강조했다. 인조잔디는 50~60도까지 온도가 상승하는 반면, 천연잔디는 42~45도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를 유지한다. 이 교수는 “하이브리드 잔디는 천연잔디의 열섬효과를 줄이는 장점을 살리면서도, 인조잔디의 평탄성을 유지해 운동선수들의 부상위험을 감소시킨다”고 설명했다. 반면 하이브리드 잔디의 높은 설치 및 유지보수 비용은 걸림돌로 작용한다. 기존 천연잔디나 인조잔디에 비해 두 배 이상 비싼 비용은 많은 경기장과 구장이 하이브리드 잔디를 도입하는데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 교수는 “그럼에도 하이브리드 잔디는 천연잔디와 인조잔디의 장점을 모두 아우르는 대안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환경 보호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고려할 때, 적절한 잔디 선택은 필수적이다. 햇빛, 관리 여건, 예산 등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적의 잔디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접근은 축구장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 시설의 환경적 책임을 다하는 데 기여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글·사진=2024 기아챌린지 ECO서포터즈 ‘내가 Green’팀 / 정리=이나경기자

자신과의 치열한 경쟁…20세 임윤찬 ‘그라모폰상’ 2관왕

피아니스트 임윤찬(20)이 2일(현지시간) 영국의 ‘그라모폰 클래식 뮤직 어워즈’에서 피아노 부문과 젊은 예술가 부문을 수상했다. 그라모폰상은 클래식 음반으로 받을 수 있는 최고 권위의 상으로 한국 피아니스트의 수상은 처음이다. 영국의 권위 있는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이 1977년부터 해마다 여는 그라모폰 클래식 뮤직 어워즈는 ‘클래식 음반의 오스카’라고 불린다. 실내악, 성악, 협주곡, 현대음악, 기악, 오페라, 오케스트라 등 부문으로 나눠 그해 최고로 꼽은 음반에 대해 시상한다. 올해 피아노 부문에는 세 장의 음반이 후보로 올랐는데 그 중 두 장이 ‘쇼팽: 에튀드’와 ‘초절기교 연습곡’ 등 임윤찬의 앨범이었다. 그라모폰 시상식에서 피아니스트가 한 부문에 2개 음반을 동시에 최종 후보에 올린 것 역시 임윤찬이 처음이다. 결국 ‘쇼팽: 에튀드’가 ‘초절기교 연습곡’을 단 한 표 차로 제치고 선정돼 이 부문 1, 2위가 모두 임윤찬에게 돌아갔다. 그라모폰은 앞서 이 앨범 리뷰에서 “임윤찬의 쇼팽은 유연하고 깃털처럼 가벼우며 유창하고 열정적”이라면서 “즐겁고 젊음의 활기로 가득하다”고 호평했다. ‘젊은 예술가’ 상은 음악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청년 음악가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그라모폰 측은 “임윤찬은 경이로운 기술이 뒷받침되는 천부적 재능과 탐구적 음악가 정신을 지닌 피아니스트”라고 평했다. 역대 그라모폰상 수상자는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 마우리치오 폴리니, 알프레드 브렌델,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 등 각 부문에서 최고로 평가받는 이들에게 돌아갔다. 한국 음악가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1990년·실내악, 1994년·협주곡), 첼리스트 장한나(2003년·협주곡), 한국계 바이올리니스트인 사라 장(장영주, 1993년·올해의 젊은 예술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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