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樂’소리나는 감동… 수원문화원 주최로 12일부터 15일까지 매일 저녁 7시30분 수원야외음악당에서 열린 ‘제17회 수원여름음악축제’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樂! 樂! MUSIC’이란 타이틀로 나흘간 펼쳐진 무대는 찌는 듯한 열대야를 삼키며 그야말로 ‘악’소리 나는 시간이었다. 줄어든 예산에도 불구하고 참신한 기획력을 통한 알찬 프로그램이 돋보였으며 지역 예술단체에게 공연기회를 제공한 세심한 배려 또한 눈에 띄었다. 우선 첫날은 경기도립국악단을 주축으로 진행된 ‘Tradition(전통)’.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예진청소년국악예술단의 가야금 오케스트라를 오프닝으로 도립국악단의 국악관현악과 드라마 ‘대장금’의 주제가로 잘 알려진 신인가수 이안, 소리꾼 김용우 등이 함께한 연주는 관객들에게 우리음악에 대한 열정을 심어주는 듯 했다. 일정때문에 하루 앞당겨 공연한 홍콩윈드필하모닉의 연주 또한 색다른 맛을 안겼다. ‘Harmony(조화)’란 테마의 둘째날은 수원시립교향악단을 주축으로 테너 김성진, 소프라노 박지영, 수원지역 음악단체인 수원레이디스오케스트라, 패밀리클라리넷 앙상블, 코리아팬플룻오카리나 아카데미 등이 무대를 꽉 채웠다. 특히 ‘밥값’만을 받고 교향악을 비롯, 영화음악까지 다양한 장르의 오케스트라 화음을 들려준 수원시향은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를 한 몸에 받았다. 셋째날은 평소 보기 힘든 ‘Fusion(퓨전)’의 향연. 남아메리카 잉카문명의 후손들로 안데스 음악을 들려준 에콰도르 퓨전그룹 ‘SISAY’와 국내 퓨전 재즈밴드 ‘웨이브’, 가수 차은주는 열정과 화려함을 뽐냈다. 또 오프닝을 맡은 수원지역 고교밴드 및 성인밴드의 조화와 캐나다·일본인 등으로 구성된 ‘짜증나 밴드’는 그들만의 독특한 개성을 선보였다. 가장 많은 관객이 몰린 15일 마지막날의 ‘Live(라이브)’는 세대를 넘은 젊음의 기운이 넘쳤다. 수원지역 가수 유진욱과 유승혁 밴드의 오프닝으로 분위기가 고조된 야외음악당은 안치환과 자유, 자전거 탄 풍경, 불독맨션 등 인기와 실력을 겸비한 대중가수들을 통해 폭발 넘치는 에너지가 흘렀다. 유병헌 수원문화원장은 “이번 축제를 지역과 시민이 하나되는 장으로 만들기 위해 지난 6월부터 40여개 단체의 참가신청을 받고 엄선했다”며 “앞으로 전국 단위의 음악축제로 발돋움시켜 수원시민뿐 아니라 곳곳에서 수원을 찾아오게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17회 수원여름음악축제- 樂! 樂! MUSIC’은 지난해보다 삭감된 예산에도 불구하고 수원문화원의 노고로 더위 먹고 경제불황에 허덕이는 시민들에게 청량제 역할을 하며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 불황의 늪이 끝나고 좀 더 충분한 예산이 확보된다면 유 원장의 말처럼 명실상부한 전국음악축제로 거듭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인다.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그칠줄 모르는 무더위가 심신을 괴롭히는 요즘, 복합문화공간 양평 바탕골예술관에서 시원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공예작가 14명이 선보이는 ‘고기를 잡으로 바다로 갈까요’전과 나무의 숨결이 느껴지는 ‘전통목가구’전이 그것. 특히 바다를 가지 못했다면 공예작가들이 ‘물고기’를 소재로 마련한 이색 전시에 더 눈길이 갈 것이다. ‘고기를 잡으로~’전은 나무나 섬유, 종이, 금속, 흙 등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했으며, 음향과 조명을 곁들여 작품 감상하는 재미를 더했다. 이들 작품은 복잡한 기교보다는 일반인들이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것이 장점. 작품 ‘나를 따르라’는 높이 30cm에서 160cm까지 점점 커지는 낚시꾼들을 일렬로 배열했다. 종이와 나뭇가지를 이용해 만든 이 작품은 마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 등장하는 장난감 병정을 연상케 한다. 전시장 바닥에는 나무로 만든 수십 마리의 물고기가 무리지어 서로 다른방향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설치했다. ‘내편·네편’이란 이 작품은 이분법적 사고와 다양성이 사라지고 획일화된 현대사회를 비판하고 있다. 천장에 시선을 옮기면 대나무틀에 한지를 바른 대형물고기를 만날 수 있으며, 바둑판처럼 반듯하게 나열된 물고기들 속에 닭, 코끼리, 기린 등을 결합시켜 물고기의 변종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밖에 ‘해마 열주(列柱)’는 동판을 이용해 차갑고 날카로운 이미지와 섬세함을 표현했으며, ‘물고기 커튼’은 파란색 천 위에 형형색색 물고리를 붙여 입체감을 부여했다. 옆 전시장에는 자연에 순응하며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은 전통 목가구들을 만날 수 있다. 고철의 뚫어진 모양새가 ‘숭숭’하다고 해서 붙여진 평안남도 박천의 피나무에 칠을 해 제작한 ‘숭숭이장’. 거울과 거울을 지탱하는 지지대에 서랍을 갖추고 화장도구 등을 넣을 수 있는 ‘경대’ 를 선보인다. 철제와 조립식으로 짜여진 일반 가구와 달리 목가구는 사람의 손떼가 묻을 수록 더 가치가 높으며 나뭇결이 갖는 조형미 또한 아름답다. 전시장에는 중요한 서류와 물건을 넣어 두었던 ‘문갑’이나, ‘평상’, ‘반닫이’ 등도 선보인다. 특히 ‘반닫이’는 장방형으로 짜서 물건을 넣어 두는 커다란 궤를 말하며, 앞면의 반쪽을 여닫는 가구로 귀천을 불문하고 간직했던 다목적가구다. 774-0745 /이형복기자 bok@kgib.co.kr
620여석의 꽉찬 객석은 오랜만에 공연계의 불황을 날리는 듯 했다. ‘이열치열’이라 했던가. 섭씨 35도를 넘는 푹푹찌는 열대야 속에 관객들의 열기는 얼음 알갱이 같은 기포를 만들어냈다. 11일 저녁 7시30분, 수원청소년문화센터가 국악실내악단 슬기둥을 초청해 마련한 ‘청소년을 위한 여름 음악회’는 청소년뿐 아니라 아이부터 노인까지 온 세대가 함께한 화합의 장이었다. 미성년의 나이에 자유롭지 못한 소년원 보호감찰 대상 50여명의 학생들에게조차 미소를 머금게 했다. 슬기둥 대표이자 경기도립국악단 예술감독인 이준호는 지휘봉이 아닌 소금을 들었고, 피아노와 기타, 가야금, 해금, 양금 등 동·서양의 악기가 조화된 퓨전 연주는 국악과 양악을 넘나들며 우리 음악의 발전적 해법을 전달했다. 특히 첫곡 ‘고구려의 혼’은 일명 ‘동북공정’을 통해 역사의 왜곡을 서슴치않는 중국의 만행에 일침을 가하듯 엄숙함을 자아냈고 ‘들춤’과 ‘바람’, ‘그 저녁 무렵부터 새벽이 오기까지’, ‘프린스 오브 제주’, ‘프론티어’ 등 우리 음계를 바탕으로 탄생된 현대적 감각의 국악은 즐거움을 안기기에 충분했다. 회사원 이규은씨(30·영통구 매탄동)는 “역시나 우리 음악은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시키는 무언가가 있다”며 “전통문화의 맥을 잇고 있는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색소폰 연주자 이정식과 협연한 신명나는 ‘신푸리’를 끝으로 연주회는 막을 내렸다. 여운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수원’이란 지역적 개념과 연계된 공허함으로 다가왔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문화유산 화성을 보유했고 행궁과 정조대왕 등 역사적 가치가 남다른 수원에 이런 감동을 주는 마땅한 국악예술단체가 하나 없다는 사실이 씁쓸했다. 물론 교향악단과 합창단이라는 걸출한 음악단체가 있긴 하지만 전통의 의미와는 사뭇 다른 이들에 견줄순 없다. ‘음악의 도시’라고 자랑하는 수원에 정작 우리 것이 빠져있다니…. 얼마전 수원에 상주하던 도립국악단마저 경기도국악당 개관과 함께 용인으로 이주, 수원시민들의 국악에 대한 목마름은 앞으로 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통문화유산 화성과 화성행궁이 살아숨쉬는 문화관광상품으로 적극 활용되기 위해서는 수원에도 국악연주단이 절실하다는 여론이다. 하지만 이러한 걱정도 조만간 ‘기우’에 그칠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수원시설관리공단 신진호 이사장과 시의회 30여명의 의원들의 환호와 갈채는 시립국악단의 창단과 무관치 않을 것 같은 조심스런 전망이 나왔다. 신 이사장은 “이제 수원에도 시립국악단이 나올 때가 됐다”며 “이는 역사에 살아 숨쉬는 호흡을 불어 넣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어릴때 추억을 작품에 담았습니다” 동네 친구들과 정답게 놀던 골목길, 인상 깊게 읽었던 동화책의 한 장면. 모두가 소중한 이야기거리이자 고단한 삶에 미소를 머금게 하는 기억들이다. 서양화가 한규예씨가 어린시절 추억을 담아 첫 개인전을 10일부터 16일까지 수원미술전시관에서 연다. ‘자화상(A self-portrait)’은 수유기를 상징하는 어머니의 젖가슴과 불룩해진 배, 모태속에서 성장하는 자신의 모습 등을 네컷으로 담았으며, ‘숨박꼭질(Playing tag)’은 술래 역을 맡은 어린아이의 모습을 천진난만하게 담았다. 또 골목길 풍경을 압축시키거나 ‘어린왕자’에 나오는 ‘B-612’ 혹성을 담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는 지난해 나혜석여성미술대전에 출품해 입상했던 ‘사방치기(Play four quarters)’도 만날 수 있다. 한씨는 “어린시절에 인상 깊었던 추억을 끄집어내 작품의 소재로 삼았다”고 말했다. 작품은 아크릴 물감에 황토를 덧씌웠다. 황토는 작은 균열을 일으켜 아련한 지난 과거의 추억을 연상케 한다. 미술대학을 나온 한씨는 결혼생활을 하며 자녀를 키우는 동안 20여년간 붓을 놓았다. 최근 몇년간 서양화가 김중씨가 운영하는 화실을 다니며 그림에 대한 열정을 되살렸다. 한씨는 “자식을 키우다보니 무심코 그림과 멀리했다”며 “그림을 통해 나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떠 올라 다시 붓을 들었다”고 말했다. 문의 228-3647 /이형복기자 bok@kgib.co.kr
전통과 현대음악이 만났을때… 국악 실내악단 ‘슬기둥’은 전통음악과 신(新)음악, 예술음악과 대중음악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든다. 때로는 그것 모두를 깨부수기도 하고 때로는 혼돈의 세계처럼 그 음악들을 한데 뒤섞어 개성 넘치는 음악세계를 가꿔 나간다. 청중들은 이들의 음악을 통해 신선하면서도 친근한 전통음악의 이미지를 만난다. ‘새로워진 전통음악의 이미지’, 바로 이것이 슬기둥의 모토인데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이들의 과감성은 꽤나 현실적임을 알 수 있다. 대표인 경기도립국악단 이준호 예술감독을 비롯해 멤버 대부분이 대학교수와 관혁악단 지휘자 및 악장으로 활동하는 등 국악계를 이끌어 나가는 중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 원일과 김용우, 푸리 등 국악계 신세대 스타들이 모두 슬기둥을 거쳐감에서 알 수 있듯이 국악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수원청소년문화센터가 11일 오후7시30분 온누리아트홀에서 마련하는 ‘청소년을 위한 여름음악회- 국악실내악단 슬기둥 초청공연’은 다시한번 이들의 높은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특별 게스트로 우리의 가락과 장단에 재즈를 접목하면서 깊이 있는 음악을 들려주는 색소폰 연주자 이정식 수원여대 교수가 나와 슬기둥과 함께하는데 오래 호흡을 맞춰온 이들의 공연은 수준높은 음악이 무엇인지를 실감케 할 것으로 보인다. 프로그램으로는 ‘고구려의 혼’을 비롯해 ‘들춤’, ‘바람’, ‘그 저녁 무렵무터 새벽이 오기까지’, ‘프린스 오브 제주’, ‘산도깨비’, ‘신푸리’ 등 전통의 국악부터 신개념의 국악까지 폭넓은 음악을 준비했다. 청소년 7천원, 일반 1만원. 문의 218-0416.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남양주 세계야외공연축제 집행위원회(예술감독 양정순)가 주최는 이번 행사에는 5개국 해외초청공연과 기획공연, 공모를 통한 국내 17개 단체 초청공연이 무대에 오른다. 호주 스너프 퍼펫(Snuff Puppet)의 생태인형극 ‘숲 속의 밤(Forest in the night)’은 가장 눈길을 끄는 해외초청작. 숲 속 곤충과 동물들의 진화와 변태과정을 무언극과 라이브 연주로 표현한 야외극이다. 환경친화적이며 가족과 함께 관람하기에 제격이다. 또 비눗방울 쇼를 선보일 일본의 마임이스트 오꾸다 마사시와 콜롬비아 마임 광대 미모 크라운의 코믹한 몸동작이 기대된다. 이어 국내작품 극단 여행자의 ‘한 여름 밤의 꿈’은 지난해 초청된 이후 폴란드와 콜롬비아 국제예술축제에 초청되기도 했던 작품이다. 연희단 거리패의 ‘강부자의 오구’와 민족예술단 우금치의 ‘청아 청아 내 딸 청아’, 예술무대 산의 ‘전쟁’ 등을 만날 수 있다. 한편 ‘찾아가는 축제’를 마련, 9일 마석초등학교를 비롯 도곡초등학교(10일), 홍유릉·청학리 은행나무공원(11일), 장현초등학교(12일) 등에서도 공연을 펼친다. 592-5993/이형복기자 bok@kgib.co.kr
찌는듯한 더위가 절정을 이루는 8월, 다채로운 기획공연이 도내 공연장을 채운다. 특히 이들은 관객들에게 산발적으로 작품을 보이기보다 일정한 테마가 있어 눈길을 끈다. 여름휴가를 위해 멀리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지만 가까운 공연장을 찾는 것은 어떨까. 바가지 씌울 걱정 없이 일상의 여유로움을 전하는 그 시원함 속으로 들어가 보자. ▲경기도문화의전당 ‘한 여름밤 댄스 속으로’=‘극장에 오면 날마다 축제’라는 구호를 외치며 13일부터 20일까지 오후8시부터 야외무대에 ‘댄스 축제’가 열린다. 우리의 고전무용부터 살사, 재즈, 탭 그리고 탱고까지, 각양각색의 ‘몸짓’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자연과 함께 숨쉬는 야외에서 벌어져 탁 트인 느낌이 기대되고 일방향 공연이 아닌, 쌍방향의 교감이 이루어진다. 간단한 기본동작을 관객에게 가르치고 함께하는, 그야말로 즐거운 축제가 될 전망이다. 도립무용단(13일)을 비롯해 살사홍무용단(14일), 탭퍼스·주리 스페인 무용 꼼빠니아(15일), 오리엔탈 예술단(17일), 리버스(18일), 오리엔탱고·탱고아르떼(19일), 밸리댄스코리아(20일), 등이 출연하며 전 공연 무료. 문의 230-3293 ▲과천시민회관 ‘2004 여름방학 가족극축제’=6일부터 14일까지 9일간 소극장에서 가족극 3편이 선보인다. 사춘기의 성장과정을 그려 2000년 서울어린이연극제에서 작품상과 연기상, 최고인기상 등을 누린 극단 연우무대의 ‘사랑의 아침햇살’(6·7일), 마임과 변형놀이 중심의 공연모음으로 올해 홍콩국제카니발에 초청된 극단 사다리의 ‘무엇이 될까?’(10·11일), 새로운 형태와 내용이 신선한 극단 예군의 ‘토끼와 자라 그 후…’(13·14일) 등이 그것. 또 마지막날에는 축제의 대미를 장식할 여성국악실내악단 다스름이 대극장에서 ‘다스름과 함께 하는 가족음악회’를 마련한다. 많지 않은 프로그램이지만 엄정한 과정을 거쳐 고른만큼 내실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의 02)500-1220. ▲의정부예술의전당 ‘핫 뮤직, 쿨 섬머’=이미 지난달 10일부터 시작됐다. ‘토요문화마당’의 여름특집으로 28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6시 야외무대에서 만끽할 수 있다. 지역예술단체 및 청소년단체에게 무료로 무대를 개방해 지역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다는 평가도 받는다. 오는 7일 미2사단 군악대의 ‘쿨 뮤직 콘서트’를 시작으로 가수 길은정과 인디밴드 와이키키 브라더스, 나미밴드 등이 예정된 ‘핫 뮤직, 쿨 섬머’(14일), 한국경기소리보존회 청소년 예술단의 ‘신명나는 우리소리’(21일), 경민대 뮤지컬학과의 ‘뮤지컬 하이라이트’(28일) 등이 8월의 주말을 책임진다. 문의 828-5841 ▲부천문화재단 ‘여름방학 어린이 특별 공연’=역시 지난 7월부터 마련됐다. 연극, 음악, 무용 등 다방면의 장르에서 아이들 눈 높이에 맞춘 무대공연이 장정에 오르고 있다. 복사골문화센터에서는 3일부터 8일까지 ‘어린이를 위한 현대무용 소품’이, 12일부터 22일까지는 ‘엄마가 들려주는 노래이야기’가, 24일부터 29일까지는 연극 ‘아씨방 일곱동무’가 어린 관객들을 기다리며 오정구청 옆에 위치한 오정아트홀에서는 창작가족극 ‘토기장이’(12~22일)를 볼 수 있다. 문의 032)326-6929 ▲수원청소년문화센터 ‘한 여름밤 열대야 프로젝트’=1일부터 7일까지 매일 오후6시부터 조성되는, 그야말로 ‘열대야 탈출 축제’다. 도립오케스트라 리듬앙상블과 유승혁 어쿠스틱 밴드, 패션쇼, 경기민요, 퓨전 째즈 밴드 ‘One’, 공개방송 등 가족, 연인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또 오후 8시부터는 재미있는 영화들이 야외에서 상영될 예정. 문의 218-0430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세르게이 오브라쵸프의 국립모스크바 중앙인형극장’은 1931년에 창설돼 러시아 400여개의 도시와 세계 50여개국을 돌며 초청·순회공연을 펼친,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인형극장이다. 극장의 설립자이자 연출가인 세르게이 오브라쵸프는 단순한 인형극의 차원을 넘어 예술의 극치를 보여주며 러시아 문화예술계의 거목으로 평가받는다. 그의 걸작 중 하나인 ‘진기한 콘서트’. 무대에는 남녀 가수와 무용가, 음악가, 마술사, 서커스 동물 조련사 등 가지각색의 예술가들이 등장한다. 레뷰(Revue- 테마나 스토리를 노래와 춤, 풍자극등을 혼합해 구성한 쇼) 형태로 펼쳐지는 공연은 무엇보다 개성만점의 예술가들에 있다.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유명 아티스트들과 세계명작에서 만나보던 주인공들의 현학적인 모습, 그리고 통렬한 캐리커쳐는 콘서트화 돼 기발하면서도 의미심장하게 드러난다. 걸음마를 막 시작한 어린아이의 피아노 연주를 통해 우리 사회의 조기 및 영재교육의 과열을 꼬집고 뭐든지 해낼 수 있다는, 스스로 명인이라며 자만에 빠진 첼로 연주자는 우스꽝스럽기만 하다. 또 아리아의 의미도 모른 채 이탈리아식 창법에만 빠진 성악가의 자아도취, 보고 또 봐도 마냥 신기한 마술의 마력에 끌린 관객을 엉뚱하게 만드는 마술사의 설정 등은 공연장을 온통 웃음바다로 만든다. 하지만 백미는 따로 있다. 각기 색다른 공연들을 재치있는 말솜씨로 연결시키고 예술에 대한 견해와 미학적 입장 등을 유머 가득한 대사로 설명하는 사회자. 이는 바로 오브라쵸프가 투영된 분신이며 오브라쵸프는 이 사회자를 통해 자칫 지루 할 수 있는 아카데미즘과 속임수의 미를 전하고 예술의 오만과 편견들을 해학적인 재치, 신랄한 풍자로 풀어간다. 여기에는 희망이 있다. 오는 31일부터 8월3일까지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공연장을 찾으면 숨결 불어 넣어진 커다란 인형들의 ‘진기한 콘서트’를 만날 수 있다. 오후1시30분과 4시, 1일 2회 공연. 문의 230-3219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어린이들의 마음은 호기심 천국이다. 어른이라면 상상치 못했을 이야기를 주저없이 쏟아내고 갖가지 창의력이 발휘된 그림을 자유분방하게 펼쳐 놓는다. 어릴때 예술체험은 그래서 중요하다. 부모는 단지 예술인으로 성장하는 것을 바라기보다 상상력과 모험심을 체험시키고 아이들 자신만의 세계를 넓혀주는 것이 중요하다. 분당 갤러리삼성 프라자에서 그림과 음악이 만나는 이색전시가 열린다. 화가 이순형이 동물원의 주인공인 동물들을 그리고, 신동일·고영신·임연진·김영식 등 6명의 작곡가가 이야기를 담아 12곡을 들려준다. 배고픈 여우와 숲속 귀염둥이 아기 다람쥐가 등장하고 느릿한 걸음의 곰과 앙증맞은 돼지도 출연한다. 아이들은 전시장에 설치된 그림도 감상하고 나른한 오후의 기린이나 여러가지 곡예를 펼치는 뱀을 소재로 한 음악도 감상할 수 있다. 프랑스 작곡가 생상스가 ‘동물의 사육제’를 썼다면 이번에는 우리 정서에 맞는 ‘동물 환상곡’을 만든 것. 28일부터 내달 2일까지 ‘이순형 그림이 있는 동물환상곡’은 작곡마당과 분당YMCA가 공동주최하고 율뮤직이 주관한 전시콘서트. 음악평론가 탁계석씨는 “농사가 씨뿌릴 때를 놓쳐서는 안되듯 어린이의 상상력 밭에 무엇을 심을지 언제 뿌릴 지가 중요하다”며 “컴퓨터 자극에 빠진 아이들에게 ‘동물 환상곡’은 정서 성장에 없어서는 안 될 신선한 예술 비타민”이라고 말했다. 음악회는 오전 11시, 오후 2시, 오후 5시 3차례 열린다. 입장료 1만원. 779-3835 /이형복기자 bok@kgib.co.kr
설화에 비춰…‘오늘의 연극’ 꼬집어 설화는 몽상의 세계에 갇혀 있었으며 현실적 비애는 토막토막 끊어진 채 온전하지 못했다. 무대 위 시·공간은 그렇게 흘러 버렸다. 대진공연예술원(대표 윤우영)이 경기문화재단 창작활성화 사업의 지원을 받아 7월 3일과 4일 포천 대진대학교 예술관 공연장에서 상연한 ‘연오세오’(조광화 作). 삼국유사의 ‘연오랑세오녀’(延烏郞細烏女) 설화가 바탕이 된 작품의 의미를 찾자면 지역에서 진행된 순수예술의 창작적 열정이었다. 일단 작품은 기대 이하였다. 이는 어쩌면 너무도 큰 설레임으로 인한 반사적 실망일 수도 있다. ‘남자충동’이란 작품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넓힌 조광화의 초기 희곡이란 점은 호기심을 작동시키기 충분했고 설화를 오늘날 연극계의 문제점과 결부시킨 작품의도 또한 흥미로웠지만, 13년전 작가가 연극계에 처음 뛰어들 무렵에 쓴 이야기를 별다른 수정없이 선보이기엔 무리인듯 보였다. 해와 달의 정령 연오와 세오가 왜국으로 끌려갈 무렵 연오역을 맡은 승철은 심난하다. 공연일정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건만 아무것도 준비된 것이 없다. 여기에 장맛비로 더욱 우중충해진 지하 소극장은 암담하기만 할뿐. 게다가 CF섭외가 들어와 출연을 결심했지만 연출가는 막이 오르기 전 작품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없다며 만류한다. 결국 고성이 오가는 싸움이 벌어지고 배우가 떠난 소극장은 갑작스레 무너져 버린다. 설화와 현실을 반복적으로 오가며 풀어가는 스토리는 꼭 액자소설 형식을 띠었다. 하지만 액자는 작품을 품지 못했고, 작품은 액자와 어울리지 않았다. 액자와 작품은 필연적 혹은 우연적 관계에 놓여있지 않았으며 다만 암시적 상징성만을 갖고 있었다. 이 때문에 상연내내 작품은 제자리만 빙빙 돌았다. 작품은 애초부터 작금의 연극계 상황에 짜증낼 준비를 하고 있는 듯 했다. 배우들의 고성과 갑작스런 분노, 이후 감싸도는 적막감, 이를 매듭짓지 못한 채 이어지는 장면전환 등은 어린아이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며 보채는 것과 같았다. 부조리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긴장감을 유발시킬 만한 극적 전개도 없었으며, 대안 또는 이상향을 제시한 것도 아니었다. 객석과 10여m의 거리도 채 안되는 무대에서 보여준 배우들의 커다란 몸동작이 버거워 보일 뿐이었다. 다시한번 상기하지만 이는 작가 조광화와 대진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공연영상학과 교수 윤우영이 엮어낸 작품이라는, 이름값에 반추된 아쉬움이 큰 것 같다. 반면에 이번 작품을 통해 확인한 지역 연극 인프라 구축의 모색은 수확이라 할 수 있다. 경기북부 지역에도 연극 활성화의 움직임이 자생적으로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비록 4일 오후2시 공연에는 20여명만이 객석을 채워 관객 확보란 과제를 낳긴 했지만 ‘포천’이라는 향토를 떠올렸을땐 그리 절망적이진 않았다. 땅은 넓고 인구밀도는 낮은 지역에서 관객의 숫자에 의미를 두기는 일렀다. 윤우영 대표도 “대학로 또한 불황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이제 막 붐이 형성되려는 지역에서 모든 것이 다 갖춰지길 기대하긴 어렵다. 어쩌면 ‘불모지’라 할 수 있는 곳에서 기반을 다지는 중”이라며 이러한 현실을 인식했다. 윤 대표는 대진공연예술원을 ‘프리프로덕션’(pre-production) 시스템으로 운영할 것이라 밝혔다. 프리프로덕션이란 공연단체가 자체적 혹은 지자체 및 기관의 후원을 받아 지역민들에게 무료로 작품을 제공하고 일정 시즌이 끝나면 검증 단계를 거쳐 중앙무대에 올리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몇 가지 주의가 필요하다. 자칫 지역은 주인이 아닌 중앙을 위한 시험무대가 될 수 있으며 좀 더 철저한 노력이 따르지 않으면 작품은 생산과 동시에 사라지는 다작에 이를 수 있다. 일련의 제고될 점을 보완한다면 프리프로덕션은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이는 장치가 될 수 있으며 지역과 중앙이 공존하는 바람직한 모델로 보인다. 포천은 올해 9월 시립극단을 창단할 계획이다. 또 설립 10여년에 불과한 대진대학교에 6년여된 예술대학원의 번듯한 공연장이 생겼다. 여기에 전문공연 집단 대진공연예술원이 날개를 펴고 지역을 향한 연극열정을 퍼뜨리기 위해 이륙중이다. 포천뿐 아니라 양주 등 경기북부에 순수예술의 꽃이 활짝 필 날이 하루라도 빨리 오길 기대한다.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