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10. 연천 전곡선사박물관

전곡선사박물관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박물관 주변에 활짝 핀 인동덩굴 꽃향기를 맡으며 반짝이는 유선형의 박물관을 살펴본다. 아득한 선사시대를 다루는 박물관의 디자인이 예사롭지 않다. 세계 공모로 당선된 두 명의 프랑스 건축사가 선사시대로 떠나는 우주선을 상상하며 설계한 것이라고 한다. 풍광이 빼어난 한탄강 가까이에 자리 잡은 연천 전곡선사박물관(관장 이한용)은 선사시대와 오늘을 잇는 흥미로운 역사 공간이다. 박물관 주변 수십만평의 드넓은 대지 위에 ‘전곡리 유적’과 ‘구석기체험숲’이 펼쳐진다. ■ 선사시대로 떠나는 행복한 시간여행 “전곡선사박물관은 동아시아 최초의 아슐리안형 주먹도끼 발견으로 세계 구석기 연구의 역사를 다시 쓰게 만들었던 역사적 현장에 건립된 유적박물관입니다. 경기도가 세계적인 문화유산이자 국가사적 제268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는 전곡리 유적의 영구적인 보존과 활용을 위해 설립한 것이지요.” 박물관 출입구를 장식한 별자리 장식을 보며 동굴을 찾고 잠들었을 선사시대 사람들의 하루를 생각해 본다. 관람객을 원시인들이 살았던 선사시대로 데려가는 박물관은 동굴처럼 아늑하다. 상설전시실 입구에 설치된 모니터에 이한용 관장의 얼굴이 비친다. 놀랍게도 이 관장이 유창한 프랑스어로 박물관을 소개한다. “하하, 제가 말하는 것이 아니고 인공지능(AI)으로 처리한 것입니다. 구석기박물관이지만 가장 첨단의 매체를 활용하는 박물관입니다.” 최첨단 기술인 AI로 영어와 일본어까지 4개국어로 박물관을 소개하는 것은 선사박물관이 전국에서 최초다. 상설전시관 전체 전시의 주제는 ‘시간여행’이다. ‘시간의 선’을 따라 전시실로 들어서면 처음 마주하는 유물이 1978~1979년 연천 전곡리 유적에서 발견된 최초의 주먹도끼들이다. 전곡리에 살았던 사람들이 사용했을 주먹도끼를 둥근 유리관에 전시해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인류 진화의 위대한 행진’은 약 700만년 전 유인원 ‘투마이’로부터 약 1만년 전 평양 인근에서 발견된 ‘만달인’까지 총 14개체의 화석인류가 전시돼 있다. 가죽옷을 입고 창을 든 만달인은 구석기에서 신석기로 넘어가는 시기의 사람이다. 평양 인근의 용곡동굴에서 발견된 호모 사피엔스 ‘용곡인’은 만달인과 함께 북한 고고학을 대표한다. 만달인을 우리 한반도의 직접 조상이라고 주장하는 북한 고고학계는 전곡선사박물관에 전시된 만달인의 존재를 알고 있을까. 나무에서 초원으로 내려온 ‘사바나의 최초 인류’부터 아프리카에서 아시아로 터전을 옮긴 ‘최초의 아시아 이주인’도 함께 만난다. ■ 돌멩이에 새겨진 동물과 인간의 역사 작은 동산처럼 꾸민 공간에는 어떤 동물이 숨어있을까. 나무와 바위에 몸을 살짝 가린 독수리는 박제된 것이지만 살아 있는 듯 당당하다. 성격이 예민해 망원경으로나 관찰해야 하는 두루미를 바로 곁에서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니 감동이다. “멧돼지와 고라니 등 연천군에서 기증한 것을 박물관에서 박제한 것입니다. 경기도에서 매년 상설전의 콘텐츠를 보강하는 예산을 지원하고 있지요.” 상설전시실의 작은 변화를 찾아내는 것도 관람의 재미를 더해준다. 알타미라 동굴 벽화를 재현해 놓은 공간은 몇 차례 찾았으나 여전히 감탄을 자아낼 만큼 훌륭하다. 온라인으로 즐길 수 있는 전시도 여럿 마련돼 있다. 나무를 마찰시켜 불을 피우고 돌멩이를 깨뜨려 돌도끼를 만드는 ‘고고학 체험실’과 약 250만년 동안 이어진 인간 육식의 증거 및 의미를 살펴보는 기획전 ‘고기’와 개관 10주년을 맞아 준비한 ‘오! 구석기’도 구석기시대의 의식주 생활을 살펴볼 수 있는 흥미롭고 알찬 전시다. ■ 아름답고 슬픈 멸종동물 이야기 ‘아름답고 슬픈 멸종동물 이야기’에는 어떤 동물이 등장할까. 기획전시실로 연결되는 통로가 지하동굴처럼 재미있다. 8월까지 열리는 이 기획전은 인간의 탐욕과 무지로 많은 생명이 지상에서 사라져가는 안타까운 현실을 성찰하도록 만든다. 평소 우리가 만나기 힘든 동물들이 주인공이다. 동물을 소개하는 그림에 동물이 처한 상황을 알려주는 부호를 살펴본다. 현재 위기에 있는 동물들은 어떤 종일까. 사라져 가는 동물을 소개하는 그림도 수준 높은 작품이다. “46억년의 역사를 가진 지구에는 공룡을 포함한 수많은 종이 멸종하고 새로 태어났습니다. 공룡이 사라진 마지막 대멸종이 있은 지도 어언 6천600만년이 돼갑니다. 이후에도 지구에서 멸종은 계속돼 매머드와 털코뿔소, 검치호 같은 동물들이 멸종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동물들이 사라졌기에 지금의 동물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라니 자연의 질서가 오묘하다. 인류 또한 마찬가지다. 돌도끼를 비롯한 도구를 사용하며 지구를 지배하기 시작한 인류는 산업혁명 이후 지구의 생태계를 위협하기 시작한다. 기획전 ‘아름답고 슬픈 멸종동물 이야기’는 우리가 만날 수 없는 털매머드, 검치호, 네안데르탈인, 도도새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환경과 자연의 소중함을 차분하게 들려준다. 전시물을 관람하다 재미있는 것을 발견한다. 매머드 상아를 전시한 곳에 붙은 안내문이다. “진짜 매머드의 상아를 만져 보세요!” 조심스럽게 매머드의 상아를 쓰다듬어 본다. 귀중한 유물을 관람객이 직접 만져 볼 수 있도록 전시한 박물관의 결단과 배려가 고맙다. ■ 연천 전곡리 구석기 축제의 탄생기 “1978년 전곡리 유적을 발견한 다음 해에 발굴 조사가 시작되면서 곧바로 약 80만㎡(24만평)의 유적 일대가 국가사적 제268호로 지정됐습니다. 세계 고고학계를 놀라게 한 중요한 발견으로 세계적인 지질학자와 고고학자들의 방문이 끊임없이 이어졌지요. 그러나 당시 전곡리 유적에 대한 지역민의 인식은 매우 낮았고 지역 개발의 장애물로 취급받는 형편이었습니다.” 1993년 4월 전곡리 구석기 유적관(현 유적관리사무소)이 건립됐을 때 기념 공연이 펼쳐진다. 이날 펼쳐진 원시인 퍼포먼스와 석기를 만드는 행사는 어린이를 비롯한 참가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 1994년 어린이날에 구석기 축제일로 지정된다. 2000년 제8회 전곡리구석기축제부터 행사를 주관한 연천군은 2011년 전곡선사박물관이 개관하면서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축제로 발전시킨다. 축제와 함께 전곡선사박물관의 대표 교육프로그램 ‘1박 2일 캠프’의 인기는 매우 놀랍다. “개관 당시부터 진행했던 것으로 선사 체험의 종합선물 세트 같은 프로그램입니다. 모집 공고 1~2분 만에 마감될 정도로 경쟁률이 치열해 올해부터는 선착순에서 추첨식으로 바꿨습니다.” ■ 선사시대는 남북 화해와 협력의 창 전곡선사박물관의 전시 방식도 실험적이며 도전적이다. 전시를 기획할 때 가장 집중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 박물관에서 강조하는 것은 ‘생각하고 상상하는 힘’입니다. 관람객들이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감정이입을 돕고 있습니다.” 박물관은 얼마 전부터 ‘선사 차력쇼’라는 재미난 이름의 시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직접 불을 피우고 돌을 깨 도끼를 만드는 연기를 보여주는 사람은 다름 아닌 이한용 관장이다. 관람객을 향한 박물관의 노력은 전시실과 체험장 곳곳에서 발견된다. 전시실 곳곳에 배치돼 관람객을 안내하고 궁금증을 풀어주는 어르신들은 연천지역의 노인대학생들이다. 박물관의 회의 공간을 지역과 군부대 등 공공 기관에 개방하고 있는 점도 칭찬할 만하다. 연천 전곡선사박물관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 같다. 76만㎡(23만평)에 달하는 드넓은 부지와 세계자연유산인 한탄강을 끼고 있으며 북한과 가까운 인문지리적 조건은 앞으로 강점이 될 것이다. 장래 한반도의 번영은 남북 화해와 협력으로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선사시대는 이념에서 자유로운 남북 공통의 역사다. “한반도의 선사시대를 공동 연구하는 날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용곡인과 만달인은 남북 교류의 상징적인 유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두 분을 평양박물관에 전시해 북한 주민들이 관람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한탄강이 싸고 있는 전곡선사박물관의 풍경은 사계절 모두 좋다. 무더운 여름철에 찾으면 더욱 좋은 박물관이 연천에 있다. 김영호(한국병학연구소)

노작홍사용문학관 ‘영화로 떠나는 세계문학 여행’ 매달 개최

노작홍사용문학관(관장 손택수)은 오는 10월까지 매월 1회 ‘영화로 떠나는 세계문학 여행’을 개최한다. 시민을 대상으로 선보이는 특별한 영화 프로그램으로 명작을 문학관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다. 지난달 17일 ‘어린왕자(2015)’ 애니메이션을 상영한 데 이어 이달 28일엔 ‘세 가지 색: 블루(1993)’를 선보인다. 이어 ‘일 포스티노’(7월 26일 오후 2시), ‘현기증(1959)’(8월 23일 오후 2시), ‘길(1954)’(9월 25일 오후 7시), ‘84번가의 연인(1987)’(10월 18일 오후 2시) 등을 관람할 수 있다. 스크린은 195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폭넓은 시대를 다양한 테마로 아우른다. ‘현기증’에선 스릴러의 진수를, ‘일 포스티노’와 ‘84번가의 연인’에선 감동 드라마를, ‘세 가지 색: 블루’에선 삶의 철학적 깊이를, ‘어린 왕자’에선 동화적 상상력을, 페데리코 펠리니의 대표작 ‘길’에선 고전영화의 깊이를 엿볼 수 있다. 명작 특유의 섬세한 미장센과 배우들의 명연기, 시간을 초월하는 보편적인 메시지를 소극장에서 경험할 수 있다. 프로그램은 ▲1부 영화 상영 ▲2부 박균수 시네필과의 대화로 이어진다. 2부에선 영화를 학술적으로 탐구하며 즐기는 박균수 작가와 함께 영화에 대해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눈다. 박균수 시네필은 1997년 ‘조선일보’의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돼 등단했고, 시집 ‘소멸의 산책(2022)’과 ‘적색거성(2019)’이 있다. 시카고예술 대학원에서 영화를 전공(M.F.A.)했다. 손택수 노작홍사용문학관장은 “올해는 문학관의 소극장 ‘산유화극장’을 활용한 영화 프로그램을 풍성하게 기획했다”며 “시민들이 문학작품과 영화를 함께 즐기고, 삶의 감동과 지혜를 나누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해균의 어반스케치] 안다미로

어머니는 손님상에 항상 고봉밥을 올리셨다. 도시인의 세련된 공기에 비해 월등히 큰 사발 그릇이 나는 늘 불만이었다. 훗날 사촌 형수가 된 예쁜 누나가 우리 집에 올 땐 더욱 고봉밥이 민망했다. 하지만 형수 누나의 밥 먹는 모습은 이 세상에서 서너 해를 넘기지 못했다. 안다미로는 넘치도록 담는다는 순우리말이라고 한다. 솟아오른 고봉밥이 하늘 가신 어머니의 불문율 같은 범절임을, 밥그릇이 삶을 담보하는 인생의 경전이었음을 세월이 가파르게 흐른 후에야 깨닫는다. 팔달산 허리의 전망 좋은 카페 안다미로는 낮 달맞이꽃 무리가 물 마신 노랑 병아리 하늘 보듯 반겼다. 붉은 장미는 정염을 불태우듯 카페의 뜰을 온통 휘감고 사바의 중생을 측은히 굽어보고 있다. 2층 방엔 낙엽 지던 가을과 창밖의 바람이 윙윙 울고 가던 그 겨울의 추억이 묻어 있다. 스케치가 끝나고 정성스레 만들어온 김밥을 나눠 먹는다. 삶을 엮는 각자의 방식은 늘 유대적이고 봉사적이고 맑다. 단오 지나 노랑꽃창포가 물가에 피어났다. 여름이 무르익는 유월은 준비 없이 미련 없이 매우 불친절하게 건너왔다. 인생이 여행이라면 뭉게구름 핀 여름은 또 어떤 길일까. 김종삼 작사 시인학교에 곡을 붙여 찌그러진 양은냄비를 두드리며 막걸리를 마시고 싶다. 레바논 골짜기 칼릴 지브란의 집에서 하늘에서 유람온 괴짜 시인 김관식이 쌍놈의 새끼들이라고 소리 지르는.

“향토 문화 발전 이끄는 숨은 일꾼 찾습니다”…제10회 우서문화상 수상후보자 공모

“지역 발전을 위해 묵묵히 애쓰는 숨은 일꾼을 찾습니다.” 지역사회를 위해 애쓰는 주역을 발굴해 향토문화 발전을 도모하는 우서문화재단(이사장 오국환)이 ‘제10회 우서문화상’ 수상 후보자를 공개 모집한다. 우서문화재단은 대한제국 말부터 평생 농촌진흥운동에 헌신한 우서 오성선(1872~1950) 선생을 기리고자 설립됐다. 우서 선생의 개혁정신을 계승해 지역의 인재를 격려하고 사회봉사와 농업을 장려하고자 우서문화상을 제정해 매년 부문별 수상자를 선정, 시상하고 있다. 우서문화상은 사회봉사상, 농업인상, 청년 농업인상, 공로상 등 총 네 개 부문을 시상한다. 사회봉사상, 농업인상, 청년 농업인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1천만 원과 상패를 수여하며 특별상인 공로상은 상장과 상금 100만원을 전달한다. 사회봉사상은 ▲사회 공동선을 위해 헌신한 개인 또는 단체 ▲사회 안정과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 지역사회를 선도하는 지역공동체의 숨은 일꾼인 개인 또는 단체 ▲주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문화·체육의 혜택을 누리도록 실행한 예술·체육 분야의 개인 또는 단체가 대상이다. 경기도 내 거주하는 개인이나 사무소를 둔 법인이나 단체여야 한다. 농업인상은 ▲새로운 농업기술의 개발 및 보급을 통해 고품질 농산물 생산 등 농업 발전에 기여한 농업인 ▲농업인들의 소득 증대 등을 통해 지역 농업 발전을 이끌어 가는 선도 농업인 ▲새로운 품목 개척 또는 농산품의 품질 향상과 부가가치를 창출해 수출 등 농업 발전에 공헌한 농업인 등이면 추천 가능하다. 실적 기간은 공고일에서 과거 5년 간이다. 청년농업인상은 ▲농업·농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선도하는 청년농업인(1984년 1월1일 이후 출생자)으로 농업인상에 해당하는 업적을 실현한 경우 해당된다. 농업인과 청년농업인 수상 대상자는 도내 주소와 사업장을 두고 영농활동을 해야 한다. 공로상은 사회봉사상, 농업인상, 청년농업인상 수상자의 추천인이 지정한 추천 담당자가 대상이다. 지역을 위해 헌신하는 수상 후보자들을 발굴하는 이들의 노고를 격려하고자 제정됐다. 사회봉사상은 도내 관할 읍·면·동장이나, 재단의 수상 후보자 추천 요청을 받은 관련 기관·단체장, 20인 이상의 도내 거주자나 우서문화상의 역대 수상자(동일 시상 부문) 등에게 추천 받으면 된다. 농업인상과 청년농업인상은 관할 시·군 농업기술센터장이 추천할 수 있다. 후보자 접수는 7월 31일까지며, 우서문화재단 누리집을 통해 추천서와 공적 설명서 등을 내려받아 이메일 또는 우편으로 제출하면 된다. 최종 수상자는 분야별 심사위원회의 심사와 재단 이사회 결의를 거쳐 결정되며 시상식은 10월 중 열릴 예정이다. 신청 방법 및 자세한 내용은 우서문화재단 사무국으로 문의하면 된다. 우서문화재단 관계자는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하시는 분들의 수고와 노력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관심을 통해 지역의 인재가 발굴되고, 지원받아 향토문화 더욱 발전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청소년 Q&A] 스마트폰을 과하게 사용하는 자녀, 어떻게 할까?

Q. 중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아빠입니다. 동영상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임 등을 하느라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SNS를 하면서 모르는 사람들과 친구를 맺고 있어 걱정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자녀가 SNS에 빠져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걱정될 것 같습니다. 미국 심리학회 보고에 따르면 55%의 응답자가 소셜 미디어에서 ‘좋아요’ 등을 통해 지지받거나 정서적으로 공감받는 느낌을 준다고 응답했지만 45%는 반대로 평가받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으며 38%는 그로 인해 자신을 자책하게 됐다고 합니다. 소셜 미디어는 잘만 활용하면 다른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소셜 미디어를 사용할 때 제한선을 둬야 하는 이유는 온라인에서의 삶이 전부가 아니라 내 생활의 일부가 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도 자녀들의 TV 시청 시간이나 스마트폰 사용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것이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하게 합니다. 그렇다고 전혀 접촉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 보고 꼭 필요한 정보를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게임이나 광고에 휘둘려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취미활동을 찾아볼 것을 권합니다. 이런 유혹에서 벗어나 절제와 자제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돼 생활의 규칙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하루 30분 정도는 전기 기기 없이 지내는 시간을 가져보기, 좋아하는 운동하기, 내 책상이나 방 청소하기, 독서하기 등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입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결국 우리가 매일 하는 행동의 95%는 습관에서 나온다고 할 정도로 습관은 우리의 생각이나 행동을 지배합니다. 좋은 습관을 만들지 나쁜 습관을 만들지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된 것입니다. 한번 몸에 밴 습관은 고치기가 무척 어렵다는 것을 기억하고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나쁜 습관은 하루빨리 고치도록 해야 합니다. 유경연 수원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사

평면과 입체의 경계 넘나드는 황은화 작가 ‘또 다른 시각’… 서울 아트센터 자인서

현대사회에서 우리의 인식과 감각이 어떻게 다층적으로 확장하는지 살펴보는 전시가 마련됐다. 서울 아트센터 자인에서는 3일부터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넘나드는 황은화 작가의 초대전 ‘또 다른 시각’이 펼쳐진다. 현대미술에서 평면과 입체, 실재와 허상 사이의 경계는 오랫동안 예술가들의 탐구 대상이었다. 황 작가는 이러한 전통적 개념을 계승하면서도 고유한 시각 언어로 새로운 차원의 경험을 제안하는 ‘공간 회화’라는 독자적인 작업 세계를 구축해왔다. 황 작가의 작업은 2차원의 평면에 3차원의 입체감을 부여하고, 회화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든다. 그는 “한 점은 모든 것을 품고 시작하며, 면은 그 안에서 입체를 만들어낸다”며 일상의 평범한 순간들을 입체적인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재구성한다. 황 작가의 작품은 흰 캔버스 위에서 출발해 절제된 선과 중첩되는 색채의 층위를 통해 익숙하면서도 낯선 내면의 풍경을 그려낸다. 이는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선형적 시간에 매몰된 시각에서 벗어나 더 깊은 차원의 시간 전환을 유도한다.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가 서로를 비추며 공존하는 이중적 세계관은 작가가 언급한 ‘한 수레바퀴’의 은유로 표현된다. 작가는 “비움은 채움을 기다리고, 채움은 비움의 순환 고리를 갖는다”고 말하며 어둠과 빛, 낮과 밤, 이쪽과 저쪽의 상호보완적 관계를 통해 시각의 환기와 전환을 유도한다. 수원 출신인 황 작가는 홍익대 미술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런던예술대 첼시미술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미술협회원, 수원미술협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지난해 수원전통문화관, 2022년 정문규미술관, 2021년 북수원도서관에서 개인전을 여는 등 작품활동을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다. 황 작가는 “작품의 출발은 일상의 사물을 절제된 선과 색의 층위를 더해 낯설게 환기하는 데서 비롯된다”며 “관람객이 전시를 통해 공간 회화 속에 깊이 몰입하며 평면과 입체,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경계의 미학을 온전히 경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26일까지.

“화성행궁서 즐기는 ‘오징어 게임’”…수원문화재단, 전통놀이 체험존 운영

수원문화재단(대표이사 오영균)은 화성행궁 우화관 앞마당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자유롭게 전통놀이를 경험할 수 있는 ‘전통놀이 체험존’을 상설 운영 중이라고 3일 밝혔다. 체험존(공간)은 별도의 사전 예약이나 비용 없이 화성행궁 관람객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오징어 게임, 사방치기, 딱지치기 등 놀이는 부모 세대에는 유년 시절의 추억을, 어린 자녀에게는 즐거움을 전한다. 외국인 관광객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놀이를 주요 콘텐츠로 구성해 한국의 전통놀이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에게 흥미를 끌고 있다. 방문객은 현장에 배치된 QR코드를 통해 수원문화재단 공식 누리집 및 인스타그램 계정이 연동돼 놀이 방법과 체험존 이용 안내를 확인할 수 있다. 수원문화재단 관계자는 “화성행궁 전통놀이 체험존은 어른과 아이가 함께 뛰놀며 세대 간 이해와 가족 간 따뜻한 정서를 나눌 수 있는 ‘문화와 관광의 장”이라며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드라마를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한국 전통문화를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밝혔다. 체험존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연중 상시 운영된다. 야간 개장 기간에는 오후 9시30분까지 연장 운영되며, 우천 시 또는 안전상 문제가 발생할 경우 운영이 중단될 수 있다. 한편, 수원문화재단은 향후 지역 극단과 협력해 전문 배우들이 참여하는 ‘전통놀이 한마당’ 행사도 마련할 예정이다. 체험존의 인지도를 높이고, 시민들에게 더욱 풍성한 즐거움과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특별한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고뇌하는 여자 햄릿, ‘헤다 가블러’…14일 수원SK아트리움 무대 올라

헨리크 입센의 명작 ‘헤다 가블러’가 오는 14일 오후 3시 수원 SK아트리움 대공연장 무대에 오른다. 극단 툇마루(대표 조금희)가 선보이는 이번 공연은 지난 2023년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오른 후 두 번째다. 작품은 19세기 세계 최고의 극작가로 평가받는 노르웨이의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희곡으로 문학적 사실주의, 19세기 연극, 세계 드라마 장르에서 걸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작품은 1890년 노르웨이 크리스티아니아(현 오슬로)시의 서부 외곽 테스만가 저택에서 이틀 사이에 벌어지는 헤다 가블러의 비극을 다뤘다. 처음 희곡이 만들어졌던 당시 여성이 결혼 후 남성의 성을 따르지 않고, 주도적으로 상황을 끌고 가 많은 논란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 해석에 따라 불평등한 사회와 싸우는 여성 인물이자 전형적인 페미니스트로도 그려지기도 한다. 때로는 모략에 능하고 나르시시즘에 빠져 있는 악인으로 그려지기도 하는 등 다양한 해석을 보여주며 연출과 배우들에게 인기가 높은 작품으로 꼽힌다. 극의 헤다는 연극계에서 위대한 극적 역할 중 하나로 여겨지며 햄릿의 여성 변형으로 묘사된 바 있다. 이번 공연엔 배우 방은희가 헤다 가블러역을 맡았다. 또 연기파 배우 이원종, 오순태와 뮤지컬 배우 이태원, 한국여성연극협회 이사장이자 국악인이자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강선숙, 연극 레미제라블을 비롯해 많은 작품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도영희, 남승화가 출연해 무대를 풍성하게 채울 예정이다. 공연 관계자는 “조금희 연출은 이번 공연에서 전형적인 헤다와는 조금 다른 헤다의 모습을 그려냈다”며 “욕망과 연민에 초점을 맞추고, 브랙 판사의 역할을 크게 부각시켰으며 각 캐릭터들의 섬세한 내면 연기를 통해 작품이 주는 깊이를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람료는 R석 5만원, S석 4만원, A석 3만원이며 5월 20일까지 조기 예매 시 20% 할인 받을 수 있다.

안양시, 시립합창단 부지휘자에 송현아 신규 위촉

안양시가 2일 안양시립합창단 신임 부지휘자에 송현아씨를 위촉했다. 이날 오전 11시 시청 접견실에서 열린 이번 위촉식에는 최대호 안양시장과 이충한 안양시립합창단 지휘자 등이 함께 참석했다. 송현아 부지휘자는 상명대학교 성악과, 한국예술종합학교 합창지휘과, 에스토니아 국립음악대학교 합창지휘과를 졸업한 인재로, 에스토니아 국립음악대학교에서 지휘과 강사로 활동했으며, 법무부 소속 교도소의 수형자 합창단 지휘자 역할도 맡아왔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최종 선발된 송 부지휘자는 앞으로 합창단의 품격을 한층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최대호 시장은 송 부지휘자에게 “지휘자와 단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화합해 품격 있고 한층 더 수준 높은 합창단을 이끌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양시립합창단은 지난 1987년에 창단 이후 시민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아 온 합창단으로, 현재 이충한 지휘자, 이준영 단무장 및 신규단원 등 총 55명이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1월에 개최된 ‘2025년 신년음악회’와 3월의 ‘제136회 정기연주회’, 5월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 등 다채로운 합창 공연을 선보이며 많은 시민들에게 감동을 전하고 있다.

수원시립미술관 ‘수마 웰니스’… 단순 관람 넘어 ‘치유 공간’ [현장리뷰]

“캔버스를 흰색 물감으로 전부 덮겠습니다. 이번에는 나를 감싸는 온갖 부정적인 것들을 모두 걷어낸다고 생각하고 손톱과 스크래퍼를 이용해 캔버스를 덮은 흰색 화면을 긁어내 봅시다.” 마치 흙 속에 감춰진 진주를 찾듯이 11명의 참가자들이 각자의 앞에 놓인 조그마한 캔버스 위를 열심히 긁어냈다. 감정을 억눌렀던 규범에서 벗어나 흰 화면에 감춰졌던, 각자의 소중한 감정의 색채가 하나둘 드러날수록 이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지난 30일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진행된 ‘마인딩: 마주하기’ 프로그램의 ‘손끝의 위로와 마주하기’ 회차는 한 마디로 ‘비워내고, 다시 채워내는’ 시간이었다. 시민 참가자들은 이날 자신을 억누르는 사회·감정적 규칙과 규범에서 벗어나 각자의 내면을 들여다봤다. ‘마인딩: 마주하기’는 수원시립미술관이 고령화, 우울, 단절 등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예술로 치유하는 사회적 처방 프로그램 ‘SUMA Wellness(웰니스)’ 가운데 일부이다. 수원시립미술관은 지난해 시민의 심리 정서적 돌봄을 위한 ‘SUMA 웰니스’를 시범 운영을 했는데, 올해엔 전문성 강화를 위해 홍익대 교육대학원(미술치료 전공)과 업무협약을 맺고, ‘마인딩: 마주하기’ 프로그램을 공동 기획했다. 미술관이 단순한 관람의 공간이 아닌 치유적 공간으로, 시민들의 삶에 예술이 적극적으로 작용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값비싼 미술 치료프로그램은 미술관이란 특별한 공간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무료로 진행된다. 지난달 9일부터 본격 시작된 ‘마인딩’ 프로그램의 5회차에 접어든 이날은 박다은 홍익대 교육대학원 미술치료 강사의 진행으로 이뤄졌다. 박 강사는 “현대인은 자기 감정을 마주하는 시간이 부족한데, 진정한 마음 챙김의 시작은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러분은 승차권을 내고 개찰구를 들어갈 수도, 개찰구를 뛰어넘어 무임승차를 할 수도 있습니다.” 제일 먼저 수원역 지하철을 모방한 전시장 입구 앞에서 사회적 규칙을 벗어나는 과정이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각자의 손에 든 표와 옆에 자리한 다른 이들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당황하면서도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이번엔 미술작품 감상 규칙 깨기의 시간이었다. 고개를 거꾸로 돌려보기도, 앉아서 쳐다보기도 각자의 방식으로 작품을 즐겨본 이들은 2층에서 본격적인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나에게 중요한 감정, 소중한 것, 물질적 가치가 아닌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을 떠올려보고 엽서에 적어보겠습니다.” 가족, 건강, 사랑, 행복, 안정, 평온함 등 참가자들은 연필을 쥐어 들고 엽서에 단어들을 적어 내려갔다. 이번엔 소중한 감정에 어울리는 색의 물감을 하나씩 꺼내 들고, ‘붓’이 아닌 손가락을 이용해 캔버스를 채워갔다. 미끄러우면서도 부드러운 물감을 손끝의 감각을 이용해 거칠 화면에 그려나가는 체험은 일탈이었다. 이날 현장엔 20대 취업 준비생부터 간호사 직장인 친구, 10년 차 부부, 아픈 어머니를 위한 시간을 마련한 모녀 등 다양한 시민들이 모였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며 각자의 걱정과 불안 등 많은 이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간호대학 동기와 함께 자리한 김연주씨(가명·20대)는 “직장에서 일하며 ‘감정’은 불필요한 ‘소비’라 느껴져 일부러 꾹꾹 닫아뒀는데, 오늘 억눌린 감정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심장전문의 간호사인 김씨는 이날 자신이 좋아하는 색으로 커다란 심장을 그렸다. 아내와 함께 현장에 자리한 이기엽씨(38)는 “평소 미술과는 거리가 먼 삶이었는데, 프로그램을 따라가다 보니 예술이 가깝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아내 강초롱씨(35)는 “처음 그림을 그릴 때는 ‘잘못 그렸나’라고 생각했는데 완성된 그림을 보니 너무 만족스럽다”며 “후회하는 습관 대신 나 자신에게 만족해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은 후련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남기민 수원시립미술관 관장은 “앞으로도 ‘예술을 통한 돌봄’이라는 주제로 미술관의 적극적인 사회적 역할을 담은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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