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 마음 울린 ‘올해의 책’…‘이중 하나는 거짓말’·‘이처럼 사소한 것들’

지난 1년간 여행을 떠나면서, 트렌드를 쫓기 위해, 혹은 고민을 해결하고 위로받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책을 집어들었을 것이다. 올해 정치·자기계발·소설·철학 등 많은 분야의 책이 출간된 가운데 동시대 작가들, 독자들이 감명 깊게 읽은 책이 선정됐다. 역경을 극복하고 이뤄낸 성장, 인간의 실존적 고민과 품위를 그려 삶의 본질을 담아낸 책들이다. 독자들의 마음을 울린 ‘올해의 책’을 모아봤다. ■ 소설가가 뽑은 올해의 책…‘이중 하나는 거짓말’ 지난 8월 13년만에 장편소설을 발표한 김애란 작가의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교보문고의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책’에 선정됐다. 김 작가는 지난 2017년 단편소설 ‘바깥은 여름’에 이어 7년 만에 이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청소년들이 등장하는 이 소설은 비밀과 거짓말, 슬픔을 통해 잊을 수 없는 시기를 통과해 가는 이야기를 다뤘다. 책의 제목인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소설 속 담임선생님이 만든 ‘자기소개’ 게임이다. 새 학기가 돼 학생들이 자신을 소개할 때 다섯 개의 문장으로 스스로를 표현하되 그중 하나는 반드시 거짓을 포함시켜 다른 학생들이 무엇이 진짜고 거짓인지 알아맞히게 하는 것이다. 거짓말엔 단순히 누군가를 속이기 위한 마음이 있기도 하지만, 현실에서 불가능한 어떤 일을 그렇게나마 이루고 싶은 마음도 슬그머니 섞여 있다. 소설의 세 주인공은 서로의 비밀을 엿본 이후 서로에게 호감을 비치기도, 서로를 의심하기도 하면서 우정을 다져나가며 성장한다. 소설가들은 이 책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 않았던 성장 서사에 의문을 표현하고 공감하게 한다”, “비애를 가진 인물들이 더 나은 삶을 꿈꾸려고 하는 분투가 들어있다.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드는 책”이라고 평했다. ■ 독자가 선정한 올해의 책…‘이처럼 사소한 것들’ 아일랜드에서 오래전부터 거장의 반열에 오른 클레어 키건의 대표작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알라딘, 예스24의 독자들이 뽑은 ‘올해의 책’ 1위에 선정됐다. 특히 11일엔 이 책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가 개봉해 이목을 끌고 있다. 책은 1985년 빈곤에 허덕이며 혹독한 겨울을 지나고 있는 아일랜드의 한 소도니 뉴로스에서 시작한다. 부유하진 않아도 먹고사는 데 부족함 없이 슬하에 다섯 딸을 둔 석탄 상인 ‘빌 펄롱’. 그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수녀원에서 한 여자아이를 발견하고 그곳에서 벌어지는 불법적인 사건의 정황을 알게 된다. 용기를 내 불법을 드러낼지, 가정을 위해 침묵할지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지다 갈림길 앞에서 어떤 전율을 느낀다. 책은 작가 특유의 섬세한 관찰과 정교한 문체로 한 인간의 도덕적 동요와 내적 갈등, 실존적 고민을 치밀하게 담아냈다. 이 작품은 2022년 부커상 최종후보에 올랐고, 같은 해 오웰상과 케리그룹 문학상 등을 휩쓸며 작가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줬다.

[찬란한 고대 문명과 콜로니얼 문화가 공존하는 멕시코 여행 에세이] 23-④ 관광 대국 칸쿤에서 느낀 친절함

카페에서 옆자리 외국인 부부와 인사를 나누다 그들이 우리나라에 대해 많이 알고 있어 깜짝 놀랐다. 그들은 주한미군으로 복무할 때 우리나라 동두천에서 2년간 근무하며 한국에 대해 조금 알고 있다고 한다. 그에게 현금인출기 위치를 확인하고 아내와 함께 가려 하자 “당신 아내는 우리 부부가 잘 지켜줄 테니 걱정 말고 혼자 다녀오라”고 한다. 그가 알려준 대형 마트 2층 후미진 곳에는 10여대의 인출기가 있고 그중 한 대에 작은 씨티은행 마크가 새겨져 있다. 우리나라처럼 현금인출기의 통합 거래가 되지 않아 거래 은행 인출기에서만 현금 인출이 가능한 듯하다. 인출기 화면은 대도시와 달리 에스파냐어로 돼 있다. 호출 버튼을 눌러 직원에게 영어 화면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도움받아 한국 계좌에서 약간의 페소를 인출하고 카페로 돌아간다. 부부는 농담으로 “우리가 당신의 아내를 잘 지켜줬으니 여행을 즐기라”며 인사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는 떠나면서 “칸쿤 같은 국제 휴양도시는 외국인이 즐기기에 불편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아직 외국 관광객을 맞을 준비가 덜 된 것 같다”며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남기고 떠난다. 우리도 관광 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경청해야 할 대목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호텔 체크인 시간이 될 때까지 와이파이 사용이 자유로운 스타벅스에서 마야문명 자료를 정리하고 여행 떠날 때 준비해 온 자료를 읽으며 그동안 돌아본 여행지를 되새김해 정리한다. 박태수 수필가

"친애하는 한강"…기립박수 속 한국 첫 노벨문학상 수상

“디어 한강(친애하는 한강 작가). 스웨덴 한림원을 대표해 따뜻한 축하를 전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국왕 폐하로부터 상을 받기 위해 나와 주시기를 바랍니다.” 한강(54) 작가가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4 노벨상 시상식’에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그곳에서 한국인 작가와 아시아 여성의 이름이 불린 건 1901년 시작된 노벨문학상 역사상 처음이다. 한 작가는 이 시대 평화와 사랑의 가치, 문학이 갖는 의의를 전 세계에 전했다. 인류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 그 중 이상적 방향으로 문학 분야에 뛰어난 기여를 한 이에게 수여되는 노벨문학상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순간이었다. 이날 현지 시각 오후 4시부터 시작된 노벨상 시상식은 1시간10분가량 진행됐다. 노벨문학상은 물리학, 화학 등에 이어 네 번째로 시상이 이뤄졌다. 스웨덴 한림원 종신위원이자 노벨문학상 심사위원인 소설가 엘렌 맛손은 한강 작가의 작품을 흰색과 빨강, 두 색에 비유했다. 맛손은 “흰색은 화자와 세상 사이에 보호막을 긋고 있지만, 슬픔과 죽음의 색이기도 하다”면서 “빨간색은 생명을 의미하지만, 고통, 피, 칼의 깊은 상처를 나타내기도 한다”고 짚었다. 이어 그는 “그녀(한강)의 목소리는 유혹적으로 부드러울 수 있지만 형언할 수 없는 잔인함,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을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맛손은 한강 작가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연약하면서도 강하다며 작품 속에서 과거의 역사를, 질문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설 끝 한 작가의 이름이 호명되자,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이 일어섰다. 검정색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한 작가는 파란 카펫이 깔린 시상식장 한가운데 걸어가, 스웨덴 칼 구스타프 16세 국왕과 악수를 나눈 후 국왕으로부터 메달과 증서를 받았다. 메달에는 노벨상의 상징인 ‘알프레드 노벨’의 얼굴이, 뒷면에는 한강 이름이 새겨져 있다. 객석 내 1천500명의 청중은 환호와 존경의 기립 박수를 보냈다. 한 작가는 이후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사에서 열린 노벨상 연회장에서 국왕 등 1천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4분가량의 소감을 밝혔다. 노벨상 만찬은 가장 큰 행사이자 전통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한 작가는 어린 시절 풍경을 떠올리며 서두를 열었다. 여덟 살의 어느 날, 폭우가 내리던 그날 어린 한강은 처마 밑의 웅크린 아이들과 군중들이 저마다 자신처럼 비를 보고 있는 것을 바라보며 많은 1인칭 시점을 경험하는 ‘경이로운 순간이었다’라고 회상했다. “읽고 쓰는 데 보낸 시간을 되돌아보면, 저는 이 경이로운 순간을 반복해서 다시 살아왔습니다. 언어의 실타래를 따라 다른 마음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서 또 다른 내면과의 만남. 가장 중요하고 긴급한 질문을 그 실타래에 맡겨 다른 자아에게 보내는 것입니다.” 한강은 언어를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특히 그는 “언어를 다루는 문학은 자연스럽게 어떤 형태로든 체온을 품고 있다. 문학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일임이 분명하다”고 강조하며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 작가는 역대 121번째이자 여성으로는 18번째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받은 것은 2000년 평화상을 받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노벨상 시상식과 만찬을 마친 한 작가는 11일(현지 시각) 스톡홀름에서 한국 언론과 별도의 회견, 12일에는 스웨덴 왕립극장에서 독자들과 만나며 ‘노벨문학상 여정’을 마무리한다.

[이해균의 어반스케치] 크리스마스카드를 그리며

연말이 다가올수록 마음 한쪽이 소슬하다. 크리스마스카드 그리기를 수강생과 함께했다. 카드엔 필수 항목을 넣었다. To와 From, 그리고 한 해 동안 고마웠던 분 또는 가장 미안했던 분을 상기하는 멘트를 넣는 것이다. 처음엔 남편과 아내에게 쓰는 것을 쑥스러워했지만 가장 가까운 사람은 가족임을 인식했다. ‘핑크공주 울 딸! 너의 찬란한 젊은 시절을 응원해,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라고 쓴 분, ‘남편! 지금처럼 잘 싸우고 잘 화해하며 건강하게 여생을 함께 보내자. 친애하는 나의 배우자님께 아내 지숙’, ‘내 인생의 반짝이는 구슬 같은 그대의 사랑에 감사합니다. 승은’, ‘나의 인생 여행 동반자 항상 옆에서 나를 응원해주는 내 인생 여행 친구, 잘한다고 응원해주고 격려해주고 챙겨주는 당신 늘 감사합니다. 연화’, ‘그때나 지금이나 늘 변함없는 마음으로 웃음을 주는 그대를 사랑해요. 향숙’ 등 가족이 대부분이다. ‘잘해주지 못해 미안했습니다. 새해엔 사랑을 많이 주겠습니다, 건강하고 행운이 있기를, 지난 시간 감사했어요’라고 쓴 희영님의 글도 진정성이 느껴졌다. 비상한 시국에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군 생활 잘하고 만나자’라고 군대 간 아들에게 쓴 금선님의 글도 뭉클하다. 학창 시절 이후 처음 그려본 크리스마스카드라며 모두가 들떴다. 쿠오바디스! 모두가 엄중한 시기를 잘 헤쳐 나가길. 그리고 사랑하는 내 가족에게도 한 해 동안 행복했다는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생각하며 읽는 동시] 신발 두 짝

신발 두 짝 문삼석 신발 두 짝이 나란히 누워 소곤소곤 얘기했대요. -우린 일할 땐 따로따로지? -그렇지만, 쉴 땐 이렇게 함께잖아?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 어느 집이건 신발장을 열면 신발 두 짝이 나란히 진열돼 있다. 큰 신발은 아빠 신발, 조금 작은 신발은 엄마 신발, 그 옆에 놓인 누나 신발, 형 신발 그리고 내 신발. 모두모두 나란히 놓여 있다. 이 동시는 바로 그 두 짝의 신발을 노래한다. 흥미로운 것은 그 두 짝 신발의 주고받는 대화다. ‘-우리 일할 땐/따로따로지?/-그렇지만, 쉴 땐/이렇게 함께잖아?’ 시인은 신발을 통해 ‘가족’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침 식탁에 모여 앉아 밥을 먹은 후 각자 일터로 떠났다가 저녁이면 다시 돌아오는 가족의 이야기다. 가족은 거실에 모여 앉아 차라도 한 잔씩 나누며 오늘 하루에 있었던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그 이야기 가운데는 보람찼던 이야기도 들어있을 테고, 힘들었던 이야기도 들어있을 테고, 속상한 일도 들어있을 터. 가족은 거기서 삶의 즐거움과 함께 행복을 느낄 뿐 아니라 고단함과 피로를 씻기도 한다. 그리고 또 있다. 내일의 희망도 서로서로 주고받는다. 이 동시를 읽다 보니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이란 그림이 생각난다. 가난 속에서도 삶의 즐거움을 함께하는 가족의 저녁 식탁. 시인은 바로 우리들 모든 가정의 평화로운 저녁을 소망하며 이 동시를 쓴 건 아닐까 싶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현대의 트렌디한 도자기를 한눈에… 국내유일 도자 박람회 ‘경기도자페어’ 12일 개막

도자기의 새로운 트렌드를 소개하는 국내 유일의 도자 전문 전시회 ‘경기도자페어’가 막을 올린다. 한국도자재단은 오는 12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코엑스 B홀에서 이 같은 전시회를 연다. 특히 최신 인테리어 경향을 소개하는 홈스타일링 전시회 ‘서울 홈·테이블데코페어’가 동시에 열려 현대 삶의 트렌드에 맞춘 다양한 도자기를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주거생활 양식도 경험할 수 있다. ‘요즘도자 THESE DAYS CERAMICS’를 주제로 한 올해 전시는 ▲전시·판매관 ▲기획전시관 ▲홍보관 등으로 구성된다. ‘전시·판매관’에는 경기도 요장 총 64곳이 참여한다. 트렌디한 생활 도자기부터 전통·작품 도자기, 장신구, 오브제 등 일상 속 다양하고 감각적인 도자 상품을 선보인다. 관람객들은 작가와 직접 소통하며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취향에 따른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기획전시관’에는 올해의 도자 테이블웨어 트렌드를 만나볼 수 있는 ‘요즘 도자’ 기획전시가 열린다. 기획전시관 1, 2관에서는 플라워랩 그로브의 하수민 디렉터가 참여해 자연의 도자기라는 의미를 가진 ‘자연도’를 주제로 색을 활용한 전시를 연다. 흑과 백 그리고 자연의 상징인 초록색으로 자연과 ‘요즘도자’의 조화를 만나볼 수 있다. 기획전시관 3관에는 푸드스타일링 스튜디오 차리다의 심승규 디렉터와 김은아 푸드스타일리스트가 ‘도자, 정물로 피어나다’라는 주제로 공간을 연출한다. 요즘 도자의 예술적 아름다움과 함께 도자가 단순히 정적인 오브제를 넘어 감정을 담은 일상품임을 보여준다. 기획전시관 4관에서는 아이오이(IOE)의 정찬희 디렉터가 ‘A PiECE OF SWEET’을 주제로 디저트 접시, 커트러리, 캔들 등 도자 오브제를 조명해 ‘디저트의 달콤함을 담는 하나의 CERAMiC PiECE’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회에선 다양한 강연·시연 행사가 마련돼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다. 12일에는 하수민 디렉터의 ‘쓰임이 있는 도자기’, 13일에는 이영숙 셰프의 ‘우리시절 음식과 도자기’, 14일에는 김은아 디렉터의 ‘인생을 아름답게, 차리다’, 14일에는 정찬희 디렉터의 ‘MEET YOU AT ①NE TABLE’ 등이 진행돼 도자기의 역사와 실용을 아우르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 밖에 ‘홍보관’에는 ‘경기도자미술관 창작공방’, ‘경기도자박물관 공예의 언덕’, ‘경기공예창작지원센터’ 등 한국도자재단 입주작가의 작품 전시와 함께 ‘경기도형 스마트혁신 도자공방 지원사업’ 전시관이 운영된다. 한국도자재단은 국내 대형 유통사와 홈쇼핑 등을 초청해 경기도자페어 참가 요장과의 만남을 연결하는 ‘구매상담회’와 더불어 경기도자의 판로 개척과 지속적인 마케팅을 지원하는 ‘네이버 쇼핑라이브’도 진행한다. 최문환 한국도자재단 대표이사는 “올해 경기도자페어는 경기도의 우수한 도자 업체와 작가들을 소개하는 동시에 도자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관람객들이 도자 문화를 더욱 가까이에서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자리”라고 말했다.

최재혁·앙상블블랭크, 현대음악 매력 발산…‘BBC 프롬스 코리아’서 눈길 [공연리뷰]

음악가 최재혁과 앙상블블랭크가 객석과의 소통법을 연구하는 현대음악의 매력을 선보였다.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클래식 음악 페스티벌 BBC 프롬스 코리아가 한국 관객들과 만났다. 올해 한국 공연은 2016년 호주, 2017년 두바이, 2019년 일본에 이은 아시아 네 번째 순서로 마련됐다.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프롬스 공연은 영국에서의 핵심 요소를 가져오면서도 현지 관객의 정서와 여건에 맞춘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구조다. 그 가운데 3일 오후 7시30분 공연장을 수놓은 무대는 음악가 최재혁이 지휘·작곡·예술감독을 맡아 주목받았다. 그가 중심이 돼 2015년 창단한 앙상블블랭크는 국내 최고의 현대음악 전문 연주단체다. 또 이날 무대에는 세계적인 클라리넷 연주자 제롬 콤테도 함께 동참했다. 1부는 조커 분장을 한 트럼본 연주자가 베리오의 ‘트롬본 솔로를 위한 시퀜자 Ⅴ’를 선보이면서 시작했다. 그는 객석 속에서 출발해 통로와 무대를 오가며 경계를 무너뜨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어지는 순서는 독일 출신 현대음악 작곡가 알렉산더 슈베르트의 ‘심각한 미소’. 지휘자, 피아니스트, 첼리스트, 퍼쿠셔니스트가 모두 손목에 센서를 부착했다. 격렬한 손짓과 몸부림이 소리로 변환되는 과정이 실시간으로 펼쳐졌다. 이들의 퍼포먼스는 연주라는 행위를 돌아보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악기를 두드리거나 현을 문질러야만 연주일까. 첼로의 현을 떠난 활이 허공을 가를 때 생성되는 불규칙한 전자음이 관객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번쩍이는 조명, 무너지는 화음, 반복되는 몸짓들을 두고 과연 음악이고 연주라고 할 수 있을까? 음악과 연결되는 여러 감각을 화두로 내세운 퍼포먼스는 다음 무대를 통해서도 그 의미를 확장해 나간다. 모차르트의 ‘세레나데 10번 B♭장조 ‘그랑 파르티타’ 중 Ⅲ. 아다지오’가 어디에서 울려 퍼졌는지 떠올려 보면 된다. 바로 무대가 아닌 객석 뒤편이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과 음악이 생성되는 곳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에서, 관객들의 감각 체계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결국 최재혁 예술감독과 앙상블블랭크가 마련한 1부 무대는 객석을 향해 익살스런 질문을 던졌다. 음악을 음악답게 만드는 요소가 무엇인지, 무대를 무대답게 만드는 요소가 무엇인지 자유롭게 생각해볼 기회를 던져준 셈이다. 이어지는 2부에선 제롬 콤테의 클라리넷이 무대로 합류했다. 에릭 사티의 ‘백사시옹(앙상블 버전, 편곡 최재혁)’, 최재혁의 클라리넷 협주곡 ‘녹턴Ⅲ’, 베르트랑의 ‘스케일’이 차례로 무대에 올랐다. 현대음악의 흐름 속에서 관객과 소통하는 법을 찾아내고픈 연주자와 예술감독의 열망이 담긴 무대라는 점에서 1부와 연결고리가 느껴졌다. “옛것과 새것의 조화를 모토로, 검증된 작품뿐 아니라 다양한 예술 분야와 협업하는 방안도 고려한 풍성한 무대를 준비하고자 했다”는 최 감독의 말이 자연스럽게 이해되는 무대였다.

생생한 현장 ‘순간포착’... 경기지역 보도사진전

한 장의 사진이 증명하는 역사의 기록과 감동이 한데 모인 전시가 열린다. 한국사진기자협회 경기지회는 오는 13일부터 19일까지 경기도청 1층 로비에서 ‘2024 경기지역 보도사진전’을 개최한다. 올해로 28회를 맞은 전시에는 경기일보를 비롯해 경기신문, 경인일보, 기호일보, 인천일보, 중부일보, 뉴시스, 뉴스1, 연합뉴스 등 한국사진기자협회 경기지회 소속 사진기자들이 한 장의 사진으로 취재해 담아낸 역사와 삶, 사건·사고와 사회적 이슈 등 보도사진을 선보인다. 전시에선 경기일보 김시범 기자의 ‘어미 잃은 야생동물 새끼들의 슬프고도 귀여운 눈, 눈, 눈’과 이산가족 고령화가 가속화 된 가운데 시급한 상봉의 필요성을 인물 사진으로 알린 조주현기자의 ‘이산가족 고령화 가속, 상봉 시급’ 등 사건·사고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알린 보도사진을 만날 수 있다. 또 ‘시각장애인도 윷놀이 즐겨요’(윤원규 기자), 부산 KCC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 경기에서 승리를 알리는 골을 넣은 선수가 환호하는 순간을 담아낸 ‘좋았어! 승기 잡았어’(홍기웅 기자) 등 일상에서 만나는 즐거움과 환호의 순간도 생생히 전한다. 수천 개의 단어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풀어낸 보도사진을 통해 사건·사고, 기후 변화, 인권, 사회적 현상 등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접할 수 있다. 임열수 한국사진기자협회 경기지회장은 “보도사진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닌, 그 이면의 사건과 감정을 전달하는 중요한 매체다. 작품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발견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경기시나위, 21일 송년음악회 ‘사유하는 계절’로 한해 마무리

경기아트센터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가 한해를 마무리하며 소중한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연말 콘서트를 마련했다. 경기시나위는 오는 21일 경기국악원 국악당에서 송년음악회 ‘사유하는 계절’을 무대에 올린다. ‘사유하는 계절’은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한 해를 마무리하며 계절 한 편에 담긴 소중한 추억들을 사유한다는 의미를 담은 따뜻한 감성의 연말 콘서트다. 매년 경기시나위의 명곡 시리즈로 국내 최정상급 협연자들이 함께했다. 이번 공연은 올해 경기시나위가 위촉초연한 대표 곡인 이창의 작곡의 ‘선경’과 손다혜 작곡의 ‘이화 도화 만발하니’로 포문을 연다. 이어 뮤지컬 레베카, 명성황후, 맘마미아, 팬텀 등의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뮤지컬계의 디바 신영숙이 뮤지컬 모차르트의 ‘황금별’과 뮤지컬 엘리자벳의 ‘나는 나만의 것’ 등을 경기시나위와 함께 선보인다. 또 피아졸라의 ‘리베르 탱고’와 영화음악 시네마천국 OST는 섬세하면서도 패기있고 당당한 연주를 선보이는 클래식계의 젊은 연주자 첼리스트 이길재의 연주로 만나볼 수 있다. 팝클래식 보컬그룹 유엔젤 보이스는 경기시나위와 위촉 초연한 곡 ‘나부코 아리랑’과 ‘You raise me up’을 선보인다. 이와 함께 무대를 감싸는 감각적이고 화려한 미디어아트와 크리스마스 캐럴이 연말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릴 예정이다. 김성진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은 “4계절에 담겨있는 크고 작은 추억들을 가슴 깊이 사유하며 경기시나위가 선사하는 송년음악회를 통해 따뜻한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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