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답답·팔다리 뻐근 ‘담음증’... 운동·식이조절로 체중 감량부터 [알기쉬운 한의약]

여유가 될 때마다 음악을 즐겨 듣는다. 소프라노 박혜상이나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 내한 같은 이벤트가 있으면 가능한 공연장에 간다. K-POP 아일릿도 좋아하고, 미레이도 듣고, 올리비아 로드리고보다는 아리아나 그란데의 Eternal Sunshine을 들으면서 유행에 뒤처지는 건 아닌지 걱정한다. 예전 같으면 종로 주변을 돌아다니며 좋아하는 음반들을 구해야 했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인터넷이 발전하고 여러 플랫폼이 생기면서 음악 듣기가 너무 편해졌다. 하지만 아무리 요즘이라도 아직 주류에서 벗어나 있는 음악들은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 얼마 전 Maggie Cullen이란 가수의 Canciones Del Viento란 앨범을 들었다. 관심이 가서 찾아보니 국내 포털에는 당연히 정보가 없고, 구글에도 별다른 정보가 없다. 예전에는 이러면 좌절했지만 요즘에는 AI에게 물어본다. “Maggie Cullen”이 누구야? 구글에도 없는데 AI는 답을 해준다. Maggie Cullen은 아르헨티나의 포크 가수로 코스킨에서 열린 Festival País 2024 무대에 섰으며, 프레미오 가르델 2023에서 Canto Versos란 곡으로 수상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코스킨 페스티벌 2024 무대를 감상해보라고 추천해준다. 무엇이든 모르겠으면 검색하는 시대이다 보니, 소중한 내 몸이 아플 때도 누구나 검색을 해 본다. 그래서 진료실에 들어오기도 전에 환자 스스로 진단을 마친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그중에서도 열에 일곱 분 정도가 말씀하시는 진단명이 있다. “저는 담음증 같습니다.” 갑자기 몸이 뻐근하고 통증이 생기면 ‘담 결렸다’고 한다. ‘담’은 친숙한 표현이지만 막상 설명하려면 어렵다. 검색해보면 수많은 글이 나오긴 하는데 읽어봐도 원인이 뭐라는 건지 딱 잡히지 않는다. 그런데 읽다 보면 내 증상과 비슷한 증상들이 많아서 내 병도 담음증같이 느껴진다. 한의학적으로 ‘습담’이나 ‘담음’을 간단히 정리하면 ‘체내 수액 대사에 문제가 생겨 특정 부위에 정체되는 현상’을 말한다. 흉부 순환이 떨어지면 가슴에 무엇이 걸린 것처럼 답답하고 갑자기 두근거릴 수 있다. 진득한 가래가 섞인 기침이 나기도 한다. 팔다리 순환이 떨어지면 팔이나 다리가 천근만근 무거워서 꼼짝하기도 힘들어진다. 다리 쪽이나 얼굴에 부종이 생길 수도 있고 소변을 봐도 시원치 않을 수 있다. 배가 살살 아프고 설사를 자주 할 수도 있다. 만성기관지염, 삼출성흉막염, 심부전, 위장 기능 이상, 장폐색증도 담음증과 연관이 있다. 그러니까 담음증은 커피면 커피, 베이글이면 베이글만 파는 전문점이 아니라 무엇이든 다 있는 편의점과 비슷하다. 그래서 어떤 증상이든지 담음병으로 생각하고 찾아보면 담음병으로 보인다. ‘어혈’이란 비슷한 증상도 있어서 환자를 더 고민에 빠지게 한다. 어혈증은 혈액 순환에만 초점을 맞춘 병명인데 두 병 다 순환 대사 문제이다 보니 아무리 검색을 해봐도 깔끔하게 정리가 되지 않는다. 내 병이 담음증인지 어혈증인지 고민하지 말고 한의원에 가자. 복잡한 진단은 전문가가 하는 것이 안전하다. 병원에 가기 싫다면 담음병을 예방해보자. 많은 분들이 놓치고 있거나 애써 무시하려는 병의 원인이 체중 증가이다. 근래 들어 체중이 늘었다면 음식 조절과 운동으로 체중부터 줄여야 한다. 물은 가능하면 실내 온도 비슷하게 마시는 것이 좋다. 건강에 좋다고 다양한 차 종류를 드시는 분들이 있는데 아무리 건강에 좋은 것이라도 너무 과하면 신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가래 때문에 힘들다면 색깔과 점도, 양 등을 일기처럼 기록해서 진료 시 한의사에게 보여주면 도움이 된다. 등에 갑자기 ‘담’이 와서 결리고 아픈데 바로 한의원에 갈 상황이 못 된다면 우선 따뜻한 수건으로 찜질해주거나 마사지로 아픈 부분을 순환시켜 주면 도움이 된다.

여성국극·인형극·무용 통해 사회부조리 고발…창작산실 신작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공연예술 신작 축제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이하 창작산실)을 내년에 31편 선보인다. 여성국극과 인형극에서 역사·고전 비틀기까지 신선한 소재와 형식의 공연을 만날 수 있다. 28일 위원회에 따르면 17회째를 맞은 창작산실은 제작부터 유통까지 단계별 지원을 통해 우수 신작을 발굴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대표적인 공연예술 지원사업이다. 내년에 선보이는 31편의 공연 중 오는 1월, 신작 무대 6편을 무대에 올린다. 우선 역사와 고전을 모티브로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한 창작뮤지컬 2편이 공연된다. 다음 달 3일부터 12일까지 인터파크 서경스퀘어 스콘 2관에서 열리는 ‘무명호걸’은 조선을 구하려는 무명호걸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무협 판타지극이다. 1월 8일부터 26일까지 대학로 SA HALL에선 ‘오셀로의 재심’이 공연된다. 셰익스피어의 고전 '오셀로'를 재해석한 작품으로, 데스데모나를 죽인 오셀로가 신화 속 복수의 여신들이 주관하는 ‘에리니에스 특별법정’에서 재심을 받는 독창적인 설정이 추가됐다. 사회문제를 춤과 움직임으로 풀어낸 무용 작품, ‘당신을 배송합니다’(1월 4·5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는 새벽 배송 노동자로 일했던 안무가 백주희의 경험을 모티브로, 배송 노동자가 ‘빠른 배송’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치열한 하루를 그려냈다. 인형극, 여성국극 등 다양한 연극적 형식을 통해 시대를 바라본 연극 3편도 눈길을 끈다.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기존의 인형들 : 인형의 텍스트’(1월 10~19일)는 퍼펫 디자이너인 인형작업자 이지형이 만든 ‘인형’을 중심으로, 그 인형을 활용하는 작업을 세 명의 희곡 작가가 자기만의 시선으로 서술한 세 편의 단막극이다. 각각의 극 속에서 인형은 작가들이 만들어낸 하나의 인물로 표현되고, 세 편의 단막극 연출은 인형작업자 이지형이 맡았다. 작가 고연옥과 연출 구자혜 등 연극 창작진이 참여해 만든 여성국극 ‘벼개가 된 사나히’(1월 11~19일)는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펼쳐진다.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선 작가 배해률과 연출 윤혜진의 신작 연극 ‘목련풍선’(1월18~26일)이 관객을 만난다. 화학공장 인근 마을의 가장 외딴집을 배경으로, 도처에 흐르는 수많은 죽음을 기억하며 끈질기게 애도하려는 의지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자세한 내용은 공식 누리집과 SNS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티켓 예매는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누리집, 인터파크 등에서 가능하다.

과식·과음하기 쉽상... '연말 건강 챙기기' A부터 Z까지

몸과 마음이 분주해지는 연말이다. 건강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하는 시기다. 모임에 참석하다 보면 과식과 과음을 하기 쉽고, 생활도 불규칙해질 수 있다. 건강검진과 예방접종을 마쳤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2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지해 위식도역류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약 486만 명으로 해마다 환자가 증가 추세다. 특히 12월이 다른 달보다 환자가 많은데 이는 기름진 음식 섭취와 야식, 과식, 잦은 음주 등에 노출되기 쉬운 시기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위식도역류질환을 예방하려면 기름진 음식, 커피, 술 등을 피한다. 또 음식을 많이 먹으면 위산이 많이 나오므로 과식하지 않아야 하며 규칙적인 식사로 불필요한 위산 분비를 줄이고 좋은 생체리듬을 유지하도록 한다. 알코올 과다 섭취로 인한 급성췌장염 역시 유의해야 한다. 급성췌장염은 담석, 음주, 대사장애, 약물, 복부 손상 등 다양한 원인으로 췌장의 선방세포가 손상돼 국소적인 염증이 발생하고, 췌장 주변 조직과 다른 장기에도 손상을 일으키는 급성 염증성 질환이다. 가장 흔한 원인은 음주와 담석인만큼 급성췌장염 예방을 위해 과도한 음주를 피해야 한다. 연말연시 잦은 모임으로 인한 알코올 섭취는 간세포 손상과 간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간질환은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려우니 평소 본인의 음주 습관을 점검해 절주해야 한다. 10~11월이 적정 시기인 독감 예방접종을 아직 하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하는 것이 좋다. 한국건강관리협회 경기도지부 관계자는 “독감은 보통 이듬해 4월까지 유행한다. 특히 노인과 어린이에게는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으니 더욱 주의해야 한다”며 “독감 바이러스는 매년 변이를 일으켜, 유행하는 바이러스가 달라지므로 매년 새로운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용인문화재단, 1월 새단장한 용인포은아트홀서 기념 공연 ‘환영’ 개최

용인문화재단은 다음 달 18일 오후 5시 용인포은아트홀에서 정통 클래식 연주자가 무대를 수놓는 공연 ‘환영’을 선보인다. 용인포은아트홀의 재개관을 기념해 ‘새로운 출발’과 ‘환영’의 메시지를 담은 이번 공연에는 이마에스트리 단원, 뉴욕 클래시컬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 총 100여명의 출연진과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 테너 김재형이 협연자로 한 무대에 오른다. 지휘봉을 잡은 양재무 음악감독이 이끄는 보이스 오케스트라 ‘이마에스트리(I MAESTRI)’는 국내외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남성 오페라 가수들이 모인 단체다. 이번 공연에서 정통 합창 본연의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이어 뉴욕 클래시컬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대한민국 대표 스타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은 사라사테의 ‘지고이네르바이젠’을 연주하고 유럽 최고의 무대에서 찬사를 받고 있는 테너 김재형은 오페라 ‘토스카’의 ‘별은 빛나건만’으로 풍성한 감동을 선사한다. 공연은 전석 무료다. 용인문화재단 관계자는 “1천500석 규모의 객석 수 확대, 무대 시설 개선 공사를 마치고 110만 용인특례시에 걸맞은 공연을 선보일 수 있게 돼 뜻깊다”며 “앞으로 포은아트홀에서 더욱 다양한 장르의 수준 높은 공연 예술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박성호 ‘경기 리베라 오케스트라’ 초대 지휘자 “장애인에 대한 사회 편견 깨는 모델 만들 것”

“‘경기 리베라 오케스트라’의 한계는 없습니다. 장애인 연주자와 음악적으로 하나되는 일이 운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의 장애인 오케스트라 ‘경기 리베라 오케스트라’가 지난 3일 공식 창단하며 힘차게 첫 발을 내디뎠다. 라틴어로 ‘자유롭게 하다’라는 뜻의 ‘리베라(Libera) 오케스트라’는 지난 9월부터 실기·면접 심사를 통해 선발된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 연주자 등 40명의 단원으로 구성됐다. 리베라 오케스트라는 창단식에서 조르주 비제의 ‘파랑돌’ 등 4곡을 성공적으로 연주해 관객들의 환호와 쏟아지는 박수 갈채를 받는 등 호평을 얻고 있다. 순항 중인 오케스트라 뒤엔 묵묵히 이들을 이끌고 있는 초대 지휘자, 박성호 성신여대 겸임교수가 있다. 박 지휘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간담회에서 “지휘자, 단원 할 것 없이 개개인은 지극히 평범하고 보잘 것 없다. 그러나 이들이 모여 장애인을 대표해 비장애인에게 음악이란 매개체로 소통을 하고자 하니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라며 “리베라 오케스트라는 다듬어지지 않은 ‘보석’ 그 자체”라고 말했다. 박 지휘자와 장애인 오케스트라의 인연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06년부터 7년간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된 ‘하트하트오케스트라’의 초대 지휘자로 활동하며 이들을 국내 최정상 장애인 오케스트라로 이끈 실력자로 명성이 높다. 몸도 마음도 지쳐 장애인 오케스트라의 지휘봉을 내려놓은 지 11년. 그러나 그는 운명적으로 다시 장애인 오케스트라의 초대 지휘자로 지휘봉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물불 안 가리던 당시의 열정에, 경험으로 쌓은 현재의 노련함이 더해진 박 지휘자는 ‘오직 장애인들을 돕는 지휘자’로 기억에 남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다. 박 지휘자는 “열정적으로 달리는데 상처를 많이 받으며 불안했던 시기가 있었다”며 “이후 장애인 관련 일을 애써 외면했지만, 지휘자를 선발한다는 소식에 심장이 뛰기 시작했고 운명처럼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경험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라며 “음악, 악기 구성, 장애 전문가, 보호자와의 소통 뿐 아니라 행정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으로 장애인들이 행복한 오케스트라를 이끌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박 지휘자는 내년 4월20일 ‘장애인의 날’에 맞춰 리베라 오케스트라의 첫 번째 정기연주회를 시작으로 연 2회 연주회를 여는 데 이어 장애인 단체들과의 교향악 축제 등도 선보일 계획이다. 그는 “장애인 오케스트라의 창단은 단순한 음악적 도전이 아니라, 장애인 연주자들의 음악적 잠재력을 끌어내는 중요한 프로젝트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시도”라며 “오케스트라가 점진적으로 성장해 우리나라 최고의 장애인 오케스트라로 자리잡고 나아가 세계적인 롤모델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리베라 오케스트라가 음악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연결하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는 모델이 되길 바란다”며 “단원들의 재능을 더 빛나게 하고, 그들의 삶이 음악으로 더 풍요로워지도록 온힘을 다하겠다”고 웃어 보였다.

위기의 ‘지역 저널리즘’… 국경없는 ‘생존 해법’ 공유 [인천경기기자협회 창립60주년 특별기획]

로컬 저널리즘, 日 나고야 지역신문을 찾아가다 지난달 말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퇴근시간대 지하철엔 많은 승객들이 탑승한 채였다. 성별도 연령대도 직업도 제각각이었지만 모두 스마트폰에 눈을 고정하고 있었다. 책이나 신문을 읽는 승객은 찾기 어려웠다. 한국 지하철의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나카무라 도시야 나고야대 글로벌미디어연구센터장은 “일본 신문 시장의 상황을 매우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라며 “일본에선 그간 지하철에서 모든 사람들이 신문을 봤지만, 지금은 모두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신문이 아닌 온라인 포털 사이트 등에서 뉴스를 보는 것이 일상화됐다. 신문 구독자와 발행 부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고 신문 광고 수익 역시 온라인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신문요? 안 보는데요.” 온라인 플랫폼 발달로 뉴스 소비 경향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독자를 잃어가는 신문 산업은 사양길을 걷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특히 지역신문사 가운데 다수는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인천경기기자협회는 창립 60주년을 맞아 신문 시장이 비교적 큰 일본을 찾아 현지 언론 상황을 살폈다. 이곳 역시 ‘신문을 읽지 않는 시대’가 도래한 것은 매한가지였다. 일본 최대 지역 언론사인 주니치신문사의 경우 발행 부수만 250만부로 국내 1위 신문사보다 발행 부수가 2배 이상 많지만, 독자들의 평균 연령층이 높아지고 청년세대가 더 이상 신문으로 뉴스를 소비하지 않으면서 위기감이 크다고 했다. 주니치신문사의 발행 부수는 일본 전체 신문 중에서도 세 번째로 많을 정도로 막강하지만, 2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이는 40% 가량 줄어든 것이다. 인구가 감소세인데다 뉴미디어의 홍수로 신문이 점차 설 자리를 잃어, 구독자는 더 줄어들 것이라는 게 주니치신문사의 전망이다. 비단 주니치신문사만의 얘기는 아니다. 나고야대학 글로벌미디어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신문 발행 부수는 지난 20년 전에 비해 45%가량 줄었다. 이런 구독자 감소세는 각 신문사의 운영 문제와도 직결된다. 주니치신문사를 비롯한 다수의 일본 신문사들은 구독료가 전체 수익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국내 신문사에 비해 규모가 훨씬 큰 일본 현지 신문사들이 생존에 관한 고민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이런 점 때문이다. 사사가세 유지 주니치신문사 편집위원은 “구독 수입이 70%에 이른다. 그런데 인구가 줄어들고 독자가 고령화되면서 구독자가 감소하는 추세다. 당연히 구독 수익도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답을 찾기가 어렵다. 대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나카무라 교수도 “신문 구독자가 줄어들면서 다수의 신문사엔 경영 위기가 도래했다. 이런 점이 저널리즘 위기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신문 왕국’도 디지털 전환 가속화 지난 1월1일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했다.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주니치신문사 기자들은 어느 때보다도 바빴다. 디지털편집부 스미 기자도 현장으로 달려갔다. 360도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를 긴 막대기에 부착해, 노토반도 현장 곳곳을 다니며 지진 직후의 상황을 생생하게 담았다. 스미 기자가 촬영한 영상은 주니치신문사가 자체 유튜브 채널에 게시한 영상 중 가장 많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스미 기자는 “사람들이 종이 신문을 읽지 않는 것일 뿐, 뉴스를 소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재 디지털편집부엔 10명이 있는데 앞으로 인원이 보충될 예정이다. 기사를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신문 왕국’ 일본에도 ‘신문을 읽지 않는 시대’가 도래하자 현지 신문사들은 저마다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며 생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스미 기자의 말처럼 뉴스의 소비 행태가 달라진 것일 뿐 뉴스 자체를 보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 신문사들은 물론, 일본 신문사들도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비단 신문사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자체 홍보지와 언론 보도자료 배포 등을 통해 주요 시책과 행사 소식을 알려왔던 행정기관에서도 온라인 홍보 채널을 강화하는 추세다. 나고야시청의 경우 하루 10건가량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배포하고 있다. 매달 홍보 책자를 110만부가량 발행해 각 가정에 배포하는 방식으로도 나고야시의 주요 정책과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SNS 관리를 위해 젊은 직원들을 채용하는 등 트렌드 변화에 대응해 온라인 홍보 역시 강화하고 있다. 야마모토 이사오 나고야시 홍보과장은 “기본적으로는 자체 제작 홍보지인 ‘홍보 나고야’를 이용해 시정을 홍보하고 있다.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출입기자들과도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면서도 “인스타그램이나 엑스 같은 SNS를 운영하고 있고 유튜브 채널도 있다. (플랫폼 변화 등에 따라) 어떻게 하면 시민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 고민하고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트렌드가 무엇인지, 새로운 방식이 무엇일지 항상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콘텐츠의 취지와 내용 등은 다르지만 신문사와 행정기관 모두 시민들의 달라진 뉴스 소비 양상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나고야대 글로벌미디어연구센터 이하라 노부히로 교수도 ‘뉴스’의 위기가 아닌, ‘종이 신문’의 위기임을 지적했다. 센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뉴스를 일주일에 4일 이상 본다는 응답자는 58.8%에 달했다. 나카무라·이하라 교수는 “일본엔 전자판이라고 하는 웹 신문이 있는데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부 신문사의 경우 전자판의 구독자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종이 신문 구독자가 줄었다고 해서 뉴스 자체에 대한 관심이 낮아진 것은 아니다. 독자들이 종이 신문이 아닌, 포털 등 온라인으로 뉴스를 볼 뿐”이라며 “일본 신문사들도 전자판을 확대하는 등 달라진 흐름에 대응해 수익 확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광고 수익 역시 디지털 광고비는 약간이나마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 그럼에도 답은 ‘로컬 저널리즘’ ‘신문을 읽지 않는 시대’에도 뉴스는 계속 소비되는 만큼 생존의 관건은 저널리즘 구현이라는 것이 현지 언론사와 학계의 공통된 결론이다. 특히 지역언론의 경우 로컬 저널리즘이 문제를 풀 열쇠가 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주니치신문사에서 만난 현지 언론인들은 지역언론으로서의 본질에 충실하기 위해 의제 선정에 있어 지역을 중심에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도요타자동차의 본사가 소재한 아이치현은 그만큼 자동차 산업이 활발한 지역이라 주요 수출국인 미국의 정세 변화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에 이런 점을 다각도로 조명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마키 요이치 주니치신문사 편집국장은 “지역신문인 만큼 주민들에게 필요한 지역 뉴스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이를 중심에 배치한다. 국제 기사도 지역과의 연관성을 중심에 둔다. 아이치현은 자동차 공업이 활발한 지역이기에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따라 무역 정책이 어떻게 변화할지는 지역주민들도 궁금해하는 소식일 수밖에 없다”며 주니치신문의 편집 방향을 설명했다. 노토반도 지진 이후 현지 상황을 영상에 담았던 스미 기자도 “지진 이후 현지 상황을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았다. 지역의 소식을 가장 자세하고 생생하게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데, 이를 통해 주니치신문의 구독자가 늘어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로컬 콘텐츠의 잠재력과 그에 따른 지역 신문사의 역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런 점이 동일한 위기 상황에서도 주니치신문사가 상대적 강세를 지속하는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나고야대 글로벌미디어연구센터에 따르면 올해 일본 신문들의 발행 부수는 전년 대비 평균 7.3% 감소했지만 주니치신문사는 6.6%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이하라 교수는 “주니치신문사의 주 취재 지역인 도카이 지방 사람들은 비교적 이곳에서 나고 자라고 일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특성 탓에 지역 뉴스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고, 지역 뉴스에 강한 주니치 신문과도 잘 맞아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결국 신문의 위상을 유지하려면 저널리즘 구현에 대한 신뢰도가 굳건해야 한다는 게 이들이 내린 결론이었다. 이를 위한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는 점도 거론됐다. 나카무라 교수는 “AI(인공지능)가 정보를 수집하고 기사를 작성하더라도 결국 마지막은 기자가, 편집자가 확인을 해야 한다. 한국도 일본도 언론인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럼에도 신문은 신뢰성 높은 정보를 제공한다는 인식이 여전하고 그에 따른 니즈가 있다. 여러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인천경기기자협회 공동취재단= 경기신문 이근, 경기일보 박채령, 경인일보 최은성, 기호일보 곽정화, 인천일보 전민영, 중부일보 신지현, 협회 사무국장 강기정

[찬란한 고대 문명과 콜로니얼 문화가 공존하는 멕시코 여행 에세이] 23-⑥가톨릭 신앙의 구심점 구도심

멕시코시티 소칼로 광장에는 멕시코 가톨릭의 중심인 메트로폴리탄 대성당이 있고 구도심 곳곳에는 콜로니얼 시대 교회와 수도원이 있다. 멕시코시티 북쪽 테페익 언덕에는 중남미에서 가장 유명한 과달루페 성지가 있다. 이곳은 1531년 아스텍 원주민 후안 디에고에게 성모 마리아가 발현해 메시지를 전한 곳으로 멕시코인들에게는 가톨릭 신앙의 구심점이다. 과달라하라 구도심 아르마스 광장에는 대표적인 고건축물인 도리스 양식의 대성당이 있고 구도심 곳곳에는 엘 사그라이오 성당, 성 자포판 대성당, 성 이시드로 성당, 성 베드로 성당, 나자렛 예수 성당 등 오래된 중세 교회가 여럿 있다. 과달라하라대학 부근에는 고딕의 복고풍인 신고딕 양식의 성체성사 속죄교회가 있다. 2004년 세계 성체대회 때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이 교회를 찾았으며 성당 밖에는 교황 방문 기념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에스파냐풍 중세도시로 예찬하는 과나후아토 구도심에는 도시의 상징적인 건축물 중 하나인 과나후아토 성모 대성당이 있고 이곳에는 7세기에 에스파냐 안달루시아 지방 장인이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상을 삼나무로 만든 1.15m 크기의 고대 성모 조각상이 있다. 과나후아토대학 옆에는 1765년 예수회가 지은 예수 성심 교회가 있고 돔 천장의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빛의 향연은 굴절과 투과로 신비로운 매력을 발산한다. 분홍빛이 예쁜 산 미겔 데 아옌데에는 플라밍고처럼 우아하게 우뚝 솟은 첨탑을 가진 산 미겔 대천사 아르칸젤 교회가 있다. 거대한 조각품을 옮겨 놓은 듯 섬세함과 정교함의 극치를 이룬 교회는 에스파냐 세비야 대성당 중앙 제단의 플라테레스크 양식을 교회 첨탑과 중앙 파사드에 옮겨 놓았다는 착각에 빠질 정도로 아름답다. 구시가지 입구 라 팔마와 산 안토니오 교차로에는 동화 속 요정이 사는 마을의 교회처럼 외관 색상이 새하얀 성 안토니오 교회가 있다. 박태수 수필가

천주교·개신교 등 혼란 속 성탄절…'민주주의' 강조

혼란한 정국 속 성탄절을 맞아 종교계에서도 ‘위기 극복’을 골자로 한 미사와 예배가 이어졌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25일 정오 서울 중구 소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주님 성탄 대축일 낮미사’를 정순택 대주교 주례로 봉헌했다. 이날 정 대주교는 “아기 예수님께서 구유에 계신 모습은 새로운 시작의 가능성을 우리에게 보여준다”면서 “성탄이 다시금 희망의 시기임을 되새기게 된다”고 말했다. 앞서 0시에 거행된 ‘주님 성탄 대축일 밤미사’에서 정 주교는 “올해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혼란과 갈등 속에서 한 해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다”면서 “민주적이고 헌법적인 절차에 따라 국민 전체의 행복과 공동선을 향해 함께 노력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주교는 “우리 사회가 비록 두려움과 불안 속에 빠져 있지만, 정의로운 질서를 세우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면서 “평화는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개신교 주요 교회도 전국 각지에서 성탄 예배를 드리며 ‘민주주의’를 설파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담임목사는 25일 오전 9시 진행된 성탄절 예배에서 “그리스도인들이 국가적 위기를 극복해 낼 수 있도록 앞장서자”고 말했다. 이 목사는 성탄절 예배를 앞두고 발표한 성탄 메시지에서 “비상계엄 사태 이후 우리 국민은 물론 1천200만 성도가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으로 계속 고통과 갈등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면서 “하나님의 크신 위로가 함께하길 기도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목회자의 한 사람으로서 하나님과 성도 여러분 앞에 머리 숙여 회개한다”면서 “한국의 정치가 백척간두에 선 위기 상황에 이르기까지 무엇을 했는지 참회하며 깊은 반성과 기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린 9시 성탄 예배에는 여야 정치인들이 함께 참석했다. 국민의힘의에서는 권성동 원내대표, 최은석 대표비서실장, 조배숙 의원, 조정훈 의원이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당대표, 김민석 최고위원, 송기헌 종교특별위원회 기독교위원장, 조승래 수석대변인, 이해식 당대표비서실장 등이 참석했다.

[법률플러스] 내란죄

형법 소정의 범죄들은 크게 ▲국가적 법익에 대한 죄 ▲사회적 법익에 대한 죄 ▲개인적 법익에 대한 죄로 구별된다. 내란죄는 국가적 법익에 대한 죄의 상징과도 같은 범죄이다. 내란 행위는 국가 체제에 대한 도전이자 국가의 근간을 뒤흔드는 위험한 행위이므로 동서고금의 국가들은 모두 이를 중형으로 처벌했다. 우리 형법도 마찬가지이다. 형법 제87조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는 행위를 ‘내란’으로 규정하면서, 그 우두머리는 사형, 무기징역·금고로,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하거나 그 밖의 중요한 임무에 종사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금고로, 부화수행(附和隨行)하거나 단순히 폭동에만 관여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금고로, 각 처벌하고 있다. 형법은 본래 수괴(首魁)라는 용어를 사용했으나 2020년 12월8일 형법을 일부 개정하면서 ‘우두머리’라는 표현을 도입했다. 내란죄의 미수범도 처벌한다(형법 제89조). 내란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음모하는 행위, 내란죄를 범할 것을 선전·선동하는 행위도 3년 이상의 유기징역·금고에 처한다(형법 제90조). 요컨대 내란죄는 선전·선동, 예비·음모, 미수와 기수를 불문하고 모두 처벌되는 중대한 범죄이다. 형법 제87조 전단의 내란은 영토내란(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할 목적의 내란)이며 후단의 내란은 헌법내란(국헌 문란 목적의 내란)이다. 여기서 국헌 문란의 목적이란 무엇일까. 형법 제91조는 친절하게도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 또는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 또는 그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을 ‘국헌문란’으로 정의한다. 내란죄와 유사한 범죄로 반란죄가 있다. 군형법(제5조)은 작당(作黨)해 병기를 휴대하고 반란을 일으키는 행위를 반란죄로 처벌하고 있으며 특히 수괴의 경우 사형으로 처벌한다. 그러나 군형법은 군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원칙(군형법 제1조 제1항)이라는 점에서 내란과 다르다.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헌법 제66조 제2항). 대통령직의 기능을 보호하고 국가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는데, 이것이 이른바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이다. 이에 따라 대통령은, 범죄를 저지른 것이 명백한 경우에도 (그가 현직에 있는 한) 수사, 기소, 형사재판을 받지 않는다. 그런데 내란죄는 그 자체로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 수호에 정면으로 반하는 중대한 행위로서 이는 향후 헌법상 책무를 이행할 의사가 없다는 대통령의 선언과 다름없다. 따라서 재직 중 내란죄를 저지른 대통령에게도 불소추특권을 보장할 수는 없다. 헌법 제84조의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이라는 열아홉자는 바로 이 사실을 웅변하고 있다. 형법은 공소시효를 규정한다. 예컨대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의 공소시효는 25년이다. 그러나 헌정질서 파괴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 소정의 헌정질서 파괴범죄(형법의 내란죄·외환죄, 군형법의 반란죄·이적죄)는 공소시효 적용이 배제되므로(위 법률 제3조 제1항), 내란죄는 영원히 처벌의 대상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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