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베다니마을' 이호성목사

노숙자와 행려자들에게 나눔의 미덕을 실천하는 ‘걸인목사’의 세상 보듬기가 각박한 세상에서 한줄기 희망의 빛으로 세찬 늦가을 바람을 훈훈하게 녹여주고 있다. 12일 오전 5시40분 인천시 중구 인현동 동인천역 택시승강장에는 인근 지하도 등지에서 밤을 지새운 노숙자와 50여명이 행려자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이들이 이곳에 몰려드는 이유는 단 하나. ‘베다니의 마을’에서 눈이오나 비가오거나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아침·점심 두차례에 걸쳐 따뜻한 빵과 음료수는 물론, 김밥 컵라면 등을 나눠주는 무료급식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7년간 계속돼 온 무료급식 시간이 되면 인천은 물론, 김포·수원·안산·서울 등지의 오갈데 없는 노인에서부터 가출청소년에게 이르기까지 하루 200여명의 불우이웃들이 이곳을 찾아 줄을 서는 장관이 연출된다. 이처럼 소외받은 불우이웃들에게 나눔을 실천하는 공동체 베다니의 마을에는 ‘걸인목사’로 불리는 이호성 목사(44)와 나눔을 실행에 옮기는 강선희 전도사(38· 여), 김형찬 간사(31) 등 사랑의 천사들이 있다. 이들은 정부의 지원도 없는 상태에서 동인천역 광장에서의 아침·점심은 물론, 시흥시 신천동 시장 놀이터에서 점심을 제공하는 3차례의 무료급식 외에도 정신지체·치매노인·신체부자유자 등 150여명에 이르는 베다니마을 식구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어둠이 깃들 무렵 이목사는 회원들의 후원금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원생들과 노숙자들의 먹거리를 위해 시흥시 신천리 재례시장 바닥을 이잡듯 돌아 다닌다. 상점과 노점상들이 팔다 남은 생선과 야채·빵 등을 모으고 버려진 재활용품을 줍는 이목사는 그래서 상인들로부터 걸인목사로 불린다. “수년동안의 무료급식을 지켜본 출근길 시민들이 1천∼5천원씩 지원해 주는 후원금과 시장 상인들이 건네주는 야채 한조각에서 우리 사회의 따뜻함을 잊지 않는다”는 이 목사는 그러나 “아동·장애인 등의 분류를 나누어 지원하는 정부의 사회복지 정책은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회에서 버림받은 미혼모·직업여성·치매노인들은 따뜻한 가정을 바라는 공동체를 원하지만 정부에서는 이들을 갱생원처럼 사회와 격리시키는 현실과 동떨어진 복지정책을 펴고 있다는 생각을 지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늘 밤도 소외된 계층을 돕기위해 보리빵을 찌고 김밥을 말면서도 내일을 기약하며 나눔의 활동을 펴고 있는 사랑의 천사들과 이 목사의 활동이 계속되는 한 소외된 우리의 이웃들이 사회로 돌아올 수 있는 한줄기 등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다. 배다니 마을 (031-314-6962) /김창수기자 cskim@kg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