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동안 출입통제된 야생 동·식물의 천국’한반도의 허리를 두동강낸 민족 분단의 아픈 상징물 비무장지대(DMZ). 동쪽 강원 고성군에서 서쪽으로 경기도 옹진군까지 625리(250㎞)의 휴전선을 중심으로 남북 양쪽으로 각각 2㎞씩 분리된 공간이다. 이곳은 75%의 산림과 초지, 습지 등으로 이뤄져 동·식물의 생태가 거의 훼손되지 않은 세계에서 몇 안되는 자연 생태계의 보고(寶庫)로 평가받고 있다. ▲식물 비무장지대에서 조사된 식물은 모두 1천220종에 이른다. 강원도 양구군과 인제군 경계에 위치한 해발 1천300m 대암산 정상부근의 용늪지역은 우리나라에서 하나뿐인 고원습지로써 약 4천년동안 쌓이며 형성된 이탄층으로 된 늪이다. 이곳은 이탄층에서 나오는 유기산때문에 물이 산성화 되면서 끈끈이 주걱, 기생꽃, 도깨비 엉겅퀴, 장억새, 가는 오이풀, 에델바이스 군락 등 고산지대 북방계 식물들이 폭넓게 분포해 있다. 또 두타연 주변에는 분홍바탕에 붉은 반점이 있는 큰방울새 난군락과 잠자리를 닮은 잠자리 난초, 백로가 비상하는 듯한 해오라비 난초 등 야생란과 층층나무꽃, 금강제비꽃, 비로용담 북통발 등이 자라는 독특한 생태 지역으로 10종의 한국특산종을 비롯해 200여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어 전세계 식물학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향로봉 1천m 이상에서는 우리나라 특산식물인 금강초롱꽃, 금강봄맞이꽃, 금강제비꽃, 비로용담, 사향졸방제비꽃, 섬쥐똥나무 등 희귀종이 분포해 신비감의 극치를 이룬다. 더욱이 학명에 서울이라는 표기가 들어간 진돌쩌귀도 서식해 보존의 가치를 더해준다. ▲민물고기 DMZ에서 서식하고 있는 어류는 산천어, 금강모치 등 61종의 민물고기가 살고있는 것으로 학계는 보고있다. 강원도 양구군 대암산 두타연 폭포에는 섭씨 20도이하의 맑은물에서만 사는 열목어가 집단 서식하고 있다. 열목어는 갈색몸통에 검은 반점 무늬가 있는 북방계 어종으로 ‘민물고기의 제왕’로 불린다. 이곳에는 열목어외에도 배가사리를 비롯해 금강모치, 쉬리, 미유기, 돌상어, 퉁가리 등 25종이 있다. 또 강원도 고성군 고진동계곡에도 우리나라 고유어종인 금강모치, 버들가지, 미유기 등이 서식하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 곰, 사향노루, 산양, 하늘 다람쥐 등 동물 51종이 비무장지대에서 서식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산양, 사향노루는 멸종위기에 처해있는 실정이다. ▲조류 두루미, 저어새, 호사비오리 등 조류 267종이 서식하고 있다. 특히 민통선 이북 철원지역은 고지대의 평야로 야생조류가 많이 서식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구촌에 수천마리밖에 남지 않은 희귀철새인 두루미의 월동지로 전세계의 두루미 10%가 여기에서 추운 겨울을 나고있다. 두루미목 두루미과에는 모두 15종이 있는데 이 가운데 두루미(천연기념물 202호), 흑두루미(천연기념물 228호) , 재두루미(천연기념물 203호) 3종이 주로 겨울을 나고 있으나 검은 목두루미, 캐나다 두루미, 시베리아 두루미, 쇠재두루미도 가끔 날아온다. 또 세계적인 희귀조인 쇠가마우지, 흰날개 해오라기, 붉은 배새미 등도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절종위기에 처해 진것으로 알려진 노랑부리백로, 저어새, 개리, 검은물떼새 등도 비무장지대 인근에서 관찰할 수 있다. ▲곤충·양서·파충류 향로봉 1천m 이상에서는 세계적 희귀종인 고려집계벌레 등 2천235종의 곤충과 수서곤충 78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고 까치 살모사, 능구렁이 등 11종의 양서·파충류가 서식하고 있다. 이처럼 동·식물의 보고인 DMZ은 이미 ‘유엔환경계획’‘국제자연 및 천연자원보존연맹’등 국제기구들도 국제자연생태계보전지구로 지정 할 것을 제의하는 등 환경적 차원에서 그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비무장지대에서 서양민들레, 단풍 돼지풀, 달맞이 꽃 등 각종 외래·귀화식물들이 폭넓게 번식하고 있어 우리 토착식물의 보호와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이사람 / DMZ보존연구회 사이트 운영자 박정남> 지난 98년 인터넷상에 ‘비무장지대보존연구회’(WWW.dmzkorea.com)란 사이트를 개설한 박정남씨(58). 향로봉에서 장교로 근무하면서 DMZ의 신비로운 사계절을 지켜보면서 자연의 경이로움에 심취한 박씨는 30년동안 근무한 대기업에서 퇴사한 뒤 그동안 미뤄왔던 DMZ보존에 정열을 쏟았다. 박씨는 “민족의 비극이였던 6·25전쟁이 우리에게 남긴 비무장지대는 이제 원시림으로 성장해 자연환경을 통한 경제적 자산으로 다가섰다”며“이 비극의 현장을 세계인이 찾는 생태공원·평화의 상징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무장지대의 보존을 위해 박씨는 앞으로 환경·생태학자들의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정기세미나, 보존 여론형성을 위해 시민들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비무장지대 접경지역의 답사·조사 활동 등을 계획하고 있다. 박씨는 또 “최근 비무장지대 인접지역의 개발은 결국 자연환경을 파괴할 수 밖에 없다”며 “DMZ은 자연환경적 측면뿐만 아니라 역사·정치·군사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교훈을 담고있는 우리민족의 유산으로 세계적인 생태관광 명소로 가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학기자 chk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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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8-08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