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주부란 아무리 어려운 형편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며 모성을 바탕으로 자녀를 훌륭히 길러야 할 가정의 기둥. 그러나 일부 가정주부들은 남편의 무관심 등을 이유로 생활에 무력감을 느낀 나머지향락의 돌파구를 찾아 나서면서 ‘가정의 순결’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결혼 10년차에 초등학교 1학년에 다니는 자녀를 둔 이모씨(35·여). 그녀는 지난 3일 오후 2시께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R커피숍에서 남자친구를 소개 받았다. 이씨는 “남편이 사회생활로 정신없이 바쁘고 아이는 학교가 끝나도 학원수강 등으로 저녁때가 돼야 귀가해 가정생활에 정체성을 느꼈다”며 “남자친구를 만난뒤 부터는 따분한 시간을 메우고 스릴도 느낄 수 있어 좋다”고 심경을 밝혔다. 자신이 타고온 차를 주차장에 주차한 이씨는 남자친구와 인근 모텔로 발걸음을 옮겼다. 건축업을 하는 남편과 6살박이 아들을 둔 주부 김모씨(37·여·수원시 장안구)의 경우도 이유는 마찬가지. 김씨는 지난해 12월 다람쥐 쳇바퀴처럼 도는 가정생활에 염증을 느껴 친구들과 나이트 클럽에서 남자들과 부킹을 했다. 그날 이후 김씨는 자녀를 놀이방에 보내고 남편이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시간대를 이용, 남자친구를 만나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이처럼 무기력한 가정생활에서 벗어나려는 가정주부들의 움직임이 사회문제화된 지 이미 오래다. 갈수록 다변화되는 사회속에서 대화의 채널이 막히고 자신의 외소함을 느껴가면서 이같은 충동은 쉽게 주부들의 마음속을 파고 드는 것이다. 이에따라 가족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일깨우는 구성원들의 대화와 노력과 함께 비뚤어진 가정윤리를 바로잡는 범사회적 노력이 새천년의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수원여성회 회장 한옥자씨는“사회가 다변화 되면서 부부와 자녀간의 대화가 없어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건전한 가정과 사회의 도덕적 기강을 바로잡기 위한 범국민적 운동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창학기자 chkim@kgib.co.kr
우리의 가정이 흔들리고 있다. 예의를 지키며 의리를 존중했고 화목하게 상부상조하면서 예절과 도덕을 숭상해온 한민족. 그러나 마구잡이식으로 유입된 서구식 개인주의가 이기주의로 변질되면서 우리의 전통적 가정문화는 일대혼란기를 겪고 있다. 이에 본보는 퇴색해가는 가정문화를 되짚어보고 바람직한 가정상을 함께 모색하는 밀레니엄 기획물 ‘가정을 지키자’를 마련했다.<편집자주> ‘사이버시대에는 정작 어른이 필요없는 것인가. ’S보험 지역본부장인 김모씨(45·수원시 팔달구 영통동)는 4년전에 끊었던 담배를 최근 다시 피우기 시작했다. 김씨가 담배를 피우게 된 동기는 이렇다. 모처럼 자녀와 대화를 나누려고 방문을 열자 중학생인 아들은 컴퓨터로 낮뜨거운 음란영상을 보고 있었다. 화가 난 김씨는 야단치자 반성은 커녕 욕설을 내뱉는 아들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그러자 아들은 방문이 떨어져라 ‘꽝’닫고 나가버리고 김씨는 방안에서 한동안 허탈감에 빈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그 얘기를 하자 동료들의 반응은 이랬다. “충격받고 자살하면 어떻게 하려고”“요즘 아이들 다그래 야단치지마”“사소한 일에 가정을 걸지마 다쳐” 음란 영상를 보는 아들에게 주의를 주는 것이 무모한 짓일까. 김씨는 아들을 야단쳤다는 이유로 ‘영웅파 아저씨’가 된뒤 어른의 존재를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어릴때 무얼 잘못하면 부모님이나 친척, 동네 할아버지들이 “그러면 안된다”고 야단쳐주었고 그시절엔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요즘은 아무도 그런 어른의 역할을 하려하지 않는다. 충격을 주었던 ‘빨간마후라’사건, 딸같은 어린 학생과 깊은 관계를 갖는 원조교제. 이 모든것은 어른들이 만든 퇴폐·외설문화의 결과이다. 요즘의 아이들은 책을 멀리하고 텔레비젼·컴퓨터와 함께 자라는 영상세대들이다. 이들에게 명심보감·공자를 얘기하면 고리타분하다고 외면한다. 이들에겐 정신적 지주가 없다. “존경할 어른이 없다”는 것이 이들의 변(辯). 그저 정신적 공허감을 메우기위해 말초적 것에 아까운 열정을 쏟아 붓는다. 세파에 찌든 이땅의 아버지들은 영혼이 순결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자녀들에게 잘못을 야단치거나 비판해서는 안되는 것인가. 아이들에게 욕을 먹거나 맞는것이 두려워 침묵하는 것이 오늘날 어른들의 자화상이다. 이땅의 어른들은 성공한 어른으로서만이 아니라 때론 낙방자로서 자신들의 실패담을 진솔하게 털어놓고 인생선배로서 교훈을 전해줄 권리와 책임이 있다. 그리고 내 아이만이 아니라 우리사회의 아이를 키운다는 마음으로 우리의 미래를 일구는데 용기있게 뛰어들어 때론 회초리로, 때론 칭찬으로 감싸 안아야한다. 내 아이는 남의 아이와 함께 자라면서 우리의 새천년을 이어나갈 뿌리이기 때문이다. /김창학기자 chkim@kg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