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와 매체 사이…우리는 '지역 극'에 남는다" [무너지는 지역 연극⑤]

인터뷰 줌-in 연출가 겸 극단 예성 대표 박재운 “한평생 무대 짓고 연극… 꿈이자 현실” #5장: 깔끔하고 세련된 호텔에도, 바퀴벌레와 곰팡이가 덮인 초가삼간에도 저마다의 삶이 있다. 잘난 척 우쭐대며 뽐내는 이에게도, 손가락질 당하며 폄하 당하는 이에게도 저마다의 인생이 있다. “그래서 그 삶과 인생이 도대체 뭔데”라는 질문에 돌아오는 답은 “몰라? 몰라도 돼, 그게 연극이야”란다. 희끗희끗한 머리카락과 수염으로 호탕하게 웃던 극단 예성의 연출가 겸 대표인 박재운(61·한국연극협회 파주지부장)이 선배에게 건네들은 연극 지론이다. 1982년 서울 신촌에서 연극에 첫발을 디딘 그는 대학로를 거쳐 2006년 무렵 경기도에 왔다. 세트를 짓고, 각본을 쓰고, 배우를 가르치고, 극장을 운영하는 등의 모든 연극 행위를 경험했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던 그는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건 작가·연출가·배우의 합이 잘 맞는다는 말”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지역 연극계에서 그게 쉬운가. 출세하러 한양길에 오르는 선비처럼, 경기도 연극인들도 서울을 향하는 마당에. “히딩크 감독 덕에 대한민국 축구가 달라진 것처럼 리더가 누구인지에 따라 업계는 달라집니다. 10년, 20년에 한 번씩 어디선가 그런 리더들이 툭툭 튀어나와요. 그런데 세상을 깜짝 놀래키는 리더가 탄생해도 우리나라 구조상 서울로 향할 수밖에 없어요. 역사적으로도 그래왔고요. 성공하러 간다는데 ‘가지 마라’고 할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그래, 가서 한판 잘 놀아봐라’ 하죠. 지역 연극계도 같은 사정인 겁니다. 좋은 리더가 나와도 서울로 가니까 다른 연극인들도 함께 서울을 바라보게 되는 거죠.” 멈칫, 펜을 쥐어 든 그는 종이에 서울과 경기도를 그렸다. “어쩌면 대학로의 치열한 경쟁을 피해 지역에 안주하는 사람들도 있겠죠. 맞수가 있어야 상생할 수 있는데 라이벌을 피하니까 자극도, 동기부여도 못 받고요. 지역 연극이 침체하는 원인에는 이 이유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을 지키는 연극인들. 재운은 “전부 착하고 순수한 사람들”이라고 평했다. 세트도 짓고, 옷도 꾸미고, 벌이에 비해 드는 돈이 많은 ‘값비싼 예술’인데 그저 연극을 사랑한다는 마음만으로 계속 활동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세상을 읽은 마음을 글로 적고, 무대로 형상화해, 인물이 마음껏 소리치는 것이 곧 연극. 그리고 그 연극만의 생동감을 ‘생계’ 뒤로 미루긴 싫은 재운. 무대와 매체 사이에서 그가 지역 극(劇)을 선택한 자존심이자 자부심이다. “한평생 변하지 말리라 다짐하는 게 있어요.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한평생 망치 들고 장갑 끼고 일하겠다는 겁니다. 저는 무대 짓고 조명 달면서 계속 연극을 할 거에요. 이 연극이 제겐 꿈이자 현실이거든요. 다만 ‘생활’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생활이면 비겁해지니까.” 살짝 웃던 재운은 “말초신경을 건드리는 재미 있는 상업극, 주제 의식은 부족하지만 화려한 인기극, 무료 공연 없는 전 회차 유료 공연, 그런 거 하면 돈 벌 수 있어요. 그런데 저는 깊이 있는 연극을 토대로 메시지도 있고, 고고함도 있는 것 하고 싶어요”라며 “그게 바로 지역 연극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역에 남은 연극인으로서 지역 연극이라는 예술에 예의를 갖추겠다고 강조했다. “지역에서 연극 활동이 지속되려면 지자체나 문화기관 등이 창작의 자유로움을 인정해주고 주제 폭을 정하지 말아야 해요. 그래야 시민들도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기죠. 또 무용이건 음악이건 연기건, 연극인을 트레이닝하고 인재 풀을 갖출 수 있는 교육 시스템도 동반되면 좋겠어요. 그러면 연극인이 분명히 지역에 모이게 될 거에요. 별다른 변화 없이 지금 이대로라면 차차 연극 관객은 도망가서 없어질 겁니다. 저희는 여기 남아 ‘꿈의 무대’를 지켜야죠. 연극 예술에 예의를 갖추면서.”

경기아트센터, 9월부터 다양한 예술 장르 배울 수 있는 ‘예술 아카데미’ 운영

경기아트센터는 오는 9월부터 12월까지 오페라, 클래식, 미술 등 다양한 주제로 강의하는 ‘예술 아카데미’를 운영한다고 29일 밝혔다. 예술 아카데미는 예술인문 강좌와 예술실기 강좌로 분류된다. 먼저 예술인문 강좌는 오페라, 클래식, 미술, 연극, 한국예술사 등의 예술장르로 다양하게 구성됐다. ‘그림과 오페라로 만나는 낭만주의’에서는 18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회화와 오페라 분야에서 탄생한 개성적이고 매혹적인 작품들을 알아볼 예정이다. 또 ‘경기필 마스터 시리즈 클래식수업’에서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마스터 시리즈 프리뷰 강좌를 진행해 관객들의 감상에 도움을 줄 예정이다. 이와 함께 재즈의 기본적인 특성을 배울 수 있는 ‘I LOVE JAZZ’, 유명 아리아를 선별해 쉽고 재미있는 해설과 강의를 하는 ‘아리아 아모레, 내 사랑 아리아’, 이탈리아 미술관의 서양미술 걸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이탈리아는 미술관이다’ 등이 진행된다. 예술실기 강좌 역시 다양한 장르로 구성해 도민의 접근성을 높였다. ‘드로잉 어반스케치’에선 연필과 펜 등 간단한 도구로 묘사할 수 있는 그림을 배워보는 시간이 마련된다. 특히 ‘핸드폰으로 전문가처럼 사진찍기’에선 내 손 안의 카메라인 휴대폰 사진 기능을 익혀 프로사진가처럼 촬영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이 밖에 판소리의 발성법, 단전호흡법, 장단 등을 배우는 ‘판소리’, 한국 고유의 장단과 춤사위를 통해 한국무용의 아름다움을 배우는 ‘한국무용 입문’, 시와 수필을 감상하고 글쓰기의 기초를 다지는 ‘등단으로 가는 글쓰기’ 등의 강의가 있다. 경기아트센터 관계자는 “상반기 많은 수강생들의 호평을 받은 ‘감성맞춤 인문학 아카데미’가 더욱 다채로운 구성으로 돌아왔다. 경기도민이 예술 아카데미를 통해 경기아트센터를 보다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며 “합리적인 수강료로 수강생들의 부담을 줄이고 전문성을 갖춘 강사진을 통해 더욱 뜻깊은 시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술 아카데미’는 경기아트센터 누리집을 통해 수강신청이 가능하며, 다양한 수강료 할인 혜택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던 힘은”…작가로 변신한 이동국, 객석 감동시킨 그의 인생

“결과를 받아들이는 힘은 ‘준비 과정’에 있었습니다. 내 앞에 주어진 매일의 일상을 묵묵히 해나간다면 결승골을 넣는 것은 언제든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최선을 다했다면, 설사 원하는 결과가 아니더라도 받아들이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좌절 끝에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됐습니다.” 845경기 344골. 만 열아홉 살 역대 한국 선수 최연소 월드컵 출전. 서른여덟 살 국가대표 선수. 전북 현대의 영구 결번. 대한민국 축구 레전드로 불리우는 이동국(45) 전 축구선수 앞에 붙는 수식어는 다양하다. 숱한 좌절과 역경 속에서도 다시 일어나 K리그 부흥을 이끌었던 그는 축구의 도시 수원에서 자신의 두 번째 에세이 ‘결과를 아는 선택은 없다’ 북 콘서트를 통해 자신의 축구 인생사를 이야기했다. 올해 초 출간된 ‘결과를 아는 선택은 없다’는 총 5부로 구성된 책으로 어린 이동국이 축구선수로 결심하게 된 계기에서부터 최연소 월드컵 출전이라는 기록과 2002년·2006년 월드컵에서의 고난과 역경, 그럼에도 좌절을 견뎌낼 수 있었던 그의 마음가짐의 변화와 은퇴 후 이야기 등을 담고 있다. 지난 24일 수원문화원과 인북출판사 공동 주최로 빛누리아트홀에서 열린 ‘결과를 아는 선택은 없다’ 북콘서트에서 그는 책을 바탕으로 한 보다 진솔하고 솔직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이날 이동국은 “대학을 졸업하지 않고, 바로 프로로 데뷔한 건 당시로서 파격적인 선택이었지만 돌이켜보면 나의 인생에서 가장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선택 덕분에 19살 역대 최연소 월드컵 출전이라는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린 선수에게 쏟아졌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곧 좌절이 됐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당연히 경기를 뛸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의 예상은 빗나갔다. ‘안’에서 함께 뛰는 것이 아닌, ‘밖’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던 좌절의 상황에서 그는 마음가짐을 완전히 새롭게 바꿨다. 이 선수는 상무에 입대해 그곳에서 보낸 시간을 ‘인생의 큰 전환점’이라고 표현했다. 비인기 스포츠 종목 선수들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을 보며 그는 “많이 반성하고, 다시 일어날 기회를 군대에서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그는 자신을 단련시키기 위한 강력한 일상, 습관의 힘을 통해 훈련을 이어갔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그가 부상이라는 막다른 결과지를 받았을 때도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2002년과 2006년의 나는 분명히 달랐다. 결국 결과를 받아들이는 힘은 준비 과정에 있었다. 후회 없이 준비하니 어떤 결과가 와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강조한 그의 말처럼 책에는 인생을 단련시켜 나가는 비법이 담겨있다. 전북 현대에서 K리그 부흥을 이끌었던 그는 38살의 나이, 2017년 8월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다시 대표팀의 부름을 받게 됐다. 당시를 회상하며 이 선수는 “경기 종료 2분을 남기고, 그라운드에 올라섰을 때 수많은 관중이 환호해주는 것에 전율을 느꼈다”고 표현했다. 15~20살 가까이 차이나는 선수들과의 경쟁, 종료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경기 시간이었지만 그는 굴하지 않았다. 이동국은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경기의 의미는 달라지는 것”이라며 “결국 묵묵한 노력 끝에 나는 ‘다시 찾게 되는 사람’이 됐고, 나를 기다리고 환호해주는 관중 덕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고 즐겁게 임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만 41세 은퇴. 845경기 344골. 이 선수는 ‘845’를 “프로의 정글에서 살아남았음을 증명하는 것 같아 가장 애정하는 숫자”라고 표현했다. 그는 “은퇴를 할 때 내가 뛴 경기는 844경기였지만, 은퇴식 이후 감독님이 다시 한번 불렀다”며 “FA컵 결승전을 소화하고 우승컵을 들며 모든 것을 마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북현대에서 열 번째 트로피를 은퇴 후에 들게 된 것이다. 이날 그는 현장에 자리한 국가대표 꿈나무와 축구 팬들에게 ‘긍정적인 습관’의 힘을 강조했다. 비교적 남들과 늦은 나이에 시작한 축구, 어린 이동국은 강해지고 싶었다고 한다. 학교를 향하기 위해 매일 버스를 타고 두 시간씩 이동하던 그는 자신에게 특별한 미션을 줬다. 버스 안에서 뒷꿈치를 들고 버틸 수 있다면,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낸다면, 분명 나에게는 보상이 주어지리라는 것이었다. 그는 "무언가를 마음 먹으면 해낼 수 있다는 성취를 처음 맛본 것이 초등학생 때 였다”며 “반복된 일상 속 작은 성취가 멘탈(정신)을 강하게 만드는 게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한편 책을 통한 수익은 작가의 뜻에 따라 아이들의 꿈을 위해 아동 복지 시설에 기부될 예정이다.

한국UNESCO경기도협회, 제39회 한·일학생 미술작품 교류전 개최

한국과 일본 양국의 학생들이 직접 그린 미술작품을 공유하며 서로의 문화와 예술을 이해하는 한일학생 미술작품 교류전이 수원에서 열리고 있다. (사)한국UNESCO경기도협회는 오는 29일까지 경기도교육복지종합센터 1층 갤러리에서 ‘제39회 한·일학생 미술작품 교류전’을 개최한다. (사)한국UNESCO경기도협회는 한국유네스코위원회 산하 한국UNESCO협회 연맹의 지역별 조직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세계 평화, 인류 복지 증진 및 자연 사랑을 주제로 한 한국 학생 작품 40점, 일본 학생 작품 40점 등 총 80점을 만나볼 수 있다. 전 작품은 수원에서의 전시 이후 일본UNESCO나바라시협회로 보내져 오는 11월8일부터 3일간 일본 나바리복지종합센터에서 별도의 전시회를 가질 예정이다. 올해로 39회를 맞이한 한·일학생 미술작품 교류전은 한국UNESCO경기도협회와 일본UNESCO나바라시협회가 자매결연을 통해 매년 개최하는 행사로, 양국 학생들이 두 나라의 문화와 예술을 함께하며 친선을 증진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 27일 전시회 개막에 앞서 이날 오후 5시 경기도교육복지종합센터 3층 대강당에서는 교류전 작품에 대한 시상식이 열렸다. 시상식에는 수상 학생 40명과 학부모, 양재경 (사)한국UNESCO경기도협회장, 이선주 한국UNESCO협회연맹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지난 5월20일부터 6월14일까지 수원, 화성오산교육지원청 관내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된 공모에서 총 886편의 작품이 접수됐으며 전문 심사를 거쳐 355편의 입선작이 선정됐다. 입선작은 한국UNESCO협회연맹회장상, 교육장상 등 특별상 8점과 평화복지상 32점 등이 부여됐다. 한편 (사)한국UNESCO경기도협회는 1974년 창립, 문화유적지에 대한 보호 활동 및 자매결연 체결 등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시민들이 만들어가는 축제 ‘제2회 의정부 문화도시 정책페스타’ 개막

시민의 일상에 정책은 막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직접 참여하고 만들어 가는 데는 장애물이 없다. 이런 정책을 시민이 일상에서 편안하게 감각하고 주축이 되어 만들어갈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의 정책 축제가 열린다. ‘제2회 의정부 문화도시 정책페스타(이하 ‘정책페스타’)’가 29일부터 31일까지 3일간 의정부문화역-이음과 의정부역 앞 광장 일대서 개최된다. 지난해 처음으로 선보인 ‘의정부 문화도시정책페스타’는 지난 7월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가 주관한 ‘제1회 대한민국문화예술관광박람회 지역문화 우수사례대회’에서 최우수 사례로 선정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는 등 큰 주목을 받았다. ‘정책페스타’는 시민들이 정책을 어렵고 무거운 것이 아닌 ‘우리 삶과 일상에 맞닿아 있는 어디에나,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의정부문화재단(대표이사 박희성)에서 기획한 문화도시 특성화 사업이다. 지난해 축제가 가진 놀이성에 정책을 결합시키면서 선보인 ‘문화도시 정책페스타’는 마치 미술경매와 수산시장과 같은 정책 경매를 선보이며 시민은 물론 지역 시의원들과 행정가 등에게도 큰 관심을 받았다. 올해는 재미와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더했다. ‘도시의 오아시스, 제3의 공간’을 주제로 설정하고 문화도시락, 정책마켓, 로컬 줌-인, 로컬 줌-아웃 등 4개의 세션에 총 12개의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페스타의 첫 문은 29일 오후 6시 ‘문화도시락(樂)’으로 시민들이 직접 연다. ‘문화도시의 즐거움’과 ‘도시락’의 중의적 의미를 담아 지역과 생활 이슈를 주제로 한 강연과 콘서트가 열린다. 이 자리에선 지역의 청소년, 주부, 문화관계자 등이 ‘정책 바리스타’로 출연해 각자의 견해를 발표하고 함께 자리한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이에 앞선 오후 3시에는 경기문화재단과 함께하는 로컬 포럼이 ‘작은 공간, 큰 커뮤니티’를 주제로 열린다. ‘15분 도시’, ‘문화 슬세권’, ‘콤팩트 시티’ 등 문화와 한층 가까워지는 ‘제3의 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둘째 날인 30일부터는 정책페스타의 시그니처 프로그램 ‘정책마켓’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시민들이 만들어 가는 정책마켓은 ‘정책마켓 부스’, ‘정책경매’, ‘정책어워드’와 ‘청소년 도시메이커스’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오전에는 ‘정책카페’에서 ‘환경운동가로 살아가기’, ‘크리에이터로 살아가기’, ‘낀대(4050)로 살아가기’를 주제로 지역 청년과 예술가들이 발표와 토론이 이어진다. 오후부터 열리는 ‘정책마켓 부스’에는 시민들이 도시에 필요한 다양한 정책과 아이디어를 출품하고, 홍보와 판매를 하는 40여 개의 정책 부스가 운영된다. 정책경매는 정책을 재미있게 놀이처럼 감각 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으로 10건의 정책 아이디어를 경매에 부치게 된다. 이 경매에는 시의원과 시청 공무원, 시 산하기관 및 유관 단체 직원들, 지역 내 문화기획자들이 입찰자로 참여해 낙찰을 위한 열띤 경매에 참여한다. 이후 낙찰된 정책 아이디어는 심화와 현실화를 위한 후속 작업으로 ‘협치 워크숍- 꿍짝꿍짝’이 이어진다. 행사기간 의정부역 앞 광장에서는 ‘무중력자전거 퍼포먼스’와 ‘판소리그룹 심풀’, ‘유니크 첼로 콰르텟’, ‘딕훼밀리’ 등의 공연과 ‘나 홀로 서커스’, ‘퍼니스트 코메디 서커스 쇼’ 등도 즐길 수 있다. 소홍삼 의정부문화도시지원센터장은 “문화도시정책 페스타는 시민들이 만들어가는 축제”라며 “정책이 시민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함께 재밌게, 아름답게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한 만큼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말했다.

[2024 기아챌린지 ECO 프로젝트] 4. ‘문화공간’으로 거듭 난 하수처리장…놀라운 변신

기아 AutoLand 화성과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지역본부가 2024년에도 어김없이 ‘기아챌린지 ECO 서포터즈’와 함께 친환경 교육, 환경 이슈 캠페인 등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네 번째로 소개할 팀은 구현석(24), 김효연(23), 이서빈(24), 임준서(23), 한이지(23) 학생으로 구성된 ‘에코불망’이다. 이들은 악취와 오염물질로 기피되던 하수처리장이 시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성공사례를 통해 도시재생의 의미를 전달했다. 이하 ‘에코불망’ 팀이 작성한 글. ■ 산업화의 그림자, 시민 위한 문화시설로 변화 1980년대부터 경기도와 인천 일대에 대규모 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 그중 하나인 시흥은 공장의 굴뚝과 회색빛 공기로 상징되는 도시가 됐다. 논밭과 갯벌을 매립해 공장을 세우는 과정은 경제 성장을 이뤘지만, 그 결과 수질과 대기 오염, 도시의 황폐화를 가져왔다. 이에 1990년대 가동을 시작한 정왕 물환경센터는 하루 27만 톤의 공장 폐수와 생활하수를 처리하며 시흥의 중요한 공공재로 기능해 왔다. 시간이 흘러 시설이 유휴화됨에 따라 철거할 수도 있었지만, 철거 대신 해당 시설을 재생해 물과 관련된 지식을 얻을 수 있으면서도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맑은물상상누리’는 현재 도시 재생의 중심에 있다. 맑은물상상누리 센터 관계자는 “도시재생은 기피 시설을 다양한 공간과 환경, 생태를 대하는 관점으로 뒤바꿀 수 있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하수처리시설은 악취와 오염물질로 인해 사람들이 기피했지만, 재생을 통해 매력적인 문화공간으로 변모시킴으로써 시민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쓰임을 다한 시설을 단순히 폐기하지 않고 재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자원 측면에서도 더 의미 있는 일이다. 이런 재생 공간은 도시 정책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한다. 현재 맑은물상상누리는 현장 견학 프로그램과 상시 전시를 운영하며 시민과 만나고 있다. ■ 성공 사례를 통해 본 도시재생의 미래 평택 에코센터 오썸플렉스와 하남의 유니온파크도 도시재생의 성공적인 사례이다. 2020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오썸플렉스는 하루 250t의 쓰레기가 소각되면서 만들어진 열에너지로 운영되는 복합 문화 스포츠시설이다. 하남 유니온파크도 2014년부터 운영을 시작한 복합 환경기초시설로, 폐기물처리시설을 지하화하고 물놀이 시설을 비롯하여 테니스장, 공연장 등의 편의시설을 지상화했다. 이러한 복합문화공간은 단순히 문화적 가치를 넘어서 경제적 부가가치도 창출할 수 있다. 프랑스의 퐁피두 아트센터, 오르세 미술관, 영국의 테이트 모던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시설들은 유휴화된 공간을 재생해 주요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여러 지자체는 환경기초시설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맑은물상상누리와 같은 환경친화적 시설들이 더욱 생겨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지역사회와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도심 속의 자연과 문화, 환경이 어우러진 도시재생 공간의 미래가 주목된다. 글·사진=2024 기아챌린지 ECO서포터즈 ‘에코불망’ 팀 / 정리=이나경기자

“문화벨트 구축으로 서울 집중 완화” 2024 문화도시 수원 토론회 개최

법정 문화도시 3년 차를 맞은 수원시가 ‘인문지향적 문화도시’, ‘대도시 모델형 문화도시’로 올해 목표를 설정하고 시민이 주체가 되는 문화도시 사업을 추진한다. 정조의 위민사상과 실학을 바탕으로 조성된 도시의 역사적 상징성을 살리면서 대규모의 도시로 성장한 현재를 반영해, ‘서로를 살피고 문제에 맞서는 문화도시 수원’의 브랜드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2일 수원시와 수원문화재단은 수원컨벤션센터에서 2024년 문화도시 수원 토론회 ‘문수톡!톡!(문화도시 수원 톡톡)’를 열어 이러한 계획을 발표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시민들과 함께 논의했다. 문화도시 조성사업은 지역의 문화 자산을 활용해 도시의 문화 환경을 기획, 도시브랜드를 창출하는 정부 지원 사업이다. 수원시는 지난 2021년 12월 ‘제3차 법정 문화도시’로 선정, 2026년까지 5년간 150억 원(국비·시비 각 50%)을 투입해 시 전역에서 문화도시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올해 수원 문화도시 조성사업의 추진 방향은 ‘인문지향적 문화도시’, ‘대도시 모델형 문화도시’다. 이를 위해 ▲수원은 어디나 문화슬세권! 시민과 문화공간을 연결하는 문화누림 확대 ▲다양한 방법으로 서로를 살피고 문제에 맞서는 공동체 프로젝트 ▲자부심 느껴지는 문화도시 수원의 브랜드 확산을 위한 미래가치 창출 ▲우리가 만들고 세계가 소비하는 문화산업 성장 지원 ▲서울 문화 집중도 완화를 위한 문화 벨트 구축 등 5대 사업 전략을 바탕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이날 박완열 수원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장은 먼저 중앙정부의 문화도시 정책 기조와 성과 평가 기준에 맞춰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 센터장은 “현재 전국 24개의 법정 문화도시 중 수원이 인구가 제일 많다”라며 “올해부터 ‘인문지향적 문화도시’와 함께 ‘대도시 모델형 문화도시’를 목표로 설정하겠다”고 말했다. 핵심은 서울 문화 집중도 완화를 위해 수원이 중심이 돼 타 문화도시와 함께하는 협업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 중 하나는 ‘문화 1호선 문화 벨트 구축’이다. 부천~부평~수원~의정부~영등포 등 1호선을 축으로 한 문화도시가 함께 머리를 맞대 동반 성장을 도모한다. 문화도시 관계자 및 참여자 등 150여 명의 시민이 함께한 이날 토론회에선 시민들이 주체가 돼 가꿔나갈 문화도시 세부 사업도 발표됐다. 동네를 기반으로 서로 연결되고 교류하는 ‘동행공간’, 생활권역별 거점공간 ‘같이공간’과 오는 10월19일부터 진행되는 ‘문화도시 수원 페스티벌’ 등이 있다. 이와 함께 시민이 직접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시문화랩’, 역사·문화·환경자원 보호에 관한 문화 인재 양성 ‘수원은 학교’ 등이 지속적으로 이어진다. 이날 정현경 수원문화도시 운영위원(경기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시민 토론회에선 시민들이 문화도시 사업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며 열띤 토론이 이뤄졌다. 이날 발표에 나선 한 주민자치 위원은 “주민들에게 문화사업이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가 이뤄지길 바란다”며 “특히 어르신과 노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화도시 사업에 참여 중인 한 지역 작가는 “청년 예술가들이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공모사업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2026년에 사업 종료 후에도 시스템이 지속되도록, 시민과 관(행정)의 중간조직을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황인국 제2부시장은 “문화시민이 문화도시를 만든다”라며 “시민이 문화적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문화도시 사업의 방향은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영균 재단 대표이사는 “오늘을 시작으로 시민이 의견을 나누는 이러한 토론회가 자주 마련되도록 하겠다”라며 “문화도시 수원에 많은 참여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사랑의 하츄핑’…어른 마음까지 사로잡다 [이나경의 현장에서]

■ 20대 관객까지 눈시울 붉힌 ‘하츄핑’과 ‘로미 공주’의 애틋한 사랑 말 그대로 ‘돌풍’이다. 지난 7일 개봉한 영화 ‘사랑의 하츄핑’이 극장가뿐만 아니라 온오프라인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다. 다른 유아용 애니메이션과 달리 40대 이상 부모뿐만 아니라, 10대 청소년과 20~30대 젊은 세대의 마음마저 사로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동심’에 목마르지만, 이를 즐길 만한 콘텐츠가 부족했던 성인들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사랑의 하츄핑’은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사 에스에이엠지(SAMG) 엔터테인먼트의 인기 TV 애니메이션 ‘캐치! 티니핑’ 시리즈의 첫 번째 극장판 영화이다. 영화는 개봉한 지 열흘도 채 되지 않아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50만 관객을 넘어섰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3일 기준 누적 관객 70만 명을 돌파하며 100만 고지까지 순항이 예상된다. 역대 한국 애니메이션 박스오피스 10위의 성적이다. 영화의 인기는 극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20일 오후 3시께 수원 시내 한 멀티플렉스에는 평일 낮임에도 ‘사랑의 하츄핑’을 관람하러 온 어린이 관객 사이로 20대 여성, 30대 연인 등 다양한 성별과 연령대의 관객이 자리하고 있었다. 영화에 빠져든 것은 어린이 관객뿐만이 아니었다. 동갑내기 친구와 함께한 최시온씨(21·수원시)는 “영화를 보는 내내 세 번 가까이 눈물을 흘릴 만큼 영화에 깊이 몰입했다”며 “최근 인천 송도에서 열린 ‘하츄핑’ 팝업 스토어에도 다녀왔는데 SNS에 공유할 재미있는 ‘인증샷’을 남기기 위해 극장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최 씨는 “처음에는 호기심 반, 장난 반으로 영화를 보러 왔는데, 무엇보다 캐릭터들이 너무 귀여워서 오랜만에 동심에 빠져들 수 있었다”면서 “무엇보다 주인공 로미와 하츄핑이 서로를 위하는 모습이 너무 따뜻하고 감동적이었다. 서로를 아끼는 모습에 친구와 가족 등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떠올랐다”고 소감을 말했다. ■ “하츄핑이 도대체 뭐길래?”…직접 보니 ‘귀여움’ 소리 절로 나와 영화는 외계 행성 이모션 왕국의 공주 ‘로미’가 운명의 인연임을 느끼며 자신의 짝꿍 티니핑으로 선택한 ‘하츄핑’을 찾으러 떠난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티니핑은 지구 곳곳에 흩어져 있는 마음의 요정으로 ‘하츄핑’은 티니핑이라는 캐릭터의 한 종류이다.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로미는 하츄핑을 만나기 위한 모험을 떠난다. ‘처음 본 순간, 한눈에 반해버렸어!’라는 노래가사처럼 로미는 하츄핑을 보자마자 사랑에 빠져버린다. 하지만 하츄핑이 살고 있는 행성은 오래전 인간의 잘못으로 인간과 티니핑이 악연의 관계가 되어버린 곳이다. “인간은 배신의 존재이니 믿어선 안 돼!”라는 말을 듣고 자란 하츄핑에게 로미는 그저 두렵고 무서운 존재일 뿐이다. 이러한 하츄핑에게 다가가기 위해 로미는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불길 속에서도 자신을 구하기 위해 온 몸을 던지는 그녀의 노력에 마침내 하츄핑은 마음을 연다. 친구가 된 로미와 하츄핑이 서로를 따뜻하게 껴안고 볼을 비비며 함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극장에서 부모 품에 꼭 안겨있는 어린이 관객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온갖 어려움과 고난, 역경 속에서도 그 모든 것을 극복하는 것은 ‘사랑의 힘’이라는 것을 자연스레 느낄 수 있었다. 영화 ‘사랑의 하츄핑’은 유아와 어린이를 주 관객층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꽤 탄탄한 스토리를 자랑한다. 기승전결의 구조는 짜임새 있게 갖춰졌고, 주인공에게 닥치는 ‘갈등 발생-위기 극복’의 반복되는 서사는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악당에 의해 죽음의 위기에 놓이고 눈을 감고 있는 로미의 모습은 로미와 하츄핑이 어떠한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긴장감을 자아냈다. 또한 영화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노래는 극의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무엇보다 손바닥만 한 앙증맞은 크기에 큰 눈, 아이 같은 목소리로 웃음 짓는 하츄핑은 영화를 보는 내내 미소를 짓게 할 만큼 귀여움을 자랑했다. ‘티니핑’ 캐릭터에 빠져든 어린이 시청자가 아니더라도 직관적으로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의 티니핑 캐릭터들을 커다란 스크린에서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영화를 즐길 만한 충분한 요소가 됐다. ■ 10~30대 MZ부터 40대 부모까지 온오프라인서도 ‘하츄핑 앓이’ ‘사랑의 하츄핑’은 최근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에서도 관련 게시물이 쏟아져 나오며 10, 20대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사랑의 하츄핑’ 오리지널 뮤직비디오 ‘처음 본 순간’의 유튜브 공식 채널에는 “딸아이를 처음 만난 순간이 떠오르면서 가사가 다르게 보이네요. 영화관에서 눈물 흘린 아빠입니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이 글은 ‘좋아요’ 1천5백여 개를 받으며 네티즌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아이돌 그룹 ‘에스파’의 멤버 윈터가 참여한 것으로 주목받은 해당 뮤직비디오는 공개 20여 일 만에 조회수 125만을 넘어섰다. 특히 1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성별, 연령대의 시민들이 남긴 솔직한 후기는 진풍경을 자아냈다. 이와 함께 유튜브 숏폼 ‘숏츠’와 인스타그램 ‘릴스’ 등 10, 20대에게 인기인 SNS에서는 영화와 관련한 다양한 게시물이 게재·공유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SNS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고 타인과 감정을 나누는 MZ세대에게 ‘하츄핑 관람=놀이 문화’가 유행처럼 번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의 젊은 세대는 ‘챌린지’에 익숙한 세대”라며 “SNS를 통해 누군가 즐겁고 재미있는 것이 있으면 그것을 공유하고 함께 즐기며 소비하는 것이 현 세대에게는 하나의 놀이이자 문화”라고 설명했다. 성인이 동심을 즐길 만한 콘텐츠가 국내에서는 매우 부족한 가운데, 그들이 느끼고 싶어 하는 동심의 니즈(욕구)와 영화가 잘 맞물린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자녀에게 영화를 보여주러 갔던 부모들이 더 주목하거나, 20~30대 직장인이 캐릭터에 빠져드는 것은 이들이 느끼고 싶어 했던 ‘동심’을 만족시켰기 때문”이라고 표현했다. 김 평론가는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만화나 애니메이션이 어린아이들만이 즐기는 문화가 아니”라며 “해외의 경우 어른 세대도 평범하게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즐기지만, 유달리 한국에서는 만화나 애니메이션, 캐릭터 산업과 문화가 ‘유아’를 타깃(목표)으로 한정돼 있어 낯설어 보인다. 동시에 사실 성인들이 동심을 즐기고 그리워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 “‘유아용’ 한정된 국내 캐릭터, 성인도 '동심' 필요”, “상술 비판, 극복해야 할 문제” 반면 ‘사랑의 하츄핑’의 기반인 ‘캐치! 티니핑’ 시리즈를 둘러싼 ‘상술’ 논란과 비판은 극복해야 할 문제다. ‘캐치! 티니핑’ 시리즈는 현재 시즌 4기까지 방영됐으며 공개된 캐릭터만 80여 종에 달한다. 다양한 캐릭터에 시즌마다 업그레이드되는 값비싼 굿즈(물품) 탓에 자녀를 둔 부모 세대에게는 일명 ‘파산핑’이라는 악명 아닌 악명을 떨치고 있다. 이에 대해 최철 교수는 “물론 기업 입장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금은 모든 기업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즉, 지속가능한 경영을 추구해야 하는 시대”라며 “캐릭터의 스토리나 서사를 구축해 가는 것보다 판매 목적에 더 치중한 캐릭터 양산은 소비자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 장기적으로 사랑받기 위해 제작사는 조금 더 신중해야 할 책임 의식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관람률 고작 6.6%… ‘역할’ 잃은 경기도 연극 [무너지는 지역 연극④]

#4장: 지역 연극 속에는 지역 문화가 촘촘히 감겨 있다. 고양지역에서 행주대첩을 소재로 한, 용인지역에서 처인성을 배경으로 한, 수원지역에서 정조대왕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 나오는 것처럼 ‘지역색’이 강하다는 게 지역 연극의 장점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지역 이야기’에 갇혀 있다 보니 독창성이나 대중성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단점을 지적한다. 수많은 연극이 뜨고 지길 반복하는 상황에서 지역 연극이 관객 옆에 오래 남아있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 part1. 경기도 공연 관람객 6.6%만 ‘연극’ 선택 23일 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센터)에 따르면 센터는 지난 4월 '빅데이터 기반 공연 관람 행태 분석 보고서'를 통해 2022년도 공연 시장의 장르 특성 및 소비행태를 분석하고, 향후 공연 관람계를 내다봤다. 이 중 ‘연극’ 통계만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먼저 서울에서 공연을 본 관객 100명 중 13명은 연극(13.7%)을 본 것으로 조사됐다. 경남(13.7%)도 마찬가지였다. 뒤이어 충남 공연 관람객의 11.3%가, 대전 공연 관람객의 10.5%가 ‘연극’을 봤다고 답했다. 반면 경기도에선 공연을 본 관객 100명 중 6명만이 연극(6.6%) 장르를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양음악(28.5%)과 무용(6.7%) 공연의 관람객보다도 연극의 인기가 적었다. 티켓 구입가격은 연극(5만6천507원)이 한국음악(4만131원)보다 1만원가량 비쌌다. 뮤지컬(12만2천784원)이나 서양음악(7만9371원), 무용(6만9841원)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었다. 전체적으로 ▲부산(평균 13만329원) ▲서울(11만3천595원) ▲울산(10만690원) 지역의 공연 티켓 값이 상위권이었고, ▲경북(2만9181원) ▲광주(3만5천345원) ▲전남(5만774원) 지역이 하위권이었다. 경기도(6만7천305원)는 중간 정도였다. 대부분의 공연이 수도권에 집중된 가운데 특히 연극은 80% 이상이 서울에 몰려 있었다. 비수도권의 공연량은 매우 적은 편이지만 그나마 인천, 광주, 전남 등에선 서양음악, 한국음악, 무용 등이 약진하는 상태였다. 경기도 연극은 관람객 수도, 티켓 가격도, 공연량도 크게 돋보이는 부분 없이 ‘평균~평균 아래’ 수준에 머무르는 실정이었다. ■ part2. 대학로에 뺏기고, 지역 한계 갇히고 경기도 내에서 유독 연극의 인기가 낮은 이유는 뭘까. 첫 번째로는 ‘서울과의 원활한 접근성’이 꼽힌다. 타 시·도와 비교했을 때 경기도는 서울로 이동하기 편하기 때문에 ‘대학로’에 지역 연극인과 관람객을 뺏기고 있다는 의미다. 연극인 입장에선 서울로 가야 더 많은 활동 기회를 얻을 수 있고, 관람객 입장에선 서울 작품이 더 퀄리티가 높다는 인식이 있다는 게 연극계의 시선이다. 두 번째로는 ‘작품 내용의 한계성’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는 정부 및 지자체, 문화기관 등의 연극 관련 ‘예산’ 문제와도 연결된다. 현재 상당수 지역 극단이 재정 문제로 작품 활동을 하기 어려워 특정 사업·공모 예산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데, 이 예산의 대상과 지원금이 무척 한정적이라는 주장이다. 사업·공모에서 요구하는 작품 주제가 ‘지역’에 초점 맞춰져 한정적이라는 볼멘소리도 더해진다. 경기도에서 소극장을 운영하는 한 연출가는 “소규모 극단은 돈이 없어서 1년에 작품 하나를 선보이기도 힘들다. 외부에서 예산이 수반된다면 연간 최대 4개 정도 할 수 있는데 그 예산을 받으려면 사실상 ‘순수 창작극’은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사업을 알리는 작품, 지자체 행사에서 공연할 작품 등 주제가 정해져 있고 거기에 ‘지역색’이 더해져야 메리트가 된다. 즉 지역 이야기가 담겨야 예산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라며 “지역 문화를 우선시하는 건 좋지만, 문제는 그러한 작품을 지속적으로 공연하기엔 ‘유료 관객’이 모일 소재가 아니라 단편에 그치고 끝난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 part3. “그럼에도 지역·극단 매력 살리며 고군분투” 관객들의 무관심 속 연극계는 ‘예산 지원’ 틀에 묶여있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연극계 내부에서는 지역 명소를 배경으로 하고, 역사적 사건을 소개하고, 특정 인물을 조명하는 가운데 최대한 ‘내 극단만의 매력’을 살리는 데 주력한다. 충남에는 충청도 사투리로만 쓰여진 연극 <요새는 아무도 하려 하지 않는 그, 윷놀이>가 있고, 제주에는 4·3사건을 다룬 연극 <바람의 소리>가 있는 것처럼, 그게 지역 연극이 현재를 버텨내고 미래를 살아가기 위한 길이기 때문이다. 주승민 극단 오픈런씨어터 대표(제42회 대한민국연극제 용인 행정감독·한국연극협회 경기도지회 사무처장)는 “아무래도 지역에는 각자의 지역을 대표 콘텐츠로 내세운 공연들이 많다”면서 “특히 경기도의 경우 지역별, 극단별 강한 특색이 있기 때문에 다채로운 지역 공연들이 수없이 생겨난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경기도에도 행주대첩(고양), 처인성(용인), 정조대왕(수원) 등을 메인으로 만든 작품들이 쏟아진다는 설명이다. 주 대표는 “보통 극단들은 정기공연을 통해 본인 극단이 추구하는 방향과 목적을 담는 작품을 선보이는데 그 외엔 지역에서 원하는 콘텐츠의 작품을 많이 제작하고 있다. 예산 확보를 위한 목적극 성향의 작품이 나오고 있다는 의미”라며 “그렇다고 그게 잘못 됐다고 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지역 예산으로는 지역민을 위한, 지역 콘텐츠 작품을 만들 수밖에 없으니 어느 정도의 제한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정기공연이 아니어도 연극인의 창작 활동을 보장하고,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면 한층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part4. 연극을 기록하는 자들 이토록 힘겹게 탄생하는 지역 연극, 어쩌면 ‘한 번의 무대’로 사라지는 휘발성과 일회성을 가진다. 영화나 드라마처럼 편집을 통해 남는 영상물은 OTT 등에 남을 길이 있지만, 연극이나 뮤지컬 같은 현장성의 공연은 기록할 수 있는 플랫폼이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이다. 연극을 하나하나 지키는 게, 연극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게, 차세대 연극인을 키워나가는 데 보탬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연극을 남기는 자들’이 있다. 경기지역 안에선 공연판 넷플릭스로 불리우는 ‘경기아트온(ON)’이 사실상 유일무이하다. 경기아트센터가 제작한 예술인 지원 공연영상 콘텐츠 플랫폼으로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다. 특히 ‘플레이슈터’도 대표적이다. 플레이슈터는 2020년 1월부터 연극 등 작품을 스트리밍 서비스로 제공해왔던 전국 최초의 공연예술 플랫폼이다. 다양한 작품을 영상으로 제작해 체계적으로 아카이빙을 관리하며,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은 창작자들과 배분한다. 강경호 플레이슈터 대표는 “정부·지자체 예산 등의 지원금 말고도 공연예술인들이 자생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고 싶었다”며 “보존되지 않는 공연예술을 기록하기 위해 ‘감히 내가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연극 활동을 했던 그는 “연극이 살아있어야 하는 이유를 찾기 위해선, 왜 사라지면 안 되는지에 대한 이유부터 생각하고 싶다. 만약 연극의 수요도, 공급도 없다면 그땐 없어지는 게 맞다. 이유 없는 쇠퇴는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화성의 이화뱅곳민들레연극마을을 언급하면서 “민들레연극마을이 품앗이 공연예술축제를 여는 것처럼 지역에선 마을이라는 네트워크를 통해 연극을 키워나가고 있다. 예전에 ‘교양예술’로만 여겨지던 연극이 이젠 ‘지역 커뮤니티’ 개념으로 달라진 것”이라며 “무대에 있어야만 예술로 인정받는 게 아니지 않나. 저희는 그러한 공연예술계의 변화상을 남기고 싶었다”고 전했다. 강 대표는 “베토벤 곡을 국립 오케스트라단이 연주한다고 해서 버스킹(Busking·거리 공연)하지 말란 법이 있나. 어떠한 경로건 베토벤 곡을 즐기면 되는 것”이라며 “그 곡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 작곡가도, 연주가도, 악기도 덩달아 파급효과로 관심을 받을 거다. 제가 공연예술계에서 바라는 것도 그런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창작 작품은 늘… 지역색에 지워졌다 [무너지는 지역 연극③]

#3장: 2002년 평일의 어느 날. 연출가 겸 배우이자 극단 마당 대표인 김학재(57·남양주)는 무대에 오를 준비를 했다. 관객은 단 두 명이었지만 ‘한 명이라도 공연을 보러 오면 변동 없이 진행한다’는 신조를 버릴 순 없었다. ‘심봉사’였던 학재는 그날 무대 위에서 울었다. 중간에 모든 관객이 나간 걸 알았기 때문이다. “해야 돼, 말아야 돼?” 하는 사이 결국 공연이 멈췄다. 보는 이가 없으니까. ‘재미없어서 가셨나보다, 우리 진짜 열심히 해야 된다’고 단원들과 서로를 토닥이며 반성하던 때, 두 관객이 슬그머니 다가왔다. 엄마와 딸이란다. “저희 둘을 위해 공연을 해주시는 게 너무 미안해서… 그런데 다시 들어가서 보기엔 더 미안해서…”라며 꽃바구니와 빵을 건넸다. 그렇게 학재는 다시 한 번 울었다. 지역 연극에 보답하리라 다짐한 계기이기도 했다. “사실 지역 연극은 남들이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요. ‘너 어디서 활동하냐?’ 했을 때 ‘남양주’라고 하면 ‘먹고 살겠냐?’ 하는 거죠. 그들의 입맛에 맞는 작품을 만들어 성공하려면 상업화가 돼야 하는데 저는 지역 연극에서 절대 상업화가 이뤄질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음식점으로 예를 들면 유명한 ‘맛집’이 있어야 근처에 비슷한 가게들이 생기고 다 같이 장사가 잘되는데 지역 연극은 그런 구조가 아니거든요. 서울엔 ‘대학로’가 있지만 경기도엔 그런 여건이 마땅치 않아요." 그의 말마따나 경기도에서 오픈런(open run·상시공연)으로 진행되는 작품을 떠올리려 해도 쉽지 않았다. 그나마 정기적으로 막을 여는 아동극이 있다 쳐도 대개 서울발(發) 작품이었다. “경기도를 비롯한 여러 지역들의 창작 연극은 어떠한 ‘임무’에 맞춰져 있어요. 정부나 지자체 요청에 맞춰서 특정 축제에 선보일 수 있는 공연이라던지 하는 식이죠. 거기에 제가 상업극을 가지고 갈 수는 없어요. 그렇다고 제가 순수예술로 남양주의 지역색을 살려서 정약용 공연을 한다면 누가 보러 올까요? 시민들이 관심을 가질까요? 그렇지 않아요. 그게 경기도에서 오픈런 공연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이유가 되죠.” 이와 같은 이야기는 경기도에서 활동하는 여러 극단 관계자들도 공통적으로 했다. 지역 연극 공연은 정부 및 지자체나 문화기관 등의 예산을 지원받아 이뤄지는 형태가 많은데, 이때 예산이 ‘지역색 있는 공연’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창작극’은 지원 대상에서 다소 배제돼 있다는 설명이었다. 학재는 본인을 두고 ‘연극만 고집하는 자유로운 영혼’이 아닌 ‘겉핥기식 연극인’이라 표현했다. 연극만을 바라보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생계를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럼에도 “지역 연극은 살아 있어야 된다”던 그다. “내 일을, 내 지역에서 할 수 없다는 건 너무 슬픈 얘기 아닌가요? 제가 정약용, 단종, 정순왕후를 자꾸 창작 공연을 통해 끄집어내는 이유는 우리 지역을 발전시키고 싶기 때문이에요. 대학로가 아닌 곳에서 지역의 이야기로 일말의 끈을 놓지 않고 남양주의 힘이 되겠다는 것, 그 꿈을 가지고 저는 지역에서 연극합니다”라던 학재. ‘고집 있는 연극인’ 그 자체였다. 점점 줄어드는 연극 관객은 “우리가 자처한 것”이라던 그는 “그래도 지역 연극은 매력 있어요”라고 엷은 미소를 지었다. <정약용 체험연극: 정약용의 다섯 가지 직업>(2023년作)에 이어 내년에는 정약용 선생의 생가를 중심으로 연극제 하나를 만들고 싶다는 기대도 품는다. “남양주만이 가질 수 있는 특색, 그리고 남양주만의 특별한 문화 요소를 하나씩 만들고 싶어요. 먹고 살 수 있고 인정받을 수 있는 작품을 하는 게 제가 연극을 하는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연극은 저를 살리기도, 죽이기도 해요. ‘연극이 나를 떠나는구나’ 싶을 때 제가 ‘내가 떠나보내줘야지’ 하는 생각을 품으며 활동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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