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추모’ 제1회 언타이틀(Untitled) 전시 ‘추상은 날개가 있다’ 성료

‘현대인들이 추상미술에 관심을 갖길 바라는 마음’으로 마련된 ‘매추모’의 제1회 언타이틀(Untitled) 전시 ‘추상은 날개가 있다’가 지난 달 31일 장안구민회관 1층 노송갤러리에서 막을 내렸다. ‘매추모’는 ‘매혹의 추상화 모임’의 줄임말로 수원 지역에서 활동하는 추상화 작가들이 함께 한다. 이들은 추상은 다소 낯선 개념이지만 비워가는 이미지화 과정을 끊임없이 연습해가는 과정에서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를 관통한 주제는 정답을 파괴시키고 각기 다른 시선으로 느끼는 추상화다. 현대 사회에서 정답 권하는 삶이 익숙한 현대인은 예술에서도 정답을 찾으려고 애를 쓰는데, 이를 깨뜨리고 관람객이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 그대로 작품을 해석하고 느끼도록 기획했다. 자유로운 영혼, 추상으로 날개를 달아보자는 것. 그래서 제목도 ‘무제’다. 전시에는 강순홍, 강춘희, 김재희, 김은주, 박보정, 조한순, 용환경, 오명화, 음화숙 등의 작가가 참여해 작품과 소품 등 총 20점을 선보였다. 전시에 참여한 오명화 작가는 “추상은 무의식의 흐름에 따라 정답이 없는 미완성으로 끊임없이 터치해가는 과정”이라며 “그리는 이나 감상자나 미로를 찾아 헤매다가 무심한 자연의 순수함 앞에 서는 것처럼 우연에서 만나는 조우, 색의 대비와 교차하는 선의 경쾌함, 씨실과 날실처럼 엮이는 다정함을 오롯이 감상자가 오감을 통해 발견하는 시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전시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살아있는 추상을 선보이고 관람객들과 함께 호흡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이강심 수원시 여성자문위원회 위원 1천만원 기탁…‘저출생 극복’ 앞장

이강심 수원시 여성자문위원회 위원(리라유치원 총원장)이 시 여성자문위 출산장려 기금에 1천만원을 기탁해 저출생 극복에 앞장섰다. 시 여성자문위는 2일 인계동 가보정에서 김외순 시 여성자문위원회장(가보정 대표), 황선미 수원시 여성정책과장, 최영화 수원시자원봉사센터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9월 월례회의를 열고 이강심 위원의 기금 전달식을 진행했다. 이 위원은 수년 전부터 매년 경기사랑의열매 등을 통해 기부를 이어오다 올해 출산·다둥이 가정 등을 지원하기 위해 1천만원을 기부했다. 앞서 시 여성자문위는 지난해 12월 출상장려 기금 3천780만원을 조성해 저출생 극복 사업을 하고 있다. 올해 1월엔 시내 다둥이 가정 15가구에 각각 100만원의 지원금을 전달했다. 특히 지난 4월엔 700여만원의 기금을 사용해 0~10세 자녀를 키우는 아빠 20명을 대상으로 한 ‘자녀들을 위한 아빠들의 문답’ 사업을 지원하기도 했다. 사업은 육아 휴직 아빠 등을 대상으로 푸드 테라피, 부부소통, 요리교실, 자녀 성장 발달에 따른 소통방법을 강의해 양성평등 육아를 지원했다. 시 자문위는 이번 이 위원의 1천만원 기탁으로 오는 11월 ‘자녀들을 위한 아빠들의 문답’ 사업을 또 한 번 추진해 저출생 극복을 위해 힘을 모으겠다는 계획이다. 이강심 위원은 “오랫동안 유치원을 운영해 아이들 문제에 관심이 많다”며 “이웃사랑, 나라사랑을 실천하자는 것이 삶의 중요한 모토다. 특히 웰에이징, 웰다잉이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저출생 극복을 위해 기부를 결심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앞으로도 지역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외순 회장은 “이 위원이 저출생 극복을 위해 선뜻 기탁을 해줘서 감사하다. 올해 상반기에 한 ‘자녀들을 위한 아빠들의 문답’ 사업이 큰 호응을 얻어 하반기에도 또 한 번 추진하고자 한다”며 “수원시의 저출생 극복 정책과 발맞춰 출산을 장려하고, 아이가 잘 성장하는 지역이 되도록 지속적으로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잠자던 감각 깨우고 경기 한 판”… 오감자극 가족 체험전시 ‘감각운동,장’ [전시리뷰]

“꼬끼오!” 초등학교 운동장 혹은 공원에서 볼 법한 수도꼭지의 손잡이를 돌리니 정신이 번쩍 드는 수탉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번에는 공중에 떠 있는 불투명한 파이프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니 평화로운 저녁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풀벌레 소리와 고요한 통통배 소리가 흐른다. 예술적 상상력과 오감을 자극하는 전시가 열린다. 지난달 30일 개막을 시작으로 오는 12월22일까지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에서 순항 중인 수원시립미술관 가족 체험전시 ‘감각운동,장’은 운동장으로 변신한 미술관에서 다양한 감각체험을 할 수 있는 전시이다. 민예은, 백인교, 소목장세미, 임지빈, 정만영, 최은철 6인의 현대예술 작가가 참여해 회화, 설치, 인터렉티브, 사운드 등 복합 장르의 작품 19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감각운동,장’이란 독특한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영유아가 세상을 감각과 운동을 통해 이해하는 단계인 ‘감각 운동’이자 그 다양한 감각을 사용하고 훈련하는 경기를 펼치는 운동장이란 의미가 담겨 있다. 전시는 총 2부로 이뤄져 1부 ‘감각 깨우기’에서는 관람객의 신체 감각을 자극하는 전시를, 2부 ‘통 감각 경기’에서는 전시장이 운동장이 돼 현대미술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작품이 전시돼 있다. 가장 먼저 전시 공간에 들어서면 오브제와 공간의 경계가 허물어진 민예은 작가의 설치작품 ‘NULL’(2024)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분리돼 보이던 각각의 조각과 벽면의 선은 바닥에 앉아 위를 올려보면 이어지는 하나의 선처럼 착시 현상이 일어나며 위치와 각도에 따른 감상의 재미를 선물한다. 시각을 통해 공간을 재발견하고 상상력을 자극했다면 이번에는 청각이다. 청각을 통한 공감각적 체험과 소리를 시각적으로 탐구하는 정만영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소리에 얽힌 다양한 체험 작품을 선보였다. 어두운 복도와 같은 길목에 들어서니, 마치 공사장 한가운데 또는 슬레이트 지붕 위에 서 있는 것과 같은 풍경이 나타난다. 반 원형으로 늘어선 양철판은 스피커가 되고 양철판 위로 빗소리의 진동이 흐른다. 정 작가는 작품 ‘소리비’(2024)를 통해 다양한 장소에서 녹음한 생생한 소리를 선보이며 관람객의 청각을 자극했다. 이어진 작품 ‘순환하는 소리’(2024)는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새로운 차원의 소리가 울려 퍼지며 공간 전체가 관람객을 몽환적인 분위기로 잡는다. 수원천 발원지의 물소리, 수원천 상류의 풀벌레 소리와 옹달샘 소리, 염소와 수탉의 아침부터 새소리까지 작가가 직접 각각의 공간에서 채집한 소리는 파이프를 타고 물소리처럼 흐른다. 물을 틀듯 여러 수도꼭지를 열자, 전시장에 터져 나오는 다양한 소리는 관람객의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인간 문명의 양면성을 다양한 작품으로 전하는 최은철 작가는 각설탕을 쌓아 올려 현대문명을 표현한 ‘설탕도시’(2022)와 지구 온난화로 개체 수가 사라져가는 북극곰을 매년 한 점씩 그려낸 회화 ‘크렉’(2016~2023)으로 문명사회 속 상징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설탕은 물에 닿거나 높은 온도에서 녹아내린다. 최 작가는 물질적 달콤함과 이면에 숨은 불안정성, 덧없는 현실을 이야기한다. 최초 설치에서부터 현재까지 몇 년의 시간이 흐르며 갈변하거나 흘러내린 설탕은 그 변화 자체가 작품의 일부이다. ‘설탕도시’를 구성하는 각기 다른 높이의 빌딩으로 이뤄진 3개의 구역은 마치 점점 녹아내리는 빙하섬과 같다. 설탕도시와 연계된 작품 ‘크렉’은 멀리서 보면 각각의 빙하 조각이, 가까이 들여다보면 그 속의 북극곰이 보인다. 관람객은 제공받은 각설탕을 통해 ‘설탕도시’ 곳곳에 자신만의 빌딩이자 빙하 조각을 쌓아보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이어진 2부 ‘통 감각 경기’는 1부 ‘감각 깨우기’에서 일깨운 모든 감각을 활용해 관람객이 예술 경기에 참여할 수 있는 전시가 구성돼 있다. “관객이 작품 속으로 들어와 매번 새로운 장면을 연출해 줬으면 좋겠어요” 본격적인 전시에 앞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백인교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어린이를 포함한 다양한 관객이 ‘만지고’, ‘느끼며’ 미술을 즐겁게 향유해달라고 말했다. 색채의 예술성에 주목하며 섬유의 특성을 작업에 반영하는 백 작가는 작품 ‘COLOR.FULL’(2020-2024) 등을 통해 실로 감싼 바구니를 관람객이 직접 두드리며 색과 소리, 촉각이 어우러진 체험을 선보였다. 빨강, 주황, 노랑의 드럼을 두들기듯 벽면에 위치한 바구니를 두들기며 숨겨진 방울을 찾아내는 재미를 담아냈다. 모든 체험을 마쳤다며 이제 감각 경기 한판을 벌일 운동장으로 나가면 된다. 목수와 아티스트, 여성 드래그 퀸 등 폭넓은 영역의 창작자로 활동하는 소목장세미는 사라져가는 옛 전통 목공 기술과 모양을 독창적인 가구로 현대화하는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 소목장세미는 아세안 지역의 치료와 치유, 명상에서 착안한 작품 ‘등 굴리기 로라’(2024) 등을 통해 평소 익숙하지 않은 감각을 인식하게 한다. 이어 작가가 작곡한 음악을 배경으로 두 명 이상이 참여하는 게임형 작품 ‘푸스볼 테이블’(2023)과 ‘동심협력게임-클라이밍 락’(2023)은 경기에 참여해 점수를 매기며 관람객에게 즐거운 재미를 선물한다. 수원시립미술관 관계자는 “삐아제의 인지발달 이론에서 ‘감각운동기’는 1단계에 해당할 정도로 중요하지만, 현대사회에서 다양한 미디어에 노출되며 감각을 깨우기가 쉽지 않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활기 넘치는 감각 운동장으로 관람객을 초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이번 전시 공간은 삼화페인트의 친환경 페인트 협찬으로 조성됐다”며 “2024 올해의 컬러를 반영한 전시 연출로 어린이와 관람객이 풍부한 감성과 상상력을 발휘하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예술 작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고 말했다.

“1호선 따라 예술여행 떠나자”…수원문화재단, ‘문화1호선’ 순회전시회 작가 공모

수원문화재단은 오는 9일까지 ‘문화1호선’ 예술여행 순회전시회에 참여할 작가를 공모한다. ‘문화1호선’은 문화체육관광부 선정의 ‘법정 문화도시’인 부평, 부천, 영등포, 수원, 의정부 5개 도시 간 협력 사업이다. 이번 전시회는 지하철 1호선을 기반으로 한 5개 문화도시가 동시대 감각을 공유하고 수원 및 타 지역과 문화를 교류하고자 마련됐다. 지원 대상은 수원에 거주하거나 작업실이 있는 시각 예술 분야의 예술가 혹은 예술단체(팀)이며 순회전시회는 문화1호선 사업에 참여하는 도시별 3인(팀), 최종 5개 도시 15인(팀)이 선정된다. 수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거나 도시의 단면과 내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면 공모할 수 있다. 작품의 형태는 ▲평면(회화, 사진, 디지털드로잉 등) ▲입체(공예, 조각) ▲영상이며 최종 선정된 작가에게는 200만 원 등의 혜택이 지원된다. 자세한 신청 방법은 수원문화재단 혹은 문화도시 수원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각 도시의 지역 작가가 도시의 풍경과 이야기를 담아낸 순회전시는 오는 30일 부천 복사골 갤러리를 시작으로 ▲10월7일~12일 부평 ▲10월16일~20일 수원 ▲10월24일~28일 영등포 ▲10월31일~11월7일 의정부에서 순차적으로 개최될 예정이다. 수원문화재단 관계자는 “지역의 풍경과 일상을 다양한 시선에서 담아낸 작품을 통해 도시의 기능과 문화 가치를 창출하고자 한다”며 “5개 도시에서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전시로 지역 작가를 지원하고 도시민의 문화 향유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新舊 손 잡고”…격동의 역사 수원미술협회, 창립 60주년 기념전 ‘잇다 : 있다’

만으로 60, 인간의 나이로 치면 다시 새롭게 태어나 살아간다는 ‘환갑’이자 한번 돌아와 다시 시작한다는 ‘회갑’을 의미하는 숫자다. 지역의 예술가와 함께 숨 쉬며 지역 미술의 저변을 넓혀온 수원미술협회가 불혹과 지천명을 지나 환갑을 맞이했다. 60년 역사의 산증인이자 기둥인 아흔의 원로부터 디지털 기술을 통한 팝아트를 선보이는 신세대까지. 격동의 역사를 이어 온 수원과 경기도 31개 지역의 신구 세대가 한자리에 모여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조망하고 지역 시민과 함께하는 100주년으로의 도약을 알리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편집자주 (사)한국미술협회 수원지부는 오는 8일까지 수원시립만석전시관 1, 2층 전관(1~3 전시실)에서 수원미술협회 60주년 기념 특별전 ‘2024 수원미술 잇다 : 있다’를 개최하고 있다. 전시에서는 지역 미술사 한 획을 그은 수원미협의 고문과 자문들의 작품 및 이번 전시를 위해 ▲한국화 ▲서양화 ▲문인화 ▲서예 ▲조각 ▲디자인·공예·민화 ▲수채화 등 수원미협 각 분과 협회원이 선보이는 대표작 및 소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와 함께 한국미술협회 경기지역 31개 지부에서 지상전으로 참여해 지역 미술의 특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 지역의 미술사와 함께한 60년 수원미협의 발자취는 경기도 미술사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수원의 미술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1964년 수원미술협회가 태동했다. 수원미협에서 거슬러 올라가면 1924년 결성된 ‘조선프로레타리아예술동맹 수원지부’가 있다. 또한 1940년 수원 출신의 화가 이영일이 창설한 ‘조선미술가협회’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 수원미협의 전신인 ‘수원미술지구회’가 1964년 3월22일 결성됐다. 그렇게 수원미협은 지금은 고인이 된 초대 안찬주 지부장부터 현재 22대 이동숙 지부장까지 이어져 왔다. 1960~70년대 수원미협은 수원 지역 소그룹 미술운동의 중심이었다. 협회를 중심으로 회원전, 교사 대상의 서양미술 감상법, 미술 세미나, 초중고 사생대회 등 작지만 알찬 미술 행사로 지역 미술의 근간을 만들어갔다. 1980~90년대는 뼈대를 다지는 시기였다. 당시 크로바 미술 실기대회, 화홍문화제 실기대회, 관내 고등학교 연합전 등 다양한 미술대회를 주최하며 미래 미술인 양성에 주목했다. ■ 황금기에 찾아온 코로나, 그리고 재도약의 현재 2000년대는 도약의 시기였다. 2001년 64명에 불과했던 회원 수는 2003년 200명에 이르는 거대 단체로 성장했다. 무엇보다 2003년 수원미협이 수원미술전시관(현 수원시립만석전시관) 위탁운영의 관리주체가 되는 성과는 수원미협이 지역미술의 주체가 돼, 시민들의 문화예술 향유권을 확보하는 계기가 됐다. 2010년대 이르러 부흥기를 맞이했다. 대표 사업으로 2004년부터 시행해 온 ‘수원시미술단체연합전’의 양적, 질적 성장을 이루며 지역 미술 동호회를 중심으로 한 생활미술의 근간을 만들어왔다. 또한 국제교류전으로 수원 미술의 우수성을 폭넓게 알렸다. 허나 2020년대에 수원미협은 부침을 겪게 됐다. 2017년 수원미술전시관의 위탁 종료와 모든 예술인에게 위기로 다가온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는 수원미협의 근간을 흔들었다. 2024년 지금의 수원미협은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을 맞이한 모양새다. 제28회 나혜석 미술대전, 제20회 수원시미술단체연합전, 2024 한·중 국제교류전 등은 한 단계 수준이 높아졌다고 평가받는다. 현재는 회원 수 700여 명이 넘는 도약을 이루며 지역 미술인 저변 확대에 노력하고 있다. ■ 원로부터 신입까지…회원 열정 및 미술 변천사 살필 수 있어 이동숙 현 수원미술협회장은 이번 60주년 기념전 ‘2024 수원미술 잇다 : 있다’에 대해 “전통과 현재를 잇는다는 의미와 함께, 앞으로 100년의 도약이 충분하다는 열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전시에서는 수원과 경기 지역 미술사의 근간이자 역사의 증인인 수원미협 고문 및 자문 등 20인의 원로 작가부터 신입까지 각 회원이 60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작품 속 열정을 느낄 수 있다. 수원미협의 태동부터 함께한 화백의 작품부터 컴퓨터 그래픽 등 현대 기술을 활용한 중진·신진 작가의 팝아트 작품까지 살펴보면 미술의 변천사가 느껴진다. 작품 ‘설악의 제경’ 등으로 참여한 기노철 고문은 경기도 미술대전, 경기도지사상(1989~1990), 자랑스런 경기인상(2013)을 수상한 지역의 원로 예술인이자 동양화(산수화 부문) 명인(14-1001-28호)으로 인정받은 인물이다. 이제 아흔을 넘긴 화백은 백내장으로 앞이 보이지 않음에도 지팡이를 짚고 지난달 27일 열린 개막식에 자리하기도 했다. 이강자 고문은 눈 덮인 풍경이 평온함을 자아내는 ‘수원화성 : 남포루’ 작품으로 참여했으며 경기도 지정 공예인(제90-8호)인 홍승인 고문은 동그란 기둥 밑 빨간 꽃이 인상적인 작품 ‘춘설’을 선보였다. 홍 고문은 지난 1980년대 제8대 수원미협 지부장 및 제17~18대 경기미협 지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이선열 자문이자 전 경기미협 지회장은 고요함이 느껴지는 수묵담채화를 선보였다. ■ 수원미협, “100년으로 나아갈 것” 원로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서양화, 동양화, 문인화, 한국화 및 서예와 민화 등 회화부터 조각까지 수원 미술사의 ‘현재’를 이끌어가고 있는 수원미협 회원들의 작품은 각기 다른 분위기의 3개의 전시실에서 관람할 수 있다. 30년 가까이 수채화를 그리며 다양한 수상 이력을 자랑하는 김숙연 작가는 작품 ‘서정’을 통해 섬세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밖에 이번 전시에서는 대한민국미술대전 전통미술공예대전(민화 부문) 특선, 입선 등의 수상 경력을 보유한 박복순 작가의 한지 위 빨강, 분홍 등 색감이 독특한 작품 ‘필묘작화접도’와 경기미술대전 대상(2012)의 신경옥 작가의 현대적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 ‘With You’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이동숙 수원미술협회 제22대 지부장은 “60주년이 되기까지는 자비를 들여서라도 근간을 이어 온 회원들의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특히 이번 기념전을 위해 하나가 된 열정으로 참여해 준 이들을 보면 100년도 거뜬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수준 높고 탄탄한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한 번에 만나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원미협은 회원의 창작 및 전시지원을 위한 미술 전문 공간 확보와 함께 전문미술과 생활미술의 융합화 확대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며 “사회적 역할과 활동을 통해 지역문화를 꽃피우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무형유산’과 현대미술의 접목…경기도박물관 특별전 ‘극락’

‘경기도무형유산’을 현대미술과 접목해 재조명하는 전시가 열렸다. 특히 종교를 넘어 생활문화로 정착한 ‘불교’를 바탕으로 경기도무형유산의 예술성을 새롭게 살펴본다.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박물관은 경기도무형유산 71종 중 불교와 관련 있는 7종목을 모아 특별전 ‘극락 Paradise’를 지난달 28일 개막했다. ‘무형유산을 탐구하는 즐거움’을 의미하는 이번 ‘극락’전에선 경기도무형유산과 관련한 21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칠공예, 주성장, 불화장 등을 불교와 관련한 경기도무형유산의 뿌리로 보고 관련 종목들을 엮어 기획됐다. 1부 ‘아득하고 아득한’에서는 소리와 관련한 주성장의 작품을 선보이고, 2부 ‘무아 無我’에선 불화장 이연욱의 작품 등을 보여준다. 3부 ‘황홀 恍惚’에서는 칠공예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생칠장, 나전칠기장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우리나라 범종 가운데 가장 오래된 오대산 상원사 동종의 재현품이 관람객을 맞는다. 경기도무형유산 ‘주성장’ 정동후가 만든 범종으로, 가운데가 볼록하고 위와 아래가 좁아지는 형태를 띠며 종의 꼭대기에는 용 모양의 장식인 용유가 달려있다. 특히 경기도무형유산 ‘불화장’ 이연욱은 다섯의 부처를 통해 많은 이들의 소망과 의지를 담아낸 칠장사 오불회 괘불도의 재현품을 선보였다. 전체적으로 초록색과 붉은색으로 채색을 맞추고, 섬세하고 화려한 문양을 자연스러운 그러데이션 기법으로 표현했다. 특히 원작의 바탕이 되는 푸른색, 복잡한 구성을 현대적으로 잘 해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와 함께 선불교의 영향을 받은 백남준의 ‘촛불 TV’, 반으로 나눠진 불상 모양으로 고정된 생각을 깨뜨리는 안성금의 ‘부처의 소리’를 볼 수 있다. 또 옻나무 액을 여러 번 칠해 깊은 색을 내는 ‘생칠장’ 송복남, 칠한 물건 위를 자개로 장식하는 ‘나전칠기장’ 김정열, 쇠뿔에 그림과 색으로 장식하는 ‘화각장’ 한춘섭의 작품을 통해 칠공예의 황홀한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다. 송복남은 총 8번의 옻칠을 한 작품 ‘발우’를 통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색이 깊어지는 옻칠의 현상을 잘 보여줬다. 더불어 옻칠을 반복한 작은 정사각형을 쌓아 만든 유남권의 작품 ‘응집된 획’은 현대적인 칠 작업의 묵직한 미감을 나타냈다. 나전칠기와 화각의 화려한 장식과 대조되는 시각적 대비를 느낄 수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경진 학예연구사는 “무형유산을 전승하는 장인이 만들어 낸 결과물엔 무형의 정신이 함께 담겨 있다. 이 같은 점에서 현대미술은 무형유산의 본질과 통하는 가치가 있다”며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경기도무형유산이 가지는 의미와 재미를 발견하는 지극한 즐거움의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10월20일까지.

인기 공예 작가 만나는 한국도자재단 ‘2024 공예워크숍’

한국도자재단이 6일부터 8일까지 경기공예창작지원센터에서 인기 공예 작가들이 대거 참여하는 ‘2024 공예워크숍’을 연다. 공예워크숍은 작가 작품시연 프로그램으로 6일 개막하는 국제 도자예술 행사 ‘2024경기도자비엔날레’와 경기도 대표 공예문화 축제 ‘2024경기공예페스타’와 연계해 진행된다. 도자, 금속, 유리 세 분야에서 ▲배세진 ▲하명구 ▲한정은 ▲이상협 ▲정호연 ▲김준용 ▲윤호석 ▲이기훈 ▲이정원 ▲이태훈 ▲브리 채슬러(Bri Chesler) ▲핫글라스 작가회(Meet the hotglass) 등 총 14개의 팀이 참여한다. 특히 넷플릭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블로잉: 유리 아트 서바이벌, 시즌3’에서 2·3위를 차지한 민히 수 잉글랜드(Minhi Su England)와 존 샤빈(John Sharvin)의 작품 시연이 주목받고 있다. 공예에 관심이 있는 누구나 참관 가능하며 공예체험과 마켓,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다. 작가별 일정은 경기공예창작지원센터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기타 문의사항은 공예창작지원센터로 문의하면 된다. 한편 ‘2024경기도자비엔날레’는 6일부터 10월 20일까지 45일간 이천, 여주, 광주를 중심으로 경기지역 곳곳에서 열리며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전 세계 70여 개국의 도자 예술 작품 만날 수 있다.

지구과학 교사 출신 주인 "학습과 성장 응원합니다” [우리동네 독립서점_ 지구책방]

학교 교육과정을 연구하며 고교학점제 관련 도서를 출판하는 교육 전문가 김연화씨가 서점을 운영하는 이유, 아이들 가까이에 책방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는 신념 때문이다. 지구과학 교사, 책방 주인 되다 ‘지구책방’ 대표 김연화씨는 18년간 의정부에서 교직 생활을 한 지구과학 교사였다. 서점과 ‘공부재미연구소’ 출판사를 병행해 운영하며 학교 수업을 연구하고 출판하는 일을 주로 한다. “의정부에서 교직 생활을 시작하면서 이 지역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퇴직 후 당초 출판 사업만 할 계획이었는데 동네마다 아이들이 걸어서 갈 수 있는 책방은 많을수록 좋다는 믿음에 서점도 시작했어요. 저희 부부 둘 다 지구과학 교사이기 때문에 ‘지구책방 별별상점’으로 상호를 붙였는데 주로 ‘지구책방’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지구책방은 2023년 한 해 동안 그림책 창작교실을 진행했다. 평소 그림책에 관심이 많던 김씨가 그림책 작가과정을 수강하던 중 알게 된 강사를 섭외해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강의를 열었다. “초·중·고급 및 심화반까지 저도 함께 수업을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림책에 관한 안목이 생겼고, 그림책 큐레이션은 저희 지구책방의 자랑이 됐습니다.” 지구과학 교사 출신이자 교육학 박사이기도 한 김씨는 출판사와 서점 운영 외에도 교육과정 연구 및 컨설팅, 상담 등을 주로 하며 고교학점제 관련 도서의 저자이기도 하다. “평소 교육과정과 학생들의 배움에 관해 연구하다 보니 관련 도서에 관심이 많습니다. 지구책방에서도 학습과 성장에 관한 책을 많이 소개하고 있어요.” 청소년의 성장을 응원하는 책방 지구책방은 의정부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지역 행사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의정부예술의전당 야외광장에서 열린 소규모 창작자들을 위한 ‘아르츠 마켓’에 참여했고 김씨는 의정부 정책페스타에서 독립책방의 중요성을 알리는 연사로 활약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의정부문화재단의 ‘100만원 실험실’에 선정돼 ‘청소년굿즈디자이너 등판실험’을 지난달부터 진행하고 있다. “굿즈 제작에 관심 있는 관내 청소년을 모집해 디자인 기회를 부여할 생각이에요. 학교에 있으면서 학생들이 어려도 어리지 않다는 것을 잘 알게 됐습니다. 독립적인 주체로 학생들을 대접할수록 더 많이 성장할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에 책방에서 수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활용해 학생들을 응원할 계획입니다.” 한편 김씨는 공교육에 오래 몸담은 본인의 경험을 발판 삼아 실력 있는 교사들의 훌륭한 수업을 아카이빙하는 일에도 관심이 많다. “양질의 수업 내용이 선생님들의 퇴직과 함께 사라진다는 것이 참 아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선생님들의 수업 자료를 축적할 수 있다면 학생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책방에서 공부재미연구소 집필진으로 참여할 선생님들과 연구모임을 갖고 있는데 전국적으로 공부재미연구소와 함께하는 선생님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정부·지자체, 지역 연극 지원 확대해야”…국회서도 목소리

지역 연극계가 코로나19 유행·OTT 확대 등으로 타격(본보 20·24·30일자 1면 등 보도)을 입으면서 국회 차원에서도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3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의원이 경기일보에 제공한 ‘최근 5개년 연극제 개최 및 문화체육관광부 연극제 지원 현황’ 자료를 보면, 올해 전국 단위와 서울 단위 행사를 제외하고는 전 지역 연극제에 대한 국비 지원이 전무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전국적으로 지원한 연극제 수는 2019년 33개에서 2020년 18개로 급감했다. 코로나19 등의 영향이 더해진 걸로 보인다. 이후 2021년 28개로 소폭 늘었다가 2022년 20개, 2023년 15개로 거듭 감소하며 올해(8월 기준) 12개까지 떨어졌다. 이마저도 상당수는 서울 지역에서 개최되는 연극제다. 서울권에 한해보면 2019년 14개, 2020년 12개, 2021년 16개, 2022년 15개, 2023년 10개, 올해 10개로 각각 집중됐다. 올해만 따로 보면 전체 연극제의 83%가 서울에만 편중된 셈이다. 경기도에선 ▲2019년 3개(전체의 9.0%) ▲2020년 1개(5.5%) ▲2021년 2개(7.1%) ▲2022년 1개(5%) ▲2023년 1개(6.6%) 연극제가 그동안 예산을 지원 받아왔다. 올해는 국비 지원이 아예 끊긴 상태다. 마찬가지로 조만간(9월3일) 개막을 앞두고 있는 ‘제21회 공주 고마나루국제연극제’ 또한 예산이 전액 삭감된 상태다. 앞서 2019년만 해도 45억2천4백만원에 달했던 연극제 관련 지원 국비는 2020년 당시 27억3천5백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이듬해(2021년)엔 29억7천3백만원으로 일부 증액됐지만 2022년 27억6천만원, 2023년 30억5천4백만원, 올해 29억8천억으로 오르내림을 반복했다. 코로나19 전후만 비교하면 절반가량의 하락세다. 이런 이유에서 박 의원은 지난 26일 열린 국회 문광위 전체회의에서 정부와 지자체의 지역 연극을 위한 예산 지원 확대 등을 주문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경기일보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는 문화로 지방 시대를 열겠다고 하고, 유인촌 문체부 장관 또한 결산 제안 설명에서 ‘문화 균형 발전과 문화 향유 확대 기반으로 예산을 집행했다’고 말했는데, 해당 자료를 보면 자랑스럽게 말할 수준이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 의원은 “지역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지역 내 문화향유 기반을 탄탄하게 하기 위해서는 지역 연극제와 같은 문화예술행사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상황 개선을 강력히 촉구했다.

시작은 서울이어도, 끝은 우리 동네이길 [무너지는 지역 연극 完]

#6장: 기라성 같은 연극인들이 울었다. 한국 공연예술의 산실이라 여겨지던 ‘(옛)학전’이 재정난 등으로 운영 33년 만에 폐관(3월)한 데다가, 학전의 대표였던 가수 김민기가 질환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7월)이다. 연극인들은 과거의 일부분이 지워지는 심정이라고 했다. 표면적으론 극단 하나가 문 닫은 거지만, 실질적으론 그 극단을 통해 새롭게 생겨날 수 있었던 연극인과 연극문화가 실종된 셈이다. 그만큼 연극은 어제·오늘·내일의 수많은 문화 요소를 담고 있다. 지역 연극계는 진작 ‘학전 신세’였다. 하지만 큰 관심조차 받지 못했다. 연극이 끝나고 홀로 객석에 앉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지키는 지역 연극인들을 비추는 이유는, 그들 안에 지역 정체성이 살아있어서다. ■ part1. 서울에서 대구·부산으로 전파…1980년대 부흥 29일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현재 연극 문화는 1902년 첫 발을 뗀 것으로 전해진다. 부여의 영고, 고구려의 동맹, 뒤이어 삼국시대에는 백제의 기악, 신라의 처용무 등이 '고대 연극' 기원이라 볼 수 있지만, 지금 흔하게 떠올릴 수 있는 연극 틀은 일제강점기에 신문화가 도입되면서 잡히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일본에서 들여온 부분이 있다 보니 비교적 도심이던 ‘서울’ 중심으로 연극 문화가 쌓일 수밖에 없었다. 국내 연극의 르네상스라 여겨진 1950년, 서울 국립극장 개관공연(4월29일) <원술랑>에만 6만여 명의 관객이 모였을 정도다. 하지만 얼마 뒤 6·25 전쟁이 발발하면서 국립극장은 대구로 이전했고, 전속극단은 부산으로 흩어졌다. 어쩔 수 없던 일이었지만 ‘지역 극단’ 입장에선 초석을 쌓게 된 계기다. 이후 1960년 ‘실험극장’ 창설, 1973년 ‘연극인회관’ 신설 등 알음알음 우리나라만의 연극이 꽃을 피워나갔다. 그리고 1981년 공연법이 개정되면서 비로소 소극장 개설 및 극단 조직이 활성화·자유화 됐다. 이때 메인이 된 지역이 서울의 동숭동과 신촌 일대, 지금의 ‘대학로’다. 여기에서 뻗어나온 가지는 1983년 전국지방연극제로 연결됐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지방 연극 성장 시대’가 열렸다. 더불어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연극의 국제 교류가 이뤄지면서부터는 괄목할 만한 연극계 성장이 이뤄졌다. ■ part2. "지역 연극 소멸은 곧 지역 문화의 말살" ㈔경기도생활문화예술총연합회 대표이사이자 극단 ‘성’의 대표인 김태섭(61)은 지역 연극계의 역사를 몸소 겪어왔다. 1983년 4월 수원에서 창단하고 올해로 만 41년째 운영 중인 ‘성’을 통해서다. 그는 “지역 소극장이 없어진다는 건 지역 문화 자체가 말살 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화면이 아닌 현장에서 관객과의 호흡을 생생하게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대상이 지역민이라는 점에서 지역 연극이 가치 있다는 설명이다. 인상 깊은 에피소드로는 1998년 팔달구 방화수류정 인근에서 진행한 공연을 꼽았다. 김 대표는 “방화수류정 수변 위에 무대와 객석을 설치했어요. 저희는 무대 위에서 연극을 하고, 관객들은 연못에 발을 담근 채 옹기종기 공연을 봤죠. 지역 연극만이 할 수 있는 형태의 공연 아니겠어요?”라며 “저는 연극이 삶을 투영한다고 생각해요. 저희 극단의 경우 나혜석·정조대왕·홍사영 등 지역의 인물과 역사를 가지고 작품을 만드는데, 지역 연극 안에 지역 삶이 투영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고요. 그렇게 '성'이 지역 안에서 100년을 가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의 지역 극단 미래는 캄캄하다고도 본다. 나날이 관객들 눈높이는 높아지는데 지역 예술단체들은 '고가의 작품 시장'을 쫓아갈 여력이 안 돼서다. 김 대표는 “문학이나 미술처럼 개인적인 예술 작업은 ‘나의 노력’에서 작품이 탄생할 수 있지만 연극은 ‘공동 작업’이라 좀 달라요. 예전엔 연극인들이 본인의 욕심과 사명감으로 지하에서 라면만 끓여 먹고 생활하면서 소극장을 지켜왔는데 이젠 현실적으로 그런 사람이 적죠. 협업 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야 작품이 나오는데 이제 그런 환경이 점점 없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지역 연극인들이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는 게 지금의 제가 갖고 있는 책임감이자 소임이라고 생각해요. 지방정부가 나서서 환경을 조성해주지 않는 한 앞으로는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전했다. ■ part3.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연극인들은 무너지는 지역 연극, 벼랑 끝에서 힘겹게 버티는 연극인. 지역 문화를 계승하고 지역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 지역 연극의 건재를 응원한다. 경기도 외 다른 지역 극단들이 저마다의 개성으로 풀어낸 지역 문화 작품을 소개한다. 최근 폐막한 ‘제42회 대한민국연극제 용인’의 본선 경연 진출작 중 하나인 <프로젝트 이어도-두 개의 섬>은 제주도만의 역사와 색깔이 짙게 담긴 이야기를 다뤘다. 그동안 제주도의 정체성을 담은 작품을 만들어 온 예술공간 오이가 제주도의 과거와 미래를 소재로 이야기를 전했다. 이 안에는 독립군 출신 도하와 미래를 보는 어도가 만나 제주 4·3사건의 비극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특히 제주의 구전민요 ‘이어도사나’를 통해 돌아갈 수 없는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연결짓는 점에서 지역 문화를 엿보였다. 또 경남 통영의 극단 벅수골이 연극제에 출품한 <하얀 파도>는 통영 바다 냄새를 물씬 풍겼다. 해안가에 있는 가상 공간인 ‘담류마을’이 배경이다. 오염으로 인해 조업이 금지된 담류마을에서 주민들은 재활용이 가능한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며 살아간다. 어느 날 바다에서 쓰레기를 건지던 사람들은 그물에 걸리는 물고기가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 당황한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 통영의 색으로 풀어냈다. 연출을 맡은 장창석 대표는 “우리는 <하얀 파도>를 통해 해양오염의 실태와 삶의 갈등 속에서 바다를 살리고자 하는 은근과 끈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서울 연극의 관점에서 지역 연극은 비주류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소수의 구석진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역 연극인들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는 이들이 스스로 특정 시대의 중요한 기록을 남기면서 세대 비전을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정체성’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9월1일부터 8일까지 용인에서 열리는 ‘제3회 대한민국 시민연극제 용인’에서도 전국 시·도 시민연극단체의 목소리가 더해질 예정이다. 김태섭 극단 성 대표의 인터뷰 내용 일부를 전하며 끝을 맺는다. “이 기사는 연극에만 포커스를 맞춘 기획물 같지만 사실 무용에도, 음악에도 해당되는 전체 예술의 이야기입니다.” <무너지는 지역 연극> 인터랙티브 기사보기 / http://kyeonggimedia.netlify.app ※ 지금까지 보도된 ‘무너지는 지역 연극’ 기사들은 경기일보 홈페이지에서 영상 및 인터랙티브 기사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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