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개] 자연이 건네는 말, 꼼은영 그림책 '봄 여름 가을 겨울'

‘와글와글’ ‘웅성웅성’ 떠들썩한 봄이 찾아왔다. 바람에 실려 온 반가운 소리가 소곤거린다.  “우리 같이 걸을까?” 하하 호호 담벼락에 매달린 노란 웃음소리와 아이들마다 품고 있는 첫 시작에 대한 기대가 마음을 더욱 설레게 한다. ‘윙윙’ 꿀을 따느라 바쁜 꿀벌들의 부지런함으로 세상은 달콤해졌다. 꿀벌들의 그림은 모두 ‘윙윙’ 꿀벌이 내는 소리로 엮였다. 쏴아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 소리로 세상이 가득 찬다. 그 소리마저 쏴아로 한글자한글자 그림으로 빚어졌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우리 곁에 다가와 건네는 말은 모두 다르다. 그 말들을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모양이 될까. ‘봄 여름 가을 겨울’(한림출판사 刊)을 펴낸 꼼은영 작가는 글자를 모아 그림을 이루고, 그림을 모아 글자를 이뤄냈다. 평범해 보였던 자연과 계절, 일상을 새롭게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책을 보노라면 형형색색 그림에 숨어있는 글자를 찾는 재미로 눈을 뗄 수가 없다. 자연의 말소리, 사계절의 속삼임이 눈으로 귀로 전해지는 듯 하다. 무엇보다 장면마다 다음 장면과 이어지는 요소가 숨겨져 있다. 색색의 선과 색을 따라 건너가는 계절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작가가 건네는 말들도 용기와 희망, 응원으로 가득하다. ‘가을 햇볕에 벼가 고개를 숙이고 있어. 무르익기 위해 모두 애썼어’. ‘오고 가는 모든 것을 응원하기 위해 해님이 매일매일 떠오른다는 걸 알고 있니?’ 등등 작가의 말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계절에, 자연에, 일상의 매력에 흠뻑 젖어 삶이 새롭게 환기되는 듯 하다.

윤준영 교수의 ‘대한민국이 묻고 젊은 학자가 답하다’

교육과 기업, 정치 분야에서 목소리를 내고 발로 뛰며 학생들과 만나는 윤준영 한세대 교수의 책 ‘대한민국이 묻고 젊은 학자가 답하다’가 지난 10일 출간됐다. 윤 교수는 한세대학교 휴먼서비스대학원 공공정책학과에서 강의하며, LH, GH 기술심사평가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교육부, 한국교육개발원, 각 시·도 교육청 자문위원을 지냈고 한국기업경영학회 부회장을 역임하는 등 다양한 사회 현안을 현장에서 겪어 왔다. 윤 교수는 10여년간 현장과 강단에서 치열하게 보냈던 시간을 돌아보면서 그간의 흔적을 모아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이번 책은 활동했던 영역에 대한 경험담과 학생들과 수업시간에 주고받았던 문답들을 엮어낸 결과물이다. 윤 교수는 딱딱한 이론보다는 생생한 소통에 방점이 찍혀 있다며 책에 대해 운을 띄웠다. 그는 “딱딱한 전공 지식이 아니라, 교수활동을 하며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느꼈던 것들이 고스란히 녹아든 책”이라며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질문에 대한 나의 생각과 느낌을 진솔하게 풀어낸 칼럼식 에세이”라고 설명했다. 무게감을 덜어낸 자리를 공감과 소통에 대한 의지로 채워넣었기 때문일까. 그의 책은 일상에서 주변 지인들과 한 번씩은 나누어 봤을 법한 대화 속을 맴도는 주제로 빼곡히 채워졌다. 윤 교수는 책을 다 읽지 않더라도 이 지점 만큼은 꼭 챙겨보길 권한다. 그는 교육 분야에선 두 번째로 수록된 ‘교육 목표 차이가 만든 세대 간 갈등에 대한 소고(feat. “정의란 무엇인가?”)’를, 기업과 경제 분야에서는 5번째로 등장하는 ‘노동조합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정치 분야에서는 여섯 번째로 독자를 맞이하는 ‘세대 특성을 통해 바라본 정치 진영에 대한 소고’를 꼽았다. 그 이유에 대해 “우리 사회의 대립되는 교육 목표, 세대, 집단에 대한 분석을 통해 갈등의 상황과 요인을 제 관점에서 풀어보려고 노력한 흔적이 드러나는 구간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책은 교육·정치·사회·경제 등 다양한 사회 화두의 현안을 다루고 있다. 이에 관해 윤 교수는 “아무래도 전공에 따라 기업과 경제 분야의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더 많은 내용을 폭넓게 다루고 싶었지만 균형을 위해 눈물을 머금고 내용을 많이 뺐다. 이번 저서에서 제외된 화두에 관해선 후속 저서를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번 책이 나올 수 있었던 비결로 틈틈이 이어 왔던 저술 활동을 꼽았다. 그는 신문 등에 꾸준히 기고하면서 사회 현상에 대한 관점을 풀어내고 있다. 하지만 글을 보낼 때마다 분량 때문에 더 깊게 다루지 못했거나 당시엔 떠올리지 못했던 생각들에 대한 아쉬움이 늘 있었는데, 그에게 이번 책은 그런 미련을 떨쳐버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는 것. 윤 교수는 오는 18일 오후 5시 교보문고 광화문 본점에서 열리는 출판기념회 겸 강연회에서 독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그는 “사실 처음 가제를 ‘내가 생각했던 것을 너도 동감해 주었으면...’으로 하려고 했던 만큼, 책을 통해 함께 고민을 나누고, 생각을 교환하고, 건강하게 토론하는 문화가 정착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신간 소개] 장주희 시집 ‘나는 하늘에 어떤 구름이 있는지 몰라'

반복되는 풍경의 변화. 그 속에서 사라지는 것들에 주목한 장주희 시인의 시집 ‘나는 하늘에 어떤 구름이 있는지 몰라’(천년의 시작刊)가 출간됐다. 장주희 시인은 중앙대학교 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고 지난 2020년 '시와산문' 신인상 당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 했다. 시인은 끈임없이 풍경의 변화 속에 사라지는 것들에 주목한다. ‘나는 누구지 여기는 어디지’(‘나는 하늘에 어떤 구름이 있는지 몰라’ 中)라고 성찰하면서 ‘사라지는 것들을 보고 기억해/너에게 구름을 주고 싶어’라는 따스한 마음을 담는다.  사라지는 것들은 힘 없고 볼품 없지만, 시인은 그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엿본다. 다리 하나가 부러진 의자에도 시인의 마음이 담겼다. ‘누군가 의자를 내놓았다/…/세 개의 다리는 멀쩡했다/버린 사람은 부러진 다리만 보았다//…//뚝뚝 넘어질 것을 알면서도 부러진 다리를 끝내 버리지 못한다…’(직립의 시간 中)며 ‘한 개의 다리가 자라기를 기다리는 나무처럼’ 그 역시 희망을 움틔운다.  시인의 시는 아버지께 바치는 글이기도 하다. 시인의 아버지는 1970~1980년대 신군부에 의해 통폐합 된 언론사의 편집국장이었다. 아버지가 직접 겪었던, 또 시인의 가족이 그 냉혹한 공기를 전해 받은 5·18 광주에 관한 일들이 시 ‘검열’과 ‘새벽에 들은 얘기’로 옮겨졌다. ‘변곡점’은 평생 사회적 역할을 감당하다 퇴직 후 치매를 앓은 시인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다. ‘아버지 지금 어디에 계셔요/회사 출근했지//아버지 지금 계신 곳이 어디예요//여기? 직장/네…직장에 나가셨구나’.  시인의 시집엔 시대의 아픔, 일찍 사망한 언니에 대한 슬픔과 그리움을 통해 세상을 넌지시 관조하는 시선이 깔려있다. 그 개인적인 이야기들은 결국 시를 읽는 이들에게 위로와 그럼에도 새로운 희망을 보며 살아가는 용기를 건네준다. 

아름다운 풍경 속 서릿발 같은 외침 김종경 시인 ‘저물어 가는 지구를 굴리며’

현실 세계의 부조리한 현상을 시를 통해 고발하는 김종경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저물어 가는 지구를 굴리며’(별꽃 刊)를 펴냈다. 이번 시집은 현실 세계의 부조리한 현상을 다루면서 내면의 울림을 주는 서정적 리얼리즘의 정수라는 평을 받고 있다. 용인에서 태어나 지역 문제에 천착해온 시인은 계간 '불교문예'로 등단해 시집 ‘기우뚱, 날다’, 포토에세이 ‘독수리의 꿈’ 등을 펴냈다. 지역문제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활동해 오며 ‘용인문학’과 '용인신문' 발행인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신간에서 50여편의 시를 통해 자연과 사람을 노래한다. 시를 보노라면 흰 눈이 덮인 대지에서, 때론 고산지대의 커피 농장에서, 아스팔트 위에서 신음하는 새들과 목련과 아이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 하다. 자연과 삶 속에서 그가 꼿꼿하게 외치는 화두는 변방과 주변, 약자다. 빠르게 변화하고 복잡다단한 세상에서 그는 시인만의 렌즈로 포착한 연약한 생명체에 주목하고 슬프고 아름답게 펼쳐 보인다. “…//산과 들이 붉은 속살을 드러내며 숲속 오솔길이 사라지자 소리보다 빠른 자동차 길들이 또 다른 세상의 문으로 이어졌다 그것이 삶과 죽음의 경계일 줄이야 길 잃은 고라니와 짐승들이 차례차례 불빛 속으로 뛰어들던 밤, 나도 아득한 절벽 아래로 한없이 떨어지는 꿈을 꾸었다//…”(시 ‘혼돈의 밤-천만 마리를 위한 진혼곡-’ 중에서) 라며 내뱉은 시인의 독백엔 생태 위기와 자연, 인간의 탐욕에 대한 깊은 고민과 상념이 깃들어있다. 하지만 그의 시는 슬프지 않다. “소나무 위에서/독수리가 스스로 목을 맸다//…//지금도 지구를 떠도는/수억의 유목민과 전쟁 난민들이/새만도 못한 종족 공동체로/꿋꿋이 살아가고 있다는/이 불편한 진실 앞에서 나는/독수리의 온전한 귀향과/명복을 기원하는 바이다”(시 ‘떠도는 새’ 중에서)처럼 절망하거나 항복, 포기하지 않는 인간성 회복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총 5부로 나뉜 시집에서 시인은 인간 본질에 대한 깊은 사유와 성찰로 삶과 죽음, 빛과 어둠 사이의 길목에 놓여 있는 사물의 내부를 파고들 듯 훑어내렸다.   “그의 시에는 우리가 잃어버린 시간을 잉태한 생명의 근원이 자리하고 있다”라고 말한 이상권 동화작가의 말처럼 피를 토하듯 내뱉은 시어들 속에서도 그의 시는 지속적으로 안온하고 서정적이다. 인간 실존의 부조리함을 위트와 구수한 넉살로 반전시키는 여유로움의 미학 때문일 테다.

[신간소개] 아이와 함께 ‘좋아, 싫어 대신 뭐라고 말하지?’

나의 감정 상태를 파악하고, 어떤 감정인지 표현하는 일은 너무 중요하다. 하지만 일상 속에서 사람들은 그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감정의 발화가 잘 이뤄질 때 가족뿐만 아니라 주변의 모든 사람들과 맺는 관계가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 감정을 다루는 두 권의 책을 통해 나와 내 아이가 감정을 어떻게 나누는지 떠올려 보고 변화를 줄 수 있지 않을까. 먼저 ‘좋아, 싫어 대신 뭐라고 말하지?’(이야기공간 刊)를 펼쳐서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을 들여다 보자. 동화구연지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송현지 저자는 아이들과 도란도란 책을 읽으면서 글을 쓰고 있다. 글쓴이는 책을 통해 “좋아”와 “싫어” 사이엔 다양한 감정들이 맴돌고 있다며 하루 종일 느끼는 다채로운 감정들을 살펴봐야 한다는 생각을 밝힌다. 자라나는 아이가 감정의 발화 방식을 친숙하게 익힐 수 있다는 점이 책이 지닌 가장 큰 매력이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늦잠 자는 아이를 깨우는 엄마의 모습이 삐뚤빼뚤 아기자기한 삽화와 함께 제시된다. 아이는 이불 속에서 그저 “일어나기 싫어~싫다고”를 반복하고 있다. 이때 저자는 단순히 싫다는 표현 대신 “엄마, 눈뜨기 힘들어요”라고 말해보라고 제안한다. 단순히 “좋다”는 표현 말고도 “아, 상쾌해”나 “엄마가 최고야”라든가 마냥 “싫다”라는 말 대신 “너무 어려워”, “기다리기 지루해”와 같은 표현들을 사용해보라는 글쓴이의 다정다감한 조언들이 책 곳곳에 배어 있다. 저자의 생각을 감싸안는 순두부 작가의 그림도 눈길을 끈다. 반듯하지 않은 선으로 빚어낸 일상의 다양한 순간들, 그 순간들을 맴도는 다채로운 감정의 표현들이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책은 오는 15일 발간된다. 지난달 2일 발간된 ‘너의 감정을 말해 봐’(시원주니어 刊)를 집어들면 부모가 아이들과 감정에 대해 좀 더 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계기가 피어난다. 책장을 넘기면 매 페이지마다 새로운 감정이 눈에 들어찬다. 흥분, 좌절, 지루함, 분노, 조바심, 질투, 자부심 등의 감정이 책을 넘길수록 차곡차곡 쌓여간다. 저자는 감정에 이름을 붙여준 뒤 이 감정들이 어떤 감정인지 만나볼 수 있게 한다. 매 감정 소개마다 따라붙는 ‘대화를 이끄는 팁’은 책을 읽는 이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구성처럼 느껴진다.

[신간소개] 고대 희극론 정수 최초 정리하다… ‘아리스토파네스 희극론’

“희극은 그 본질상 웃음을 통해 사회를 교정한다는 사회풍자 혹은 사회 비판의 목적을 가진다. …마음껏 공격해서 때로는 쓰디쓴 웃음을 자아내는 이런 소위 사회 비판적 희극도 구조 면에 있어서 한결같이 결말은 행복하게 끝난다. 그래서 희극이 삶의 현장과 마주하고 있다는 것이다.”(‘아리스토파네스 희극론’ 中) 6일 발간 예정인 ‘아리스토파네스 희극론’(세창출판사 刊)은 최초로 아리스토파네스 희극론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도서다. 이제껏 국내엔 아리스토파네스에 대한 자료는 번역서 또는 그를 분석한 논문이 전부였는데, 이 책에선 그를 면밀하게 분석하며 그가 추구했던 삶의 태도와 가치가 무엇이었는지 그려냈다. 그는 희극을 삶의 본질과 연관지으며 현대인에게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란 질문도 던진다. 책을 펴낸 류재국 교수는 국내 희극론 권위자로서 일반적으로 비극보다 열등하다고 인식돼온 희극을 다각도로 아우르며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론을 정리했다. 책에는 현존하는 아리스토파네스 희극 11개 작품을 모두 담았다. 그 작품을 단순히 연극이론으로만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문학‧철학‧시사‧윤리 등 학문적 관점으로 풀어낸다. 책은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제2권이란 평을 받는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은 2권으로 이뤄졌다고 알려졌지만, 현재는 한 권만 전해지고 있다. 많은 학자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제2권에서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을 다뤘으리라 추정한다.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 전반을 다뤄 일종의 아리스토텔레스 ‘시학’을 잇는 시도와 같다.

삶에 녹아든 일터의 경험, 다양한 직업 가진 이들의 산문집 두 권

책은 때때로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창구가 된다. 책을 통해 만날 수 없는 사람들과 마주치기 힘든 이들의 사연과 접속하는 놀라운 경험에 직면할 때도 많다. 사람들은 각자 치열하게 삶을 견뎌낸다. 그들은 과연 어떻게 살아가고 어떤 생각으로 삶을 이어가는 걸까. 어느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이 풀어놓은 진심, 음악인과 작가로 활동하는 한 사람의 인생을 담담한 산문집으로 들여다 봤다.  ■ ‘가족을 향해 렌즈를 들이민 사람의 진심’…양영희 감독의 ‘카메라를 끄고 씁니다’ 카메라를 들고 한 가족의 삶을 따라갔던 사람이 있다. 자신의 내면과 주변을 맴돌았던 생각들을 정리하기 위해 그는 카메라를 잠시 내려놓고 펜을 들었다. 재일교포 2세 출신의 양영희 감독은 교사를 하다가 연극계에 몸담은 뒤 다큐멘터리의 영역에 발을 들였다. 그는 ‘디어 평양’(2005년), ‘굿바이, 평양’(2009년), 극영화 ‘가족의 나라’(2012년) 등으로 주목을 받아 왔으며, 최근작인 ‘수프와 이데올로기’(2022년)는 제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그는 언제나 비극의 현대사 위에 쌓여간 애달픈 재일교포 가족의 서사에 주목했다. 지난해 10월 ‘수프와 이데올로기’의 개봉 시기와 맞춰 발간된 첫 산문집 ‘카메라를 끄고 씁니다’는 ‘디어 평양’ ‘굿바이, 평양’ ‘수프와 이데올로기’로 이어지는 과정 속에서 피어난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긴 산물이다. 영화 바깥에서 벌어졌던 이야기들과 촬영 당시의 에피소드, 그때는 차마 말할 수 없었던 일화들 또한 한데 모여 책의 진정성을 받쳐준다. 양 감독의 진심이 눌러담긴 이 책은 단순한 기록물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과거를 마주하려 애썼고, 잊지 않으려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을 되는대로 고민했다. 그렇기에 그가 새겨넣은 그의 다짐이 더욱 소중해진다. 개인이 마주했던 체험의 순간이 다수의 독자들과 공유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한 저자의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 ‘관계’와 ‘선택’과 ‘창작’에 대한 고민들…이석원 작가의 ‘나를 위한 노래’ “세상에는 오직 본인만이 답을 정하고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그걸 스스로 정하고 깨우쳐가는 게 어쩌면 나 자신을 찾아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나를 위한 노래’ 中) 이석원 작가는 2009년 발간된 산문집 ‘보통의 존재’로 단숨에 문학계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런 그는 20년 넘게 밴드 ‘언니네 이발관’의 멤버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작가로 활동할 때 음악인의 경력을 드러내지 않는 편이지만 그의 글에선 자연스럽게 음악인의 삶 속에서 묻어나는 고민들이 반영되는 만큼, 그가 써내려간 글들을 마주하는 일은 저자의 삶을 이루는 궤적을 엿보기에 좋은 기회다. 관계와 선택 그리고 창작에 관한 화두를 풀어놓는 ‘나를 위한 노래’는 지난해 11월 출간됐다. 그가 진행한 강연의 내용을 재구성한 이 책앤 저자가 느끼기에 온전히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데 중요한 요소들이 담담한 어조로 실려 있다. 그가 출간했던 다른 산문집과 다르게 이 책은 작가의 입으로 풀어놓았던 이야기들이 문자로 정리되는 과정을 거쳤다는 점에서 독자들에게 생생한 체험의 장을 마련해줄 수 있다.

[신간소개] 사람과 공간을 맴도는 건축 이야기…‘건축가가 사랑한 최고의 건축물’

“건축물을 보고 난 후 건축물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지만 우리는 그 장소를 떠난다. 즉 갖고 오는 것은 그 건축물에 대한 스토리다.…왜 그렇게 만들어졌는지 알아야 그 건축물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고 그 가치가 다음 작업에 좋은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건축가가 사랑한 최고의 건축물’ 中) 건축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시대의 이야기, 건축물이 세워진 이유, 건축물과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 등등. 여행을 하거나 관광 명소에서 유명한 건축물과 맞닥뜨릴 때 건축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건축물에 녹아든 사람과 지역의 이야기들을 발견할 수 있다.  지난 18일 발간된 ‘건축가가 사랑한 최고의 건축물’(크레파스북 刊)은 건축을 통해 사람과 삶, 자연, 예술을 큰 폭에서 아우른다.  책을 펴낸 양용기 교수는 독일에서 건축을 공부했고 유럽 등지에서 실무를 쌓은 뒤 현재는 안산대 건축디자인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집필도 이어가고 있다. 건축을 매개로 대중과 소통하는 방법을 늘 연구한다.  저자는 책을 통해 건축물의 형태도 중요하지만 그 내면에 담긴 스토리에서 받는 감동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건축물을 읽어내기 위해 ‘사회 변화에 영향을 미친 정도, 언행일치, 스타일, 원조, 마무리’라는 본인만의 틀을 잡고 다양한 건축물에 대한 분석을 시도한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건축물 가운데 48곳이 저자의 기준에 따라 선정된 뒤 ‘자연, 도전, 구조 미학, 클래식’ 등 다섯 개의 소주제에 따라 분류됐다.  친환경 요소가 건축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고 말하는 저자는 첫 챕터에서 자연을 품은 건축물에 주목한다. 먼저 1949년 미국 코네티컷에 준공된 필립 존슨의 ‘글래스 하우스’다. 사방의 벽면이 유리여서 내부에 있어도 바깥의 자연 속을 거니는 느낌을 받는다. 자연을 설계 요소 삼아 심미성을 살리려는 시도 속에서 오히려 아무리 아름다운 공간일지라도 자연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역설이 생겨난다. 저자는 존슨의 건축물을 이런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 자하 하디드는 곡선을 활용하고, 이오 밍 페이는 삼각형에 몰두한다. 이처럼 건축가들은 저마다의 스타일과 개성을 건축에 투영한다. 이런 맥락에서 저자는 2007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준공된 장 누벨의 ‘루브르 아부다비’를 예로 들면서 건축가의 미학적 관점을 돋보이게 하는 선택에 주목했다. 사실 장 누벨의 작품에선 뚜렷한 형태의 경향성을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누벨은 바깥의 빛을 끌어들여 공간을 창조하기 때문에 빛 자체를 그의 스타일로 삼는 건축가로 볼 수 있다. 그의 건축물은 아랍 지역에 녹아든 문화적 상징에서 영감을 얻어 공간에 적용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지역의 특성과 연계된 덕분인지 루브르 아부다비는 아랍문화권의 관광 명소가 됐다. 저자는 이 건축물에 대해 야자나무를 모티브 삼아 공간 내부에 빛이라는 물을 가득 채운 오아시스를 만들어냈다고 평한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이 책이 어느 건축물과 어떤 건축가를 최고로 칠 것인지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그저 책에 등장한 건축물은 모두 미래를 향한 하나의 징검다리일 뿐이며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시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건축물의 탄생과 준공에 얽힌 스토리를 통해 다채로운 토론과 비평이 오가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날e북] ‘공감의 배신’, ‘개인주의자의 철학 수업’

새해 소망을 빌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1월의 끝자락이 성큼 다가 왔다. 신년을 맞이하며 결심했던 굳은 다짐들이 여전히 그대로인지 자가 점검이 필요한 때다. 어수선한 마음과 생각을 정리하고 내면을 들여다보는 데엔 인문학 도서를 찬찬히 음미하는 편이 좋다. 전자책 플랫폼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인문 분야의 책을 골라 봤다.  알라딘ebook에서는 ‘공감의 배신’이 인문 분야 베스트셀러 2위에 올랐다. ‘공감의 배신’은 공감을 향한 사회의 통념을 해부해 관점과 인식의 전환을 이끄는 책이다. 세계적인 심리학자인 저자 폴 블룸은 이 책에서 무작정 공감에 대한 반대 의사를 내비치지는 않는다. 공감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모두 조명하는 책을 통해 독자들은 무엇을 이해할 수 있는가. 도덕과 결부된 우리의 행동과 판단이 공감에 큰 영향을 받는데, 이로 인해 정말 도움이 필요한 곳에 손길이 미치지 않게 될 위험성이 피어난다는 점을 짚고 넘어간다. 결국 책을 통해 저자는 우리에겐 지금보다 더 나은 결과를 이끌어낼 만한 역량과 자질이 내재돼 있다며 지양해야 하는 유형의 공감에서 벗어나 공감과 이성의 조화를 통해 더 나은 길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어 예스24ebook의 인문 코너에선 ‘개인주의자의 철학 수업’이 눈에 띈다. 사람과의 유대가 끊기고 단절이 자연스러워진 파편화 시대, 자신의 행복을 찾아나서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철학과 어떤 가치관을 품고 살아가야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개인주의자의 철학 수업’은 시대와 지역, 종교 등의 모든 영역을 불문하고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개인주의’ 철학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다. 나쓰메 소세키, 에리히 프롬, 미셸 드 몽테뉴, 노자, 장자 등의 궤적이 묻어나는 철학 수업을 따라가다 보면, 남들과 조금 달라도 좋은 존재가 되고 싶은 마음 만큼은 살아 있는 사람들을 위한 지침을 엿볼 수 있다. 어려운 관계를 떠안은 채 살아가는 삶 속에서 관계를 잃지 않으면서도 독립된 개체로서의 건강한 삶을 추구하기 위해선 어떤 방법들이 있는지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세상을 감싸안는 진심 어린 시선…이자숙의 시집 ‘달빛 품은 그대’

아무도 들여다 보지 않는 구석까지 지그시 바라본다. 인간의 온기가 미치지 않는 곳까지 예민하게 시선을 보내는 어느 시인의 눈과 마음을 들여다 보고 싶어진다. 이자숙 시인이 최근 펴낸 시집 ‘달빛 품은 그대’에는 세상과 나 사이를 연결하는 진심만이 맴돌고 있다. 수원 출생의 이자숙 시인은 2003년 ‘한국문인’ 수필부문과 2006년 ‘문예사조’ 시부문에 등단하며 행보를 이어 왔다. 문학의 길로 들어선 지 20여 년, 시인이 견뎌냈던 삶 속에서 차곡차곡 모아 뒀던 시들을 한데 엮어내니 귀중한 마음이 됐다. 소소하게 포착된 일상의 한구석, 조심스럽게 길어올린 추억들, 신념과 가치관에 대한 단상들을 바라보는 마음. 1부에서 5부까지 지나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느슨하지만 반짝이는 연결고리가 눈에 문득 띈다. 2부의 ‘팔달산’에는 저자의 초등학교 시절의 추억이 녹아든 수원 팔달산을 매개로, 과거와 현재를 교차할 때 피어나는 생각들이 배어 있다. 뿐만 아니라 수원역, 매산초등학교 등의 구체적인 지명들이 등장해 지금 이 순간과 관계 맺는 상황들도 역시 시인의 경험에서 꺼낸 추억의 의미를 강조한다. 특히 눈에 담기는 현실의 단면들과 세상의 이야기가 내면과 맞닿을 때 벌어지는 광경이 시집 곳곳에 고스란히 담겼다는 점이 시집 전반에 녹아들었다. 정겨운 세 식구/다정한 남매 찾아가 보듬어주고는/지상에 두고 온 노모 내려다보고/그립고 안타까운 눈물 흘린다//달은 이전보다 더 환한 빛으로/‘반지하 없는 세상 되기를’/두 손 모아 기도하는 세 식구/포근히 감싸 안고 있다.(‘달빛 품은 그대’ 中) 이처럼 시인이 선택한 표현들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더불어 사는 관계로 지탱될 수 있어야 한다는 간절함이 묻어난다. 화려한 수사와 기교를 걷어낸 자리엔 시인이 빚어낸 언어들이 정갈하고 담백하게 놓여 있다. 하지만 그 속에 응축된 감정들이 은근하게 꿈틀대며 갈수록 짙어지는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 시인은 시집이 시작되는 곳에 삶의 모난 돌이 둥글게 변해가는 소중한 세월을 곱씹어 보면서 자신의 시가 “은은한 달빛처럼 사막과 같은 메마른 세상을 따뜻하게 품는 소중한 마중물이 되기를 소망한다”는 마음을 터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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