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개] 얼어붙은 행복

전 여주교육장을 지낸 뒤 성균관대학교에 재직 중인 정종민 겸임교수 ‘얼어붙은 행복’을 펴냈다. 이 책은 40여 년에 걸친 저자의 교육 철학과 사상, 독서 편력으로 완성된 기록물이다. 아름다움을 향한 진주의 삶이 어쩌면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의 삶과 맞닿아 있다는 시선에서 사색을 통해 승화되고 융해된 인문 수상록이다. 흔히 진주는 얼어붙은 눈물(Frozen Tears)로 불린다. 진주는 모래알이 조갯살에 박히면서부터 시작되는데 이때 조개는 자신의 피라고 할 수 있는 나카(nacre)라는 생명의 즙액을 분비, 모래로 인한 상처를 감싸면서 모든 이물질을 녹여버리고 상처를 치료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하나의 아름다운 진주가 탄생하는 것이다. 작가는 이처럼, 이 책을 통해 외부에서 주는 시련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시련에 대한 내적 반응임을 주지한다. 우리의 삶을 망가뜨리는 것은 시련이 아니라 그것을 대하는 자세임을 강조한다. 흔히 사람은 어렵고 힘들 때 모든 상황을 외부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우리의 운명은 외부에서 오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자신의 마음에 있다.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리고 삶을 알차게 경영했을 때 성공의 문턱에 한 발짝 들여놓는 것이다. 특히 성공한 사람은 대부분 혹독한 역경과 시련을 극복한 사람들이다. 포기하지 않는 사람에게 있어 역경과 시련은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이다. 최악의 장애는 인생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열악한 환경을 ‘걸림돌 때문에’로 생각하는 부정적인 삶보다, 걸림돌에도 이를 ‘디딤돌 삼아’ 미래를 열어나가는 긍정적인 삶이 더 아름다운 모습이다. 저자는 책에서 이 같은 인생 갈라잡이를 제시한다. 저자 정종민 교수는 “얼어붙은 행복은 당신이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문제와 관련된 정보를 찾아 그 정보로부터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정신적 필독서로서 많은 독자들에게 긍정의 에너지와 선한 영향력으로 작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저자는 그동안 신문⋅잡지에 수많은 칼럼을 기고했고, KPO 명강사로 활동 중이다. 사색의 나무, 값 1만5천원

지속가능발전목표의 모든 것, 이창언의 'SDGs 교과서'

지난 2015년 유엔 총회가 채택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는 빈곤, 성평등, 질적인 교육, 산업, 혁신, 인프라 등 전 세계인의 공동과제를 위해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찾는 과정이다. 우리는 어떻게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찾아야 할까. 이러한 의문을 해결해 줄 책이 있다. 지난 15일 출간된 이창언 한국지속가능발전학회 대학협력위원장의 <SDGs 교과서>다. 한국 NGO 학회 이사를 맡고 있기도 한 저자는 SDGs의 관한 모든 것을 알려준다. 지속가능발전이 주목받는 이유와 SDGs 시대의 의미, 세부 목표, 각 섹터(정부, 기업, 시민사회, 대학)의 역할과 과제, 국가-도시에서의 SDGs 이행실천 기법, 일상에서의 실천 등에 대해 세세하게 설명한다. 15장으로 구성된 책은 전반부엔 SDGs의 이론적인 논의를 다루고 있으며 후반부에선 SDGs 실행과 관련된 주제를 다룬다. 특히, 책 속 저자의 풍부한 경험이 사례가 돼 이론과 실천을 연결해준다. 이창언 위원장은 “SDGs의 목표달성을 방해하는 여러 제약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교육”이라며 “새로운 정책, 규제, 관행, 생활양식, 습관, 사회, 환경적 조건 등을 개선해 사회문제의 우선순위 선정과 해법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우리 한국 사회의 발전을 위한 글로벌 의제를 형성하고, 기업이 사람과 지구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극대화하면서 어떻게 지속가능 발전의 진전에 기여할 수 있는지 설명한다. 정부 정책은 물론 기업의 경영과 우리의 일상에서까지 SDGs를 위한 가이드 북이다.

어른의 마음을 훔쳐간 그림책들 '괜찮아, 나의 두꺼비야'

지난 21일(현지시간) 이수지 작가가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아동문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안데스센상을 수상하면서 그림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은 지난 23일 자사 도서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이 작가의 책들이 전주 평균 대비 154배 가량 더 많이 판매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림책은 동심을 불러일으키는 그림과 함축적인 이야기 속에 담아내는 글로 마음을 움직인다. 그림책을 보는 어른들이 최근 늘어난 이유이기도 하다. 시대를 읽어내고, 닫힌 마음을 녹여내는 그림책들을 선정해봤다. ■괜찮아, 나의 두꺼비야(이소영 글그림·글로연 刊) 나와 성격과 취향이 다른 친구, 그 친구가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보며 질투심을 느껴본 적 누구나 한두번쯤은 있을테다. <겨울 별>, <여름>, <여기, 지금, 함께> 등을 쓰고 그린 이소영 작가는 관계의 엉킴과 그 속에서 받은 상처, 오해, 용서, 진심의 이야기와 감정을 그림과 글로 세밀하게 담아냈다. 깊은 숲 속 연못가에 오랜 친구인 흰 두꺼비 하양과 빨간 두꺼비 빨강이. 하양이는 명랑하고 사교적이며 친구들과 어울리길 좋아했지만, 빨강이는 집에서 조용히 혼자 보내는 시간을 좋아했다. 하양은 빨강이 자신의 동의없이 멀리있는 친구들을 초대했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자신의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던 빨강이는 돌을 집어던지고 우연히 하양이가 맞고 만다. 작가는 관계의 경계선을 넘어가며 몰아붙이는 빨강의 독점적 사랑과 그에 따른 죄책감, 부끄러움 등을 그림과 글로 담아냈다. 특히 강렬하게 대비되면서도 따뜻한 색감으로 표현한 숲 속과 주변 동물 친구들, 홀로 남겨진 빨강의 표정 등을 세밀하게 살려 주인공들의 감정과 글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 하다. 작가 이소영은 <그림자 너머>로 2014년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됐고, <여름>은 2021년 화이트레이븐스에 선정됐다. ■연이와 버들도령(백희나 글그림· 책읽는곰 刊)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동화작가이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수상한 백희나 작가의 신작이다. 책은 우리 옛이야기 〈연이와 버들 도령〉을 백희나 작가만의 시각으로 재해석했다. 우선 강렬하고 눈을 뗄 수 없는 그림이 마음 한 편을 흔든다.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에서 선보였던 닥종이 인형, <장수탕 선녀님>에서 선보였던 인형과 실사의 혼합 등의 기법이 총망라 되면서 마치 살아움직이는 것 보다 더 살아있는 듯한 감정을 표현해낸다. 옛이야기 속에서 의붓딸 연이는 초인적인 조력자 버들 도령을 만나 계모가 던져 주는 시련을 극복하고 행복을 쟁취한다. 백희나 작가의 책에선 '계모' 대신 '나이 든 여인'이 나온다. 또한 연이를 중심으로 나이 든 여인과 버들 도령과의 관계 설정부터 결말까지 색다른 서사를 창조해냈다. 고립과 단절의 시간을 딛고 일어난 성장과 희망의 이야기는 백 작가만의 사실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색채들로 더욱 빛난다. 그림책의 매력에 흠뻑 빠진 이들은 소모임을 만들면서 일상을 위로하기도 한다. 최근 수원의 한 동네책방에서 그림책 모임을 만든 조수진씨(34)는 1년 전부터 그림책에 빠져들면서 매달 한 권의 책을 선정해 회원들과 함께 생각과 감상을 나누고 있다. 조 씨는 "이전엔 그림책이라고 하면 어릴 때나 읽거나 특정한 몇몇이 읽는 책이라 생각했는데, 최근 그림책의 위상이 달리지고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들이 많아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글로만 채워진 삶과 인생이 아닌, 그림으로 응축된 다양한 이야기와 거기서 오는 감동으로 또 다른 위안을 받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자와의 만남] ‘독자를 위한 이야기를’…<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작가

어떤 작가는 영롱한 문학성을 위해, 어떤 작가는 철학적 고민에 대해 글을 쓰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오직 독자들을 위해 소설을 씁니다.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과 삶의 재미와 의미를 나누기 위해서죠. 오늘도 쓰겠습니다. 계속해서 이야기를 함께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불편한 편의점의 김호연 작가는 지금 이 시대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예스24 올해의 책, 밀리 독서 대상 올해의 오디오북 1위 등 지난해 4월 불편한 편의점을 출간한 이후 지난해 연말부터 상승세를 타 5주째 굳건한 1위를 지키고 있다. 불편한 편의점은 청파동 골목 모퉁이의 작은 가게, 서울역 노숙인이었던 독고가 편의점의 야간알바를 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룬 소설이다. 힘든 시기를 버티게 해준 책이라는 독자 리뷰에서 알 수 있듯 힘들게 살아낸 오늘을 위로한다. 코로나19 이후 고독과 불안을 더욱 예민하게 느끼게 된 우리에게 독고와 편의점 사장 염 여사의 우정을 통해 치유의 손길을 내민다. 자신을 전천후 스토리텔러라고 소개하는 김호연 작가는 20년간 불편한 편의점을 비롯해 망원동 브라더스, 연적, 고스트라이터즈 등 다양한 소설과 시나리오를 써왔다. 제주도에서 차기작을 준비하며 유선 인터뷰에 참여한 김호연 작가는 흥행은 신의 영역이라 자세한 이유를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꾸준히 집필해온 것을 인정해주시는 것 같다며 입소문으로 많은 독자들이 생긴 것이 기쁘며 앞으로 독자들이 주변에 추천해 주는 책이 됐으면 한다고 불편한 편의점 흥행 소감을 전했다. 김 작가의 말처럼 그의 작품은 주변으로 퍼지게 하는 힘이 있다. 그는 지난 2013년 소설가로 데뷔, 9년간 다섯 편의 장편 소설을 꾸준히 출간해왔다. 특히 김 작가는 휴먼 터치 작품과 스릴러 소설 등 두 가지 색채를 다룬다. 서로 다른 장르이지만 모두 그가 좋아하는 장르이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구현하고자 한다. 그래서 그의 소설은 이야기다. 소설이지만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은, 독자들과 밀착해 쉽게 읽히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람과 사람은 연결돼 있어요. 단단한 개인들이 서로를 도우면 불편한 세상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불편한 편의점은 휴먼 드라마로 이러한 이야기를 풀어낸 작품이죠. 작품 구상 역시 김호연 작가만의 방식으로 진행된다. 소재나 설정이 되는 아이디어를 떠올린 뒤 세계에 맞는 캐릭터와 삶의 이야기를 구상한다. 김 작가는 처음 떠오른 아이디어가 무엇인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캐릭터를 먼저 떠올리고 그에 맞는 설정과 세계를 찾는 경우도 있다면서도 소설 속 세계에 맞게 캐릭터의 삶을 써내려 간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꾸준한 활동을 해왔던 것 처럼 그는 지금도 차기작 작업에 한창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김호연만의 이야기, 따뜻한 이야기를 다룬다. 김 작가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며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밝혔다. 김은진기자

주말에 떠나볼까? 여행작가 정지효의 ‘열 두 달 남도여행’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냥 심심하고 시간이 남아서,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며 쉬고 싶어서, 날씨가 좋아 풍경을 구경하고 싶어서,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고 싶어서. 그만큼 여행을 누구와 얼마나 어떻게 가는지도 중요할 테다. 내가 사는 동네와 가까운 곳으로 짧게 다녀올지, 한 번도 머물어본 적 없던 먼 곳으로 길게 향할지, 여행의 모든 부분이 제마다 각양각색일 수밖에 없다. 이곳엔 이런 여행지가 있다는 걸 소개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여행 방송과 여행 에세이다. 작가들의 취향이 듬뿍 담긴다. 남도를 메인으로 한 책이 눈길을 끈다. TV 방송작가이자 여행작가로 활동 중인 정지효 저자의 열 두 달 남도여행이다. 정 작가는 주변에서 종종 던지던 이번 주말에 어디 갈까?하는 가벼운 질문을 듣고 고민에 빠졌다고 했다. 왠지 각자 취향에 맞는 여행지를 추천해줘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있었다. 그는 추천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라기보다 남도에는 꼭 가봐야 할 여행지가 정말 많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우리나라 인구 절반이 모여 사는 수도권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었단다. 꽃밭이 된 신안의 섬, 신비의 약수가 기다리는 광양 백운산, 보배섬 진도가 품은 작은 섬 둘레길 등 하루면 어디든지 오갈 수 있는 세상인 만큼 근사한 여행지로 추천한다. 정 작가는 남도를 두고 아름다운 바다와 멋진 산, 그리고 오랜 역사가 깃든 땅까지 무엇 하나 빠질 게 없는 완벽한 여행지라고 설명했다. 방송을 통해 소개했던 여행지를 엮다 보니 금세 달력 하나가 만들어져 이번 책까지 내게 됐다. 그는 매일 열심히, 보통의 날을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열 두 달 남도여행이 좋은 여행 친구가 되길 바란다고 한다. 정지효 작가는 예쁘고 고운 남도를 전국에 많이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가능하다면 언젠가 열 두 달 경기여행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연우기자

새로운 시작 3월, 따뜻한 봄처럼 위로를 전하는 책

지친 몸을 이끌고 매서운 바람을 헤쳐가며 도착한 집에서 위로해준 것은 책이었다. 움츠러들었던 몸과 마음을 깨우는 책으로 봄을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따뜻한 문장들로 채워져 일상을 위로해 줄 책을 꼽아봤다. ■엄마에 대한 잔잔한 그리움, 엄마 박완서의 부엌 :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 한국문학의 어머니, 소설가 박완서를 그리워하는 그의 맏딸 호원숙 작가의 엄마 박완서의 부엌 :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은 엄마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쓴 책이다. 호원숙 작가는 박완서의 필력을 물려받아 수필가로 왕성하게 활동하며 온화하면서 힘 있는 문장으로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려왔다. 책은 호원숙 작가가 엄마와 부엌에서 함께 했던 기억, 같이 정성껏 차려 먹었던 밥 등 잔잔한 일상에서 나타난 그리움이 담겨 있다. 다정하면서도 단정한 글이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특히, 책에는 호원숙 작가가 틈틈이 그린 그림도 함께 있다. 화려한 기교는 없어도 손끝에서 묻어나는 진심과 따뜻한 사랑을 꽃잎 하나하나로 표현했다. 호원숙 작가는 책에 아치울 노란집 마당의 꽃과 나무, 오래전 마당에 심은 꽈리, 어머니가 아끼던 그릇 등 그림으로 그려 평온한 엄마의 느낌을 담아냈다. 특별하게 멋을 부리거나 인위적으로 가공하지 않아 그의 잔잔한 글과 유유히 흘러간다. ■나를 위한 마음가짐, 나에게 고맙다 200만 독자가 사랑하는 전승환 작가의 데뷔작인 나에게 고맙다는 지난 2016년 출간 이후부터 지금까지 에세이 베스트 자리를 지켜왔다. 전승환 작가는 나에게 고맙다를 따뜻한 문장으로 채워 어떤 위로보다 깊이 마음을 어루만진다. 책은 제1장 나를 잃지 않기를, 제2장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날들, 제3장 반짝반짝 빛나는, 제4장 나에게 고맙다 등 총 4섹션으로 구성됐다. 나를 잃지 않기를에서는 나의 오늘을 채우는 사소한 것들의 소중함을 돌아보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날들에서는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을 향한 다정한 시선을 나눈다. 반짝반짝 빛나는에서는 나를 둘러싼 빛나는 감정들을 발견하고, 나에게 고맙다에서는 나를 위한 삶을 위해 필요한 마음가짐에 대해 고민한다. 지금까지 한 번도 스스로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해보지 못했다면, 그동안 고생한 나에게 한 마디 소중한 위로를 건네고 싶다면 나에게 고맙다를 통해 위로와 감동을 느껴보자. ■내향적인 사람들에게 전하는 위로,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게 우리 사회는 외향적인 성격을 선호한다. 원활한 소통, 밝고 명랑한 사람이 사회생활을 잘한다고 믿는다. 반면에 내향적인 성격은 소심하다, 예민하고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한다 등 부정적인 수식어를 붙이며 부족하고 사회에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정교영 작가의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게는 그동안 내향인들이 사회에서 받은 고충과 어려움을 헤아려주고 그동안 사회에서 받은 아픔과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한다. 정 작가는 "내가 세상의 일부분이듯 내향성도 나의 일부분임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우리는 온전히 나를 이해하고 보듬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정교영 작가의 마음이 담긴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게를 통해 자신의 내향성을 외면하거나 무시하느라 상처받고 지친 스스로를 돌보고 치유할 수 있다. 또한 책은 내향적인 사람들뿐만 아니라 외향적인 사람들도 책을 통해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김은진기자

삶을 관통하는 메마른 아름다움 '푸른 피 새는 심장'

김승종 시인이 삶에서 건져 올린 시어들을 엮어 <푸른 피 새는 심장>(파란 刊)을 펴냈다. 시인은 자신의 내면과 일상에서 외연의 세계를 총망라해 절제된 언어를 60편의 시 안에 꾹꾹 눌러담았다. 5부로 나뉘어 담긴 작품에는 시인의 삶이 고스란히 옮겨졌다. 하지만 예순이 넘은 시인이 말하는 삶과 시들은 낯설지 않다. 시인의 모습은 곧 현대를 살아가는 그 누구의 모습이다. “새벽에 깨어나 / 또 세상과 자신을 슬퍼하고 노여워한다 / 집을 나 수도 없고 / 자신이 세운 집을 부술 수도 없고 / 자신이 세운 집을 부술 수도 없”(상분 中)었던 청춘의 시절은 누구에게나 있다. “태평동 여인숙 골목 요양원으로 아내 따라 그는 장인 뵈러 간다…장인은 삿대도 없이 젊어 가고/ 그와 아내는 돛대도 없이 늙어 간다(반달 中)”처럼 시간의 흐름에 늙어간 부모를 뵈러 가는 모습은 그 누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인간이면 누구나 겪었을 고뇌와 삶에 대한 관조, 허망함과 숨기고픈 이탈이 가감 없이 드러난다. 시인이 건져낸 시어들은 철저히 절제됐고 메말랐다. 메마름과 절제는 때론 비틀거리면서도 삶을 담담히 관조하며 인내해 온 시인의 자세와 어우러져 시적 언어를 한층 더 품격있고 아름답게 한다. 전형철 시인은 “문사의 정신으로 현대를 살아온 기록이다. 취했으나 비루하지 않고 별 없는 밤을 만났으나 고고한 자세를 놓지 않으려 한 한 인간의 처연한 연대기”라고 평했다. 김승종 시인은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5년 <시와 시학>을 통해 등단해 <머리가 또 가렵다>, <푸른 피 새는 심장>을 썼다. 시인이 시집을 통해 말하는 바는 명확히 드러난다. 그는 젊은이들이 자신이 자신과 겪었던 불화와 균열을 조금이라도 줄이기를 바라는 마음을 시집 첫 페이지에 담았다. “친구들이여, 우리 다시 청춘을 시작한다면 그런다고 하더라도 지난 역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 듯… 그래서 그동안 회피하거나 외면하였을지도 모를 유감과 상처를 초대해 존중과 사과를 시도해 보았으면 한다. 소통하고 화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혹시 우리의 독자들이 자신과의 불화와 세계와의 균열을 우리의 이야기로 유추하면서 미리 줄일 수 있다면 그럴 수 있기를 우리 내내 기원하자”. 정자연기자

[저자와의 만남] <삼국유사의 재구성> 고운기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인류의 역사는 신화와 전설로 전해지고 기록됐다. 유럽에 <그리스 로마 신화>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단군신화>와 <삼국유사>가 있다. 그 중 <삼국유사>는 당시 백성의 염원과 신화, 전설의 세계가 어우러져 한민족 고유의 판타지 세계를 연출해낸다. 연극과 드라마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주목받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삼국유사 전문가’로 널리 알려진 고운기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61·사진)가 최근 <삼국유사의 재구성>을 펴냈다. 책은 삼국유사가 문화콘텐츠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밑바탕을 그렸다. 삼국유사 이야기와 원형을 찾고, 지금의 결에 맞춘 이야기를 논리적으로 뒷받침했다. ‘문화예술계의 삼국유사 활용법’인 셈이다. 안산 에리카캠퍼스 국제문화대학서 만난 고 교수는 “전문성을 갖추고 기획과 연출을 하기 쉽지 않은 문화콘텐츠 분야 종사자들이 새롭게 시나리오를 만들고 다른 자료와 융합할 수 있도록 바탕을 마련했다”며 “삼국유사 전체를 이해할 수 있게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고 밝혔다. 우리 역사와 우리만의 것을 활용한 문화콘텐츠는 2005년부터 주목받았다. 하나의 이야기와 역사는 영화, 연극, 음악, 뮤지컬, 책 등 다양한 영역으로 가지를 뻗어나갔다. 역사의 재해석과 우리 고유의 사상, 풍속을 담은 자료를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가 중요해 진 것. 고 교수는 생각했다. ‘이미 유럽 사람들이 그리스신화를 문화콘텐츠로 활용한 것처럼, 우리도 우리만의 고유한 것을 활용하면 좋겠다’라고. 이에 그가 주목한 것이 삼국유사다. 고 교수는 마침 2000년 이전부터 삼국유사 텍스트를 연구해 왔다. 한국 고전 시가를 전공하고 등단까지 한 시인이나, 향가 연구를 하면서 삼국유사라는 역사서에 흠뻑 빠져 전문가가 됐다. 때마침 문화콘텐츠 분야에서 창작 소재 개발도 시작되던 터였다. 그렇게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삼국유사>와 <스토리텔링 삼국유사 1~5>를 펴냈다. 그는 또 한 번 자문했다. 삼국유사는 문화원형의 틀을 만드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또다시 10년을 기약하며 삼국유사를 놓고 문화원형의 틀을 만드는 데 매진했다. 앞서 2012년 국립극단에서 진행한 ‘삼국유사 프로젝트’에 그 바탕을 제공한 경험도 있다. 삼국유사는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쏟아낼 수 있는 훌륭한 원형이었다. 양적으로 팽창한 미디어 시대는 그를 문화원형의 틀을 만드는 데 더욱 천착하게 했다. “1인 미디어에서부터 매스미디어까지 범위가 넓어졌고 K-문화가 주목받고 있지만, 이를 담을 수 있는 콘텐츠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합니다. K-문화가 세계 시장에서 힘을 발휘하고 영향력을 가지려면 콘텐츠를 개발하는 게 가장 큰 과제예요.” 그는 연구자로서의 사명감으로 문화콘텐츠가 무궁무진하게 개발되도록 바탕을 다지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특히 문화 원형 디지털콘텐츠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다. 삼국유사를 이용자들이 훨씬 더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디지털환경에서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지난날 우리 것에 대한 다양한 해석의 바탕, 또 이 해석을 끊임없이 제공해주는 역할을 연구자들이 해야 합니다. 예전처럼 단순한 학자로서 어느 한 부분에 대해 연구만 하는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삼국유사>의 이야기가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꿈꾸는 이에게 널리 활용되길 바랍니다.” 정자연기자

소년·소녀 주제로 한 책·영화 와르르… ‘소년 심판’ 外

거친 세상을 살아가는 소년소녀를 주제로 한 드라마영화책이 우르르 쏟아지고 있다. 먼저 넷플릭스에선 이달 25일 배우 김혜수 주연의 10부작 드라마 소년 심판을 선보인다. 이 작품은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이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시리즈물이다. 소년범죄와 그들을 둘러싼 이들의 다양한 에피소드 등을 통해 소년범죄를 여러 시각에서 보여준다. 아울러 보는 이들에게 소년범 등에 대해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작품이다. 이와 비슷한 내용이 오디오북으로 등장한다. 오디오북 구독 서비스 윌라는 소년을 위한 재판 오디오북을 제작해 공개했다. 이 작품은 현직 가정법원 판사이자 전 서울가정법원 소년부 판사로서 수많은 촉법소년과 마주한 심재광 판사가 직접 집필해 이목을 모았다. 심 판사는 소년을 위한 재판을 통해 말썽 많은 소년이라고 타박하고 벌줄 것이 아니라, 그 소년이 이 사회를 미워하지 않고 훌륭한 구성원으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미래 사회를 위한 가장 값진 투자라고 전하기도 했다. 소년 심판과 함께 소년법을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는 중이다. 극장가에는 배우 김혜윤의 장편영화 첫 주연작 불도저에 탄 소녀가 오는 4월 관람객을 만난다. 이 영화에서 19살 혜영은 아빠의 갑작스런 자동차 사고로 집이자 유일한 삶의 터전인 중국집을 빼앗겨 어린 동생 혜적과 둘만 남게 된다. 어렵게 어렵게 살아가던 혜영은 문득 아빠의 사고와 관련한 일에 의문을 품고 사건을 되짚어가게 되는데, 마침내 거짓과 부당함에 도달하며 모든 진실이 뒤엉켜있다는 걸 깨닫는다. 자신을 자꾸 건드리는 세상에 대한 혜영의 분노를 담은 영화로, 러닝타임은 112분이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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