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은퇴 후 시조시인으로 등단한 정광덕의 첫 시조집 ‘일따라 정따라(도서출판 조은 刊)’가 출간됐다. 그가 응시한 삶의 풍경을 명징하게 빚어낸 시조를 음미하다 보면 시대의 자화상이 어림잡힌다. 노인의 계절, 은행잎과 할머니, 시작과 끝, 자목련, 게으를 자유, 그 이름, 황태덕장, 엄마보다 애인 등 총 8부에 걸쳐 87편의 시조가 수록됐다. 손주 사랑을 담은 ‘노인의 짝사랑’을 첫 시로 제1부를 열면, 노년 일상의 사색과 성찰이 낭만적인 시어로 압축돼 흐른다. “부채질하고 나니 가을은 다가오고 / 단풍잎 집었다 놓니 함박눈이 내려요 // 세월의 톱날에 잘려 나간 일기장 / 가만히 접고 펴니 노인이 되었어요(‘노인의 계절’ 중)”. 파란 많던 시대를 돌아보는 그의 시선에서는 동시대를 함께 헤치고 온 삶들에 대한 연민과 정감이 묻어난다. 중학교 모자 대신 안전모 눌러쓰고 무작정 상경한 10대 소년이 고향길 기차소리에 울고(‘무조건 상경시대’), 찬바람 이는 새벽, 억센 열정으로 앞치마를 두른 시장통 이웃들이 인정을 함께 보듬는다(‘시장통 친구’) 등등. 시인은 교직생활 정년 퇴임 후 2019년 한국작가 시조 부분에 등단하고 2020년 한국작가 수필부분 신인상을 수상했다. 광주시 광주문학회, 글수레 등 문학 단체에서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 시조시인이자 문학박사인 원용우 해설가는 작품 해설에서 “꾸미지 않고 과장하지 않으며 모든 것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다. 소박하고 부드러워 읽는 이에게 감동을 준다”고 호평했다. 정자연기자
출판·도서
정자연 기자
2022-09-21 1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