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나빠요”… 악몽에 갇힌 이주 노동자 [집중취재]

#1. ‘한국에서 열심히 일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꿈 하나로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탄 중국인 A씨 등 5명. 그러나 이들의 꿈은 수원지역 B사업장에서 일하면서부터 물거품이 됐다. B사업장이 사업 물량 감소를 사유로 휴업을 했음에도 A씨 등에게 이 기간 동안 발생한 수당 507만8천560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사업장은 귀책사유로 휴업하는 경우 휴업기간 동안 근로자에게 평균임금 70% 이상의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심지어 B사업장은 퇴직자의 임금 지급을 미루거나 최저임금을 근로계약서에 명시하지 않는 등 상습적으로 노동관계법을 위반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2. 중국 국적의 C씨 등 5명도 화성지역 D사업장에 취업한 뒤 매일 같이 고통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공휴일까지 쉬지 않고, 일하고도 가산수당 989만298원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단 C씨 등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 D사업장 소속 방글라데시 국적의 E씨 등 2명 역시 최근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연차를 사용하지 못한 대가로 받아야 할 연차 미사용 수당 124만1천600원을 두고, 회사와 지속적으로 갈등을 벌이면서다. 경기도내 외국인 근로자 고용사업장이 임금 체불 등 노동관계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꾸준히 늘면서 ‘코리안 드림’이 악몽으로 뒤바뀌고 있다. 더구나 이들 사업장에 대한 처벌마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2020~2023년 경기지역 외국인 근로자 고용사업장의 노동관계법 위반 건수는 3천643건이다. 2020년 495건, 2021년 676건에서 2022년(1천26건) 들어 1천건을 넘기더니 지난해 1천446건을 기록했다. 법령별로는 근로기준법 위반이 1천378건(37.8%)으로 가장 많았으며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외고법) 1천209건, 남녀고용평등법 378건, 최저임금법 260건, 기타 418건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이처럼 외국인 고용사업장이 노동관계법을 위반해 적발돼도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의 경우 노동관계법 위반 건수 1천446건 가운데 99.4%, 1천437건이 시정지시 처분을 받았다. 시정지시는 법적 강제력이 없는 단순 구두 경고 수준이다. 이 밖에도 관계기관 통보는 5건, 과태료와 고용 제한 및 취소는 각각 2건이었으며 사법처리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를 두고 고용부 관계자는 “10년 전부터 외국인 근로자 고용사업장 내 노동관계법 위반 사례를 예방하기 위한 단속을 주기적으로 벌이고 있다”며 “인력, 예산 등의 한계가 있으나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끊임없는 ‘권리 침해’… 이주 노동자 매일이 고통·불안 [집중취재]

외국인 근로자 고용사업장 내 노동관계법 위반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정부는 별다른 대책을 수립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당장 올해부터 정부의 외국인 근로자 추가 도입과 고용 절차 완화 정책마저 시행될 예정이어서 서둘러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법무부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2020~2022년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반등세다. 지난 2020년 203만6천75명이었다가 2021년 195만6천781명으로 약 3.89% 감소한 뒤 2022년 들어 224만5천912명으로 약 14.8% 증가했다.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관련 고강도 방역수칙이 점차 완화되면서 일상이 회복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같은 기간 취업 자격 체류 외국인 수도 비슷한 양상을 나타낸다. 2020년 45만2천297명에서 2021년 40만6천669명으로 10.1%가량 줄었다가 2022년 44만9천402명으로 10.5%가량 다시 늘어났다. 하지만 그동안 경기도내 외국인 근로자들은 매해 약 1천214건, 매일 약 3.3건에 걸쳐 제때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등 근로자로서 기본적인 권리조차 찾지 못했다. 정부가 최근까지 연 2회씩 외국인 근로자 고용사업장에 대한 정기점검을 벌여 왔으나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올해부터 국내에 16만5천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산업현장에서 불거지고 있는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이는 2년 만에 2.4배로 늘어난 수치다. 정부는 2022년 6만9천명에서 지난해 12만명으로 외국인 근로자 국내 투입 규모를 확대한 바 있다. 정부는 또 지난해 11월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여기엔 ▲내국인 구인노력 기간 단축·면제 ▲외국인 근로자 재고용 허가 요건 완화 ▲사업장 변경 처리기한 설정 등의 내용이 담겼다. 외국인 근로자 고용 절차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국내 외국인 근로자들은 여전히 외면받고 있다. 정부가 올해부터 외국인 근로자 고용사업장을 대상으로 ▲고용허가 ▲근로기준 ▲산업안전 등 3개 분야를 통합 단속하는 내용의 ‘특화점검’을 추가로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검토 중이긴 하지만, 여전히 내부 논의 단계에 머물면서다. 이를 두고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외국인 근로자가 임금 체불 등 권리를 침해받는 경우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을 늘리는 데 급급할 경우 더 많은 피해를 부를 수 있다”며 “외국인 근로자를 늘리는 만큼 외국인 권리 보장 방안을 마련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가 임금 체불 등 권리를 침해당하는 사례가 늘면서 상황의 심각성을 절감하고 있다”며 “올해부터 외국인 근로자가 대폭 확대되는 만큼 권리 보장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제언 “외국인 근로자 외면?…국격 실추 등 다양한 부작용 우려” 전문가들은 해마다 노동관계법을 위반하는 외국인 근로자 고용사업장이 다수 발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자칫 연쇄적인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국내 근로 문화가 저해되고, 국격이 실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은 등한시한 채 기업들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에만 몰두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만큼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관련 법 교육은 물론, 단속 및 처벌 강화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박형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법무정책연구본부장은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도 임금을 체불하는 등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늘고 있는 건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며 “이는 우리나라 인권 상황이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외국인 근로자라는 이유로 차별적인 대우를 하는 문화는 국제노동기구(ILO) 조약 등 국제 기준, 국내 인권 가이드라인에도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이를 고려하면 상대국으로부터 제소를 당할 위험도 크다고 박 본부장은 설명했다. 그는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의 외국인이 피해를 당해도 피해 여부와 대처법을 알지 못해 일방적으로 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라며 “기본적인 단속은 물론, 외국인 근로자 입국 시 기본적인 노동관계법 교육을 필수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정부가 아직까지 근로 현장에 법치주의를 뿌리내리지 못한 채 인력난에 허덕이는 기업들의 수요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외국인 근로자 인권 침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기본적인 인권이 지켜지지 않으면 국격이 실추되는 등 우리나라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안 좋아질 수 있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근로 조건 전반을 악화시킬 수 있으며 간접적으로는 내국인 근로자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피력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적인 대책은 결국 철저한 외국인 근로자 고용사업장 지도·점검이라는 게 그의 의견이다. 기존의 형식적인 관행을 타파하고, 적극적인 근로감독 행정을 펼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명예교수는 “현재 정부가 기업들의 필요에 맞는 정책만 펴다 보니 공무원들도 눈치를 보는 등 근로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있는 법이라도 제대로 지킬 수 있게끔 근로감독 행정만 제대로 작동하면 대부분 문제는 해결된다고 생각한다”고 제언했다.

“The 경기패스·기후동행카드… 이용 패턴 맞게 선택” [집중취재]

경기도의 ‘더(The) 경기패스’, 인천시의 ‘I-패스’,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 등 수도권 3개 지자체의 대중교통 지원사업이 ‘양자택일’ 구도를 형성했다. 경기·인천은 정부가 전국 대중교통에 적용하는 교통비 환급 사업 ‘K-패스’에 주민 혜택을 추가하는 구조를 채택, 각 지역민 입장에서는 ‘K-패스 확장판’과 ‘서울 교통수단 전용 정기권’이라는 선택지로 압축되기 때문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유정복 인천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은 22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국토부-수도권 지자체 대중교통 요금 지원 정책 합동 기자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수도권 3개 단체장은 각 지자체가 추진 중인 대중교통 사업의 특징과 장점을 소개했다. 경기도와 인천시는 K-패스에 무제한 교통비 환급, 환급 비율 및 대상 연령 확대를 추가 적용했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경기도는 일반 버스, 지하철뿐 아니라 광역버스, 신분당선,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A노선까지 다양한 교통수단이 혼재돼 있다”며 “경기패스는 1천400만 인구와 31개 시·군별 다양한 교통 패턴, 지역 특성을 모두 반영해 설계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 시장은 “교통 편익과 선택권 확대라는 대원칙하에 기후동행카드는 광역버스를 적용해 8월부터, K-패스를 접목한 I-패스는 5월 일반버스와 지하철에 시행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도 신분당선, GTX, 광역버스를 제외한 서울 대중교통 정기권인 기후동행카드를 소개하고 상반기 저렴한 청년 정기권을 시작으로 다양한 형태의 정기권 공개 방침을 밝혔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3개 지역 주민은 개인 교통수단 이용 패턴에 맞춰 지역별 대중교통 정책을 선택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경기도·인천시 vs 서울시 ‘통합 사업’ 동상이몽 [집중취재]

수도권 대중교통 지원 ‘시각차’ 수도권 대중교통 지원 사업이 ‘K-패스 확장판’(경기·인천)과 ‘기후동행카드’(서울) 양자택일 구조를 형성한 가운데 수도권 대중교통 통합 가능성을 두고도 시각차가 발생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유정복 인천시장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표했기 때문이다. 수도권 3개 지역 단체장은 22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국토부-수도권 지자체 합동 기자설명회를 열고 지자체별 대중교통 사업 안착을 위한 정보·기술 공유 의사를 모았다. 경기패스와 I-패스는 전국 모든 교통수단을 월 15회 이상, 60회 이하 이용할 시 연령층, 계층에 따라 이용 금액의 20~53%를 환급하는 정부의 ‘K-패스’ 사업을 기반으로 이용 횟수 무제한, 추가 할인 대상 등을 적용한 게 특징이다. 서울 기후동행카드는 광역버스와 신분당선,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를 제외한 시내 대중교통으로 지원 범위를 대폭 한정했다. 하지만 환급형 대신 월 6만2천원의 선불 이용권 방식을 채택, 지하철과 버스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극명한 차이에 3개 지역 단체장은 사업 통합 가능성에 대해서도 견해차를 보였다. 먼저 오 시장은 2007년 시행된 ‘수도권 통합환승제’를 예로 들며 “(대중교통 사업) 통합이 가능하다, 불가능하다 의견 차이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가능하다 본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당시에도 서울과 경기, 인천의 이해관계가 달랐지만 5년 만에 결국 가동됐다”며 “당장은 물리적 통합이 힘들겠지만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은 김포시 외 또 다른 경기도 시·군과 기후동행카드 참여 논의가 진행 중인 점을 제시, “아직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조만간 입장이 정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김 지사는 서울과 확연한 면적, 교통수단 구조 차이를 고려하면 통합이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김 지사는 “도는 서울보다 10배 넓은 면적에 일반·광역버스, 신분당선, GTX 등 다양한 교통수단이 혼재하고 31개 시·군 상황도 제각각”이라며 “좋은 정책을 함께 할 수는 있겠지만, 완전한 통합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포시의 기후동행카드 합류와 타 시·군 검토에 대해서도 “자체 분석 결과 현재로선 도민의 기후동행카드 이용자는 극히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렇지만 수도권 주민 편의를 위해서 정책 개선에 힘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시장도 “3개 시·도의 교통 여건이 모두 달라 (사업을) 동일시 하는 데엔 한계가 있어 불가피하게 지역 여건을 반영한 것”이라며 I-패스, 기후동행카드 병행 취지를 설명했다. 또 유 시장은 “다만 수도권 주민 혼란 최소화, 교통비 절감 체계를 모색하자는 의미에서 3개 시·도 공동 연구 용역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아청소년 환자…급해도 갈 곳 없다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절실한 경기도]

위급 상황 시 어른들이 갈 곳은 많아도 아이들은 갈 곳이 없다. 응급진료 의료기관 이야기다. 전국에서 소아청소년 인구가 가장 많은 경기도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가 턱없이 부족해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7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6년부터 매년 소아전문응급센터를 지정해왔다. 올해(2024년)에는 이르면 다음 달 안에 2곳을 추가 지정한다는 방침이다. 소아전문응급센터는 365일·24시간 소아 응급진료 체계를 구축, 아동 의료 공백을 해소하는 역할을 맡는다. 성인 응급실과 구분되는 별도의 소아 전담응급실을 갖추고, 연령별 의료장비 및 전담의사가 배치된다. 지난해 기준 전국에는 ▲서울대학교병원 ▲서울아산병원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길의료재단 길병원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 ▲칠곡경북대학교병원 ▲세종충남대학교병원 ▲차의과대학교 분당차병원 ▲순천향대학교 부속 천안병원 ▲양산부산대학교병원 등 10곳의 소아전문응급센터가 운영 중이다. 서울이 세 곳으로 가장 많고 인천이 두 곳, 대구·세종·경기·충남·경남이 한 곳씩이다. 현황만 보면 경기도에도 한 곳의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가 있어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소아청소년 수’를 보면 사정은 다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도 기준 경기도 내 18세 이하 인구는 218만8천여명으로 서울(117만여명)과 인천(44만7천여명)을 합친 수보다 많다. 단순 계산만으로 서울 센터 한 곳이 39만여명의, 인천 센터 한 곳이 22만3천여명의 소아청소년을 맡는다고 가정한다면, 경기도 센터 한 곳은 218만8천여명 전부를 감당하는 셈이다. 이미 의료계 내부에서 소아청소년과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만큼 그나마 소아청소년 환자를 감당할 수 있는 곳이 전문응급센터인데, 경기도는 겉으로만 의료 인프라를 갖춘 것으로 보이지 실상은 태부족하다. 특히 기지정된 한 곳(분당차병원)이 성남에 있어 경기동북권 및 서울 일부 권역을 상대하고 있는 실정으로 경기서남권은 소아전문응급센터를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기서남권에는 수원시, 안산시, 화성시, 안양시, 과천시, 군포시, 의왕시 등이 포함되며 소아청소년 인구 또한 약 60만명에 달한다. 예컨대 안산지역에서 분당차병원까지는 승용차로 빨라야 50분 정도가 걸려, 응급상황 발생 시 발 빠른 대응은 사실상 어려운 형국이다. 인구 수를 고려한 지역별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의 확충이 절실한 이유는 소아응급진료가 성인의 진료와는 다르다는 대목에 있다. 대표적인 소아응급질환인 ‘발열’, ‘소화기 증상’, ‘호흡기 증상’ 등만 봐도 어른이라면 가볍게 여길 수 있지만 아이들에겐 생사가 오가는 이유가 된다. 경기도 내 한 의료기관 관계자는 “아이들은 가벼운 고열만으로도 어른과 진료 상황이 달라질 수 있어 전문 병원과 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경기도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가 한 곳 있다지만 지역 소아환자 수요 상황을 볼 때 이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웬만한 병원들의 의사들이 하루건너 밤을 새며 당직을 서는 중이다. 별도의 지원이 없으면 소아응급 의료 시스템 전반이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국서 몰리는 소아환자…응급센터 추가 지정 ‘시급’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절실한 경기도]

전국 소아청소년 환자들이 이미 경기도 의료기관에 집중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현재 의료 당국은 2024년도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추가 지정을 논의하는 단계로, 이 과정에서 경기도에 대한 지원이 보태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 전국 소아환자 경기도로…전문센터 1곳만으로 감당 벅차 앞서 지난해 8월 경기지역 의료기관과 의료단체 관계자 등은 ‘소아응급 진료체계 개선 대책 회의’를, 같은 해 하반기엔 ‘경기응급의료지원센터 정책토론회’를 각각 진행한 바 있다. 이 안에서 오간 공통적인 의견 중 하나는 경기도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가 추가 지정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현재 성남에 지정된 1곳(분당차병원)만으로는 경기도 전체 소아 응급환자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7일 경기일보가 확보한 당시 자료들과 국립중앙의료원·중앙응급의료센터의 각종 현황 자료 등을 종합하면, 지난해 상반기(2023년 1~6월) 기준 ‘경기도 내 주요 12개 응급의료기관의 15세 미만 소아응급환자 내원 수’는 ▲분당차병원(1만5천358명) ▲아주대학교병원(1만4천291명) ▲분당서울대학교병원(6천593명) ▲한림대학교성심병원(5천978명) ▲고려대안산병원(5천875명) 순으로 많았다. 이들은 ‘경기도 환자’만 맡는 게 아니다. 서울·충남·충북·인천·강원 등 전국에서 환자가 몰리면서 그 수까지 수용하고 있다. 위에 언급된 한 병원을 특정해 지난해 상반기 ‘응급실을 방문한 18세 이하 환자의 연고지’를 분석해 봤다. 그 결과 경기도 거주자가 5만7천825명이었고 그 외 서울 371명, 충남 358명 등 여타 지역 거주자가 1천796명이었다. 병원 한 곳만 봐도 반년간 1천800명에 달하는 외지 환자가 경기도 응급실로 밀집됐다는 의미다. ■ “미지정 지역 우선 대상, 경기도 역차별” 지역 의료계에선 경기도 내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가 추가 지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충분한 여건과 인프라가 갖춰진 곳들이 있으니 “추가 지정을 통해 소아환자를 진료하는 다른 병원들이 함께 숨통 트이게 해달라”는 목소리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2개소의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추가 지정하도록 논의하는 단계로, 지난해 12월15일까지 신청서를 받았다. 경기도를 포함해 전국 4개 지역에서 4개 병원이 ‘도전장’을 낸 상황이다. 이 안에서 1차 지정은 다음달(2월) 중 이뤄지게 되며, 보건복지부를 비롯해 소아 관련 전문가 등으로 꾸려진 선정위원회가 지정 기준 충족 여부 등을 확인해 오는 6월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경기도엔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1곳)가 이미 기지정된 상태여서 실질적으론 충북·전남·강원 등 ‘미지정’ 된 지역이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지난 2022년 말부터 소아전문응급센터 미설치 지역을 우선 대상지로 못 박았기 때문이다. 특히 전북도의 경우 0~18세 소아청소년 환자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지역 내 지정을 적극 추진하며, 정부와는 별개로 전북도 차원의 지원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경기도 의료기관에선 ‘경기도 역차별’을 우려하고 있다. 환자는 경기권에 오고 있고, 고품질의 의료 서비스도 갖춰야 하는데, 정작 추가 지정은 되기 어려운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지역 의료계에선 환자 수요나 병원 인프라 등을 고려한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기도 역시 공감하는 모양새다. 도 관계자는 “이번 추가 지정 과정에서 경기도 병원 1곳이 신청을 한 상황이고, 도에서도 이 사안에 관심 갖고 보건복지부 측에 ‘경기도 지역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추가 지정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건의했다”면서 “최종 평가가 이뤄질 때 경기도 차원에서도 참석해 적극적으로 힘을 실을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 소아환자 진료 임계점 도달…“지자체, 정치권 관심 절실”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등 경기도 내 대형 병원들은 이미 환자 과부하로 야간에 소아 응급실을 운영하지 못하는 등 임계점에 도달했다. 경기도가 ‘기지정’ 지역이라는 이유로 이번 결과에서 배제돼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추가적으로 지정받지 못한다면, 소아청소년 환자들의 골든타임이 위기가 될 수밖에 없다. 경기도 내 한 의료기관 관계자는 “단순히 지역별로 안배한다는 건 난센스다. 경기도 병원들이 자기 욕심 때문에 지정되려는 게 아니라 소아환자를 진료하는 1분 1초의 상황 자체가 급하기 때문에 추가 지정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며 “쉽게 말해 ‘환자를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인데 사람을 살리기 위해 지자체와 지역 정치권의 관심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재작년 말부터 소아의료대책 발표 등을 통해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미설치 지역’을 우선순위에 둔다고 안내한 바 있다. 이 기조로 봤을 땐 경기지역은 미지정 지역에 비해 순위가 밀릴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라며 “현장 평가와 사업계획서 평가, 의료기관들의 발표 등을 거쳐 선정위 위원들이 객관적인 종합 평가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명예 수당 ‘천차만별’… 차별에 멍드는 참전유공자 [집중취재]

경기도가 올해 6·25전쟁 등 참전유공자들에게 지원하기 위한 명예 수당 예산이 지난해와 같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지자체별로 지급하는 수당이 제각각이라 실제 지급받는 금액이 매달 최대 2배가량 차이가 발생, 사는 지역에 따라 상대적 박탈감이 생긴다는 불만이 나온다. 6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6·25전쟁과 월남전 참전유공자 등록자 중 65세 이상에게 매달 국가와 지자체에서 명예 수당을 지급한다. 국가보훈부의 수당과 별개로 광역·기초지자체는 조례에 따라 액수를 정해 지급하고 있다. 도는 지난해 209억3천454만원의 자체 예산을 투입, 도내 5만1천300여명의 참전유공자에게 월평균 3만3천원(연 40만원)을 지급했다. 도는 인구 자연감소를 예상, 올해 195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약 4만8천여명의 참전 유공자에게 명예 수당 지급을 계획하고 있다. 수당은 지난해와 같은 월 3만3천원이다. 이는 대구시 월 13만원(지난해 월 10만원), 제주도 월 15만원(지난해 월 12만원) 등 타 시·도가 인상하는 것과 비교해 차이가 난다. 또 도내 31개 시·군 중 여주시와 양평군 명예 수당이 20만~25만원으로 가장 많다. 반면 이외 시·군들은 월평균 10만~15만원 수준으로 지급하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명예 수당은 예산 상황에 따라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같은 6∙25전쟁과 월남전 참전유공자라 하더라도 지역별로 받는 금액은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실정이다. 넉넉지않은 수당마저 사는 곳에 따라 달리 받다 보니 일부 참전유공자는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도는 예산을 확대 편성하려 해도 재정 부담 등의 이유로 참전유공자 명예 수당을 올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아울러 시·군별 제각각인 명예수당을 해소하기 위해 지자체에 예산 반영을 권고했지만, 지자체들은 열악한 재정 탓과 단체장들의 성향에 따라 손사래를 치는 실정이다. 도 관계자는 “참전유공자들은 고령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어 지난해보다 예산을 적게 편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시·군별 예산 사정이 있지만 지자체에는 예산 반영을 권고하고, 경기도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명예 수당을 늘리는 방향을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경기도내 참전유공자 생활고 허덕… 처우 개선 시급 [집중취재]

국가를 위해 헌신한 경기도내 참전유공자들이 전쟁 후유증 등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만큼 이들에 대한 처우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의 전수조사로 일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남준 6·25참전유공자회 경기도지부 사무처장은 6일 경기일보와 통화에서 “참전유공자들은 전쟁 부상으로 인한 편치 않은 몸으로 폐지를 모으며 근근이 생활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참전유공자들로부터 전쟁 당시 죽지 않은 것이 후회될 때가 있다는 극단적인 표현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일례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021년 발간한 ‘국가보훈대상자 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보훈대상자 가구의 소득계층별 규모를 시장소득을 적용해 추정한 결과 전체의 46.3%가 중위소득 30% 미만의 빈곤층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참전유공자의 연간 평균 개인 소득은 2천149만원으로 보훈대상자 중 가장 낮았다. 박 처장은 “참전유공자가 있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과 후손들이 있다”며 “이들에게 지급되는 수당을 올려 현실적인 수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지자체별로 생활고를 겪는 참전유공자 등 현황 파악을 통해 명예수당에 대한 형평성 있는 지급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금숙 신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자체 간 여러 복잡한 행정 운영체계로 인한 통합성이 약화되고 있다”며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지자체가 일괄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면 상대적 박탈감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절차를 통해 지자체 조례를 통합하는 방안으로 보상의 형평성과 적절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경제적 보상 강화를 중심으로 참전유공자 생활 실태와 예우를 개선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임완섭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소득 참전유공자 소득보장 차원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명예수당 지급 기준을 상향하는 등 중단기적 차원의 소득보장 강화 방안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고립·은둔 청년’ 현황 파악 깜깜한 경기도 [집중취재]

정부가 전국에 약 54만명의 고립·은둔 청년이 있다고 보고 재기 지원에 나섰지만 전국에서 가장 많은 청년 인구를 보유한 경기도는 여전히 지역 내 고립·은둔 청년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추진되던 고립·은둔 청년 실태 조사 근거 조례안이 계류(경기일보 6월14일 3면)된 사이 서울시에 이어 정부도 실태 조사를 마치고 지원 사업에 나선 것인데, 경기도 내부에서도 ‘현황 파악이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3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내년 중 4개 광역시·도를 선정, 고립·은둔 청년 발굴과 맞춤형 지원을 전개하는 ‘청년미래센터’(가칭)을 시범 운영한다. 지난 13일 정부가 발표한 ‘고립·은둔 청년 지원 방안’의 일환으로, 지자체 공모를 거쳐 13억원 규모의 국비와 전담 인력이 지원된다. 전국 최다 청년 인구 수를 보유한 경기도도 시범 사업 공모를 적극 검토하고 있으며, 정부는 지역별 각종 온·오프라인 지원도 전개할 방침이다. 문제는 정부 지원 사업이 가장 필요한 경기도가 서울시 정부와 달리 자체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고립·은둔 청년 규모를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경기도내 19~39세 청년 인구는 369만6천816명으로 동일 연령대 전국 청년 인구(1천326만9천506명)의 27.86%를 차지했다. 서울시(287만1천67명)와 비교하면 28.76% 더 많다. 하지만 서울시는 올해 1월 전국 지자체 최초 서울 지역에만 약 12만9천명, 전국에 약 61만명의 고립·은둔 청년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자체 지원책 마련에 나섰다. 이어 정부도 하반기 실태 조사를 예고,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 13일 전국에 약 54만명의 고립·은둔 청년이 있고 이 중 22.8%(약 12만3천명)이 경기도에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의 결과를 발표했다. 반면, 경기도는 지난 6월 실태 조사 근거가 담긴 ‘경기도 사회적 고립청년 지원 조례안’이 계류된 이후 별다른 조사 움직임이 없었다. 경기복지재단 관계자는 “지난해 고립·은둔 청년의 치유·재기 지원 한시 사업을 진행할 당시에도 정확한 고립·은둔청년 규모, 유형 등에 대한 조사 결과가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며 “자체 전수 조사와 이를 기반한 제도, 사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내년 본예산에 자체 실태 조사를 위한 예산을 편성한 상태”라며 “정부 지원 사업에 동참할 계획인 만큼 자체 현황 파악 및 지원 사업 발굴에 조속히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시가 급한데… 경기도 '고립·은둔 청년' 예산·조례 마련 난항 [집중취재]

경기도가 내년도 본예산안에 고립·은둔 청년 실태 조사를 위한 예산을 편성했지만, 경기도의회 소관 상임위원회 심의에서 절반이 삭감되는 등 난항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의회 내부에서도 이들 청년에 대한 실태 조사와 지원 사업 근거가 명시된 조례안이 계류, 해를 넘길 전망이어서 관련 예산과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3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도는 내년 본예산안에 ‘고립·은둔청년 지원 사업 예산’ 10억원을 편성, 도의회 심의를 받고 있다. 해당 예산안은 실태 조사 예산 1억원, 지원 사업 예산 9억원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지난달 도의회 경제노동위원회는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해당 예산을 5억원으로 삭감,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전달했다. 이에 이자형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는 지난 1일 “고립·은둔 청년이 온전한 사회 구성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예산 원복을 촉구하기도 했다. 도의회 내부에서도 지난 6월 1일 유호준 의원(민주당·남양주6)이 대표발의한 ‘경기도 사회적 고립청년 지원 조례안’이 기존 조례와의 충돌, 타 연령층 간 형평성 문제로 계류된 이후 해를 넘길 전망이다. 이에 도는 예산이 편성되는대로 내년 2월 ‘경기도 청년 기본 조례’를 개정, 고립·은둔 청년 관련 사업 시행 근거를 명시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도의 고립·은둔 청년 관련 지원책은 산하 복지 기관의 한시 사업이 주를 이뤘지만 사회적 문제가 심화는 상황을 반영해 도가 직접 사업, 예산 수립 주체가 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도 관계자는 “현재 서울시, 정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고 있는 도내 고립·은둔 청년 규모는 약 16만명”이라며 “통상 실태조사 결과를 분석한 후 관련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자체 실태 조사와 지원 사업 마련이 시급한 만큼 내년에 동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도 자체 데이터가 있어야만 지역 맞춤형 사업을 수립, 실시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성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청년 고립·은둔의 장기화를 막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그 규모부터 정확히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며 “이를 통해 안정적인 제도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진세혁 평택대 국제무역행정학과 교수도 “고립·은둔 청년이 스스로 나서 도움을 청하기 어려운 만큼 지자체가 정확한 통계를 근거해 맞춤형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출 바닥… 농촌체험휴양마을 ‘개점휴업’ [집중취재]

“운영할수록 적자가 나니, 포기할 수밖에요.” 19일 오전 10시께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어스름한 산길을 달리다 보니 ‘산두른마을’이라고 적힌 표지판만 빛바랜 채 남아있었다. 마을 어귀를 지나,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기를 수십분. 주민 1명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썰렁한 마을에는 과거 관광객을 실어 날랐던 찻간과 옛 산두른마을 사무실 건물 등이 방치돼 있을 뿐이었다. 이곳은 지난 2010년 농촌체험휴양마을로 지정돼 한 때 수만명의 관광객이 오갔던 곳이다. 매년 ▲버섯 재배 ▲양봉 ▲꽃 심기 등의 체험 프로그램은 물론 팜스테이까지 운영하며 마을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던 곳이지만, 고령화에 따른 일손 부족과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체험객 감소 등으로 경영난을 겪기 시작했다. 결국 산두른마을은 올해 초 농촌체험휴양마을 운영을 포기했다. 같은 날 오후 2시께 오산시 서랑동 ‘서랑동문화마을’ 사정도 마찬가지. 2016년 농촌체험휴양마을로 지정됐던 이곳도 한때는 썰매장과 민속놀이 체험장, 약식 만들기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연 최대 2만5천명의 관광객을 유치했지만, 지금은 적막한 논·밭만 남아있었다. 서랑동문화마을을 운영했던 관계자는 “경영난에 시달리다 2021년 말부터 결국 운영을 중단했다”며 “어떻게든 다시 살려보려고 갖은 노력을 해봤지만, 소용없었다”고 씁쓸해했다. 농촌의 자연환경과 전통문화 등을 활용해 생활체험·휴양공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경기도내 농촌체험휴양마을이 소멸 위기에 놓였다. 농촌체험휴양마을의 목적이 지속가능한 농촌 활성화와 농업인 삶의 질 향상에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을 통한 활성화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경기도 등에 따르면 농촌체험휴양마을은 지난 2008년 ‘도시와 농어촌 간의 교류촉진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운영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법 시행 취지와는 달리 도내 농촌체험휴양마을은 경영난에 허덕이거나 운영 주체를 찾지 못하는 등 빛 좋은 개살구가 된 지 오래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정부와 지자체가 공급자의 입장으로만 사업을 펼치면서 관광객 유치 등의 측면에서 큰 효과를 못 거두는 경향이 있다”며 “관광객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만큼 농촌만의 색깔이 가득한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과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 관계자는 “현재 농촌체험휴양마을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도는 농촌체험휴양마을을 다시 활성화시키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 무관심에 시름시름… 상처만 남은 농민들 [집중취재]

경기지역 농촌체험휴양마을이 체험객 및 매출 급감으로 쇠락의 길을 걷고 있지만, 관리 책임이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를 되살릴 대책 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번 어려움을 겪어 폐쇄된 농촌체험휴양마을은 다시 되살리기 쉽지 않은 만큼 도농복합지역인 경기지역 지자체들이 색다른 프로그램 개발, 현실적 지원책 마련 등을 통해 농촌체험휴양마을의 활성화를 이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2018~2023년 도 농촌체험휴양마을 지원 현황에 따르면 농촌체험휴양마을에는 국비와 지자체 예산 등을 투입해 ▲사무장 활동비(마을 사무장 및 협의회) ▲보험가입 지원 ▲리더 및 사무장 역량교육 등 3가지 사업 예산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나머지 운영비는 농촌체험휴양마을이 자체적으로 부담한다. 그러나 지자체는 농촌체험휴양마을이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급격한 쇠퇴의 길을 걷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해소 방안은 찾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115곳의 농촌체험휴양마을은 허울 뿐인 곳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2018년 104만8천명에 달했던 체험객은 2022년 53만3천명까지 급감했다. 올해도 9월 기준으로 35만9천명의 체험객 만이 농촌체험휴양마을을 찾아 연간 체험객 수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매출액 역시 마찬가지다. 2018년 당시 147억4천100만원에 달했던 농촌체험휴양마을 매출액은 2022년 91억7천100만원으로 급감했다. 올해 9월 기준으로도 72억5천300만원에 그쳐 사실상 지난해 매출액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업계 반응이다. 이 같은 상황에도 지자체는 올해까지 체험마을을 되살리기 위한 전문적인 컨설팅이나 홍보 등을 외면해왔다. 대부분의 비용이 보험이나 교육 등에 맞춰져 있어 실질적인 활성화 방안은 없었던 셈이다. 경기도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내년에는 농촌체험휴양마을이 활성화 될 수 있는 다양한 분석과 프로그램 개발 등의 컨설팅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농촌체험휴양마을을 본격적으로 살리기 위해 예산 7억6천만원을 투입해 컨설팅과 활동비 지원, 통합홍보 등에 나설 계획이며 국비가 빠지는 사무장 활동비 역시 도 예산으로 충당하겠다”고 해명했다. 전문가 제언 “정부·지자체, 마을 활성화 적극 지원해야” “농촌휴양마을을 살리는 것만이 농촌과 농민을 살리는 것입니다.” 강병옥 경기농촌체험휴양마을협의회장은 코로나19와 농촌 고령화에 따른 일손 부족까지 겹쳐지면서 농촌체험휴양마을의 현주소는 처참한 수준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점점 줄어드는 체험객과 매출액에 인건비, 전기세 등 고정비용의 증가가 겹쳐지면서 사실상 운영자들의 고통만 커가고 있다는 게 강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운영자들의 고통이 커져가는 중에도 정부는 다른 대책은 내놓지 않고 오히려 ‘사무장 인건비’ 예산을 끊겠다고 하고 있다”며 “한 마디로 농촌체험휴양마을 보고 자생하라는 의미인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정부와 더불어 지자체 역시 별다른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강 회장은 “지자체가 조금이라도 일찍 농촌체험휴양마을을 살릴 돌파구를 마련해뒀다면 지금보다는 상황이 나아졌을 것”이라며 “그랬다면 어렵게 토대를 마련한 농촌체험휴양마을과 농민들이 어려움을 버티지 못해 무너지는 상황이 되진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강 회장은 농촌체험휴양마을을 이전처럼 되살리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할 것 없이 전폭적인 관심과 지원을 쏟아 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농촌체험휴양마을이 함께 홍보 등 그동안 문제로 지적돼 왔던 부분을 보완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며 “동시에 사무장 등 농촌체험휴양마을 관계자의 역량을 높여 색다른 관광지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초롱이둥지마을’이라는 농촌체험휴양마을을 운영하면서 이런 체험마을이 농촌 활성화와 농민 삶의 질 향상에 큰 역할을 한다는 걸 몸소 느꼈다”며 “어렵게 토대를 마련했고, 분명 활성화시켜야 할 명분이 충분한 만큼 소멸되지 않도록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폐교위기 136곳… 지방 소멸 부르는 ‘학교 소멸’ [집중취재]

학교. 누군가의 수년간 추억이 담긴 곳이자 누군가의 수많은 미래가 자라는 곳. 그런 학교가 사라지고 있다. 학교가 줄어드는 학생 수를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으면 학생도, 학부모도 떠나 결국 지역의 소멸로 이어진다. 반면 신도시가 들어서는 곳이면 언제나 과밀학급 우려가 따라붙는다. 학생 수가 많을수록 항의의 목소리는 커지고, 교육당국의 시선도 과밀학급에만 머문다. 그 사이 또 다른 소규모 학교들은 존폐 위기에 처한다. 이에 경기일보는 학교의 소멸을 막으면서도 과소학급과 과밀학급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자 한다. 편집자주 경기도 소멸 학교 생존기 #1. 화성 병점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김혜리씨(가명·여·44)는 최근 고민이 많아졌다. 병점초가 폐교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며 인근 교육 인프라 역시 함께 줄어들고 있기 때문. 김씨는 “수년 전부터 학생이 줄고 학교가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학원들도 이사를 갔고, 그 흔한 공부방조차 주변에서 모두 사라졌다”면서 “아이의 교육을 위해 이사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2. 지난 3월 안성 방초초등학교가 줄어드는 학생 수를 감당하지 못하고 개교 59년 만에 문을 닫았다. 방초초는 인근에 있는 일죽초등학교와 통폐합 절차를 거쳤고, 학생들은 일죽초를 비롯해 인근 죽산초 등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학령 인구 감소와 소멸 위기 지역의 인구 유출로 경기지역 소규모 학교들이 소멸 위기에 놓였다. 교육 인프라의 부재는 인구 유출을 야기하고 이는 지역소멸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만큼 국가적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올해 입학생이 10명 이하인 도내 초·중학교는 136개교(초등 125개교·중 11개교)에 달한다. 입학생 10명 이하 학교가 93개교였던 2012년과 비교하면 불과 10년 사이 43개 초·중학교가 추가로 소멸위기에 처한 셈이다. 이처럼 입학할 학생이 없는 학교는 앞으로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입학생 10명 이하 학교는 116개교(초등 107개교·중 9개교)였는데, 최근 1년 만에 20개교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특히 소멸 위기를 맞은 학교는 비도심지역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늘고 있다. 올해 입학생이 10명 이하인 초·중학교를 지역별로 보면 포천 16개교(초등 13개교·중 3개교), 화성 16개교(초등 15개교·중 1개교), 파주 15개교(초등 15개교), 양평 12개교(초등 10개교·중 2개교), 여주 11개교(초등 10개교·중 1개교), 연천 11개교(초등 9개교·중 2개교), 안성 9개교 (초등 9개교) 등의 순으로 많았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 인프라의 부재는 지역의 인구 이탈과 지방 소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교육 인프라의 중심인 학교가 사라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규모학교의 기존 시설과 환경을 효율적으로 활용, 학교 본연의 고유성은 해치지 않고 다양한 특성화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대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과밀학급에만 심혈… 소규모 학교는 뒷전 [집중취재]

경기도 소멸 학교 생존기 경기도교육청이 과대·과밀학급 문제 해소를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을 편성하는 등 해결 방안 모색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작 존폐위기에 놓인 소규모 학교를 위한 관심은 뒷전이라는 지적이다. 17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과대·과밀학급 해소를 포함한 학교 신·증설을 위해 내년도 본예산에 1조4천463억원을 편성했다. 세부적으로는 99개교 신설비 1조3천392억원, 학급 증설비 640억원, 유치원 신설비 431억원 등이다. 폐교 활용이나 관리를 위해 쓰이는 예산도 적지 않다. 지난 2021년 문을 연 경기학생스포츠센터(용인) 건립 당시에는 총 사업비 269억원 중 도교육청이 78억원을 지원했으며, 내년도에 폐교를 유지·관리하는 데 들어갈 환경 개선비는 12억원 규모다. 그러나 소규모 학교 만을 위해 편성된 별도의 예산은 찾아보기 어렵다. 현재까진 내년에 편성된 150억원 규모의 ‘소규모 학교 대청소 지원’ 예산이 전부다. 모든 학교가 지원받는 표준교육비(교당·급당·학생당 경비) 역시 학생이 많아질수록 더 많은 지원을 받는 구조다. 표준교육비는 초등학교 기준으로 6학급 이하인 학교에는 2억6천464만원, 60학급 이상에는 4억5천466만6천원이 지원된다. 중학교의 경우 6학급 이하 학교는 2억9천655만4천원, 54학급 이상 학교는 4억9천199만8천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 예산을 학급당 경비로 나눌 경우 소규모 학교에 더 많은 예산이 지원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전교생이 60명 이하인 소규모 학교에서 근무하는 한 교사는 “학생이 줄어들어도 학교 시설은 그대로고, 이를 유지·보수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여전히 동일하다”면서 “그럼에도 학생이 줄어들면 그 규모에 맞춰 예산만 획일적으로 삭감돼 학교 운영에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도교육청 관계자는 “최근 과밀·과대 학급이 현안으로 떠올랐음에도 그동안 이에 대한 별도의 예산 지원이 없었기 때문에 시급한 문제 해결을 위해 내년도 예산에 크게 반영해 편성한 것”이라며 “소규모 학교 운영에도 관심을 기울여 많은 예산이 투입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특색 있는 교육으로 폐교 위기 극복 소규모 학교 지원은 폐교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는 대책이 되기도 한다. 자신만의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직면했던 폐교 위기를 극복한 학교들을 통해 소규모 학교의 생존 방안을 모색해봤다. 용인 장평초등학교는 수년 전까지만 해도 낮은 접근성과 부족한 주변 인프라 등으로 폐교 위기에 내몰린 학교였다. 학생들이 지역을 떠나면서 2020년, 전교생 수가 19명까지 감소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기 때문이다.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학생 수가 79명에 달했지만 부족했던 주변 인프라가 장평초의 발목을 잡았다. 장평초는 이 같은 단점을 극복하고자 학교가 가진 자산인 자연 환경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장평초는 아토피천식 안심학교로 지정, 황토벽 교실과 향나무 복도, 원적외선 황토방 등을 마련하고 친환경 텃밭 가꾸기, 숲길 산책, 히노키탕 목욕 등 아토피에 특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보건교사뿐만 아니라 일반 교사들도 알레르기 관련 교육을 이수해 학생들을 직접 교육하며 2020년 경기혁신교육 학생 건강 증진 분야 우수학교로 교육감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특화된 교육 프로그램이 입소문을 타면서 장평초의 전교생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30명을 넘겼다. 양주에는 도농복합인 지역 여건을 고려해 특색 있는 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상수초등학교가 있다. 남면에 있는 상수초는 인근 양주옥정신도시 등장 이후 소멸 위기를 맞았다. 신도시로 떠나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남면의 인구는 오히려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상수초는 2015년, 전교생이 47명까지 줄었다. 상수초는 작은 학교를 살리기 위해 지역과의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특색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우선 상수초는 도시 지역과 농촌 지역의 상생을 위해 신도시 지역과 협력해 공동학구제를 도입했다. 신도시 지역에서 소규모 학교로 전학을 할 때는 주소지 이전 없이 학교장 허락 하에 전입이 가능토록 한 것이다. 진입 장벽을 낮춘 뒤에는 교육 과정 특성화에 매진했다. 주변 환경을 활용해 자연과 함께하는 생태교육을 하고 다양한 마을 교육 자원이 공동체 교육으로 스며들도록 했다. 그 결과 상수초의 학생수가 89명까지 늘며 통폐합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한 소규모 학교 교사는 “출퇴근 등의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아이의 교육 여건 때문에 이사를 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다른 곳에서 찾기 힘든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가 있다면, 그 지역에 머무를 수 있는 큰 요인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 제언 “지역 맞춤형 처방·지원 필요” 전문가들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경기지역 소규모 학교는 지역별 편차를 더욱 키울 수 밖에 없다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미영 경기도율곡연수원 교육행정연수부 팀장은 도농복합지역인 경기도의 경우 25개 교육지원청의 지역적 특수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도는 신도시 개발로 인한 신설학교 수요 증가와 지역 이탈로 인한 원도심의 소규모 학교 증가가 맞물리고 있는 만큼 과대학교와 과소학교를 별개의 문제로 보지 않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 팀장은 “경기도는 연천, 가평, 포천, 여주, 안성, 이천 등 농촌 지역과 수원, 성남, 부천, 용인 등 원도심이 있는 도시지역, 화성, 구리, 남양주 등 신도시 개발로 유입인구가 많은 지역 등 다양한 상황적 요소를 갖고 있다”면서 “도시지역과 농촌지역의 소규모학교 특성, 교육환경, 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소규모 학교의 증가세가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명확한 소규모학교의 기준을 확립하고, 전담 부서를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성추심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은 소규모 학교에 별도의 지원이 이뤄지기가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로 ‘소규모 학교의 명확한 기준 부재’를 꼽았다. 그는 “소규모 학교는 법률상으로는 학생 수 100명 이하 또는 학급 수 5학급 이하(교감 미배치 근거 기준), 교육부령으로는 총사업비 300억원 미만인 학교(중앙투자심사 면제 기준), 경기도에선 학생 수 60명 이하인 공립학교(작은 학교 지원에 관한 조례) 등 기준이 달라 정의하기도 어렵고 실태 파악조차 어렵다”면서 “소규모 학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을 위해선 소규모 학교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명확한 정의를 세운 뒤 도교육청 내 소규모 학교 정책 수립의 구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전담부서를 설치, 중장기 교육제도 및 소규모 학교의 여건 개선에 대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구서 토론까지… ‘경기국제공항’ 경기도가 주도 [집중취재]

경기국제공항 추진 방향을 ‘민간 공항’으로 설정한 경기도가 연구 용역에 이어 포럼과 국회 토론회까지 직접 주도하며 사업 주체로 발돋움했다. 그간 경기도는 ‘수원 군 공항 이전’ 전제 여부를 둘러싼 수원·화성시의 갈등에 ‘제삼자’ 입장을 취해왔는데, “직접 복수 후보지를 선정해 시·군과 협의하겠다”는 방침을 수립하며 새로운 ‘키맨’을 자처한 것이다. 11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는 이날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국회의원(수원병), 염태영 도 경제부지사를 비롯한 도, 시·군 관계자, 학계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기국제공항 비전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은 민선 8기 핵심 공약인 경기국제공항 사업 추진 방안을 모색하고자 마련됐으며, 도가 대외적으로 경기국제공항 공론장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는 이번 포럼에서 수도권 항공 수요와 기존 공항 포화에 대응하고 반도체 등 도내 고부가가치 산업을 활성화하려면 남부 지역에 국제공항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았다. 또 전문가들과는 ▲항공 물류 활성화 방안 ▲배후 시설 개발 방향 ▲도민 참여형 비전 설정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어 오는 20일에는 경기국제공항 아젠다가 등장한 이래 최초로 도가 주최하는 국회 토론회가 열린다. 지역별 국회의원에게 범(氾)도민 공감대 형성을 요청하고 이해관계 주체들과 의견을 교환, 도가 직접 사업 외연 확장에 나서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특히 도는 내년 8월 완료되는 연구 용역에서 경기국제공항 복수 후보지가 선정되는 대로 해당 시·군과 협의를 진행, 국토교통부에 ‘제7차 공항개발 종합계획’ 반영을 건의할 예정이다. 앞서 2020년 국토부가 제6차 종합계획에 ‘경기 남부 국제공항’ 건설을 명시하면서도 ‘지자체간 협의 상황 등 여건을 고려 후 추가 검토하겠다’며 단서를 단 만큼, 지자체 협의까지 선결해 완성도를 기하겠다는 취지다. 도 관계자는 “제6차 종합계획에 경기 남부 국제공항이 명시되면서 그 필요성을 인정받긴 했지만 시·군 유치 의사 접수 또는 협의 단계를 넘어서지 못한 상황”이라며 “경기도가 직접 국제공항 방향을 수립해 공론화하고 후보지별 협의를 진행해 종합계획 반영을 건의한다면 사업이 좀 더 확실하게 추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도는 내년도 본예산에 국제공항 해외 사례 벤치마킹, 경기국제공항 토론회 및 연구 용역 예산을 올해보다 증액 편성한 상태며 최근 행정 규칙 개정을 통해 전담 부서 업무 영역에서 ‘민군 통합공항’ 조문을 삭제했다.

군공항 특별법과 수원‧화성 갈등… 경기국제공항, 넘어야 할 과제 [집중취재]

경기도가 민간 공항 형태의 경기국제공항 추진 방침을 정하고 연구 용역과 대외 공론화에 나섰지만 ‘수원 군 공항 이전’ 문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수원무)이 최근 발의한 ‘수원 군 공항의 화성 이전과 연계한 민·군 통합국제공항 건설’ 특별법안이 변수로 떠오른 데다, 순수 민간 공항의 부족한 사업성이 결국 민·군 통합공항 건설 논의를 다시 부를 것이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화성시는 김 의장이 발의한 ‘수원 군 공항 이전 및 경기 남부 통합국제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의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심의 동향을 살피고 있다. 국방부가 2017년 화성 화옹지구를 수원 군 공항 단독 예비 이전 후보지로 선정한 만큼 특별법 통과는 화옹지구로의 군 공항 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화성시 관계자는 “경기도의 국제공항 후보지 선정 용역, 공론화 등은 도 사업인 만큼 시가 밝힐 입장이 없다”면서도 “김 의장의 법안은 수원시를 위해 화성시 자치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가 연구 용역과 공론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특별법이 상임위를 통과하면 지역 갈등이 다시 부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간 공항 형태의 경기국제공항이 사업성을 담보하지 못할 경우 군 공항 이전 문제가 다시 소환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군사 공항 시설을 민간이 공유하는 구조로 조성 사업비를 크게 절감하고 공역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게 민·군 통합공항의 장점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항공 분야 전문가는 “순수 여객, 물류 수요만으로 사업성을 확보하긴 쉽지 않을뿐더러 수원 군 공항과의 공역 문제가 최대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때문에 도가 복수 후보지를 물색하고 있지만 여러 여건상 화성 화옹지구도 후보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도 관계자는 “현재 국제공항 필요성과 추진 방안, 후보지를 물색하는 연구 용역이 진행 단계인 만큼 특별법안, 사업성 등에 대한 섣부른 예측은 어렵다”고 말했다.

제조사 손배책임 인정했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 [집중취재]

가습기살균제 제조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길이 처음으로 열렸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평생을 고통 받고 있다는 걸 고려하면 배상액이 현저히 적을 뿐 아니라 일부 가해 기업에 대한 형사 재판은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12년 넘는 시간 동안 고통 속에 살고 있는 피해자들은 정부와 기업이 여전히 책임을 미루고 있다며 구체적인 피해보상과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6일 환경운동연합 등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지난 2011년 처음 불거지기 시작했다. 당시 영유아, 임산부 등이 원인불명의 폐 손상을 앓는 사례가 늘어났고 보건당국 조사 결과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으로 밝혀졌다. 가습기살균제는 청소가 어려운 가습기 내부 물통을 손쉽게 살균할 수 있다는 편리함을 내세워 1994년부터 시중에 유통됐다. ‘가습기 메이트’를 출시한 유공(SK케미칼의 전신), 옥시와 애경산업 등 생활용품 기업들이 제품을 내놨고, 대형 할인마트들도 자체 브랜드 상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 수십 명에 불과했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규모는 조사를 거듭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난 1994년부터 2011년까지 18년간 894만명의 소비자가 가습기살균제 제품에 노출됐으며, 이 중 10.7%인 95만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경기도내 가습기살균제 사용자(2021년 3월 기준)는 225만4천396명, 병원 치료를 받은 피해자는 19만8천387명이다. 그럼에도 피해자로 인정된 구제 인정자는 2천298명(사망484명)에 불과하다. 이는 정부로부터 가습기살균제 피해 인정을 받기 위한 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이 직접 수십 년이 지난 병원 기록을 찾아 증명해야 하지만, 사라진 기록이 대부분이다. 또 정부는 호흡기질환을 비롯해 이와 동반되는 안질환, 피부질환 등에 대해서만 인정하고 만성피로증후군, 자가면역질환 등은 피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환경부가 지난달 24일 가습기살균제 구제급여 지급 대상자로 649명을 추가하면서 총 5천417명(전국 기준)의 피해 구제가 진행됐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정부와 기업이 우선 책임을 인정해야만 정신적·경제적 피해 보상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지난 2021년 1심 재판에서 옥시와 성분이 다르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현재는 내년 1월11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단체인 ‘1994 희망솔루션’ 민수연 대표는 “형사재판에서 가해 기업과 관련자들에 대한 유죄 판결이 나와야 책임에 대한 진상 조사와 피해자 구제가 보다 세밀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본다”며 “올바른 판결로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다면 피해자들은 고통 속에 끝나지 않은 싸움을 계속하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전문가 제언 “국가·기업이 책임지고… 피해 구제 적극 나서야” “더 늦기 전에 국가와 기업은 책임지고 방치된 피해자들을 구제해야 합니다.” 임종한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연구를 통해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피해자들에게 악영향을 줬다는 게 충분히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시중에 유통되도록 한 제품으로 인해 피해자가 발생한 만큼 정부 역시 피해 구제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교수는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DNA 속 미토콘드리아 기능장애를 유발한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확인됐으며, 간·신장·골수 심지어는 뇌까지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며 “이는 신장·간장·면역·근육 손상뿐만 아니라 신경정신질환, 암, 심혈관질환, 발달장애 등의 심각한 질병을 야기한다”고 설명했다. 또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이들에 대한 피해가 큰 만큼 국가가 책임을 지고 피해자들의 구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가해 기업은 더 이상 모르쇠로 일관하지 말고, 제품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이 평생 짊어질 고통을 보상할 수 있는 조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내년 1월11일에 예정된 가습기 살균제 가해기업 3곳에 대한 형사 항소심 재판부의 합리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심 재판부는 이들 기업이 사용한 살균성분 ‘클로로메틸아소티아졸리논(CMIT)’, ‘메틸아소티아졸리논(MIT)’ 등과 피해자들의 질환천식 간의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임 교수는 “지난 1심 판결이 선고된 과정을 지켜보면서 가습기살균제 연구에 참여했던 연구자로서 굉장히 안타까웠다”면서 “몇 년 동안 연구를 거듭해 가습기살균제로 사용된 물질들이 인체에 독성물질로 작용한다는 과학적인 근거를 충분히 증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해 기업들과 관련 임직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결과가 또다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가습기살균제에 무너진 삶… 12년째 지옥같은 고통 [집중취재]

“가습기살균제 제조사는 피해자에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 12년.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알려진 후 폐질환 진단을 받은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첫 판결이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대법원은 지난달 9일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업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아직 살균제 제조 기업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고, 진심 어린 사과도 없었다. 경기일보는 평생을 죄책감과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는 피해자들을 만났다. 이제 그들의 고통을 끊어낼 방법을 찾고자 한다. 편집자 주 “10년 넘는 세월 동안 죽지 못해 살았습니다. 여전히 하루하루가 고통스럽습니다.” 박수진씨(51·안산)는 지난 20여 년의 세월이 지옥과도 같았다고 했다.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2003년 그때로 돌아가길 매일 밤 눈물로 기도했다고 했다. 희귀병을 갖고 태어난 막내 아들을 위해 쓰기 시작한 가습기살균제였다. 몸에 좋은 것이라면 무엇이든 해주고 싶었던 마음에 썼던 그 살균제가 성인이 된 아들에게 평생 천식과 비염을 안겨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막내 뿐이 아니었다. 어느 날 부턴가 건강했던 둘째 아들의 몸에 이상이 생겼다. 천식과 아토피, 비염 증상으로 응급실을 여러 번 찾았다. 가려움을 참지 못해 생긴 상처와 진물이 온몸을 뒤덮었고, 순간 산소 공급이 되지 않아 학교에선 종종 발작도 일으켰다. 그렇게 아들은 왕따를 당하며 학창시절을 악몽으로 보내야 했다. 몸이 아프기 시작한 건 아들들 뿐이 아니다. 박씨 역시 몸이 엉망으로 변했지만, 자신보다 아이들을 돌보는 데 온 신경을 쏟았다. 그는 “병원에서 폐 기능이 자꾸 떨어져 몸속 산소 농도가 49%뿐이라고 들었다”며 “내 몸이 증거자료인데, 아직도 제대로 된 책임을 지지 않는 국가와 기업에 화가 난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자식들을 위해 구입했던 가습기살균제가 이런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누가 알았겠느냐”며 “‘모든 게 다 내 탓’이라고 생각이 들 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지고, 괴로움에 잠이 오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조순미씨(54·화성)는 보행 보조기구 없이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다. 그의 코에는 망가져버린 그의 폐를 대신할 산소 공급 줄이 꽂혀 있고, 소변 줄을 달고 살아야하는 상황이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조씨는 한마디 한마디를 건넬 때마다 파르르 입술을 떨길 반복했다. 좋다고 해서 산 가습기살균제였다. 가습기살균제를 쓰고 나면 식은땀이 나고, 종종 몸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가습기살균제가 자신을 갉아 먹고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병원에 갔을 때는 이미 폐 기능 수치가 죽기 일보 직전인 27%라고 했다. 응급 수술을 받았고 회사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는 현재 호흡기, 면역계, 신경계, 혈관계 등 전신에서 여러 가지 질환이 발병해 매주 2회씩 병원에 다니고 있다. 조씨는 “아직도 드러나지 않은 많은 피해자가 병상에서 또는 가정에서 경제적 고통과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고 있다”며 “우리가 진정 바라는 것은 피해자들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라고 눈물지었다.

차별·효용성 ‘논란’… 경기도 기회소득 ‘난항’ [긴급진단]

민선 8기 핵심 사업인 ‘기회소득’ 저변 확대에 나선 경기도가 경기도의회의 비판과 정부의 제동으로 사업 추진 및 예산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도의회는 농어민, 기후 행동 기회소득 등 도의 신규 사업에 대해 민선 7기 기본소득 또는 정부 유사 사업 대비 차별성, 효용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정부는 기회소득 자체를 ‘지양해야 할 현금성 복지’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29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이날 도가 제출한 장애인 기회소득 예산 100억원을 심의, 30% 감액 의결했다. 기존 수혜자의 1인당 지급액을 늘리겠다는 도의 계획이 아직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제도 변경 협의를 거치지 않아 유사시 불용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사회보장급여법에 따르면 지자체가 특정 대상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는 복지 정책을 시행 또는 변경하려면 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와 제도 협의를 거쳐야 한다. 실제 도는 올 상반기 교통 법규를 준수한 배달 노동자에게 ‘안전 기회소득’을 지급하기로 하고 복지부와 협의를 진행했지만 복지부가 제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재협의’를 결정, 제동이 걸린 바 있다. 당시 도는 별도의 실증 작업을 거쳐 재협의에 나서기로 했지만, 이 영향으로 내년 예산안에 사업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이후 지난 10월 정부는 사회보장위원회 회의를 열어 지자체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 협의 시 현금성 복지를 지양하도록 기본 방향을 의결했다. 문제는 도가 복지부와의 사전 협의 없이 내년 체육인과 농어민 기회소득 신규 지급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관련 예산안의 도의회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복지부 협의 여부에 따라 좌초,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도의회 농정해양위원회 내부에서는 30일 심의가 예정된 농어민 기회소득 예산과 관련, 민선 7기 기본소득 사업 간 중복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현재 도는 농민·농촌 기본소득을 지급 중인데 기회소득과 기본소득 간 충돌, 중복 지급에 따른 재원 낭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체육인 기회소득 예산안은 이날 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그 필요성을 인정, 원안 가결됐다. 아울러 탄소 중립에 참여한 도민의 활동을 화폐 가치로 환산, 지역화폐로 지급한다는 내용의 기후행동 기본소득은 정부 정책과의 중복 우려가 거론되고 있다. 정부가 유사한 구조로 시행 중인 탄소중립포인트제도 저조한 성과를 내고 있는데, 기후행동 기본소득이 차별성과 효용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 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 내부에서 제기됐기 때문이다. 도 관계자는 “예술인, 장애인 기회소득 신설에 성공한 사례를 토대로 복지부와의 사회보장제도 협의에 전념하는 한편, 도의회를 설득해 관련 예산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동연표 기회소득…미래 지향점 vs 계층 장벽 [긴급진단]

김동연표 ‘기회소득’을 두고 전문가들의 진단은 엇갈렸다. 빈부격차 해소 등을 위해 장기적으로 여러 계층의 소득 보장 제도를 늘려야 한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오히려 계층 갈등만 일으킨다는 우려도 나왔다.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29일 경기일보와의 통화에서 일정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는 우리 사회 장기적인 ‘지향점’이라고 주장했다. 계층 간 소득역전 현상을 막고 사회 약자들의 경제활동 보장을 정부나 지방정부가 독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김동연표 ‘기회소득’의 지향점을 명확히 정해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지난 2009년 당시 국내 학계에서 생소했던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한 인물이다. 강 교수는 “저출산 시대가 이어지면서 계층 간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며 “기회소득 지향점을 미래적으로 제시해 다양한 계층, 직업군이 일을 하면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도의회가 기회소득을 두고 쟁점화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미래 사회를 위한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반면 기회소득 같은 소득 보장 제도는 오히려 계층 간 장벽을 쌓을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기회소득 수혜자는 예술인과 장애인을 시작으로 현재 체육인, 농어민, 기후 대응 동참 주민, 배달노동자 등으로 확대·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투입되는 재원은 사회 구성원의 소유물인 ‘공유부’에 대한 부분으로, 특정 계층과 직종에 소득을 보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이유다. 진세혁 평택대 국제무역행정학과 교수는 “재원은 특정된 곳에 몰리는 것이 아닌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회 구성원에게 돌아가야 한다”며 “소득보장 제도보다 소득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계층에 활동 영역이나 범위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존 복지정책도 소득보장 수준이 낮고 사각지대가 많은 상황에서 특정 직종에만 소득을 보장해 주는 것은 ‘포퓰리즘’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장기적으로 계층 갈등 등의 우려가 발생할 수 있어 소득분배 개선과 사회약자 양극화 해소라는 사회복지적 목표를 추구하는 정책대안 제시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특정 직종에만 일정 기간 소득을 보장해 주는 제도는 전형적인 선거용 포퓰리즘일 뿐”이라며 “특정 직종에 대한 근로의욕 강화나 활동 발판을 끌어낼 방안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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