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청, IGC 운영비로 수백억 ‘펑펑’ [집중취재]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인천글로벌캠퍼스(IGC)에 입주한 대학에 수년 간 근거도 없이 수백억원 규모의 임대료·관리비 등을 면제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인천경제청과 (재)IGC운영재단 등에 따르면 인천경제청은 지난 2010년부터 IGC에 대학이 입주하면 운영지원협약(OSA)을 하고, 캠퍼스 임대료를 비롯해 공공요금·유지보수비 등의 관리비를 감면해주고 있다. 이 OSA는 기본 5년에 3년 추가가 가능해 최장 8년까지 효력이 있다. 그러나 인천경제청은 IGC 입주 대학 5곳 중 4곳과의 OSA가 끝났는데도 여전히 IGC재단을 통해 임대료와 관리비 등을 감면해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유재산법 제21조 등은 사용허가 기간을 5년 이내로 하고, 이후에는 허가를 갱신해야 한다. 즉 인천경제청은 OSA가 끝났는데도 재협약 없이 캠퍼스를 무상 임대해준 셈이다. 인천경제청과 입주 대학들간의 OSA는 미국 뉴욕주립대 스토닉브룩(SBU)이 지난 2019년, 벨기에 겐트대와 미국 조지메이슨대는 지난해, 유타대는 올해 8월에 기한이 끝났다. 인천경제청이 OSA 재협약 등도 없이 무단으로 입주 대학에 면제해준 임대료는 총 53억원에 이른다. 뉴욕주립대가 35억원, 겐트대와 조지메이슨대가 각각 6억원, 유타대 3억원 등이다. 여기에 인천경제청이 이들 대학 4곳에 오는 2025년까지 임대료를 면제해주기로 한만큼, 앞으로 3년간 50여억원의 추가 면제도 이뤄질 전망이다. 이와 함께 인천경제청은 OSA가 끝난 이들 대학의 관리비도 감면해주고 있다. 인천경제청이 이들 대학 4곳에 감면해 준 관리비는 총 41억여원이다. 또 인천경제청은 IGC 입주 대학의 교수들이 사는 아파트 임대료도 전액 면제하고 있고, 컴퓨터·소프트웨어 등의 기자재 비용을 최대 10억원까지 지원해주고 있다. 특히 인천경제청은 지난 2019년 뉴욕주립대와 OSA가 끝났을 때 이 같은 임대료 및 관리비 면제 등을 해줄 근거가 없다는 점도 파악했다. 이런데도 인천경제청은 IGC재단에 공문을 보내 대학을 계속 지원토록 통보했고, IGC재단은 법적 효력이 없는 이 공문을 근거로 계속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시의 공유재산심의 등도 받지 않았다. IGC재단 관계자는 “인천경제청이 협약을 맺는 주체”라며 “인천경제청이 지원하라고 보낸 공문을 토대로 임대료 및 관리비 면제 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중 인천시의원(국민의힘·미추홀1)은 “인천경제청이 재협약도 하지 않는 등 법을 어기면서까지 주먹구구 식으로 대학들을 지원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이 인천경제청의 IGC에 대한 관리·감독이 부실한 만큼, 인천시가 나서 협약 전반에 대한 위법 여부를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사실 OSA 연장이나 변경을 위한 검토를 했으나, 결국 법적 근거가 없어 재협약도 못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대학의 자립 등을 도우려 재단·학교와 협의해 지원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부 검토를 통해 대학들의 지원 방안 등을 찾겠다”고 말했다.

‘경기 지자체 서울 편입’... 道 시장·군수 찬반 ‘팽팽’ [집중취재]

‘경기도 지자체 서울 편입’이 ‘서울 메가시티 구상’으로 확대 재생산되는 가운데 경기도내 시장·군수들의 의견은 찬성과 반대가 팽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에 대해선 절반가량이 동의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8일 경기일보가 경기도내 시장·군수 3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김포시 등 경기도 지자체의 서울 편입에 대한 질문에 대해 애초 이 사안을 제안한 국민의힘 소속 김병수 김포시장을 비롯해 같은 당 백경현 구리시장, 백영현 포천시장, 하은호 군포시장, 김경희 이천시장, 전진선 양평군수, 서태원 가평군수, 김덕현 연천군수 등 8명이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국민의힘 소속 강수현 양주시장과 같은 당 소속 박형덕 동두천시장 등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준 수원특례시장과 같은 당 정명근 화성시장, 조용익 부천시장, 정장선 평택시장, 최대호 안양시장, 임병택 시흥시장, 김보라 안성시장 등 9명은 반대 의사를 밝혔다. 백경현 구리시장은 찬성 이유에 대해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중첩규제로 인한 자족도시 역할 수행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 소속 박형덕 동두천시장은 “서울에 편입되면 오히려 지역발전을 저해한다”며 반대했고, 민주당 이재준 수원시장도 “국토 균형발전과 자치분권 가치를 지지한다”며 동의하지 않았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에 대해선 국민의힘 소속 김동근 의정부시장, 강수현 양주시장, 김경희 이천시장, 백경현 구리시장, 김성제 의왕시장, 백영현 포천시장, 박형덕 동두천시장, 전진선 양평군수, 서태원 가평군수, 김덕현 연천군수 등을 비롯해 민주당 소속 이재준 수원시장, 같은 당 정명근 화성시장, 조용익 부천시장, 정장선 평택시장, 최대호 안양시장, 임병택 시흥시장, 박승원 광명시장, 김보라 안성시장 등 17명이 찬성했고 국민의힘 소속 하은호 군포시장은 반대했으며, 무응답도 13명에 달했다. 국민의힘 소속 박형덕 동두천시장은 중첩된 규제의 족쇄에 묶여 성장동력을 잃은 경기 북부지역 발전을 위해 경기북부특별자치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민주당 소속 이재준 시장도 경기 남부와 북부 간 지역 격차 해소 및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 동의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서울 인근 도내 지자체들의 서울 편입이 지역발전과 관련해 기대되는 시너지 효과가 미지수여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진세혁 평택대 국제무역행정학과 교수는 “김포 서울 편입의 경우 갑자기 등장한 점도 있고, 편입해 시너지 효과를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부분도 있다. 메가시티가 꼭 행정구역을 통합해야 하는 것이냐는 부분들도 고민해야 한다”며 “서울 주변 도시와 교류 협력 관계 등을 활성화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지자체장 절반가량 ‘침묵’… 총선 앞두고 중앙정치권 ‘눈치’ [집중취재]

'서울 편입’ 도내 시장·군수 생각은 ‘경기도 지자체 서울 편입’ 추진에 상당수 지자체장이 무응답으로 침묵했다. 일각에선 여야 정당 소속 시장·군수들이 중앙정치권의 정책기조를 의식해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중앙정치권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8일 경기일보가 도내 단체장 3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경기도 지자체 서울 편입’ 찬반에 대해 이상일 용인특례시장, 이동환 고양특례시장, 신상진 성남시장, 주광덕 남양주시장, 이민근 안산시장, 김경일 파주시장, 김동근 의정부시장, 방세환 광주시장, 이현재 하남시장, 박승원 광명시장, 이권재 오산시장, 김성제 의왕시장, 이충우 여주시장, 신계용 과천시장 등 14명이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내 정치권 관계자는 “여야가 ‘경기도 지자체 서울 편입’을 놓고 정치적 문법으로 해석하고 있어 정당 소속 시장·군수 입장에선 주민들의 입장도 충분히 들어야 하지만 정치적 셈법도 감안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지역 정체성 살리는 프로그램 개발해야 이런 가운데 도내 지자체별 국가균형발전론 차원에서 주민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자체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100만명 이상의 대규모 인구를 둔 특례시 등의 경우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차별화된 복지서비스 등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은 “수원은 인구 100만명 이상의 특례시로, 국가균형발전의 국정기조에 맞춰 지역발전을 위한 제도 개선을 선도하고 특례시의 권한 확보를 통해 역차별을 받지 않도록 행정복지 서비스의 지속적인 사무 이양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지역 정체성 확보를 위해 광역교통망 구축에 올인하는 지자체도 있다. 안양시가 대표적으로 최대호 시장은 “안양시는 서울·경기 남부권 광역철도망 구축에 중요한 연결 도시로 스마트하고 콤팩트한 도시 조성을 위해 현재 운행 중인 수도권 전철 1호선과 4호선 이외에 월곶~판교선(경강선), 인동선(인덕원~동탄), GTX-C 노선(인덕원역), 신안산선 등 4개 노선을 추가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 독특한 콘텐츠 및 대학과의 협업도 추진돼야 지역만의 독특한 콘텐츠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용익 부천시장은 “영화와 만화, 애니메이션, 비보이 등 4대 국제문화축제와 아트센터, 아트벙커B39 등 문화 콘텐츠, 인프라가 탄탄하게 갖춰진 문화도시를 조성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능동적인 민관협업의 일환으로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는 ‘온(溫)스토어’ 사업을 추진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운영하도록 주민들이 온라인으로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대학과의 협업으로 스마트허브를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민근 안산시장은 “안산의 정체성을 구현하기 위해 지역 내 기업 1만1천여곳과 대학이 공동으로 수도권 최대 규모의 스마트허브로 조성하고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와 안산사이언스밸리 일원에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위해 행정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역 내 부족한 의료 인프라 구축과 기후위기에 대비한 정책 시행도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형덕 동두천시장은 “GTX-C 노선 연장과 제생병원 조기 개원 및 의대 설립 등이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고, 임병택 시흥시장은 “시화를 중심으로 국제환경포럼을 개최하고 환경교육도시를 구축하며 온실가스 감축 등 다양한 탄소중립정책을 펼치겠다”는 입장이다. 서태원 가평군수도 지역에 부족한 의료시설 해결을 위해 기평의료원 설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청년층 배려한 시책 반영도 역동적인 청년정책 시행도 제시됐다. 김경희 이천시장은 “청년인구 비중이 전국 평균(19%)에 비해 19.5%로 높은 만큼 청년들의 능동적인 사회 참여 기회를 보장하고 자립 기반 마련을 위해 복합문화공간인 청년일자리카페 e-room 등 다양한 정책들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신상진 성남시장과 백영현 포천시장, 전진선 양평군수 등은 각각 맨발 황톳길 및 생태문화공원 조성, 한탄강 세계지질공원과 세계정원 등 수도권 제일 힐링도시 조성과 지역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세미원의 국가정원 승격사업(공원 면적 30만㎡로 확대 포함) 등을 제시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경기도의 실질적 도시권역이 행정구역으로서 합리적으로 수용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경기도라는 애매한 행정구역보다는 서울 대도시권과 실제적 연계를 통한 행정체계 개편이 더 효율적일 것으로 판단한다”며 “지자체 특성을 살린 시책도 적극 개발해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기도 ‘적극 재정’ 마이웨이 [집중취재]

경기도가 대규모 세수 결손에도 ‘민생’과 ‘미래 성장’을 위해 내년 본예산 규모를 올해보다 확대, 정부의 ‘건전 재정’ 기조와 대비된 독자 행보를 걷고 있다. 정부가 효율성을 위해 내년 예산안에서 일부 또는 전액 삭감한 R&D(연구개발) 예산, 복지 분야 보조금 등을 자체 재원으로 충당했기 때문인데, 정부가 삭감했던 예산들이 국회에서 속속 복원되고 있어 도의 독자 행보에 힘이 실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14일 도, 국회 등에 따르면 가장 먼저 정부의 삭감안이 도 정책 방향으로 뒤바뀐 분야는 사회서비스원(이하 사서원) 보조금이다. 정부는 올해 국고 보조금 집행 효율화를 위해 경기도사회서비스원 보조금(7억8천만원)을 포함, 전국 사서원의 보조금 전액 삭감을 단행한 바 있다. 이에 대응해 도는 내년 예산안에서 사서원 출연금을 증액해 정부 보조금 삭감분을 자체 부담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사서원 운영 예산 대부분을 원복시킨 심의안을 의결, 도의 국비 보조금 충당 필요성이 사라지며 예산안 추가 조정이 따를 예정이다. 지역화폐 예산 역시 마찬가지. 도는 정부의 지역화폐 발행 지원금 전액 삭감안에 대응해 내년 예산을 올해 대비 5.5%(954억원) 증액했는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 9일 정부 지역화폐 예산을 7천억원 증액 의결했다. R&D 예산도 일부 변화가 예상된다. 정부는 예산안 편성 당시 올해보다 16.6%(5조2천억원) 삭감하기로 했지만 학계와 야당의 반발이 거세지자 지난 12일 국민의힘이 일부 예산 원복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현재 도는 R&D 예산 삭감에 대응, 내년 예산안에 반도체, 바이오 전문인력 양성 예산 64억원을 증액 편성한 상태다. 이외 도는 현금성 복지 정책 지양 방침을 수립한 정부와 달리 김동연 지사 핵심 공약 ‘기회소득’ 예산을 증액, 수혜 폭 확대에 나서기로 했다. 도 관계자는 “경기가 침체되면 미래 먹거리 발굴,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확장 재정을 펼쳐야 한다는 게 경기도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의회는 오는 24일부터 도가 제출한 36조1천345억원의 내년도 본예산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경기도 ‘적극 재정’ 마이웨이... “보수·진보 정책 경쟁… 지방자치 순기능” [집중취재]

경기도가 ‘적극 재정’ 기조를 펼치며 내년 본예산안을 확대 편성, 정부의 ‘건전 재정’ 기조와 대비된 행보를 보인 데 대해 전문가들은 진보와 보수 진영의 재정 정책 경쟁, 지방자치제의 순기능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공공의 개입을 최소화해 효율성을 기하는 보수 진영인 데다, 60조원 가까운 세수 결손 상황을 감안할 수밖에 없지만 경기도는 공공의 역할을 중시하는 진보 진영으로 가용한 재원 범위에서 지역에 필요한 정책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최상한 한국행정연구원장과 금창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석좌 연구위원은 이번 경기도 독자 행보의 동력으로 정부, 경기도의 상반된 진영, ‘불교부단체’라는 경기도의 위치를 지목했다. 최 원장은 14일 경기일보와의 통화에서 “현 정부는 60조원 규모 세수 결손이 발생한 만큼 예산 집행을 효율화하자는 입장이지만, 경기도는 각종 지원에 예산을 투입할 필요가 있고 또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또 공적 서비스 제공에 있어 작은 정부 논리를 추구하는 보수 정부와 재정의 역할을 중시하는 진보 진영 인사가 있는 경기도의 인식, 판단이 갈린 것”이라고 말했다. 금 연구위원은 “정부에게서 부족한 재원을 교부금 형태로 지원받는 교부단체는 재정난을 맞을 경우 사업별 교부세를 확보하기 위해 정부 정책 기조 전반을 따르는 게 일반적”이라며 “하지만 경기도는 재정 안정성, 자립도가 비교적 높아 재정 정책을 자유롭게 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소순창 한국지방자치학회 명예회장은 경기도의 독자 행보가 정부 기조 역행이 아닌, 정책 경쟁이라는 지방자치의 순기능이라고 짚었다. 소 회장은 “경제 전문가인 김 지사 입장에서는 현 상황에서의 긴축 재정이 소비 위축, 그에 따른 기업 위축, 세수 결손 및 고용 불안, 주민 삶 악화라는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경기도가 정부 기조를 역행한다기보다는 정부와 지자체 모두 서민을 위한 최선의 수를 판단한 것으로 봐야 하며 향후 평가가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와 지자체 간 불필요한 불협화음을 방지하기 위해 지자체가 정부 기조에 일부 보조를 맞출 필요는 있다는 제언도 있었다. 금 연구위원은 “지방자치의 원칙 중 하나가 다양성인 만큼 정부 기조와 상관없이 지자체가 어느 정도 독자 행보를 걷는 것도 지방자치의 의의”라면서도 “하지만 정부가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건전 재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만큼 최소한의 보조는 맞추는 게 지역간 형평성, 혼선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도망치는 범죄자, 못 잡는 사법기관…경찰 공조 시스템 '절실' [집중취재]

유치장에서 숟가락 손잡이를 삼킨 뒤 병원 치료를 받던 중 도주한 김길수 사건과 한달째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는 100억원대 사기범(본보 8일자 인터넷판) 사건을 통해 도주사범 검거 시스템의 부실이 드러났다. 현행 법체계에서는 잇따르는 도주사범을 검거할 공조시스템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추적 및 검거에 특화된 경찰로의 통보 체계 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100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투자사기 범행을 저지른 A씨는 지난해 1월 구속기소 1주일만에 수원지법 평택지원에 보석을 신청했다. 이에 수원지법 평택지원은 지난해 2월9일 손목형전자장치(전자팔찌)를 착용하고, 보호관찰을 받으면서 성실하게 재판에 임할 것을 조건으로 A씨의 보석을 허가했다. 1년여간 이어진 재판에 출석하던 A씨는 검찰로부터 10년형을 구형받는 등 구속이 확실시되자 선고공판일인 지난달 6일, 전자장치를 끊고 도주했다. 수원보호관찰소 평택지소가 이를 인지했고, 수원지법 평택지원이 A씨의 보석 허가를 취소한 뒤 수원지검 평택지청과 공조해 검거에 나선지 한 달이 지났지만, A씨의 행방은 묘연하다. 이 같은 상황에도 사법당국은 검거 전문가인 경찰에 공조를 요청하지 않았다. 이러한 풍토는 다른 사건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김길수 도주 당시에도 교정공무원들은 경찰 신고에 앞서 직원들에게 상황을 전파하고 일대를 수색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1시간이 지난 뒤에야 경찰 신고가 이뤄졌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계곡살인으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은해·조현수 사건에서도 같은 양상이 나타났다. 인천지검은 2021년 2월부터 전면 재수사에 돌입해 같은해 12월 이들을 추가 소환하기 전까지 10개월간 숨겨진 범행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2차 조사를 앞두고 이들은 사라졌다. 당시 검찰은 경찰에 어떠한 공조도 요청하지 않고 3개월의 시간을 흘려보냈고, 공개수배 후 일주일이 지난 뒤에야 공조를 요청했다. 이 같은 양상이 반복하는 것을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사법당국의 ‘책임 소재 규명’보다 우선할 강력한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통상 도주사범이 발생했을 때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다보니 최대한 외부 기관과 공조없이 내부에서 검거하기 위해 쉬쉬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도주사범 발생시 즉각적으로 경찰에 통보하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경찰은 추적 및 검거 전문인 만큼 신속한 검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앞서 김길수를 검거한 것도 경찰이었고, 4개월의 도주행각을 벌였던 계곡살인 역시 경찰과의 공조 시작 열흘 만에 검거가 이뤄졌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도주사범 발생 즉시 경찰에 요청하는 시스템을 강제해야 한다. 도주 사범이 생겼는데 이를 알리지 않는 것은 불이 났을 때 119에 신고하지 않는 것과 같은 비상식적인 일”이라며 “2015년 연쇄성폭행범 김선용이 도주한 뒤 또 성폭행을 저지른 적이 있는 것처럼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도 즉시 경찰과 공조하지 않는 건 이를 은폐하겠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한영선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역시 “인간이 가진 본능으로, 두려움에 도주를 하는 것인데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다면 도주 인지 즉시 공조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대내외 악재 극복…경기도의회 ‘소통 회복 급선무’ [집중취재]

올해 행정사무감사 진행과 내년도 예산 심의를 앞둔 경기도의회가 역대급 세수 부족 등 대내외 악재를 극복하기 위해 소통의 자세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제11대 경기도의회 본회의 통과율은 지난 9·10대 의회와 비교해 가장 낮은 데다, 민생과 밀접한 조례안에 대한 가결 여부도 지연된 만큼 이러한 여론은 거세지고 있다. 6일 경기도의회에 따르면 도의회는 7일부터 다음 달 21일까지 제372회 정례회를 열고 36조1천345억원 규모의 내년도 경기도 본예산 심의와 총 32개 기관을 대상으로 한 올해 행정사무감사 및 모두 87건의 안건의 심사를 진행한다. 올해는 민선 8기 경기도정의 사실상 원년이 되는 해로 ‘The 경기패스’뿐만 아니라 ‘RE100’ 등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주요 사업에 대한 현미경 감사가 요구되고 있다. 또 1조9천억원의 세수 부족 예상에 따라 내년도 본예산안에 대한 촘촘한 구성 역시 필요한 만큼 협치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출범 이후 현재까지 제11대 의회 본회의 통과율은 9대(2014년 7월~2015년 10월 말)와 10대(2018년 7월~2019년 10월 말) 의회의 같은 기간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본회의 통과율은 의원들이 안건에 대한 합의가 전제되는 만큼 소통의 척도로 해석된다. 경기일보가 도의회 의정정보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지난 5일 기준(제372회 정례회 안건 미상정 전제) 제11대 의회에서는 총 706건 안건 중 78건이 계류되면서 본회의 통과율이 88.9%를 기록했다. 10명 중 9명의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이 소속이었던 제10대 의회의 93.9%(835건 접수, 51건 계류에 따른 폐기)와 여소야대였던 제9대 의회의 92.5%(649건 접수, 49건 폐기)보다 낮은 수치다. 도의회는 낮은 통과율의 원인을 사실상 양당 동수(국민의힘 78명, 민주당 77명)인 도의회 특성과 지난 9월 제371회 임시회 상임위원회 파행 사태의 여파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안건에 대한 양당의 견해차가 아닌 상임위 의원들의 사보임으로 발생한 사상 초유의 파행 사태는 도민의 신뢰를 이미 저버렸다는 눈총이다. 제11대 도의회 총 78건의 계류안 중 26건은 파행 사태로 촉발된 사안이다. 이 때문에 복지사각지대를 점검할 ‘경기도 위기 이웃 발굴에 관한 조례개정안’과 도민 건강에 초점을 맞춘 ‘경기도 예방접종 지원에 관한 조례안’ 등 도민의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안건에 대한 가결 여부는 지난 371회 임시회 정식 기간 중 확정되지 않은 바 있다. 이와 관련, 도의회 관계자는 “보건복지위원회 파행 사태 등에 대해 의원들이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를 토대로 이번 정례회만큼 원활한 소통의 장이 열리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의회 “의원들 서로의 힘·특성 존중해야” 제언 [집중취재]

파행 사태를 겪었던 경기도의회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나친 자기 주장을 억제한 채 서로의 힘과 특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6일 경기도의회가 한국정책경영연구원을 통해 지난 8월7~15일 도의원 40명을 대상으로 소통과 관련,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의원 42.5%(17명)는 의원들 간, 78.9%(31명)는 타 정당 간 ‘소통이 잘(전혀) 이뤄지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특히 일부 재선 의원은 안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의원들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경기일보가 도의회 의안정보 시스템에 기재된 안건을 확인한 결과, 제11대 의회에서 의원 발의 계류안(43건)에 대한 공동 발의자는 21.4명인 데 비해 제10대 의회(33건, 2018년 7월~2019년 10월 말) 25.7명, 제9대 의회(34건, 2014년 7월~2015년 10월 말)는 26.9명이다. A 전 도의원은 “타 상임위 의원들이 올린 안건에 대한 배척 문화도 소통 부재의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양당 동수인 만큼 정책 수요자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 각각 조례 발의를 요구하지만, 양당의 원활치 못한 대화로 안건 추진에 혼선이 빚어진 사례 역시 전해지고 있다. 또 일부 의회사무처 직원들은 광역의회 특성상 의원들이 쉽게 만날 수 없는 구조이기에 소통 부재가 뒤따를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 유병욱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기도협의회 공동사무처장은 “정치는 싸울 수밖에 없다. 다만 양당 동수라서 소통이 어렵다는 것은 도민들이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얘기”라며 “관건은 정당 대 정당 혹은 의원 대 의원 등 서로의 힘을 인정하며 존중하는 문화다. 도의회가 이러한 자세를 가져야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국힘이 쏘아올린 ‘김포 서울편입’...경기도 ‘뒤숭숭’ [집중취재]

국민의힘이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을 당론으로 추진하는 데 이어 광명·하남·구리 등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내 기초단체 추가 편입도 거론하면서 경기도와 지역 정치권에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다. “현실성 없는 일”이라며 선을 그은 경기도와 달리 김포시는 서울시와의 편입 관련 논의를 예고하고 지역 내 야권은 여당에 대한 공세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31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는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추진, 국민의힘 당론화 관련 입장을 정리 중으로 조만간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이날 경기 북부 특별자치도(북자도) 설치 관련 전체 시·군 숙의 토론 결과를 공유하고 정책 과제를 수립하는 등 행정구역 재편에 박차를 가한 경기도와 달리 김포시는 다음 주 오세훈 서울시장과 편입 관련 의견 교류를 예정하는 등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도는 김포시 현안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D 노선, 지하철 5호선 김포·검단 연장 노선 문제 해결을 위해 오는 24일 단체장 회동을 앞둔 상태로, 김포-서울 회동이 향후 경기도-서울시 관계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기도 관계자는 “김포시는 애초 북자도 설치 추진 과정에 거론되지 않았던 단체로 행정구역 분할 시 어디에도 포함되지 못해 서울 편입이 필요하다는 김포시 입장은 일방적 주장이라는 게 현재까지의 도 입장”이라고 말했으며, 도내 타 시·군의 서울 편입 가능성 거론에 대해서도 “특별히 언급할 사항이 없다”고 덧붙였다. 지역 정치권에서도 여권 당론 추진에 반발하는 야당 측 입장이 나오고 있다. 염종현 경기도의회 의장(더불어민주당·부천1)은 이날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문제는 경기도와 도민 대의기관인 경기도의회의 의견이 중요하다”며 “(국민의힘이) 사전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 의사를 밝힌 데 대해 상당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경기도는 ‘서울 변두리’라는 인식을 벗어나 전국 최대 광역단체로서의 위상을 바로 세우고자 노력해 왔다”며 “이번 서울 편입 논쟁은 ‘서울 집중화’에 힘을 실어 균형 발전을 해치고, 도민의 자부심을 해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어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경기도당도 이날 국민의힘 논평에 대해 “법적·행정적 검토도 없는 전형적인 총선 대비용 지역 갈라치기”라고 지적하며 “(국민의힘은) 실현 가능성 없는 사안으로 김포시민을 현혹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한편 국민의힘 정책위원회는 김포시의 서울 편입이 담긴 행정구역 개편 특별법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편입 금시초문”… 해당 지자체들 ‘당혹’ [집중취재]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당론화를 추진 중인 국민의힘이 서울과 생활권이 밀접한 경기도 기초단체들을 추가 조정 대상으로 거론한 가운데 지목된 지자체 모두 “금시초문”이라며 당황하는 모양새다. “주민, 정치권의 사전 요청은 물론 자체 검토도 지금껏 없었다”는게 지자체들의 공통된 반응인데, 일부 지자체는 주민 요구 시 검토 입장을 전하며 다른 기류를 보였다. 31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서울과 인접하면서 생활권을 공유, 편입이 필요한 기초단체로 고양·하남·광명·구리 등을 거론하고 있다. 앞서 지난 30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김포한강차량기지 대강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서울과 출퇴근, 통학이 공유되는 곳은 서울시로 편입하는 것을 원칙으로 잡고 (당론을)진행하려고 한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에 의해 논란의 장으로 등판한 지자체 모두 단체장의 당적과 관계 없이 “서울 편입을 고려해본 적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단체장인 조용익 부천시장은 “국민의힘 측의 서울 편입 거론은 갑작스런 주장에 불과하다. 부천시가 서울에 편입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이 사안에 대해 고려할 생각조차 없다”고 강조했다. 또 민주당 단체장이 소속된 광명시 관계자는 “경기도나 서울시 등에서 행정구역 변경을 정식으로 요청한다면 검토해보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고려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이 있는 고양·남양주·하남·구리시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이들 시 관계자는 경기일보와의 통화에서 “내부적으로 서울시 편입을 검토, 논의하지 않아왔고 현재도 정부에 공식 건의하거나 주민 의견을 수렴할 계획도 없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과천시의 경우 서울 편입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은 같았지만, 주민이 원할 경우 의견 수렴에 나서겠다며 국민의힘 입장과 궤를 같이 했다. 과천시 관계자는 “서울 편입 문제는 과천시 의지가 아닌 주민 의견이 우선하는 사안”이라며 “만약 주민 요구가 있다면 의견 수렴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들이 무슨 죄… 잔인한 ‘비속살해’ 되풀이 [집중취재]

‘일가족 숨진 채 발견’, ‘아이 낳고 살해’…. 최근 매스컴에는 과거 상상할 수 없던 이야기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다는 아가페적 사랑은 사라졌다. 자식을 하나의 도구로 여기며 살해하는 범죄는 이제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일이 됐다. 그러는 사이 생활고를 이유로 일가족이 생을 마감했다는 기사에는 ‘얼마나 힘들었으면’이라는 동정이 따라붙게 됐다. 부모의 선택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지 모를, 어떤 미래가 기다렸을지 모를 한 아이의 생이 끝났음에도 말이다. 아직 국내에는 비일비재한 이 같은 범죄를 부를 말이 정의돼 있지 않다. 이에 경기일보는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는 ‘비속살해’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도록 처벌 강화 등의 대안을 찾고자 한다. 편집자주 집중취재 '가족이 더 무섭다' 지난 19일 30대 친부가 3개월 된 아이를 학대·살해한 뒤 시신을 야산에 묻어 유기한 범죄가 발생했다. 이들이 생후 100일밖에 되지 않은 아이를 살해한 이유는 ‘울고 보채서’였다. 친모도 함께 있었지만, 범행을 신고하는 대신 묵인하는 길을 택했다. 태어난 지 이제 고작 100일밖에 되지 않은 아이에게 따뜻하게 안아 울지 않게 달래줄 부모는 없었다. 올해 4월 화성에서는 40대 친모가 아들을 살해했다. ‘너무 힘들다. 아들을 내가 먼저 데리고 간다’는 메모를 남긴 채 아이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시도했다. 그러나 그는 살아남았다. 여섯 살 아이는 가장 믿고 있던, 어쩌면 세상의 전부였을 어머니의 손에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갔다. 두 사건 모두 부모에게 적용된 범죄 혐의는 ‘살인죄’다. 30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에는 부모가 자녀를 살해한 범죄에 대한 정의가 없는 것은 물론 별도의 관리도 하지 않고 있다. 이는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는 ‘존속살해’에 대해 반인륜적 범죄라는 이유로 가중 처벌 조항을 법률에 지정해 둔 것과 차이를 보인다. 과거에는 부모는 공경의 대상인 반면 자녀는 부모에게 속해 있는 존재 정도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자녀를 살해한 행위가 별도의 범죄로 처벌받지 않다 보니 비속살해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통계조차 없다. 자녀를 살해한 후 부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에 한해 보건복지부의 보고 문건을 통해 관련 범죄 추이를 추정할 뿐이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20년 아동학대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은 2016년 36건, 2017년 38건, 2018년 28건, 2019년 42건, 2020년 43건으로 증가 추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아이를 낳자마자 살해하는 이른바 ‘영아살해’가 전국적으로 잇따르자 일각에서는 비속살해에 대한 가중처벌을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화정 아동권리보장원 아동보호본부장은 “왜 부모가 아이를 때리고, 죽이는 게 안 되는지에 대한 국민 모두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 잘못됐다는 인식이 먼저 생겨야 할 것”이라며 “비속살해에 대한 처벌 강화와 함께 위기에 빠진 아이들을 보호할 시스템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끊이지 않는 '비속살해', 관련법 개정 감감무소식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는 ‘비속살해’가 끊이지 않으면서 가중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이와 관련된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방치돼 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형법상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할 경우 ‘존속살해죄’를 적용받아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 살인죄보다 무거운 형량으로 가중처벌하는 셈이다. 상해·폭행·유기·학대·체포·감금·협박 등의 강력범죄 역시 존속을 대상으로 할 때는 가중처벌을 받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직계비속에 대한 강력범죄를 가중처벌 하는 조항은 없다. 직계비속을 살해한 경우에 관련된 유일한 죄명은 ‘분만 중 또는 분만 직후’ 아이를 살해했을 때 적용하는 ‘영아살해죄’ 뿐이다. 그러나 영아살해죄는 ‘10년 이하의 징역형’이라 존속살해보다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 이에 비속살해죄를 신설해 관련 범죄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자식이 부모에게 범죄를 저지를 경우 가중처벌을 하면서도 자기결정권이 부족한 자식을 상대로한 범죄에는 관대한 태도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러한 문제 의식으로 발의된 형법 개정안은 5건에 달하지만, 국회의 문턱에 걸려 가시적인 성과는 전무한 상태다. 지난 2016년 신원영군(당시 7세) 사건, 2017년 고준희양(당시 5세) 사건 등이 여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2018년 비속살해죄의 가중처벌을 담은 형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됐지만, 법제화되지는 못했다. 또 지난 2021년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이 비속살해죄를 신설하는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지만, 상임위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당시 발의된 법안은 형법 제250조 ‘존속살해’를 ‘존·비속살해’로 하고, 같은 조 제2항 중 ‘직계존속’을 ‘직계존·비속(직계비속의 경우 13세 미만에 한정한다)’으로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만종 호원대 법경찰학과 교수는 “아이를 살해하는 것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는 등 관련 법안이 개정되기 위해선 인식 개선과 국민의 합의가 필요하다”며 “아이들은 부모의 소유가 아닌 독립된 인격체라는 인식이 생겨야 법적으로도 아이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해외선 ‘자녀 폭행’도 가중 처벌하는데…갈길 먼 한국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아동학대는 물론 비속살해죄 역시 가중처벌하고 있다. 이는 자녀 역시 하나의 인격체라는 의식에서 출발하는 데, 국내 고유의 문화상 자녀를 소유물로 여기는 어긋난 인식을 개선하는 게 비속살해죄의 고리를 끊을 핵심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30일 세계법제정보센터 등에 따르면 해외의 경우 자녀 관련 범죄에 대해 더욱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다. 1979년 세계 최초로 ‘가정 체벌금지법’이 시행된 스웨덴의 경우 아동학대로 중상해나 치사가 발생하지 않아도 최대 징역 10년까지 처벌이 가능하다. 영국은 의도적인 아동 폭력, 학대, 방임, 정신적 학대만으로도 최대 10년형에 처하고 있다. 미국도 각 주의 형법에 따라 아동 학대와 방치 모두 처벌 대상이다. 프랑스 역시 아동의 직계존속이나 친권자가 폭력을 이용해 15세 미만 아동을 의도와 상관없이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경우 30년의 징역(의도적 살인의 경우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동학대죄의 처벌을 강화하는 법률개정이 최근에서야 이뤄진 것은 물론 비속살해죄에 대한 논의는 시작조차 하지 못한 실정이다. 이를 두고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는 가부장적·집단주의 문화에서 비롯된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며 “이는 곧 정서적인 참작의 여지이며 비속살해에 대한 엄격한 처벌이 이뤄지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자녀는 하나의 인격체이고 생명이기 때문에 부모라고 하더라도 그 생명에 대한 박탈권은 없다”며 “해외 주요 국가 벤치마킹 등을 통해 존속살인과 마찬가지로 비속살해죄 역시 엄격하게 처벌하도록 하는 움직임이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재정난 경기도…야심작 ‘경기패스’ 산 넘어 산 [집중취재]

내년 7월 도입되는 경기도민 교통비 지원 사업 ‘The(더) 경기패스’가 안착하려면 지자체 재정난, 효용성 논란이라는 두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당장 재정난으로 몸살을 앓는 도와 시·군 앞에 버스 준공영제 시행을 위한 대규모 재원 투입이 예정된 데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는 광역단체별로 상이한 정책에 대한 효용성 논란까지 제기돼서다. 25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도는 경기패스 시행을 위한 도, 시·군 연간 부담 비용을 추계하고 있다. 도는 비용 추산이 완료되는 대로 시·군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경기패스는 신분당선 등 일부 교통수단에 적용이 불가한 기후동행카드와 달리 연령, 교통수단 종류, 횟수 등에 상관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모든 도민에게 교통비 일부를 환급해 주는 게 골자다. 서울시가 서울시민 대중교통 지원만을 위해 추진 중인 ‘기후동행카드’의 대항마 격으로 정부가 내년 7월 시행하는 대중교통 지원 사업 ‘K패스’에 도 수혜 범위를 넓힌 형태로 추진된다. 문제는 그 비용을 도와 시·군이 감당할 수 있느냐다. 당장 내년부터 도와 시·군은 ‘경기도형 버스 공공관리제’ 시행을 위해 도비 600억원과 시·군비 1천400억원을, 2025년에는 시·도비 4천200억원을 조달해야 해서다. 특히 도는 올해 경기 침체 따른 2조원 규모 세수 결손에도 취약계층 보호, 경기 진작을 위한 적극 재정 기조를 선택, 내년 본예산 편성에 각종 기금을 동원하기로 한 상태다. 시·군의 사정은 더 심각, 기금 동원이 여의찮은 지자체 사이에서 지방채 발행이 속속 진행되는 실정이다. 효용성 논란도 지난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서 제기됐다. 여야 의원 모두 경기, 서울의 정책이 인기영합주의에 치중, 예산 낭비와 이용자 혼선만 부추길 것이라고 지적해서다. 당시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은 “경기, 서울 단체장의 인기 정책으로 가다가는 예산 낭비, 국민 혼선만 가중할 것”이라고 우려했고, 정의당 심상정 의원(고양갑)도 “경기패스, 기후동행카드 모두 얼마나 교통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수도권) 통합요금제와 (정책) 재원은 가장 중요한 곳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 관계자는 “세수 부족, 준공영제 재원 투입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하며 경기패스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수도권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한 3개 시·도 협의체가 유효한 만큼 정책 효율화를 위한 협의도 서울·인천과 지속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상이한 대중교통 정책에…"단일 정책 효율적" [집중취재]

수도권 광역단체별로 내놓는 상이한 대중교통정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같은 생활권을 공유하는 주민들의 편의와 효율성 증진을 위해 단일 교통정책으로 통일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25일 경기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서울시가 기후동행카드를 내놓은 뒤 경기도가 더 경기패스를 만들면서 ‘서로 누구 정책이 더 좋다’라고만 홍보하고 있다”며 “하지만 수도권 대중교통 같은 경우 하나의 생활권으로 보기 때문에 경기도, 인천시와 서울시 전체에서 이용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 경기도와 서울시가 따로 정책을 만들어 시행한다면 그 효과는 미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최근 국토교통부가 월 21회 이상 대중교통비 사용의 최대 53%를 환급해 주는 ‘K-패스’ 카드를 내놓았다”며 “이를 기본 전제로 수도권 광역단체가 서로 협의를 통해 실현할 수 있는 교통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여러 대중교통 정책은 혼란만 가중될 수 있어 광역교통망 협의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 역시 제시됐다. 특히 지난 2021년 11월 경기연구원 조사(경기도민 통근·통학 삶의 질 특성) 결과, 다른 시·도에 통근하는 경기도민 절반가량은 서울에 직장이 있는 등 수도권 교통체계는 연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진세혁 평택대 국제무역행정학과 교수는 “수도권 광역단체가 정책을 중복해 내놓는다면 오히려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며 “이를 막기 위해선 수도권 광역단체들이 지속적으로 실무자 협의를 추진해 광역교통망 협의체계를 구축하는 등 주민 삶의 질 향상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패스 시행의 최대 난관으로 지목되는 재원 조달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대중교통 지원 정책 통합이 필요하다는 의견 역시 개진됐다. 김황배 남서울대 드론공간정보공학과 교수는 “현재 경기도는 준공영제 재원 확보 방안, 시·군 간 비용 분담 문제를 다 해결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 가운데 더 경기패스를 시행할 경우 재정 부담만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대중교통망을 공유하고 있는 수도권은 통합요금제가 적용되는 만큼 경기도와 서울시, 인천시가 지속적으로 협의 체계를 가동, 종국에는 대중교통 정책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코로나·불황에 愛너지 ‘뚝’… 온기 잃은 경기도 [봉사 사라진 세상]

방학 때면 자의든 타의든 삼삼오오 친구들과 짝을 짓고 복지관으로, 노인정으로 봉사를 가 나눔의 감정을 키우던 때가 있었다. 주변 이웃에게 어려운 일이 닥쳤다는 얘기를 들으면 기꺼이 곳간을 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서 봉사는 찾아보기 어려운 특별한 일이 됐다. 누군가를 돕는 일이 해가 될까 걱정하는 마음이 자리 잡던 시기에 찾아온 코로나19는 사회 구성원 간의 단절을 부추기며 정서적 교감이 사라지게 했다. 그렇게 단절돼 버린 봉사의 부재를 타고 원인 모를 분노로 인한 이상동기 범죄마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에 경기일보는 봉사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사라진 봉사활동을 활성화할 방안을 모색해 봤다. 편집자주 봉사가 사라졌다. 삼한시대 ‘상부상조’에서 출발해 국민성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고유의 문화로 자리했던 봉사는 이제 찾아보기 어려운, 과거 얘기가 됐다. ‘봉사의 소멸’에는 전대미문의 전염병 코로나19가 한 몫을 했다. 3년 간 이어진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의 관계를 단절시켰다. 전염병의 확산과 감염의 위험성을 이유로 비대면 문화가 자리잡았고, 타인과의 만남을 줄이고 소통을 끊는 것이 정답으로 여겨졌다. 그러는 사이 봉사의 발길도 급속도로 끊기기 시작했다. 단체들은 ‘비대면’을 이유로 봉사활동을 줄였다. 성금 전달 등의 방식으로 공백을 채워가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까지 겹치면서 이마저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기업들도 마찬가지였다. 연말이면 당연하게 여기며 전 직원이 나서 어려운 곳에 전하던 손길을 하나둘 끊어냈다. 그렇게 점차 봉사는 사라졌고, 엔데믹으로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맞이한 지금까지도 단절의 틈은 채워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대학 입학제도가 달라지면서 청소년들의 봉사활동마저 사라지기 시작했다. 교육부는 2019년 대입 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으로 초중고 봉사 활동 권장 시간의 폐지 및 대입 미반영이라는 대책을 내놨다. 더 이상 교육과정 속에서, 타의로라도 봉사활동을 접할 일이 사라진 셈이다. 이대로라면, 단 한 번도 봉사를 접해 본 적 없는 청소년들이 성장해 사회를 구성하게 되는 상황이 올 수 밖에 없다. 지난 2010년부터 경기지역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며 NGO레인보우 단체를 이끌어 온 김선영 이사장(51)은 이 같은 상황을 여실히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이전 자원봉사자를 모집했을 때만 해도 지원자가 한 활동 당 100명 넘게 몰렸고, 연령층도 성인부터 청소년, 청년 등 다양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1년에 1~2명이 겨우 참여하는 것이 전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이젠 봉사자가 없어 직접 학교와 기업 등에 찾아가 봉사를 해 달라고 부탁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결국 봉사로 인한 사회적 연결은 사라지고, 개인주의를 기반으로 한 사회적 반감이 커지면서 이상동기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실정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봉사 활동은 올바른 인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자라는 청소년들에겐 꼭 필요한 교육의 일부분”이라며 “봉사가 사라졌다는 것은 자신이 가진 것을 부족한 이들에게 베풀고 나누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내신 대신 수능”… 학교 떠난 경기도 고교생 7천명 [집중취재]

#대학 진학을 준비하던 A군(19)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200여일 앞둔 지난 4월께 다니던 학교를 자퇴한 뒤 수능을 준비하고 있다. 상위권 대학 진학을 목표로 했지만, 내신 성적이 좋지 않았고 온전히 수능 공부에 전념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A군은 “1~2학년 때 내신을 망쳐서 경쟁이 어려울 것 같아 학교 다니기를 포기했다”며 “내신 스트레스도 없고 온전히 수능만 준비하면 된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수월하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50대 B씨는 평소 결석이 많았던 딸 C양에게 자퇴를 권유했다. 학교생활기록부를 비롯해 내신 성적 등이 대학 진학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B씨는 C양이 자퇴한 이후 재입학과 검정고시 등 어떤 방식이 대입 진학에 유리할지 고민하고 있다. 최근 3년간 경기지역에서 고등학교를 떠난 학생이 1만6천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시 모집 확대 등으로 인한 정시의 중요성 증가 등이 자퇴생 증가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어 공교육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9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도내 고등학교에서 학업을 중단한 학생은 2020년 3천758명에서 2021년 5천569명으로 늘어난 뒤 지난해 7천40명까지 급증했다. 학년별로 보면 지난해 기준 고등학교 1학년 3천663명, 2학년 2천884명, 3학년 493명이 학교를 떠났다. 2021년에도 1학년 2천790명, 2학년 2천428명, 3학년 351명 등이 학업을 포기하는 등 1·2학년의 자퇴 비율이 높았다. 내신 성적이 저조할 경우 비교적 저학년 때 자퇴를 선택한 뒤 대입을 준비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대학알리미’ 등에 공시된 전국 4년제 대학의 검정고시 출신 입학생 수는 2019년 4천521명에서 올해 7천690명까지 늘었다. 이처럼 자퇴하는 고등학생이 늘어나는 데는 현행 대입 제도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교육계의 중론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안양 만안)은 “정시의 중요도가 높아진 대입제도 변화가 고등학생들의 자퇴를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며 “교육 당국의 제도적 보완과 공교육의 정상화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는 최근 발표한 ‘2028 대입 개편 시안’이 고교생들의 자퇴율 감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종전에 발표됐던 고교학점제 방식은 고1과 고2·3의 내신 평가방식이 달라 고1 내신이 대입에 더 중요해지는 불공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이는 고1 내신 성적인 불만족스러울 경우 고2·3 수업 참여 동기 상실로 인한 학업중단 가속화로 변질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해 고 1·2·3의 내신을 동일한 평가체제로 개편해 저학년 때 내신 성적을 망쳤다는 이유로 학업을 중단할 여지를 감소시켰다”며 “이번 개편 시안이 고교생의 학업중단률 감소에 가시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천 연안여객선 '완전공영제' 추진… 현실화는 '미지수' [집중취재]

인천시가 섬 지역 주민들의 정주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연안여객선 완전공영제에 나선다. 지역 안팎에서는 시가 완전공영제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내년 인천연구원의 정책연구를 통해 섬 지역 주민들이 이용하는 연안여객선 완전공영제 사업 구조와 사업비용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시는 이 정책연구를 통해 완전공영제와 준공영제의 사업비 등 장단점을 분석할 계획이다. 연안여객선의 완전공영제도는 시나 군 등 지자체가 여객선 사업면허를 취득해 직접 여객선 운항을 하는 형태다. 현재 인천의 연안여객선 13개 항로 중 10개 항로를 민간사업자가 맡고 있다. 이들은 수익을 이유로 운항 일수와 횟수를 줄여 주민들이 이동권 제한을 받고 있다. 10개 항로 중 8개 항로는 1일 1~2회 왕복 운항만 하고 있다. 강차병 덕적·자월면 어촌계장은 “섬 주민들이 아침에 육지로 나가 치과치료나 은행 일을 보고 다시 섬으로 돌아갈 배가 없다”며 “1일 생활권이 아닌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부분 육지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섬으로 들어간다”며 “선사들이 적자를 이유로 노선을 없애기도 해 섬 주민들의 불편만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시는 완전공영제 도입을 통해 섬 주민들의 1일 생활권을 보장 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시의 완전공영제는 중앙정부의 지원 없이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가 선박 구입비 부터 항로 면허를 가진 선박 회사에 줄 영업 보상비까지 수백억원의 예산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2천500t급 선박을 새로 건조하면 350억원, 중고도 15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민간 선사들이 수익이 나는 노선을 지자체에 팔지 않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 특히 시가 지원하는 선박의 운영비 역시 만만치 않다. 시는 올해 시내버스 요금(1천400원)을 초과하는 뱃삯의 80%까지 지원하는 연안여객선 요금지원 사업 예산은 169억원이다. 사실상 ‘준공영제’에 가까운 형태인 셈이다. 이 사업비는 지난 2020년 69억6천500만원, 2021년 72억6천500만원, 지난해 80억2천300만원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김운수 인천연구원 교통물류연구부 연구위원은 “현실적으로 완전공영제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완전공영제를 시도했던 신안군 역시 준공영제로 우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시 관계자는 “완전공영제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특히 인력과 조직, 비용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이어 “내년 정책연구를 통해 완전공영제 실현 가능성을 면밀하게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수도권 전공의 감축… 경기·인천 의료공백 ‘빨간불’ [집중취재]

서울대보다 ‘의대’를, 소아과보다 ‘성형외과’를, 비수도권보다 ‘수도권’을 선호하는 현상이 심화하면서 의료계가 시끄럽다. 정부는 최근 의료계 내외부의 인력·과목·지역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인턴·전공의 의무 배치 비중’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경기도와 인천권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왜 그런지, 어떤 문제와 해법이 있을지 지역 특성에 맞춰 살펴봤다. 편집자주 “환자가 들어오면 개별 과에서 적절하게 백업(back-up)을 해줘야 하는데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버거운 상황이거든요. 내년부터 정원이 더 줄어들면 사실상 의사들이 ‘당직’을 설 수 없고, ‘긴급 호출’ 해도 올 수가 없겠죠.”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경기도의 A병원은 쉴 새 없는 고민에 빠졌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2024년도 인턴(수련의) 및 전공의(레지던트)의 수도권·비수도권 의무 배치 비중을 6:4에서 5:5로 조정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우리나라에서 의사를 양성하는 과정은 통상 6년간의 의대 교육과 3~4년의 인턴 과정을 거쳐 일반의로 개원하거나 전공의 자격을 따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전공의 자격을 얻은 의사는 이후 내과, 외과, 정형외과 등 각 과목의 전문의가 된다. 현재 정부의 인력 조정 대상은 ‘신입 의사’라 볼 수 있는 인턴 및 전공의다. 지난해 국내 ‘인턴’ 정원의 경우 전국 3천262명 중 1천874명(57.4%)이 수도권 몫으로 배정됐다. 이 비중이 추후 5:5로 조정된다면 내년에는 수도권에서 약 240명의 감원이 필요하다. A병원 관계자는 “단순 수치로는 수도권의 인턴과 전문의가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인구 수를 기준으로 보면 턱 없이 부족하다”며 “정부는 수도권에 의료 인력 등이 쏠리는 만큼 비수도권에도 균형적으로 배분하자는 생각인데 실제로 의사가 집중되는 곳은 ‘서울’이지 ‘경기·인천’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경기도에서 저희 병원만이 진료를 보는 유일한 과목이 있는데 현재 전문의 1명 외엔 정원이 늘어나지 않고, 전공의 충원도 되지 않고 있다. 진료 예약이 8~9개월 뒤까지 꽉 찬 상태라 인력 추가 배치가 없는 한 응급 환자가 들어와도 빠르게 응대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권역별 인턴 정원을 따져봤을 때 ‘인구 1만명 당 인턴 수’는 경기·인천권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인천지역 8개 상급종합병원 협의회(이하 협의회)가 행정안전부 자료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의 전국 지자체별 병원 인턴·전공의 정원 책정 현황 자료 등을 취합해 분석한 결과, 서울권은 지난해 총 인구 940만여명에 따른 인턴 정원이 1천141명(전체 정원 중 35.0%)으로 인구 1만명 당 인턴 수(1.21명)가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이어 2위인 강원권은 인구 153만여명에 따른 인턴 정원이 101명(3.1%)으로 인구 1만명 당 인턴 수가 0.66명이었다. 다음으로 ▲대구·경북권 0.57명 ▲부산·울산·경남권 0.54명 ▲대전·충남·충북·세종권 0.53명 ▲광주·전남·전북·제주권 0.52명 순이었다. 경기·인천권은 0.44명으로 전국 7개 권역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인턴이 아닌 전공의 정원 현황도 마찬가지다. 인구 1만명 당 전공의 수는 올해 전국 평균 기준 0.67명이지만, 경기도(0.33명)와 인천광역시(0.42명)는 그 아래를 맴돌았다. 두 지역을 합쳐도 1명이 채 되지 않는 0.73명에 불과하다. 이와 같이 경기·인천권의 인턴 및 전공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향후 수도권 감원마저 이뤄진다면 실질적으로 서울 외 지역만 타격을 입는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A병원 말고도 경기도에 위치한 상급종합 B병원 역시 인력난으로 소아전문의 및 전공의를 24시간 두지 못해 야간 응급 진료에서 제외한 상황이고, 또 다른 상급종합 C대학병원도 경기도 병원에 소아전문의가 없어 서울 병원의 인력이 순환 근무하며 환자를 살피는 ‘비상 사태’이기 때문이다. A~C병원 등이 포함된 협의회 관계자는 “정부 발표에 따라 우리 지역 의료계에선 수도권 인턴 240명, 전공의 1천256명의 감축을 예상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내년부터 경인지역 내에서 실시간 응급 상황조차 대응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우리도 인력 부족으로 운영이 힘든데 단지 서울과 함께 ‘수도권’이라는 이유만으로 역차별을 받고 있다. 그 영향은 고스란히 경기도, 인천 환자들에게 이어지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지역 현실 외면한 정책… ‘인턴·전공의 정원 감축’ 능사 아냐 [집중취재]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졌다. ‘고래’는 서울과 비수도권, ‘새우’는 경기도와 인천이다. 최근 정부가 필수의료 대책으로 수도권·비수도권 인턴 및 전공의 배치 비중을 6:4에서 5:5로 조정한다고 밝히면서 경기·인천권이 최대 피해 지역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료계에선 강제적인 정원 조정이 아닌, 근본적인 신입 의사 양성책과 지역 맞춤형 인프라가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한다. ■ ‘신입 의사’ 인턴·전공의, 수도권에서 1천500명 감축 전망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 전국 26개 전문학회에 전공의 정원 책정 방향을 전달하고 의견 수렴을 진행한 바 있다. 주요 골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전공의 배정 비율을 기존 6:4에서 5:5로 조정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의료계 일부는 볼멘소리를 냈다. 수도권의 경우엔 “안 그래도 부족한 의사 인력을 비수도권에 추가 배치하긴 어렵다”는 입장이고, 비수도권의 경우엔 “제아무리 의사 정원을 늘려도 지원자가 없어 번번이 미달인 만큼 다른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복지부는 비수도권의 지역의료·필수의료 붕괴가 가속화 하는 만큼 5:5 원칙을 유지하겠다는 기조다. 11월 중순까지 최종 비율을 확정하고 빠르면 내년, 늦어도 내후년께에는 적용한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인구 수를 기준으로 했을 때 경기·인천권은 이미 전국에서 ‘인구 1만명 당 인턴 및 전공의 수’가 가장 적은 실정이다. 여기에 수도권 정원 감축마저 실현된다면 피해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지역 의료계에선 인턴 240명, 전공의 1천256명의 감축을 점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저출생·고령화, 의료 이용 형태 변화 등으로 서울권의 ‘의사 쏠림’ 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수도권 인력 감소는 실질적으로 경기·인천권에만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 쉽게 말해 수도권 T.O가 줄더라도 서울권 병원의 인턴·전문의 모집에는 지원자가 몰릴 테고, 인접한 경기·인천권 병원들만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뜻이다. 복지부의 결정까지 대략 한 달의 시간이 남은 상황. 이번 정원 조정안을 두고 수도권 안에서 경기·인천권의 ‘역차별’이라며 대안을 찾아달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 응급·외상 진료 많은 경기·인천, 의사는 서울의 ½ 이 같은 주장은 비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료 인력 등 인프라가 잘 갖춰진 수도권의 욕심이자 이기심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하지만 경인권 의료계에선 지역별 ‘응급병상 및 환자 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피력한다. 같은 수도권이라고 해도 경기·인천은 서울과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더욱이 고령 인구가 많고 의료 인프라가 미흡한 경기북부권의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기본적인 인구 수만 봐도 경인권은 서울 등 타 지역보다 많지만, 특히 신속 대응이 생명인 응급·외상 진료 건수가 타 지역보다 월등히 많다. 따라서 인턴·전문의가 감축 될 게 아니라 오히려 해마다 안정적으로 수급·배치돼야 한다고 본다.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1 응급의료 통계연보’를 보면 인구 100만명당 응급의료기관 수는 경기도가 4.9개소로 가장 적었다. 상위 1위인 전남(20.2개소)과는 약 5배, ▲강원(14.3개) ▲광주(13.9개소) ▲경북(11.8개소) ▲전북·경남(각 11.2개소)과도 약 3배의 차이다. 그만큼 경기도의 인구가 많고, 응급의료기관 수가 부족하다고 풀이된다. 더욱이 인구 10만명당 평균 실 근무하는 응급실 전담 전문의 또한 경기도가 3.0명으로 최하위였다. 비수도권인 제주(6.9명), 광주(6.5명), 강원(6.0명) 등보다도 절반가량 부족한 셈이다. 이밖에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 통계 등을 살펴봐도 상황은 엇비슷하다. 경기·인천권에는 1천827개의 응급병상이 있지만 100병상당 인턴 수는 40.1명, 전체 환자 수는 147만5천159명에 달한다. 산술적으로 환자 1만명 당 인턴 5명이 배치된 수준이다. 이는 동일 수도권인 서울(환자 1만명 당 인턴 10.3명)과 비교해도 50% 정도가 부족한 편이며, 비수도권인 ▲부산·경남권(8.4명) ▲대구·경북권(6.7명) ▲강원권(5.7명) 등보다도 낮은 수치다. 따라서 ‘정원 감축’ 방침은 지역 의료 현실을 외면하고 ‘수도권’이라는 테두리 안에서만 세워진 무의미한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비수도권行, 단순 정원 늘린다고 해답 아냐 비수도권 입장에서도 이번 복지부의 계획이 의아하긴 마찬가지다. 정원을 늘려도 채울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앞서 국립공주병원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27.2%(정원 11명 중 3명·8월 기준)만, 전북대병원·원광대병원·예수병원은 필수 진료과목 전공의를 24.7%(정원 89명 중 22명·올 전반기 기준)만 충원한 상태였다. 전반적으로 비수도권 병원들의 소아청소년과 충원율도 6.9%에 그친다. 이미 있는 정원도 채우지 못하는데 앞으로 인턴·전공의 정원을 늘린다고 해서 의료 서비스가 향상될지는 미지수인 대목이다. 더욱이 비수도권에서 의사를 배출해도, 지역에 배치해도, 그들이 지속적으로 그 안에서 ‘의사 생활’을 할지도 불분명하다. 지난 2021년 9월 지방대 육성법이 개정되면서 비수도권 의대는 정원의 40% 이상을 지역출신으로 의무 선발하게끔 바뀌었지만, 그들 모두가 ‘의사’가 된 후 ‘지역’을 지키지는 않아서다. 대표적인 원인은 미흡한 수련환경과 근로환경 등으로 경쟁률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즉 수도권과 비교했을 때 환자 수도, 병원 수도 부족한데 단순히 인턴·전공의 배정 비율을 조정하는 것만으로 비수도권에 필수의료 확대 효과가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이로 인해 경기·인천은 “상생하는 방법을 발굴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이다. 일러스트. 유동수화백 ■ “경기·인천 의료 질 저하 우려…서울-비수도권 상생방안 필요” 의료계에선 비수도권에 수련비용을 지원하거나 급여를 보조하는 방식으로 환경을 개선해 ‘전공의가 스스로 찾아갈 수 있는’ 적극적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경기·인천권 역시 지역 의료 기반과 의료 서비스 질이 저하되지 않도록 서울과 비수도권의 불균형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정치권과 지자체의 관심이 필수불가결하다. 아주대병원을 비롯해 고대안산병원, 분당서울대병원, 한림대성심병원, 인천길병원, 인천성모병원, 인하대병원, 부천순천향대병원 등이 속해 있는 ‘경기·인천지역 8개 상급종합병원 협의회’는 “경기·인천 인구 증가를 감안한 지역사회 의료 환경을 위해 서울에 편중된 수도권 정원 일부 흡수하는 등의 방안이 시급한 시점”이라며 “피해는 환자들에게 가는 만큼 정치권과 지자체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비교적 규모가 큰 대학병원과 상급종합병원들이 경인권 역차별을 우려하고, 추후 인턴 및 전공의 부족 현상을 걱정할 정도이니 이보다 규모가 작은 여타 병원들의 심각성은 더욱 클 것이 예상된다”며 “수도권 인원이 조정되면 기존 인턴·전공의 부담이 가중되고 의료 서비스 질이 악화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지자체인 경기도 차원에서도 노력을 기울였다. 도 관계자는 “경기도 역시 ‘경기동·북부권 등의 특수성을 고려해 대안을 마련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지난 8월 복지부에 전달했다”며 “수도권으로 묶이기보단 의료 취약지 상황에 맞게 여러 가지 큰 틀에서 논의하는 게 있다. 다만 도 차원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음을 참고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복지부는 필수의료 대책의 일환으로 전공의 정원 비중 조정 등을 비롯해 여러 가지 정책을 패키지로 추진하고 있다. 특정 지역을 차별하는 내용이라고는 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주면 좋겠다”며 “수련의·전공의들이 지역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현재 수도권에 60%가 집중된 만큼 이를 균형적으로 개선하자는 방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종 내용은 11월 안에 공개한다는 방침이며, 내년도부터 적용할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복지부는 지난달 수도권 12개 병원과 비수도권 9개 병원 등과 함께 ‘2024년도 전공의 정원 배정 관련 수련병원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안내된 주요 방향은 ‘비수도권 전공의 비율 50% 배정’, ‘평균 충원율 저조·미충족 정원 규모 등 고려한 과목별 정원 조정’, ‘국립대병원과 필수의료 수행병원 등 정책적 목적 배정 확대’, ‘전공의 수련 여건 미비 기관에 대한 배정 축소 등 수련병원과 기관 효율화’ 등이다.

경기도내 ‘위기지원쉼터’ 0곳... 기댈 곳 없는 ‘정신장애인’ [집중취재]

경기도내 정신장애인들이 매년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정서적 안정과 사회 복귀를 돕는 위기지원쉼터가 도내 단 한 곳도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경기도는 정부의 위기지원쉼터 공모사업이 있는지도 인지하지 못해 사업 신청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며 사실상 정신장애인들의 지원 사업에 손을 놓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4일 경기일보가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보건복지위)을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도내 정신장애인은 지난 7월 기준 2만명을 넘었다. 연도별로 보면 2018년 1만9천16명, 2019년 1만9천303명, 2020년 1만9천563명, 2021년 1만9천886명, 지난해 2만146명으로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현행 장애인복지법상 정신장애인은 정신적으로 결함이 있어서 일상생활에서 제약을 받는 자로 조현병, 조현정동장애,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 반복성 우울장애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경기지역에는 정신장애인을 위한 ‘위기지원쉼터’가 단 한 곳도 없다. 위기지원쉼터는 정신질환자가 병원 입원 대신 안전한 장소에서 휴식과 회복을 취할 수 있도록 돕고 위험한 상태로 가는 것을 방지하는 시설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정신질환 당사자와 가족 단체 지원 사업으로 공모하면서 지자체에 설치·운영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4월 보건복지부에 지역사회 거주 정신질환자들을 위한 위기지원쉼터를 설치, 쉼터 내에서 지원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달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서울시의 경우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금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에서 위기지원쉼터를 운영 중이다. 서울의 정신장애인 인구는 1만6천여명으로, 경기도에 비해 적지만 이들의 정서적 안정을 돕는 쉼터는 3곳이나 된다. 서울의 정신장애인 위기지원쉼터 관계자는 “정신장애를 가진 이들이 병원에 입원한 이후, 지역사회로 다시 돌아올 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정신질환이나 장애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폐쇄병동 입원 대신 정보를 공유하고 공감과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쉼터가 지역사회에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경기도는 올해 초 해당 공모 사업을 뒤늦게 파악해 사업 신청을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도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에서 해당 공모 사업을 지자체에 전달하지 않고 홈페이지에 게시해 진행 상황을 몰랐다”며 “보건복지부에 관련 사업을 또 진행할 경우 공문을 보내달라고 했으며 경기도도 적극 관심을 갖고 협조하겠다”고 해명했다.

경기도내 12곳 '정신재활시설' 전무… 타 지역으로 원정 [집중취재]

도내 정신장애인을 위한 인프라가 부족한 가운데 이마저도 치료 목적인 병원에만 치중돼 있고, 원활한 사회복귀를 돕는 정신재활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건강증진시설은 정신의료기관과 정신요양시설, 정신재활시설 등을 포함한다. 최근 5년(2018~2022년) 사이 도내 정신의료기관은 2018년 349개에서 지난해 444개로 27%(95개)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정신재활시설은 8개가 증가해 63개에 그쳤다. 지난해 기준 도내 513개의 정신건강증진시설 중 정신병원 등 의료기관이 86%(444개)를 차지했고, 정신재활시설은 12%(63개)에 불과했다. 정신재활시설은 정신질환자 등이 안정적으로 지역사회에서 직업활동과 사회활동을 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재활과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다. 더욱이 도내 31개 시군 중 12곳은 정신재활시설이 한 곳도 없다. 이 때문에 가평·과천·광명·광주·구리·동두천·양평·여주·연천·의왕·이천·하남 등에 살고 있는 정신장애인들은 지역 내에서 복지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치권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보건복지위)은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처럼 모든 정신질환자가 병원에만 있을 수는 없고, 치료를 기피하는 사례도 많다”며 “사는 곳 가까이에 위기쉼터, 정신재활시설 등이 있어 쉽게 치료·회복을 비롯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문가들도 지속적인 치료가 이뤄지지 못한 정신질환자들이 지역 내에서 회복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정신재활시설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홍미선 경기도정신재활시설협회장은 “약물치료는 병의 증상을 완화하는 데 효과가 있지만 입·퇴원을 반복하는 동안 사회로부터 고립돼 사회 변화에 따라가지 못한다”며 “정신재활시설이 없어 타 시군으로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 지역부터 인프라를 구축해 서비스 불평등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자체에서 정신재활시설 운영을 위해 경기도 예산을 받으려면 설치를 하고 신고를 해야 하는 데 재정적인 부담이 큰 상황이다. 운영비 지원 분담 비율이 시군 90%, 도 10%뿐이기 때문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시군에 지원하는 예산이 적다 보니 설치를 강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도내 정신재활시설이 부족하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으며 매년 시설 운영 예산을 조금씩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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