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발암물질 고혈압약’ 불안해소 조치 시급하다

지난 주말 고혈압 환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중국산 고혈압 치료제 원료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해당 성분 사용허가를 받은 82개사 219개 제품의 판매ㆍ제조를 중지시킨 것이다. 전국의 600만 고혈압 환자들은 자신이 먹는 약이 해당 제품인지 불안해하며 큰 혼란을 겪었다. 식약처가 발표한 시점이 주말이어서 병원에 확인하기 어려웠고, 당장 복용을 중단해야 하는 지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해당 제품을 확인하거나 문의하려는 사람들로 식약처 홈페이지가 마비됐고, 청와대 게시판에 국민청원도 올라왔다.

문제의 고혈압약은 중국 화하이사가 제조한 ‘발사르탄’을 원료로 한 제품이다. 발사르탄은 혈관을 수축하는 호르몬을 억제해 혈압을 낮추는 성분이다. 최근 3년간 중국산 발사르탄의 국내 제조·수입량은 전체의 2.8%(1만3천770㎏)다. 식약처의 조치는 유럽의약품안전청(EMA)이 5일 발사르탄 불순물에서 발암가능 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나와 제품을 회수 중이라고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NDMA는 의약품에 들어가선 안 되는 물질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NDMA는 주로 사람이나 동물의 간에 피해를 주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동물 실험에선 간 외에도 콩팥·폐 등에 암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는 물질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다만 인체에 정확히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식약처가 EMA 발표 후 219개 제품 명단을 공개한 것은 적절한 대처다. 발암물질 검출량과 위해성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추가적인 의사 처방을 금지한 것도 적절했다. 식약처는 9일 219개 제품 중 104개 제품(46개사)이 해당 물질을 함유하지 않았다며 판매 중지를 해제했다. 나머지 115개 제품은 판매 중지 상태다.

NDMA가 함유된 고혈압약을 처방받은 환자가 17만8천536명이라고 한다. 자신이 먹는 약의 정보를 잘 모르는 고혈압 환자들은 여전히 불안하고 혼란스럽다. 전체 환자의 33%나 되는 노인환자들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환자가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병원이나 담당의사가 환자에게 먼저 알려줘야 할 것이다. 건강보험공단 진료 빅데이터 등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농어촌 지역의 경우 보건소를 통해 확인해주는 서비스가 필요하다.

보건당국은 고혈압 환자들의 불안감을 해소시켜줄 후속조치를 빨리 마련해야 한다. NDMA가 포함됐다고 고혈압 약을 임의로 중단했다가 혈압 조절이 안돼 뇌출혈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혈압약은 보통 두세 달치를 한꺼번에 처방받는다. 이로 인해 약을 대체하려는 환자들로 병원과 약국이 혼란스러울 수 있다. 신속한 처방과 기존 약 환불 등 꼼꼼한 조치로 환자들의 불편을 덜어주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의약품 사고 발생 시 환자들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고 대처 방법을 안내하는 등의 복약관리 시스템도 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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