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월·시화공단 외국인들 거리청소 나서

이른 아침 안산시 원곡본동 속칭 ‘동남아타운’에 들어서면 검은 피부의 동남아인 30여명이 하나 둘씩 빗자루를 들고 나와 거리 청소에 여념이 없다.

인근 반월·시화공단 내 3D업종에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 5천여명이 집단 거주하고 있는 이 동네에서 외국인들이 거리청소에 나선 것은 지난해 7월.

외국인 근로자들이 집중 거주함에따라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을 극복하기 위해 박강호 동장(45)이 해소책을 모색하던 끝에 외국인과 주민이 함께 하는 공동 대청소사업을 추진하면서부터다.

이때부터 외국인들과 주민들은 서로 힘을 합쳐 매월 첫째 주 토요일 아침마다 모여 거리청소를 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어느덧 중요한 월중행사가 돼버렸다.

이날 대청소에 참여한 인도 출신 히로씨(28)는 “우리는 이곳에 돈을 벌기 위해 왔지만 주민들로부터 적잖이 무시당해 왔다”며 “그러나 함께 청소를 하면서 주민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게됐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 출신 라나씨(33)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도시에서 한국사람들과 더불어 살기 위해 청소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 박기순씨(50)는 “외국인들이 많이 살면서부터 불안감도 커졌지만 대청소를 통해 그들을 조금씩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동장은 청소를 통해 외국인과 주민간 벽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는 판단아래 오는 4월께 공동 체육대회를 개최, 화합을 더욱 다질 예정이다.

박 동장은 “안산지역에는 2만여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거주하고 있고 이들은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3D업종에 근무하며 나름대로 지역사회 발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제부터 외국인의 실체를 인정하고 자연스런 만남의 기회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산=최현식기자 hschoi@kgib.co.kr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