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반출됐던 우리 옛 돌조각품 70여점이 국내로 반환, 용인 세중옛돌박물관서 선보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민간 박물관측이 직접 해외로 유출된 문화재 환수에 나서 성사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그 의미가 더욱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문화재 환수를 성사시킨 장본인은 세중옛돌박물관의 설립자인 천신일씨(58). 지난 수십년동안 개인적으로 수집해 온 각종 돌유물 1만여점으로 용인시 양지면 양지리에 박물관을 세웠던 그는 지난해 10월말 우리의 옛 돌조각 28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는 나고야의 사업가 구사카 마모루씨(日下 守)를 소개받고 이때부터 이 문화재들을 들여오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구사카 부부를 세중박물관으로 초청해 소장 문화재의 반환을 위한 절차와 방법에 대해 논의하는가 하면 수차례 일본을 방문해 유출된 문화재 실태를 조사하기도 했다.
그의 욕심같아선 구사카씨가 소장중인 문화재 모두를 국내로 가져오고 싶었지만 몇십억원이 소요되는 등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라 결국 문화재급으로 가치있는 유물 70점을 선정, 이중 54점은 기증받고 16점은 매입하게 된 것이다.
이번에 들여온 것들은 능묘 앞에 세웠던 돌조각인 문인석 63점과 무인석 1점, 동자석6점 등으로 문인석의 경우 조선전기 양식인 ‘복두공복’과 후기 양식인 ‘금관조복’으로 구분되는데 이중 몇점은 조각수법이 정교하고 규모가 큰 점으로 미뤄 상당한 사회적 신분을 가졌던 사대부 가문의 묘역에 세워졌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와 함께 무인석은 보통 무장을 하고 손에 칼을 든 형상인데 비해 이번에 환수된 무인석은 이마까지 가린 투구를 쓰고 두손을 앞으로 모아 소매자락 속으로 감추고 있는 등 조각수법이 특이해 눈길을 끈다. 또 관모(冠帽)의 형식이나 서있는 모습 등에서 고려후기 복식의 특징을 나타내는 등 여말선초 시기 석인의 형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귀중한 자료로 주목받고 있다.
조상들로 하여금 자손의 번창함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았던 동자석 역시 모두 규모가 크고 조각수법이 우수하다는 평이다.
세중옛돌박물관은 지난 1일 환수기념식을 가졌는데 학예연구관 장원섭씨는 “이번에 환수된 것들은 비교적 조각수법이 우수하고 고려후기에서 조선후기를 망라해 시대별로 특징적인 양식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당시 조각양식을 잘 나타내줄 뿐만 아니라 능묘제도의 변천을 파악하게 해주는 좋은 자료로 시대별 석인 형식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묵기자 kmkang@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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