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갑도 지킴이, 보일러 고치는 경찰

인천시 옹진군 덕적면 문갑도. 이 섬에 거주하는 45가구 89명의 주민들은 대부분 60∼70대 노인이다.

이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은 숱하다. 특히 지붕이 뚫려 여름철 비가 새거나 겨울철 보일러가 고장나면 육지나 큰 섬인 덕적도에서 기술자가 올 때까지 고통을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인천중부경찰서 덕적파출소 문갑초소장 조철현 순경(31)은 지난 99년 10월 문갑도에 발령 받은 직후 노인들의 이같은 어려움을 직접 보게 됐다.

이후 조 순경 부부는 보일러 고장으로 냉방에서 지낼 노인들 생각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보일러 수리 기술이 없어 자신이 고쳐 줄 수 있는 처지도 못됐다. 몇일밤을 고민한끝에 기술을 배워서라도 자신이 고장난 보일러를 수리해 주기로 결심했다.

조순경은 곧바로 중구 신흥동 소재 귀뚜라미 보일러 대리점에 전화를 걸어 고장난 보일러의 상태를 유선으로 진단한 뒤 하루종일 보일러와 씨름한 끝에 결국 고쳐냈다.

이에 힘을 얻은 조 순경은 우편으로 아예 보일러 관련 전문서적을 구입, 탐독한 뒤 마을 전체의 보일러를 손 봐 주었다.

지난해와 올해엔 지붕이 뚫린 집을 모두 고쳐주고 페인트칠도 해줬다.

임성실 할아버지(73)는 “조 순경은 마을 전체의 귀한 아들이요 맏사위”라며 입이 닳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정작 조 순경은 “진정한 문갑지킴이가 되기에는 아직도 멀었다”며 겸손해 한다.

부평중고와 충북대를 졸업한 조 순경은 98년 결혼한 부인 양미삼씨 1녀를 두고 있다.

/김신호기자 shk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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