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저미는 아픈 사연을 안고 20여년째 묵묵히 맡은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한 소방공무원의 이야기가 뒤늦게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고양소방서 소방행정과 강인환 소방교(53)는 다섯살때 불장난을 하다 집이 전소돼 가장 믿고 따르던 큰 누이를 잃었다.
강 소방교는 자신의 잘못을 속죄하기 위해 지난 79년 7월 일용직인 소방차 운전원으로 취업했다.
동료 1명과 24시간 교대 근무를 하는 힘든 일이었으나,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고 자살한 누이 생각에 몸을 아끼지 않았다.
일용직이라 소방관 계급도 없이 12년을 묵묵히 근무해오던 그는 지난 91년 6월 고양소방서가 신설되면서 마침내 정식 소방관이 됐다.
성실하고 헌신적으로 화재진압에 애써온 공로로 지난 94년 8월 소방교로 승진했으나 자신보다 10∼20년 어린 후배들과 계급이 같다.
“조금도 부끄럽거나 지난 20여년의 소방관 생활을 단 한번도 후회한적 없다”며 힘주어 말하는 강 소방교.
그는 “화재현장에 도착하면 사망한 누이 얼굴이 눈에 어른거려, 물 불 가리지 않고 덤벼들어 불을 꺼 왔다”면서 눈가에 맺힌 눈물을 훔쳤다.
강소방교는 그동안 890회에 걸친 화재진압 출동으로, 25억여원의 재산피해를 경감시키고 파주 수해지역 등에서 총 40회에 걸쳐 380명을 구조, 행정자치부장관 경기도지사 등으로부터 5차례나 표창을 받기도 했다.
강소방교는 특히 남몰래 소년소녀가장들에게 정기적으로 생활필수품을 구입해 주는가 하면, 고양소방서 직원들의 맏형으로서 직원 상호간 인화단결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양=한상봉기자 sbhan@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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