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골프장 땅 말고, 공장 땅을

참 이상하다. 정부의 갑작스런 웬 선심 아닌 선심 인지? 골프장 총면적을 임야면적의 3%에서 5%로 확대한다면서, 경기도내에 18홀짜리 40개소를 더 만들 수 있다고 생색내지만 가당치 않다. 수도권을 더 꽁꽁 묶어 규제하지 못해 안달인 비수도권에서도 군 말이 없다. 골프장은 좋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지방 세입이 는다고 한다. 많이 늘긴 하지만 달갑지 않다. 피해가 더 크기 때문이다. 골프장 피해는 회복이 불가능하다. 지역사회의 골프장 존재는 멀쩡한 이를 충치로 썩혀 망가뜨리는 왕눈깔사탕과 같다. 기실 무서운 환경공해업체인 게 골프장이다. 경기도가 골프장 천국이라는 말을 듣는 것은 천국이 아닌 반환경 지옥임을 뜻한다. 전국의 골프장 143개소 중 무려 58%인 83개소가 있다. 면적은 전국 골프장의 4천9백58만2천여평 가운데 59.8%에 해당하는 2천9백63만7천여평에 이른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12배나 된다. 이미 많은 야산이 헐리고 깎여 곳곳의 산하가 몸살을 앓고 있다. 초맹독성 농약까지 마구 뿌려 주민생활을 위협하기도 한다. 여기에 40개소를 더 만들어 1천500만평 가량의 산을 더 깔아 뭉개면 또 어떻게 되나? 그나마 남은 좀 반반한 야산이 잇달아 작살나기 시작할 것이다.

참 해도 너무 한다. “인근 주민의 고용창출이 증대되고 소비활성화 등 경제효과가 크다”는 정부 발표는 마치 골프장 업체를 대변하는 것 같다. 당치않은 주민고용이란 무슨 얼어죽을 소린가. 벌면 서울로 보내기 바쁜 돈이 지역경제에 무슨 도움이 된다는 것인지. 중앙에서 지방에 공장부지 물량을 배급하는 희한한 공장총량제란 걸 시행하는 나라는 아마 우리밖에 없을 것이다. 올해만 해도 지난해 공장을 짓지 못해 적체된 소요부지가 20만여평인 터에, 애걸복걸한 올 물량 요구의 110만여평 중 겨우 74%인 81만여평만 배정한 정부가 골프장은 무려 1천500만평을 더 지을 수 있도록 했으니, 무슨 이런 시책이 다 있는 것인지.

그렇다고 공장이 대개는 산업사회시대와 같은 노동집약형도 아니다. 굴뚝이 없는 지적집약형 첨단산업이 태반인데도 정부 처사는 이 모양이다. 공장을 더 짓는다 해서 인구가 몰려드는 것 또한 아니다. 예컨대 수도권 주말 교통에 혼잡을 주는 것은 서울이나 비수도권 등지서 몰려드는 골퍼 유동인구가 더 이유일 것이다. 이만이 아니다. 외자 유치를 위한 관광단지 조성을 위해 땅을 쓸 수 있게 해달라 해도 예의 수도권정비계획법을 들먹이며 못하게 했다. 비수도권 지역의 반발을 우려한 눈치놀음 때문이다. 그래서 그같은 외자들이 비수도권으로 간 것은 아니다. 기업하기 좋은 다른 동남아 등지로 샜다. 경제문제를 이토록 정치논리로 막는 것을 보면 경제문제는 어디까지나 시장논리로 풀겠다는 것도 헛말인성 싶다. 동남아 전초 기지인 수도권의 경제활동을 이렇게 빗장 채워놓고 어떻게 동북아 경제중심을 건설하겠다는 것인지 걱정된다.

청와대 어느 인사가 “골프는 사회의 여가 취미생활로 자리 잡았다”고 말한 것으로 신문에 났다. 잘 모르겠다. 국민은 고사하고 도대체 공무원 중에도 필드에 한번 서면 10만원짜리 수표 서 너장쯤 없애야 하는 골프를 제돈 주고 칠만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골프의 대중화란 자기네들 끼리의 대중화다. 골프 하는 것을 굳이 탓할 것 까진 없지만 번드레한 골퍼들의 승용차 행렬을 보는 무산대중이 박탈감을 갖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참 이상하다. 대통령이 골프를 치고 나니까 이튿날 골프장 면적 규제 완화가 발표된 것은 우연치고는 너무 기막힌 우연이다. 하지만 골프장이라고 하면 이미 있는 골프장도 넌더리가 난다. 뚱단지도 유분수지, 무슨 골프장 땅을 더 준다는 것인가. 제발 골프장 땅일랑은 가져가고 대신 공장 지을 땅을 달라. 국가경제의 중추인 우리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은 골프장이 아니고 공장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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