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세계 IT산업에서 랭킹 3위인 굴지의 대기업이다. 특히 D램 S램 등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세계 정상의 평가를 받는다. 이의 생산라인 증설을 위해 기흥에 공장을 시급히 지어야할 처지다. 삼성전자의 이러한 세계적 성장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1류기업주의 지향의 뛰어난 경영철학과 막대한 투자의 결실이다. ‘한 사람의 천재가 10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것이 이 회장의 기업 정신이다. 삼성전자엔 이같은 천재가 많은 이를테면 수출두뇌의 보고다. 수출을 해서 국민이 먹고 살게해야 하는 청와대 입장에서는 공장 증설을 마땅히 감지덕지해야 할 일이다.
이런데도 청와대는 데데하기만 하다. 법규에 문제가 있으면 법규를 고쳐서라도 당장 도와주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인데도 무슨 큰 선심이나 쓰는 것처럼 군말이 많다. 한동안은 일부 생산라인의 지방 이전을 조건 삼았다. 공장을 짓고 옮기고 하는 일은 순전히 기업경영에 속하는 것으로 기업이 알아서 판단할 일이다. 청와대가 감놔라 배놔라하는 것은 월권이다. 그러더니 이제는 내년 4월 총선 이전엔 공장 증설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맨 앞서 노무현 대통령은 “실효성 없는 수도권 규제를 과감히 풀 것”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분명히 그랬다. 대통령의 말을 믿고 잔뜩 기대했던 게 결과는 아무 것도 아닌 게 돼버렸다.
대통령 말도 믿지 못하게 되면 도대체 누굴 믿어야 하는 것인지 심히 황당하다. 기가 막힌 것은 총선 전엔 안된다는 그야말로 말도 안되는 그 정치적 배경이다. 남부지역에서 반발하므로 선거에 지장이 있다는 걸로 들은 말이 청와대 생각인 게 맞다면 참으로 우매하다. 외국 자본이 수도권에 들어 오려다가 온갖 규제에 넌더리 친 그 외자가 비수도권에 간 것이 아니고 기업하기 좋은 다른 나라로 간 것을 정치권이 모르지 않으면서 우기는 건 그렇다 치고, 청와대까지 덩달아 경제논리에 정치논리를 앞세우는 것은 괴이하다.
경기도 지역을 지금처럼 비대하게 만든 것은 지역 사회가 아니고 바로 정부다. 정부가 지역사회엔 일언반구도 없이 신도시다 뭐다하여 인구를 잔뜩 들어오게 해놓고는 이를 빌미삼아 걸핏하면 규제를 들먹이는 것은 이만저만한 자가당착이 아니다. 마땅히 없애야할 ‘수정법’으로 동북아의 전초 기지인 수도권 기업을 꽁꽁 동결해 놓고 어떻게 동북아 경제 중심국가를 건설하겠다는 것인지, 생각한다는 게 도시 기가 차 웃기기만 한다.
중국 같은 후발 국가들이 이미 ‘흑묘백묘론’을 내세우며 무섭게 추격해오는 마당에 이 나라에서만이 쥐만 잘 잡으면 됐지 한가롭게 검은 고양이냐 흰고양이냐를 따지는 하릴없는 생각들만 하고 있으니 실로 걱정된다. 그것도 굴뚝산업시대에 만든 케케묵은 법규를 굴뚝이 소용없는 첨단 지식산업시대에까지 어거지로 꿰맞추는 것은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처사다.
참다 참다, 보다 보다못한 지역사회가 그래서 이제 화가 났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증설 규제개선 촉구대회에 이어 나선 100만명 서명운동은 비단 삼성전자 190여 협력업체만의 의사가 아니다. 지역사회의 한결같은 여망으로 지역 정서가 이와 함께한다. 내년 총선을 의식한 정치논리를 정 말한다면 경기도민도 생각이 있을 수가 있다. 다른 시·도를 서너개 합쳐도 경기도에 버금갈까 말까 한다.
지역사회는 그간 중앙의 온갖 천대에도 무던히 참고 견뎌왔다. 그러나 이젠 아닐 지 모른다. 정녕 그토록 지역사회를 끝내 구박한다면 내년 총선에서 어떤 폭발적 본때를 보여주는 대반란이 일어날 수가 있다. 그리고 이는 누구들처럼 지역이기가 아닌 국가이익의 촉구를 위한 결단인 것이다. 청와대는 세계적 유수 기업의 수출 신장을 정치논리로 방해할 것인지 잘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온순한 ‘공룡 경기’를 화나게 만들어선 안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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