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손학규 주변, 인재가 있나?

지난 1일이었으므로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그날 청와대를 다녀 나오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대통령과 가진 독대는 수도권규제 완화를 위한 것이었다. 청와대 나들이는 이미 많이 경험했다. 문민정부에선 보사부 장관을 지냈다. 그러나 그건 그때의 일이다. 지난 25일 YTN 대담 녹화에서 차기 대권 도전의사를 밝힌 입장에서는 그 날의 청와대 나들이는 마음속 감회가 달랐을 것이다. 일찍이 지금의 노무현 대통령,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잠룡시절 청와대를 드나들며 청와대 주인의 꿈을 키웠던 것 같은 심정이었을 지 모른다.

손 지사의 행보는 역시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YTN 대담에서도 그랬다. 대권 지향을 자신의 의사로 직접 노출하기보다는 사회자가 타진하는 간접 표출 형식을 빌렸지만 그건 각본이다. 대담 프로그램은 다 짜여진 시나리오에 의해 진행되므로 그의 대권 의향 표명은 그 자신이 제기한 적극적 의사로 간주하기에 충분하다.

클린턴이 미합중국 남부 벽촌의 아칸소주 지사로 민주당 대통령 후보에 도전했을 때, 무모한 것으로 보았던 객관적 예상을 뒤엎고 당 후보 자리에 올라 이윽고 현직 대통령인 부시에게 패배를 안기면서 당선의 이적을 창출한 데는 참모들의 힘이 컸다. 경기도 지사야 아칸소주 지사와는 비교도 안되는 국내 특등 도지사다. 여건은 클린턴보다 훨씬 낫지만 문제는 그같은 대통령 만들기 인재가 주변에 있느냐에 있다. 지금의 도지사 자리 주변에서 흔해 보이는 군상을 인재로 보기엔 지극히 제한된 한계가 있다.

대통령 만들기 인재는 폭탄이 떨어져도 흩어질 줄 모를만큼 가슴 저민 동지적 대화를 나누는 그런 유능한 기술자들이어야 한다. 벼슬자리 한자리 하려 하거나 자리 보전에 급급하여 야시롱 야시롱 해가며 알랑대기 일쑤인 주변머리 없는 속물은 인재가 아니다.

선거 때면 일을 해주고는 말없이 곁을 떠난 사람들, 어려울 때마다 아무 조건없이 돕고는 전화 한 통화도 할줄 모르는 사람들, 민주화운동시절 현상수배돼 막노동 현장에 은신한 그를 알고도 신고할 줄 몰랐던 노동자들과의 오랜 우정, 이런 사람들 가운데서 인재를 찾아야 한다.

손학규, 그는 참으로 오래간만에 가정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갖게 한 것이 오늘의 경기도지사 자리다. 부인의 힘으로 어렵사리 살림을 꾸려가는 것만을 믿고 집에 돈 한푼 갖다 줄줄 몰랐던 그가 월급이랍시고 생활비를 제대로 들여놓게 된 게 경기도지사가 되고 나서다.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장관을 할 때보다 더 가정적 행복을 모처럼 누리는 그가 대권을 향해 다시 불안을 감수한다면 그것은 분명히 모험이다.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자신을 극복하는 일이다. 인간은 누구에게나 양면이 잠재된 선악의 내부 갈등을 슬기롭게 이겨내야 한다. 그래야 길이 보인다. 그래야 사람다운 사람이 모인다. 범인이야 그같은 고도의 인간수양이 소용없겠지만 적어도 대권을 겨냥하는 비범부의 입장에서는 인간다운 비범한 포용이 요구된다. 일찍이 그랬다. 청와대를 다녀 나오면서 꿈꾼 그 많은 청와대 지망생의 포부가 다 이뤄진 건 아니다. 이뤄진건 극히 일부다. 그 일부에 손 지사가 들것인가는 그 자신의 역량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경기도지사로서의 소임에 유종의 미를 거두는 일이다.

야심의 인간, 손학규의 미래는 그래서 긍정도 부정도 아니다. 더 두고 지켜보아야 하겠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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