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이젠 신물나게 여겨 재밋살 없는 신당 얘기를 한다. 민주당이 신당 논의에 담판을 짓기 위한 전당대회 소집을 두고도 신·구주류 간은 계속 첨예하게 맞서 여전히 난항이다. 이런 가운데 개혁신당이다 통합신당이다 하다가 이제는 리모델링신당론이 나온다. 리모델링형은 이를테면 신장개업이다. 그래서 신주류 강경파 일각에서는 “그럴바엔 굳이 신당을 할 게 뭐냐?”는 볼멘 소리가 터져 나오는 모양이다.
어떻든 신당론은 노무현 대통령 취임 전후를 통틀어 반년 이상이나 끌어 ‘망건 쓰다가 장 파한다’는 속담을 생각케 한다. 요즘엔 내년 4월 총선에서 민주당 간판이 유리하냐, 아니면 신당 간판이 유리하냐를 두고 당내 각개 간에 속앓이가 적잖은 것 같다. 신당을 어떻게 하든 말든 남의 당 일에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있다. 영일이 없는 그같은 신당 혼선의 당내 사정이 더 이상 국민에게 국정 실종의 피해를 주어선 절대로 용납될 수가 없다. 그리고 신당 부진의 이유가 신당파의 세가지 큰 거짓말이 자승자박이 된 객관적 사실을 간과키 어렵다.
그 첫째가 보혁구도를 부인한 점이다. 신당파가 진보성향의 세력인 것은 다 아는 일이다. 그런데도 기회있을 때마다 신당의 진보정당 성향을 극구 부인하곤 했다. 개혁당이라고 우겼지만 개혁은 그들만의 독점 구호가 될 수 없다. 개혁은 누구나 다 주체가 되고 객체가 돼야하는 시대적 소명이다. 지역타파의 새로운 정치를 편다는 개혁당론 또한 공허하다. 지역타파 역시 이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절실한 소망이다. 유독 신당만이 지역타파 정치가 가능하고 지역타파는 구호로 말만 앞세워서 되는 것은 아니다. 신주류는 신당의 성격을 솔직히 진보정당으로 표방하고 나섰으면 명분도 서고 탄력도 받았을 것이다. 국내 정당체제를 보수·진보 양대정당으로 개편하는 기회를 갖고도 자신이 없어서인 지 주저하다가 놓쳤다. 보수정당인 민주당에서 또 보수정당인 신당을 만드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그 둘째는 인적청산의 일관성을 부정한 점이다. 신주류 중심의 신당이 구주류를 배제코자 한 새판 짜기인 것은 이 역시 다 아는 일이다. 아는 일을 두고 굳이 모호한 입장을 취한 것은 총선을 앞두고 호남을 크게 의식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어설픈 태도는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이 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내 후보시절 소극적이었던 구주류를 포용하거나 결별하는 것은 신주류측의 정치적 선택으로 가능한 재량권 행사인데도 이 또한 포용도 결별도 아닌 채 기회를 놓쳤다. 호남에 신진인사를 대거 공천하여 총선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당당한 입장을 보였어야 했다.
그 셋째는 노무현당임을 부인한 점이다. 신당이 노 대통령의 의중 정당인 게 뻔한 사실을 두고 애써 아니라고 우겼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것 같은 아둔함이다. 그들은 대통령이 새로 취임할 때마다 당을 새로 만든다는 소릴 듣지않기 위해 그랬던 게 되레 자충수가 됐다.
신주류의 신당 중심 세력이 청와대서 나온 말로 다 코드가 맞는 사람들인 것은 세상이 다 안다. 대통령을 돕기 위한 ‘노무현당’이 바로 신당이라고 천명하고 나섰으면 오히려 떳떳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늦었다. 누구 말대로 총선에서 단 10석을 차지해도 신당을 할 것인지, 신장개업한 민주당 간판을 유지할 것인지는 더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예컨대 이런 객관적 전망은 가능하다.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하든 정작 정치권 재편의 무서운 회오리 바람은 내년 4월 총선 이후에 불어 닥친다는 점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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