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민중의 민생경제에 코드를'

-청와대 편지-

‘한국호’의 선박이 그러찮아도 순탄치 않은 항해 중 더욱 거센 풍랑을 만났습니다. 항로를 잘못 잡았느니, 출항일자를 잘못 잡았느니 하고 선장을 탓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상황입니다. 저는 노무현 대통령님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지금 그런 걸 따질 계제가 아닙니다. 필요한 것은 선장에게 지혜와 용기를 주는 일입니다. 딴은 그렇습니다. 농업시장 개방에 이젠 스위스 공식 관세를 적용할 수도 없을만큼 특히 절박해진 쌀시장 개방의 갈등이 노 대통령의 책임일 수는 없습니다. 십 수년동안 국내 농업구조를 경쟁력 있게 개조하지 못하고 미뤄온 전 정권의 책임이 큽니다. 군수 폭행의 엽기적 불상사를 가져온 부안 원전폐기물처리장 난동 사태 역시 이를 미루고 미룬 전 정권의 잘못에 기인합니다.

외환 위기의 특수 상황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인 1998년을 빼면 올 경제성장률이 1980년 이후 가장 낮은 3%를 밑도는 것도 전 정권과 무관하지 않아 대통령의 책임만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앞으로 잘 감당해내야 하는 것은 분명한 대통령의 책임입니다. 노동운동의 왜곡으로 노동시장이 경직된 잘못을 탄력성있게 풀어야 하는 것도, 그리고 북 핵 문제를 잘 풀어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켜야 하는 것도 대통령의 책임입니다. 또 있습니다. 미국의 이라크 전투병 파병 요청도 종국적으로는 대통령이 단안을 내려야 하는 대통령의 책임에 속합니다. (이밖에 사회불안 요인 해소 등 당면 과제가 많습니다만, 가닥을 크게 잡은 초미의 관심사 만도 이렇습니다.)

어떻게 하실 작정이십니까. 흔히 보혁논리를 많이 내세웁니다. 그러나 이데올로기가 밥을 먹여주는 건 아닙니다. (소련도 중국도 사회주의가 인민을 먹여 살리지 못해 결국 붕괴되고 말았으니 까요.) 극우 논리 역시 능사가 아닙니다. 이런 저런 대통령의 책임을 생각하면 정말 어려운 자리로 압니다. 막중하기가 더 할 수 없어 어렵긴 하지만 해법은 있습니다. 하나 하나를 보시지 말고 총체적으로 판단하십시오. 그 기준은 오로지 국민민복의 실체, 즉 실질가치를 추구하면 됩니다.

보혁 간에 시민단체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침묵의 소리가 있습니다. 이 칼럼을 포함하여 언론 또한 제자백가(諸子百家)의 형상입니다. 그래도 이 사회엔 지성이 있습니다. 농민단체, 노동단체가 막강합니다. 하지만 민중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께서 코드를 어디다 맞추느냐에 있습니다. 그건 386세대도, 수석비서관이나, 개혁인사도 아닌 이 나라의 민중입니다. 민중은 지금 경제회생을 간곡히 원합니다. 정치가 뭡니까. 민중을 잘 살게하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앞서 밝힌 여러 현안을, 파병 문제까지도 다 경제와 연관지어 처결하시는 것이 바로 민중과 접근하는 첩경인 것입니다. 평가를 성급히 기대하지 마십시오. 약효는 늦게 나는 것이 선약입니다. 이른바 지지층의 이탈을 겁내지 마십시오. 지지층보다 더 큰것이 민중입니다. 재야의 정권 투쟁에선 패거리가 유효하여도 국정에서는 패거리가 되레 방해만 될 뿐입니다. YS나 DJ가 실패한 이같은 전철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를 유념하셔야 합니다.

극한논법을 빌리면 가장 민주주의인 척 하는 게 가장 비민주주의일 수도 있습니다. 국력과 시일을 낭비할 여유가 없습니다. 국정 전반에 새로운 분위기를 활성화 할 리더십 발휘가 요구됩니다. 풍랑이 심해 나라가 어려울 수록이 항해의 안정을 유도해야 합니다. 이것이 민중에게 희망을 주는 것입니다. 지금 민중들이 얼마만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지, 대통령께서 스스로 알아 보시기 바랍니다. 예컨대 중소기업은 말할 게 없고 구멍가게도 어렵다고들 아우성입니다. 민중의 민생경제와 코드를 맞추어 판단하는 데, 모든 현안의 파고를 타개해 나가는 길이 있습니다. 또 뵙겠습니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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