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산의 아침/마지막 한장의 달력을 바라보며

요즘 정치권은 한마디로 ‘난장판’이다. 불법 대선자금을 둘러싼 특검 문제를 놓고 대통령은 수용을 거부하고 이에 맞서 제1당은 단식농성까지 벌여가며 연일 힘겨루기를 하고 있으며 국회까지 정지시키고 있다. 아무리 정권을 창출하고 정국 주도권이 중요하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너무도 많은 실망만을 안기고 있으니 ‘없느니만 못하다’는 지탄을 받고 있다. 정치권의 이같은 망나니 짓은 정치권 하나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온 나라를 분탕질하고 있다는데 더욱 큰 문제가 있다.

불법대선자금과 관련, 최근 검찰이 경제계의 주요인사들을 줄줄이 소환하고 있는 것도 일련의 정치적 여파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정치와 경제의 ‘검은 뒷거래’를 차단하기위해 언젠가는 한번쯤 메스를 가할 수 밖에 없는 문제라는데는 인식을 달리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작금 정치가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제계까지 사정의 칼날앞에서 휘청이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연출되는 것같아 걱정이 앞선다. 연일 주가는 폭락하고 대외신인도는 떨어져 국가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고 있으니 말이다. 따라서 이왕 손을 댔다면 빨리 끝장을 볼 수 있도록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단 하루도 신용불량에 따른 동반자살·강도·사기 등과 관련된 각종 범죄가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 날을 찾을 수가 없다. 민심은 흉흉하다 못해 어쩌면 이런 범죄들이 걱정에 앞서 당연시 되는 분위기까지 조장되고 있어 여간 우려스럽지 않다. 이런 현상들을 정치가 신뢰를 잃고 불안정하면서 발생하는 연쇄작용이라 분석하면 어리석다 말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정치가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심어주는 생산력을 발휘한다면 경제·사회분야에서 많은 부분이 개선될이라는 믿음은 버리고 싶지 않다.

벌써 2003년도 마지막 한장의 달력만을 남겨놓고 있다. 마지막 달력은 한햇동안 벌어졌던 일들의 반성시간이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경제계는 경제계대로, 사회 구성원인 국민은 국민들 나름대로 한햇동안 국가를 위해, 혹은 국민을 위해, 가정을 위해, 처·자식·부모를 위해, 자기자신을 위해 무엇을 해왔고 무엇이 부족했는지를 되새겨 보아야 한다.

특히 정치권은 국민을 위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반드시 자기성찰이 뒤따라야 한다. 올 한햇동안 각계의 많은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변해야 나라가 산다’는 제언을 수없이 많이 했다. 이는 정치의 변화가 국가발전의 원동력이자 새로운 국가변혁을 이끄는 최대 추진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만큼 정치권에 거는 희망이 간절함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정치권에 촉구한다. 마지막 한장의 달력을 떼어내기 전에 국회를 정상화해 산적한 민생문제들을 풀어내라.

아무리 내년 총선의 주도권이 중요할지라도 이렇게 국민들을 실망과 아픔속으로 몰아간다면 정녕 내년에는 국민들이 정치에 대한 희망조차 갖지 않는 버림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2004년을 새로운 희망속에 힘차게 여는 정치가 벌써부터 그립다.

/jungih@kgib.co.kr

/정일형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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