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2만불 시대로/(주)인비트로플랜트

“장미·포도·난… 작을수록 사랑스럽다” 애완식물로 현대인 감성 ‘유혹’

화단에 화초를 심고 예쁘게 키웠던 기억이나 집 뒷편 조그만 텃밭에 포도나무와 채소를 심어 물을 주면서 싹이 트고 열매가 열리기를 기다리던 옛 추억. 학교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학원으로 달려가야 하는 요즘 아이들이나 직장생활로 연일 바쁘고 스트레스에 찌든 현대인. ㈜인비트로플랜트(대표 김태현)의 ‘핑거로즈’는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이 같은 점을 착안해 개발이 시작됐다.

흙이 필요없는, 그래서 화단이나 정원이 없어도 영양젤과 실내 조명만으로 키울 수 있는 신개념의 화훼상품이다. 이 회사는 이처럼 아무도 생각치 못한 아이디어를 상품화해 바쁜 일상과 도시생활에 메마른 이들에게 도시속 벤처농업을 개척하고 있는 기술집약적 농업벤처이다.

◆선진농촌 건설 의기투합

“‘농업’하면 으례 ‘힘들다’는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이 아쉽더라구요. 그래서 흥이나는 그리고 고부가가치의 농업 상품을 개발하고 싶더라구요.”

김 사장이 원예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의 고향집은 부산 근교에서 농작물을 재배·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었기에 이 같은 생각을 갖게됐다.

대학 2학년 재학 당시 그는 교보생명의 대산농촌문화재단의 장학생으로 선발된다. 지난 91년에 설립된 대산농촌문화재단은 선진 농촌건설을 위한 사업을 벌이고 있는 곳으로, 해마다 농과대 학생들을 선발해 농업관련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김 사장은 이 연수에 합류해 국내 유력 농업관련 지도자, 경영인 등을 만나면서 ‘어떻게 하면 선진 농촌을 건설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에 빠진다.

결국 그는 1997년 성균관대 유전공학과를 졸업한 뒤 유학을 결심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에서 원예 및 농학 석사 학위를 받는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그는 현 정종효 부사장과 현 김병환 기획관리팀장과 손을 잡고 농업벤처를 창업하기로 결심한다.

“강남에서 농사를 지어보자. 우리나라에도 농업경영 부문에서 존경받는 업체가 나와야 할 것 아닌가…”

이렇게 농업, 원예를 좋아하는 3인방이 의기투합해 지난 2001년 4월 성균관대 창업보육센터에 인비트로플랜트를 창업하고 같은해 12월 자본금 1억3천만원으로 법인으로 전환한다.

외국계 제약회사에서 4년간 마케팅 관련 부서에서 근무한 대학 동기인 정 부사장은 영업을, 금호그룹에서 4년간 수출입업무를 담당했던 대학 후배 김 팀장은 기획관리 분야를 맡아 김 사장의 파트너가 된다.

◆장미.난 등 유리병 속에...

‘장미, 난, 포도 등 10여가지의 식품을 예쁜 유리병속에 담아 키운다.’

연구개발(R&D)형 유전공학 벤처기업인 인비트로플랜트의 사업 아이템이다.

원예작물을 유리병에 넣으려면 식물의 조직배양, 현질전환 등의 연구개발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김 사장은 R&D에 집중한다.

이를 반영하듯 전체 17명의 직원 가운데 5명이 R&D 전문인력이다. 또 예쁜 화훼상품을 만들기 위해 별도로 구성된 디자인팀에는 4명의 전문 디자이너가 포진해 있다.

이 회사는 현재 핑거로즈, 접는 화분, 분화상품 등 이색 원예·화훼상품으로 소비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또한 지난해 6월 삼성애버랜드 잔디연구소와의 협약을 통해 빛을 발산하는 형광 잔디와 형광튤립, 에탄올을 뿌리면 색이 변하는 꽃 등 새로운 아이템의 화훼상품도 조만간 출시할 예정이다.

이처럼 농업시장의 선진화를 추구하고 있는 이 회사는 기존의 장미, 난 등 원예작물에 ‘새로운 아이템’의 예쁘고 깜찍한 옷을 입혀 부가가치 높은 상품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소비성향이 큰 젊은 층이 고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과 고객이 알고 먼저 미니장미를 찾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 사장은 “상품 값어치의 극대화를 위해 화분이나 용기 등의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쓴다”며 “이보다 한단계 더 나아가 식물 자체를 새로 만들어내는 즉 디자인해야 고부가가치를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스타벅스와 사업제휴 성공

“이제는 핑거로즈를 스타벅스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김 사장은 우연히 TV를 통해 고객들에게 커피 찌꺼기를 나눠 주는 스타벅스 관련 프로그램을 보았다. 환경친화적 기업인 스타벅스의 비즈니스 마인드를 모델 삼아 항상 벤치마킹 했던 그에게 순간 ‘커피 찌꺼기를 그냥 나눠 주기보다는 상품으로 만들어 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는 무작정 마케팅 솔루션 제안서를 들고 스타벅스를 찾는다.

스타벅스의 대답은 ‘NO’였다.

하지만 2천여만원의 R&D비용을 소요해 개발한 샘플 10여종을 들고 무대포로 찾는 김 사장에게 세계적인 커피체인점 스타벅스도 굳게 잠겼던 비즈니스 문을 열어주었다. 9개월간 스타벅스를 노크한 끝에 지난해 10월 커피 찌꺼기를 이용한 꽃 전시회를 열고 커피찌꺼기를 재활용한 상품 10만개를 납품했다.

이를 통해 스타벅스는 쓰레기 배출양을 줄이고 고객 만족도를 실현한 것은 물론 환경단체로부터 지지를 받는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었다.

“스타벅스가 커피 찌꺼기 상품을 나눠 주는 이벤트를 벌인지 이틀만에 매출 신기록을 세웠다고 하더군요. 또 매장의 골치덩어리였던 커피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고 자랑했다./이종철기자 jclee@kgib.co.kr

■인터뷰/김태현 사장

발상의 전환이 ‘성공열쇠’

“장미, 난 등을 팬시 제품화 해 생활속에 원예를 접목한 것이 주요했습니다.”

㈜인비트로플랜트의 김태현 사장(35)은 제품의 특성을 그대로 살리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 기존 상품과 차별화 한 것이 ‘성공의 열쇠’라고 밝혔다.

김 사장은 또 “식물조직 배양기술을 응용해 유리병에서 배양하는 방식의 난, 장미, 포도 등의 식물 미니어처는 7천300억원 규모의 전체 화훼시장에서 새로운 상품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며 “별도의 시간과 노력 없이 키울 수 있다는 장점과 예쁘고 깜찍한 디자인 때문에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핑거로즈가 소비자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소비자들의 사랑을 듬뿍받을수 있었던 것은 ‘천천히 가더라도 제대로 가자’는 그의 경영철학에서 비롯된다.

그는 “창업 초기 6개월간 5~6만개의 샘플을 폐기처리하며 1억원 가량의 R&D비용이 소요됐지만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4개 TV 프로그램에서 핑거로즈가 소개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는 핑거로즈는 올해 일본으로 30만개 이상 수출될 예정이다.

유전공학을 전공한 김 사장은 “농생명공학은 농업과 생물학 지식의 이해를 바탕으로 농업에 있어서 필요한 요구들을 충족 시켜주는 분야”라며 “보다 진보적인 기술로 일반인들이 쉽게 키우고 즐길 수 있는 제품들을 연구개발하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농생명공학 분야의 발전을 위해 인비트로플랜트가 앞장설 것”이라며 “최상의 제품과 고객 서비스를 통해 원예상품의 가치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종철기자 jc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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