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2만불 시대로/(주)아이에스하이텍

액정표시장치 제조업체인 아이에스하이텍㈜(대표 유재일).

이 회사는 자동차 내외장류, PC모니터, 복사기 등 플라스틱 사출금형을 주로 생산하다 노트북이나 PDA, 핸드폰의 핵심부품인 LCD(액정표시장치)모듈, 백라이트유닛 생산업체로 업종을 변경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중소기업중 하나다.

주력 업종 전환 후 승승장구를 거듭하고 있는 이 회사가 경쟁업체들로부터 태클을 당하는 등 주목받는 회사로 거듭나고 있는데는 유 사장과 직원들의 그동안 노력의 결실이기도 하다. 지난 2002년 12월에는 코스닥에 등록하는 등

주목받는 기업으로 당당하게 성장하고 있다.

“삼성 게 섰거라” LCD업계 ‘큰 거인’

-삼성과 LCD부품 경쟁

아이에스하이텍이 주력 생산 업종의 전환을 완전히 끝낸 것은 여주교도소에 제3공장 준공했던 지난해말이다.

“삼성과 LCD부품만 가지고 어깨를 겨뤄보고 싶었습니다. 특정분야 사업을 오래하다 보면 노하우가 축적되지요. 이 노하우는 곧 첨단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원천이 됩니다. 그래서 세계최고의 기업중에는 중소기업이 많지요.”

이 회사는 지난 2002년 경기도 광주에 제2공장의 문을 연데 이어서 제3공장인 여주교도소 구외사업장 생산라인을 갖추고 세계적인 글로벌기업으로 자리잡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현재 제2·3공장에서는 휴대폰 부품중 가장 까다로운 기술을 요하는 LCD모듈과 백라이트유닛을 생산하고 있으며 올해 여주공장의 매출목표는 200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면서 유재일 사장이 당시 꺼내든 카드는 중국이나 베트남에 해외공장을 설립하는 대신 교도소 구외사업장 준공이다.

“중국시장에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인건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여러모로 모색하고 있던 참에 우연히 교도소의 교정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됐어요. 바로 이거구나 싶었지요.”

최초로 시도하는 일인 만큼 어떻게든 성공적인 사례를 남기기 위해 유 사장의 의지는 대단하다.

제3공장에서 일하는 재소자의 수는 100여명으로 모두 기능사 자격증을 소유한 모범수들이다.

“처음엔 지원자가 350명이나 몰렸습니다. 작업과정과 생산성을 보면서 인력을 400여명까지 늘리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재소자들도 모두 열의가 대단해요.”

교도소안에 ‘첨단 공장’… 재소자에 ‘희망’ 심어

-여주교도소 재소자와 한솥밥

유재일 사장의 여주교도소 구외작업장 구상은 이런저런 어려움이 많이 따랐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취지는 좋으나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행정당국의 반대였다.

하지만 유 사장은 확신이 서 있었다. 그래서 몇 번이고 법무부 직원과 여주소장, 자사 주주들을 찾아가 끈질기게 설득하고 결국 사업승인을 얻는데 성공했다.

공장을 짓는 건축비는 교도소측에서, 클린룸 등 생산설비는 아이에스하이텍에서 11억원을 들여 설치했다.

“사업권을 따던 날, 재소자들에 대해 알고 싶어서 ‘광복절 특사’ 영화까지 빌려다 보았지요. 그런데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이해가 되더군요.”

현재 재소자들이 일하고 있는 여주공장에는 휴대폰 LCD 모니터를 밝게 볼 수 있도록 해주는 백라이트모듈 조립라인이 설치되어 있다.

이곳은 기술인력의 출입 편의와 재소자들의 출퇴근 관리 등을 고려해 여주교도소 담장과 맞붙은 외부 건물인 ‘구외사업장’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유 사장은 장기적으로 이곳에서 일하던 재소자들이 출소한 뒤 아이에스하이텍에 취업하길 희망할 경우 재취업의 문도 열어두고 있다.

그는 올 9월에 여주교도소에서 출소하는 재소자를 입사시킬 예정이다.

“일도 열심히 하고 성실해 함께 일하고 싶더군요. 취업은 재범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지만 출소자들이 갈만 한 곳이 없잖아요.”

-R&D투자로 기술경쟁력 확보

LG이노텍 백라이트유닛 2억2100만원, 팬택 TFT-LCD모듈 20억1544만원, KTFT TFT-LCD모듈 135억.

최근 아이에스 하이텍이 기업공시한 수주규모다.

액정표시장치 분야에 발을 들여놓은지 불과 1년만에 각종 수주가 봇물을 이루는 것은 유 사장의 끊임 없는 연구개발(R&D) 노력때문이다. 지난해에만 생산설비 등에 100억원을 투자했을 정도. 그는 항상 ‘미래기술 발전 선도’ ‘고품질제품 공급’ ‘세계화 추구’ ‘높은가치 실현’을 외친다.

“5년뒤 아이에스하이텍이 무엇을 팔아서 먹고 살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해답은 바로 핵심부품 개발이더라구요.”

아이에스하이텍의 연구개발 인력은 전체 직원 141명중 35명이나 된다. 올해까지 25명정도를 더 채용할 계획이다.

유 사장은 지난해 전환 업종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주춤했던 매출을 올해에는 연구개발과 영업에 투자비중을 높여 250억원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같은 목표는 지난해 매출액에 비해 1천300% 이상 높은 수준이다.

-작년 순이익 매출 26% 달성

유재일 사장은 앞을 내다보고 준비하는 자세로 유명한 기업인이다.

그의 경영방침은 이미 소문이 자자하다.

아이에스하이텍의 지난 2002년 당기순이익은 전체 매출의 26%나 되어 주위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전직원 모두 월급의 10%, 회사도 매출액의 10%는 무조건 저축하게 하고 있다.

여주공장이 언론에 소개되면서 “어떻게 교도소에 공장을 세울 생각을 했느냐”는 질문도 숱하게 받는다.

유 사장은 사업을 시작하기 전까지 철저하고 꼼꼼한 조사와 준비단계를 거치며 ‘이거다’하는 확신이 서면 대단한 추진력으로 밀어붙인다.

중국이나 베트남에 해외공장을 설립하는 대신 교도소 구외사업장이라는 카드를 뽑을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경영방침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특허나 상표등록 등 지적재산권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느냐가 기업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에 투자해 다양한 표준모델을 보유한 세계적인 글로벌기업으로 키우고 싶다는 유재일 사장.

항상 남보다 ‘한 걸음 먼저’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로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는 그에게는 ‘성공’보다 ‘생각하는 경영인’이란 표현이 잘 어울릴 것 같다.

/이종철기자 jclee@kgib.co.kr

■인터뷰/유재일 사상

“‘독자’기술력이 승부수 내년 유럽에 현지법인”

“기술력과 품질로 고객만족을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독자기술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은 소비자가 먼저 찾는다.”

아이에스하이텍㈜의 유재일 사장(44)은 중소기업의 미래를 생각하면 끊임없는 연구개발(R&D)과 핵심부품기술 개발만이 살 길이라고 설명한다.

자사에 주문이 몰리는 것도 끊임없는 기술개발 노력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수요처를 해외에서 찾는다.

중국의 경우 예전엔 대부분 완제품 위주로 수입을 했지만 요즘은 기술력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도달해 부품별로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여서 수요처를 ‘해외기지화’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 사장이 미국, 중국 현지법인에 이어 내년에는 유럽 현지법인 설립을 계획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또 경쟁사가 인건비 등을 이유로 생산라인을 해외로 이전할 때 그는 과감하게 여주교도소 구외공장행을 택했다.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생산성 및 제품경쟁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었다.

“삼성 같은 대기업이라고 해서 반드시 정보가 빠르고 정확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업분야가 많아 특정 제품에 관한 정보는 전문업체에게 뒤질 수 있다.”

정부 정책이 대기업 위주로 맞춰져 있어 중소기업인으로서 항상 아쉽다는 그는 중소기업은 혼자 생각해야 하는 만큼 특정분야에서 두각을 보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런 그의 경영철학은 몸으로 익힌 경영 노하우와 감각이 균형을 이뤄 아이에스하이텍을 글로벌기업으로 자리잡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유 사장은 “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내는 것과 감각을 놓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소비자 니즈를 반영한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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