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건조, 저장장비 세계시장이 두손에…
그때부터 그의 인생은 180도 바뀌었고 쌀과 인생을 같이하게 됐다.
13여년간 오직 곡물 건조·저장설비인 사일로 개발에만 전념해온 그는 말 그대로 쌀 박사로 통한다.
집안이 가난했기에 유학을 가서도 낮에는 학교에서 밤에는 코피를 흘리며 빌딩청소를 했던 그는 하루 5시간 이상 잠을 자지 않고 앞만보고 달렸다.
현재 세계 미곡종합처리장 설비공사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미국과 견주어 100% 국산화한 사일로를 개발해 아시아, 호주 등 세계시장의 문을 노크하고 있는 그에게 국내시장은 비좁게만 느껴진다.
●외국기업 입사 후 쌀과 인연
추 사장은 평범한 지방의 농사꾼 아들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
초등학교 때는 전교에서 1등을 할 정도로 똑똑하다는 소리를 들었고 1년 재수하고 들어간 대학교에서는 반에서 1등으로 졸업할 정도로 남에게 뒤지기 싫어하는 성격이었다.
“동년배 친구들에 비해 항상 뒤지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었어요. 또 원하던 대학과 학과를 못갔기 때문에 다른방법으로 인생에 승부를 걸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인생의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 유학길을 나섰고 지난 87년 호주 국립 뉴사우스웨일즈대 대학원 전기전자 공학부에 들어간다.
“당시만 해도 서민 신분으로 외국에 유학을 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부인과 함께 유학생활을 했기 때문에 과외, 빌딩청소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어요. 하지만 제가 선택한 길이었기에 후회는 안했어요.”
“당시만 해도 서민 신분으로 외국에 유학을 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이었어요. 당시 돈도 없었고 결혼자금으로 모아둔 500만원이 전부였었죠. 부인과 함께 유학생활을 했기 때문에 과외, 빌딩청소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어요. 하지만 제가 선택한 길이었기에 후회는 안했어요.”그는 우여곡절끝에 호주 유학생활을 마치고 92년 귀국을 한다. 그리고 일자리를 찾던중 우연히 신문기사에 실린 구직공고를 보고 외국계 기업인 금강슈페리어에 이력서를 낸다.
“영어구사 능력을 겸비한 사람을 찾더라구요. 그래서 외국생활 경험도 있고 해서 지원했죠. 그런데 전공과는 전혀 다른 곡물건조저장장치 관련 업체더라구요. 당시 미국의 의존도가 높았던 분야여서 그런지 더욱 관심이 가더군요. 이때부터 쌀과의 인연이 맺어진거죠.”
추 사장은 쌀 시장 전면개방을 앞둔 시점에서 고품질 쌀 생산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주경야독하며 관련 분야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낮에는 회사에서 밤에는 대학원을 다니며 통상·산업 분야에 대해 파고 들었다. 지난해에는 석사학위 논문으로 ‘개방화시대의 쌀산업 정책과 소비지 유통체계의 개편 방안’에 대해 연구했을 정도.
추 사장이 입사한지 1년6개월만에 회사는 부도가 난다. 그는 곡물건조저장장치가 좋은 사업 아이템이라고 생각하고 창업하기로 결심을 한다.
“우루과이 협상 이후 정부에서 쌀 개방화에 대배해 고품질 쌀을 생산하고 쌀 가격을 낮추기 위한 정책을 펼쳤어요. 우선 기계의 현대화를 추진하기 위해 미곡종합처리장 사업을 추진했죠. 정부정책과 물려 사업성이 있겠다 싶더라구요. 그래서 사업을 시작했죠.”
그리고 미국 MFS사와 접촉해 마케팅과 세일즈를 담당하기로 하고 지난 94년 3월 한국지사를 설립한다.
“안산에 조그만 사무실을 얻어 여직원 1명, A/S직원 1명과 창업했어요. 창고가 필요한데 돈이 부족해 화성 봉담에 창고를 빌려 자재를 비축하고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죠.”
●위기가 기회…한국형 사일로 개발
그러나 창업한지 얼마지나지 않아 그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98년 IMF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환율이 2배나 뛰어올라 미국에서 수입했던 제품 가격이 급등했다. 이때문에 거액의 환차손을 입었다. 업친데 덥친격으로 정부에서는 설비자재를 국산화 시키라고 권고까지 하고 나섰다.
최대 위기를 맞은 추 사장은 국산기계를 개발해야 할지, 사업을 포기해야 할 지를 놓고 고민했다.
그는 ‘이대로 꿈을 포기할 수 없다’고 결심하고 사일로를 국산화시키기 위한 연구를 시작한다.
“처음엔 많은 어려움이 뒤따랐어요. 제가 기계공학을 전공했다면 당시에 사업을 포기했을 것 같아요.”
기계에 문외한 이었던 그는 설계도면과 제작실험을 거듭하면서 설비전부를 국산화하기 위해 밤낮을 형광등 아래서 연구개발에 매달렸다.
연구개발비에만 5억원이 들었다. 어렸웠던 시기였기에 연구비를 구하기가 만만하지 않았다.
그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반드시 미국제품을 우리 벼에 맞는 제품으로 국산화하고, 우리 환경에 적합한 소프트웨어(시스템)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1년여간 밤샘 연구를 거듭한 99년, 결국 그는 한국의 온도와 습도, 벼품종에 맞는 곡물건조저장설비 개발에 성공하고 2000년부터 양산에 돌입했다.
하지만 추 사장이 개발한 대형사일로는 기존 제품가격보다 10%가량 비쌌고 브랜드도 잘 알려지지 않은 터였다. 그는 ‘기술력이 곧 경쟁력’이란 신념으로 제품 업그레이드에만 전념했다. 그리고 1명의 고객이라도 철저한 A/S를 바탕으로 신뢰를 쌓아갔다.
“2001년 우리 사일로 시장에 선보였더니 비싸다고 다들 핀잔을 놓더라구요. 경쟁사는 사기꾼이라며 비난도 했어요. 하지만 결국 품질과 기술력, A/S에 소비자들이 먼저 찾고 소개까지 해 주더라구요. 소비자가 우리제품을 홍보하는 영업사원이 된 셈이죠.”
2002년 미국 테두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던 경쟁사 제품은 한국형 두손 사일로에 밀리기 시작했다. 2003년에는 격차가 더 벌어지면서 두손의 사일로시장 점유율이 30%에 달했다.
‘우리나라 환경을 적합한 사일로를 개발하는 길이 살길’이라는 일념으로 기술개발을 추진한 추 사장의 생각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13년간 ‘사일로’ 개발에 헌신한 ‘쌀박사’
아시아 환경에 맞춘 기술로 인기예고
■“기술력·품질·A/S가 경쟁력”
“기술력과 고품질,철저한 A/S 등삼위일체로 무장하면 경쟁력은 무조건 생기기 마련이다.”
㈜두손의 추광문 사장은 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소비자 니즈를 반영한 제품개발에 노력한다면 성공은 뒤따를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IMF 환란 당시 미국 MFS사한국지사를 그만 두고 곡물건조장치의 국산화개발에 주력할 수 있었던것도 쌀시장 개방에 따른 정부의 지원정책을 예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당시 우리나라에 설치된 곡물 건조저장시설은 옥수수와 밀 등 미국실정에 맞는 곡물을 저장할수 있도록 설계 돼있었다.쌀 문화권과는 당연히 차이가 있었고,우리 쌀에 적합한 기계를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처럼 추 사장이 모험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은 소리없이 어시스트 해주는 직원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가 직원들의 복리후생에 힘쓰는 이유도 이때문이다.
“5년 이상 근무한 직원에게는 회사지분의 5%를 스톡옵션으로 지급한다.98년부터는 대기업의 팀장제를 도입해 담당자가 판단하고 책임지게하고있다.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솔선수범하니까 경쟁력은 배가되 더군요.”
추 사장은 “정부가 2010년까지 740여개소의 건조저장시설을 추가로 설치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추가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 ”이라며 “현재 추진중인 종합미곡처리 시스템 개발을 완료해 글로벌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삼겠다 ”고 말했다./이종철기자 jclee@kgib.co.kr
■자연송풍 건조방식...세계 공략 시간문제
“해외로 눈을 돌려 승부를 걸려고요.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권은 우리 환경과 비슷해 시장선점에 유리하거든요.”
추사장은 지난해까지 중국과 일본에 사일로를 수출한 것이 고작이다.
아직 그의 계획이 실현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주를 미루고 있는 것이다.
“무인관리시스템을 도입하려구요. 중소기업청 기술지도사업으로 선정된 한국산업기술대학교와 연구를 하고 있죠. 개발 완료단계에 있죠. 사일로 가동과 건조상태를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한눈에 파악할 수 있고 온도와 습도차에 따라 송풍기와 교반장치를 자동으로 운전할 수 있는 획기적인 시스템이죠.”
그가 개발한 사일로는 49개소의 농협 미곡종합처리장에 설치돼 있고 74개 영농조합에 제품을 공급하는 등 국내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으며 올해 내수시장의 40%가량이 두손의 대형사일로가 설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가 개발한 24시간 무인운전형 사일로는 가온 혹은 자연송풍 건조 방식으로 쌀 건조시 자연 그대로의 미질(米質)을 유지할 뿐 아니라 무인관리시스템을 도입해 온도와 습도차에 따라 송풍기와 교반장치가 자동으로 운전하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두손의 사일로가 가지는 특징은 자연송풍 건조방식을 채택, 건조기 대체 효과를 얻으며 하루 50~80t가량의 곡물을 건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추 사장은 “지금까지 중국과 동남아, 호주의 경우 옥수수와 밀에 맞게 설계된 미국제품을 주로 사용했지만 두손의 사일로가 가격은 비슷하면서도 생산설비는 아시아 환경에 맞아 큰 인기를 끌 것”이라며 “앞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이종철기자 c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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