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 가는 우리것…계승 열정 아쉬워
경기문화재단, 기록영상물 절반만 기록 후 중단
기능장 경우 상품마케팅·유통에서 경쟁력 잃어
전수교육시설 부족… 정부·지자체 지원 절실해
경기일보는 경기문화재단과 공동으로 지난해 이어 올 7월까지 민족고유의 전통성과 역사성을 지닌 경기도무형문화재 44종목을 집중취재했다.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른 전통문화의 계승·보존을 위해 무형문화재를 지정했지만 후속지원이 절실한 가운데 도무형문화재의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대안 등을 2회에 걸쳐 제시코자 한다.
▲현황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많은 도지정문화재를 보유한 경기도는 지난 1987년 도무형문화재 제1호 계명주 지정을 시작으로 최근 1월 조각장과 서각장까지 44종목을 발굴 지정했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분야별 지정 현황은 공예기술이 23개로 가장 많고 음악(9), 놀이와 의식(6), 음식과 무예(4), 무용(2) 순이며 연극은 해당 사항이 없다.
특히 연극이 도무형문화재로 지정되지 못한 것은 연극적 요소가 가미된 무형문화재 발굴 및 원형 보존을 위한 지역대학 등의 학문적 뒷받침이 미미한 것도 하나의 원인.
현재 문화재 보유자는 전수활동을 위한 지원금(월 80만원)을 받고 있으며, 생활이 곤란한 보유자는 특별금의 지급과 보유자 작품구입 등을 추가 지원받고 있다.
무형문화재 전승기반인 전수교육시설은 방자유기장을 비롯 남한산성소주, 안성남사당, 백동연죽장, 입사장, 양주상여회다지소리 등 6곳이며 승무·살풀이와 안성향당무 전수교육관이 설립중이다.
이같이 문화재 보존과 대중화 차원에서 전수교육시설이 턱 없이 부족해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절실하다.
무형문화재 보유자 및 단체들은 매년 경기도의 지원을 받아 공개행사를 개최하며, 경기문화재단은 일부 문화재를 선정해 ‘경기문화재발견시리즈’란 기록영화를 제작했으나 1편당 30~40분 정도에 불과해 해당 종목의 원형 기록보다는 단지 홍보적 성격이 짙다. 여기다 지정종목의 절반가량인 21종목만 기록된 후 중단된 상태다.
▲문제점
전통문화의 보존 및 계승을 위해 지정한 무형문화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지정된 이후 후속지원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월마다 전승지원금이 지원되지만 생업과 문화재 전수를 병행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특히 경기도무형문화재의 절반이 넘는 기능장의 경우 몇몇 기능장을 제외하고는 상품마케팅 및 유통이 원할치 않아 상품 경쟁력을 잃기 일쑤다.
부의주같이 대량설비가 필요한 종목은 초기 설치비용과 작업공간을 확보하지 못해 몇 년째 소량생산만 하는 상황이며 화각장 및 계명주 또한 제품 판매에 애로를 겪고 있다.
여기다 무형문화재를 전담할 독자적인 행정체계가 미미해 사후 관리에 헛점을 드러내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문화정책과 내에 문화재계에서 문화재 전반을 다루고 있어 ‘문화재과’ 신설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6월 경기문화재단이 (사)화성재인청보존회에 발주한 ‘경기도무형문화재 보존 및 발전방향 모색’이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무형문화재를 전담할 독자적인 행정체계의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 도지정 문화재 보유자들은 평균값 4.6(최대 5)으로 절실히 원하고 있다.
또 무형문화재 전승계보에 따라 기록영화, 책자들이 체계적으로 제작되지 않아 무형문화재의 활동과 역사적 의의 등을 효과적으로 홍보할 매체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특히 공연·전시의 경우 학생 및 일반인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을 일부 실시하고 있으나 체계적인 운영계획과 강사 양성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 개발도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전수공간 확보는 가장 현실적인 문제다. 개인의 경우 대부분 가정에서 작업하는 경우가 많으며, 연희집단은 독자적인 건물보다는 임대료를 내거나 문화센터의 일부 장소를 사용하는 실정이다.
한시적으로 군부대 건물을 사용하고 있는 파주금산리민요 추교현 보존회장은 “지역축제가 활성화되면서 두레놀이를 선보일 기회가 많아졌지만 제대로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며 “우리 정신이 살아 있는 전통문화 계승을 위해 전통양식의 전수회관 건립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형복·박노훈기자 bok@kgib.co.kr
광명농악… 시민 참여하는 ‘농악축제’ 만들어
농악은 각 지방마다 고유의 특색을 지닌다. 박자와 가락, 기교 등이 조금씩 다르며 전승 형태도 차이가 난다.
광명농악(경기도무형문화재 20호)은 바로 이 전승적 측면에서 유달리 돋보인다. 비록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전통문화의 원형적 틀을 갖췄다. 오늘날의 계승 및 보급과정 또한 눈에 띈다.
광명농악은 1998년 광명농악보존회 설립을 필두로 같은해에는 광명시에 위치한 충현고등학교를 광명농악 전수학교로 지정해 청소년들에게 농악의 맥을 전하고 있다.
또 2000년에는 광명시내 18개 동에 풍물패를 조직, 일반인을 대상으로 농악을 전파시키고 있으며 1년에 한 번씩 동별 경연대회를 열고 있다. 뿐만아니라 매년 가을에는 광명농악 발표회를 열어 학생과 일반인, 광명농악보존회 등 전 광명시민이 참여하는 농악축제로 만들고 있으며 꾸준한 해외공연을 통해 우리 농악의 정신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광명농악의 보급은 단순히 전통놀이를 전승하자는 차원이 아닙니다. 두레 등으로 대표되는 공동체의식, 이웃이 화합하고 가족애가 살아 숨쉬는 우리 선인들의 정신세계를 이어받는 것입니다.”
상쇠 임웅수씨(43·한국국악협회 광명지부장)의 말에는 지금의 광명농악이 존재할 수 밖에 없는 필연적 이유가 배어 있다.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송포호미걸이… 대중과 함께하는 프로그램 자랑
농경문화는 마을공동체의 단합을 최우선으로 여겼고 그래서 탄생한 것이 두레패다. 특히 고된 농사일을 마치고 서로를 격려하며, 풍년을 기원했다.
고양 송포 호미걸이(경기도무형문화재 22호·보존회장 조경희)는 일산 신도시 개발과 함께 토착민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지만 보존회를 중심으로 호미걸이를 비롯 용구재 이무기제, 십이지신 불한당 몰이, 쌍그네 놀이 등 7가지 이 지역 전통민속놀이를 발굴했다.
호미걸이의 자랑은 일반 대중과 함께하는 프로그램 개발이다.
보존회는 초·중·고등학교는 물론 고양여성개발센터와 송산동사무소, 일산1동사무소, 김포여성회관 등에 풍물반을 운영중이다. 송포 호미걸이만의 독특한 12채 가락 등을 시민들에게 적극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프로그램을 개설한 곳이 많아지자 지난해부터는 강사육성을 위해 연구생반을 따로 운영할 정도다.
조경희 보존회장은 “일반인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강사가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파견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이형복기자 bok@kgib.co.kr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