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교육·의료 청정산업과 정보기술(IT) 생명공학(BT) 등 첨단산업 동북아 중심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한다. 이를 위해 외교·국방 등을 제외한 모든 권한을 자치사무로 넘긴다.
외국의 얘기가 아닌 국내 얘기다. 제주도가 이렇게 된다. ‘제주특별자치도법안’은 연방주에 버금가는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한다. 국무총리실이 주축이 되어 추진하고 있다. 제주도를 홍콩이나 싱가포르 같은 국제자유도시로 건설한다는 것이다. 잘하는 일이다.
그러나 더 잘하기 위해서는 고정관념을 뛰어 넘어야 한다. 제주도 섬만이 아니라 내륙 전반에 걸쳐 ‘특별자치’는 몰라도 ‘확대자치’는 실시돼야 한다. 현행 지방자치는 민선의 겉모양만 갖췄을 뿐, 알맹이는 중앙자치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지방자치가 지역주민의 흥미를 끌지 못하는 이유가 이에 연유한다.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정치권은 안달이지만 지역주민은 담담하다.
지방선거와 직·간접의 이해관계가 있는 지역사회 인사들의 관심사일 뿐, 정작 표를 거머쥔 지역사회 주민은 강 건너 불구경이다. 지방자치가 선거를 통한 ‘사람중심’ 위주가 되어 왔으므로 서민층은 ‘사람중심’의 당락에 아무 관계가 없는 입장에서 흥미를 느낄 이유가 없다.
그러나 예를 든 제주도 같으면 다르다. 주민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제도중심’의 지방자치이기 때문이다. “지방선거가 국회의원 선거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말인즉슨 그렇다는 것이지 현실이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참 좋지요. 그런데 뭐가 참 공약입니까? 막상 들여다 보면 법규의 제약 투성이어서 제한을 많이 받습니다” 이래도 참 공약을 해야겠지만 어려움이 이만 저만이 아니라는 어느 후보의 토로다.
요컨대 문제는 지방자치 수단인 지방행정이 중앙정부에 의해 획일화한데 있다. 가령 식품영업 허가가 내륙산간지역과 섬의 해안지역이 그 내용에 차이가 없을 수 없다. 그런데 한 법규에 의해 기계적으로 처리된다. 식품위생법, 동시행령, 시행규칙 등 그러니까 모법에서 대통령령, 부령에 이르기까지 중앙에서 다 규제하다 보니 지방의 자치단체가 조례로 정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없거나 좁다. 비근한 식품영업허가 하나만 예를 들어도 이렇지만 기업·관광·학교 등 이밖의 다른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지방자치제도는 전국이 국수틀에 뽑은 국수처럼 규격화한 가운데 국수를 관리할 사람만 뽑아서 하라는 지방자치는 지방자치 미완성 교향곡이다. 지방자치는 자치단체마다 지방행정의 차별화가 있어야 한다. 차별화는 경쟁이다. 광역자치단체는 광역끼리, 기초자치단체는 기초끼리의 치열한 차별화 다툼이 이어져야 서로 비교평가하는 가운데 지방자치가 제대로 발전한다. 이에따른 주민생활의 부단한 창의행정은 지방자치에 대한 주민의 관심을 부단히 유발한다. 새로 이사온 전입 주민은 그 자치단체의 일상적 제도를 스스로 알고자할 정도의 생동하는 지방자치가 돼야 한다. 그것은 주민을 귀찮게 하는 것이 아니고 주민 편익을 증진하는 자치행정의 참 면모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국가사무의 대폭 지방 이양이다. 건수만 채우는 껍데기 이관이 아니고 한 건이라도 실질 이양을 해야 한다. 중앙은 내치의 상당 부분을 법률로 정한 수준으로 전국의 지방자치를 통제하고, 시행령 수준의 통제는 광역자치단체가 행사하는 융통성 있는 지방자치가 되어야 한다. 지방행정엔 지방의 특수성이 있다. 지방행정의 매사를 지방의 특수성에 맞추는 맞춤형 지방자치가 지방자치의 진수인 것이다. 이같은 지방자치에선 주민의 무관심이 있기 어려운 게 무관심 했다가는 손해가 나기 때문이다.
물론 일시에 많은 변화를 기대할 순 없다. 비교적 빠른 속도의 점진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변화의 조짐은 없다. 지방마다 정책 경쟁의 토양이 성숙되지 못한 지방자치는 생기잃은 풀뿌리다.
넓지않은 국토에서 뭐 꼭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고 물어선 안 된다. 그런 우문은 넓지않은 국토에서 뭐 꼭 지방자치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우답을 유발한다. 기왕하는 지방자치 같으면 이제 제대로 해야 한다.
/임 양 은 주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