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도정과 ‘선거공약’

팔당호대책추진단, 수도권교통개선기획단, 뉴타운사업기획단 등이 가동되고 있다. 팔당호수질 1급수 개선, 뻥뚫린 1시간권 경기도만들기, 서울 강남 대체의 자족형 뉴타운건설 등의 선거공약 이행을 위해서다. 수도권정비계획법 철폐, 대수도권 건설, ‘케어맘’(영아돌보미)사업 등 공약도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크고 작은 선거공약은 이외에도 영어마을 민간위탁 등 90여 가지에 이른다.

경기도청은 이같은 선거공약의 실천 방안을 놓고 머리를 맞대가며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해당 부서의 공무원은 물론이고 외부의 전문 인력도 초빙됐다. 취임 100일이 되는 오는 10월10일까지 선거공약 이행백서 같은 걸 발표할 요량인 것 같다.

그런데 문젠 선거공약이 능사가 아닌데 있다. 노무현 정권은 선거공약으로 나라를 멍들게 했다. 이행해서 좋은 정치개혁 같은 공약은 팽개치고, 지방균형발전론 따위의 허구성 공약에만 매달렸다.

김문수 도정 역시 노 정권처럼 잘못된 공약까지 선거공약임을 내세워 절대시하는 아집을 가져서는 안된다. 김문수 도지사 후보의 선거공약 90여 가지를 다 알고 표를 준 유권자는 없다. 특히 간판 공약으로 내건 굵직한 공약 몇 가지만 해도 그렇다. 유권자들이 이를 다 좋게 보아 김문수를 도지사 시킨 것은 아니다. 선거공약 중엔 유권자마다의 입장에서는 좋게 본 것도 있지만, 안좋게 여긴 게 있어도 크게 보아 찍어준 표가 모아져 도지사가 된 것이다. 도지사 당선을 선거공약의 포괄적 인준으로 보는 것은 인식의 비약이다.

김문수 도지사 후보의 선거공약은 매니페스토운동의 영향인지 대체로 객관성이 없다할 순 없다. 그렇다고 공약이 걸러진 것은 아니다. 도청 밖에서 본 입장과 도청 안에서 본 입장은 또 다를 수가 있다. 미흡하거나 불가한 선거공약은 처음부터 과감하게 폐기하는 선별의 용기를 갖는 것이 선거공약을 제대로 이행하는 자세다. ‘경주돌이라고 다 옥돌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당선자의 선거공약이라고 다 ‘옥돌’은 아닌 것이다.

수도권규제해소는 현안의 과제다. 이를 위한 정치적·행정적 노력도 많이 해왔다. 논리 피력도 할 만큼 했다. 김 지사가 내놓은 당위설은 처음이 아니다. 김 지사는 처음이지만 이미 귀에 못이 박히도록 정부에 들려 주었다. 그랬으나 쇠귀에 경 읽기다. 수도권행정협의의 개념을 기실 뛰어 넘지 못하는 大수도권론은 말잔치다. 공연한 구실만 주었다. 이른바 비수도권 지방이 똘똘 뭉쳐 수도권규제완화의 반대에 나섰다. 한나라당 국회의원들까지 가세하여 같은당 출신의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압박하는 형상이 됐다.

경기개발연구원에 규제개혁추진단을 두어 대처할 모양이지만 경기개발연구원이 그동안 동면한 것은 아니다. 이미 개발해 놓은 수도권규제완화의 大이론이 정립돼 있다. 문제는 정치적·지역적 장벽에 겹쳐 같은 야당까지 완화는 커녕 더 규제해야 한다고 나선 판국이 된 사태 악화를 타개하는 해법이 무엇이냐에 있다.

팔당댐 1급수 수질개선을 마다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역시 난관은 방법이다. 준설작업은 여러가지 방안 중 생각해 볼 수 있는 일이긴 하다. 하지만 경안천 준설만으로 효과가 있을 것인지는 미지수다. 더 깊은 검토가 요구된다. 뻥 뚫린 경기도교통소통을 위해 남북 그리고 동서로 2개축 2개 순환도로를 만드는 교통망 구축은 수십조원이 든다. 재원 조달이 관건이다. 무슨 돈으로 하느냐도 문제이지만 이 돈 같으면 차라리 경전철 사업을 추가하는 게 더 효과적이 아니냐는 의문과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도내 신도시 개발은 건설부는 좋아할지 몰라도 경기도 지역사회 입장에선 달갑지 않다. 유입 인구를 끌어 들이고 난개발을 부추긴 것이 신도시 개발이다. 강남을 대체할 신도시를 판교말고 여러 군데에 또 세워야 할 구체적 연유가 뭣인지를 잘 모르겠다. 강남 대체의 신도시가 모자라 아파트가 도내에 무계획적으로 들어선다는 말은 설득력이 의심된다.

‘케어맘’은 취지는 좋지만 난점이 많다. 빈차 태워주기의 ‘카풀’이 이행안된 이유는 사고가 날 경우 배상의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갓난 아기는 면역성이 낮아 걸핏하면 병치레 하기가 쉽다. 이에 대한 책임한계를 명확히 하기도 어렵다. 말썽이 다분한 뒷탈의 소지를 극복할 방안이 뭣이냐가 선행 과제다. 영어마을 민간위탁은 결과적으로 빈곤 가정 자녀의 추방으로 이어진다. 도의 재정에 비추어 연간 270억원의 적자를 당분한 보전하는 것을 낭비나 형평성 상실로 보는 것은 곤란하다.

몇가지 예시한 이상의 지적은 고려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는 선의의 충고다. 문제점이 많은 공약이라고 하여 반드시 그만 두라는 건 아니다. 고정 관념의 파괴가 필요하고, 좋은 공약 일수록 어려움이 많지만, 현명한 취사선택 또한 있어야 하는 게 선거공약이 지닌 본질이다. 무엇보다 실천방안이 객관화돼야 신뢰가 담긴다. 좋은 이행백서가 나오길 기대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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