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척스럽다구요? 문화재 원형복원엔 오차·실수 용납안되죠”
평범한 직장인에서 주부로, 그리고 사업가로 뒤늦게 인생의 제 2막을 설계하고 있는 김홍자(49) ㈜G.M. 테크 대표이사. ㈜G.M. 테크는 3D 디지털 스캐닝 방식을 통해 국가적인 문화재의 원형복원과 보존을 이뤄내는 대표적인 CT기업이다. 김 대표는 ㈜G.M. 테크에 몸담았던 2년정도를 제외하고는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조금 남다른 경력이라고는 대학생활을 하면서 간호학과 경영학을 복수전공한 것 정도다. 그러나 이제는 주변 사람들이 먼저 ㈜G.M. 테크를 업계에서 주목받는 기업으로 키워낸 일등 공신으로 김 대표를 꼽을 정도다. ㈜G.M. 테크를 단기간에 유망기업 반열에 올려놓고 3년째 고공성장을 이뤄내고 있는 그녀는 요즘 일에 또다른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한다.
김대표는 회계, 경영, 인사 등 회사 전반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그녀의 부족한 면은 그녀와 함께 이 회사에서 기술이사로 일하고 있는 남편 이종훈씨(54)가 채워준다. 실제 전문화된 기술은 기계공학을 전공한 경험많은 남편이 책임을 진다.
창업전만해도 남편은 엔지니어로 3D 레이저를 이용해 발굴유적지의 실측 업무를 책임지는 회사원이었다. 남편과 맞벌이하며 부족하지는 않을만큼 그녀는 행복한 삶을 살았다.
그러던 중에 2005년 늦깎이로 3D 디지털 스캐닝 사업에 뛰어들었다. 남편이 뛰어난 기술을 가진만큼 다른 업종에 비해 승산이 있다는 생각에서다.
늦게 창업에 나선만큼 부담도 컸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 창업을 하긴 했지만 만약 실패라도 한다면 더이상 재기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스쳐갔다.
역시 사업이라는게 그리 녹록한게 아니었다. 독특한 아이템을 가진 신생 업체이다보니 자금도 자금이지만 일할 인력조차 구하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만나는 사람들마다 자신의 일에 대해 이해시키는 것도 만만찮은 일이었다.
사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업인만큼 주변의 홀대를 받기도 하고, 현장을 직접 실사해야 하는만큼 작업 자체도 매우 힘들었다. 몇해전만해도 매출은 빈약했고 장래성도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회사를 처음 창업하고 고집스러울만큼 완벽을 추구하는 그녀의 일처리 방식도 간혹 직원들과의 의견 충돌을 가져왔다. 그녀가 현장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직원들과의 대화도 늘어났다. 그녀가 먼저 직원들을 이해하고, 직원들 역시 마음을 하나둘씩 열어나갔다.
직원들의 어깨넘어 귀동냥이나 듣던 것에서 이제는 왠만한 기술자 뺨칠만큼 착실하게 실력도 쌓아나갔다. 일단 시작한 일은 끝장을 봐야 하는 성격이었기에 빠른 일처리와 확실한 마무리는 항상 그녀의 최고 무기였다.
그녀는 자신만이 가진 저돌적인 스타일로 스스로 사업을 꾸리고 확장해 나갔다. 일한 뒤에는 따로 손댈것 하나없는 그야말로 완벽한 작업을 해내는 것이 그녀만의 작업 스타일이다.
김 대표는 시원시원하다는 느낌을 줄만큼 거침없는 화술을 구사하고, 단도직입적이다.
그러나 화려한 외양의 껍질을 들춰보면 여전히 부족함과 아쉬움투성이 많다고 스스로 말한다.
문화재 복원작업이라는게 유적지의 범위에 따라 작업시간도 천차만별이지만 현장에서 일주일을 꼬박 작업만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녀는 한번씩 ‘여름은 여름이라서 힘들고, 겨울은 겨울이라서 힘든게 바로 이 일’이라며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유적지 중에서도 성곽지는 워낙 외지다보니까 무거운 장비를 짊어지고 낑낑대며 산을 올라가는 직원들을 보면 마음 한 구석이 씁쓸하다고 한다.
지난해 산길이 험난하기로 잘 알려진 경북 청송에 있는 청양산성의 현장 실측을 위해 직원들과 함께 장비를 짊어지고 올랐다. 가파른 산세 때문에 젊은 남자 직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으니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작업을 끝내고 사무실에 와서보니 작업한게 썩 내키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는 다시 장비를 들춰메고 험난한 산을 넘어 산성을 서너번이나 재실측하는 억척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직원들도 이제는 간단한 옷이나 세면도구 정도는 항상 사무실 한켠의 가방에 넣어두고 언제 떠날지 모를 출장준비를 평상시에 해둔다고 한다.
어떤 경우는 복원 현장이 도로나 건물공사로 사라진 곳도 있었다고 한다. 보존지역의 경우 보존 상태가 양호하지만 보존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는 곳은 실측을 나갔을때 흔적조차 없어진 곳이 한두곳이 아니다.
수정작업이 많은 업무 특성상 이렇게 작업이 생각보다 어려운만큼 김 대표는 일에 있어서만큼은 대충대충이라게 있을 수 없다.
김 대표는 이같은 이유를 “이 일이 창의적인 작업이면 작업자의 느낌이나 생각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문화재 복원작업이나 조형물 축소작업의 경우 한치의 오차나 실수가 원형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용납될 수 없다”고 몇번씩이나 강조한다.
위기가 곧 기회라고 했던가. 시간이 조금씩 흐르고 노력도 결실로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여성경제인협회 경기지회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하면서 안정을 찾았고, 일거리도 부쩍 늘어난 것을 실감한다.
아직 부족하지만 이제는 회사도 짧은 시간에 자리를 잡았다. 일주일의 반은 야근을 하고 현장에 나가 실측하는 일도 잦아졌다. 이미 2개월 정도의 일거리를 미리 수주한 상태다. 직원들도 고생이 많았지만 무엇보다 남편의 도움이 컸다.
타이밍도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각 지자체들이 우리 문화재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면서 김 대표를 찾는 곳이 늘어났다.
2005년 남한산성 성곽발굴조사에 참여해 정확한 기초 데이터를 제공했고, 지난해 6월에는 해미읍성 복원 발굴작업에 나서 성벽 전체를 스캔 작업을 통해 복원데이터화 시키고 학술자료로 구축했다.
일이 늘어나면서 문화재 발굴, 고증을 주로 하는 대학이나 조사기관과도 공동 연구개발에 나서는 등 기술력을 업그레이드시키는데도 노력하고 있다.
김대표는 ㈜G.M. 테크가 IT기업보다는 CT기업이라고 불리는 것을 더 좋아한다. 이제 문화 관련 기업도 보다 전문화되고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지금은 문화재 복원에만 치중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의료, 산업기계 등 산업분야 전반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영역으로 발을 넓혀갈 생각이다.
도면이 없는 제품을 스캔을 해서 원형을 만들고 이를 복원하는 일이 산업분야에도 무궁무진하게 응용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그녀는 과감히 승부수를 던졌다.
김 대표에게는 작은 꿈이 있다.
“일반 고객보다는 박물관이나 연구기관을 주로 왕래하고 있어 그리 널리 이름이 알려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회사를 알리기 보다는 일반인들이 그동안 추상적으로만 생각해왔던 문화재를 보다 실물에 가깝게 복원하고, 실생활에 접목해 생활화할 수 있도록하는데 이바지하고 싶습니다.”/조영달기자 dalsarang@kgib.co.kr
/사진=조남진기자 njcho@kgib.co.kr
■㈜ G.M. 테크는…
주요 업무로는 국가문화재의 3차원 디지털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 문화재 원형 보존에서 문화상품 개발까지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문화재 원형 보존을 기본 바탕에 두고 비접촉 3차원 레이저 스캐닝 방식에 의해 데이터를 수집한다. 축적된 3차원 디지털 데이터는 영구적인 자료로 보관, ‘One-source Multi-use’의 기본 원칙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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