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원료만 고집…맛·품질로 승부”
“우리는 단지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제품에 담긴 오뗄의 정신과 정성을 고객에 전달하는 것입니다.”
이 문구는 육가공제조 전문업체인 ㈜오뗄의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글이다. 이 회사가 작지만 내실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그 중심에는 김연태 대표이사(54)가 있다. 건실한 중견기업의 CEO라고 하기에는 조금은 낡아보이는듯한 회사 점퍼에 타이를 하지 않은 편안한 옷차림의 김 대표. 그는 외형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실속파’ 경영인이다.
김 대표가 회사를 창업한지도 벌써 1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젊은시절 그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좋은 회사를 다니면서 ‘육가공회사’의 창업을 꿈꿔왔었다고 한다.
78년 서울대 축산과를 졸업하고 종합식품회사에 입사했다. 회사에서 기획과 마케팅을 10여년동안 맡아 일해왔다. 당시 회사는 세계적 다국적 기업인 하인즈와 제휴한 상태여서 김 대표는 자연스럽게 선진화된 마케팅 기법을 전수받을 수 있었다. 그를 가리켜 지금도 마케팅 전문가로 부르는 것도 이러한 경험 때문이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그가 양질의 육류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겠다는 꿈을 위해 91년 고민끝에 포천에 회사를 세웠다. 회사 이름도 신선하고 정갈하고 깨끗한 음식을 의미하는 ‘오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의 의지를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확실한 틈새시장이라 생각하고 당연히 성공을 장담했지만 처음 2년간 고전을 면치못했다.
문제는 제품 경쟁력이었다. 기존 업체들에 비해 차별화하지 않는다면 적자생존에서 살아날 수 없다는 것을 이때 절실히 깨달았다.
그는 결단을 내렸다. 수소문끝에 일본에 있는 육가공 업체의 장인을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아 일본 현지로 날아갔다. 그러나 예상대로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설득도 하고 사정도 해보고, 그는 절실했다. 결국 허락을 받아냈고 이후 직원을 교대로 일본에 보내 선진 기술을 배우게 했다. 1년에 서너번은 일본 장인을 한국으로 초청, 기술력을 올리는데 전력했다.
이런 노력 끝에 회사는 당시 패스트푸드 ‘붐’을 타고 승승장구했다. 거래처에서도 서서히 입소문을 타면서 인정을 받았다. 이렇게 5년을 보내고 난 후에야 그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한다.
그러나 94년 수입자율화가 되지 않았던 당시 UR, WTO 등으로 개방의 문이 서서히 넓어졌고, 관광호텔 등에 외국 냉동제품이 들어오면서 또다시 위기를 맞았다.
그는 정면돌파라는 초강수를 택했다. 어차피 경쟁해야 한다면 굳이 피할 이유가 없었다. 다행히 외국산 냉동소시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판단은 냉혹했다.
김 대표의 경영 철학은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신뢰’라는 말로 압축된다. 지금까지 그가 걸어온 길이 모든 것을 증명하듯 그의 삶에 신뢰라는 말을 빼고나면 지금의 김 대표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눈앞의 이익만 쫓다보면 고객과의 약속을 지킬 수 없다고 지금도 직원들에게 늘 강조한다. 그는 경쟁력있는 브랜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고객이나 거래처와의 신뢰가 그 밑바탕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김 대표의 이러한 경영철학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97년 IMF가 밀어닥칠 무렵 수입원료가 폭등하면서 업계는 그야말로 ‘풍전등화’나 다름없었다. 김 대표도 당시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던가. 베이컨육과 삼겹살, 우육 등을 제외하고는 수입원료만큼은 절대 쓰지 않았던 김 대표에게는 오히려 호재였다.
수입에 의존하던 국내 생산업자들이 앞다퉈 돈육가격을 올렸지만 3개월 정도의 원료를 비축하고 있었던 김 대표는 이전 가격 그대로 납품했다. 거래 업체에 서신으로 ‘납품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연락하고 끝까지 이같은 약속을 지켜나갔다.
유통기한 때문에 많은 원료를 많이 비축하고 있지는 못했지만 이들에게 확실한 동반자라는 ‘눈도장’을 찍었다. 비축원료가 동이나고는 거래업체들과 상의해 최소 금액만 인상하면서 신뢰를 이어나갔다.
이후 IMF의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도 김 대표는 수년동안 고공성장을 이어가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직원들이나 주변 사람들은 그를 ‘합리적이고 젠틀하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 스스로에게 지금의 자리에 안주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할 정도로 자기 관리에 철저하다.
김 대표는 한해 한해 살아가면서 아직도 부족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때문에 사무실에서 근무하면서도 1초의 시간도 헛되이 허비하지 않으려고 스스로 노력한다. ‘초심’을 잃지 않고 자신과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매일 시간과의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는 회사를 창업하면서 스스로에게 다짐한 말이 있다. ‘먹는 제품은 원료가 중요한만큼 최고 품질의 원료만을 쓰겠다’는 것이다. 이후로도 그는 원료는 최고품질의 국산만을 고집하고, 철저히 선별해 사용한다. 이는 모든 것을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객과 함께하겠다는 자신만의 의지의 표현이다.
지금 그는 새로운 신규 시장 개척 등 다양한 변화가 필요하다며 고민하고 있다. 결국 전문성이 없는 기업은 고객이 신뢰할 수 없다는 생각에 김 대표는 ㈜오뗄을 전문기업으로 만들 생각이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김 대표는 “회사의 규모를 키우기 보다는 지역 사회의 한 축이 될 수 있는 내실있는 회사를 만들 계획입니다. 회사로 인해 이곳에서 열심히 땀흘리고 있는 130여명의 직원들이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라고 대답했다./조영달기자 dalsarang@kgib.co.kr
/사진=전형민기자 hmjeon@kgib.co.kr
㈜ 오뗄은…
91년 제품 개발과 만족을 위해 피자토핑용 육가공품 생산을 시작으로 외식소재사업에 첫발을 내딛었다. 현재 자체적으로 엄선된 원료육을 사용해 국내 유명 호텔과 패밀리레스토랑, 피자전문점, 편의점 등 일반 육가공제품에서 냉동식품 및 유럽명품 등 150여가지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2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매년 10~15%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한 고부가 가치의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외식문화 선진국이라 일컫는 독일 및 일본 등의 육가공업체와 기술제휴를 통한 새로운 맛과 상품의 개발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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