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은 임기 3년을 위해
경기도지사 김문수 재임 1년의 평가는 아무래도 유보된다. 종잡기 어려운 사람이다. 그의 말을 듣노라면 심리학에서 말하는 후광효과, 악마효과가 생각된다. 예쁘면 다 좋게 보는 게 후광효과다. 미우면 다 밉게 보는 것은 악마효과다. 그에겐 이런 증세가 발견된다.
내편, 네편을 가르는 사람은 아니다. 이런데도 편을 가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그런 증세 때문이다. 또 좀처럼 해선 남을 믿지 못한다. 그래서 위임(委任)에 의한 분권(分權)보다 전권(專權)에 의한 전권(全權)을 선호한다. 예를 든다. 도 산하 단체장들과 성과제 경영협약을 맺었으면 적어도 평가 단위 기간인 1년은 전적으로 맡겨둬야 하는데도 무슨 자아 비판을 요구하는 것은 사족이다. 도청 실·국장 회의를 주재하는 것도 이런 분위기인 걸로 안다.
남을 잘 믿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의 말을 강요한다. 도지사의 말이 과격한 연유가 이에 있다. 말인즉슨 맞는 말도 듣는 사람에게 거부감을 주곤한다. 예컨대 최근의 분도설에 대한 언급도 그렇다. 반대하는 것은 맞지만 “사기”니, “역사의 심판”이니 등 같은 말은 너무 앞서 나갔다. 그의 주변 사람들은 지난 1년동안 현장 확인을 위해 많이 돌아다녔다고 과시한다. 그 가운덴 잦은 산하 단체 방문도 있다. 그렇지만 “오기만 하면 격려는 커녕 사람 속을 뒤집어 놓고 간다”면서 차라리 안오는 게 낫다는 사람들이 많다.
독선이다. 상대를 불신하기 때문에 선의의 거역을 수용할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한다. 자치단체의 의사 결정 형성 과정이 무시된 자치단체장, 즉 자신의 의사를 곧 자치단체 의사로 내세우기가 예사다. 어떤 지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간부 공무원을 “인사조치 하라”고 일갈하는 분위기에선 조직의 응집력에 상처를 내어 행정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그가 공무원들에게 불만이 있다면 개인만 보고 조직은 못보는 등 용병을 잘못한 그 자신의 책임인 것이다.
수도권 통합환승 할인제 한가지는 확실하게 해놨다. 낙후지역 등을 정비발전지구로 하는 수정법 일부 개정은 국회 꼬락서니로 보아 낙관이 어렵다. 만약 이번엔 안되어도 도지사는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지난 한 해동안 요란했던 도지사의 운신에 비해 정작 손에 잡히는 건 아직은 별로다. 외자 유치는 상담(商談)이나 각서가 실적은 아니다. 투자 달러화가 과연 얼마나 떨어지느냐가 앞으로 두고 볼 과제다. 그리고 원래의 김문수 도정 목표치가 과장됐다. 도시·농촌 등 문제의 주요 지표가 근거없이 허황된 게 많았던 탓이다.
한 외신은 미국 콜로라도주의 휴양지에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소유의 1억3천500만달러(1천245억원 상당)짜리 저택을 매물로 내놨으나 1년이 지나도록 팔리지 않는다는 뉴욕타임스 보도를 전했다. 도지사 김문수의 이른바 명품도시는 미국으로 골프장 달린 고급 주택을 사러 가는만큼 우리도 고급주택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골프장 달린 미국의 고급주택이 아라비아 왕자 집만은 못하겠지만, 도대체 미국으로 집사러 가는 위인들이 얼마나 된다는 건지 알 수 없다. 그의 주택정책 기조가 이같은 환상에 있다면 깊이 고려해야 할 일이다.
상당히 소탈하다. 외식으로 점심을 먹어도 5천원짜리 추어탕을 즐긴다. 부인은 외부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남편을 가리켜 ‘도지사’라고 안한다. “애 아빠…”라고 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대통령 노무현을 닮았다고들 말한다. 도의회에서 누가 도지사를 대놓고 “노문수·김무현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느냐”고 물은 것은 역시 그같이 보는 지역 정서의 반영이다. 안타까운 것은 하필이면 닮을 사람이 없어 그 사람을 닮았느냐는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닮았다. 정제되지 않은 언어 구사, 돌출 행위, 허구적 독선 등이 영판 그 사람을 연상케 한다.
걱정되는 것은 앞으로 남은 경기도지사 임기3년을 헛되이 해선 안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 누굴 닮았다는 말은 유익하지 않다는 생각을 갖는다. 김문수가 말하는 ‘발상의 전환’론엔 동의한다. 그런데 전환을 해도 360도로 전환하면 다시 제자리로 되돌아 온다. 그의 발상의 전환은 이런 모양이 되어 전향적이지 못하고, 구시대적 권위 의식에 집착하는 게 아닌지 스스로가 성찰해볼만 하다. 뭣보다 심리학상의 후광효과, 악마효과의 편협증에서 탈피해야 한다. 머릿속 뜻은 큰데, 가슴속은 큰 뜻을 담을만큼 크지못한 단점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를 헤아릴 필요가 있다.
성경에 이런 구절이 있다. ‘거짓되이 일컫는 지식의 망령되고 허한 말과 변론을 피하라’고 했다. 신약전서 디모데전서에 나오는 말로 오성(悟性)을 일깨우는 말이다. 이 칼럼도, 또 주제의 대상이 되는 이도 그같은 함정에 빠지지 않았는 지 다같이 돌아봐야 할 것으로 믿는다.
/임 양 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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