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 6월 김일성은 그해 9월 남북을 망라한 입법기관 선거를 동시에 실시하자는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의 평화통일 실천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그 무렵 38선에서 5㎞ 이내의 민간 거주자를 후방으로 이동하는 등 남침 준비가 시작됐다.
1950년 6월7일엔 ‘평화적 조국통일 호소문’을 발표했다. 그해 8월5일부터 7일까지 남북통일 최고입법기관 선거를 위한 남북의 제 정당 및 사회단체 대표자 모임을 해주에서 갖자는 것이다. 이어 6월10일에는 평양 고려호텔에 연금된 조만식 선생과 서울서 체포된 남로당 거물 이주하·김삼룡의 신병 교환 제의, 19일에는 남북 국회에 의한 통일정부 수립 제안이 있었다. 그리고는 며칠 안 된 6월25일 새벽4시, 38선 일원에 걸친 인민군의 남침이 감행됐다. 남조선 해방을 위한 총공격 명령 제1호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내각수상 겸 인민군 최고사령관 김일성 원수 이름으로 나왔다.
군사력 비교는 국군은 병력이 10만5천752명 인데 비해 인민군은 19만8천380명이다. 주요 장비는 남쪽은 곡사포가 960문인데 비해 북쪽은 1천727문, 전차는 북쪽이 242대인데 비해 남쪽은 한 대도 없고, 항공기는 남쪽은 22대 북쪽은 211대다.
그날 아침, 평양방송은 이렇게 보도했다. “만약 남조선 괴뢰정부가 38선 근방에서 취하고 있는 군사적 모험을 즉시 중지하지 않으면 적을 쳐부수기 위한 결정적 조치를 취할 것이며 남조선 당국은 이 군사적 모험에서 생기는 모든 결과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전 9시30분 김일성은 평양방송을 통해 ‘조선 인민에게 고함’을 직접 발표했다. “남조선 당국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 제안한 모든 평화적 통일방안을 거부하고 38선 북방인 해주지구에 대한 무력 침공을 감행하여 이를 격퇴하기 위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반격을 명했다. 이로부터 생기는 모든 결과에 대하여 남조선 괴뢰도당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라고 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대한민국에 정식으로 ‘선전포고’란 것을 발표한 것은 이날 오전 11시다
그러나 그 시각, 대한민국 수도 서울은 참으로 한가했다. 서울의 일요일은 느긋했다. 육군 수뇌부는 전날밤 육본회관 낙성식 파티에서 흠뻑 마신 게 덜 깬 작취미성의 상태에 있었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려 기껏 취한 조치가 이런 것이었다. 헌병 지프가 한강변을 돌면서 보트 놀이가 한창인 강심을 향해 확성기로 소리쳤다. “38선에서 상황이 발생했다. 휴가나 외출중인 국군 장병은 즉각 귀대하라! 즉각 귀대하라!!”
신성모 국방부 장관은 이승만 대통령에게 “용감무쌍한 국군이 괴뢰군을 격퇴하고 있다”며 허위 보고하고, 이를 곧이 들은 이승만은 “서울시민은 동요말라”는 넋나간 방송을 했다.
대한민국이 그 때 망하지 않은 게 천운이라면 정말 천운이다. 1950년 6월25일 새벽 4시, 이렇게 시작된 동족상잔의 전쟁은 1953년 7월27일 자정에 휴전이 성립될 때까지 3년 1개월 2일을 끌면서 강산을 시산혈하(屍山血河)로 물들였다. 1천만 이산가족을 낳았다. 국군·인민군 등 전투원을 비롯한 준전투원 비전투원인 민간인 등에 이르는 사상자가 1천만 명이다.
김일성은 전범이다. 사회주의 혁명을 위해 동족의 가슴에 총부릴 들이댄 전쟁 범죄자인 것이다. 남북 관계의 개선에서 따지자면 뭣보다 전쟁 책임 문제부터 따지고 넘어가야겠지만 지금 이를 따지면 대화가 막힌다. 문제는 참고 안 따진다 해서 잊은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금 반공이나 승공을 말하면 웃기는 소리가 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반공·승공은 웃기는 소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 당시의 시대 배경을 지금의 시대 배경으로 해석하는 것은 시대관의 오류다. 그런 이념의 갈등을 극복하여왔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탈 이념의 시대가 온 것이다. 탈 이념의 시대가 오긴 했지만 기억할 것은 기억해야 된다. 남북 관계에서 가장 불행한 것은 저들이 신용이 없는 사실이다. 전쟁을 일으킨 전과는 있어도 상대해야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은 어떻든 좋은 만남이다. 좋은 만남이 있는 날, 아픈 과거를 빗댄 것은 더는 아픈 과거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다. 시대는 물과 같아 멈추지 않고, 시대는 흐르면서 새로운 역사를 일군다.
임 양 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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